찔리는 구석에 당신은 시선을 피하지만, 바라는 대로 자연스러웠던 것인지. 미유키는 그 시선 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바쁠 당신을 걱정할 뿐이다. 그리고 고민하던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서 미유키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얽매이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텐데. 맺는 관계에 대해서, 그것이 가져올 불안과 같은 감정들, 관계들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도저히 자신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므로.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을 테니. 그저 막연히 선망할 뿐이다.
"글쎄요. 그 고통을 감내할 만큼 사랑할 것도 없는걸요. 이후로도 없을 것이고요."
그러니, 자신보다 당신이 먼저 알게 되겠지. 미소 띤 얼굴로 미유키는 당신에게 답하고서 이어지는 물음에 어깨를 으쓱인다.
"나도 착한 학생은 못 되는걸요."
능청스럽게 눈을 깜박이며 농담일지 모르는 말을 하지만. 불량 학생 역시 못 되는지. 미유키는 아쉽다는 듯, 당신과 주변을 둘러보다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 옷을 털어낸다. 몰려온 피로를 아직 채 밀어내지 못한 것이었기에. 수업에 들어간다면 분명 꾸벅꾸벅 졸게 분명하였지만. 당신과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그걸로 되었을까. 미유키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그렇지만 수업 시간은 잘 지키는 학생이지요. 응. 아쉽지만. 슬 시간이 되어가니까. 먼저 가볼게요."
하며 눈웃음치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 하면서 막 떠나려던 미유키는 잠깐 걸음을 멈춘 고서 당신에게 묻는다.
“그렇게 좋게 말씀해주시니까 좀 부끄럽다. 그, 이게 워낙 수명이 짧은 예술이라 그 뒤까지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제가 특별히 멋진 게 아니에요.”
멋쩍은 듯 검지로 뺨을 긁으며 열심히 해명하려 들었다. 말마따나 특히 토슈즈를 신고 전막을 소화해내야 하니만큼, 짧은 수명 운운은커녕 제 수명을 무사히 채우고 무대를 내려올 수 있기나 바라야 했다. 문득 미야나기는 케이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옮기다 비로소 채 마르지 않아 젖은 옷을 자각한다. 찝찝해서 돌아가고 싶어하는 눈치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오히려 난처하기만 할 테지. 그녀는 황급히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길을 터주려 했다.
“아······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네요!”
그러면서 자신도 이내 객실로 돌아가버릴까 곰곰이 생각했다. 물론 선배 만나게 돼서 좋지만 애초에 하루 종일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할 계획이었는데 땡볕에나 나오고 신발에 모래 잔뜩 들어가고 피부 완전 홧홧하고 이게 뭐람······. 속으로 오만 불평불만을 중얼중얼 나열하던 미야나기의 얼굴에 금세 다시 화색이 돌았다. 잠깐 뜸들인 후 덧붙인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우와, 정말요? 저는 당연히 너무 좋죠! 선배 언제 시간 되시는데요?”
좀 이따가? 아니면 저녁에? 내일? 객실에 틀어박혀 있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말끔하게 사라지고 난 뒤였다.
>>552 오마이가뜨... 이 진단 정말 <젯따카와이> 슬픔을 모른다는 건… 좋은 거야 린탸 눈물 흘릴 일 업는 이유. 린탸 눈에서 눈물 안 나도록 내가 ‘평생 지켜줫음’ 어. 근데 구질구질하게 구는 건... 제법 좋구나… 눈물은 안 흘리되 외로웟으면 좋겟구먼 왜냐 앵기는 모습 제법 귀여워(저기요)
이제 막 저녁 시간대로 접어드는 때 미카는 지금도 여전히 하는 거 없이 리조트 라운지의 구석진 소파에 들어앉아서 멍하니 스마트폰이나 쳐다보는 중이다 방으로 들어가서 낮잠이나 자려고 해도 도저히 잠이 안 오는 바람에 그래도 에어컨 하나는 빵빵하니 좋다 스마트폰을 몇 번 만지작대던 미카는 결국 화면을 꺼버리고 테이블 위에 대충 올려놓는다 그러더니 등받이에 기대고서 눈을 감는다 생각이 많아진다...
리조트 내에 있는 매점에서 정말 이것저것 맛있는 간식거리를 산 치아키는 한 손에 간식이 가득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푸딩, 사탕, 초콜릿, 감자칩, 그 외에 빵이라던가. 아무튼 오늘 저녁에 이것저것 먹을 수 있는 것들을 확실하게 구입했으니 이제 한동안은 간식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대로 바로 방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잠시 주변을 둘러볼까 생각을 하던 치아키는 잠시 주변을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들어온 것이 다름 아닌 라운지였다. 딱히 목적을 가지고 발을 들인 것은 아니었으나 발 닿는 곳으로 왔다갔다하다보니 들린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뭐 재밌는 거 없을까. 하면서 두리번거리는 와중 소파에 앉아있는 미카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자고 있나?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바로 눈에 보였기에 치아키는 바로 말을 걸진 못하고 빤히 미카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곳에 두는 것보다는 역시 방에 가서 자게 하는 것이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미소를 지으면서 미카에게 다가갔다.
"방의 침대가 아니라 소파에 앉아서 자고 있는 거기의 후배 군. 잘 거면 방에 들어가서 푹신한 침대에 눕는 것이 어떨까? 하핫. 여기서 자려고 하면 시끄러워서 잠도 못 잘 것 같은데. 나라던가. 나라던가! 나라던가!!"
이른바 삼단 강조를 사용하면서 치아키는 두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이내 그는 미카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세 번째로 만나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학생회 권유 이야기는 해보겠다고 했지? 삼고초려로 말이야. 그래서 생각 있어? 물론 없어도 땡큐!"
/당연하지만 그냥 장난으로 권하는 거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리고 쥰주는 어서 오시고 안녕히 가세요!
"아. 자는 거 아니었어? 그렇다면 깊은 고뇌에 빠져있었나? 그렇다면 미안. 미안. 난 또 자는 줄 알았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치아키는 그래도 미안하다는 듯이 괜히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자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으니 적어도 자신의 책임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에 담진 않았다. 입에 담을 이유가 없었기에. 아무튼 자신의 제안에 세 번째 거절을 하는 미카의 말에 치아키는 알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냐. 아냐. 아냐. 괜찮아. 괜찮아. 애초에 나도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것도 어디까지나 저번에 말했던 삼고초려처럼 한 것 뿐이니까. 그러니까 죄송해하기 없기. 사실 지금 시점에서는 크게 임원이 필요한 것은 또 아니거든."
이미 여름이 되었고 머지 않아 여름방학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학생회가 더 필요하거나 한 일은 없었다. 사실상 봄 시즌때 정말로 바쁜거지. 여름에는 크게 바쁜 것은 없었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가을에 있을 학교 축제가 아무래도 조금 바쁘지 않을까. 그러나 그건 그때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후배 군.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이 학생회장님이 지금은 프리하니까 고민이 있다면 들어줄 수는 있는데 말이야."
고민거리가 있거나 한다면 자신에게 얼마든지 말해보라고 이야기를 하며 치아키는 이내 다시 한 번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제 손에 있는 비닐봉지를 바라보더니 그는 미카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후배 군. 푸딩 좋아해? 간식거리를 샀는데 바나나 푸딩 정도라면 내가 하나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