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어여쁜 머리카락이라, 타인의 눈엔 진실로 어여쁘게 보이는 걸까? 소문과 명성으로 비롯되어 남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가지는 본능적인 혐오를 억누르던 사람도 있었다. 오죽하면 교국에서 불리는 멸칭 중 하나가 귀태일까. 재하는 당신의 평범한 머리색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빗질을 계속했다. 기실 이 색이 부럽단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렇지만, 아예 외지 사람인 당신이 이리 말할 정도라면, 거기다 지금 상황에서 거짓을 고할 리는 없을 테니 조금은 믿어도 되겠지.
"공도 참!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그 이후로 2주간은 머리카락을 쪽지거나 혹여라도 잡혀 잘릴까 안아들고 다녔사와요. 원체 극성이어야지요."
잠깐 허공을 배회하던 빗을 뒤로 재하 한숨 폭 내쉰다. 무릎을 팡팡 치면서까지 웃는 모습이 얄밉기라도 했는지 뒤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잠깐 모나지더니만, 결국 본인도 졌다는 듯 작게 웃음을 흘린다. 입마관에서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어느덧 한때의 추억이 되어버린 탓도 있겠다. 곱씹는다면 그리 좋은 일이 가득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이젠 추억으로 미룰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니! 재하 머리카락을 마저 빗질하던 도중,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고개 살짝 옆으로 내빼며 당신의 귀 바로 옆에서 낭랑히도 얘기한다.
"물론이어요. 스스로를 가꾸는 길에 다가선다면 언제든 환영이옵지요."
재하 미를 추구하는가? 글쎄, 범무구를 보고 귀엽다느니, 향낭자요 지네 보면 손으로 덥석덥석 쥐고 아이 예쁘다, 아이 예뻐. 하고 얘기하는 걸 보면 그건 아니다. 단지 스스로를 단장하면 그만큼 다른 것에도 세심하게 공을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꿈을 추구할 뿐. 사소하게는 머리, 손톱, 크게는 전체적으로 자신에게 공을 들인다는 것에 대한 보람과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자신에 대한 깨달음. 그런 길에 드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었으니.
"내공을 다루듯 머리를 다루시어요. 몸에 내기를 운용하기 위해 준비하듯 엉킨 부분을 손으로 풀어준 뒤 끝단을 살살 풀어주고, 어찌 공격해야 할지 가늠하듯 빗어야 할 전체적인 길을 대강 만들어 내고, 잠시 물러나듯 반대 방향으로 빗어주는 것이지요……. 그다음엔 이리 하시면 되어요."
잠시 실례하겠사와요, 재하 마지막으로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카락 속을 조심히 헤집더니, 원래 뿌리대로 뻗어 가야 할 자리로 가게 돕듯 가벼이, 그리고 한 번에 훑으려 했을 테다.
"그리고 큼직하게 본디 가야 할 방향으로 한 번씩 빗어주면 되는 법이어요. 야견 공처럼 어중간하게 긴 머리는 그리하는 편이 좋고.. 소마와 같은 긴 머리라면 동백기름으로 길을 터내며 세심하게 빗어야 엉킴이 없사와요."
충분한 도움이 되었사온지? 재하 생글생글 웃는다. 여전히 알기 어려운 수심 깊으나 뿌듯함 서려있다.
확실히 그리 말한 상대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실력 있는 무인이라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자신의 존재도 알아차렸을거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가만히 있자니 일부러 숨는 기분도 든다. 역시 먼저 나서야겠다.
그리 생각한 고불은 폴짝 뛰어 나무 밑으로 내려왔다. 위에서야 자신이 내려다보았을지 몰라도 같은 땅 위에 발을 디딘 순간 고불은 올려다보는 입장이 된다.
"고불! 누가 또! 올 줄은 몰랐다 고불!" 상대를 올려다보며 고불은 먼저 말을 걸었다. 말 자체에는 적의도 악의도 없지만 말을 건네는 얼굴 자체는 흉학해보이긴 했다. 이는 고불의 마음대로 조절되는 부분이 아닌지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고불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웃었기에 더 꼴이 사나워 보이긴 하지만.
”하핫! 그건 고난이었군. 거, 나도 돌아가는 길에 떨어진 도령 머리칼이 없나 잘 살펴봐야...“
야견은 도령의 작은 한숨과 이어지는 웃음에 그리 농을 던지며 답한다. 앞서 말했듯이 물론 도령과 같이 정상의 범주를 일탈한 아름다움이라면, 결코 좋은 기억만 남지 않았으리라. 좋은 일도, 아픈 일도, 기억에 남아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곱씹으며 이야기할만한 추억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가꾼다....그런 일을 생각하지 않은지 꽤 되긴 했는데...솔직히 도령을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달까. 뭐, 도령처럼은 힘들겠지만.”
야견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여, 자신의 얼굴 옆에서 낭랑히 이야기하는 재하의 말에, 조금 부끄럽다는 듯한 태도로 그리 이야기한다. 무림의 세계란 모두가 알다시피 무력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계. 따라서 야견이 살아오며 그에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바였다. 그러나 눈앞의 도령과 접하며 그런 생각도 조금 변화한 것일지도. 특히 좀 전에 재하가 펼쳐보인 벚잎 사이의 유혈이 낭자한 산보를 보며, 미(美)와 무(武)는 서로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조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걸지도 몰랐다. 뭐, 나쁘지 않잖나. 앞으로도 파계회의 간부로서 살아가려 한다면, 막내때부터 유지해온 까치머리보다는 위엄이 있는 편이 좋기도 하고.
“내공을 다루듯이 머리를 다루라, 내기를 운용하듯 엉킨 부분을 풀고, 공격과 물러섬을 행하듯 길을 만들고 빗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본디 가야 할 방향으로.”
평생 주먹질만 해온 무인의 상식에 맞춘 도령의 가르침은 기억에 자연스래 남는다. 이 사람, 어쩌면 교사를 해도 썩 적성에 맞지 않을까. 참으로 다재다능한 사람일세. 생글생글한 도령의 웃음을 보고, 곧고 세심하게 빗어진 자신의 머리를 본다. 바로 옆에 있는 도령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초절정 고수들의 환골탈태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정도의 놀라움이 가슴 속에 씨앗을 내린다.
“귀공한테는 만날 때마다 가르침을 받는군. 잘 새겨두도록 하리다.”
야견은 그리 이야기하며 도령에게 감사와 작별을 담은 포권지례를 올린다. 밤하늘에 막 올라서기 시작한 초승달도 밤하늘 중천에 올라와있다. 짧은 교국 여행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그것도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이를 알려준 벗을 얻었으니 어찌 보람차지 않을까. 야견은 떠나갈 채비를 하며, 도령의 웃음을 떠올린다. 아름답지만 무언가 회환이 있는. 아직 자신으로서는 그것을 마주볼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나 가끔씩 이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벗이 있다면, 지금은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막레! 입니다! 홍홍!! 더 이으셔도 되고, 여기서 마무리하셔도 되용! 간만의 훈훈한 일상이라서 힐링이었던 것...
갑작스러운 산길에 어색한 선객이라, 중원은 처음 만난 이의 외모가 꽤나 기괴함에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에게는 그처럼 기괴한 외형을 가진 인물을 만난 경험이 있었다. 단지 이런 이들을 대할 때는 외모에 대한 배려를 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무림인이다. 같은 무림에서 배우고, 같은 무림에서 살아가는 무인이니. 딱 그런 의미의 말들만을 필요로 할 터였다.
"선객이 계셨구려."
폴짝 떨어진 고불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중원은 가까이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내공심법은 운용하지 않았다. 막말로 상대가 전대 고수의 하나뿐인 제자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대에게 좋지 않은 꼴을 당할지도 모르니 적당히 사리는 것도 필요할 터였다. 그러니 눈가에 초승달 하나 휘어내며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그러곤, 자신의 배경을 답하며 상대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