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껏 습기 서린 축축한 웃음이다. 저 이름 모를 섬뜩한 존재는 불안이 심장을 움켜쥘 때마다 줄곧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미련하게 지레 겁은 겁대로 다 먹어놓고서 이제야 뒤늦게 상기했다. 미야나기는 차라리 모든 게 연극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붉은 휘장을 내림과 동시에 휘발되어 사라질. 피부 속을 파고 드는 날 벼린 시선에 손바닥 안으로 차가운 땀이 고였다. 생각. 뭐라도 좋으니 생각해내야 한다지만 그저 멍했다. 달리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는 온전히 죽어버린 상태에서 가라앉은 목소리만 얼핏 들려왔다. 묘안은커녕 늘 해왔던 잡념조차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버렸지만, 필사적으로 부서지는 생각을 어떻게든 이으려 애썼다. 다행히도 그건 무대 위의 광대에겐 익숙한 일이니 어렵기만 한 건 아니었다. 스스로를 세뇌하는 것은 평소에도 곧잘 하던 짓이다. 몸을 낮춰 눈높이를 나란히 두었을 때는—순간적으로 맥박이 파도처럼 요동치긴 했다—조금이나마 진정한 얼굴이었던 듯했다. “······신?” 멍청하게 한 글자 굴려 이 낯선 현상에 붙여줄 태고의 단어를 주워들었다. 이름을 돌려준 덕인지 날선 경계심도 약간 누그러지는 듯했다. 물론 부유하는 혼탁한 감정들이 죄 사그러든 건 아니다. 그녀는 신의 미소를 차마 받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사선으로 내리깔았다.
“아. 아아······. 네. 네, 그쵸. 맞다. 데려다, 그래야······.“
황급히 몸을 일으키다 말고 두어 번 휘청거린 후에 두 다리로 간신히 선다. 헝클어진 옷자락에 흙먼지와 나무 거스러미가 뒤엉켜 흉한 몰골이었다. 미야나기는 그대로 얼 빠진 태엽 인형처럼 무작정 비척비척 걸었다. 그마저도 열 발자국 못 가 아차 싶었는지 허겁지겁 되돌아왔지만. 창백한 석상처럼 굳어있어도 은빛으로 식은 숨결에 미동은 일었다.
“······얼른 돌아가요.“
젖은 땀이 밤기온에 말라붙어 작게 떨었다. 더이상 만취해 보이지는 않으니 구태여 부축할 필요도 없을 테다.
공포가 한 차례 극적인 절정에 달한 이후로는 느릿할지언정 확실하게 내려앉을 하강만이 남아 기다릴 뿐이다. 그는 점차로 가라앉아 가는 기분을 느끼며 이제까지의 쾌활함을 다시금 표방한다. 이미 아무것도 모르는 유쾌한 골통 연기하기엔 조금 흠이 생겨 버렸다지만 그래도 이 편이 이야기하기엔 더 낫지 않겠나.
"이 나라 말로 뭐라더라, 세상 어디에나 신이 있다잖아. 그게 허황된 믿음이 아니라 진짜라는 거지."
강습하는 교사처럼 손가락 척 들어올리고 설명하는 투가 제법 친절하다. 상황이 짐작과는 달리 흘러갔다 해도 그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음은 분명했다. 그야 신에 관해 모르는 인간 상대로는 얼마만에 밝히는지도 가물가물할 만큼 오랜만에 겪는 일인걸! 천 수백 평생에 비슷한 일 몇 번쯤 있었다지만 너무 옛적이라 그 인간들도 죄 죽어서 이제는 뼈도 못 추릴 거다. 말하자면 지금은 그에게도 기념비적인 상황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소보다 조금쯤 조심스러운 투로 접근하고 있었다. 비척거리는 사에에게 슬며시 몸 기울이고는 수삽스러운 양 손을 제 두 뺨 감싸며 짐짓 발갛게 웃는 것 아닌가.
"너무 긴장하면 무안해. 웃은 건 미안한데 그건 내가 날 때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거라서 어쩔 수가 없거든. 생리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난 꽤 열심히 참았다?"
…그래, '비교적' 조심한 게 이 꼴이라지만. 이래서는 내가 겁박이라도 한 것 같지 않나! 이미 본의 아니게 겁박 비슷한 것을 몇 번이나 했다는 사실은 양심에 와닿지도 않는가 보다. 비량은 그런 마음을 세세하게 헤아려주기엔 섬세하지도 상냥하지도 않은 신이라. 하지만 딴에는 노력한 게 맞다. 곧이어 성냥불이 훅 꺼져 사라지듯, 신이한 광망 번뜩이던 눈빛에 불이 꺼졌다. 이번에도 차마 분간하고 포착하기 힘든 변천을 거쳐 모습이 어느새 익히 알던 소년의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짝, 분위기를 환기하는 박수 소리가 이윽고 뒤따랐다.
"그래서 말인데! 뭐 궁금한 거 없어? 혹시 모르니까 미리 말하자면─ 고작 이런 것 물어본다고 대가를 받아 간다거나, 일상이 망가진다거나, 아무튼 평범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일은 안 일어납니다! 21세기에 함부로 사람 등쳐먹고 해하는 건 우리한테도 전근대적인 행태거든."
손뼉 친 손 그대로 꼬옥 마주잡고 또 또 그 눈 반짝거리고 있다. 눈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들이대는 짓거리가 아까와 똑같다. 이쯤 되니 제발 물어봐 달라는 무언의 애원인 듯싶다. 아는 것 자랑하고 싶어서 은근슬쩍 질문을 유도하는 어린아이처럼, 어째 이쪽이 더 간절하게 질척거리고 있다.
58 층간소음에_대처하는_자캐의_모습 이 아저씨도 상식은 있어서 처음에는 말로 하지만? 역시 안 듣는다면... 물리적으로 맞대응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보복해...◠‿◠ 후자는 그저 윗집 사람이 조용해지기만 바랐을 뿐인데 이사까지 가 버린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262 고데기를_뽑았는지_안_뽑았는지_기억이_안_날_때_자캐는 그러니까 집 밖에 나왔을 때 기억이 안 나는 그런 상황인 거지? 음~ 신이라서 그냥 뿅 돌아가서 직접 확인함()
325 동료를_배신하면_살_수_있고_배신하지_않으면_무조건_죽는_상황에서_자캐는_어떤_선택을_하는가 앗 이거 곤란한데~ 누가 동료인지에 따라 다르지?
별 관심 없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면 그냥 배신! 하지만 이 아저씨 자기 목숨에 대단한 미련이 있는 편도 아니라서, 중간 정도 친하다면 기분에 따라 배신할 수도 있고 배신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소중한 사람 정도 되면 확실하게 배신 안 해. 갈 때 딱히 비장미 있게 떠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으아닛. 이사까지 가버리게 만드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니! 하지만 층간소음을 너무 심하게 내면 차라리 그쪽 루트가 나을 수도 있어요! 물론 집값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뿅 돌아가서..ㅋㅋㅋㅋ 아앗.. 신 부러워요! 신! 그 와중에 배신할 수도 있고 배신 안 할 수도 있는 린..(빤히) 역시 친해져야만 해. 도깨비 방망이 찬스 같은 것을 얻기 위해서라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