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늘어진다. 해가 져가고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 이츠키는 휴일에 암흑. 어둠을 모시는 신사에 가기로 비슷한 처지의 이들과 약속했다. 지치고 피로한 이들인 만큼 왁자지껄하지는 않았다.
하테나미치신샤(다이샤) 혹은 오소레나미치신샤(다이샤)라고도 불리는 그 신사의 토리이는 희고 반짝이는 돌로 만들어져 빛을 받으면 하얗게 빛났다. 달빛을 받아도 창백히 빛나기 때문에 밤의 산길에도 사람들이 경계선을 건널 수 있게 해주었다.
그 토리이와 길 중앙을 두 줄의 색이 다른 돌로 구분되도록 잘 꾸며놓은 참도를 넘어서면 카미사마를 모시는 신사의 배전과 테미즈야가 보인다. 배전은 비교적 최근 보수공사를 끝냈는지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외양을 지니고 있었다.
테미즈야에서 잠깐 멈칫하게 된다. 토리이처럼 흰 돌로 만들어진 테미즈야는 두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 곳에는 검은 모래가 담겨 있고, 한 곳에는 고요해 보이지만 솟아나는 온천이 있다. 간단하게 씻은 뒤 바가지에 물을 조금 담아 검은 모래 쪽에 붓는 것이 예의라고도 하니. 우리 또한 그렇게 행했다.
그 신사의 본전은 일견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분명 밤이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것과는 농도가 다른 어둠에 묻힌 것 같은 주위이기에 이 신사는 어둠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고 있었다. 어딘가 배를 탄 것처럼 울렁이는 듯한 기분이란.
"그거 알아?" 에마에 어쩐지 옆에 있던 사람과 닮은 그림을 그리던 어떤 여자가(금융권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우리에게 속삭였다. 해안 절벽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오쿠미야가 존재한다고 하더라. 오쿠미야를 함부로 침범하면 미지를 엿볼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나 그 대가는 가볍지 않을 거라 하더라. 금융과 관련되었다는 이들의 눈에 일견 흥미가 스치는 것을 보았지만 가볍지 않다는 것에 머뭇거린다.
"겁먹은 거야?" 여자가 웃고 있는 것을 빤히 쳐다보는 메마른 시선이 어디선가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뭐.... 그런 뒤에는 가자고 했다는 거 외에는 잘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하긴 범인이 목격자 인멸같은 걸 위해 하나둘씩 밀었다고 했으니.." "하지만 전부 살았으니 다행입니다."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우스갯소리지만. 카미카쿠시가 천운이었다는 걸지도요."
유즈루주의 독백을 읽으면서 유즈루가 아버지에게 품은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버님. 뭔가 한량이지만 미워하기는 또 힘든 이네요. 뭔가 구수하지만 그렇다고 옹호하기는 힘든 약간 그런 느낌? 그리고 저 독백은..뭔가 상당히 섬뜩하네요. 사야카의 도움인가. 그런 것인가.
다이어리와 연필, 지우개로 구성된 필기구 세트. 물론 그 내용을 본다면 귀엽다도 있지만 제법 진지했을까,
그래도 그동안 심상수련을 하듯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던 것들을 직접 적어내려가다보면 더 확실하게 자신의 고뇌들이 보일 것이다. 아마 이런 선물을 준 이도 그걸 염두에 두었던 건 아닐까?
"그러고보니 무엇부터 나열해야할지부터 고민이네요..."
한참동안 시선을 다이어리에 둔 채 고민하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는지 작은 크기의 편지봉투와 편지지를 꺼내곤 무언가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첫 선물부터 감격적이군요. 꽤 마음에 들었어요. 보내주신 분도 그렇게 자신의 번뇌들을 지워가시다보면 언젠가 좋은 일들이 다시 돌아올 거랍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마냥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대도 마냥 나쁜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약소하게나마 고향의 추억을 담은 장신구 하나를 드리고 싶네요. 선물이란 것은 본디 돌고 도는 법,]
그렇게 적어두고선 봉투 속에 키링이나 스트랩으로 바꿔달 수 있는 도토리모양 악세사리를 넣어 봉해두었을까, 누군지 알 수 없으니 어떻게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대강 선물을 놓아두었던 자리에 올려두면 상대방도 알아채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당연하지. 나중에 우리 같이 놀러 가자! 나 주말마다 (-)시에서 댄스 스튜디오 다니고 있거든. 리오도 와서 카페도 가고 밥도 먹고, 복합 쇼핑몰 구경하면 진짜 좋겠다. 그때는 전부 내가 살게.”
애석하게도 근교의 대도시로 놀러갈 상상에 잠겨있느라 리오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다. 어쩐지 그늘진 듯한 그 낮은 미소를 발견했다면, 섬세한 감정 파악에 능한 미야나기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을 테지만······. 그녀의 속내는 눈곱만큼도 모른 채 미야나기는 옆에서 종알종알 계획에 대해 떠들어대며 리오의 안내를 따라 계산을 마쳤다. 음료 두 잔에 오므라이스 하나 값이라기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 틀림없이 리오가 내준 거겠지. 이건 기억해뒀다가 꼭 보답해야겠다. 영수증은 대충 접어 카드와 함께 가방의 앞 주머니에 쑤셔 넣고 문 앞에서 잠깐 리오를 기다리는데, 이것만큼은 여태 적응이 안 된다! 다른 건 전부 익숙해져도 단체로 가게가 떠나가라 외치며 인사하는 것만큼은 역시 버티기 힘들다! 게다가 안쪽에 있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현관 쪽으로 쏠릴 터. 직원들을 바라봄과 동시에 자신까지 실컷 관망하니 꼭 아쿠아리움의 벨루가라도 된 기분이었다. 얼른 구경하라는 양 종까지 땡땡땡 울려대는데 주목되는 게 오히려 당연하지. 게다가, 아무래도 이 카페의 고인물 왕언니(?) 포지션인 듯했던 그 아저씨들도 직원과 이야기하다 말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데 눈빛 속에 담긴 의미를 한 번 살피자니. ······음. 으음. 그냥 읽지 말아야겠다. 맞아 죽을 것 같으니 앞으로는 얼씬도 안 하는 게 좋겠군. 아무튼, 드디어 이 황송스러운 상황에도 끝은 다가오고 있었다. 미야나기는 눈을 반으로 접고 웃으며 마찬가지로 손을 흔드는 리오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뒤돌아 서다 말고 문득 탁 하고 손목이 잡히자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다. 곧 알겠다는 듯, 아하!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라인 아이디 교환이구나! 역시 이 타이밍이라면 그거 말곤 없지. 리오도 인스타그램 하려나? 흔쾌히 QR을 보여주려 핸드폰을 꺼내드는데, 설풋 웃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진다. 그야 리오가 하는 말은 순전히 그녀의 착각일지 몰라도 이상하게 들린다. 분명 처음에는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다느니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느니, 평범한 친구끼리 나누기 충분한 대화였는데. ······어쩐지 집착적인 부사의 반복이라든가. 지, 지금 생각하는 중에도 조금씩 강해지는 손목을 움켜쥐는 세기라든가. 그, 그리고 주, 주주주죽어버린다고—?! 리오, 장난치는 거지? 핏기가 사라진 미야나기의 입술이 경악으로 물든 채 쩌억 벌어졌다.
“리, 리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죽, 죽어버린다니 그런 말은 농담으로도 하면 안 돼······.”
농담이 아니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비통하게도 눈치를 살폈을 때 그냥 하는 소리는 절대 아닌 것 같으니까 문제다. 맙소사,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평화롭게 헤어지고 다음 날 학교에서 재회하는 전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분위기가 공포물로 반전된 거야! 차라리 미야나기는 그 자리에서 혼절해버리고 싶었다. 어떡하지. 이, 일단 앞으로 리오한테서 오는 연락들, 절대 답장하지 않으면 안 돼. 반에서도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무시하면 안 돼. 특히나 리오랑 거리를 두려고 시도하는 건 절대로절대로 안 돼—!! 미야나기는 애써 하, 하! 하고 웃어보이며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화면을 켜서 차분한 척 리오에게 보여줬다.
”그러고 보니까 우, 우리 말야. 여, 연락해야 되니까 라인 아이디 교환해야, 지. 저기. 내 QR은 이거고······ 리오는 그, 인스타그램이라든가, 하, 하고 있어······?“
// 아방방 전개로 가고 싶엇는데 사에 시트에 >눈치 빠름< 적혀잇어서 백스탭 후 지뢰녀에게 시달리는 클래스 메이트 노선으로 틀엇습니다... 🙃
자캐는_사랑하는_대상에게_고백하지_않고_조용히_친구로_지낼것인가_용기를_내서_고백을_할것인가 SL 지향에겐 의미 없는 질문이라 패스!!!!
자캐의_미래 파리 오페라에는 이미 한국인이 있으니까 실력만 된다면 마린스키나 볼쇼이로 보내고 싶고 그러타… (양심X) 개인적으로 엄격한 러시아 스타일의 타협 없는 정석 발레 취향이기도 하고? 그만큼 무용수한테는 잔인하지만 😔
자캐이름_이렇게_지었다 아 그건요 제가 어느 날 누워서 스위치로 껨을 햇습니다. 근데 글쎄 거기 나오는 메인 빌런이… 오우~ 진짜 까리합니다. 어쩌고위키에 검색을 햇습죠. 그놈 참 성씨 유래도 맘에 들어줍니다ㅋ 그래서 언젠가 일본인 캐를 만들 일이 생기면 써먹어 주겟다고 결심햇습니다. 이름은 머… 거기에 대충 어울리는 걸로… 한자 의미도 캐 설정에 맞고… 상판 특성상 뒤에 -주가 붙을 걸 고려해서 깔쌈한 두 글자에 발음이 끊기지 않는 이름을 붙엿습죠.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제리짤)
>>687 SL>HGL 이라는 것은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이야기가 아닐지.. (갸웃) 아무튼 사에는 어찌되었건 외국으로 나가는군요! 음. 음. 그리고 이름의 유례가 게임이었군요. 정확히는 성이지만! 참고로 미야나기라는 성을 지닌 빌런이 나오는 게임은 제가 하나밖에 모르지만.. 저도 인상깊어서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이에요.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