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서쪽 초입에 다다랐다는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깨달았을 테다. 어느새 보닛과 앞유리 위로 만발한 꽃잎이 휘날려 가루눈 흩뿌려지듯 부스스 내려앉고 있었으니까. 착란처럼 피어오르는 새하얀 화순과, 엷은 바람이 뒤섞여 나부끼는 하늘 아래로 한껏 개화한 수목들이 양 도롯가를 지키고 우뚝 서있는 모습은 산호를 한데 그러모아 엮은 꽃다발 같다. 벚나무 숲과 인근 노점으로 가는 길목에는 이미 산발적인 인파로 붐볐다. 더이상의 진입은 불가능해 보이니 이쯤에서 내려야겠지. 부유하는 꽃잎 사이로 훌쩍 뛰어내린 그녀는 문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나 양팔에 튜튜를 안고 케이를 기다렸다. 그러고는, 케이에게 다시 튜튜를 시스러이 건네주며 눈꼬리를 휘었다.
“그럼 부스까지만 부탁 드릴게요. 별로 안 멀어요, 바로 이 근방이니까!”
그 말대로, 확실히 부스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으니 과장은 아니었다. 빨간 휘장이 둘러진 노점으로 앞장서 곧장 사뿐사뿐 걸어간 미야나기는, 이내 벚꽃잎에 흠뻑 젖은 머리칼을 까맣게 털어내며 안에 대고 ‘저 왔어요!’ 하고 소리쳤다.
- 어, 부장이야? 2학년들이랑 같이 안 있구 왜. - 아오이 언니가 의상 가져다 놓으래요. 이거 예무제 홍보용으로 부스에 전시한다던데요? - 아! 지젤 패전트? 저쪽에 대충 던져 놔. 저기에 포토존 만들려고 했는데 토슈즈만 두니까 완전 휑하더라고. 온 김에 평가도 좀 해주라. - 이따가 볼게요. 그리고 이거 언니가 학교에 놔두고 간 튜튜인데······ 참! 옮기는 거 이 선배님이 도와주셨어요. - 어머, 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서로 통성명도 안 했었나. 미야나기는 이 자상한 선배에 대해 학년과 반 외에는 아는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한다. 교문으로 가는 길 위였던가, 넌지시 덧붙인 말에 의하면 아주 생경하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프리 드 로잔Prix de Lausanne 이후로 참가했던 세 번의 콩쿠르와 예무제의 한산한 객석 한켠 희미하게 앉아있던, 신기루를 닮은 한 관객을 그녀는 당연히 기억한다. 하늘거리는 치맛자락을 그러쥐어 공중에 던지듯 희게 흩날리며 레베랑스를 건넬 즈음 그는 뒤돌아섰고, 어둠을 걷는 손짓으로 무대의 상수를 빠져나갈 때엔 극장에서 자취를 감춰 사라졌다. 쭉 뻗은 팔 너머로 길게 돌아본 객석에는 샹들리에의 어스름만이 남아 흔들거리곤 했다. 열띤 박수 갈채 속에서 그녀는 찬사에 고조하기보다 깊은 잔상처럼 남은 관객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그때 기묘했던 사람은 역시 선배였을까? 아지랑이처럼 꼬리를 무는 의문과 호기심은 잠깐 접어두기로 한다. 일단, 해야 할 일을 완전히 해치운 것에 대한 희락이 우선이다! 노점을 뒤로 하고 나온 미야나기가 벚나무보다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으아, 드디어 끝났다—!! 덕분에 진짜 감사했어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혹시 안 바쁘시면 제가 뭐라도 사드릴게요. 오면서 따로 눈 여겨보신 데 있으면 거기로 가도 되고요.“
// 예끼이놈아 사람이.옆에잇는데 어떻게 폰을볼수가잇느냐 제가 책임지고 이 버르장머리업는놈 사람 만들어놓겟습니다. 청학동 보내겟습니다…… (죄책감 max) 아무튼 레스에는 안 썼는데 부스는 전통의 무용과 이자카야야! 물론 대학이 아니니까 전부 논알콜임 😇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날씨는 화창했고, 봄기운이 물씬 풍겼다. 마치 이 축제를 위해 가장 따사로운 날씨만 남겨둔 것처럼. 그에 환호하듯 꽃들은 봉오리를 터트렸고 벚꽃잎은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사에가 건네는 튜튜를 건네 받았다. 그 건네는 과정에서 휘어지는 눈매와 눈이 마주치자 케이 또한 자연히 미소를 띤다. 딱히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기보다는 그냥 눈을 마주치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작년 봄, 입학하는 미야나기 사에를 처음 보았을 때 케이는 자연히 코타로를 떠올렸고 그 코타로를 지켜봤었던 그 옛날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었다. 피해다녔던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엔 이렇게 한 번 쯤은 우연히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정도로 감흥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진 못했다. 지켜보는 것과 마주보는 것은 꽤나 다르구나, 하는 감상일까.
사에의 발랄한 말마따나 얼마 걷지 않아 부스에 도착했다. 벚꽃이 흐드러진 나무 아래를 지나다보니 꽃잎이 하나하나 머리 위에, 어깨 위에 얹어지기도 했다. 휘장 안으로 들어가는 사에를 보며 케이는 그 반보 뒤에서 부스 내부를 둘러봤다. 술과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려나. 안내판을 보니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와 달리 술이 아니라 논알콜 음료인 모양이다. 사에가 무용부 부원들과 이야기하다 말고 저를 소개하기에 케이는 “안녕하세요”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것을 보니 다 3학년인 듯 했다.
간단히 인삿말을 나누고 짐을 건네주고 부스 밖으로 나온 사에의 모습에는 일을 끝마쳤다는 후련함이 보였다. 케이도 따라 웃다가 감사하다며 보답을 하고자 하는 말에 답했다.
“일 끝난 것 축하해요. 따로 눈여겨 본 곳은 없는데, 무용부 부스 구경은 안 시켜 주는 거에요?”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조금 아쉬운 눈치다. 아니면 그새 사에가 부스 구경을 꺼려한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아주 약간의 장난기 어린 질문일지도 모르고.
//ㅋㅋㅋㅋㅋ 바쁘다보면 휴대폰 보느라 대화하기 힘들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 사에가 왜 속으로 부스 구경 절대 안돼라고 했는지 궁금해졌다
반짝반짝, 과할 정도로 열렬하던 눈빛에 일순 의문의 빛이 서린다. 베르단디……? 생각지도 못한 외국어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남궁도 이곳에서는 제법 이질감 드는 성이라지만 적어도 국적은 통일된 이름이지 않은가. 짧게나마 이게 그 일본에 있다는 특이한 이름인지 무엇인지 헷갈렸지만 이 여자애, 외모에 다른 인종의 특징이 조금씩 두드러지는 걸 봐서는 외국계 이름인 것도 같고.
"어, 그러니까 뒤쪽이 성인 거지? 아닌가? 사치가 성?"
그렇지만 빠르게 결론 내리고 되물을 뿐이다. 뭐어, 국제사회라니까. 본인도 그 설정 밀어붙이고 있는 판에 새삼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친한 척할 구실이라 생각했는지 훌쩍 거리 좁히고 마구 물어 온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거리'는 물리적인 거리를 포함한다. 척척척 순식간에 더 바짝 다가와서는 흥미 가득한 눈초리다. "그거 어느 나라 이름이야? 나는 한국인이거든."
부적에 관심 있댄다! 속으로 쾌재를 지르는 한편으로는 '그럴 만도 하다'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운이면 이런저런 주구 같은 것들 모으는 게 맞다. 부적에 관심 많은 것과는 별개로 효력보단 무늬만 그럴싸한 장식품들만 잔뜩 모은 것 같긴 하다만……. 아 부적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마치 참견하기 좋아하는 게이머의 본능처럼, 신령이고 민간신앙의 화신으로서 의식하고 나니 미치도록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이왕 말 꺼낸 김에 제대로 된 걸로 하나 내어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이거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친한 척 들이대야 하기도 하고, 도깨비는 은혜 입은 인간에게 갖은 선물로 보답하는 습성이 있다지 않은가. 설화에서 흔히 나오듯 보물까지 턱턱 내어줄 정도로 순박하다는 얘기는 과장이지만. 좋아, 생각을 마친 그는 빠르게 행동하기로 했다.
"조금 기다려 보거라. 어디 가지 말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문을 열고 다시 어디론가 뛰쳐나갔다. 서두르느라 말투 실수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종알종알 떠들던 소음이 떠나간 자리에는 고요의 여운만이 남았다. 아까처럼 우당당탕 복도가 다 울리도록 뛰어다니는 소리도 나지 않고,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그저 근처에서 무얼 하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적막감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 3분도 지나지 않아 벌컥 문이 열렸다. 어쩐지 의기양양한 얼굴의 린이 무언가를 보라는 듯 척 들고 있었다. 괴황지(槐黃紙)에 쓴 붉은 글씨. 직사각의 형태를 한 긴 종이라 접는다면 소지할 수도 있을, 알아보기 어려운 파자와 도형, 변형된 문자가 어지러이 얽힌 부적이었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오마모리나 일본의 여타 호부(護符)와는 확연히 다른 형식의 주구라는 것이 확실한 물건이다.
"자, 내가 가지고 있던 건데 줄게. 지니면 운이 좋아지는 거라니까 사양은 하지 말고!"
가지고 있던 부적이라는 말은 거짓부렁이다. 방금 나가서 즉석으로 만들어 왔다. '사양은 하지 말고'라는 말에서 웬만해서는 꺾기 힘들 고집이 느껴진다면 기분 탓이 아니리라. 그 기분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그는 강매하는 장사치처럼 그것을 사치의 손에 휙 쥐여주려 했다. 제 내킨다고 동의도 없이 뭘 주니 마니 하고 있으니 막무가내가 아닐 수 없다.
커미션이 와서....... 기쁜 마음에 월루와 함께 갱신....!!! 🤗 하네가 피팅모델 아르바이트할 때 모습이야. 하네가 사복으로 절대 입지 않을 스타일........... ☺️ 그리고 TMI! 하네는 귀가 뚫려있어. 그것도 꽤 많이. 집에 가면 투명한 피어스를 끼고 있대.
https://postimg.cc/RNSjmbx7
어제 퇴근하고 바로 잠들어서...... 리오주 답레는 확인했어, 하네 답레는 저녁 쯤에 가져올게—! 🥲
>>767 두부 포케 먹었어—! 요즘 소화가 잘 안 되어서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은 거로. 😋 아무래도 와이셔츠, 맨투맨, 니트조끼가 많겠다 싶어. 치마도 롱스커트일 것 같고. 핏도 널널하고—! 케이는 옷 취향 어떨까? 패션쇼를 못 해주겠다면 썰이라도...... 🤗 썰을 주지 않으면 케이의 사복은 쌀 포대라고 소문내고 다니겠다. 😎
>>768 다들 왜 소화가 안되냐구ㅠㅠㅠㅠㅠ 포케가 뭔가 해서 검색했어 ㅋㅋㅋ 샐러드 같은 느낌이려나. 하네 단정한 스타일이구나~ 역시. 그리고 꽁꽁 싸매고 다니는 군 역시 부끄럼쟁이라니까. 케이 쌀포대 ㅋㅋㅋㅋㅋㅋ 케이 사복 스타일도 하네와 비슷하게 단정한 스타일이지? 셔츠에 면바지. 가끔 니트조끼나 니트 가디건. 얼어죽어도 코트. 얇은 실로 짜여진 목도리 같은 거. 여름에도 반팔 셔츠나 얇은 긴소매 셔츠 입고 소매를 걷는 느낌일 것 같고. 캐쥬얼하게 반팔 티를 받쳐 입기도 하고. 신계에서는 출근할 때 단정한 셔츠에 정장바지. 그 위에 하오리를 걸치고 다녔어.
>>770 서양...... 비빔밥? 🧐 샐러드랑 같이 밥 먹기?............ 소화가 안 되는건 직장인의 고질병이니까 🤗 퇴근하거나 퇴사하면 나을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케이도 단정한 느낌일 것 같았다! 얼죽코였구나. 여우신님이니까 추위를 덜 타려나 싶기도 하다. 털이 있으니까! 꼬리도 무려 아홉개—! 뜨개목도리보다는 머플러 취향인건가! 신계 출근룩 간지나다................ 신도 피해갈 수 없었던 직장생활이구나.
>>773 집안 사람들 다 귀가 뚫려 있어서 거부감도 없었고, 자석형이나 클립형도 판매하긴 하지만 피어스가 훨씬 많아서 뚫었대. ☺️ 관운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암, 하네는 장군감입니다. 🤗 피어스 아프지. 막힌 곳 뚫는게 더 아프고 염증 나면 까탈스럽고 아프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거북의 신님 돌아와요—!!! 아저씨 놓고 가—!!! 단정한 풀정장 차림. 쓰리피스 수트에 구두에 넥타이핀에 커프스까지 전부 장착한 린.......... 향수를 대령해주고 싶다—!
>>783 미카 그럼 여름에도 긴바지 차림이야?! 일본 여름은 한국보다 훨씬 더울텐데 우리 아기고양이 잘익은 물만두 된다........
>>78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쥰........ 학창시절 같은 반 여자아이들 손에 화장당하고 양갈래 묶음 당하는 역할의 남자아이가 생각나.......... ☺️
>>787 지금 내가 중요할 리가. 케이가 여름을 무사히 나야한다—! 우리 아기여우신님 모질 관리를 위하여 트리트먼트도 같이 공물로 올리겠습니다. 🤗
>>792 응 🤗 제일 많이 뚫은 건 셋째지만 기본적으로 다들 귀가 하나 이상 뚫려있어. 다만 악세사리 취향은 다들 다르다고 합니다! 으—악—! 텍스트로 느껴지는 공포와 섬찟함과 소름.............. 🥲 테이프 붙은 고양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네 보고서 몰래 웃을 것 같다 ㅋㅋㅋㅋㅋㅜㅜ 🤭
여담인데 사복/교복의 극한 캐주얼 취향은 의외로 불편해서가 이유는 아니야. 이 아저씨 여러 겹 껴입고 소매도 길고 소재까지 비싼 한복은 잘만 입고 다니거든... 이유는 그냥 1.그게 현대 의상 취향이라서... 정장 삐걱거리기는 그냥 본인 심미에 안 맞아서 그런 것일 뿐 2.복장불량으로 선생님한테 쫓기는 게 재밌음
이라는 이유 때문에🤦♀️
>>795 크아아악 그치만 안 그럴 것 같은 캐한테 귀여운 옷 입히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
>>79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우신님이 슬라임이 됐는데요..>~~!!!! 앗.... 나 갑자기 불경한 생각이 떠올랐는데 말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