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주어도 녀석은 먹지 않았다 오히려 주둥이로 물고선 저더러 따라오라는 듯 행동하는 게 아닌가 미카는 여우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더 깊숙하고 외진 곳으로 따라들어가 보니 마구잡이로 쌓은 돌탑이 보인다 언뜻 보아서는 그 용도를 쉬이 짐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돌판에 사과와 돌멩이를 차례로 올려놓는 여우를 보고 미카는 탑의 용도를 그제서야 깨닫는다 공양하는 여우라니 이렇게 영특한 동물이 또 있을까? 마음 같아선 영상으로 남기고 싶지만 하지만 카메라를 순순히 허락하는 녀석이 아니기에 그보다 녀석은 저 행동의 의미를 알까? 사실 몰라도 괜찮을 거 같다 귀여우니까
미카는 주머니에서 10엔짜리 동전을 꺼내 돌판에 올려놓는다 신한테 소원 빌 건 아니지만 그냥 여우가 귀여워서다 따라해보라는 듯이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아니다)을 하고 있는데 녀석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지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뜻이다. 명찰에서 사선으로 올라간 눈길이 리오와 마주친다. 이목구비 중에서 제일 존재감이 뚜렷하던 눈이다. 하물며 번쩍뜬 그 눈만 보고 있으니 부담스러울 수 밖에. 결국 시선을 피한 것은 리오였다. 놈은 입 끝을 한 번 끌어올리고는 시선을 다시 깔았다. 숟가락에 오므라이스를 듬뿍 퍼 담은 후에 식을때까지 기다리는 모양. 당연히 말은 없다. 이 적막감이 평소에는 자연스러웠겠지만 이토록 시끄럽고 화려한 곳에서는 오히려 어색하기 마련이다. 놈은 잠시 고개를 들고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한다.
"그렇지만 죽으라는 말은 싫은걸요. 야다ㅡ 기왕이면 나한테는 긍정적인 말로 부탁할게요."
손목과 찰나의 상념에서 리오의 내력을 겉핡기 식으로나마 추측한 상태. 뾰족해진 악의는 뒤죽박죽 뒤엉켜 안쪽으로 파고드는 식으로 자라왔을 터이다. 오랫동안 사람을 구별해온 놈이니 물증은 없어도 직감은 있다. 아니면 말고. 잘도 남을 판단해놓고 깃털만큼이나 가벼운 태도는 덤이다. 놈은 앙 입을 벌려 숟가락 위에 놓인 오무라이스를 크게 한입 삼킨다. 밥 한 톨 떨어지는 일이 없다.
"음! 이거 맛있다."
안 그런 척 지 내키는대로 사는 놈답게 주제도 이리저리 튄다. 놈은 밥알 하나하나 놓칠 일 없이 꼭꼭 씹어 목구멍 너머로 털어냈다. 혀에 걸리는 것 없이 깔끔해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숟가락을 다시 든다. 이번에는 엉성해진 生자를 푹 떠버리는데, 이래서야 죽느냐 사느냐가 전혀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제 놈도 밥을 먹어야하고, 아리스도 다른 손님이 있을테니 곧 떠나야할 시간. 사실 그게 아니어도'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할 시간~' 알 수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니 미련도 없어보인다.
사실 안이 정말로 비었다고 해도 기계 자체의 무게가 무거우니 보통 사람은 흔들기도 쉽지 않다는 게 사실이지만, 그걸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다. "에이, 아무튼!" 린은 주먹을 쥐고 손등으로 자판기를 툭 두드렸다. 이번만큼은 노크하듯 가벼운 손짓이면서도 주의를 끌기엔 확실할 만큼의 소리였다. 불리한 얘기가 나오려고 하니 또다시 슬쩍 말 돌리는 솜씨가 일품이다.
"여기 터가 안 좋은가 보지. 고쳐도 자꾸 고장나는 거면."
상황 무마하려 대충 본 견적이라 해도 신이 하는 말이니 영 틀린 소리는 아닐 수도 있겠다. 그건 그렇고, 싱글싱글 잘만 웃고 있던 얼굴이 비품 담당 선생 이야기가 나오자 미묘하게 어물쩍거리는 표정이 된다. 시선이 괜히 화창하게 파아란 하늘로 향하는가 싶더니, 안즈와 다시 눈이 마주치자 과할 정도로 반짝인다. 뻔뻔한 부탁 하려는 사람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낯짝이다.
"그거 나 대신 말해주면 안 돼? 나 벌써 선생님들한테 잘못한 게 많아서."
쓰읍.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사고 치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니, 그렇지만 그건 내 잘못 아니다. 농구대가 너무 연약했던 걸 나더러 어쩌라는 게야. 난간 휘어지게 한 건, 음, 그건 내 잘못 맞는 듯. 그래도 안 죄송하다. 아무리 얼굴에 철판 깐 그라고 해도 이미 전과가 많으니 괜한 잔소리 더 들어먹기는 싫다는 거다. 아예 제 두 손 마주 잡고 제 간절함을 피력하는데, 파란 눈 되도 않게 맑게 빛내고 있다.
"오- 산뜻한 이름."
조금쯤 과장스러울지도 모를 자기소개에 합이라도 맞춘 듯 참 자연스럽게 박수쳤다. 원래 애들이 뭘 자랑할 때는 최선을 다해 잘한다 잘한다 해 줘야 하는 법, 나름 애 돌봐본 적 있는 경력 탓에 사고보다도 몸이 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가미즈미로 이사온지도 한 달이 넘어간다. 생소한 마을에 적응하느라 소소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어쩌면, 도시와 멀어졌으니 그 때 있었던 안좋은 일도 조금은 흐려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어볼만도 하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싶은 날이다. 물론 아직도 미카와는 사이가 좁혀지지 않았지만 혼잡한 도시생활로 조금 떨어진 만큼 천천히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미처 도시에서 챙겨오지 못한 여러 물건이 조금은 그리워지기도 한다.
가령, 조금씩 모아둔 인형이라든가.
책상 아래 서랍에다 고스란히 모셔둔 작은 열쇠고리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니 제 자신이 이렇게 약했나 싶기도 하고, 어쩌면 향수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부모님이 출장을 가셨으니 더욱 자신이 그 빈자리를 대신 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야 하는데 푹신한 감촉이 그립다고 밤에 인형을 찾는건 일전의 결심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애나 하는 짓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왔으니 자기 자신에게 주는 상으로서 이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보상도 자기관리의 일종으로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겨보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합리화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아무도 없는 방안임에도 괜히 흥흥 아닌 척 시치미를 잠시 떼면서도 눈은 스크린에 고정시킨 미후유의 밝은 회색빛눈에 각양각색의 파스텔 톤의 색을 자랑하는 소품과 인형이 비친다.
'이 상품이 괜찮은것 같은데요. 한번 연락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굿즈에 관심이 있어서 연락을 드려요. 특히 토끼인형이 마음에 드는데 크기별로 얼마정도 할까요?]
미카가 돌판 위에 동전을 올려놓는 그 짧은 사이 여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동물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섭리이건만 괜히 아쉽긴 한지 미카는 주변을 사방팔방 둘러보며 녀석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치만 슬프게도 발자국 하나조차 보이지 않고 대신 낯선 선배가 등장할 뿐이다 제게 인사하는 안경 선배를 흘긋 바라보며 교정을 벗어나려 하는 미카지만 선배의 뒤이은 말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홀려?"
그러고 보니, 돌판 위에 올려졌던 공물도 어느새 없어진 채다 짧은 순간이지만 여우가 그새 공물들을 가지고 달아난 모양이지 홀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런 미신은 믿지 않으니까 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불쌍해보여서 놀아줬을 뿐이야."
미카는 덤덤하게, 아무것도 아닌 양 대꾸한다 그러니까 여우를 엄청나게 귀여워해줬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부끄러우니까 그보다 검은 여우를 목격한 다른 학생들도 있는 걸까
>>530 깜빡 잠들었어요 고멘네 유키주....☆ 멍충멍충 모치는 사고회로가 찐 단순이니까 빵끗 기뻐할거에요 ૮ ៸៸ˊ ˘ ˋ)ა 진짜 좋아하는 칭찬은 ‘더 해줘’ 라는 표현을 강력하게 어필! 너무 알기 쉽죠? 큨ㅋㅋㅋㅋ 나태신님은 약간 둔감 계열쪽..? 으로 느껴지는데 유키는 감정표현에 적극적인 편인가요?
남궁 린 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다룰줄아는_무기는 역시~ 제일 무난하고 범용성 있는 칼 종류? 그렇다고 해도 거창하게 쓸 줄 아는 건 아니고, 가장 기본적인 부분만 조금 아는 게 다지만. 그런데 안 쓴지 너무 오래돼서 지금은 거의 까먹기도 했고(...) 원래 무기보다는 몸싸움이 더 맞는 타입이라 별 의미는 없어.
자캐의_술주정 기분 좋아지고 웃음 많아지는 게 제일 정석이지? 근데 웃으면서 옆에 있는 신이나 물건 같은 걸 탕탕 친다... 신은 쳐도 괜찮지만 물건은 박살나버려... 그렇게 부숴먹은 게 꽤 많다...👀
자캐식으로_내게_넌_특별해 "넌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는구나? 응, 그래서 마음에 드는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