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나 밤이나 빛이 못 닿는 곳은 똑같이 차가우니까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저 깊고 깊은 심해라던가. 라는 말을 덧붙이며 쉐이커와 믹서기에 갈려지는 것들을 보는군요. 시킨 것 둘 다 한 용량하는 것들인 만큼 느긋하게 마셔도 좋은 것들입니다.
"그러게. 뭐라고 부르도록 하는 게 좋으려나." "카미는 좀 그런데.. 그나마 미코토가 낫나?" 히메는 솔직히 애매해서 카미나 미코토중에 알아서 부르라는 듯 고개를 까닥입니다.
"물어보니 가능하다니 다행이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무알콜 모히토의 얼음과 그에 붙은 민트 잎을 입에 넣어 녹이듯 우물거립니다. 청량감이 흐리게 숨에 묻어나오는군요. 불을 붙이는 칵테일은 다른 손님이 시키게 두고 가볍게 바에서 만난 인연은 바에서만 놔두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려나.
"다 마실 때까지는 어울리는 걸로?" *그리고 학교에서 만나면 미묘한 감상이 들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아서." 혼란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평범하게 누워있습니다. 이런 것만 보면 평범한 인간 같다가도 한순간 이상해지면 정말 이상해지는 존재인 사야카.
"종교학적 설명을 하자면 하루종일 할 수 있지만 그건 귀찮고" 물론 그게 미카가 원하는 답이 아닐 확률도 높았지만.
"어떤 존재냐 라는 것에 중점을 두자면. 가벼운 비유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건" "수명의 제약이 적은 편에 속하며 인간형태를 취하는 게 가능한 자영업자...에 가깝다고 생각함. 높으신 분들은 좀 큰 기업 느낌이려나." 신사가 클수록 자금의 융통에 조금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는 아무래도 그렇다고 생각함. 이라고 말하는군요.
“하긴 빛이 닿지 않는 곳은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죠. 그런 면에 있어서는 좋은 면이 있지만 가끔은 심해에서 나와 반짝이는 물결을 보면 이전의 심해가 조금 지겨웠을지도,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신계는 마치 심해와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일정한 일들이 반복되고 돌고 또 도는. 하지만 인세에 내려오니 이처럼 화려하고 반짝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것들이 잔뜩이다. 그 옛날 내려왔을 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는 생각이다.
“카미보다는 미코토가 좀더 평범하고 이름 같은 느낌이네요.”
작게 웃음을 지어 말했다. 잠깐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하룻밤 말상대 같은 느낌이었다.
“좋죠. 음. 초면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음.... 최근에 겪은 가장 인상깊은 일이라던가, 원래 있었던 곳에 비해 이곳에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아니면 이곳에서 신기했던 점이라던가.”
그리곤 또 잠시간을 말없이 걸었다. 저 앞에 바다가 보이고 바다냄새가 점점 더 진하게 코 끝에 걸리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기넘치는 목소리가 귀에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그 냄새가 진해지고 소리가 커지는 만큼 조금씩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 열기가 자신마저 덥게 만드는가 싶어 리오는 쓰고 있던 마스크도 슥 내려 턱에 걸쳤다.
피어싱이 마음에 안든다거나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마스크가 답답해보인다거나 그도 아니라면 뭘까. 표정관리를 못 했다거나 아니면 옷차림이 이상하다던가 옷 안에 입은 수영복이 비쳐보여서 이상했다던가 하는 것일까. 당황한 티를 잔뜩 내보이고 말았다. 리오가 생각하기에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일 중 하나는 상대가 누구이던 간에 미움을 받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건덕지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 노력이 걸어가는 방향이 잘못된 길이었지만.
" 아. 다른 이야기구나. 후.. 다행이야. 치아키 오빠가 어떤 사람이던간에 말야, 나는 상관 없-어. 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 3학년이니까 내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음- 듣고싶다면 나중에라도 이야기해줄게. "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다. 듣고싶어-! 하고 이야기한다면 말하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고 말해줄 수도 있다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존증이 있어서 상대방을 힘들게 한다던가,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주제에 사람이 다가오면 밀어내는 이상한 성격에 기꺼이 제 몸에 상처를 입혀 상대방을 가해자로 만들어버리고 집착이 심한 멘헤라가 눈 앞에 있는 사람이야- 하고 말한다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테니까.
" 응. 그럼 라인 받아둘까- 꼭 답장 해줘야해. 나, 귀찮게 안하려고 노력할테니까 꼭 답장해줘야해. 꼭이야. 늦더라도 꼭- 꼭 해주기야. 그렇다고 너무 오래 걸리면 안돼고. 그러면 나 슬퍼져서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
그냥 슬퍼진다고만 말할 수 있었을텐데. 리오는 핸드폰을 꺼내 라인의 등록을 마치곤 '이제 조금 더 친구야' 하고 말하며 살짝이나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몇 걸음을 더 걷다보면 드디어 반짝반짝- 에 도착이다. 바다다. 발 밑에 모래가 밟혔다. 리오는 막상 여기까지 와서 온갖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있는 것, 즉 인싸력이 충만한 것을 보자 속이 울렁거리려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음. 바다네' 하고 덤덤한 척 한 마디를 하고 끝냈다.
"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아. "
여기까지 나왔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알고있잖아. 리오는 입술을 꾹 닫았다. 여기까지 나온 것은 바다를 보고싶다는 생각과 함께 저 생기넘치는 곳에 배경으로 섞여들어도 좋으니 친한 친구들 없이 혼자 섞여들어가보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 해야한다. 홀로서기를 해보겠다고 했으니까. 하레하네, 사에, 치리쨩. 지켜봐줘.
" 나..나도.. 바,다에, 들어갈,래..! "
신발을 벗었다. 양말을 벗어서 가지런히 신발 안에 정리했다. 침을 꿀꺽 삼킨 리오는 다시금 '할 수 있어' 하고 중얼거리면서 탈의를 시작했다. 안에 입고온 수영복이 처음으로 햇빛을 받았다. 검은색 마스크 뒤로 숨겨진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다. 리오는 '바,다다. 와,아.' 하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바다로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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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레느낌으로 받아도 되고, 더 이어도 되고! 일부러 조금 여운있게 남겨두고 싶었어~~~ 엄청 느렸는데 돌려줘서 고마워 캡푸틴... 치아키 상냥해서 좋았다구~~~~
또 다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말. 방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그렇고 조금 더 무게가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고 치아키는 생각을 바꿨다. 물론 그렇다고 딱히 멀리하고 싶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조금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보통 이런 것은 굉장히 무게감이 있는 내용일테니 지금은 패스하기로 그는 마음 먹었다. 놀러온 곳에서 즐거운 기억이나 추억을 쌓아도 모자랄 판국에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를 굳이 지금 해서 뭘하겠는가. 그리고 그런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를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들어서 좋을 일은 없었다. 언젠가 자연히 알게 되거나 묻게 되거나 말해주거나 그런 날이 오겠지. 그렇기에 그는 그 내용은 살며시 다음으로 미뤄두기로 하며 태연하게 자신의 라인 아이디를 알려줬다. 연락하고 싶을 때 연락하라고 이야기를 하며.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그 말을 들으며 치아키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이내 살며시 고개를 돌려 리오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으면서 한 마디를 굳이 남겼다.
"그렇게 각오를 하는 이가 세상엔 생각보다 상당히 적어. 그러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는 것 자체에서 이미 발전하는거야."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으면서, 그 말의 의미를 굳이 캐묻진 않으면서, 오로지 순수하게 그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물 속에 제 발을 담궜다. 시원한 에메랄드 빛 파도가 제 발을 물들였고 발목에 허벅지까지 철썩였다. 엄청 시원하네. 이대로 저 파도 속에 몸을 담그고 싶었으나 갈아입을 옷이 없었다. 아. 수영복 가지고 올걸 그랬나. 오늘은 가볍게 산책이나 발목만 담그고 다음에 제대로 수영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아쉽네.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목에 감은 수건으로 다시 한 번 땀을 닦았다. 그러다 바다에 들어가겠다고 이야기하는 리오의 말에 치아키는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돌렸다. 수영복을 압에 입고 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입을 열었다.
"본격적이네? 좋아. 그러면 기왕 수영복 차림이니까 조금은 그에 걸맞게 어울려볼까나."
이어 치아키는 두 손으로 물을 뜬 후에 리오에게 아주 가볍게 뿌리려고 했다. 피하려고 하면 피할 수 있을테고 맞으려면 맞을 수 있는 그런 느낌으로. 싫어한다면 사과를 했을테고 반격으로 물을 뿌린다면 피하려고 하다가 아마 풍덩하는 느낌으로 바다 속에서 무릎을 꿇어서 바지의 아랫 부분이 확실하게 젖었을 것이다. 어느 쪽이건 아마 잠시 동안은, 그리고 조금은 더 길게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을까.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인연을 기억하려고 하면서.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를 줄게요! 이후의 치아키는 이랬다..라는 느낌으로! 이후에 만약 반격을 해서 치아키가 물에 빠졌다고 한다면.. 이왕 이렇게 된 거! 라고 하면서 돗자리를 빌려서 깔아놓은 후에 그 위에 핸드폰과 지갑을 따로 빼놓고 아마 수영을 즐기지 않았을까하고... 이후는 돌아가는 치아키가 알아서 했겠지! (어?)
적어도 제가 생각한 것처럼 운명론이 강세인 건 아닌 모양이다 미카는 적당히 대꾸하고선 다시 입을 다문다 신이 존재하는 이유라던가 무엇을 관장하는 게 있는지 굳이 신씩이나 되어서 학생 행세를 하는 이유도 물어보고 싶은 건 많지만 꾹꾹 눌러담는다 아직도 혼란스러운 마음이 더 큰 탓이다
"...앞으론 키리나즈메 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네."
혼잣말처럼 허공에 흩어지는 중얼거림 제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신이란 건 너무 생소하고 심지어는 두렵기까지 해서 아직도 쉬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설마 꿈인가? 아무튼 상대가 무언가 다른 존재란 걸 알아버렸으니 예전같은 시선으로 보기가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내뱉은 말이다 목이 타는지 미카는 남은 캔음료를 목구멍에 털어넣는다
"그래도, 말해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충격적인 사실과는 별개로 이를 말해주었다는 것 하나만큼은 기뻤다 큰 비밀을 거리낌없이 말해주었으니 신뢰하고 있다고 보아도 괜찮으려나
>>482 앗, 나 혼자서 혹시라도 누구하고만 돌린다는 말 나올까봐, 최고 두번의 간격은 두자! 하고 있던 것뿐이라서....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거야~! 킵하는 건 나도 내일 출근하니까 오히려 괜찮아. 🤗 방금 일어나긴 했지만 그런 시간이 돼 버리면 자야겠지......... 😴
공부와 대입 이야기에 그녀는 한 마디 덧붙여 대꾸했다. “아하, 한창 바쁠 때죠.” 무용수에게는 대학 입시란 실패나 마찬가지기에—물론 학사 수료 후 입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정석적인 엘리트 코스는 아니다— 입시와는 거리가 먼 인생임에도 고통에 통감했다. 필수 과목만 공부해도 힘든데, 저들은 무려 여덟 가지 이상을 소화해야 하지 않은가······. 수험생을 데리고 수학여행 오는 이 학교 또한 참 일반적인 편은 아닌 듯했다.
”으음······ 선배는 꿈이라든가, 가고 싶은 학교라든가. 있어요?”
대학에 신경쓰는 편이라면 역시 가미즈나를 떠날 계획일까. 그렇다면 아마 얼굴 볼 수 있는 건 올해가 마지막일 테다. 그 이후에는 자신도 이곳에 남아있지 않을 계획이고. 짧은 인연이지만 친애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다. 잠깐 상념에 잠겨 있던 미야나기는 뒤따르는 말에 한숨 쉬며 열심히 고갯짓했다.
“맞아요. 더운 거 진짜 싫어요······. 물론 몸 쓰는 사람한테는 부상 때문에 겨울이 극악인데, 개인적으로는 여름이 더 별로예요. 머리카락도 자꾸 달라붙고.”
그러면서 그녀는 조금 고민했다. ······겨울이 더 싫나? 추운 날씨에 몸 풀고 웜업하는 건 장마 기간에 땀 흘리는 것 못지않게 아주 불쾌한 경험이다. 발등 포인할 때 쥐 나면 진짜 죽고 싶은데! 쓰잘데없는 생각은 그리 길어지지는 못해 금세 끊겼다. 카운터에서 이내 그들의 주문을 큰 소리로 호명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아.” 하며 인사한 미야나기가 얼른 준비된 음료들을 챙겨 케이의 앞에 섰다.
“자, 여기! 체리콕 진짜 잘 마실게요. 그치만 다음 번에는 꼭 제가 사게 해주세요.”
앗싸, 곰돌이 모양 빨대. 이왕이면 갈색이었으면 했지만, 체리색을 착실히 고려했는지 분홍색 곰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