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나기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곧장 얼굴이 환히 펴지는 게 퍽 기쁜 기색이었다. 약간은 망설임이 묻어나는 태도로 어깨에서 튜튜를 내리고, 조심스레 케이에게 넘겨주며 흘러내린 의상 가방을 단단히 고쳐 멨다. 그러고는 멀건 웃음을 입술에 내걸며 연거푸 인사를 건넸다.
“아, 살았다······! 감사합니다! 제가 진짜 부탁 안 드리려고 했는데, 이게 소재가 워낙 약해서 막 들면 모양이 망가지거든요. 제 것도 아니라 좀 곤란해서. 입구까지 택시 타고 가면 되나요? 비용은 제가 낼게요.“
잠깐 기사님께 연락할까 생각하다가는, 이내 초면이니만큼 택시가 덜 부담스럽겠다고 판단하며 택시 어플을 켰다. 학교에서 거리가 아주 먼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보로 가기에도 애매한 위치니까. 저를 돕겠다는 친절한 선배에게 짐까지 지워놓고 걸릴 수는 없지! 게다가 마음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보답하겠다는 말을 구태여 상냥한 언어로 거절한다. 이에 양심이 좀 뜨끔해졌었나, 머쓱하게 그녀가 말을 덧붙인다.
”이거 원래 제가 할 일이에요. 선배가 센도 양, 안 깨웠으면 그런 부탁도 안 받았을걸요.“
사실이다. 본인이 시킨 바람에 얼결에 같이 덤터기 쓴 거지, 만약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고 센도를 깨우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 자상한 선배는 행복하게 귀가하고 있었을 테다. 그녀는 잠깐 숙연해진다. 그나저나 부스. 부스 구경이라. 흐음, 어엄. 으으으으음. 곁눈질로 슬쩍 케이의 단정한 옆선을 훑던 미야나기의 입술이 말려들어갔다. 절대 안 돼! ······그냥 다른 부스 가서 사드려야겠다. 아무튼 그녀는 핸드폰을 꺼낸 김에 iMessage에 접속했다. 학교에서 더 챙겨가야 할 짐이나 있는지 동기에게 물을 심산이다.
- 우리 짐 옮길 거 아직 많이 남았어?? 💦
- 놉 아까 쌤이 차 갖고와서 다 싣고가심개이득ㅎ - 남는건 1학년애들이 들고간데
- ;; 대박 그럼 난 뭐 하면 돼
- 걍 무용실와서 노가리 ㄱ - 지금 우리 다 누워잇어 ㅎㅎㅎㅎㅎ 빨랑와
좋겠다! 순간 ‘나도 가서 눕고 싶다’라고 답할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낸다. 2학년들은 부스는 나몰라라 한 채 놀자판이나 벌이는 모양—진짜 부럽다—이었다. 미야나기는 회신하느라 잠깐 고개를 화면 속에 파묻곤, 두 손으로 키패드를 연타해대며 앞도 안 보고 교문까지 걷는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케이와 대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딱히 더 들를 데는 없고 이대로 벚나무 숲으로 가면 될 것 같아요. 짐도 이거 두 개가 전부예요.“
그때 짧은 수신음이 울림과 동시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밝아졌다. 승차지에 도착했다는 알림이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 그녀는 이내 까만 토요타 한 대가 교문 근처에 정차 중인 것을 발견했다. 얼른 운전석을 향해 핸드폰을 높게 들어 흔들어 보이자 뒷좌석의 자동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헉, 무용실에 짐 가지러 갔으면 큰일날 뻔했네. 손가락을 들어 토요타를 가리킨 그녀의 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오오! 택시 진짜 빨리 왔다, 저거 우리 차 맞나 본데요? 먼저 타세요! 참, 튜튜 저한테 주시고요.”
/ 생각해보니까 벚나무 숲이 학교에서 얼마나 떨어진지 몰라서 자본으로 밀어붙였습니다 😇 이대로 대충 도착했다 그래도 되고 택시에서 잠깐 이야기 해도 되고〰️ 그나저나 사에한테서 조상 할배 겹쳐보는 여우님 초-자상해 ㅠ ㅇ ㅠ
남궁 린의 여유로운 너스레 덕분에, 팔자로 곤두섰던 눈썹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그런데, 혼자서라도 나왔을 거라는 말은 남궁도 이 축제에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말일까? 키구치 요이카는 조용히 마음에 새겼다. 눈치가 없기로는 남에게 꿀리지 않지만, 그래도 남궁이 마츠리에 기대하고 있는 무언가를 요령껏 찾아내서 보여 주자고. 아니, 가령 남궁이 말마따나 ‘심심하니까’ 나온 것이라 해도, 최소한 자기가 남궁의 심심풀이가 되어 주자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머리에 팔이 톡 얹혔다.
“뭐?” 「무엇을?」이라는 의미의 「뭐?」였다. 이 다음에 오는 「뭐어?」는 「뭐라고?」라는 의미지만 말이다. “뭐어? 그럴 리가, 당연히 아니지. 이런 건 당신 같은 사람한테만이야⋯.”
그렇게 말을 꺼내다가, 키구치 요이카는 앗, 하고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는 듣는 귀가 너무 많았다.
신의 「규칙」 여섯 개조 가운데 제1조항은 ‘인간에게 정체를 누설하지 말 것’에 대한 내용이다. 2조항과 3조항의 내용은 1조의 뒤를 이어서 각각 ‘능력을 내보이지 말 것’, ‘본모습을 보여주지 말 것’이다. 즉 규칙의 절반은 신의 비밀 유지에만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신은 인간계를 내려다보며 사람들의 삶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반면, 인간이 정해진 선 바깥으로 시선을 내미는 것은 한 신령의 몰락을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다. 요이카는 이미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었지만, 그 금제를 어겨서 괴로운 결말을 맞이하는 상황만큼은 끝까지 피하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축제 장소는 의식적으로라도 입단속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곳이었다. 귀 달린 벽이나 눈뜬 장지문은 없다고 해도. ‘당신 같은 벽사신이나 이매망량의 부류는 잘려 나간 은행나무의 원념에 영향을 덜 받거나 억제해 줄 수도 있으니 곁에 있게끔 하는 것이지, 평범한 인간과 접촉했다가는 그들이 무슨 액운에 씌일지도 모른다.’ 요이카는 말을 꿀꺽 삼켰다. 요즘 세상의 인간들은 신기한 전기(傳奇) 같은 것을, 심지어 신성이나 신비에 관한 이야기라도 거리낌없이 만화나 소설, 영화나 활동 영상 같은 것으로 만들어 감상하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를 들어도 옛날처럼은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곳적에 쓰인 지엄한 규칙으로부터 글자가 한둘쯤 빠져 버린 게 아니다.
그래서 팔받침의 연장에 해당하는 행동을 받으면서도, 요이카는 그쪽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 어깨나 한 번 으쓱하고 말았다. “남궁, 이래봬도 나는 ‘얼핏 축제’보다는 ‘본격 축제’파야. 언젠가 기모노를 다 찾아내면 보여 주지.” 원래 말해 두려 했던 이유는 나중에 으슥한 곳에서라도 귀띔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키가 한 척은 차이 나는 것을 고려해서, 요이카는 린의 걸음걸이보다 조금 더 바쁘게 걸었다. 하카마를 껴입어서인지 아지랑이가 땅에서 끼쳐 올라서인지 발걸음마다 등줄기가 후끈했다. 나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요이카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씨 괜찮은 친구도 동행하고 있는데다가, 적어도 요이카의 눈으로는, 보게 된다면 자연히 알게 될 터였다.
“소원이라, 음⋯. 소원이라고 해야 하나, 안부 인사라고 해야 하나. 굳이 따지면 ‘올 한 해도 평화롭길’ 그런 걸 빌러 가는 중이지.” 종아리가 풀밭에 닿기 시작했다. 이끼 핀 숲에 깔린 돗자리를 피해 걷느라 요이카의 걸음이 고무줄놀이를 하는 듯하다. “당신은? 이왕 이렇게 불려 나온 김에, 소원 빌 거야? 괜히 궁금한걸.”
린 의 오늘 풀 해시는 어린_자캐가_마시멜로_실험의_대상이_된다면 (※어린 시절에는 사람보다는 도깨비불이나 비인간의 형상에 더 가까웠지만 편의를 위해 어린이 모습이라 상상해주면 덜 밉게 보이고 편하겠습니다)
어렸을 때엔 지금보다 성격이 나빴던 관계로... 이딴 한입거리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자길 갖고 노냐면서 실험 관계자들을 족치고 마시멜로 및 기타 중요한 물건을 모조리 털어갔다는 엔딩이 되지 않을지🤦🏻♀️ 평범하게 한다면 본인 마시멜로부터 먼저 먹어버리고... 다른 애들 것도 다 뺏어먹고 입 다물게 한 다음 '다른 애들이 자기들끼리 다 먹은 다음 내 것까지 뺏어 먹으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먹게 됐다'라고 구?라를? 치지 않을까여 아니 이것도 평범하진 않잖아🤦🏻♀️🤦🏻♀️🤦🏻♀️
아저씨의 어린?시절은 성격이 나빴어~ 인간으로 치면 좀 못돼먹은 어린애였다고 해야 하나? 남 괴롭히기 좋아하고 가지고 싶은 건 뺏고 마음에 안 드는 건 엎어버리는 그런...👀 신이다 보니 그때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이 평범한 어린이에 비할 게 아니고 동등하게 비교하기도 어렵지만... 아무튼 요즘은 많이 어른이 됐지!
뺨때린후_자캐의_표정 음~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약한 빡침 상태라면 평소처럼 싱글싱글한 얼굴로 여유롭게 농담도 던져주겠지만 다소 화남 상태 이상이라면... 정색하거나 분노한 표정이지 않을까🤔
자캐는_입으면_예쁘다_벗은게_예쁘다 ????? 진단아 갑자기 그런 거 물으면 당황스럽다... 입는 게 나은 쪽 일단은 하네네 아저씨인데 얠 벗기면 친구네 삼촌? 옆집 아저씨?를 벗기는 기분이랄지(?) 그렇게 생각하면 내 기분이 묘해져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