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는 금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웠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닌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었을 터인데 일단 집어넣고, 참았다. 당황했는지 어린 시절의 그 때 처럼 자기 자신을 '리오'라고 3인칭으로 칭하면서 한 쪽으로 꽃을 슥 빼서 숨기려했다. 꽃이 예뻤다. 말했던 대로 매일매일 물도 갈아주고 이 꽃의 꽃말에 대해서도 배우고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예쁘게 잘 키울 수 있는지도 공부할 예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중한 사람이 특별한 날에 챙겨준 선물이니까. 리오는 여전히 헤실헤실 웃으며 따라갈 뿐이었다.
" 응. 여기에. "
건네 받은 꽃을 바치곤 리오는 뭔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는 선물받은 꽃을 탁 꺼내 펼쳐보였다. 마치 신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도얏-! 하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신사를 바라보았다.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속으로 '어때요, 예쁘죠? 하레하네가 선물로 줬어요!' 하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 겉으로 보기에도 퍽 티가 날 터였다.
" ..... "
리오는 그리곤 아무 말 없이 손을 모으고 살짝 목례했다. 참배라는 것은 할 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곤 조용히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그 전에,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의 봄도 잘 부탁드린다던가, 예쁜 꽃을 피워주셔서 감사하던가 하는 이야기들. 할 말이 많다 보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간이 조금 길었을지도 모른다. 리오는 지금 있는 소중한 나의 사람들, 이를테면 하네라던가 미야, 안즈, 사에와 같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자신의 다른 소원도 말할까 싶다가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 역으로 돌아올까 싶어 말하기를 관두었다.
" 응. 하레하네- 가자! "
먼저 팔짱을 걸어오자 리오는 또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음~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역시 신사에는 큰 벚나무가 많네- 하고 말하며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싶다고 말했다.
" 하레하네, 사진 하나 더 찍고 싶은데 괜찮을까-? "
하네가 순순히 응해주었다면 아까보다 더 들러붙어서 찍을 예정이었다. 방금은 팔짱을 끼고 몸을 살짝 붙인 정도였지만 이왕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꼭 끌어안고 한 장을 남겨두고 싶었다. 리오는 하네의 손을 잡고 신난듯이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가장 크고 예쁜 벚나무를 찾아 섰다.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에요. 오늘은 특별하게도 야외 촬영입니다. 봄이니까요, 새로 피팅하고 촬영하는 김에 꽃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사장님의 요청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하루노하나 마츠리에 또 오게 되었습니다. 제일 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이니까요. 마츠리를 즐기기 위해 놀러온 사람들 사이에서 촬영을 하는 건 부끄럽기도 하고, 서로에게 방해가 되니까 사람이 없는 끄트머리로 갑니다. 무엇보다 누가 알아보게 되면 절대 안 되니까요. 사람이 드문 곳으로 가도 꽃은 많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무사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카메라가 온전히 저만 바라보는 기분은 언제나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야외 촬영을 하면 옷을 갈아입기 어려우니까요, 아우터나 레이어드하는 코디가 많습니다. 잡화류를 많이 가져오기도 해요. 신발이나 양말, 악세사리거나 모자같은 거요. 이것저것 바꾸고 포즈도 바꾸면서 촬영을 해요. 오늘은 마스크도 챙겨왔습니다. 모자도 챙겨왔고, 집업도 챙겼습니다. 촬영하기 위한 게 아니라 얼굴과 옷을 가리는 용입니다. 옷을 갈아입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요, 바로 이대로 집에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사장님도 피곤할테니 집으로 바로 가라고 하셨어요. 아르바이트 하는 곳보다야 마츠리가 열린 이 곳이 집이랑 훨씬 더 가까우니까요. 옷은 그대로 가지셔도 된다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깨끗하게 돌려드릴 거에요. 인사를 드리고 집업부터 걸칩니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는 걸 미리 확인해뒀으니까, 어서 돌아가서 침대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물론 그전에 사진들은 SNS에 올려야 합니다. 배경에 나온 꽃들이나 풍경으로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채는 분들이 없길 바라면서요.
‘......?’
이제 마스크도 쓰고, 모자를 푹 눌러쓰려고 했어요. 그러려고 했습니다. 뭔가 위화감을 느끼기 전까지는요.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익숙한 사람이, 아니, 익숙한 신이 시야에 있는 것 같아요. 닮은 사람일까요? 닮은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해요!
ㅋㅋㅋㅋㅋㅋ농담이구.... 아니 날렸다니 고생 많았어🥺 우와악 오늘 입은 옷 완전 예쁘잖아~!!!!! 이걸 직접 볼 수 있다니 영광스러워서 승천...😇 답레 후다닥 써버리고 싶지만 나도...졸리네..... 나도 이제 자러 가볼게... 하네주도 이따 잘 자기...!!!(:˒[ ̄]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그런데 안 울겠다면서 뺏어가면 싫다고 말할 때, 어릴 때처럼 잇쨩이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합니다. 어린 아이한테서 선물을 뺏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한 말이었는지도 몰라요. 아니, 너무한 말이었습니다. 선물을 줘놓고 다시 뻇어버리겠다고 하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당황해요. 울 것 같은 표정보단 웃는 게 보고 싶단 욕심으로 잇쨩을 괴롭힌 거에요. 슬퍼서 우는 건 절대 아니었을텐데 제가 너무했습니다. 사과를 해야하는데 이것도 타이밍을 못 잡겠어요. 소원을 빌러 와 버렸으니까요.
“소원, 이루어지면 알려주겠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말했어요. 소원을 다 빌고서 팔짱을 꼈을 때 조금 어물거리다가 말해요. 잇쨩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는 걸 말해버리면 제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루어진 후에 말하기로 해요. 잇쨩의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면 부끄러움보다 기쁨이 훨씬 더 커서 바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잇쨩은 저보다 오래 소원을 빌었으니까요, 저한테 말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소원을 빌었을 지도 몰라요. 그게 다 이루어지는 때면 잇쨩은 분명 많이 행복해져있을테니까요.
“네에. 괜찮습니다.”
아까처럼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고 싶은 것 같아요. 신사 근처는 온통 벚나무 뿐이니까요, 이곳에서도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잇쨩의 사진을 찍어줄 생각이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이 있는 사진은 찍을 때는 부끄럽지만 나중에, 나중에 보면 분명 추억일 거에요. 몇 장이든 더 찍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잇쨩이 걷는 대로 같이 발을 옮기면 이 중에서 제일 크고 예쁜 벚나무 아래에 온 것 같아요.
“.........그.”
부끄러움이 순식간에 차올랐습니다. 안아도 되는지 물어봐준 잇쨩의 마음은 상냥하고 예쁘기만 한데, 저는 부끄럽기만 해요. 안는 건 별 거 아닌데도요. 학교에서도 친한 친구들끼리 안고 있는 모습은 많이 보이고, 길거리에 애정 행각을 하는 커플들도 곧잘 안고 있고, 가족들끼리도 자주 안습니다. 그러니까 안는 건 별 거 아니에요. 그만큼 친하기만 하다면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거고, 저는 잇쨩이랑 많이 친합니다. 어릴 때는 곧잘 했었습니다.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을 거에요. 할 수 있을 겁니다. ...클로버 스티커 3장 붙이기로 하고요. 고민은 꽤 길었지만 답은 짧습니다. 얼굴이 뜨거운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말을 하려고 했다가는 펑 터져버릴 지도 몰라요.
“저, 저도 안아요?”
이건 물어봐야 했습니다! 같이 안는 건 잇쨩이 안아주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에요.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합니다...
이 모든 상황에 앞서 변명하자면─ 모양새가 스토킹이라도 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지만 절대 의도는 아니었다!가 되겠다. 그도 우연이 이렇게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질 줄은 몰랐다. SNS를 하다 묘하게 익숙한 사람인 듯 의심이 가는 모델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가던 길에 그 쇼핑몰의 옷을 입고 촬영하는 하네의 실물을 목격하고, 오늘도 똑같이 그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나. 아, 이렇게 자주 마주치게 되면 계속해서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기도 애매하다. 열심히 감추려 드는 것 같기에 일단은 다물고 있었건만! 그러는 이 양반도 무얼 하느라 여기에 있었느냐면, 날씨가 좋고 나무그늘은 무성하니 인적 드문 시원한 자리에서 한가하게 한뎃잠이라도 잘까 하던 참이었다. 그러다 촬영팀을 이끌며 다가오는 하네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꺼진 불처럼 사라진 것이다. 숨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신의 힘까지 써가며 몸 숨긴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한 번 그렇게 없어지고 나니 다시 등장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일하는데 방해하기도 무엇해서 다 끝날 때까지 그대로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채이니 마음놓고 보기엔 편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있으니 구경하는 맛이 있구만. 척척 요구하는 대로 잘 하는 것도 전문가 같고…… 근사하기만 한데 왜 그렇게 죄지은 고양이마냥 몰래 다니는지 몰라.
촬영을 마치고 해산하는 분위기가 되어서야 그도 슬며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촬영 장소로부터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나타난 린은, 반가운 얼굴이 보이자 팔을 휘적거리며 허공에 휘휘 손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활짝 웃으며 벤치 위에서 양반다리 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양 떡하니 앉아 있었다.
"일은 다 끝났느냐?"
시작부터 단도직입적이다! 낯선 옷차림을 보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눈치니 이 태도가 시사하는 바는 뻔했다.
신이 부모님이라는 건 때로는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힘든 일이 있다거나 도망쳐 숨고 싶다거나 안심하고 싶은 구석이 필요할 때 다들 엄마라던지 아빠라던지 찾게 되고는 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잘못했다가는 정말 들리게 될 지도 몰라요! 무서운 걸 봐서 깜짝 놀랐다고 ‘엄마야!’ 생각했을 때 옆에 없던 엄마가 불쑥 나타나서 방글방글 웃으면서 대답해주신다고 생각해보세요. 보고 싶다는 말이 전해질까봐 함부로 못 찾는 거에요. 그래서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도망, 거짓말, 모른 척, 못 들은 척.........’
진짜 아저씨에요! 정말로요! 일은 다 끝났느냐니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에요, 이해는 됐는데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가지고 못 하고 뒤로 가지도 못 하고 옴짝달싹 못하게 굳어버렸습니다. 어디서부터 들켰을까요, 처음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요? 마스크를 쓰고 있는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사람까지 알아보게 되면 안 되니까......... 아저씨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죠? 옆에 있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을 때 아저씨가 무슨 대답을......... 누가 쳐다보라고 팔은 왜 저렇게 휘적거리고 있는 거에요! 도깨비신이 아니라 팔척귀신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한국 대사관 가고 싶어요?”
저는 집업에 있는 후드를 쓰면 되니까요, 챙겨온 모자는 아저씨한테 씌우기로 해요. 어디서 계속 보고 있던건진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아저씨가 여권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니까 대사관에서 여권 발급부터 해요. 신도 발급이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벤치에 가까워지면 바로 모자부터 푹 눌러 씌우려 하고 한 마디 해버립니다.
“스토커라고 잡아가라고 할 겁니다.”
옷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더워서 힘들더라도 아주 긴 롱코트를 챙겨와서 입었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옷차림으로 만나고 싶은 아는 사람은, 신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옷만 상하지 않는다면 바닥에 앉아버렸을 지도 몰라요. 옷이 걱정되니까 쭈그려 앉기만 합니다. 쭈그려 앉으면 적어도 다리는 치마에 덮혀 가려집니다. 주섬주섬 후드를 뒤집어 써요. 피어싱부터 빼야, 아니 화장도 지우고 싶고, 신발도 너무 튀는 것 같아서 벗고 싶어요! 열이 나는 기분이에요............
"무슨 야박한 소리를. 확실히 하자면 이 자리에 먼저 있었던 쪽은 나다. 끝날 때까지 자리도 비켜 줬건만 오해하면 못 써요."
휙휙 휘젓던 팔 내려서 팔짱 끼고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 참 태연스럽다. 무어라고 더 떠들려던 것 하네가 모자 눌러 씌우자 "엑."하는 하찮은 소리 내면서 잠잠해졌다. 그는 머리 뒤로 손 돌려서 뒷고리를 풀고 제 머리 크기에 맞게 제대로 덮어쓰고는, 그사이 쪼그려 앉은 하네의 곁으로 가서 속닥였다.
"앉고 싶다면 차라리 의자에 앉거라. 불편한 신 신고 쪼그리면 발 아파."
나름대로는 진심에서 우러난 걱정으로 한 말이긴 한데, 말하자마자 곧바로 쓸데없는 장난질로 옮겨가니 이래서 무용지물이다. 후드 쓴 하네의 얼굴 앞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우느냐? 울어?" 같은 소리를 하는데, 얄밉기 그지없다. 조언을 해 줄 거라면 애초에 걱정의 원인이 되지도 말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양반은 아는지 모르겠다. 통 연륜 묻어나지 못하는 머리로는 마주치자마자 왜 이렇게 구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뿐. 요 몇년 간 부쩍 부끄럼이 많아졌으니 그것 때문이겠거니 하는 간단한 추측은 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끄러운지는 영 모르겠다. 오히려 이러고 있는 게 더 눈에 띌 것 같은데 말이다……. 계속 이러고 있기도 무엇하니 일어나는 편이 나으리라. 그는 하네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재촉을 하기 시작했다.
"에잇, 계속 그러고 있으면 동네 떠나가게 큰 소리로 타카나시 선배님이라고 불러 주마."
아니, 협박일지도 모르겠다.
"아! 저기 마침 가미즈나 교복 입은 아이들이 지나가는구나. 너와는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다만, 3, 2, ……."
저런 식으로 나오면 제가 지는게 당연합니다. 이 마을에 먼저 살았던 건 저라고 대꾸하면, 누가 먼저 태어났냐까지 갈 게 뻔해요. 그러면 따질 것도 없이 제 패배에요! 아저씨보고 스토커라고 한 건 잘못이지만... 스토커는 커녕 일부러 한국에서 일본까지 와서 고등학생 노릇까지 하며 타지살이한다는 거 잘 알고 있고, 고마움도 언제나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부끄러운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 안 그래도 저 아저씨는 제가 기억도 못 하는 어릴 적 일들도 다 갖고 놀리는데요!
“앉기 싫어요. 아저씨 옆은 더.”
아는 사이로 보였다가, 혹시라도 제 SNS를 알고 있는 학생이 아저씨가 이러고 있는 걸 발견하고 말을 걸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도 걱정과는 달리 학교에서 잘 지내시고 계시는 것 같으니까, 이상하게 제 SNS 팔로워가 많아서 괜히 얽히는 것보단 그렇지 않은게 나을 거에요. 아저씨라고 말하는 것도 누가 들을까봐 목소리를 줄이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제 또래인걸요.
“안 울거든요.”
이런 걸로 울 리가요! 놀리는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울고 있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얼굴은 언제나 안 보이게 가리게 찍거나 크롭하여 쇼핑몰에 올라가는데도 화장은 하게 되니까요, 화장한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우는 모습을 보이는게 나아요! 우는 건 어릴 때 본 적 있을테니까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마스크를 썼어도, 후드를 썼어도 눈은 보이게 되니까요.
“앉을게요, 앉겠습니다!”
숫자도 셀 거면 10부터 세주면 좋았을텐데요! 3부터 숫자가 줄어드니 다급하게 쭈그려앉아있을 때가 아니라서 황급히 일어납니다. ...서둘러서 아저씨의 입을 막아버렸어요. 무례한 거 알아요! 아는데, 정말 소리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급했습니다. 벤치 옆 자리에 앉아보지만 치마가 다리를 숨기지 못 하니까 불안하기만 해졌습니다. 치마를 잡아 끌어내려봤자에요. 목걸이라도 움켜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