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서툴러 보이는 것은 아마, 당신의 기우일뿐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렇게 누군가를 찾아온 것도, 이야기를 하는 것도, 흔하게 있는 일은 아니었을테니. 하기사, 영이니 사후세계이니 하는 주제를 다루고 같이 나눌 범인이 어디 발에 채이겠냐만은...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우선 그녀는 '사람' 내지는 '다른 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잦은 것은 아닌...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는 당신의 물음을 한 번 다시 살피듯 시선을 저멀리 허공에 던지더니, 입을 열어 차근차근 이야기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내용이란...
"......제가 말하는 '영'이란 것은, 흔히 한 존재의 운명을 일컫는 것입니다. 영과 운명은 서로 묶여있는 것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운명이 영이라는 형태로 불리며, 보이게 되는 것이에요. 즉슨, 운명이 다하면 영조차도 사라지게 됩니다. 필멸자들이 흔히 인지하고 있는 '죽음'은, 단지 한 존재의 운명이 죽음에게 인도 받아 명계로 향하는 과정인 것이죠......"
...묘하게 세세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뇌내 설정'인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지간한 작가들의 입지가 흔들릴 지경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들을 얼굴색 하나 변치않고 막힘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그러한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처럼. 게다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여기서 '명계'란, 필멸자... 당신이 살고 있는 인세의 안쪽면을 의미합니다. 죽음과 삶은, 경계를 두고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끔은 안쪽에 있어야 할 영이 어떠한 이유로 경계에 걸려서 남아있거나, 겉면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는 가지각색으로, 저조차 모두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요......"
그렇게 이야기 하던 와중, 그녀는 문득 다른 신경쓰이는 일이 있는지 시선을 낮게 낮추고서는 자신의 턱을 손으로 살살 문지르는 것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요즘은 부쩍, 길 잃은 영혼들이 눈에 띄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그 탓에 저는 조금 곤란하다고 느끼고 있는 참이었습니다만...... 과연, 어째서일까요. 으음..."
" 응.응. 찾아서 다행이야 정말로- 하마터면 오해할 뻔 했어. 내가 억지로 끌고 왔구나 하고.. 아니면 나보다 중요한 다른게 생긴 줄 알 뻔 했어. 아- 위험했네~ 그랬으면 나 죽어버렸을텐데 "
장난처럼 들리는 목소리였다. 힘들어 죽겠다던가 피곤해 죽겠다던가 할 때의 그런 일상적인 목소리 톤이었다. 그도 아니라면, 조금 맥락을 맞추자면 '에~ 헤어지기 싫어~ 보고싶어서 죽을지도 몰라~' 라고 하는 느낌. 보통의 사람들은 거기서 멈춘다. 어차피 진짜 죽을 생각도 없거니와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리오는 조금 달랐다. 죽을거야- 라고 한다면 진심이다. 좋아해준 만큼 좋아해주지 않는다면 죽어버린다. 사랑해준 만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죽어버린다.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일삼고 바라봐주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고 상대방을 탓한다. 이 악질적인 가시덩쿨은 속에서 자라서 점점 꿈틀거리며 자라나 숙주를 벼랑 끝에 내몰고 있다.
" 응. 좋아- "
리오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이 좋다는 듯 미소를 짓고 눈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잘 챙겨주는 친구 중 한 명이다. 그 만큼 소중한 사람이기에 미움받기는 싫다. 스스로가 자기파괴적인 행위를 일삼으면 좋아하지 않으니 고쳐나가야한다. 계속 그러면 미움받을지도 모를텐데 그건 정말 최악이니까. 리오는 같이 돌아가자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괜찮아 괜찮아! 완전 괜찮아! 지금 완전 100% 컨디션이야! 그럼 잠깐만 기다려줘 짐좀 가져올게 "
리오는 금방 돌아온다고 말한 후 다시 도도도도 하고 대기실로 뛰어갔다. 등에는 기타를 메고 한 손에는 이펙터 보드 가방을 들고 걸어나온 리오는 나올때도 조금 급하게 뛰어나온 감이 있었다. 잠깐 사이에 없어져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말도 안되는 걱정때문에.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미야를 보고 나서야 발걸음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여유롭게 전철에 타고 나서 앉으라는 말에 리오는 고개를 한 차례 갸웃했다가 절레절레 저었다.
" 으응- 나는 괜찮으니까 미야가 앉아. 나는 여기 앞에 바닥에 앉으면 돼. 짐이 많아서 차라리 그게 편하기도 하구 "
지하철 바닥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는 최악이려나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갔다. 주변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저 녀석 위험하다던가, 제대로 지뢰라던가, 멘헤라니까 가까이 하면 끝 맛이 안 좋을 것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은 데다가 또 알고있기에 고쳐보겠다고 노력중이었다. 사실 바닥에 앉아있는 것도 별로 신경쓰지는 않지만 같이 있는 미야의 처지가 곤란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음- 하고 고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리오는 이내 말을 바꿨다.
리오는 조금은 질색하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계속 생면부지인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직업은 절대 무리다. 인디 밴드로 활동하면서 라이브도 하고 있지만 이건 순전히 취미의 영역이라 언제든 관둘 수 있다. 다만 배우나 아이돌이라면 그걸 직업으로 삼아야 할 것인데 그렇게까지는 지금으로서는 절대 무리인 셈이다. 게다가 이렇게 이상한 악의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대중 특히나 어린 아이들 앞에 우상으로 나서선 안 되는 법이다.
" 아, 에, 어, 억지가 아닌데.. 으.. "
더 우겼다간 미움 받을지도 몰라. 리오는 이 쯤에서 인정해야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다짜고짜 전부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부담이 될 지도 모른다. 기껏 친해졌는데 또 다시 멀어질 수는 없으니까 리오는 타협과 양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의 에이드만 계산하는걸로 하자기에 리오는 금새 또 '응!'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사에쨩하고는 친구.. 좋아.. "
성공했어 리오. 사에쨩하고도 둘도 없는 친구야. 친해지고 싶었는데 이제 친구가 됐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잔뜩 붙어다니고 항상 과시할 수 있어. 사에쨩하고는 좋은 친구. 리오는 미소를 짓고 다시금 '좋아' 하고 말했다. 사에도 웃어주고 있었기에 리오도 마찬가지로 웃을 수 있었다. 아리스로 돌아가지 못하고 웃고있었다. 리오는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 일할 시간이라는 듯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상당히 세세하고, 특이한 개념의 사생관이다. 마치, 진짜로 그렇게 알고 있는 듯 이야기를 하는 느낌... 물론 기분 탓이겠지. 그나저나 이 여자애, 상상력이 굉장하다. 설정 노트 같은것도 펴 보지 않고 이런걸 줄줄 말하고 있다니. 이런 게 '진짜 광기' 라는건가? 음, 그리 생각하니 조금 오싹할지도. 마주쳤을 때 느낀 그 오싹함이 그런 느낌이어서였나...
"흥미로운걸. 존재의 운명이 곧 영혼이라는거고... 죽는다는 건 운명과 개체의 소멸이 아니라, 내세로 옮겨지는 것이고, 망자의 세계랑 산 사람의 세계는 경계를 두고 한 세계를 공유한다, 라..."
말 되는걸. 완전히 다른 별세계가 아니라 경계를 사이에 두고 공유되고 있기에, 이런저런 사고나 원인 등으로 영적 존재가 경계를 넘어 이곳에 나타나는 것. 그것이 심령 현상... 개연성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는다면 완전히 허구의 소리로 치부하겠지만. 물론 나도 이런 이야기는 당연히 허구라고 생각한다. 다만 역시 그거다. 저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니까, '이 사람은 세상을 이렇게 보는구나' 하는 관점에 따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에 심령과학이 재미있다고 본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그래? 하기사, 요즘 들어서 심령 현상이 좀 잦아진거 같더라. 대부분 그냥 무서워서 헛것을 본거겠지만. 그나저나 곤란하다니? 퇴마라도 하고 그러는거야?"
물론 퇴마를 하는 시늉을 하는 정도겠지만. 아니면 뭐... 정말로 퇴마사인가? 영 능력자라거나? 진짜면 재미있을 거 같긴 하다. 그리고 그렇담 특종 거리는 따놓은거고. 진짜일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오컬트 같은건 그 낮은 확률로 생기는 일을 덕질하는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