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도구고 공구지만, 학생이 학교에 들고와서는 안되는 것이다. 명확하게! 그런 흉기를 들고 다니는 것은 정말 특정한 목적과 책임 없이는 안될 일이다. 내가 여기저기 쏘다니긴 하지만 그런 건 꼭 지킨다고.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든가 말든가... 구다사이..."
가능하면 좀 안 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대부분의 괴담이 현실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약간, 워렌 부부 같은 느낌이랄까? 그쪽 분들은 진짜배기 퇴마사들이지만 아무튼 간에. 오컬트를 믿는 것과 그것이 실재하지 않길 바라는 양가감정은 참 복잡한 법이다.
서서히 펜이 움직인다. 긴장으로 인한 근육의 떨림 탓일지도, 두 사람의 힘이 맞지 않아 다른 방향으로 이어져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간에 펜은 움직여서 명확하게... X로 향했다. 왔냐는 물음에.
신문 군에 설명에 "헤에-" 하며 반응한 무쿠루마는 "그렇구나아"하며 금세 다시 지도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실 그런 것에 대해 그다지 깊이 알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고, 단순히 신문 군의 반응이 재밌었던 탓이었다. 지도 밑으로 슬몃 보이는 턱이 심드렁한 얼굴은 어디가고 실실 웃음이 걸쳐져 있었다. 숨기려는 노력은 했다.
그리고 어둠 속 정좌 위,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진 종이 위, 볼펜이 가리킨 것은- -X. 글자를 보자마자 "에에-." 하고 소리를 길게 늘였다. 확실하게 움직였는데 X라니! 그러고보니 아까 주문이 이상했던 것이 떠올랐다. 자신은 준비 만반이었으니, 마음가짐과 주문과 준비물은 완벽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바로, 신 문 군!
"신문 군이 제대로 안 외쳐서 그래, 오든가 말든가 구다사이가 뭐야!"
어느새 눈이 세모꼴로 변하려 하는 그때, 북쪽에서 찬 바람이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어왔다. 이거, 오셨다는 신호인가? 그렇게 해석한 무쿠루마의 표정이 다시금 환해졌다.
어이구. 핑계 하고는. 솔직히 말해서, 이런 짓을 한다고 오는 쪽이 진짜 문제 있는거 아닐까? 나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막말로, 딱히 누구 콕 집어 부르지도 않았는데 '근처에 있는 사람 아무나 한명!' 하는거를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나! 나!' 하고 와서 아무 말이나 해준다는게 참... 무지막지하게 심심하거나, 어딘가 모자란 것이 아닐까?
"알았어, 알았다고. 분신사바, 분신사바..."
다시금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과 점점 더 어두워지는 하늘. 이상할 정도로 끼치는 소름과 뼈에 와 닿는 한기는 이전에도 한두번 겪어 본 적이 있는 그것. 심령 현상이다. 이것은 나의 육감이 말해주고 있다.
...그게 정말 귀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는 뭔가라는 것이다. 어, 근데 내가 방금 들은 게 맞나?
"야, 잠깐. 그거 설마 그냥 아무 책자에 있는 걸..."
호러 책자에 실려서 출판되는 것들은 보통 허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야, 그런걸 내서 돈을 벌어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자극적인 거짓말을 마구 적어냈을 가능성이 대부분이지 않겠는가! 결국 나는 또 무쿠루마에게 속아넘어가 이런 바보같은 짓을 했다는 것이다.
"...X네."
잠깐 바람이 불었다. 저미는 한기가 걷혀나가고 그냥 허탈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벌떡 일어나 한숨을 쉬고, 한 마디도 없이 O/X가 그려진 종이를 들어 마구 구겨버리고 팽개쳤다.
준비는 완벽했을 터였다. 장소, 종이, 볼펜, 사람. 장소, 종이, 볼펜, 사람. 장소, 종이, 볼펜, 사람. 하늘은 푸르스름하니 어둑했고, 숲속은 더했다. 잎사귀와 바람이 마구 부딪히며 음향 효과마저 있었다. 준비가 덜 된 사람, 신문 군 또한 제 장단에 맞추어 완벽하게 주문을 외워주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암흑 속에 잠긴 정좌, 붉은 볼펜은 선명히 X를 향해있었다.
X를ㅤ⋯⋯.
"⋯⋯."
무쿠루마가 새하얗게 표백된 세탁물처럼 변했다.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기도 했다. 얼마나 정성 들여(4시간가량) 준비한 콜라(호러)인데─!! 이익, 하고 이를 잘근 씹으며 볼펜을 쥔 손을 종이 위로 퉁, 퉁 두들겼다. 세게 내리치고 싶었지만 신문 군도 볼펜을 잡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화풀이를 한 무쿠루마는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했다. 필기통 안에 볼펜을 넣고, 종이를 블레이저 재킷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넣고 그렇게.
그리고 조용히 정좌에서 일어나 신문 군을 돌아봤다.
"가, 훌쩍, 가자, 신문 군."
파들파들 웃는 눈꼬리에 반짝이는⋯⋯ 눈물 같은 액체가 맺혀있다. 이건 절대 눈물이 아니야, 절대⋯⋯.
그의 말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며 킁, 하고 빨개진 코를 찡그렸다. 오면서 길을 외웠기에 딱히 지도는 필요 없었지만 얌전히 지도를 들었다. 일주일 동안 참았으며 네 시간 동안 고심하여 고대하던 호러 타임이었는데 그것이 매우 허망하게 엎질러졌다. 갈기 찢긴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허탈했다. 그래서 무쿠루마의 호러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갔고, 그렇기에 발언했다.
"응⋯⋯ 내가 신문 군 구해줬어. 그러니까 나중에 전율미궁 가자⋯⋯."
전율미궁이란 일본의 유명 놀이동산 '후지큐 하이랜드'에 있는 자급종합병원이라는 가상의 병원을 모티브로 한 유령의 집으로 저연령, 심장질환자, 임산부, 겁 많고 심약한 사람은 입장 자체가 제한되는, 최소 소요 시간 약 50분, 보행 거리 약 900미터라는 엄청난 곳이었다. 훌쩍임은 점차 잦아들어갔지만, 무쿠루마는 그런 곳에 가자는 말을 여전히 발간 눈가로 뻔뻔하게도 지껄였다.
뭐엇—! 마이메로는 이미 쿄스케가 채갔으니 다들 쿠로미 폼폼푸린 시나모롤 케로케로피 헬로키티 기타 등등을 어서 채가도록 해—!!! 나는 음미할게 🥰
>>267 한국에 반송(??)하기에는 공항까지 가야하니까... 그래도 담요 갖다줄거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68 하야토가 알바하는 모습도 궁금하지만 직접 디자인한 옷??? 놓칠 수 없는 기회..... 미래의 빼숑리더님의 마스터피스를 영접해보자 😊 그럼 하네가 우연히 게시물을 봤다가 실수로 하트 누른 건 어떨까—! 심지어 하네가 피팅모델로 활동하던 계정이었고... 실수였다고 말하기 전에 이렇게 저렇게 꼬여서 결국 하게 되었다거나.......? 🧐
솔직히 말해서 너무 가기 싫다. 인생을 살면서 가고싶지 않은 곳 TOP 3 안에 드는 곳이다. 애초에 호러 어트랙션이라니 뭐야! 전혀 리얼도 아니면서 무섭게 만든 그런거잖아! 나는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 그리고 허구의 허술함을 깨부수기 위해 하고 있는 오컬티스트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나에게 그런...!
...근데 어쩌겠어. 이만큼 상심했으면 가기는 가야지. 별 수 있나. 사실, 무쿠루마도 지금 허탈하기는 매한가지, 아니 나보다 더 심했을 수도 있다. 진심으로 기대해서 준비한 것인데, 이렇게 되는 것은 당연히 바라지 않았을테니까.
간간이 들리던 훌쩍거림은 이제 더 이상 없다시피 했지만 무쿠루마는 시무룩한 척 여전히 땅을 보고 걸어갔다. 그래야 신문 군이 좀 더 승낙할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니. 계획은 맞아들어갔고, 신문 군은 미끼를 물었다. 아─ 전율 미궁이라니.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공포스럽단 말인가! 환희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연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슬 올라가는 입꼬리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결국 "흐"하는 소리를 흘려버렸다. 얼굴은 연신 실실대는 낯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약간의 죄책감은 들었는지, 최대한 웃음을 억누르려 하며 그에게 무언가를 건네었다.
"알았어, 신문 군. 약속한 거다?"
건넨 것은 폭신한 만쥬앙금이 들어있는 병아리 모양의 히요코 만쥬. 놀린 것에 대한 미안함과 어울려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그가 이걸 먹으며 마음도 폭신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 막레로 하거나 막레 주시면 될 것 같아요 :D 이런 어리광쟁이랑 놀아줘서 너무 고마워 8 8 천사 쿄-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