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림은 몸을 숨기고 그 어떤 의도도 없음을 보여주기엔 참 좋은 곳이었지만 사실 따분하기 그지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얌전히 있겠다는 뜻으로 음림에 거처를 만들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슬슬 나와도 괜찮을거라 생각이 든다. 애초에 거기서 살라고 그들이 정해준 것도 아니니 나오는 것은 내 맘이다. 그나저나 음림에서 나오면 머물 곳이 필요한데, 이 저택이 나름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리다고 무시할 생각은 없네. "
나만 하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텐구들보다 강하다고 생각이 드니 말이다. 물론 나보다 어린 텐구가 나보다 강한 경우도 존재하니 환상향에서 나이란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철저한 약육강식은 아닐지언정 그 법칙을 어쨌든 따르게 되는 것이 환상향이니 방심은 금물이다. 허나 이 소녀도 나도 일단 서로에게 적의는 없으니 다행이랄까.
" 간수라, 환상향을 감옥이라 생각하는가? "
간수라는 표현에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감옥이라고 해도 부족하진 않다. 들어올땐 쉽지만 나가지는 못하는 땅. 괴이를 불러들여 바깥 세계와 격리하는 것은 마치 감옥과 같은 역할이니까. 흐릿해지는 존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밖에서 날고 기었던 요괴들은 필시 환상향이 답답하리라. 나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가 다시 찻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언의 긍정이기도 했다.
" 요정들은 변덕이 심해서 말이지. 원하는대로 움직여줄리 없다네. "
가끔 마주치곤 하는데 말이지. 단순하기 그지 없는데다 장난도 심한지라 한번 잘못 걸리면 된통 당하고 말지. 한없이 약한 존재인데 죽지를 않으니 결국 내가 먼저 지쳐버린다는 것이야. 그래서 요정들이 보지 않을때를 틈타서 잽싸게 도망치지 않으면 그렇게 한동안 당하고 있어야하지. 나는 요정이라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차라리 그런건 텐구들이 더 나을꺼다.
" 다수를 데려오긴 무리겠지만 한 두명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
거기도 잘 사는 사람만 잘 산다고 들었으니 말이지. 가난한 사람들은 입 하나로 줄이려고 자식들을 보내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들도 차라리 여기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테고. 허나 이것은 내 의견일뿐 실행은 집주인인 이 소녀가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쯤에서 생각을 마무리하고 말했다.
" 차는 잘 마셨네. 이런 곳에 저택이 있는건 지나가면서 몇번 봤는데 집주인과 함께 차를 마실줄은 몰랐군. "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그 말에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아리스는 그녀의 의도대로 눈 앞의 백랑과 조금 더 나아간 관계로 될 수 있음을 생각했습니다. 결국 어떠한 형태로 맺어지고 바뀌어 갈 것인지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해답을 건네주겠죠. 어쩌면 아리스의 생각 보다 더 가까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겠네요,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을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아리스는 아키히요가 말에 마치 그가 그리 행동할 것이 당연했을 거라는 듯이 하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첫 조우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글쎄요... 수족관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나으려나요? 후후... 감옥에 든 이들은 감옥 밖에서도, 아니 감옥 밖에서 살았기에 그러하나. 환상이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물 밖에서는 죽어 갈 수밖에 없어요. 좋든 싫든, 살아가고자 한다면 들어갈 수 밖에."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그 물음에 덧붙여 설명하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미 여러 번 비유를 들었겠지만 아리스 나름대로 이곳을 가장 잘 나타내자면 그게 가장 그럴 듯하다고 스스로 그렇게 평가할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재미있을 거에요. 서로에게 싫증이 나, 비로서 아무것도 없다고 했을 때 다르게 행해도 늦지는 않겠죠"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말에 탁자 위에 팔을 걸쳐 턱을 괴는 듯한 시늉을 하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변덕이 심한 것은 아리스 역시도 마찬 가지 이였습니다. 그녀는 그럴 기분이, 의향, 동기... 어느 쪽 이든 충분하다면 어느 것이든 할 수 있었죠
"그렇겠지요? 그 한 두 명 만으로 충분할 정도에요. 품을 원하는 십인 보다, 이를 좋아하는 일 인이 더 좋은 법이죠. 이런 곳에서는..."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말에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렇게 덧붙여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리스가 가진 것들은 저기 인간 마을에 있는 누군가들처럼 풍족하여 그 쓰임이 마르지 않도록 하지는 못합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죠. 아리스가 굳이 '사용인'이라는 개념으로서 사람을 들인다 한들 그것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라기 보단 인물 자체에 요점을 두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말하자면, 그건 미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미끼일 수록 더 좋은 것을 낚는데 더 좋을 겁니다. 그저 생활 비용을 벌어보겠다고 행하는 이가 아닌 어떠한 확고한 의향을 지니고 이곳에 당도할 인물이라면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불만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목적이 금품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죠
"좋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래서,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나요. 알 수 없기에 알 수 있도록, 삶의 손아귀에 잡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잡아내 다스리기 위해서. 그것도 이렇게 이어지기 위한 인연이였을 테죠."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말에 그렇게 비유를 들면서 살며시 두 눈을 감았다가 조금 후에 다시 뜨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리스는 아키히요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이제는 헤어질 순간이 왔음을 예상하고는 배웅하기 위해서 아리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 지레짐작이지만 식주와의 일상에서 개인적인 문제가 생기신 것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물론 섣부른 짐작일 수 있습니다) ]
혹시 전판에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린 바를 기억하실까여 다들??? 넵 맞습니다..... 그 입장표명이라는 게 공지라는 게 드디어마참내 떴습니다. 물론 식주와 그리메주의 생각을 제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고 함부로 추측하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의 일상을 보면서, 그리메주의 무소식을 확인한 후 다시 검토해보면서 스스로 든 생각이 있고, 앞으로 스레가 탈 없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판단이 섰기에 이번 일을 원인이라기보다는 계기로 삼아 제 생각을 요래조래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잘못하거나 원망 받아 마땅한 분은 아무도 없다는 거예여!!!! 저는 이 일을 참치마다의 가치관 차이로 여기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심각한 일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고, 누구도 객관적으로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경시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여 이렇게 입장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스레를 운영하는 입장에 선 캡틴의 '한 개의 의견이자 부탁' 정도로 이해해주시고, 만일 다르게 생각하신다면 기탄없이 입장을 제시해주신다면 감사하겟어여 :3
식주와 그리메주의 일상을 읽으며 제가 느낀 건 '식이가 무안할 정도로 그리메의 부탁 또는 제안을 거절한다'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안할 정도로"이며,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 '편하게 이어달라' 등 양해의 말이나 오너로서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한 말씀이 서로 오갔으나 가치관에 따라 식주가 그리메주에 대해 취한 말씀은 오너 간 신뢰를 쌓기에는 부족한 정도의 조치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식주는 간접적으로라면 몰라도 직접적으로는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는 요지의 표현을 취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situplay>1596712086>439) (당연히 식주가 고의로 그리메라는 캐릭터를 깎아내리기 위해 또는 그리메주를 불쾌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신 것은 아닐 텝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입니다.)
간접적이니 직접적이니 쪼잔하게 무슨 FM마냥 구냐, 하여도 사실 네 맞습니다 주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 스레 캡틴 10선비 기질 강하다는 것 같음????? 하지만 저는 이곳은 비언어적인 표현이라곤 존재하지 않고 억양조차 없이 거의 텍스트만으로 소통하게끔 되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임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현실에서는 언뜻 모진 말을 하더라도 쌓아놓은 친분, 억양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장난기 등으로 상대방의 실제 의도를 짐작하여 쉽사리 받아넘길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상을 돌리며 언뜻 내 캐릭터가 무안을 당하는 것 같더라도 상대 레스주와 아주 오랜 기간 쌓은 신뢰와 친분이 있지 않은 이상 상대방이 모르고 이러는 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악의 품어 이러는 것인가 골머리를 앓을 수 있고, 이를 선뜻 지적하기에는 상대 레스주와의 충돌 등을 우려하여 유야무야 넘어가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로 남을 소지 또한 있는 것이죠.
저희 스레는 12월 말에 열어 벌써 3월을 맞이했지만 캡틴의 근무태만 캡틴의 직무유기 등 이런저런 원인에 의해 낮은 진행률에 낮은 일상 숫자를 보이니 이는 스레 전체 진행도로 보았을 때 극히 낮은 숫자인 줄 사료됩니다. 즉 아직까지는 서로 아주 짓궂은 장난을 치더라도 웃어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친분은 쌓지 못한 것에 가까운 것이죠. 그러므로 캡틴이 고개 숙여 부탁하건대 적어도 현단계-충분히 서로가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익숙해지고 친해지지 못한 상태에 있어서는 플레이어 간의 일상 시에 상대방이 불편하거나 불쾌할 수도 있는 캐릭터의 언행 등은 그때그때 짧은 말로나마 양해를 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할 때 지나치게 소통이 되지 않는 이상 PC들이 가진 고유의 개성은 몹시 존중하며 오히려 저는 반색하여 환영하고 있습니다. PC끼리 싸울 수도 있고 혐관이라고 불릴 만한 깊은 관계성이 생길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때 캐릭터를 대신하여 오너끼리는 서로 '명확히 드러나는 언어로' 양해를 구하며 분명한 신뢰관계를 구축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랍니다. 이 정도로 길게 쓸 게 아니었는데........ 길어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여...........😇😇😇😇 상기해놓았지만 캡틴과 다른 생각은 부담없이 꺼내주세여!!!!!! 제 말이 무적권 정론이라니 천벌 받을 오만임!!!!!!!! 기탄없이 꺼내주시면 별건 없고 제 사랑 드림.........
인상이 무뎌진건가 싶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꽤 오랫동안 접촉도 꺼리고 충돌도 최대한 피하며 살아왔으니 당연하게도 무뎌졌겠지. 이래서야 길을 가면서 시비라도 걸리는게 아닐런지. 물론 하쿠로텐구에게 함부로 시비를 거는 이들도 없지만 말이다. 내가 배척된 텐구라고 한들 처음 보는 것들이 그것을 알리가 만무하니.
" 요괴는 그러하겠지. "
물론 지금도 환상향 밖에서 살아가는 요괴들이 존재하지만 그 수는 극히 미미하며 위상도 예전에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져있는 상태이다. 요괴란 본디 인간들의 의식에 노출되어 그 감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거늘 바깥에선 그것이 예전만큼 힘들어진 상태니 요괴들은 좋던 싫던 시간이 지나면 결국 환상들이를 하게 될테다.
" 한 두명으론 저택이 너무 넓은 것 같네만. "
그래도 집주인이 그러하다는데 구태여 얘기를 더 얹지는 않는다. 내가 고용할 것도 아닌데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을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들리는 아리스의 말에 나는 조금 눈쌀을 찌푸렸다. 또 어려운 얘기. 허나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이다. 내가 말한다고 들을 소녀가 아니었기에.
" 내 오두막은 누구를 초대하기엔 부끄러운 곳이니 다음엔 내가 다른 곳에서 대접하지. "
애초에 둘이 들어갈 공간도 없을 것이다. 손님을 모신다는 생각 자체를 안한 곳이니까. 나는 천천히 문쪽으로 걸어갔다가, 문 앞에서 몸을 돌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선 저택을 떠났다. 아, 오늘 나온 목적이 따로 있었는데 여기서 시간을 너무 들인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