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누키 씨는 적어도 한 번 이상 불량한 학생들한테 으슥한 뒷골목에 끌려가서 험악한 분위기를 겪고 말 거에요. 상냥하고 친절한 학생들이 끌려가니까요! 안 되겠습니다. 달콤해서 맛있기만 한 사탕보다는 응급 상황에서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용품을 책상에 숨겨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루라기같은 것보다는 조금 위험하게, 후추 스프레이 같은 거로요! 뇌물이나 아첨은 할 필요 없다지만 전... 사과의 뇌물을 줘야겠으니까요! 미움받고 싶지도 않고, 조용하고 평범하게 졸업까지 순탄히 흘러 가고 싶으니까요.
“필요 없습니다. 와타누키 씨야말로 아첨하고 있어요.”
바로 옆 책상을 짚어서 조금 시야를 확보했습니다. 빼꼼 눈까지만 위로 올리면 청소를 하고 있는 와타누키 씨가 보여요. 호신용품도 좋지만 거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성 매직으로 ‘친절한 사람’ 이라고 적은 거울이요. 누가 누구보고 친절하단건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보다가 그만둡니다. 이러다간 와타누키 씨 혼자 청소를 끝내버리겠다 싶었거든요. 집에 가고 싶지만 와타누키 씨보다 일찍 갈 수는 없습니다. 조금 눈치를 살피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일어나서 청소를 합니다. 그래도 혼자 했을 때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그럼 가세요.”
처음에는 칠판 지우는 것만 부탁하려고 했으니까요! 이렇게까지 꼬여버리다니 이것도 재주입니다. 대걸레 두개 정도 뒷정리야, 교실 문 잠구기 정도야 당연히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하교하게 해야 합니다.
# 슬글 막레 분위기 나는 것 같아, 막레로 받아도 되고 더 하고 싶은게 있으면 이어도 좋아~~ ☺️
솔솔 풍기는 따스한 빵과 디저트의 향기에 미후유는 주변을 둘러보는 척 하면서 가판을 쭉 둘러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달달하고 아기자기한 디저트에 고소한 향내가 솔솔 올라오는 베이커리까지 비록 닿을 수는 없지만 그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빈자리를 찾는다. 물론 오늘의 메뉴도 어김없이 아메리카노(시럽추가)에 샌드위치겠지만 요새 '먹방'이란 것이 유행하니 비슷한 원리로 직접 먹지 않아도 허기는 달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메리카노가 나올때까지 잠시의 여흥을 즐길 생각이라 흥흥 작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흘러내리는 은발을 뒤로 넘기던 차에 위이잉 진동소리가 들려 손에들린 벨을 바라본다. 어라? 제 것이 아닌가 보네요? 변화없이 얌전하게 손바닥에 놓인 진동벨을 보다가 시선을 옮기니 아직은 낯선, 그러나 처음보는 것은 아닌 얼굴과 바로 마주한다.
이 얼굴은 누구였더라 분명 같은 학년의... ...모르겠다.
"음, 와타누키 미후유입니다 무슨일이 있으신가요?" 혹시 모르니까 이름을 먼저 밝히면서 난감함이 서려있는 료시의 얼굴을 바라본다 같은 학년의 익명군이 진동벨의 주인인건가? 그렇다면 메뉴를 받아가면 될텐데.
시간은 점심 무렵이다. 그는 도시락을 챙겨 먹는 쪽이었는데, 그 이유는 대략 둘 정도 된다. 첫째는 식성 문제다. 일식이 맛없는 건 아니라지만 매일매일 먹기에는 아직 좀 별로라. 어쩔 수 없는 문화적 문제를 제한 다른 이유는 이것이다. 도시락으로 먹어야 빨리 해치울 수 있다……. 점심시간은 가장 길게 주어지는 휴식시간이지 않나. 농땡이가 좋아서 수업도 멋대로 빠지는 신이 합법적인 쉬는 시간을 허투루 보낼 리가 없다. 빠르게 해치우면 약 1시간 여는 되는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던 그는 그리하여 종이 치기가 무섭게 누구보다 날쌔게 튀어나가 신속한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한 시간은 아직 여유롭고, 때마침 한쪽에는 입가심하기 딱 좋게 음료수 자판기가 놓여 있다. 음, 현대인은 식후에 커피라고 했었지. 여유롭게 보내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구만. 밥을 퍼마시듯 하고 속 쓰리지도 않은지 느른하고 태연한 얼굴로 그는 주머니나 뒤져 지폐와 동전을 대충 쑤셔넣었다. 차보다는 음료 종류가 가득한 자판기라 제대로 된 커피는 없다지만, 가끔은 달달한 인스턴트도 나쁘지는 않지. 조그만 기대감과 함께 그는 진열된 커피의 아래 버튼을 꾹 눌렀다. 응당 들려야 할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 이변의 시작이었다. …5초가 지났다. 내가 제대로 안 눌렀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반사적으로 다시금 손이 간다. 린은 그제서야 확연하게 이상을 깨달았다. 자판기는 반응이 없었다.
"뭐야."
안에서 뭐가 걸렸나? 퉁. 탕. 탕. 가볍게 두드려줬건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린은 잠시 황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몇 번쯤 더 두드리면 뱉겠지. 그런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평온하게 있었으나, 인내심은 오래지 못했다. 그렇지만 뭐, 조금 어처구니가 없어도 화가 나는 건 아니다. 이래 보여도 찬란했던 천년 고도의 역사며 고려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를 모두 눈에 담으신 지긋한 신인데, 명색이 네 자릿수 나이를 먹고서 고작 이 정도 일에 열불을 낸다면 어디 쓰겠는가? ……라며 그는 스스로 자신을 위안했지만 미처 자각하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반도 땅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는 한민족의 얼 그 자체이며, 그 얼은 현대 문명의 이기를 포함한다. 즉, 비량 역시도 어쩔 수 없는 K-빨리빨리와 급발진 정신을 가슴 깊이 품은 양반이라는 뜻이었다. 잠자코 기다리며 툭툭 쳐대는 동안 3분이 더 지났음에도 고철덩어리는 묵묵부답이다. 여유를 가져 보려던 마음도 점차 끝이 보였다.
"……이노무 쎗덩거리가 마 장난하나?"
기어이 답답함을 참지 못한 입에서 원어가 튀어나왔다. 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툭툭 두드려대는 정도에 그쳤던 소리가 이제는 숫제 패는 소리로 변했다. 이어서는 텅, 쾅, 쿵쾅퉁텅타당쿠쿵쾅…… 아예 난타하듯 자판기의 앞 뒤 옆을 두들겨대는 손놀림이 현란하게 거셌다. 아무렴 그는 정말로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말이다, 화는 안 났대도 해결이 빨리 안 되니까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지 않아. 그러나 이 지경으로 난리를 쳐봐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이쯤되니 점점 환장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난리를 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니 대체 뭐가 문제인 게야. 상식적─이게?─이고 인간적인 선에서의 시도만으로는 안 된다는 건가. 그렇다면 비인간적인 선의 노력을 해보는 수밖에.
일을 치기에 앞서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 CCTV는 없으니까 괜찮겠지. 비량은 곧 팔뚝을 걷어붙이고 자판기의 양 옆면을 꼭 붙잡고는, 그것이 멱살이라도 된다는 양 앞뒤로 마구 흔들며 기계와 드잡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점검을 언제 한 건데!"
똑똑한 학생들은 이러지 말자. 자판기에 이리 성질 부리다가 기계가 넘어져 압사당한 사람이 다윈상을 수상 받은 기록이 있다. 더군다나 이런다고 맛이 간 기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라는 법도 없다. 한낯 기계 따위에 돈을 뜯겼다는 게 그렇게도 억울한가? 포기할 생각 전혀 없어 보인다. 명색이 재물신이면서 몇 푼 안 되는 돈 가지고 참 쪼잔하게도 군다…….
성격으로서는 최악이었다. 커뮤증이 있어서 사람을 대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생각하느라 대화시기를 놓친다거나 임기응변에 약했다. 의존증이 있어서 잘 해주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들러붙는 경향이 있었고 뭔가 해달라고 하면 혹시나 거리가 멀어질까 싶어서 가진 것을 다 내놓았다. 멘헤라가 있어서 좋아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둥 자기파괴적인 말이나 행동을 일삼기도 했다. 고교데뷔를 기점으로 열심히 고쳐나가고는 있지만 하루 아침에 고쳐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말에 리오는 적잖이 당황한 듯 아무 말 없이 동공을 축소시켰다.
" 그,렇지. 다들 귀여운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 "
리오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깨문 입술이 살짝 하얘질 무렵에 이빨을 놓았고 입술에 살짝 자국이 남았다. 이런 성격을 그대로 둘 순 없다고 생각해서 고치기 위해 사회에 남들보다 일찍 뛰어들었다. 그랬음에도 아직도 여전히 압박감이 느껴지는 상대를 만나면 금세 고장이 나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뚝딱거리기 시작한 리오는 쥐고 있던 전단지를 구기듯이 꼭 쥐고 다시 전단지 뭉치로 가져왔다.
" 예,쁜아이들,도 있지만.. 그러네. 취미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
리오는 여전히 축소된 동공을 바닥에 꽂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연습하던 그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취미가 아닌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갈 이유도 여유도 없을 뿐더러 압박감이 느껴지는 상대를 오래 마주하고 서 있는 것은 이쪽에서도 속이 거북하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일정 시간 이상 마주하고 서 있는 다면 심장이 빠르게 뛴다거나 속이 안 좋아진다. 리오는 복숭아를 주겠다는 말에 '으응' 하고 고개를 살짝 절레절레 저었다.
" 모모쨩은 복숭아 좋아하지만 난 별로.. 그럼 다음에 기회 된다면 찾아와. 이 시간대에는 항상 여기 있으니까. "
리오는 그럼 다음에. 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였다. 배운 것이 있다면 이런 때에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다시 평정심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리오는 몸을 돌려 금새 또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놀러오세요-' 하고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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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쯤에서 마무리일까~?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이 쯤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네!
1. 어리버리 "이등병" 하야토 2. 본격적으로 닦이는 "일병" 하야토 3. 군생활 좀 했다고 착각하는 "상병" 하야토 4. 모든 것이 귀찮은 "병장" 하야토 5. 쉴드 없이 처음부터 이리저리 닦이는 "하사" 하야토 6. 군생활 좀 한 "중사" 하야토 7. 행보관님..."상사" 하야토 8. 장교지만 아직 어리버리한 소위 "소대장" 하야토 9. 참모로 끌려간 중위 "작전장교" 하야토 10. 주된 과업이 실망하기인 대위 "중대장" 하야토 11. 천사도 악마가 된다는 소령 "작전과장" 하야토 12. 대대장이 되어 권력을 누릴 줄 알았지만 사령부로 발령받아서 대령과 스타들의 커피셔틀이 된 "중령" 하야토
그게 무슨 상관이었냐는 말은 하야토에게는 매우 순수한 의문에서 나온 말이었다. 어릴 적부터 일본어를 써왔지만 그저 가정에서 어머니랑만 쓰는 것과 로컬에서 쓰는 건 다르니깐. 모모와 복숭아의 연관성을 바로 깨닫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으음- 미안해요. 그래도 굳이 나 없어도 아가씨네 카페는 장사 잘 될 거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말투는 고장이 난 것처럼 계속 더뎌지기 시작했고, 숨이 막히는 상황이 오면 볼 수 있는 저 동공과 표정. 본인이 누군가의 숨을 막히게 했다는 사실에 하야토 역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가 그렇게 됐으니깐 말이야. 최대한 상처를 안 주기 위해 부드럽게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가끔은 노력은 배신을 할 때가 있다.
얼마 안 가서 소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러움을 찾았지만 이미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늦었다. 복숭아를 거절하고 자리를 뜨려는 소녀에게 "저...저기!"라고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359 오... 모닥불 메이트 (운치있다) 이런 건 어떤가요? 명계 때부터 알고지낸 모닥불 메이트이지만 사야카는 어쩐지 어디에도 있어서 가끔씩 들르는 느낌이니... 사신님은 약간 히키코모리 방 주인 느낌이고, 어둠신님은 방랑벽있는 친구 느낌...같은 건 어떤지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