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을 왔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이대로면 하루노하나마츠리를 놓치고 말 거야. 그런데 하루노하나마츠리는 어디서 열리는 거지?」 그렇게 운을 떼고 얼마 안 지나서, 「남궁, 당신밖에 없어. 보아하니 키도 크고 마당발인 듯한데 마츠리가 어디서 열리는지도 잘 알겠지. 그러니 부탁이야, 안내 좀 해 주라⋯.」 이렇게 합장까지 하고서 간곡하게 부탁했던 게 며칠 전의 일이다.
왜 같은 반의 남궁 린을 길잡이로 골랐는지는, 키구치 요이카 본인도 스스로에게 딱 잘라 설명할 수 없었다. 단지 그가 교실의 수많은 나뭇가지 가운데서 동도지(東桃枝) 같은 기백을 어렴풋이 풍기고 있었으므로, ‘저 이라면 내가 번개를 내리거나 해서 즐거운 마츠리 풍경에 혹여나 찬물 끼얹는 사태를 막아 줄지도’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따름이다. 혹은 ‘저 이라면 내가 실수로라도 재액을 조금 흩날린다 한들 아무렇지 않을지도’였거나. 재액과 벽사의 기운이 동시에 느껴졌다. 오니나 이매망량과도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 일본에서는 만나본 적 없는 유형이어서 낯설었다.
약속 시간이 되기보다 조금 일찌감치, 키구치 요이카는 사복 위에다가 은행 무늬가 짜인 노랑 하오리를 걸치고, 서로 만나기로 기약해 두었던 길목 앞에 나타났다. 기모노를 완전히 갖추어 입은 것도 아니고 화려한 핫피를 걸친 것도 아닌,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미묘한 차림이었으나 이삿짐을 풀지도 않은 마당에 밥도 아니고 옷차림을 가림할 처지는 못 되었다. 앞머리에 가려지지 않은 쪽 눈동자가 유심히 인영(人影)들을 살폈는데 미묘한 조바심은 길 건너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바람이 아스팔트 위에 맴도는 것을 지켜본다. 정확히는 어디선가 날려 온 벚꽃잎이 바람을 타고 나는 것을 바라본다.
저 꽃잎을 따라가면 그렇게 찾던 마츠리 장소가 나타날지도 모르나, 이제는 만나기로 약속한 남궁 린을 두고서 떠날 생각은 없다. 키구치 요이카는 그 자리에 얌전히 서서, 자기 자신이 일종의 이정표처럼 반짝반짝거리고 있기를 바랐다. 그러고 보니 왜 하필 남궁에게 부탁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딘가 낯설고 ‘이 거리의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것이 자기하고 썩 닮아서였나.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잇쨩과 마츠리에 가기로 해서 조금 부단히 움직이고 있어요. 처음에 유카타를 입는 건 부끄러워서 사복을 꺼냈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입고 가면 좋을지 고민하다보니 잇쨩과 맞춰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잇쨩이 어떻게 입을까 고민해봤는데, 유카타를 입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입을지 저렇게 입을지 옷장을 열어두고 코디놓은 후보들이 전부 무의미해졌습니다. 유카타를 찾아 입어야 합니다. 딱 한 벌 있는 유카타는 하얀 색에 보라색 꽃무늬가 크고 화려하게 새겨져있습니다. 오비도 보랏빛이에요. 이왕 유카타를 입기로 했으니까, 머리도 새로 땋습니다. 늘 양갈래로 땋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하나로 땋아 내려요.
‘머리 장식은......’
유카타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옆에 머리 장식도 같이 있어요. 머리핀 같이 고정하는 것도 있고, 빗처럼 고정하는 것도 있습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챙깁니다. 잇쨩이 하겠다고 하면 저도 같이 할 거에요. 엇비슷하게 생긴 머리장식 두개를 고릅니다. 머리 옆쯔음에 꽂으면 되는 것 같아요. 붉은 한 성이 꽃 아래로 술과 천 장식이 매달리는 것과 보랏빛 꽃이 옹기종기 모여 아래로 리본이 떨어지는 것 두 가지에요. 꼭 장미꽃과 수국 같아요. 하루노하나 마츠리니까, 하루노하나히메님이 좋아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잇쨩.”
유카타를 잘 갈아입고 머리장식도 챙기고 나면 타이밍 좋게 휴대폰 알림이 울립니다. 초인종 소리도 들려요. 집 앞까지 도착한 모양이에요! 바로 문 밖으로 나갑니다. 문을 열면 잇쨩이 서 있어요. 한 손을 흔들면서 인사하면 잇쨩도 역시 유카타 차림이에요! 붉은 꽃 장식도 예쁘게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잇쨩은 어색하지 않으니까 표정이 굳지 않아요. 못된 말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머리 장식을 보여줍니다.
“이거 하고 싶으면 해요.”
... 많이 나오지 않는댔지 살갑게 굴 수 있다고는 안 했습니다. 부끄럽잖아요. 오늘 잇쨩이 하면 예쁠 거 같다던지, 같이 하고 싶어서 챙겼다던지, 잘 어울릴거라던지 말 못 합니다!
어서 와요 모두들 요이카주는 아마 선레만 던져 놓고 가야 할지도 (∪.∪ )...zzz 잇츠 신데렐라.
>>546 바로 확인! 했지만, 아차! 로군요 (。・ω・。) 요이카는 말하자면 복잡한데⋯.
1. 신의 모습 : 카모아시야마 거목 은행나무(→현재는 소멸) 2. 인간으로 현현한 모습(=화신) : 키구치 요이카(검은 털코트 차림), 탄자쿠 귀걸이 (→현재는 이게 유일한 육신, 거의 유령이나 진배없는) 3. 인간으로 현현했을 때 신이라는 걸 안 들키려고 취한 조치(=일코) : 탄자쿠 귀걸이를 숨기고 사복을 입음. (힘이 없어서 머리는 까맣게 못 만듦)
대충 이런 상황이라 딱히 신령폼과 학생폼의 차이가 없는 것이여요
>>538 커흑이쁘다기모노⋯! 매 이벤트마다 변화하는 캐들의 축제룩을 감상하는 게 내옆신의 묘미죠
>>552 그렇습니다 일본의 교실에서 186cm는 그야말로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와도 같은 것입니다
운 좋게도 마침 마음씨가 넓은 선배를 골라 도움을 요청했나 보다. 지금까지 겪어본 바, 휙 교실로 들어간 후 ‘야, 누가 너 부른다’ 한 마디나 던지는 게 보통임에도—물론 이 정도의 리액션으로 충분하다—이 무채색의 선배는 친절을 넘어 상냥한 태도였다. 길을 막은 걸로도 모자라 부탁까지 하는 처지에서 과도한 다정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표정이 너무 안 돼보였나? 미야나기는 괜히 손가락을 꿈질거리며 작게 감사를 표하고는 안으로 들어간 케이를 문 앞에 선 채 기다렸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그는 뜻밖의 소식을 들고 왔다. 생각치 못한 답변에 미야나기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어깨에 멘 가방을 쳐다봤다. 이걸 부스에 둔다고? —언니! 미야나기가 문 틈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그녀를 불렀다.
- 언니! 이거 작품용 의상 아니었어요? - 응? 아니야, 우리 예무제 홍보용으로 부스에 디피하려고 급하게 구했지. - 헉,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그럼 제가 샀을 텐데······. - 에이, 별로 안 비쌌어. 혹시 의상 상태는 확인했어? 어때? - 일단 급한 대로 크리스탈 떨어진 건 붙였는데 몸분 자국은 어쩔 수 없대요. 이게 최대한 지우신 거라는데 튤에 노란 기는 좀 있더라고요. - 그래? 중고니까 뭐······. 아무튼 수고했고 의상 좀 부탁할게! 진짜 미안하고 사랑해!
정말로 바쁜 일이 있는 건지, 말을 끝내자마자 제 책상에 있던 댄스백을 낚아채고 자리를 떠났다. 제대로 된 인사도 못 건네고 재빠른 뒷모습만 얼결에 바라본 미야나기는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의상이 든 가방을 고쳐맸다. 일단 이거 들고 다시 무용실에 간 다음에 비품도 한꺼번에 챙겨서······ 응? 순간 제 앞에 흰 손이 불쑥 내밀어진다. 미야나가는 거듭되는 호의에 놀라 당황했다.
“아, 아니에요! 이거 부피만 크지 별로 안 무거워서. 그냥 제가 옮겨 놓을게요. 감사합니다.“
언니를 불러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짐까지 들어달라고는 할 수 없지! 게다가 선배한테 뭘 시키는 건 좀······. 이미 노예 근성이 몸에 밴 미야나기였다. 그녀는 도움을 극구 사양하며 다시금 인사를 건네고 무용실에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저 튜튜, 센도 언니 거 아냐? 복도의 캐비닛 위에 덜렁 올려진 연습용 튜튜를 발견하고 만 것이다! 저거 저대로 두면 잃어버릴 텐데! 그리고 언니 저녁에 작품 돌린다고 하지 않았나? 미야나기는 캐비닛으로 걸어가 튜튜 가방를 챙겨 어깨에 메려고 했다. ······거대한 튜튜와 더 거대한 의상이 그녀의 등 위에서 맞부딪힌다. 미야나기는 좀 더 황송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 혹시 이것만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정말 안 무거운데, 이게 부피가······ 보시다시피 좀 그래서. 진짜 죄송합니다. 제가 보답은 꼭 할게요.”
/ 앗 케이주 잘 자! 천천히 답레 주면 확인하고 이어놓을게 ᵒ̴̶̷̥́ ·̫ ᵒ̴̶̷̣̥̀ 다른 자러간 참치들도 오야스미〰️
요즘들어 부쩍 겉멋이 들었다는 오오구치사마는 이런 식으로 광대역할을 자처하고는 했다. 조금 더 저렴한 표현으로는 '관종'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좀처럼 소리내어 웃지 않을 것 같은 상대가 터뜨린 웃음이란. 헤픈 놈의 웃음과는 달리 귀한것이다. 미유키와 마주 웃은 놈이, 엣헴ㅡ 소리를 내며 텀블러에 담긴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몹시 거들먹거리는 행태로, 비밀 친구에게 받은 선물 중 일부이다. 보란듯한 행동인데, 보라고 이러는 거 맞다.
"봄꽃을 본 지 횟수로 따지만 세자리 수가 넘어가는데 참으로 이상하지요. 처음 봤을 때보다 다시 봤을 때 더 애뜻하답니다."
텀블러를 탁 내려놓고 눈을 접어 싱글벙글 웃더랬다. 그 모습이 능청스러운데, 말하는 내용은 더 가관이다. 그 말인즉슨 무엇이냐.
"제가 회춘이라도 하는 걸까요? 시간이 흐를 수록 유치해지는 것 같습니다. 보시지요. 반찬도 이리 어른스럽지 못하답니다."
언제부터 이런 인사를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꽤나 어릴 적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부터 입에 붙어버렸다. 하늘이 맑은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 딱히 모르겠다.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 정도려나. 그래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라던가 정신이라던가 같이 맑아지는 기분이 드는 친구였다. 보고 있으면 아기새와 같아서 마음이 맑아진다고 하면 이해하려나. 아무튼, 리오는 자기를 잘 아껴주고 함께있으면 좋아서 지금까지도 계속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었다- 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 앞에 나온 하네를 보자마자 처음 한 말은 예의 그 인삿말이었다. 하레, 하네, 하로.
" 응. "
리오는 건네오는 머리장식을 조금 수줍게 받아들었다. 햇수로만 10년이 넘어가는 소꿉친구다. 그 날, 냉장고에 갇혀있던 작은 아이를 구해준 것도 하네였다. 리오는 하네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따위의 것들을 대개 꿰고 있어서 말이 짧다거나 살갑게 굴지 않더라도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건네준 머리 장식을 받고는 얌전히 제 머리에 끼우곤 '어울려?' 하고 물어보았다.
" 하네, 예쁘다. 아이돌 같아. 하네가 아이돌하면 내가 1호 팬 할래- "
예쁘게 꾸미고 나온 하네의 모습을 천천히 눈에 담고는 리오는 갈까? 하는 물음과 함께 하네의 옆 자리를 차지하고 섰다. 은은하게 뿌린 향수도, 예쁘게 꾸미고 나온 하네의 모습도, 몇 시간을 신경써서 고른 자신의 모습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피어싱을 빼길 잘했다. 오늘 같은 날은 조금은 수수한게 어울리니까. 옆 자리를 차지하고 선 리오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살짝 더 안 쪽으로 파고들어 몸을 가까이 붙였다. 그만큼 하네가 좋아서인 이유도 있지만 거리를 지나는 모두에게 과시하고 싶은 속셈이었다. 이렇게나 친하다고, 내 친구가 여기에 있다고.
" 오늘은 하네쨩, 일찍 돌려보내주지 않을거야. 같이 오-랫동안 놀자! "
어차피 자신은 혼자살고 있기에 집에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던가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다. 게다가 하네라면 심심하면 서로의 집에서 자고가는 일도 굉장히 잦다. 집에 있는 붙박이 장을 열면 여분의 베개와 안고자는 베개가 하나 더 있는 까닭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리오는 가만히 걷고만 있을 뿐인데 헤실헤실 미소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츠리, 마츠리. 신나는 축제. 하루노하나마츠리는 가미즈나에서 몇 번이고 반복되었지만 어째서 들뜨는 마음인지. 봄바람이 불어 가슴도 들뜨는 것인가 싶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야속하게도 가슴 들뜨는 것은 축제라는 단어 자체에서 비롯됨을 알게 됩니다. 축제에 유카타는 빠질 수 없었고, 봄날이라 끝단이 옥빛 바림 된 하얀 유카타는 노란 개나리 무늬가 수놓아져 있습니다. 머리에는 선물 받았던 칸자시를 장식했으니, 아마 이번 칸자시에 맞춰서 옷을 입은 듯싶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맨발인 이유는 땅의 촉감이 좋다는 단순한 고집 때문입니다. 오늘은 발목에 방울을 달았으니, 움직일 때마다 딸랑딸랑 이노리가 어디로 가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 방울은 여러 사람 사이에서 이노리를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삑삑이 신발과 같은 대응책이란 겁니다. 신관이자 충복인 이로하는 이 삑삑이 방울에 안심했지만, 가끔은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신인 이노리가 어째서 스스로 남이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불편함을 감수하는지 의문을 품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노리는 환히 웃고, 의문스러운 말을 던지고는 했지요.
하레-하네-하로—익숙한 인삿말이 익숙한 목소리로 들립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계속 듣고 있어요. 저는 별로 맑지 않지만 잇쨩이 늘 그렇게 인사해주니까 환하게 개는 기분이 듭니다. 비가 오는 날이어도, 곧 쏟아지려고 먹구름이 낀 날도 피하지 못 해요. 그런데 전 금방 우물쭈물거리고 맙니다. 잇쨩의 머리장식을 직접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해주겠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하고 싶으면 하라고 머리장식을 건넸으니까 당연히 잇쨩은 혼자 머리장식을 예쁘게 장식합니다. 제가 바보인 거니까 누굴 탓할 수도 없어요. 어울리냐고 물으면 고개를 크게 끄덕거립니다. 어릴 때는 좀 더 솔직하게, 좀 더 많이 말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그 때의 저라면 웃는 것도 부끄럽지 않고 예쁘다 말하는 것도 부끄럽지 않았을 겁니다.
“거짓말하면 혼납니다.”
아이돌은 잇쨩입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 거라고요. 향수를 뿌렸는지 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누가 봐도 잇쨩이 아이돌같은데, 아무도 속지 않을 거짓말입니다. 더 투덜거리려다 말고 손에 혼자 남아있는 머리장식을 머리 위로 올려요. 머리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칸자시보다는 꾸미기 편합니다. 낯섦에서 오는 설렘은 긴장되지만, 옆에 잇쨩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유카타 차림도, 머리 장식도, 잇쨩도 그러니까요.
“네에. 일찍 간다고는 하지도 않았어요.”
말꼬리를 늘어집니다. 마음이 풀이면 말소리도 길게 늘어나서 흐물흐물 녹아버린 치즈처럼 됩니다. 팔짱은 느슨한 듯 단단해요. 익숙해서 마음이 풀어진 것 같습니다. 잇쨩을 보았을 때부터 이미 그랬는 지도 몰라요. 마츠리로 향하는 발걸음도 왠지 붕 뜬 것 같이 유달리 가볍습니다.
“소원, 빌 거에요?”
마츠리니까 놀고 먹기만 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전승이 있어요. 하루노하나히메님에게 꽃을 바치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을 믿어요. 그야 당연합니다, 가족의 모두가 신이고 아저씨도 신인걸요. 소원을 빌지 않더라도 벚꽃나무 숲의 가장 안쪽으로 가는 동안 엄청 예쁠테니까 가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잇쨩의 예쁜 사진을 찍어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582 아..안돼!!!!!!!!!!!! 내가 머선짓을!!!!!!!!! (오열) 응!! 맞아! 독백 쓰기 전에 어서 이 소리라고 생각해~ 하듯이 뇌에서 짤랑~ 하고 재생되더라고...ㅋㅋㅋㅋㅋㅋ... 정작 원본 게임은 하다가 쫄보력의 한계로(...) 중간에 그만뒀지만..... 나는 우주겁쟁이쫄보다...🙄
" 에, 거짓말 아닌데. 음- 그래도 그렇네. 하레하네한테 혼나는 거라면 나 괜찮을지두 - "
혼날거라는 말에도 리오는 그저 헤실헤실 웃었다. 항상 그랬다. 좋아하는 친구와 있으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고 조금은 멍청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리오는 좋았다. 하네도, 미야도, 사에도, 안즈도. 좋은 친구들과 있으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한 번 지어진 미소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평소 사람들에게 무섭다던가, 다가가기 힘들다던가, 차가워 보인다던가 따위의 말을 주로 듣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겉으로 보이는 만큼 속내도 핑크빛이라면 좋으련만 그 속은 조금 새카만 악의가 들어차 있었다.
" 응응. 좋아좋아! 아, 그럼 자고갈래? 아니면 내가 하레하네 집으로 가도 되고.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
종종 자러가고 자러오는 사이였다. 집도 가까웠고 서로 혼자 살고 있는 데다가 소꿉친구이기도 해서 걸핏하면 자러 가고 자러 오는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눈빛이나 손짓만 봐도 뭘 하고 싶은지, 뭘 말하고 싶은지 전부 알고있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할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리오는 모처럼의 축제이니 오랜만에 같이 자는 것도 좋겠다 싶어 제안을 꺼냈다. 이렇게나 쉽고 아무렇지 않게 같이 자자는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만큼 소중한 소꿉친구. 내가 마을에 남은 이유의 절반은 하네쨩이야.
" 음- 축제니까 할 생각이야. 그런데 신은 정말 있는걸까나- 아, 역시 있는 편이 좋아. 그 편이 더 재밌어~ "
딱히 종교가 있다거나 하진 않지만 신년이라던가 정월에는 참배를 하러 가곤 했다. 축제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고 그럴 때 마다 항상 꽃도 바치고 참배도 드린다. 리오는 무슨 소원 빌지는 비밀이야~ 하고 덧붙이며 조금 더 꽉 팔짱을 끼곤 헤실헤실 웃으며 하네를 바라보다가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빛냈다. 아까 조금 우물쭈물했던거 그런 거 였을까- 리오는 손을 들어 머리장식을 만지작 거리다가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떼어내곤 하네에게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