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혹해버렸다고 해야할까. 리오는 주말에 또 한 번 메이드복을 입었다. 새로 사고 싶은 기타가 있었다. 가격이 꽤 나가는 녀석이라서 이 녀석을 사기 위한 전용 저금통도 하나 만들어두었다. 조금 무리한다면 살 수 있었지만 이왕 사는거 무리하지 않고 사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시프트도 허락해버렸다. 리오는 1.2배라는 말에 가만히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1.3배..' 하고 말했고 그 조건을 수락하여 이렇게 다시 일하러 나오게 되었다. 오늘 하루 일하는 것으로 1.3배의 시급이니 오늘 일하면 내일은 노리고 있던 그 녀석을 사러 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발걸음도 가볍고 오늘은 뭔가 일할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에 대한 반증이랄까, 메이드복의 소매를 걷어도 팔목에는 붕대가 감겨있지 않았다.
" 에- 오빠 어디가는거야-? 우리 가게 재밌는데 놀러와- 귀여운 여자아이랑 얘기하면서, 엣. "
대부분은 이런 반응이다. 얘기하면 '괜찮아요' 라던가 '다음에' 라는 반응이 다가온다. 그런 사람을 굳이 따라가면서 이야기하면서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 전단지를 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핸드폰을 꺼냈다. 벌써 나와서 호객행위한지 50분 정도 지났다. 슬슬 아무나 잡고 들어가고 싶은데 라는 생각에 리오는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 슬슬 들어가고 싶은데.. 조금만 기다려- 내일 바로 사러 갈테니까. "
핸드폰 화면에 있는 기타를 보며 말을 걸듯 그렇게 말한 리오는 잠깐 쉴까 싶어서 그대로 잠시간 더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러다 든 생각은 길가에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꽤나 지뢰스러운데 쪼그려 앉아서 핸드폰 하고 있다면 이건 완전히 아웃이다. 무릎을 툭툭 털고 일어서선 빨리 아무나 잡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 메이드카페는 어떠신가요오- "
사실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없다. 이렇게 미끼라던가 떡밥을 마구 뿌리다 보면 한 명은 걸려들겠지 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 살짝 지쳤다고 할까 귀찮다고 할까 아까까지는 조금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전단지도 보여주고 했었지만 지금은 그냥 서서 말하는 게 전부일 뿐이다. 이러면 계속 서있어야 할 수도 있는데 말이지. 리오는 음- 하고 생각하는듯 싶다가 그래도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하는게 좋겠다는 마음에 전단지를 들고 가까이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 저기 언니- 우리 카페 재밌는데 놀러.. 에, 사에쨩? "
설마하니 아는 사람일 줄이야. 놀라서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버렸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마스크를 턱에 내려 쓰고 있어서 자기 얼굴이 훤히 드러나있다는 사실에 '다행은 무슨'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손에는 전단지를 반쯤 건네주었다. 이렇게 됐다면- 아, 어찌되든 좋지.
>>776 아니 각자 같은 책 보고 다른 부분 좋아하는 거 뭐야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호러도 사랑하니까 그 부분은 걱정 없다!! (엄지) 그나저나 미야탸의 아이돌화 못 본 것 같은데 제가 놓친 건가요 아니면… 설마… 정말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안 쓴 건 아 니 겠 지 요?
>>777 (꺄악) 얼른 코드네임들 보고 싶네요! (기대) 잘생김은 문장이 아닙니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엄근진).
>>778 사야카주 어솨요 ( '▽' ) ! 사야카의 IF 아이돌화는? (냅다 마이크 들이밀기)
>>783 호러도 사랑한다구욥⋯⋯? (호러 방탈출, 호러 영화, 호러 카페, 호러 식당 마구 데려갈 플랜 on) 어라, 사에주 마지막 말에 호러 브금이 깔렸다구요! 진정햇! 미야는 딱 예상대로랄까욧 👀💦 그룹에, 막내도 아닌데 막내같은 포지션, 소통 왕 팬서비스도 왕왕 하면서 아이도루 생활 무척 즐길 것 같은 애, 네요! (딸램아⋯⋯.)
>>784 댄스 크루인가요 :O ! 기존쎄 리더 멋찌다! 하야토 스맨파에 나와야 하는 거 아닌지⋯⋯ 😗 저 잘생긴 애는 어디 크루야? (웅성웅성) 성별 치우침 없이 인기 많을 거 같아요 하야토는 :D !
미야나기는 웃고 있다. 분명 온갖 짜증과 분노로 속이 꽉 차올라있을 터였지만,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묵묵히 감정을 삼키며 걷고 있는 것이다. —화내면 지는 거야. 참는 거야. 감정을 조절 못하는 사람은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 그러면서 미간에 잡히는 주름은 끝내 감출 수 없다. 빠직! ······부원들 앞에서 지도자한테 꾸중들은 일을 끝내 잊지 못하고 계속 곱씹고 있는 걸까. 자존심은 상했지만 어쨌든 조언대로—억지로— 미야나기는 새 프로틴 제품을 구하러 가는 길이었다. 여전히 어떤 게 좋고 또 성분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동네 편의점보다야 큰 마트에 다양한 종류가 있겠지. 수입품도 많을 테고. 발걸음은 기계적으로 길을 따라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갖은 생각들로 어지러이 흐트러진다. 잡상인이라든가, 종교인이라든가에게 붙잡히면 부푼 감정이 이내 틀림없이 팡! 하고 터져버릴 거다. 그러니, 하필 지금 그녀를 잡아버린 그 잡상인은 참 운이 없기도 하지. 당당하게 길을 막아오는 여자아이의 손에 들인 전단지를 보자 미야나기는 순간 날카롭게 반응했다.
“핸드폰 안 살 거고, 중고 가구 관심 없고요. 종교도 안 믿어요. 그러니까 좀 가세······!“
······어어? 어라? 인상을 확 찌푸린 미야나기의 한순간 얼굴이 부드러워지다가는 점점 물음표로 차올랐다. 한눈에 들어오는 은회색 머리칼에, 턱에 걸친 마스크 위로 들어온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 이 사람, 아는 사람이다. 심지어 같은 반이다! 클래스 메이트인 여자아이에게 심술 맞게 쏘아붙인 걸로도 모자라······ 메이드복 차림으로 마주친 것이다! 여간 혼란스럽기 짝이 없군.
“이치노세 양·····? 이치노세 양 맞는 거지? ”
그러니까 지금 눈앞의 이 메이드 소녀가 2학년 A반 이치노세 리오가 맞는 거야? 미야나기는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시선으로 이미 반쯤 건네진 전단을 받았다.
“어어······. 응, 그래. 이치노세 양, 여기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거야?”
메론 소다, 오므라이스, 딸기 파르페, 그리고 짧은 메이드복을 입고 웃는 여자아이들. ······전단 보니 역시 메이드 카페가 맞네! 일단 어디로든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미야나기가 리오의 등을 떠밀듯 재촉했다.
“으응, 뭐! 어차피 나 지금 시간 많으니까. 일단 들어가는 게 좋겠어, 카페 어디야?”
// 사에의 반응 리오가 절대 창피해서 그런 거 아니고 처음으로 메이드를 본 사람의 당황(..) 정도로 이해해줘!!!
>>808 (눈을 감는다.) 실시간으로 멀티 중이시니 선레는 지가 쓰도록 할게요 :D ! 상황은 뭐가 좋을까요⋯ 일단 제가 생각한 것은 리오의 인디밴드(리오인지는 모르는 상태) 공연을 보러 갔다가 길을 찾는 도중 마주친다⋯거나요? 학교에서도 마주치는 것도 좋구요 합동 체육 자율 수업 중 말을 건다던지도 좋을 것 같구 :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