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일단 요이카에게 짠물은 천적이기 때문에, 아마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지 않을까 싶은데요! 시냇물⋯은 에바인가? 수영장의 얕은 유수풀 아니면 옷을 입고 들어가는 노천탕이겠네요. 역시 최종 목적지는 관광버스 안에서 힐끔 주워들은 신성한 샘 구경이겠지만, 길치 요이카는 아마 거기를 찾아가려다가 중간쯤에서 헤매고 있을지도요⋯.
>>63 인간의 형태라고 한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그래도 짠물은 여러모로 꺼려질 수밖에 없는거군요. 하기사 원본이 식물이었으니. (흐릿) 그렇다면 중간에 헤매고 있는 요이카를 발견하고 신성한 샘으로 같이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치아키는 한번 독백으로도 쓴 적이 있지만 사전탐사를 온 적이 있어서 대충 위치는 알고 있긴 하니까요!
>>65 으음.. 바다라면 낚시 하러 갈 건데 너도 가요?(?) 나올 것 같구.. 리조트라면 같이 게임하는 일상일 수도 있고.. 샘도 좋고... 샘은 입 멍하니 벌리고 있을 것 같은데.. 흐으으음.. 일단 이렇게 예시를 들어보긴 했는데 혹시 예시중에서 끌리는 거 있을까?🤔
해가 길어짐과 동시에 습하고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그 시작과 더불어 수학여행이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인 일일까. 더운 여름에는 해가 떠 있는 낮에 움직이기를 삼가는 케이였으나 여행까지 와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것도 조금 웃긴 일이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시기에 1학년 때도 2학년 때도 가지 못한 수학여행을 이 시기에 간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내재된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아서 거의 이 수학여행을 최대한 놀면서 즐겨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친구들 사이에 케이는 졸지에 끌려다니게 된 것이었다. 물론 케이 또한 고등학생 신분으로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노는 것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좋았다. 이게 바로 휴가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나 바닷가 까지 왔으면 해수욕을 즐겨야 한다는 친구들의 주장에 끌려온 그는 무작정 바다로 던져져 짠물을 왕창 먹고 만 것이었다. 물론 그도 이래 저래 친구들을 들쳐 업고 바닷물에 무참히 던져 넣었지만.
이래저래 물을 끼얹다가 케이는 잠시 쉬겠다는 명목으로 자리에서 벗어났다. 으, 역시 바닷물은 끈적하고 짜긴 했다. 그리고 짠물을 몇 번 삼키는 바람에 목이 마르기도 했고. 케이는 사람들을 피해 이곳으로 오는 길에 어딘가에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팔았던 것을 생각하며 북적북적하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그 눈에 띈 것은 노점이 아니라 미야나기 사에였다.
‘신기하네. 말 걸어도 되나?’
케이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맨발에 허벅지만 덮는 검은색에 흰 가로줄이 포인트로 들어가있는 비치웨어 반바지, 검은 티는 물에 푹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사에의 뒤에서 사에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
“후배님, 안녕. 놀러 왔어요?”
이내 부르고 나서야 자신이 안경도 쓰지 않고 머리카락도 축 늘어진 채 이마를 덮고 있음을 깨닫고 한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여전히 머리카락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채였지만........
가미즈미 마을. 이곳은 물 산업이 상당히 유명하고 물이 맑고 깨끗하고 좋은 곳으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역시 여름하면 이곳이지. 이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별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교사진들과 협상해서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즐겁게 놀고 휴식을 취하고 혹은 학습을 하고 싶은 이들은 하게 했으니 아마 여러 방향으로 만족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그가 맨 처음에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북쪽에 있다는 성스러운 샘이었다. 평소에는 막혀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개방하는 기간이 잘 맞아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던가. 낡은 신사 근처에 있던 곳이라고 했으니 아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치아키는 자신이 들었던 길, 그리고 근처까지 갔던 그 길을 떠올리며 발을 옮겼다. 그때는 막혀있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아마 오늘은 들어갈 수 있겠지.
조금은 경사가 있는 산길에 들어서며 등산로를 걸어가는 와중, 그의 눈에 저 앞에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그 여학생은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가깝게 가서 보니 인상이 꽤 날카로운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또 묘하게 공허한 느낌이 있었고 그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사람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일부러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실례합니다! 아. 이상한 사람이거나 헌팅하려는 사람은 아니고.. 뭐랄까. 여기에 수학여행을 왔거든요. 조금 먼 곳에 있는 가미즈나 고등학교의 사람인데 혹시 여기 사람인가요? 별 건 아니고... 제가 전에 여기에 온 적이 있는데 성스러운 샘...에 가려고 하면 이쪽 길로 쭉 가면 되는 거 맞을까요? 아하하. 원래 제가 알기로는 맞긴 한데 혹시나 해서!"
그냥 여기 사람이라면 꽤 유명한 장소인 것 같으니 아마 확실하게 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사람 좋은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모든 일은 15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바닷가 구석에서 낚시를 할까 했지만 귀찮음이 앞서버린 탓에, 이노리는 리조트 안에서 얌전히 간식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 중에 하나인 프링글스에 손을 쑥쑥 집어넣어 감자칩을 꺼내던 중이었건만, 이노리의 기민한 청력에 게임센터 얘기가 내리 꽂혔지 뭔가요? 세상에, 그야말로 행운이었습니다. 재밌는 유흥거리가 가득하고, 거기다 귀찮음에게 패배한 사람.. 아니, 신을 위한 것처럼 가까운 곳에 있기까지 하다니. 얼마나 멋진 조건인가요? 먹던 프링글스의 덮개를 끼우지 못한 채 손만 물티슈로 박박 닦고, 조그마한 지갑을 쥔 채로 뛰어 내려갔더랍니다.
물론 처음엔 즐겁게 노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노리는 지금 곤경에 빠졌습니다! 지금껏 마음이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살았기에 불합리함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간혹 세상이 예상치 못하게 이노리를 곤란하게 만든 적이 있었지요. 바로 지금처럼요. 틱택틱택 재밌는 소리가 난다는 에어하키 앞에 도달했지만, 막상 목석처럼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으응, 이노리 친구 없는데."
네. 중대한 문제입니다. 같이 할 친구가 없었던 거죠. 다른 게임을 한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이노리는 하나에 꽂히면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니, 에어하키 앞을 도무지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노리가 누군가요?
"저어기이, 당신- 혼자에요?"
직성을 풀기 위해선 자존심이요 뻔뻔함까지 가진, 신 중에서도 유독 제멋대로라 소문이 났던 존재 아니던가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리고 혼자 있는 사람에게 뽀르르 다가가려 했습니다. 저기, 저기!
재학 중 단 한 번뿐인 수학여행이라지만 미야나기는 휴양지를 만끽할 생각은 없다. 일단 도착하면 객실에 누워 있다가······ 나가서 밥 먹고. 누워 있다가 마사지 받고······ 대충 리조트 시설에 누워 있다 또 마사지 받고······ 방에 가서 룸서비스 시켜서 조금 먹고······ 다시 누워 있다 학교로 돌아올 훌륭한 계획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수학여행이란 3년 만의 특별한 이벤트 따위가 아닌 유일한 휴식 기간, 혹은 자유 시간에 가깝다. 아마 다른 무용부 학생들도 맨 비슷한 생각을 했겠으나 미처 입시에 쩌들지 않은 싱싱한 1학년들의 의견은 달랐다. - 언니, 우리는 놀러 안 가요? 바다 완전 예뻐 보이던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람! 누워 있기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바다는 뭔 바다? 수학여행이 그렇게 좋으면 집구석에서 수학 문제나 풀었으면 한다. 하지만 웬 걸.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미야나기는 자신이 해변에 나와 있음을 깨달았다.
“미오카······ 우리 왜 여기 있어?” “나도 모르겠다······. 빨리 가서 누워야 되는데······.” “아······ 나 잠깐 가서 음료수나 사올래. 여기 있으니까 갈증나서 괴롭다.” “내 건 사오지 마······. 다음 주에 체성분 검사야.“ ”저런······.“
맥 빠지는 대화 후에 그녀는 홀로 해변을 나섰다. 주변은 인파로 북적거려 벌써부터 체력이 쭉쭉 방전되는 기분이었다. 무더위에 종잇장처럼 힘없이 나풀대던 미야나기는, 문득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뒤돌았다. —앗! 넋 놓은 마리오네트는 어디 가고 금세 온 얼굴에 화색이 만발했다. 머리에는 밀짚으로 짠 보터햇을 깊숙히 눌러써 햇볕을 피하고 있었지만 케이가 미야나기를 알아보기까지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녀 외에 누가 짐머만Zimmermann의 맥시 캐미솔 원피스를 입고 수학여행을 갈 엄두를 낼까! 챙 밑으로 짙게 그림자 드리운 얼굴이 곧바로 환하게 펴지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하시모토 선배! 우와, 이런 곳에서 뵐 줄은 진짜 몰랐어요. 잘 지내셨어요?“
소금기 대신 기쁨이 온몸에서 묻어나 잔뜩 들뜬 목소리다. 얼른 모자를 벗어 고개 숙이자 까만 폭포가 이따라 어깨 밑으로 죄 쏟아졌다. 미야나기는 갈증과 괴로움도 잊은 채 생글생글 웃으며 케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선배도 이 근방에서 놀고 계셨나 봐요! 참,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선배도 뭐 사시려고요?“
수학여행, 결국 와버렸다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좀 고민했지만 사실 집구석을 합법적으로 나가있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닐 거란 생각에... 방에 짐을 풀고 설렁설렁 내려온 미카는 버릇대로 발걸음을 옮겨 리조트 이곳저곳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게임센터로 보이는 곳에를 오게 됐는데 잠깐만 둘러보고 다시 나가려던 미카를 누군가가 불러세운다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 붙잡고 같이 게임 하자니 당황스러운 탓에 뭐라 대답할 말을 찾느라 입만 벙긋할 뿐이다
"...할 줄 모르는데."
겨우 내뱉은 말이 그거다 상대가 가리킨 에어하키 테이블은 조금 생소한 물건이었기에 그래도 완전한 거절의 뜻은 아닌지 매몰차게 등을 돌려 떠나거나 그러진 않는다 약간 고민하는 거 같기도
돌연 수리검처럼 재빠르게 날아든 모자가 금발태닝남의 미간에 보기좋게 꽂혔다. 후루토를 데리고 가려던 가장 중앙에 있던 그가 모자를 맞고 모래사장에 맥아리 없이 풀썩 쓰러진다. 그러자 나머지 일행들도 그를 보며 어쩔줄 몰라하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순식간에 그런 소란이 발생했지만 정작 후루토는 아직도 현재를 쫓아오지 못한 건지 저혼자 멍한 얼굴로 머리 옆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것이었다. 한편, 그들을 향해서는 옆에서는 토끼 머리를 한 야차가 다가오고 있었으니. 방금 날아왔던 모자의 주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니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자리에있던 그들은 동시에 직감적으로 그렇게라도 느낀 것인지 쓰러져있던 금발태닝남도 몸을 벌떡 일으켜서는 코피를 철철 흘리는 얼굴을 숨기지도 않고 허우적대며 알아서 사리기 시작했다.
"우효~ 사, 사신언니쨩 설마 같이 온 일행이 있었다는 이야기? 말하지 그랬어! 하하하 이것참 실례가 많았넹?! 그럼 오빠들은 이만 갈게 빠빠잉~!"
한 바탕 변명같은 말들을 급급하게 쏟아낸 후, 그들은 문자 그대로 골뱅이(@)처럼 다리를 말아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하고 떠나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자리에 남게 된 것은 토아와, 후루토와, 그들이 일으킨 모래폭풍뿐밖에는 없게 되었다...
"인번국의 이름을 가진 필멸자여..."
...모래가 어느정도 걷히고 나자, 와중에 후루토는 바닥에 떨어진 비치햇을 주워올려서 모자에 묻은 모래와 피(?)를 손으로 털어내고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스스로, 물건은 소중히 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신답게 감사인사보다는 그런 설교 아닌 설교같은 말을 건네는 것인데. 토아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저런 YOLO족과 시간을 보내게 됐을 자기가 할 소린가, 싶으면서도. 당초 그녀가 주장하길 자기네는 '사신'이라 했으니 별로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것보다도 그녀는 살아있는 동안에 물건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말을 건네는게 더 중요한 일이었을지도. 그렇게 원래 주인에게 모자를 건네는 후루토의 눈은 전에 만났을 때와 같이 여전히 가련하고, 깊은 것이었고. 등교는 제대로 하는 건지 한동안 학교에서 같은 1학년이었던 당신에게도 따로 모습을 보이거나 좀 처럼 마주친 적이 없는 그녀이기는 했지만. 변한 것은 없다. 그런 식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