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4 하지만 성불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대사였다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아악 잠깐만 위험하잖아 이런 신도 괜찮은가..!!😨 흐으으으음... 놀쟝에게 멘헤라.. 분명 이노리 성격으로는 죽는 건 나쁜 거예요! 안돼 안돼! 하겠지만 이렇게 보여도 혼돈파괴가챠갓이니...🤔
이노리: 죽을 거예요? 안돼-! 이노리 신도 죽는 건 싫어요? 죽는 건 무서운 거야- 이노리: 그렇지만 신도 님, 이노리 얘기 잘 들어야 해요-? 이노리가 기도에 응답해줘도 운수가 좋지 않은 날도 있겠지만, 불운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이노리: 그 순간은 네 인생에서 가장 최고의 행운이 불운이었을 뿐이니까요? 가끔은 한번에 죽지 못하는 게 불행 같아도 그 순간의 행운일 수도 있고, 한번에 죽지 못하는게 인생 최악의 불운일수도 있잖아? 이노리: 그러니까 착해 착해 해줄게- 나쁜 생각 하면 안 돼요-? 약속-!
이름이나 얼굴 정도만 알았던, 달리 깊은 이야기 나누어 본 적 없었던 신이 어느날 부탁을 해왔던 때. 그는 가장 먼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이렇게 되물었다. "마당발인 건 그렇다 쳐도 키 큰 건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다른 것보다도 그 지점이 가장 궁금했다는 점에서부터 이 신도 참 엉뚱한 성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그 외에는 다른 이유 아무것도 묻지 않고 흔쾌히 승낙했더란다. 어쩌다 보니 약속 비슷한 것도 잡고, 마츠리 위치도 알려주고, 혹 자신이 오지 않는다면 전화해서 재촉이라도 하라며 연락처 넘겨주기까지. 그것이 며칠 전의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약속 당일이 되었다. 꽃잎이 쉴새없이 내려 발치에는 꽃 채이고 거리는 즐거운 웃음과 소음이 뒤섞여 흥성인다. 이곳저곳 거닐며 웅성이는 군중의 형상은 멀리서 내다보면 하나의 군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그 한가운데에 머리 하나는 넘게 높이 서 있는 누군가가 조금씩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에 시선을 준다면, 얼굴을 볼 수 있을 만치 가까워진다면, 어쩐지 평소보다 묘하게 기운이 빠진 듯한 남궁의 얼굴이…… 어? 날씨 좋은 날 기껏 놀러 나와서는 왜 이런 상태인가,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은 왁자한 축제 좋아하긴 해도 본래 습성은 야행성이라 이런 화사하기 그지없는 시간대에 나오려니 심리적으로 피곤하기도 하고, 최근에 거의 절음하다시피 지냈다 보니 금단증상이 온 탓이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이유가 더 컸다. 순전히 그의 문제일 뿐 요이카의 잘못은 아니라는 뜻이다. 평소처럼 기분 따라 변덕 부리지 않고 제 시간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 것도 그 덕일 테니 나쁜 일만은 아니다.
기운이 빠졌다고 해도 그는 그다운 법. 린은 척척 걸어와서는 요이카를 보자마자 평상시에 비해 맹한 얼굴로 웃더니, 인사도 없이 뒤로 돌아가 어깨에 턱하니 팔 걸쳐 어깨동무를 하려 들었다. 이쪽이 키가 크니 거의 짓누르는 꼴이라지만 신인데 무어 힘들겠나 하며 전혀 상관 않는 눈치다. 친소의 문제도, 그가 그런 걸 언제 신경썼었다고.
"너 생각보다 제대로 신경써서 왔네? 오, 난 완전 대충인데."
그 말대로 그는 추레하지는 않아도 달리 차려입은 모양새까지는 아니었다. 교복만 아닐 뿐이지 평소와 별반 다르지도 않고……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 없다. 손가락 하나 척 들어올리며 쾌활한 음성이 터져나온다.
"아무튼! 축제 안내 해줄게. 키구치 양이 어디에 가고 싶었길래 날 부르셨나─, 이왕이면 재밌게 놀자고."
당신의 그런 행동은 미유키에게 유쾌한 신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을까. 이렇게 치밀어 오르는 즐거움에 소리 내어 웃어본 것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던지. 먼저 말을 걸어와 주었던 것, 그리고 절 이렇게 웃게 해주었다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며, 웃음의 여운이 여전히 남은 얼굴로 미유키는 당신을 건너다본다. 그리고 곧 당신이 들고 있을 텀블러에 시선을 빼앗긴다. 주변 풍경엔 온통 벚나무로 가득하고, 그 분홍 꽃잎을 깔고 앉기까지 한 것인데. 텀블러에까지 벚나무가 새겨져 있다니. 이 얼마나 봄기운이 가득한 신님이신지.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생(生)이 있는 것은 멸(滅)하니 그런 것 아니겠어요? 꽃잎 이우는 순간이 영원한 끝이 아니라, 한 계절이 차고 또 기울고 나면 다시 피어나 눈처럼 내리는 봄으로 찾아올 것을 알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요."
생명성쇠(生滅盛衰)이니 순간이 값진 것이다. 이어 당신이 도시락을 내밀어 보이면, 미유키는 고민하다 가장 간이 심심할듯한 반찬을 집는다.
"그리고 유치한 게 뭐 어떤가요. 고리타분한 것보단 좋은걸요."
그렇게 말하고서 집은 반찬을 입으로 가져가 몇번을 씹어 삼키고 나면, 마음에 들었던 건지. 미소 지은 얼굴로 당신을 보며 묻는다.
사에가 그렇게 거절을 했음에도 케이는 근처에 서서 물끄러미 사에가 하는 행동을 바라본다. 역시 닮았지. 새까만 머리카락이나 이목구비 같은 것들이. 아니면 아주 오래전에 기억에 새겨져 남아있는 그의 모습이 왜곡되어 이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코타로의 모습은 자신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을 뿐 그 형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없으니까. 그야 그 시대에는 카메라 같은 것이 없지 않던가.
그래서 사에를 볼 때마다 미묘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더 그러했다. 작년에 사에의 존재를 알기 시작해서 계속 지켜봤지만 굳이 다가가 먼저 말을 걸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 옛날 코타로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사에가 짐을 하나 더 챙기게 되면서 표정이 더 울상이 되었다. 차마 혼자 모든 짐을 옮기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던 모양이었다.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 것에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럴까요? 이미 센도 씨가 후배님을 도와주는 대가로 답례를 받기로 해서 보답은 괜찮아요. 아니면 도와주는 김에 부스 구경을 하는 걸로도 충분하고.”
케이는 사에가 건네는 짐을 받아 들었다. 얼굴은 상냥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흥미로움이 깃든다. 멀리서 보았을 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나 성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무대로 보았을 때에 본 단정하고 섬세한 동작들과 분위기에 조금은 완벽주의적인 면모가 있는 차가움을 생각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나 행동들은 그 나이대의 발랄한 소녀같은 느낌일까.
생에 멸이 있다는 말을 뼈아프게 들어야할지, 담담히 받아들여야할지 놈은 아직 모른다. 입꼬리를 내려앉힌 안면에 둥근 눈이 떨어져내리는 꽃잎들을 본다. 그 중 하나, 바람을 타고 흰 바닥 위를 된통 구르다 그 속에 처박힌다. 그제야 놈은 시선을 거두는데 문득 이 분홍빛 융단이 실은 꽃의 공동묘지 아닌가, 실없는 망상을 해본다. 지척에 쌓인 것이 꽃의 멸滅인데 이토록 눈 시리게 아름다울 일은 무엇인가. 짓궂은 삶의 농간처럼 느껴진다.
"일전에 니니기사마께서, 사쿠야히메사마만을 취하신 까닭일까요. 탓하지 못하는 것이, 나도 곧 죽을 것들을 사랑하다가 마음의 병이 들 팔자지요."
그리 말하는 목소리에 자소自笑의 기운은 없고, 능청스러움 한 줌 섞여있다. 눈바람 날리면 눈송이 쌓일 속눈썹이 아래로 향한다. 하늘을 보다 도시락통을 보니, 자연의 아름다움 미처 따라잡지 못하니 괜히 쑥쓰러워진 놈. 계란말이 한 점 사라진 틈에, 가라아게 얼른 주워 먹는다. 짠 걸 좋아한다는 놈치고 간이 삼삼한ㅡ오구치 기준ㅡ 편인데, 애초에 같이 먹기를 상정하고 싸왔기 때문이다.
"예에ㅡ 작은 손 필요한 일에 열중하는 중입니다. 세심함을 기르는 훈련일까요. 어떤가요. 평생 입으로 살던 놈이 만든 도시락인데, 그래도 먹을만하지요?"
초승달로 기우는 보름달처럼, 눈이 가늘어진다. "계란말이에는 소금을 치는 편인가요 설탕을 치는 편인가요?" 넌지시 묻는데, 놈은 소금을 치는 편이다.
키 작은 나무가 발견되기보다는 키 큰 도깨비를 찾아내는 게 더욱 빨랐다. 키구치 요이카는 저 멀리 알고 있는 얼굴이 시선에 들어오자, 그 앞 사람 뒤통수에 가려 자기가 안 보이기라도 할까봐 손을 높이 흔들며 마구잡이로 걸어갔다. “남궁, 남궁” 하고 부르면서.
“남궁! 와 줬구나. 미안, 억지로 불러내서.”
린의 안색이 좋은 편은 아니라는 건 목석인 요이카도 얼추 알아볼 정도였는지, 앞머리에 가려진 쪽까지 포함해서 눈썹이 팔자로 휘었다. 말 없는 걱정의 표시였다. ‘남궁이 이렇게 시들시들해 보이는 건, 밤새 너무 놀아서인가 아니면 놀지를 못해서인가?’ 옛적이었다면 가지를 늘어뜨려 낮잠 잘 그늘이라도 만들어 주었으련만, 지금은 남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두 사람 발치에 딱 발 삐끗하기 좋게끔 놓여 있는 돌멩이를 운동화의 코로 걷어차 멀리 보내는 것 정도밖에. 따라서 린이 어깨에 팔을 걸어 올 때도 요이카는 군말없이 린 쪽으로 살짝 기대 붙어서 훌륭한 팔걸이가 되어 주었다. 이렇게나 키가 큰데도 넘어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은 훌륭한 일이니까⋯ 기세 좋게 걸쳐 오는 팔에 몸이 아래로 살짝 눌린다.
다만 이렇게 가까이 있자 하니 요이카가 걱정인 것은, 언제나와 같이, ‘나 은행 냄새 나지 않을까’ 하는 것뿐이다. 다른 이와 이런 곳에 둘이서 온 적은 없다시피하기에 샴푸를 두 번이나 하기는 했지만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신경썼다니, 기모노도 제대로 못 갖췄는데⋯. 집에 있는 상자에서 그나마 제일 위쪽에 있는 옷을 꺼낸 게 이거야.” 그러면서 요이카는 이삿짐 상자를 풀어헤치던 상황을 손짓으로 재연해 보인다. 재봉틀, 장갑, 망치, 도마 등 상자 속에 켜켜이 쌓인 퇴적층을 모조리 쏟아 놓고 나서야 소매가 넓은 하오리가 불쑥 나온다. 나머지를 찾으려면 얼마나 더 깊이 채굴해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다. 호몬기라면 3미터는 더 파고 들어가야 할 테고, 오비를 꺼내려면 땅 파는 삽부터 꺼내야겠지. 요이카는 ‘아휴’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당신도 피차일반이니 다행인걸. 고마워, 남궁.” 이러면서는 살짝 미소짓는 듯도 하다.
뒤이어 요이카는 살며시 린 쪽으로 돌아보고, 눈을 가린 쪽의 앞머리가 뺨을 간질이는 걸 느꼈다.
“나, 여기서 가장 오래된 벚나무를 보고, 하루노하나히메를 모신 신사에 가고 싶어.”
그저 벚나무를 보고 싶다는 부탁이었다면 도쿄타워에 가서 「전망대에 올라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만큼 담백한 일이었겠으나, 거기 붙은 조건이 ‘가장 오래된’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도쿄 타워 전망대에 걸어서 올라가고 싶다」는 정도가 된 것이다. 나무에 신경쓰느라 정작 노점이나 도시락 같은 것에는 전혀 신경도 안 쓰는 눈치였지만, ‘신사’라고 말할 때 묘하게 들뜬 모습은 축제의 다른 방문객들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말해도 아니라는 걸, 그러지 않으리란 걸 잇쨩은 이미 다 알 거에요. 저는 잇쨩이 웃는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립니다. 헤실헤실 웃는 잇쨩에게 마주 웃어주고 싶지만 그러기가 부끄러워서 입꼬리가 쉽게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잇쨩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올렸어요. 브이하는 모양을 크게, 넓은 브이로 만들면 양쪽 입꼬리 끝을 쿡쿡 찌를 수 있습니다. 볼 끝을 눌러서 올리면 입꼬리도 올라가요. 그러고서 손가락을 떼면 웃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심스레 잇쨩에게 웃어주고는 바로 입가를 가립니다! 부끄러우니까요. 그리고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손을 내립니다.
“잇쨩이 원하는 대로 해요.”
누가 누구의 집으로 가도 상관 없으니까요. 그런 사이입니다. 불편함을 느끼기에는 많은 시간을 같이 있었고, 제가 이렇게 변했어도 언제나 계속 같이였으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잇쨩은 저희 집에 오는게 편할까요, 제가 잇쨩의 집에 가는게 편할까요? 갑작스럽게 초대하게 되면 방청소라던지 저녁이라던지 고민해야할 거리가 갑자기 생기게 되니까 오늘은 초대받는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이 먹는 저녁은 무엇이 좋을까 고민해요. 해먹는 것도 좋고, 사먹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소원도 비밀입니다.”
신이 있으면 재밌는 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신들이 곁에 있었으니까,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와서 잘 상상이 가질 않아요. 신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건 싫습니다. 신이 없으면 제 가족들은 전부 사라지고, 아저씨도 사라집니다. 가족들이 사라지는 거에요. 어떻게 말할 수가 없어서 소원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사실 소원은 아직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이라고 말할 것도 없지만요. 무슨 꽃을 바칠지부터 정해야겠어요.
“처음부터 달아달라고 했어야죠.”
잇쨩에게 머리장식을 달아줄 수 있어요! 머리장식이 다시 제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잠시 잇쨩과의 팔짱을 풀었어요. 한 손으로 다는 것보다 두 손으로 다는게 좀 더 세심하고 예쁘게 달 수 있어요. 그리고 이왕 두 손이니까, 잇쨩의 머리 옆가닥을 조금 집어서 땋습니다. 그냥 머리핀을 달아도 충분히 예쁘겠지만 땋아두면 더 특별한 기분이니까요. 머리 땋기는 매일 하고 있으니까 금방 할 수 있어요. 잘못 머리카락이 엉켜서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머리장식을 답니다. 이따가 떨어진 벚꽃도 같이 꽂으면 훨씬 예쁠 거에요. 머리장식을 만족스럽게 달고 나면 다시 팔짱을 낍니다!
"어어, 됐어. 너랑 한 약속 아니었어도 어차피 심심하니까 나왔을 거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말 받아주는 누가 있는 편이 낫지."
일부러 누르듯이 장난을 쳐도 움찔하기는커녕 자연스레 팔받침이 되어 주는 모습에 이런 생각이 들고 만다. 아, 이 녀석도 참 상냥하구만 하고. 배려가 몸에 배다 못해 왜인지 나쁜 짓을 해도 맹하게 당해줄 것만 같은 인상이다. 요즘들어 만나는 여자애들마다 어쩐지 심성이 고운 것 같다. 그의 희박한 양심으로도 이것은 그림이 영 아닌 듯해 곧바로 허리 펴고 멀쩡하게 섰다. 물론 쉽게 떨어져 준 것도 아니라서, "너 설마 누가 이러든 다 받아주는 거 아니지?" 린은 슬쩍이 요이카의 머리 위에 팔 턱 얹으려 하면서 괜히 눈 가늘게 뜨고 살피는 체 했다. 의도 있는 머리 쓰다듬 따위가 아니라 순수한 팔받침의 연장이다……. 요이카의 고민은 알 도리가 없으니 이쪽은 참 태연했다.
"그래도 그 차림은 얼핏 축제 느낌은 나잖아. 이제 보니까 봄보다는 가을 분위기이긴 해도, 뭐."
아무렴 옷이야 어떻든 무슨 상관이겠나. 시간 잘 보내기만 하면 되는 거지. 편한 차림이니 움직이기에는 오히려 더 나을 테다. 작정하고 발 붙인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도 십수 년 간 이 지역에 왕래는 잦았던 몸으로서, 안내해 주겠다며 자신 있게 외쳤던 그는 요이카의 목소리가 '가장 오래된 나무'라는 부분에 이르자 순간적으로 의문 들어찬 표정이 되었다. 그거 모르는데……. 꽃나무 하나하나의 수령을 알 턱이 있나. 그의 관심사는 자연물 그 자체보다는 사람의 것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결론을 내린다. 벚꽃나무 숲에서 제일 큰 나무나 신사에 있는 나무가 제일 늙었겠지 뭐. 그런 나무는 눈에 띄기도 하고 안내판도 붙어 있을 테니 어려운 부탁은 아니다. 그럼 가자, 하고 운을 떼고는 저 먼저 걸음을 옮겼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빛이 몸을 느른하게 만들지만, 가끔은 낮에 나서는 꽃놀이도 나쁘지 않겠다. 몇 걸음 걷고는 문득 생각난 게 있었는지 곧장 홱 뒤로 돌아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