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하키가 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한때 유흥을 위해 신관과 함께 영화관에 가봤을 적, 상영 시간을 기다리며 인간들이 툭툭 치는 걸 본 적이 있었으니까요. 대충 따라 하면 재밌는 결과가 나올 겁니다! 같이 해줄 사람도 구했으니까요. ..아직 확답은 못 받았지만요.
"안 돼요..?"
눈앞의 친구를 물끄러미 올려보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입니다. 이노리, 뻔뻔해요! 할 줄 모른다는 말에 이노리는 히- 하고 웃었습니다.
"괜찮아요-?"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착한 사람이야, 좋은 사람! 인간은 좋은 존재야! 이노리,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고민하는 모습에 당당히 허리를 쭉 폅니다.
잘, 잘 지냈던가? 미야나기는 봄의 끝자락에 있었던 섬짓한 일을 떠올리며 슬며시 시선을 돌려 회피했다. 평범한 인간이 일생 중 겪기에는 지나치게 쇼킹한 대사건이 있었기에······.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그녀가 가장 호의를 갖고 따를 선배—팬—에게까지 굳이 언급할 일도 아닌 데다 비밀을 지켜야 했으니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에이! 저는 물론 너무 잘 지내서 탈이죠. 아무튼 이렇게 뵈니까 반갑네요. 아하하하하······.“
연극을 하는 것처럼 과장된 톤으로 말했다. 케이는 물 속이라도 들어갔다 나온 건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였다. 비치 타월이라도 내줬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물에 들어갈 예정이 없었으니만큼 마땅히 가진 게 없다.
“바다 구경 온 건 맞는데, 여기 사람도 너무 많고. 계획이랑도 완전 어긋나고. 음료수나 살까 싶어서 나왔어요. 선배랑 찌찌뽕이다.”
말하면서 문득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 건지 점점 시무룩해진다. 아아, 내 이불. 내 방. 내 마사지. 내 계획······. 전부 이글거리는 햇빛에 녹아 사라졌으니 망연자실했다. 그러다 말고 다시 눈에 별을 밝히며 또랑또랑 케이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음! 일단 수학여행지니까.. 리오가 폐쇄공포증이니까 아마 동굴은 가지 않을 것 같고...라기보다 사실 이미 요이카와 동굴로 가는 일상을 할 것 같아서 치아키가 특별한 일이 있는게 아니면 동굴은 가지 않을 듯 하니.. 리오와 딱히 접점이 없기도 하고... 선관이나 없으니.. 그전에 일상을 돌린 것도 아니니.. 리오가 있을 법한 장소에 치아키가 지나가다가 말을 거는 것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싶어요. 수학여행을 즐기기는 하지만 아마 자기 학교 학생들 관리하는 일도 분명히 할테니까요!
빠르게 날아간 모자는 그녀를 잡아 이끌던 남자의 미간에 정확히 꽂혔고 그 충격인지 아니면 저도 모르게 몸이 쏠린 건지 그대로 풀썩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귀면은 여전했으니,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 남성진들이 마치 파란 고슴도치처럼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망쳐 아직 맹한 표정으로 물음표를 그리는 이 한명만 우두커니 서있을 때가 되어서야 헛기침을 하며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다.
"흠흠... 좀 과격했던 것 같군요."
부리나케 도망간 이들이 자욱하게 남겼던 모래먼지가 가라앉자 바닥에 떨어진 비치햇을 줍고선 손으로 털어내며 약간의 설교를 얹은 그녀의 말에 머쓱한듯 잠깐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바라보았다.
"그 부분은 조심하도록 해야겠네요~ 아무리 '맞추기 좋은 표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말마따나 끝에 흡착판이 달린 장난감 화살이 있다면 활 없이 던져도 맞췄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모자를 돌려받고서 다시 머리 위에 얹었을까, 묘하게 축축하고 비릿한 것이 묻은 부분이 있던것 같지만 티가 날 정도도 아니었으니 '나중에 제대로 세척해야지.'라는 생각만 한 채로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혹시라도 아는 분들이셨다면 결례를 범한 것이겠지만... 말 하는걸 보아하니 아마 초면이었던 것 같군요. 하이디네씨도 저런 분들이 주변에 다가올 때는 적당하게 거절해서 돌려보내는 법을 배우셔야 한답니다? 최근엔 저런식으로 무리를 이르는 헌팅꾼들이 많은 모양이니까요. 특히나 이런 시기에는 더 그렇죠."
일단은 본인도 나름의 관광지가 있는 마을에서 온지라 저렇게 불량한 차림과 인상을 하고 돌아다니는 이들을 자주 접했었다. 극소수는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어울리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태반은 흑심을 품고 다가오는 법이었으니까,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을런지도, 하지만 이전과 다를 바는 없는 인상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깊은 눈동자, 그 시선만큼이나 고요한 모습, 어쩌면 익숙한 인상 그대로이기에 조금은 다행일까.
"그건 그렇고... 바다구경이라도 하고 계셨던 건가요? 아니면 기다리는 분이라도?"
라고 말하긴 했지만 머리속에선 설마 인파에서 길을 잃어 헤메고 있던건 아닐까 하는 예의 그 생각이 들었다. 일단 수영복차림인걸 보아선 확실히 바닷가에서 놀려고 한 것 같지만...
언제부턴가 다이스를 굴리면 제가 계속 걸리는 것 같은데. (갸웃) 리오가 수학여행에 와서 있을 법한 장소와 뭘 하고 있을지 정도만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그러면 치아키가 말을 걸어볼수도 있을테니까요! 물론 같은 학교 아이인줄은 모르겠지만 어쨌건 말은 걸 수도 있는 거니까!
“음, 이게 아무래도 제가 세운 계획은 아니라. 말이 구경이지 다들 바다에 들어가는 게 목적일걸요.”
정말 힘도 넘쳐난다. 호캉스 하는 데 몽땅 써버려도 아까운 시간을 맘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물놀이 따위에 허비하다니! 고작 1년 학교 더 다녔을 뿐인데 신선도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버린 거다. 이거 빨리 졸업하고 입단을 해야지 원······.
“그거 완전 동의합니다. 젖은 채로 모래사장? 정말 생각만 해도, 으으······.”
뭐, 사실 그녀도 물놀이나 바캉스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유일한 휴식 시간을 또 체력까지 소모해가며 힘들게 보내는 게 문제지! 어차피 바다에 안 들어가도 씻기는 해야겠지만, 공용 샤워장에서 소금기나 털어내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사양이다. 질린 얼굴로 절레절레 고개 젓던 그녀는, 케이가 선뜻 던진 제안에 화색을 띄우며 흔쾌히 답했다.
“어? 좋죠! 안 그래도 바로 이 근처에 이런저런 노점상들이 좀 있던데요. 가격은 엄청 바가지 씌웠겠지만.“
리조트에서 나온 치아키는 쭈욱 두 팔을 뻗었다. 수학여행도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제대로 즐기기 위함이었다. 물론 딱히 계획을 잡은 것은 없었다. 사실 학생회인 이상 계속해서 놀수는 없기도 했고. 그렇다면 바다로 산책이나 잠시 가볼까. 아니야. 이왕 이렇게 된거 발이나 담그면서 놀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다시 올라간 후에 수건만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이 정도면 혹시나 몸이 젖더라도 수건으로 몸을 닦을 수 있으니 딱히 위험할 것이 없었다. 돗자리야 가서 하나 구입하면 될테고.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섰다.
막 건물 밖으로 다시 나온 후 앞으로 가려는 찰나 한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은회색빛 머리카락이 꽤나 인상적인 이였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우리 학교 학생이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뭔가 두리번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거기. 그쪽의 여학생 양은 뭘 찾길래 그렇게 두리번거릴까? 길 찾는 중이야?"
그렇게 태연하고 가볍게 말을 걸면서 치아키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그녀의 근처에 섰다. 그리고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쥐고 있는 수건을 제 목에 감아서 건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그럴 땐 학생회 쪽에서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여기에 사전조사도 나왔고 말이야. 하핫. 아니라면 쏘리! 하지만 뭔가 두리번거리는 것 같아서."
아니라면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꽤나 가벼운 어투였다. 이어 치아키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며 일단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사에는 물놀이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젖은 채로 모래사장을 뒹구는 건 역시 모래가 잔뜩 묻어서 싫지.
“확실히 요즘에는 수영장이나 워터파크 같이 깔끔한 물놀이 시설이 많아서 그런가, 해수욕장보다는 그런 곳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 일행의 템포에 맞추다보면 워터파크도 갈 것 같긴 한데.......”
케이가 막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은 아닌데 친구들은 꽤나 하이텐션인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케이의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인세의 여러가지를 경험해볼 수 있으니 좋은 것이기도 했고. 하긴 신계에는 워터파크 같은 거 없으니까. 응.
“뭐, 원래 휴양지가 그러니까요.”
가격 바가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이런 곳에서는 비싸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이전에 대화 내용이 생각났다는 듯 함께 걸음을 옮기며 케이가 물었다.
“전에 말했던 검은 여우, 주변에 물어봤었어요?”
만약 사에가 주변에 검은 여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면 뒷정원에서 검은 여우가 나타난다더라, 아니다 그건 그냥 검은 고양이를 착각한 것이다, 목격자가 많다더라, 사진 찍힌 건 하나도 없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좀 더 깊게 조사했다면 검은 여우가 소원을 들어주는 여우신의 심부름꾼이라는 소문이나 후정 으슥한 곳에 있는 장난같은 돌탑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소문은 이전부터 케이가 은근슬쩍 흘린 것들이었지만.
수학여행에 와서 일정대로 조금 움직이고 난 뒤에 한 것은 숙소에 멍하니 앉아있거나, 일기를 쓰거나, 노래를 듣거나, 자는 것이었다. 고맙게도 큰 맘 먹고 먼저 다가와서 같이 놀자고 제안해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워낙에 사납게 생긴데다가 사람 대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리오는 본의 아니게 자기는 피곤해서 쉬겠다고 말하고 말았다. 속으로는 같이 나가서 놀자! 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쉬이 입 밖으로 나오지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자기같은거랑 같이 가봐야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속으로 위안삼고는 잠들었다가 이제 막 선잠에서 깨어난 참이었다. 멍하니 앉아서 아무도 없는 숙소에 앉아있던 리오는 주섬주섬 가방을 풀고 이 날을 위해 준비한 수영복을 꺼내보았다.
" 입어나 볼까.. "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 털어서 산 것이니 입어는 봐야겠다 싶었는지 리오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서는 이리저리 혼자 포즈를 잡아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조금 밖에 나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에는 사에도, 미야도 없다. 혼자서 해야한다.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어린아이마냥 리오는 큰 맘을 먹고 입은 수영복 위에 폼이 큰 스웻셔츠와 돌핀팬츠를 챙겨입었다. 조금 더울지도 모르지만 바다니까 괜찮겠지. 겉으로 봐선 수영복을 입은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 ... 출정이다! "
작게 말하고 밖으로 나와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바다는 어디에 있는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설명할 때 제대로 들을걸 그랬지. 이동할때 자지 말 걸 그랬지. 친구들이 나갈 때 혹시 바다는 어디 쪽에 있냐고 물어볼 걸 그랬지. 리오는 타박타박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반짝반짝을 찾고싶은데, 그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길을 찾는 중이냐는 물음에 리오는 언제나처럼 피어싱과 검은 마스크 그리고 조금 째려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의외의 것이었다.
" .....반짝반짝을 찾고있어. "
아, 이게 아닌데. 리오는 속으로만 생각하던 것을 말해버렸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워졌는지 손을 파닥파닥 젓고는 그런게 아니라-! 하고 조금 과하게 정정했다.
좀 더 가깝게 다가오니 피어싱과 검은 마스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뭐지? 감기인가? 피어싱은 그렇다고 쳐도 마스크라니. 여름 감기에 걸렸나? 몸 아픈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자신을 째려보는 눈빛에 순간 치아키는 움찔했다. 말을 건 것이 실수였나? 순간 그렇게 생각하지만 자신이 말을 건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치아키는 이내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반짝반짝이라는 말이 들려오자 치아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반짝..반짝?"
반짝 반짝 작은 별? 트윙클 스타?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다가 손을 파닥파닷 저으면서 바다를 찾고 있다는 말에 그는 아. 소리를 내면서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확실히 바다는 반짝반짝하는 법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고개를 크게 다시 위아래로 끄덕였다.
"오. 알고 있나보네. 맞아. 학생회장이야. 가미즈나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이 바로 나!"
두 엄지를 세워서 자신을 콕 가리킨 후에 일부러 키득키득 웃는 모습이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상당히 가벼웠다. 이어서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두 어깨를 으쓱하면서 저 앞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바다로 가려면 저쪽으로 쭉 가다가 보이는 세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쭉 가다보면 내려가는 길목이 있는데 그 길목을 쭉 내려가면 있어. 아마 내가 알기로는 지금이라면 여름의 집도 있을걸? 참고로 나도 바다에 발이나 담글까 싶어서 가려고 생각 중인데 어때? 안내해줄까? 그건 그렇고 반짝반짝이라. 꽤나 예쁜 표현이네. 하핫. 멋진 표현이야. 정말로."
살짝 감탄했다는 듯이 그는 오른손 엄지를 위로 올렸다. 이어 그는 어쩔꺼냐는 듯이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