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그들 주변의 공기가 뒤바뀌었다. 부드럽고 사근한 봄바람이 슬쩍 뺨을 건든 뒤 떠나가고,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바람이 놀리듯 스쳐지나간 뒤, 메마르고 청명한 가을바람이 낙엽처럼 살랑이다, 뺨에 날붙이를 갖다대듯 서늘한 겨울바람이 돌아왔다. 그 일련의 순환 사이에서 카라카사는 우산을 펼친 채 어깨에 기댄 채였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면 좋겠네."
커다란 우산이 만들어 낸 그늘 아래서, 하얀 날씨(텐키)의 연한 미소가 유독 눈에 띄었다.
"오랜 사색과 고민 끝에 생겨난 마음 아니니."
모든 생명은 살아있기에 필연적으로 무언가 기다리게 되지만. 결국 그건 그 끝에 있는 것을위한 과정에 불가하다 생각한다. 저 푸른 눈의 청년은 분명 그 과정에 마음이 닿는 무언가가 있었겠지.
허나 생명은 살아있기에, 혹은 죽었더라도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니 계절이 순환하듯, 그 끝에 다시 새로운 기다림이 자리하게 될 테지. 그러니 지금 그가 바라고 있는 기다림의 끝이 부디 긍정적인 것이었길 날씨는 바랐다.
"네, 불만스럽기에, 불만족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그것은 사실일 거에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은 이어지고 있지요. 하고자 한다면, 무를 수 있어요"
아리스는 또 한 번 살며시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보아하니,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 쪽이 끊어 내기로 결정하여 그렇게 행동하기 전까지는 이 상황은 이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리스는 주변을 슬쩍 둘러 보았을 때 때 마침 나름대로 않기에 괜찮을 법한 평평한 모양의 적당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가 있었으므로 거기에 않기로 했습니다
"좋아요, 이제는 마지막 물음의 기회로군요? "
아리스는 마치 떠보듯 한 태도와 조금 장난스러운 억양으로 굳이 의문형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나가 말하기를, 질문을 갖는 횟수는 세 번 뿐이라고 명시했으니 되물어 볼 필요 없이 틀린 말도 아닙니다. 혹여나 마음을 바꾸어 횟수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저희가 꼭 나쁜 사이 이여야만 할까요? 아니면 무시되는 것도,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좀 더 긍정적인 사이가 되는 시도는 어떨까요? 그래요···, 이를테면 친구라던가? 비록 악우(惡友)라도 해도, 친구인 셈이죠. 후훗. "
아리스는 그렇게 마지막이 될 것처럼 보이는 질문의 기회에 대하여 그렇게 마치 달래듯이 부드러운 태도로서 끝에 작게 웃어보이고는 말함으로서 사용하였습다. 질문에 대해서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거부하던 아니던 그건 여나의 선택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요
음림은 몸을 숨기고 그 어떤 의도도 없음을 보여주기엔 참 좋은 곳이었지만 사실 따분하기 그지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얌전히 있겠다는 뜻으로 음림에 거처를 만들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슬슬 나와도 괜찮을거라 생각이 든다. 애초에 거기서 살라고 그들이 정해준 것도 아니니 나오는 것은 내 맘이다. 그나저나 음림에서 나오면 머물 곳이 필요한데, 이 저택이 나름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리다고 무시할 생각은 없네. "
나만 하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텐구들보다 강하다고 생각이 드니 말이다. 물론 나보다 어린 텐구가 나보다 강한 경우도 존재하니 환상향에서 나이란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철저한 약육강식은 아닐지언정 그 법칙을 어쨌든 따르게 되는 것이 환상향이니 방심은 금물이다. 허나 이 소녀도 나도 일단 서로에게 적의는 없으니 다행이랄까.
" 간수라, 환상향을 감옥이라 생각하는가? "
간수라는 표현에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감옥이라고 해도 부족하진 않다. 들어올땐 쉽지만 나가지는 못하는 땅. 괴이를 불러들여 바깥 세계와 격리하는 것은 마치 감옥과 같은 역할이니까. 흐릿해지는 존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밖에서 날고 기었던 요괴들은 필시 환상향이 답답하리라. 나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가 다시 찻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언의 긍정이기도 했다.
" 요정들은 변덕이 심해서 말이지. 원하는대로 움직여줄리 없다네. "
가끔 마주치곤 하는데 말이지. 단순하기 그지 없는데다 장난도 심한지라 한번 잘못 걸리면 된통 당하고 말지. 한없이 약한 존재인데 죽지를 않으니 결국 내가 먼저 지쳐버린다는 것이야. 그래서 요정들이 보지 않을때를 틈타서 잽싸게 도망치지 않으면 그렇게 한동안 당하고 있어야하지. 나는 요정이라는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차라리 그런건 텐구들이 더 나을꺼다.
" 다수를 데려오긴 무리겠지만 한 두명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
거기도 잘 사는 사람만 잘 산다고 들었으니 말이지. 가난한 사람들은 입 하나로 줄이려고 자식들을 보내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식들도 차라리 여기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할테고. 허나 이것은 내 의견일뿐 실행은 집주인인 이 소녀가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쯤에서 생각을 마무리하고 말했다.
" 차는 잘 마셨네. 이런 곳에 저택이 있는건 지나가면서 몇번 봤는데 집주인과 함께 차를 마실줄은 몰랐군. "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그 말에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아리스는 그녀의 의도대로 눈 앞의 백랑과 조금 더 나아간 관계로 될 수 있음을 생각했습니다. 결국 어떠한 형태로 맺어지고 바뀌어 갈 것인지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해답을 건네주겠죠. 어쩌면 아리스의 생각 보다 더 가까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겠네요,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을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아리스는 아키히요가 말에 마치 그가 그리 행동할 것이 당연했을 거라는 듯이 하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첫 조우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글쎄요... 수족관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나으려나요? 후후... 감옥에 든 이들은 감옥 밖에서도, 아니 감옥 밖에서 살았기에 그러하나. 환상이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물 밖에서는 죽어 갈 수밖에 없어요. 좋든 싫든, 살아가고자 한다면 들어갈 수 밖에."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그 물음에 덧붙여 설명하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미 여러 번 비유를 들었겠지만 아리스 나름대로 이곳을 가장 잘 나타내자면 그게 가장 그럴 듯하다고 스스로 그렇게 평가할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재미있을 거에요. 서로에게 싫증이 나, 비로서 아무것도 없다고 했을 때 다르게 행해도 늦지는 않겠죠"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말에 탁자 위에 팔을 걸쳐 턱을 괴는 듯한 시늉을 하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변덕이 심한 것은 아리스 역시도 마찬 가지 이였습니다. 그녀는 그럴 기분이, 의향, 동기... 어느 쪽 이든 충분하다면 어느 것이든 할 수 있었죠
"그렇겠지요? 그 한 두 명 만으로 충분할 정도에요. 품을 원하는 십인 보다, 이를 좋아하는 일 인이 더 좋은 법이죠. 이런 곳에서는..."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말에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렇게 덧붙여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리스가 가진 것들은 저기 인간 마을에 있는 누군가들처럼 풍족하여 그 쓰임이 마르지 않도록 하지는 못합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죠. 아리스가 굳이 '사용인'이라는 개념으로서 사람을 들인다 한들 그것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라기 보단 인물 자체에 요점을 두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말하자면, 그건 미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미끼일 수록 더 좋은 것을 낚는데 더 좋을 겁니다. 그저 생활 비용을 벌어보겠다고 행하는 이가 아닌 어떠한 확고한 의향을 지니고 이곳에 당도할 인물이라면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불만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목적이 금품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죠
"좋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래서,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나요. 알 수 없기에 알 수 있도록, 삶의 손아귀에 잡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잡아내 다스리기 위해서. 그것도 이렇게 이어지기 위한 인연이였을 테죠."
아리스는 아키히요의 말에 그렇게 비유를 들면서 살며시 두 눈을 감았다가 조금 후에 다시 뜨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리스는 아키히요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이제는 헤어질 순간이 왔음을 예상하고는 배웅하기 위해서 아리스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 지레짐작이지만 식주와의 일상에서 개인적인 문제가 생기신 것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물론 섣부른 짐작일 수 있습니다) ]
혹시 전판에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린 바를 기억하실까여 다들??? 넵 맞습니다..... 그 입장표명이라는 게 공지라는 게 드디어마참내 떴습니다. 물론 식주와 그리메주의 생각을 제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고 함부로 추측하는 것도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의 일상을 보면서, 그리메주의 무소식을 확인한 후 다시 검토해보면서 스스로 든 생각이 있고, 앞으로 스레가 탈 없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판단이 섰기에 이번 일을 원인이라기보다는 계기로 삼아 제 생각을 요래조래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잘못하거나 원망 받아 마땅한 분은 아무도 없다는 거예여!!!! 저는 이 일을 참치마다의 가치관 차이로 여기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심각한 일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고, 누구도 객관적으로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경시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여 이렇게 입장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스레를 운영하는 입장에 선 캡틴의 '한 개의 의견이자 부탁' 정도로 이해해주시고, 만일 다르게 생각하신다면 기탄없이 입장을 제시해주신다면 감사하겟어여 :3
식주와 그리메주의 일상을 읽으며 제가 느낀 건 '식이가 무안할 정도로 그리메의 부탁 또는 제안을 거절한다'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안할 정도로"이며,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 '편하게 이어달라' 등 양해의 말이나 오너로서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한 말씀이 서로 오갔으나 가치관에 따라 식주가 그리메주에 대해 취한 말씀은 오너 간 신뢰를 쌓기에는 부족한 정도의 조치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식주는 간접적으로라면 몰라도 직접적으로는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는 요지의 표현을 취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situplay>1596712086>439) (당연히 식주가 고의로 그리메라는 캐릭터를 깎아내리기 위해 또는 그리메주를 불쾌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신 것은 아닐 텝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입니다.)
간접적이니 직접적이니 쪼잔하게 무슨 FM마냥 구냐, 하여도 사실 네 맞습니다 주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 스레 캡틴 10선비 기질 강하다는 것 같음????? 하지만 저는 이곳은 비언어적인 표현이라곤 존재하지 않고 억양조차 없이 거의 텍스트만으로 소통하게끔 되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임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현실에서는 언뜻 모진 말을 하더라도 쌓아놓은 친분, 억양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장난기 등으로 상대방의 실제 의도를 짐작하여 쉽사리 받아넘길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상을 돌리며 언뜻 내 캐릭터가 무안을 당하는 것 같더라도 상대 레스주와 아주 오랜 기간 쌓은 신뢰와 친분이 있지 않은 이상 상대방이 모르고 이러는 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악의 품어 이러는 것인가 골머리를 앓을 수 있고, 이를 선뜻 지적하기에는 상대 레스주와의 충돌 등을 우려하여 유야무야 넘어가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로 남을 소지 또한 있는 것이죠.
저희 스레는 12월 말에 열어 벌써 3월을 맞이했지만 캡틴의 근무태만 캡틴의 직무유기 등 이런저런 원인에 의해 낮은 진행률에 낮은 일상 숫자를 보이니 이는 스레 전체 진행도로 보았을 때 극히 낮은 숫자인 줄 사료됩니다. 즉 아직까지는 서로 아주 짓궂은 장난을 치더라도 웃어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친분은 쌓지 못한 것에 가까운 것이죠. 그러므로 캡틴이 고개 숙여 부탁하건대 적어도 현단계-충분히 서로가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 익숙해지고 친해지지 못한 상태에 있어서는 플레이어 간의 일상 시에 상대방이 불편하거나 불쾌할 수도 있는 캐릭터의 언행 등은 그때그때 짧은 말로나마 양해를 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을 할 때 지나치게 소통이 되지 않는 이상 PC들이 가진 고유의 개성은 몹시 존중하며 오히려 저는 반색하여 환영하고 있습니다. PC끼리 싸울 수도 있고 혐관이라고 불릴 만한 깊은 관계성이 생길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때 캐릭터를 대신하여 오너끼리는 서로 '명확히 드러나는 언어로' 양해를 구하며 분명한 신뢰관계를 구축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랍니다. 이 정도로 길게 쓸 게 아니었는데........ 길어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여...........😇😇😇😇 상기해놓았지만 캡틴과 다른 생각은 부담없이 꺼내주세여!!!!!! 제 말이 무적권 정론이라니 천벌 받을 오만임!!!!!!!! 기탄없이 꺼내주시면 별건 없고 제 사랑 드림.........
인상이 무뎌진건가 싶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꽤 오랫동안 접촉도 꺼리고 충돌도 최대한 피하며 살아왔으니 당연하게도 무뎌졌겠지. 이래서야 길을 가면서 시비라도 걸리는게 아닐런지. 물론 하쿠로텐구에게 함부로 시비를 거는 이들도 없지만 말이다. 내가 배척된 텐구라고 한들 처음 보는 것들이 그것을 알리가 만무하니.
" 요괴는 그러하겠지. "
물론 지금도 환상향 밖에서 살아가는 요괴들이 존재하지만 그 수는 극히 미미하며 위상도 예전에 비교하면 상당히 떨어져있는 상태이다. 요괴란 본디 인간들의 의식에 노출되어 그 감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거늘 바깥에선 그것이 예전만큼 힘들어진 상태니 요괴들은 좋던 싫던 시간이 지나면 결국 환상들이를 하게 될테다.
" 한 두명으론 저택이 너무 넓은 것 같네만. "
그래도 집주인이 그러하다는데 구태여 얘기를 더 얹지는 않는다. 내가 고용할 것도 아닌데 어련히 알아서 하지 않을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들리는 아리스의 말에 나는 조금 눈쌀을 찌푸렸다. 또 어려운 얘기. 허나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이다. 내가 말한다고 들을 소녀가 아니었기에.
" 내 오두막은 누구를 초대하기엔 부끄러운 곳이니 다음엔 내가 다른 곳에서 대접하지. "
애초에 둘이 들어갈 공간도 없을 것이다. 손님을 모신다는 생각 자체를 안한 곳이니까. 나는 천천히 문쪽으로 걸어갔다가, 문 앞에서 몸을 돌려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선 저택을 떠났다. 아, 오늘 나온 목적이 따로 있었는데 여기서 시간을 너무 들인게 아닌가.
■ 「청의 카라카사」 종이우산 없는 카라카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텐키의 신체와도 같은 우산입니다. 말끔한 짙푸른색 위로 자못 고급스러운 맵시의 흰 구름이 그려졌습니다. 얌전해 보이는 평소지만 제대로 펼치면 반쯤 감긴 눈, 비죽 내민 혀 밑으로 우악진 새의 발까지 나타나지요. - 반신, 또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우산. 잃어버릴 경우 정신력이 감소하는 등 관련 페널티가 진행된다.
순간적으로 그들 주변의 공기가 뒤바뀌었다. 부드럽고 사근한 봄바람이 슬쩍 뺨을 건든 뒤 떠나가고,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바람이 놀리듯 스쳐지나간 뒤, 메마르고 청명한 가을바람이 낙엽처럼 살랑이다, 뺨에 날붙이를 갖다대듯 서늘한 겨울바람이 돌아왔다. 그 일련의 순환 사이에서 카라카사는 우산을 펼친 채 어깨에 기댄 채였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면 좋겠네."
커다란 우산이 만들어 낸 그늘 아래서, 하얀 날씨(텐키)의 연한 미소가 유독 눈에 띄었다.
"오랜 사색과 고민 끝에 생겨난 마음 아니니."
모든 생명은 살아있기에 필연적으로 무언가 기다리게 되지만. 결국 그건 그 끝에 있는 것을위한 과정에 불가하다 생각한다. 저 푸른 눈의 청년은 분명 그 과정에 마음이 닿는 무언가가 있었겠지.
허나 생명은 살아있기에, 혹은 죽었더라도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니 계절이 순환하듯, 그 끝에 다시 새로운 기다림이 자리하게 될 테지. 그러니 지금 그가 바라고 있는 기다림의 끝이 부디 긍정적인 것이었길 날씨는 바랐다.
"네, 불만스럽기에, 불만족하다고 말하는 것이죠. 그것은 사실일 거에요. 그렇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은 이어지고 있지요. 하고자 한다면, 무를 수 있어요"
아리스는 또 한 번 살며시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보아하니, 지금으로서는 어느 한 쪽이 끊어 내기로 결정하여 그렇게 행동하기 전까지는 이 상황은 이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아리스는 주변을 슬쩍 둘러 보았을 때 때 마침 나름대로 않기에 괜찮을 법한 평평한 모양의 적당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위가 있었으므로 거기에 않기로 했습니다
"좋아요, 이제는 마지막 물음의 기회로군요? "
아리스는 마치 떠보듯 한 태도와 조금 장난스러운 억양으로 굳이 의문형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나가 말하기를, 질문을 갖는 횟수는 세 번 뿐이라고 명시했으니 되물어 볼 필요 없이 틀린 말도 아닙니다. 혹여나 마음을 바꾸어 횟수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저희가 꼭 나쁜 사이 이여야만 할까요? 아니면 무시되는 것도,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좀 더 긍정적인 사이가 되는 시도는 어떨까요? 그래요···, 이를테면 친구라던가? 비록 악우(惡友)라도 해도, 친구인 셈이죠. 후훗. "
아리스는 그렇게 마지막이 될 것처럼 보이는 질문의 기회에 대하여 그렇게 마치 달래듯이 부드러운 태도로서 끝에 작게 웃어보이고는 말함으로서 사용하였습다. 질문에 대해서 그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거부하던 아니던 그건 여나의 선택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요
>>119 아키히요 요괴의 산은 과연 그 이름과 같은 위용을 자랑합니다. 요괴의 수해가 둘러싸고 있으니 과연 이름에 요괴가 곱절만큼 들어간 수준으로 요괴의 소굴을 이루는 곳. 인간이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곳. 인허 받지 못한 자는 배타적으로 내쳐버리는 곳.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추방된 자라면 발 들일 생각조차 허가 받지 못하는 지역이 아니겠습니까.
별탈 없이 요괴의 산에 도달했습니다만, 아키히요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겠습니까? 생각 없이 발을 들이는 것으로는 하쿠로텐구에게 막히고, 추방자의 신분으로 심하면 일이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입니다. 아니, 기지라고도 할 것 없이... 상식이나 다름없는 사실이죠.
실험실에서는 통제되고 제한적인 것들만을 접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여기는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다.
이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설사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실험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그 한계를 깨닫기 전까진 날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상대의 저 어휘, 어투, 표정 역시 생생할 뿐이다.
"흥미. 납득함. 호기심, 원초적이고 주요한 동기. 호기심에 기반한 도움 받아들일 수 있음."
과학의 원동력에서 결코 제할 수 없는 호기심. 알고자 하고 파헤치고자 하는 마음은 강력하다. 생원 역시 지금 강하게 느끼고 있는 터다.
"납득. 대상의 속성 판단 보류함. 요괴의 개념이 수립되면 그때 판단토록 하겠음." 과연 아직 요괴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상대가 요괴니 아니니 하는 소리를 들어봐야 그 의미도 와닿지 않을뿐더러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하나뿐이다. 직접 겪으며 알아가보는 일. 생원은 손 위에 올라간 꽃잎을 잠시 바라보다 등을 돌려 그녀를 등진 채 걸어나간다. 대체 이 꽃잎이 어떻게 자신을 인도를 할진 모르겠다만.
>>125 텐키 "자비로운 이해에 감사드려요. 그렇지만 더욱 쇄골분신하여야 하겠지요.........."
텐키의 말을 듣고, 사계의 천변만화하는 바람을 느끼며 청이 온화하게 미소합니다. 분위기만은 몹시나 부드럽게 풀렸습니다. 이는 분명 텐키의 웃어른다운 처세 덕분이겠지요. 여전히 텐키의 눈동자 너머로 바라보려 하듯이 마주보는 푸른 동자. 살포시 입술을 떼건대, "텐키 씨의 이야기도 해주실 수 있나요?" 라고 역으로 물음했더라지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어갈 경우 청은 계속 텐키에게 이런저런 명하사의 풍경을 보여주며 말을 붙일 테지요. 단점이 있다면 지루할 정도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feat. 청의 갖은 tmi 대방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현재를 기점으로 언제든지 스킵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126 아리스 "......꽤- 무례한 질문이네. 이 정도면 질문도 아니야. 진짜 싫게 말이야."
'친구'가 되자라, 축약하자면 그렇게 되는 '질문'에 여나가 그렇게 음침하게 읊조리더니, 취하고 있는 불꽃 같은 형체를 한번 불안정하게 일렁이더랍니다.
"그런 질문을 한다고.. 내가 넙죽 넘어갈 거라고 간단히 생각하기라도 하는 거야?"
끔찍해. 한번 더 일렁.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러는 거야? 나도.. 이유나 들어보자. 잘난 듯이 웃는 낯짝 뒤로 무슨 꿍꿍이가 도사렸는지."
실제로 그런지는 넘어가도록 합시다. 말하는 것만 보면 몽접연은의 첫째 딸이라도 될 기세입니다. 꿈꾸는 나비 밑에 베 짜는 나방... 그건 조금 재미있을지도.
하지만 우선. 물어보았으면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부채라도 있으면 판소리꾼처럼 추임새로 흔들어댈 텐데, 부채가 없으니 새노라의 날개가 호기롭게 촥 펼쳐집니다. 마치 유리를 오려 붙인 것처럼 반짝이는 반점이 새노라의 날개에는 있었습니다. 새노라는 연극을 하듯 팔을 휘적거립니다.
"쳔의무봉! 쟈고로 쳔녀가 지은 하늘의 옷에는 꿰멘 쟈국이 없다고 하였으니! 바늘, 가위! 챠갑고 비린내나는 쇳조각 따위는 일졀 사용되지 않은 것이와요! 져~기 시쟝통에서 파는 격 낮은 옷은 쟤봉선을 따라 터져버리기 마련이지만? 이 쳔의는 애초에 쟈르고 기워붙인 것이 아니오니 일부러 찢지만 않는다면야 갑졀에 곱졀은 더 오래 갈 것이와요!"
하지만 그걸 찢을 수 있느냐는 또 별개의 이야기와요... 새노라는 쿡쿡 웃습니다.
"담백한 것을 만드려면 곧 숫쟈의 법칙이 통하는 영역이와요. 격조없이 안료 튄 쟈국이 있어서야 곤란하지 않겠사와요? 기하학적 추상! 수직과 수평!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로! 최소한으로, 챠갑고, 무졍하게! 이 새노라님의 두뇌 속에서 번개가 튀는 영감을 통해 그 의복의 문양은 완성된 것이와요~!"
"뭐, 문양이 단순하다고 쟤료까지 단순하고 일쟈무식의 것은 아니지만? 쳥금석, 공쟉석, 순금실에 새노라님께서 직졉 자아낸 순백색 비단까지... 원쟤료 값만 가늠하여도 고래등 기왓집 수십 챼에 금싸라기 땅 수백 마지기는 너끈히 들어갈 것이와요."
후후후후후! 놀라서 말도 안 나오지? 경악스럽지? 막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느낌이지? 자! 얼른! 감탄하고 황홀감을 포출해 보렴! 어서!
"그럼 이제.... 감격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와요. 헉..... 사랑스러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뺨에 함부로 부비거나 하면 곤란하와요?"
요괴의 산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텐구들, 그리고 나는 그 텐구 사회에서 추방 당한 자이니 초대 받지 못한 손님 그 이상인 초대 받을 수 없는 손님인 현재 입장에서 산에 발을 잘못 들이밀었다간 그 혼란이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말란 짓을 더욱 하고 싶어지는 날이 있는 법이고 딱 그 날이 오늘인 것이다.
" 가족들이나 보러 가야겠군. "
비록 지금은 위세가 많이 기울어 텐구의 수많은 가문들 중에 하나인 우리 가문이지만 그래도 명맥만큼은 살아있을터이니 간만에 구경이나 해볼까 싶었다. 내가 몰래 들어간다고 들어갈 수 있는 요괴의 산이 아니지만 가족이 보고 싶어 왔다고하면 고지식한 하쿠로텐구를 제외하면 그래도 불쌍하게 여겨주지 않을까.
"그렇죠? 혐오스럽게 비춰 보이는 존재에게서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듣는 건...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네요? 당신이 거부한다면 그 뿐에요. 다른 무언가도 아닐 수도 있겠죠"
아리스는 여나의 말에 마치 타인의 일을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 언뜻 풍기면서 긍정하여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미움이 있다면 이러한 것은 갑작스러운 것일 겁니다
"간단히요?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간단히라면... 문제는 없었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죠?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왜 간단히 넘어가야 할까요?"
아리스는 여나의 물음에 스스로의 뺨에 손을 대고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오히려 되려 질뭇하듯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보이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리는 아니죠? 가능한 많은 환상들, 인간과 요괴 그 사이를 간극을 구분 짓지 않고 아울러 친분을 쌓는 게 제 목표... 이라고 해두고 싶네요?"
아리스는 여나의 질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 질문에 거짓말을 고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그것보다도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였죠. 인간과 요괴 더불어 환상은 그녀에게 있어서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 그것만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가능한 많은 존재들과 인연이라는 실을 매듭을, 실타래를 감아서 간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눈을 거둬버리기엔 여전히 모든 것이 지나치게 생생하지 않습니까. 알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규명할 수 있으니 유일무이한 과학자가 된 당신이라면 틀림없이 풀어 밝힐 수 있습니다. 너무도 새롭고, 연홍꽃은 환상같이 신비롭고, 당신은 더 이상 얽매이지 않았으니.
진달래꽃은 평범한 연약한 진달래꽃으로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소매나 주머니 안쪽으로 수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은 정말로 진달래꽃 투성이군요. 그뿐 아니라 석산마저 곳곳에 피었습니다. 어째선지 익숙한 감촉입니다. 이런 식의 감촉은 아직 생경하지만.. 죽음의 느낌이라면 하고많도록 목격했지 않습니까. 그것과 퍽 닮은 감촉이로군요.
정체를 규명할 수 없는 희거나 반투명한 덩어리를 곳곳에서- '공중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이 지대는 그닥 좁아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것의 기척은 쉽게 찾을 수 없군요. 얼마 전까지 김치에 관해 토론하던 목소리도 현재는 어디론가 떠났는지 들을 수 없습니다.
>>137 새노라 훌륭한 브리핑입니다! 섣부른 옷쟁이였다면 가히 압도적인 재능- 아니, 당초 무엇으로도 깁을 수 없는 태생의 차이는 무론 진실로 완전무결한 비단옷의 자태에 경악을 금치 못해 이를 갈았을 것이 틀림없지요.
"..........................실로... 실로 감격함직 하네. 직녀의 이름이 허황되지 않아."
가뿐히 손을 뒤집어 손톱 끝으로 옷자락을 만질락 말락, 훑어 내리며 그리도 오만했던 손님이 눈을 내리깔더니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언뜻 조심성 없는 손짓이지만 새노라는 눈치챌 수 있습니다. 무수히 비단을 손끝으로 훑어지나갔던 새노라라면 눈치채고말고요. 그 역시 한두 번 장난처럼 옷감을 다뤄본 손길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당연하게도, 옷을 전부 펼쳐보지 않더라도 대저 어느 수준의 상태인지 헤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좋아. 자랑할 만한 실력임을 인정하지. 하면 값을 치러야 할 텐데, 매일같이 비단을 봐온 직녀에게 금은보화는 식상하지 않을지 걱정이야."
준비한 것은 이와 같기는 하다만. 하며 소녀가 느릿하게 손을 까닥이더라니, 그 자리에서 마법진이 허공에 그려지더니 언뜻 봐도 고급스러운 동양풍 보석함이 소환되어 목각 인형이 날아가 받아냈습니다. 품에 한껏 안았으니.. 상당히 커다랗군요?
새노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서당 월강에서 만 점을 맞은 시험지를 부모님께 내미는 꼬마같은 표정입니다. 새노라는 가만히 있어도 자신의 위엄이 지켜질 것을, 꼭 뭔가 행동해서 와르르 무너뜨려버립니다. 옷도 잘 입고, 얼굴도 환하고, 자기 분야에서 천하제일을 논할 만할 능력도 있습니다. 근엄한 표정을 짓고 말을 아껴서 하면 새노라가 그렇게나 원하는 위엄이 자연스레 설 터이지만....
"오호호! 새노라님의 위대함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챰으로 다행인 것이와요! '아는 요괴'가 보니 더욱 피부로 느껴지시는가보와요?"
꼭 방정맞은 주둥이와 절조 없는 몸짓이 다 된 밥상을 엎어버립니다. 타고나길 재능이 없어 재단사의 길을 포기한 누군가가 새노라를 본다면, 왜 저딴 놈이 저런 피를 가지고 태어났냐고 그날 밤 내내 술을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새노라의 천성이 그런가보죠. 그래도 자아만 비대하고 무능한 처지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금은보화는 백사장 모래알처럼 챵고에 쌓여있지만서두~ 딱히 마다할 이유는 없사와요! 금은보화의 식상함은 역사와 젼통의 신뢰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겠사와요?"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게 가장 뛰어난 점입니다. 텐구만 좋아하는 물건을 가지고 인간과 거래가 되겠습니까? 새노라가 장사하면서 참으로 곤란했던 부류의 인요가 바로.. 희귀 문서라는둥 낡은 책 같은 애매한 물건을 가지고 오는 경우입니다. 물론 그 책이 천금과도 같은 보물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만. 그 진위를 누가 보증할 것이며, 다른 인요와의 거래에 사용할 때 또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겠습니까? 이 책의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요.
금은보화는 보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긴 것부터 나는 값지오 소리를 치지 않습니까. 이 새노라님의 자태처럼!
산에 발을 들이민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무언가를 느낄만한 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같이 지냈던 동족인만큼 그들의 기운만큼은 익숙하니 말이다. 그리고 곧장 내 앞에 나타난 누군가를 보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 나는 딱히 반갑지 않습니다만. "
흰색의 머리카락과 솟은 늑대 귀. 이런 형태를 환상향에서 묻는다면 누구나 하쿠로텐구를 말할 것이다. 거기에 농황색의 그것은 내가 아직 사회에서 활동할때의 것보다 더 높은 직위를 의미했다. 아마도 어딘가의 부대장쯤 되지 않을까. 물론 나는 표면적으로만 부대에 속해있었으니 연이 별로 없었지만.
" 쫓겨난 텐구가 어째서 요괴의 산에 발을 들이밀었냐 묻는다면 첫번째는 가문을 잠시 보기 위함이요, 둘째는 가문에서 겸사겸사 몇가지 물건을 챙길까 하여 온 것입니다. "
물론 두번째 이유는 거짓말이다. 가문에서는 진즉에 내 물건을 다 정리해버렸을테니. 그들 입장에서 나는 가문의 수치나 다름 없지 않은가.
>>148 생원 죽음의 기운이 그득한 이곳은 꽃으로 들어찼으니, 진달래의 향은 진동하며 석산에서는 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는 생원이 가진 지식과 꼭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것이고 저것이고 시기를 한참 비껴갔군요. 늦겨울인데도, 때아닌 진달래요 때아닌 석산입니다. 향이 어리지 않고 진득히 남은 듯하니, 짐작건대 이것들은 사시사철 이렇듯 피어있던 것이 아닌 걸까요? 그렇다면 주머니속 진달래꽃만큼이나 신비롭되 기이한 분위기가 될 텝니다.
죽은 듯한 흙냄새와 숲의 향기가 진동합니다만, 생원의 후각은 한쪽 멀리서 왜인지 모를 물의 향까지 감지해냈습니다. 이 정도의 향이면 그냥 물도 아니고 아주 큰 물이 될 텝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물과는 결을 달리하는, 하지만 분명히 물과 같은 느낌의 냄새.
"후후흣. 물론이죠!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끔찍스럽고 나쁜 존재에게 이름이 불린다는 것은... 더욱히 불쾌한 일이 될 수 있죠? 그렇지 않나요?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거든요. 허나, 정녕 그랬다면 이름조차 말해주지 않으셨으려나요? 그럼, 혹여나... 원하신다면 이름으로 불러드릴까요?"
아리스는 여나의 그 말에 웃음과 함께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이고는 살짝 장난스럽게 억양을 띄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몇번이고 아리스를 향해서 불쾌함을 표한 여나에 언급에에 맞춘 대답 이였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렇게 물어본들... 그리 '올바른'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뭐라도 될 수 있기에 가능성이라고 하는 겁니다
>>155 새노라 아는 요괴라. 그 소리를 듣고 소녀가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는데, 딱히 어떤 첨언은 얹지 아니하는군요. 금은보화에 관한 짧은 논설에 "다행이네. 복잡하게 굴 필요 없겠어." 하며 목각 인형을 날려 보내고, 목각 인형이 당신의 앞으로 보석함을 대령할 뿐이었습니다. 소녀가 공중에 보이지 않은 소파가 있듯 자세를 편히 고치며 자개함을 걸어 닫았습니다. 내려다보며 "이제 이 옷은 주인이 생기겠지." 하며 새삼스럽게 중얼거리는데, 그렇죠. 아무렴... 아주 인형과 같은 주인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수고했어. 값은 지불했으니 더 이상 마주볼 이유는 없어보이네. 먼저 가도록 해. 제멋대로 군 것은 네가 먼저니 이제는 내 제멋대로인 짓을 감당해. 그 정도는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가능하지?"
>>162 아키히요 "우선 뜻을 표하자면, 몹시나 유감스럽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술식이라도 걸린 양 흠 없는 무표정으로, 아키히요의 주장을 끝까지 들은 백랑이 덤덤하게 대답합니다.
"첫째, 낙마落魔가 된 이상 더는 텐구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텐구인 가문과는 더 이상 혈연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죠. 해당 발언은 크나큰 어폐를 포함한다는 말씀입니다."
아하, 그랬었지요. 아키히요와 같은 퇴출된 외톨이를 텐구 사회에서는 '낙마落魔'라고 부르더랍니다. 이름조차 달리하여 경계선을 긋는다니... 과연 아키히요가 잘 아는 텐구라는 족속들이 맞다고나 할지요.
"둘째, 낙마落魔를 포함한 외부인에게는 물건을 챙기기는 고사하고 발을 들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도 한때는 텐구이셨을 텐데, 설마 이런 기초적인 규율까지 가르쳐드려야 하는지는 몰랐습니다. 이것은 저의 불찰이군요. 앞으로는 상대해드릴 때 주의토록 하겠습니다."
말씀드렸으니 이제 물러가면 안전하실 테지만, 만일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이성적인 선까지는 경청해드릴 수 있습니다. 라며 백랑이 말을 갈무리합니다.
>>213 (전략) 새노라 또한 그중 하나라고... (중략) 누군가는 수하라기보다는 노예에 가깝다고 하지만요 - NPC 설명 中
빽을 보고 사리는 자가 있는가 하면 담이 큰 자가 있고 무모한 자가 있는가 하면 텐구다운 교활성으로 교묘히 잘 돌려까는 자가 있겠습니당........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듯 다양한 텐구군상이 있는 것인데, 여하튼 놀림이나 비꼼이 드물었다고는 하기 힘들겟네여. 새노라가 마치 찬양같이 들어서 넘겼다면 우습다고 더 찔러댓을지도 모르구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쳐지나가는 선을 넘어 과하게 얽히려 드는 텐구는 많지 않았을 것이랍니다. 아무래도 빽이 빽이라서...
>>222 아리스가 환상들이한 지 오랜 것은 아니라 어떻게 연관지으면 좋을지 저로서도 고민이 되는데, 만일 단가와 연이 있었다면 높은 확률로 먼 혈연이었을 것이고 연은과 연이 있었다면 높은 확률로 친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여......... 아리스가 환상향에 정착하는 일에 이런저런 도움을 줬다 라든지 물론 아리스의 설정을 거의 건들지 않는다를 베이스로 말씀드리는 뇌피셜이에용!!!
그의 인생은 얼마나 길었을까. 앞으로는 또 얼마나 아득할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기다림이란 시간을 잡아 늘리는 힘이 있어서, 남들과 같은 하루를 훨씬 더 길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렇기에 진심을 담아 말할 수 밖에 없다. 무리하지 말라고. 좀 더 가벼운 마음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
"내 이야기는 재미가 없을 거야. 꽤 어린 요괴거든."
이야기라. 이야기라. 아는 것이 없진 않다. 우산이 타는 바람에는 늘 말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풍문이란 것을 상상 이상이니 듣고자 하면 들을 수 있다.
"그래도 뭔가, 듣고싶다면, 그렇네.. 새는 좋아하니?"
그렇게 운을 뗀- 날씨 부리는 우산은 이야기했다.
산기슭에 떨어진 새를 주운 소녀의 이야기. 자신이 직접 본 이야기라 하는 그것은 소녀가 날지 못하는 새를 돌보는 내용이었다. 높은 자리가 약속되어 있어 오히려 자유를 억압받는 소녀는 작은 새의 다친 날개를 치료하고, 건강을 돌보며 그 새가 언젠가 하늘을 날아가길 기다렸다.
"그 새 역시 자신이 하늘을 비행할 날을 손꼽에 기다렸겠지."
기다림은 때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공통된 기다림은 간혹, 두근거림과 즐거움을 낳는다. 다만, 그렇다고 별로 대단한 의미를 더한 건 아니다. 그냥, 나는 네 기다림을 기대하겠다고. 나 역시 옅게 기다리겠다고, 그냥, 그렇다고.
"후후훗. 좋은 길을 나두고 다른 길을 고르고 돌아가는 것은 그때의 이유가 있을 법이나 그런 거겠죠?"
아리스는 여나의 대답에 또 한번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최여나 씨, 당신의 이름을 이 아리스는 그대를, 그러한 단어로서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에 와서 파고들어 무언가가 모르는 사이, 변화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아리스는 들어 기억하였던 여나의 이름을 분명히 하고자 성까지 포함에서 부드럽게 차분한 태도로서 스스로의 가슴에 한 손을 얻고는 부르는 동시에 은근히 그녀 자신의 이름 또한 넣어서 말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떠한가가 중요할 것으로 짜여져 있을 것입니다. 아리스 역시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누구든 진정으로 '친우'로서 맺어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늘 곁에 있을 수 있어서 환영받고 서로 이어주는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을 때를 바라고는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정식으로 다시 소개를 한번 거쳐야 하겠지만, 이러한 것은 별개로 일종의 약식적인 사전 소개라고 할 수도 있겠죠
>>259 청의 질문에 텐키는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허나 다른 말 없이, 어찌 받아들여도 좋다는 듯 연히 웃었다. 그것은, 구름 사이로 비추는 햇볕과 비슷하기도 하고.
"응."
텐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사이였다 뿐일까. 무척 가깝다고 해도 좋았다. 우산과 인간이라고 해도, 인연이 깊었던 것은 사실이니. 기실, 여기서 더 말하기 힘든 것도 있었다. 이제는 의미 없는 과거의 흔적마저도, 그 소녀를 기억하면 함께 떠오른다.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그는 눈에 이채가 감도는 청과 눈을 마주했다.
"그 아이는, 새에게 미련을 태워 보냈다고 하더구나."
분명 대답은 이것이면 괜찮겠지. 이후의 그 삶은, 차마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당찼으니. 그 목소리가 선명하다. 그러니 자신은 괜찮다 하던 여린 목소리가.
팔짱을 끼고, 자세히 살펴보듯이 고개를 마구 기울여버리고. 너무 기울여버린 나머지 공중에서 거꾸로 뒤집혀져버린 제우가 서준을 보며 화알짝 웃었습니다.
"좋아! '일단 인간'인 네가 가서 구해오면 나는 구경하는 걸로 하지 뭐어."
>>256 새노라 흔히 재물의 상징으로 알려진 금부터 시작하여, 비취와 같은 동양적인 보석, 곡옥, 라피스 라줄리, 더 나아가 미스릴까지 차곡차곡 든든하게도 들어있군요! 좀 더 뒤져보면 진주로 된 장신구도 있으며, 좀 더 뒤져보면 큼직한 보석함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시피 한 손바닥 반절만한 낭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
>>260 아리스 "......"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서로를 그러한 개체로서 인정하겠다는 것. 자신의 세계에 그러한 존재를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 이름이 가진 효력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결코 폄하되는 일이라고는 없었지요. 그것은 환상이 아직껏 이어져오는 이 땅에도 여전하겠습니다. 하여 당신이 난생 처음 마주한 정체불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입에 올렸으니.
"......"
여나는 몹시나 큰 불만을 가진 듯이 불꽃을 험악하게도, 아주 험악하게도 일렁거리던 것이었습니다.
"그 굽히지 않는 모습이 무엇보다도 기분 나빠."
찬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아니, 뜨거운 기운일까요? 아니면 그 어느 쪽도 아닌지. 기이한 느낌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대화하고 싶지 않아라. 썩 꺼져버려, 기분 나쁜 인간. 굽지도 않고 굽혀지지도 않는 척. 그리도 굽혀지지 않는 것 같으면 나중에라도 날 찾겠다고 미친 듯이 뛰놀기라도 하지 그래..? 그 당당한 발로 늪지를 걷듯이 하고 나를 찾는다고 비명이라도 질러보라고. 그러면 더욱 기분 나빠질 것 같으니까. 으응, 진짜 싫네......"
더 이상 할 말도 안 생겨. 진짜 싫으니까 당장 꺼져. 그렇게 말하며 여나가 낮은 앓는 소리를 냅니다.
아리스는 손쉽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여나 나름의 받아주는 모습인 겁니다. 그러나 가련한 정체불명에게는 아직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것이라서, 아리스가 정말로 친구가 되고 싶다면 시간이 지난 나중이 되어 여나를 '직접' 찾아가야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정말로 여나의 으름장대로 물러나야할 시간인 것이죠.
"오호호~ 황금은 황금대로~ 보석은 보석대로~. 어머나, 바다 건너온 진은도 있사와요~!"
무거운 것은 절그럭절그럭, 가벼운 것은 잘그랑잘그랑. 야명주가 곳곳에 박혔어도 눈이 적응하기 전까진 조금 어두침침한 비고입니다. 새노라는 보석함 안의 물건들을 종류별로 나누어 제각기 위치에 나누어 둡니다. 새노라가 열심히 일한 흔적들이 사방에서 반짝거립니다. 돈이 최고야. 돈으로 유명해지고 돈으로 몸도 고치고.. 아무튼 돈이면 안되는 게 무에 있겠습니까.
"진주는 갈아서 얼굴분이나 만들까봐요... 엥?"
텅 빈 보석함도 나중에 쓸 일이 있으니 한 곳에 모아둡니다. 옷을 담은 자개함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보석함을 그곳에 두고 뚜껑을 닫으려는데, 반짝이는 것들 사이에 홀로 수수하여 미처 보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웬 낭탁이람? 새노라님께 무례하게 군 것에 대한 사죄문?
>>261 생원 물의 향을 쫓아가자, 좀 걸어간 끝에 생원은 지나치게 거대한 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강이 맞기나 한 것일까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이 강은 어딘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가령 물이 어디로 흐르는지 쉬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도 그렇고, 형용할 수는 없지만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상당히 꺼림칙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오르는 것도 그렇고......
"어라, 이 시간에 살아있는 손님은 조금 예상 밖인뎅."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돌아보면 큼직한 대낫을 어깨에 걸친 검은 복장의 소녀였습니다. 그녀가 달갑지 않은 얼굴로 -그래요, 몹시 귀찮은 얼굴로- 생원을 슬금 살피더니 어깨를 으쓱였죠.
"벌써 저세상 가려고 하는 건 의외넹. 뭐, 좋아.. 저승행 타이타닉은 무료야. 참고로 무는 옥돌할 때 무珷야. 적어도 옥돌만큼의 가치는 내야한다는 거지이."
??? 갑작스러운 말에 진지하긴 한 건가 싶은 말을 하지만 소녀는 진지해보였습니다. 아니면 진지한 체하는 것일지도...
텐키는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청은 혹시, 자신이 그 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게 비유한 것이라고. 확신은 없었으나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텐키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소녀에게 묶여있던 줄 중 하나였지.
아련한 과거에서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소녀의 목소리였고, 또다른 여인의 목소리였으며, 때로는 소년의, 때로는 노인, 청년, 아이의 것이었다. 그들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부탁할게."
느리게 눈을 뜬 텐키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러며 손을 느리게 뻗어 청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나도 그 아이와 함께 서서 새가 날아가는 걸 봤었지. 새삼 생각하니까, 아마 제비였던 것 같네."
텐키는 혹시나 하여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그 새가 아니라는 걸 담아서 한 말이었지만, 동시에 옛 이야기에 덧붙이는 것과도 같아서 텐키의 착각이었다면 평범하게 넘어갈 수 있는 말이었다.
시나키를 앞장세운 채 직진하라느니 왼편으로 꺾으라느니 오른편으로 꺾으라느니 충직하게 뒷좌석 훈수를 두던 동물귀는, 문득 걸음을 멈춰세우더니 2인1조로 있는 누군가들에게 말을 걸더랍니다. 놀랍게도... 그 2인1조도 흰머리에 개과 동물귀를 달고 있었던 것은 일단 차치해두고요. 동물귀가 나지막이 무어라 말하니까 2인1조가 서로 마주보다가 거의 일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더니 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분명 저쪽에 계실 것이다'는 요지의 말을 전했지요. 시나키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뿐이었습니다.
그야 동물귀가 시나키를 조금 멀찍이 숨기듯이 세워둔 채 2인1조에게 말을 걸었거든요. 그래서인지 2인1조도 시나키를 보지 못한 눈치입니다만, 정확히 어떤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아리스는 방금 전의 그 말과 함께, 여나의 침묵을 바라보며 살며시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고 있을 때는, 그 침묵이라는 이름의 겨울에서도 타오르며 다름을 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봄이 오면, 겨울도 결국은 지나가게 됩니다
"그렇지요? 행함에 있어, 무언가를 원하거든 그리고 그렇게 하고자 의지를 다졌거든, 더 이상은 헤매지 말라. 라고 하던가요"
아리스는 여나의 말에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번 눈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궆히지 안되, 궆힘이란 필요할 것이니 세상은 정체하지 않고 곧 변하는 것이니 멈춰있는 것이라 보는 것은 덧없으라. 인간이라 하는 것이 그래 왔듯이 그 무르고 축축한 곳이라 하여도 길로서 매우고, 거센 소리조차 담으니 길에 당도한다. 이것이 혼령에게 닿을 소녀의 발자취가 된다"
아리스는 여나의 그러한 말들에 마치 시(詩)를 읊조리는 듯 한 태도로서 두 팔을, 올려 그 양손을 가슴에 두고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이제 정말로ㅡ, 시간이, 순간이, 때가 되었네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겠지요. 그것은 곧 시작으로 이어질 테니 그때까지는 부디 안녕히. "
아리스는 그것으로부터 이어지는 여나의 지금, 하나의 마지막이 될 말에서 따라서 아리스는 이제는 극의 장면을 마무리해야만 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리스가 되겠지요. 아리스는 여나의 그 앞에서 스스로의 의상에 치마자락의 양 쪽 끝을 잡아서는 살며시 낮게 올리고는 그 상태로 상체를 천천히 앞으로 숙이며 정중한 태도로서 작별 인사를 보냈습니다. 잠시수 다시금 자세를 가듬고 되돌려 그 발을 띄도록 하고자 합니다
드문드문 들은 적이 있단 말이지. 사진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 부러 인적 없는 산중턱이나 폐허까지 와가지고 코스프레 하는 레이어들이 있다는 말을 말이야! 숨겨둔 곳에서 빼꼼히 또 다른 동물귀 녀석들을 살피며 생각했다. 한 둘도 아닌데다가 질서라느니 운운하는 거 보면, 아무래도 룰이 엄격한 서클인가 보구먼.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272 텐키 청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텐키의 이야기를. 텐키의 훌륭한 두뇌로 생각하건대, 청이 말하는 투는 분명 텐키와 새를 일차원적으로 동일시 한 것은 아닐 텝니다. 조금 더 아리송한 빗댐이라면 모를까요. 뭐 어느 쪽이든, 청은 텐키의 쓰다듬에 기뻐하는 기색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명하사의 높은 곳으로 안내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이쪽으로, 하며 텐키를 들뜬 듯이 안내했지요. 제비라. 눈을 깜박이던 청이 문득 던지듯이 말했더랍니다.
"제비라면 언젠가 돌아오겠네요. 박씨라도 물어서.."
눈을 밟으며 청의 발걸음이 절의 보다 깊숙한 곳으로 옮겨집니다. 다리를 건너면서, "아 이곳도 예뻐요, 언젠가 찬찬히 구경해보세요" 라고 말하면서 청이 종종 옮겨갔습니다. 청의 발걸음은 점점, 높은 누각으로 향합니다.
>>282 흐음. 텐키는 의아했으나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안 그래도 오랜 기다림 속에 있는 자에게 더 무게를 안겨주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쓰다듬에 기뻐하는 청을 향해 부드럽게 웃고서, 텐키는 가만히 그를 따라갔다. 그들은 점차 높은 곳으로 향했다. 하늘이 가장 잘 보이는, 이 명하사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
"아, 그 이야기는 나도 알아."
박씨를 물고 온다는 이야기에 텐키가 옅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좋은 게 자랐으면 좋겠는데."
제비가 물고온 박씨에서 금이 날지, 지옥이 날지는 모른다. 텐키는 자신이 선량하게 살아왔다고 자신하지 않았다. 그는 요괴이며,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서 뭔가를 가져가는 존재다. 역시 제비가 박씨를 물고온다고 해도 자신은 박을 가르지 말아야겠다고, 텐키는 장난스레 생각했다.
희고 검은 돌멩이였습니다. 보석은 아니고, 원석도 아닌 듯 싶고. 영기를 가진 돌일까 냄새를 맡고 조명에 비추어 보아도.... 뭐 없어보이는데요? 거기다가..
"각별해'보여서' 동봉한다는 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와요?"
자기에게 각별한 물건을 동봉하는 건 납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수 대째 내려오는 가보 따위의 것이라면 값을 치르기에 마땅한 물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별해 보인다는 말은 또 뭡니까? 새노라는 돌멩이를 도로 보석함에 던져버렸습니다. 쿵 닫아버리고 양 손으로 뚜껑을 꾹 놀렀습니다. 돌멩이들을 빼고도 값은 충분히 치렀으니 불만 사항을 투서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하?"
또각또각, 계단을 올라가던 새노라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섭니다.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돌멩이가 든 보석함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소녀는 무엇을 근거로 각별해 보인다는 어휘를 사용한 것이지요? 돌멩이의 숨은 뜻을 알고 있나요? 새노라에게 각별해 보였나요? 돌멩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새노라의 사정을 알고 있나요? 머릿속에서 번개가 칩니다.
당신이. 어떻게. 새노라님도 모르는 새노라님의 사정을 알지요?
정신이 들면 새노라는 어느새 또 다시 눈발을 헤치고 있었습니다. 돌멩이 한 쌍을 품 속에 넣고 비단 위에 올라서, 소녀가 있던 도취의 화원으로 날아가는 것입니다.
아리스는 여나의 배웅함을 알고, 느끼고 그대로 거닐 뿐 이였습니다. 침묵 속의 고요함 함과 같이, 이쯤에 더 이상 없을 것이지만 그것을 알고자 돌아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 혹은 그녀, 무엇이든 그런 지칭은 별 상관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존재하고 존재했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충분합니다
아리스는 제자리에 서서 하늘을 천천히 올려다 보았습니다. 바탕이 되는 그 푸름과 부드러운 백색이 보입니다. 오늘 날은, 한 때의 깊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겠죠
아리스는 적당히 않기에 그럴 듯 해 보이는 곳에 않아서는 잠시동안 이러한 고요를 사색하듯 즐기고는 다시금 일어서는 행선지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다시 자택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모처럼 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향림당에 한번 방문하는 게 어떨지 떠올랐습니다. 안면이 있는 만큼 거기에서 매듭에 엮을 무언가를 찾아볼 수도 있겠죠
>>280 시나키 "목적지가 바뀌었다. 아니, 적확히 말하면 바뀌지는 않았지만... 어... 하여튼 바뀌었다. 잠자코 걸어가."
침음 끝에 얼버무리기나 하고 말이지요. 이거 제대로 된 소림사나 맞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한참 내려간 끝에... 거의 산기슭에 가깝도록 내려오자 다시 동물귀는 당신을 멈추어 세우고 누군가를 찾듯이 움직였습니다. 이번에는 당신을 동행하고서 말이지요. 머지 않아 동물귀는 원하는 사람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이쪽 사람들은 코스프레에 진심이기라도 한 건지... 이번에도 흰 머리에 개과 귀와 꼬리였지만 특이점이 있다면 목까지 오는 단발이었음에 지금까지 본 코스어들에 비해서도 제법 조용하고 진지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단발인 사람은 다소 거리가 있는 맞은편을 향해 "이런, 실례."라고 말하며 동물귀와 시나키를 보았습니다. 맞은편에는... 또 다른 흰 머리의 사람이 있었고 말입니다. 쇠빛 눈을 가진 단발과 다르게 맞은편의 동물귀 사람은 붉은 눈을 지니고 있었으며, 흰 머리를 꽁지머리로 묶었더랍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까지 본 동물귀들과는 다르게 저 자는 지금까지 시나키가 본 몹시 특징적인 희한한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았습니다. 마치 전혀 다른 존재라는 듯이.
맞은편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동물귀가 당신의 목덜미를 붙잡아 뒤로 붙잡아 뺐습니다. 나무에 가려져 더 이상 그 존재는 볼 수 없었습니다.
"예, 료타. 무슨 일이십니까?" 극히 낮은 목소리. "-을 발견하여 보고드립니다. 중턱에 있었습니다." 조사 앞에는 입술 모양으로 말했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단발이 당신의 눈을 마주칩니다. 그리고 건조히 경탄했지요. 아- 하.
"사과후 수속을 밟죠. 당신은 접때 제가 가르쳐드린 대로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을 말입니까..?" "예, 그 말대로입니다. 설마 두 번 말씀드리게 할 생각은 아니겠고요, 백랑."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명하신 대로. 이보라, 따라와."
그렇게 거칠게 말하며 동물귀-료타가 당신의 목덜미를 잡은 채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려 하였습니다. 언뜻 거친 움직임이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아프진 않았지요.
>>285 텐키 "안타깝게도.. 운 좋게 제비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하늘이라도."
자아, 이쪽이에요. 라고 말하며 청이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오르는 데는 오래지 않았습니다.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은 곳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계단 몇 번만 오르면 되었으며, 그곳에는 큼직한 종이 있었고, 누각에 올라서면 절의 풍경이 잘 보였으며 올려다보면 하늘이었습니다.
"아름답지요?"
호응을 기대하기보다 순수하게 묻는 말투였습니다. 겨울바람이 차갑지만, 어디선가 봄 내음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야, 여월인걸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텐키가 환상향에 있었던 예년에 비해 봄이 늦게 찾아오는 것도 같았습니다. 텐키가 예상하는 것보다 겨울이 꽤 일찍 가시는 예년이었지만, 올해야말로 정상적인 계절이구나 라고 생각되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올해는 무언가 다른 걸까요?
"이따금 답답하거나 번뇌에 괴로우면, 이곳에 오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으, 가끔- 오시는 것 같아서. 네. 응."
그리고 청이 수줍게 웃었지요. 주기적으로 열없음이 찾아오는 것 같은 청년입니다.
>>286 새노라 글쎄요. 돌멩이와 쪽지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는지.
눈 녹아가는 풍경 위로 새노라가 날아갑니다. 지극히 겨울다운 풍경을 헤치며 도취의 화림에 다다랐건만, 예... 당연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오만한 소녀가 새노라를 그때까지 기다려줄 리는 천지에 존재하지 않죠. 아니, 오만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은 정식으로 작별하였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 없습니다.
>>296 창공은 드넓기에 창공이라 부르니, 손바닥에 가려질 법한 창문 속 하늘이라도 사실 사람을 품고 세계를 담을 만큼 거대하니, 세상에 창공 아닌 하늘은 없고, 대지라 하여 다르지 않다. 오래지 않아 도달한 종 달린 누각은 어쩐지 창공과 대지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는 웃음이 나왔다. 내려다보아도 아름답고 올려다보아도 편해지는 것이다. 본디, 텐키란 하늘의 존재이나 대지를 딛는 자이기에. 그 둘 모두가 가까운 이곳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가 참 부드럽다.
"응. 그렇네."
가벼운 목소리를 내고선 누각 기둥에 몸을 기댄다. 나긋하게 반개한 흰 눈에 어렴풋이 푸른 기운이 스며들어 마치 하늘이 옅보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것을 눈치챘는 지 바람이 뺨을 스치고 간다. 아마 얼마 남지 않았을 겨울바람은 슬슬 여행길에 오를 모양인지 봄기운을 데리고 왔다. 예년보다 조금 늦다. 땅이 달라서 그런지 환상향이 그런 곳인지, 제가 아는 것보다 봄이 일찍 찾아오더니 올해는 제게 익숙한 계절감으로 오고가는구나 싶다. 허나 그게 마냥 달갑거나 납득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신비로운 곳에는 말썽부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지천에서 슬금슬금 몸을 움직이니. 어쩌면 머지 않아 일어날 큰 장난의 징조가 아닐련지.
허나 그것이 당장에 중요한 것은 아니라 우산은 그냥, 청년을 보며 웃을 뿐이다.
"앞으로는, 자주 찾을 것 같네. 고마워."
그건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창공과 대지 그 사이 어느 경계에 자리한 것 같은 풍경이 참 마음에 든다. 또한 이 우산은 먼 과거부터 이런 것을 좋아했던지라.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마을이라던가 축제라던가. 구름에 걸터앉던 산 위에 몸을 뉘이던 해서 바라보던 번성이 참 예뻤다. 달고 쓴맛이 나는 추억은 되돌아보기 꺼려지지 않는다.
"-올해는 봄이 조금 늦어."
연한 미소를 짓던 우산이 누각 바깥으로 다리를 쭉 빼 걸터앉고서 말하는 건,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예측. 일기예보란 본래 맞기만 하는 것은 아니어서 틀려도 상관은 없다. 허나 그가 하는 예보가 틀린 적은 없었기에.
"그저 그런 금년일 수도 있지만, 이 곳에는 장난꾸러기가 많잖아."
그냥, 부드럽게 말을 남긴다.
"옷이 얇아지는 건 좀 더 나중이 되겠네. 이곳에서 봄 풍경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기다리게 되겠구나. 기쁜 일이야. 그렇게 말하며 텐키는 즐겁게 콧노래를 부른다. 짓궂은 장난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오, 이것도 이 곳의 축제다 싶어 그럭저럭 즐기는 우산은 그래도 다치는 사람이 없게, 금년의 봄이 좀 게으른 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38 생원 숲을 뒤로 하고 앉으면 눈높이와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진 강이 보다 생생한 풍경으로서 펼쳐집니다. 둥실, 한 구석에 나무배가 묶여있지만 결코 평범한 배는 아닐 텝니다. 정상적이라면 이 강에 계속 떠 있을 수나 있을지 참으로 의문스러우니까요. 따라서 앉은 생원을 보며 의민이 히, 하고 풍선 바람 빠지듯 흐리게 웃습니다. "착한 아이네에." 하고 중얼거리듯 말한 것 같았던가요?
"원래 여기는 생生의 끝을 맞이한 죽은것들이 오는 게 보통이야.. 운명이라는 것은- 으응, 결코 벗어나기는 힘든 것이니까아..."
풍경을 바라보는 생원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의민이 타령하듯 말합니다. 강물의 흐름이 기이한 곡선을 그립니다.
"그치만 이따금은 그런 운명을 벗어나는 것들이 있어. 경이롭고.. 신기하지마안.. 분명히 있단 말이징, 그런 존재가."
틀림없이 항상 존재해왔어. 어떤 이유를 가지고 있든 말이양.. 하며 의민이 별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그저 말해나가지만, 어떤 말을 던지느냐 마느냐는 생원의 자유가 될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솔직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저 강은 몹시 기이해 끝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 몹시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생원이 자제력이 부족했거나 지적호기심에 지금보다 더 미쳐있는 상태였다면 과감히 강에 접근했을지 모를 그런 신비함이 강에는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생원에게 의민의 얘기가 들려온다. 운명이라, 운명. 자신은 지금 실험쥐 신세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는 운명을 벗어났다고 표현할 법한 거창한 일일까?
"의문. 대상 의민, 운명 벗어나지 못함. 이곳에 메여있음? 혹은. 운명 벗어남. 땡땡이 중?"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이 강에 붙어있는 이 녀석은 운명에 붙잡힌 것일까 자기 일을 벗어나 땡땡이를 치는 것으로 운명을 벗어난 것일까. 사실 이 의문은 그런 것도 운명인가를 묻고 있다. 그런 것도 운명이라면 자신이 실험쥐였던 것도 운명인 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리스는 여나의 배웅함을 알고, 느끼고 그대로 거닐 뿐 이였습니다. 침묵 속의 고요함 함과 같이, 이쯤에 더 이상 없을 것이지만 그것을 알고자 돌아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 혹은 그녀, 무엇이든 그런 지칭은 별 상관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존재하고 존재했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충분합니다. 비록 타인에게 내보일 수 없는 것일지라도 마치 둘에게 매어진 약속과도 같은 그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아리스는 제자리에 서서 하늘을 천천히 올려다 보았습니다. 바탕이 되는 그 푸름과 부드러운 백색이 보입니다. 오늘 날은, 한 때의 깊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많아질 것 이겠죠
아리스는 적당히 않기에 그럴 듯 해 보이는 곳에 않아서는 잠시동안 이러한 고요를 사색하듯 즐기고는 있다가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다음 행선지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다시 자택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모처럼 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향림당에 한번 방문하는 게 어떨지 떠올랐습니다. 안면이 있는 만큼 거기에서 매듭에 엮을 무언가를 찾아볼 수도 있겠죠
>>347 "남들보다 조금, 날씨에 예민해서 지레짐작 하는 것일지도 몰라. 아무렴. 그 편이 나은 걸."
약간의 웃음거리가 되는 편이 낫다. 작년과 약간 다를 뿐인 것이 낫다. 정답이 늘 옳은 것은 아니며, 사람들이 고심하는 내일의 날씨는 열 중 대여섯은 틀리기 마련이다. 장난꾸러기들이 부리는 짓궂은 일들은 이변이라 불린다. 다소 삿된 것 같은 어감 따라, 그것들은 다소의 희생을 만들어내기도 하기에 축제다 여기는 우산도 가능한 좀 드물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싶다.
"곡우까지 오지 않으면 그건 좀 심하겠지."
봄이 늦게 찾아오는 이변이라 하여 무난한 건 아니다. 봄꽃을 즐기지 못한다면 슬프다. 이 자리와 풍광이 마음에 든 그는 적어도 올해의 사계는 무사히 담고 싶었다. 지금 사진기가 없다는 사실이 다소 아쉬울 정도이다.
"나는 연약한데?"
사락거리는 옷자락으로 입가를 가린 그는 곧 살랑살랑 눈웃음을 지었다. 다른 곳은 다 겨울인데 유독 여기에만 부는 봄바람은, 봄이 달려와서가 아니라 우산에 맺혀있던 것이 봄이라 그런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그는 마주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350 아리스 요괴의 수해의 한적한 곳으로 이동하다보면 찾을 수 있는 것이 향림당입니다. 아직 꽃 피지 않은 복숭아 나무가 촘촘히 심겼고, 자못 안락한 분위기의 작은 건물 속으로 들어가면 차를 홀짝이며 책을 읽던 적각이 아리스의 등장에 시선을 들어올리고서는 슬금 웃으며 반겼죠.
"이런, 모처럼의 독서 시간인데 방해하다니."
참고로 '모처럼'은 아닙니다. 저번에도, 그 저번에도 독서 삼매경이었으면서 어찌 저렇게 시침을 뚝 뗄까요.
"그래, 나이프라도 추가로 구하기 위해 들르셨소? 아쉽구려, 아리스 공을 위한 나이프는 당장 없거늘..."
쯧쯧, 능청스럽게 혀를 차며 적각이 다시 페이지 위를 내려다보며 슬쩍 책장을 넘겼더랍니다.
아리스는 그렇게 길을 거니며 스쳐 지나쳐가는 풍경들을 보며 어느덧 한 건물 앞에 당도하였고, 지체 없이 그 출입문으로 다가가 그것을 열어 들어갔습니다
"어머, 그런가요~ 고요함에 잠겨 그것을 즐기고 있을때 끼어들어서는 흩으리는 것에게는 나쁠만 하죠. 하물며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아리스가 그 곳으로 들어가자 그곳의 주인인 적각의 그러한 반응에도 태연한 태도로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거의 항상 이라고 해도 다름이 없을 정도로 그러한 글귀들이 자아내는 이야기에 빠져있고는 했었죠. 만약, 그의 말을 그대로 따른다면 지금에도 앞으로도 그와 마주하는 일은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아리스는 그런 것에 크게 의의를 두지 않았고 지금에 이렇게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것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런데도, 그러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지는 않겠네요. 오늘은 그것이 아니니까요."
아리스는 이어지는 적각의 언행에 조금 장난스러운 억양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쨌든, 실제로도 지금의 아리스의 목적은 새로운 무장을 가지는 것은 아니 였습니다.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것 이였죠
"가령.. 선인이 그랭. 이들은 끝없는 수련으로 인간의 운명을 탈피한 불로장생의 존재라고 하지만, 결국은 필멸의 운명에서 불로장생의 운명으로 옮겨갔을 뿐이야. 벗어났대도 결국 운명의 속인 거지이."
생원은 적어도 어떠한 점은 이해합니다. 의민은 지극히 깊숙히 빠져든 운명론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녀에게 있어선 무엇이든지 운명으로 귀결되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야 그렇지 않습니까. 저승사자라 함은 저승의 존재라는 뜻이거늘, 운명에 대해 따지지 않으면 저승은 대관절 무엇을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까?
"원래 죽은 채로 와야 하지만.. 살아서.. 육신을 지니고 오는 목숨도 똑같아. 운명을 벗어났다지만, 결구욱.. 생生의 끝을 유예했을 뿐이지."
그런데 그것 알아? 의민이 흐린 양 쿡쿡 웃으며 말을 이어붙였습니다.
"그렇게 아무리 운명 속이라고 폄하해도, 결국 이치를 거슬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조차도 굉장히 어려운 건데- 신기하게도 계속 생긴단 말이지, 그런 아이들이-"
이상하게도 말이지. 말을 툭 내던지며 의민이 대낫을 땅 위로 똑바로 세웠습니다. 대낫은 넘어지지 않더랍니다. 평평하지 못한 땅인데도. 그런 곳인 겁니다, 환상향은. 적어도 생원은 어떠한 사실은 눈치챈 것이죠. 논리적인 증명과 과학은 환상향에서는 늘 통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을.
>>360 빙긋, 미소지은 텐키는 슬쩍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안 그래도 누각 바깥으로 몸이 쏠려있던 그 자는 슬그머니 떨어지는 듯 하더니 사뿐사뿐 하늘을 걷는다. 발치에 흰 안개가 하늘거리는 것이 마치 구름을 밟고 걷는 모양새라, 사실 누구나 그의 주변 하늘을 걸어다닐 수 있을 것처럼 보이 정도였다. 안개가 사그라지고 여느때처럼 둥실거리게 되었을 때, 그는 청이를 향해 상냥히 웃었다.
"여기선, 쇠뿔도 단김에 빼랬나?"
날씨에 민감하니 조금씩 돌아다니며 이상징후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자는 우산이 향하는 대로 날씨를 쥐락펴락하니까. 팔락. 펼쳐진 푸른 우산에 잠시 흰 눈이 떠졌다가 다시 감겼다. 평범하고 신비로운 청년 같았던 그는 인간이 아니며, 그저 상냥한 우산 요괴일 뿐이다.
>>291 잠자코라니 대체 뭐냐고~~ 무슨 죄수 취급이라도 하는 거냐고오오. 하여간 별 거 아니기만 해봐라! 그냥 콱 쥐어박고 나와버릴테다. (화남화남.) 하지만 내려가면 나로서는 좋은 일이기도 하고. 어차피 다시 내려갈 건데, 괜히 헛걸음 할 필요도 사라지니까? 그리고 조금 지나서 놈들의 동료인건지 어느 단발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흐음, 왠지 놈의 눈빛이 요상하―
"겍-"
―다고 충분히 생각이 들기도 전에 동물귀 놈이 나 목덜미를 채버렸다!! 이 자식이? 그리고서는 거의 이대로 나를 질질 끌고 가려하는 기세길래, 영 참을게 못 되어서 내쪽도 냉큼 뿌리치려고 손목을 노리고 팔을 힘껏 휘둘렀다.
"아 쫌! 나도 다리 있거든요?! 튼튼한 다리 두 개!"
과보호는 사용이라고. 뭐, 동작에 비해서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아니, 아프다 아니다를 떠나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건 별로 기분이 안 좋다고! 윽… 왠지 목이 쓰린 기분이야.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362 아리스 "아무렴. 하니 내 까마귀나 고양이는 되지 않음에 그대는 감사하여야 하는 게 아니겠소?"
여전히 능청맞게 어깨나 으쓱이다가 적각이 아리스의 대답에 과장스럽게 오, 하며 놀란 체를 하더랍니다.
"그것 참- 예상- 밖이군- 그래. 하면 대관절 무엇을 문제 삼아 왔는지 감히 물음을 던져도 되오?"
>>363 새노라 아쉽게도 특출한 머리를 통해 의표의 짐작까지 도달하는 일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돌멩이의 촉감에 집중한 결과 새노라는 희한한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돌멩이가 지닌 특유의 촉감은 이 땅에 존재할 만한 물건이 아닙니다. 전혀 이상한 감촉입니다. 마치... 전혀 다른 곳에서 온 것만 같이 말이지요.
>>365 텐키 하늘을 나는 텐키를 보며 놀라지 않습니다. 예사로운 일인 것처럼 텐키를 바라보며 언젠가는 떠날 겨울 공기를 만끽하는데, 그런 모습을 통해 텐키는 류청이라는 청년이 높은 확률로 요괴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은 텐키를 보며 말갛게 웃었지요.
"네, 물론이에요. 부르신다면, 이 몸 닿는 대로."
>>366 서준 단문점에 도착하자 단령포 차림 관리인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정중한 인사와 함께 서준을 환대합니다! 서준의 옷차림을 보고도 흠칫하지조차 않는다니, 이것이 프로 의식이라는 걸까요?
단문점은 4층의 복층으로 이루어진 넓은 상점으로, 웬만한 물건이란 물건은 전부 이곳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단호박이라면 1층에서 온갖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니 좀 들어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67 시나키 팔을 힘껏 휘두르는 것으로는 료타의 손아귀로부터 쉽게 자유로워지지 못했습니다만(아니, 도대체 얼마나 힘이 강한 겁니까?), 그 노력이 가상해서인지는 몰라도 료타는 꽤 순순히 목덜미를 놓아주더니 옷 매무새를 다듬는 시나키를 조금 긴장이 풀린 눈으로 흘겨보았습니다. 따라오라는 듯한 제스처는 여전하지만요.
"아... 단발의 분 말이냐?"
문득 료타는 무언가 생각하듯이 아주 살짝 뜸을 들였습니다. 꽁지머리 쪽을 물어보지 않은 것이 다행이죠. "우리 부대의 부대장이시다. 존경할 만한 분이고, 대단하신 분이지. 너 같은 것은 본 것만으로도 영광인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