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는 몇 번인가 더 손을 흔들고 종국에는 두 팔을 벌려 꼭 끌어안고 얼굴을 부볐다. 이 마을에서 자신을 리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한 명 뿐이다. 그래서 더욱 현실이구나아- 하고 확신할 수 있었다. 사람을 보면 곧잘 '날 좋아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릴거야' 하고 말하는 리오가 그 말을 가장 잘 꺼내지 않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 만큼 자신을 잘 바라봐주고 좋아해주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리오에게는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 에, 잠깐. 그보다 공연하는건 어떻게 알았어? 나 딱히 얘기한 적 없는데..? "
살짝 고개를 갸웃한 리오는 뒤이어서 그 조금 공허한 눈동자에 생기가 잔뜩 돌면서 마스크 뒤로 미소를 띄웠다.
" 말하지 않아도 아는구나!!! 응.응. 그렇네. 미야는 나한테 관심이 많으니까. 리오를 좋아해주니까 아는구나!! 여기저기서 정보를 들은거지? 그렇지? 응응. 그러네. 미야는 리오의 소중한 친구니까 잘 알고 있는거구나-! "
그렇게 제멋대로 결론을 내리곤 몇 번이나 고맙다던가 좋아한다던가 하고 말하며 또 다시 얼굴을 부볐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아니 어쩌면 오히려 신경을 더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면식도 하나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마저도 '이 아이는 내 가장 친한 친구니까 절대 다가오지마' 하고 말하듯 그런 분위기를 풍기면서 과장하고 자만하고 의식하는 것이다.
" 칭찬해도 뭐 안나오는데에- 아, 그래도 미야가 그렇게 말한다면 해볼까나.. "
리오는 마스크를 긁적이다가 우선은 이 정도만 이라고 말하며 마스크를 내려 턱에 걸고 사진이라던가 잔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친구이자 팬을 위한 서비스로 이 정도 출혈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팔짱을 끼고 꼭 달라붙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띄곤 살짝 홍조까지 띄운채로 '좋아-' 라고 말하며 길을 잃었다는 말에 자기만 믿으라고 일렀다.
" 시간까지 딱 맞춰왔네. 앞으로 30분이면 시작이니까 딱 좋게 왔어. 응. 그래두 나는 준비 때문에 먼저 들어가봐야 하는데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조금 울적해졌는지 살짝 울상을 지은 리오는 그래도 지금이 좋다며 또 팔짱을 더 꽉 끼곤 들러붙기 시작했다. 5분 정도 빙 돌아서 『입장은 이 쪽』이라고 적힌 팻말 앞에 서서는 '잠깐만' 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총총 걸어가 가드와 무어라고 말을 하고는 다시 돌아왔다.
" 응. 내가 이야기했어. 이래보여도 나 오늘 공연이니까- 친구 한 명 정도는 프리패스로 보내줄 수 있어. 잘했지? 나 대단했지? 응? 그렇다고 말해줘- 아니면 상처받을지도 몰라 "
>>863 요리와 집안일아 노아주를 놔줘!!!! (퍼퍼퍽) >>871 (이 신님 너무 귀엽잖아 어이). >>874 사에주의 천사같은 입꼬리 터지면 안됏!!!!! (주섬주섬) 호러에 강한 여고생들 완전 최강⋯⋯!!!! 웃으면서 방탈출하는 그녀들.일까. 갑자기 든 궁금증 사에는 호러 좋아한다고 했는데 귀신같은 거 무서워하는 편인가요🙃? >>879 나 리오 라이브 보는 일상한다!!!!!!!!!(쩌렁쩌렁) 블라썸펀치 리링 사이쿄-! (현수막) >>886 이노리 신님 아기같은 얼굴을 하고 아주 어른같은 신님⋯⋯ 상냥함에 녹아내려요 🫠🫠🫠 요시요시 머리 쓰다듬 받고 싶어져. 그보다 시바루 조우나 군이라니 이노리 신님 앞에서 욕 다물어-!!! 그렇지만 친구와 싸우면 다시 아기가 되어버리는 아기 신님(소중하다). >>892 (뇌정지)
노아는 우인장 대신하여, 미카가 알려준 성씨를 한번 되새겨 읊어본다. 뉘엿뉘엿 조금씩 붉어 흐려지는 햇살 아래로 와타누키라는 무거운 이름이 가벼운 시구처럼 흩어져간다. 쉬이 뒤 이름까지 캐묻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고 딱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기에. 노아는 고개를 들어 해가 기울어지는 것을 보더니 운을 떼었다.
"그래, 슬슬 때가 되었지. 지금 일어서면 늦지도 이르지도 않겠구나."
신사는 신의 것, 그런 신을 모시는 무녀라고 한다면 신의 종 되는 입장에서 자신이 종사하는 신사를 쉽사리 대단찮은 곳이라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되새겨보면 수상할 이야기지만, 되새겨보는 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으니. 이 무녀도 마침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노아는 손을 들어 대청마루 왼편으로 돌아서 가지런한 잔디 위로 차곡차곡 깔려 있는 하얀 돌판을 가리킨다.
"저 돌판을 따라가면 배전으로 통하는데, 배전에만 도착하면 참도가 알기 쉽게 죽 뻗어있으니 그대로 참도를 따라가 도리이로 나가거라. 도리이 밖이 조금 후미져 보이겠지만 바로 눈앞에 나오는 골목 하나만 지나면 번화가로 통하느니라. 사람을 만나 어디서 왔냐고 묻거든 시라사키의 초대를 받았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게다."
미카가 방석에서 일어서서 신발로 다시 대청마루 아래의 타일을 디뎠을 때, 노아의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또 보자꾸나."
작별을 고하는 인사였다.
...하얀 돌판을 따라 정원을 가로지르다, 하얀 가리기누를 버젓이 차려입은 초로의 남자를 만나 어디서 오신 분이냐는 질문을 받았기에 노아가 일러준 대로 시라사키의 초대를 받아왔다고 하자 노아님의 손님이시군요, 하고 반색하더니 귀찮게도 배전과 참도를 따라 도리이까지 마중을 해준 것은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만.
[아아. ㅠㅁㅠ 이게 제가 늘 갖다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만든 것을 그때그때 올려서 파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 상품도 딱히 주기적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만들어서 올려놓은 거예요. 그래서 데이터가 없어요. ㅠㅠㅠㅠㅠ]
치아키가 보낸 메시지는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었다. 애초에 저 토끼는 이번에 새로 한번 만들어본 것이었고 당연히 이전에 판 적이 없으니 이번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품이었다. 아무튼 색상을 고르기가 힘들다고 하니 자신이 추천해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 그는 가만히 인형들을 바라봤다. 역시 여기선 가장 무난한 것이 낫겠지. 그렇게 판단을 짓고 그는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빨간 옷과 파란 옷은 어떠세요? 서로 대비되는 느낌이 있어서 한 쌍을 만들기에는 딱 좋을 것 같거든요! 강력 추천!]
물론 선택을 할지는 상대방의 자유였다. 상대방이 다른 색으로 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건 이제 상대방의 선택에 맡기기로 한 찰나 막 떠오른 주소란을 확인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미즈나 마을. 바로 여기가 아닌가. 오. 이건 또 신기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굳이 택배로 보내기보단 어차피 같은 마을에 살고 있다면 직접 만나서 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주소가 가미즈나 마을이네요. :D 저도 가미즈나 마을에 살고 있거든요. 괜찮다면 택배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전달해도 괜찮을까요? 그러면 더 빨리 받아볼 수 있고 상품도 바로 확인할 수 있을텐데!]
물론 상대가 거절한다면 어쩌겠는가. 그냥 자기가 직접 배달한 후에 초인종을 누르고 가던가 해야지. 직거래를 싫어하는 이도 꽤 많을테니 일단 그 부분은 상대에게 맡기기로 하며 그는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으음, 확실히. 구태여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좀 더 마음을 열고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 오픈 마인드! 약간은 내려놓고 나도 주, 주주주주인님이 된 양 굴어보는 거야. 이건 연극, 여기는 무대 위. 나는 긴 여행을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온 귀족이야. 그리고 옆에는 내 담당 하,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안 돼! 역시 친구를 하녀라고 부르는 건 납득할 수 없어! 미야나기는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차라리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즐기는 척이라도 해볼 텐데. 같은 반 여자아이를 아랫 사람 부리듯 대하는 건 무리다! 미야나기는 속으로 까무러치다 말고, 문득 조금은 풀어진 듯 자연스러운 미소가 리오의 흰 얼굴에 린 것을 보고서 약간 놀랐다. 아. 이건 ‘아리스’ 양이 아니라 리오구나. 리오의 부드러운 웃음은 어쩐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미야나기는 덩달아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끼며 리오를 따라 미소지었다. ·····도 잠시, 이거 어째 메뉴가 이름이 좀 이상하다?! 얼음 공··· 악의가··· 뭐, 뭐? 이건 도대체 무슨 메뉴지? 복잡한 심정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리오가 잽싸게 메뉴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못 들은 걸로 하는 게 나을 뻔했다. 매도 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니 대체 이 카페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는 거야?! 주변을 둘러싼 아저씨들을 향한 미야나기의 시선이 조금 미묘해진다. 무례한 걸 알기에 얼른 거두었지만.
“······그, 아리스 양. 얼음이 그······ 악의가, 그거. 그거 있잖아. 주문하면 아리스 양한테 인센티브 가는 거지? 정말 오해 안 했으면 좋겠고, 나 절대로 절대로 그런 취향인 거 아니지만. 그 어쨌든······ 주, 주문하고 싶어! 얼음 공주의 악의와 정성이 담긴 수제 철판 오므라이스!“
모든 것에 끝이 찾아오는 때. 방황하는 영혼이 본디 있을 침소로 흩어지는 때. 하루의 사명에서 벗어나 여명으로 돌아가는 때. ...방과 후.
등교도 있으면 하교도 있는 법. 수상할 정도로 선남선녀가 많고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는 가미즈나 고교도 피해갈 수 없는 필연이다. 아직은 밤이 빠르게 찾아오는 시기라 붉게 타오르는 해가 떨어져갈 무렵에는, 귀가부라는 명목으로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도 보이는 반면, 아마 먼 미래에 있을 철야작업을 미리 경험하듯 나머지 일을 전부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도 있었다. 당신은 어느쪽에 해당하는 사람일까. 당신이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움직이면, 그런 때에 옆에서 불쑥 떨어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실은, 어느정도는 귀에 익은 목소리였을 것이다.
"...바랜 검정 머리칼의 필멸자여..."
라고 해야할지, 사람을 필멸자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 교내는 물론이고 세상을 통틀어서라도 몇 명 찾을 수 없겠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당신도 잠깐 마주쳤던 적이 있는 그녀. 신학기 인터뷰때에 당신과는 아주 작은 '사건'이 있었던 그 후배다. 그녀는 당신이 나오기를 줄곧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당초, 당신이 있는 이곳은 어떻게 알아낸 건지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당신에게 몇 발짝 더 다가가서는 입을 여는 것이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역시 처음의 어색함은 서로서로 알아가고 서로서로 친해지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학생회장인 치아키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렇기에 그는 며칠전부터 마니또 이벤트를 개최하겠다고 게시판과 학교 홈페이지, 그리고 SNS등. 매일매일 홍보를 했고 그 덕인걸까? 마니또 이벤트를 하고 싶다고 신청을 한 이들이 꽤 많이 나왔다. 당연히 치아키는 학생회 멤버들을 동원해서 한 명, 한 명의 아주 가벼운 데이터. 즉, 얼굴이나 이름, 그리고 나이, 반 정도를 확인했고 겹치지 않도록 마니또를 지정하기 위해 며칠의 시간을 투자했다.
봄이 더 따스해진 어느 날. 학교 게시판과 학교 홈페이지, 그리고 SNS에 마니또가 정해졌다는 공지가 올라온 것을 학생들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수가 신청을 했기에 그 리스트가 꽤 길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정한 코드네임, 그리고 그 옆에 코드네임이 선물이나 메시지를 보내야하는 대상인 자신의 이름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 다들 확인하셨죠? 그럼 지금부터 마니또 시작!! 너의 비밀 친구 마니또는 과연 누구일까!"
방송까지 동원해서 확실하게 행사의 개최를 알리는 목소리가 분명히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벤트를 신청한 이들의 책상 서랍에는 자신이 선물과 메시지를 보내야만 하는 이의 얼굴, 이름, 나이, 반의 정보가 담겨있는 A4용지가 놓여있었다. 주어진 정보는 딱 거기까지이며, 그 이상은 알아서 잘 해보라는 듯이 정말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마니또가 자신 모르게 선물과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밝혀내려고 하는 것도 자유이며, 밝히지 않고 그냥 선물과 메시지를 받고, 자신이 마니또 활동으로 전달해야 할 선물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자유였다.
/내 옆자리의 신 님 ~With you의 1번째 이벤트인 너의 비밀 친구 마니또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1월 30일부터 2월 5일 저녁 9시까지! 마니또는 반드시 자신과 매칭된 이에게 선물과 메시지를 최소 3번을 보내야만 해요. 당연하지만 선물과 메시지는 따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한 세트로 취급되기 때문에 선물 3번, 메시지 3번이라고 보면 된답니다. 기간이 끝날 때까지 선물과 메시지의 최소 분량을 채우지 못하는 분의 경우는 약간의 패널티가 있을 수 있으니 그 점 주의해주세요. 또한 자신의 마니또가 누구인지 마지막날에 맞추는 이는 약간의 선물이 있을지도 몰라요! 와!! 덧붙여서 선물과 메시지는 반드시 '캐입'으로 보내주세요. 오너입 안돼요. 캐입이에요! 이건 캐릭터가 진짜로 보내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마니또의 선물과 메시지는 웹박수를 통해서 보내주시면 된답니다. [비밀 친구 마니또] 라는 머릿말을 붙이고 자신의 코드네임과 누구에게 뭘 보내고 무슨 메시지를 보내는지를 남겨주세요! 그렇게 들어온 것들은 제가 0시에 웹박수를 열어서 공개할 예정이에요! 즉. 월요일에 보낸 것은 화요일 0시에 공개하고 화요일에 보낸 것은 수요일 0시에 공개되는 방식이에요. 단. 예외적으로 일요일의 경우는 월요일 0시가 아니라 일요일 저녁 9시에 공개할 예정이에요! 참고해주세요! 반드시 선물 3개와 메시지 3개를 보내야하니 이점 참고해주세요!
그럼 지금부터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팝콘 -> 이치노세 리오 샌드백 -> 후루토 하이디네 메멘토 모리 -> 시라사키 노아 해상 표류어선 -> 이토이가와 미유키 사이트에서 광고를 허용해 주세요😭 -> 후루야마 치요 덴스케 -> 시로가네 료시 원시 고대 서브웨이 -> 타카나시 하네 시미즈 -> 키리나즈메 사야카 아카사 -> 와타누키 미후유 아인슈패너 -> 미야나기 사에 해피해피 스마일 -> 하시모토 케이 윌리 -> 무쿠루마 미야
수고하셨습니다, 하는 일련의 인삿말들과 박수 소리가 한 차례 빗발친다. 오늘 하루 작업의 진전이 느리더라도, 마감까지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오늘 할 일을 오늘 분이나마 진행했다는 것으로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꼭 신문부가 일을 끝내면 이런 인사를 해온 것이다. 그런 인사가 끝난 이후에 짐을 챙겨 저마다 부실을 나선다. 나 또한 그렇고. 부실에 좀 더 오래 남아있을 수는 있지만, 굳이 여기서, 부실과 학교를 막론하고 남아서 할 일은 없으니까 오늘은 그냥 일찍 집에 들어갈까 싶었다. ...그럴 예정이었다.
소름이 끼친다고 해야 하나? 머리칼이 곤두서는 듯한 이 기묘한 느낌은 예사로운 게 아니었다. 정말로 끔찍한, 무시무시한 일이 '이미 일어난'게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그런 장소에 온 듯한 느낌. 그런 본능적인 긴장감이 들어, 나는 한쪽을 돌아보았다.
"...너는."
일전에 신문에 실을 인터뷰를 위해 말을 나눴던 신입생이다. 그때, 나도 모르게 비슷한 취미의 소유자인줄 알고 반가워 손을 잡아버렸었는데... 몹쓸 짓을 했지. 곧바로 죽으라는 소리가 날아오다니. 하지만 그래서 나는 더더욱 공포를 느꼈다. 설마, 그 때의 일로...?
소름이 돋았다. 설마,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던가 그런건 아니겠지? 만일 그렇다면 나는... 나는...! 재빨리 무릎을 꿇거나 도게자를 하기 위해 살짝 무릎을 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