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감았던 눈을 조용히 뜨고는 빤히 문을 바라보았다. 설마. 하는 심정에 가슴이 쿵쿵거렸다. 문 너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짐작이 되어 오히려 더 두려웠다. 이것은 모두 내가 자초한 일. 하지만, 바란 것은 아닌데. 문을 열려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문을 열고 난 현실과 마주했다.
잔혹한 현실에 나는 잠시간 숨을 멈추었다. 숨을 쉬는 방법조차 잊을 정도로, 머리가 어지러웠던가. 천천히,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내딛어 몸을 숙이고. 손을 뻗어 쓰러져있는 재하의 맥을 짚었다. 완전히 끊어져버린 목숨에, 다시 한번 절망했고.
생기 잃어버린 검은 눈이, 제 아내를 향한다.
"...차라리 저를 베어버리시지 그러셨습니까."
갈라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늙어버리기라도 한듯. 피로한 표정으로 제 아내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눈 앞의 여인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많았으나, 너무 많은 감정이 한데 뒤섞인 탓인지 되려 고요했다.
"부인을 노하게 만든 것도, 저 아이를 꾀어낸 것도, 이 참상을 만든 것 모두 제 탓인데. 차라리 저를 벌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모든 죄를 지은 것은 자신인데, 어째서 그가 죽었어야 했는가. 나는 아내를, 예은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째서 칼에 묻은 것이 내 피가 아닌 것인가. 어째서... 재하가 대신 죽어야 했는가. 내가 모든 것을 자초한걸 알아서, 더욱 절망스러웠던 것을.
야견은 지진격의 충격 이후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지독한 고통에 허덕이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이 기관에 들어와 죽을 뻔한 것은 이걸로 세 번째지만, 지금의 것이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품에서 대금창약을 꺼내 전신에 바르는 야견. 약들을 넉넉히 챙겨왔으니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진즉에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거, 미안하게 되었수다. 점창파 나리. 부디 미련 다 두고 극락왕생 하시게.”
야견은 어느 정도 상태가 회복되자, 점창파가 있었던 곳을 향해 짧게 합장한다. 승자가 보내는 위선뿐인 사과. 그러나 야견은 굳이 해야 한다 여겼다. 그와의 싸움으로 자신이 어떤 강함을 추구해야 할지 알았으니까. 강함은 곧 살아남는 것이다. 상대방의 강함과 약함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나건, 싸우는데 어떤 수단을 동원하건, 마지막에 서 있는 쪽이 자신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옥아, 라. 진실로 아버지가 맞는다면 옥아라 불리어도 참으로 기쁠 터인데. 재하 굳이 곱씹지 않아도 될 이야기임에도 괜히 곱씹게 된다. 쓸데없는 상념일 뿐이야, 잠시 감정이 흔들린 것이야. 정신 차려. 아무리 갈무리하려 해도 죽음 이후에 겪는 갑작스러운 상봉 아닌 상봉은 재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버지라 불리는 자가 보이는 반응은..
"……소마 안타까웁게도 부모에 대해 알지 못하옵디다."
태자는 재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차마 들은 대로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묘공卯公의 말로는 당신의 아이라 합니다. 입에서 내보내기엔 혀가 묵직하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당신이 알지 않을까, 재하는 입을 다물었다. 기실 아비가 아닌 것은 아닐까? 묘공이 착각한 것은 아닐까? 역시 기우일뿐일까? 그렇지, 내게 부모가 있을 리가 없지. 그리 생각하였을 적.
재하는 드러난 얼굴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태자라 불린 자가 옥으로 된 가면을 벗자 드러난 모습에 입이 자그맣게 벌어진다. 아, 말 그대로 옥면이로구나. 상앗빛이 은은히 감도는 머리카락은 내부에서도 찬연히 그 색을 드러내며, 자연에서 가장 위험한 어둠이요 피를 빼닮은 두 눈동자는 귀기로울 법한데도 그런 기색 없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흔치 않은 색의 조합만으로도 부자관계를 입증하기엔 충분할 것 같으나,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반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나, 반대인 만큼 닮았기 때문이다. 우수에 차고도 연약한 자신과 달리 강인하고도 굳건한 자였으나 조금 더 밝게 살 수 있는 모습으로, 자신이 세월이 흐른다면 저리 될 수 있음은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 피가 이어졌노라 확실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만 했고 씁쓸함이 동시에 엄습하나, 그마저도 홀리듯 사라져만 간다. 아버지라 하였음에도 불경한 생각을 품게 되니, 상공마저 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져만 갈 것 같다는 끔찍한 최후까지 생각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급히 가면을 썼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기실로 잊었겠지. ……아, 그런 생각도, 상념도, 어째서인지 잠에서 막 깬 듯 몽롱하여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지 떠올리기가 어렵고 흩어져만 간다.
"……달리 사연이랄 것은 없사옵디다. 어찌 하계의 사람에게 사연이랄 것이 있겠사옵니까."
몽롱하던 정신 갈무리 하고자 눈 내리깐다. 사연이란 한 단어와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정신에 아찔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제 무슨 일인지 알겠는지, 재하 눈 내리깐 모습 그대로 느릿하게 눈동자를 굴려 묘공 쳐다본다. 그땐 경황이 없었으나 들었지. 태자님이 처벌 받으시는걸 감수하면서까지 널 하계에 내려보내셨는데. 어미와 아비가 누구냐 묻는 것도 그렇고, 빼닮은 것임에도 자신이 자식을 가졌다는 사실이 있다면 최소한의 의심조차 품을 터인데 그조차 품지 못하는 기색 보인다면. 묘공을 쳐다보던 긴 속눈썹이 내리감긴다.
"단지 태자님을 닮아 태어날 영광을 얻었을 뿐이지요."
재하는 눈치가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선계, 옥, 가면.. 태자, 그래. 교국의 36장로, 옥면태자, 그리고 그의 아들인 자신과 모종의 이유로 자신을 내려보내고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모른체 하는 아버지라. 사연은 당신께서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어찌하여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옵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잊은 겁니까, 정녕 그리워한 것이 맞습니까..
"하계의 사람들은 찬연한 미 볼 수 없어 안타까웁겠지만 말이옵디다."
그리움인지, 아니면 이렇게 된 일에 대한 원망일지 모를 감정 때문에 괜히 속이 메슥거린다. 표정이 일그러질까 고개를 숙이고 다디단 말로 사연 무마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