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밑창에서 눈이 녹아 젖어드는 게 느껴질 즈음,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기를 낯선 목소리가 깨트렸다. 밤중에 한바탕 쏟아진 눈은 조금씩 포슬포슬 내리고 있었다. 흰눈 사이로 보다 더 희고 고운 단발이 사르륵 흔들렸다가 멈춘다. 눈에 들어오는 말간 피부와 맑은 창공의 눈. ⋯우와, 겨울 하늘 같아. 속으로 중얼거리곤 힐끔 그녀의 뒤로 펼쳐진 하늘을 쳐다본다.
봄눈 사이로 겨울 요정이 으레 생각하는 요정 같지 않은 말투를 구사하며 놀라 외친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기를 깼듯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스스로 깨는 것에 살풋 웃음이 나와, 무쿠루마는 결국 “으히히-”하고 웃어버린다.
“무슨 대회였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상을 탄 건 기억해. 1학년인데도 벌써부터 대단한 걸! 스쳐지나가듯 들은 거라 의복 양의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서 말이야⋯⋯. 그렇지만 직접 마주치니, 의복 양이 아니라 봄눈 양이 더 어울리겠어.”
그렇게 말하곤 장갑 낀 손을 블레이저 주머니에 꾸욱 밀어넣는다. 덩달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기지개 켜듯 팔을 쭈욱 당겼다가 짓궂게 놀리듯 눈을 휜다.
“나는 예술적 감상을 찾아다니고 있는 2학년 C반 ‘무쿠루마 미야’ 양이에요~. 무쿠무쿠 선배나 미야미야 선배라고 불러줘도 기쁠 거야~.”
침묵 속에서 분명히 들은 그녀의 말을 인용하며 짓궂게 놀려버린다. 헤실헤실 웃고 있는 낯에는 장난기가 담뿍 묻어있다. 양 볼은 잔뜩 상기되었고, 이제는 귀가 시리다. 보지 않아도 엄청나게 빨개져있을 게 분명했다. 무쿠루마는 웃음기 서린 표정으로 건물의 창들을 살펴본다.
“어째서 지각했어? 나는 늦잠~. 아, 늦잠밖에 이유가 없으려나? 아무튼 이 무쿠루마 선배 양이 몰래 들어가는 법을 알거든- 들어볼래?”
오늘도 녹초가 되는 날이다. 반장이 되면 일단 제일 힘든 점..은근히 모두가 보고 있다는 점이다. 어항 속의 금붕어라고 알고 있는가? 어항 속의 금붕어는 밖의 사방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지 모르면서 살아가지. 지금 내가 그 기분이야. 물론 반장으로서 떳떳하지 못 할 짓을 했다는 건 아니지만 기가 빨리는 건 부정할 수가 없어.
"내 팔자야..."
점심은 무난하게 샐러드 도시락을 먹어주고, 밖의 벤치에서 입에 홍삼스틱을 문 채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일본에서 홍삼은 또 어떻게 구한 걸까? 그리 메이저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해온 하야토는 한국이랑 어느정도 접촉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홍삼은 한국의 좋은 에너지를 가진 영양제라면서 어릴 적부터 먹어왔었다. 솔직히 어릴 때는 이게 무슨 효과인지 몰랐는데..최근 들어서 어른들이 왜 이런 걸 챙겨먹는지 알 거 같다.
"?"
그런데 눈 앞에서 하얀 무언가가 뛰어간다. 저거...토끼잖아? 학교 밖으로 나가면 차에 치일라.. 하야토는 빠르게 달려가서 토끼를 쉽게 잡았다.
평소 같았으면 제자리에 꾹 버티고 앉아 책을 읽거나 밝기를 심할 정도로 낮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예의 음침함을 발산할 카이무였다. 좀 더 부지런해진다 해도 책을 대출/반납하기 위해 죽상으로 도서실을 찾아가거나 운수 나쁘게 걸린 교사의 심부름에 터덜터덜 걸어가는 것이 전부였겠지. 비활동적인 카이무가 학교 뒤편까지 나와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전 수업이 체육이었으니까.........
훨씬 부언하면, 체육 시간의 우악진 손길에 멱살 잡혀 탈탈 털리게 된 결과로 탈진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으므로 이대로는 틀림없이 과학적으로 죽겠다 싶어(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온갖 의학적인 이야기가 카이무의 머릿속을 한바탕 '운동장달리기' 했을 것이다. 걱정이 태산처럼 되어 카이무가 추가적으로 검색한 정보는 덤이다.) 수분이라도 보충하기 위해 이온음료를 매점에서 구입하고 나온 것이었다. 운동의 의한 땀뿐일까, 식은땀이 주륵주륵 흐르는 느낌에 급히 이온음료를 마시려다가 급히 마시다가 체할 것을 염려해 조심조심 목구멍 뒤로 넘겼다. 바람이라도 쐬면 나아질까, 그런 생각에 담 근처에서 잠깐 쉬기로 하였는데 누군가 인기척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붉은 머리의 남학생은 가방을 높이 담 너머로 던지더니 자신도 담을 넘어버릴 듯이 자세를 갖췄다. 붉은 머리, 그것도 관찰하건대 붉게 '물들인' 머리가 아닌가. 귀를 뚫은 피어싱에, 은근히 탄탄한 듯한 마른 몸매 하며... 어어... 카이무는 불안하게 눈을 깜박였다. 험악한 얼굴... 물론모든험악한인상과머리를염색한사람이그렇다는것은 아니지만, 물론 이 시간에 담을 넘으려는사람조차모두그렇다는소리는절대로아니지만, 물론 예외는 많지만... 통계상으로 저런 사람은 불량 학생이었고 불량 학생과 엮이면 좋은 꼴은 보기 힘든... 아니그렇지만 혹시 다른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혹시 도움이 필요한데 무시하는 것이 독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오래도록 싸우고 있었지만 결국은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파가 좀 더 우세하게 되었다. 카이무는 즉시 합죽이가 되어 최대한 없는 티를 내기로 결심했다. 숨소리를 죽이고 눈초리를 내려깔았다. 없는 사람이다, 자신은. 그리고 카이무는 이온음료를 놓쳤다.
당연히 철퍼덕하며 제 존재를 과시하는 이온음료였다. 깜짝 놀라 허겁지겁 이온음료를 다시 집어 들려고 했지만 갑작스러운 몸짓에 깜짝 놀란 몸뚱이는 불쌍하게도 병을 다시 놓쳐 텅텅거리는 소리를 울려퍼지게 할 뿐이었다. 미처 닫지 못한 병뚜껑에 음료수는 물감처럼 큼직한 체육복에 칠해지고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음료수를 집어들까, 자리를 급히 피할까 하는 생각과 다르게 시선은 반사적으로 미카가 있을 곳을 곁눈질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더라면, 음료병을 집어드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손은 이온음료에 다소 끈적해진 채 넋 나간 낯으로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던 카이무는 머릿속이 즉시 새하얘져서는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한 끝에 꼴사나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죄- 송합니다...... 죄송하지만... 저기, 담 넘는 행위는 위험 부담이 따라서... 조퇴증이라는 방도도 있고오... 어, 그리고, 그리고... 이온음료... 아니, 그것이 아니라, 저는 정말이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서- 그냥 없는 사람인 셈 쳐주시는 것이......"
조퇴증 끊는 것...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니면- 혹여나 다른 사정이 있으신지...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횡설수설 불쌍하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는 그동안 머릿속에 쌓인 것을 댐 터지듯 무작위로 내뱉어버리는 듯했다...
린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자신이_죽을때_기억해줘_잊어줘_같이_죽어줘 셋 중 하나도 아닌 타입...도 답변으로 쳐주려나? 그냥 '어, 죽는구나? 이런.' ←이 정도가 끝일걸? 해시태그 선택지처럼 남겨질 사람을 생각할 정도로 사려 깊은 성격은 아니라...👀 같이 죽자는 선택지도 굳이?라는 쪽이고("에이, 순장이 언제 적 풍습인데."), 어차피 죽으면 '나'는 끝인데 어떻게 기억되고 말고가 의미가 있나? 그렇게 생각해서 말이야.
자캐가_결여되는_감정은 진단 코롸 개장하고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이런 설정 털어가기입니까?٩(//̀Д/́/)۶
어... 무언갈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이 부족해. 애련과 연민 같은 의미의 애틋함으로도 그렇고, 애타도록 깊이 사랑한다는 의미로도. 여리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아도 아무런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남들이 그런 것들을 왜 그렇게나 예뻐하는지 이해 못하는 편이야. 그래서 동물이나 어린아이를 봐도 별 관심 없고 솔직히 귀찮다고 생각해. 물론 귀찮을 뿐이지 굳이 해를 끼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없지만. 총체적으로 감수성이라고 할 만한 게 좀 부족하고, 의외로 무신경하고 정 없는 성격이야. 기본 성격이 우당탕 유쾌 우하하-맨이라서 깊이 파고들지 않는 한 티가 안 나는 것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아저씨가 많이 예뻐하는 하네는 특별한 예외인 셈이지 :3 하네한테 마냥 가볍게 장난질하고 놀려먹는 것도 다른 방식으로는 표현하는 걸 몰라서이기도 하고, 그동안 뭔가를 깊이 아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거기도 해.
자캐의_기상_시간은 일찍 일어난다! 어스름한 새벽에 일어나서 부스럭거리고... 등교 준비 좀 하고... 다 하고도 시간 남아서 딴짓 좀 하고... 적당히 시간 되면 등교! 그러고도 일찍 출발한 거라 학교에 꽤 이르게 도착하는 편이야. 아까 위에서도 말한 거지만 원래는 야행성이라 낮에 자고 이른 저녁에 일어나곤 했었어. 지금은 학교 다녀야 하니까 생활패턴 바꾸면서 지내는 중!
>>580 일단 늑대신님이 매우 잘생겼다는 것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픽크루를 쓸 때는 출저를 살짝 남겨주기! (속닥속닥)
>>581 아닛. 어째서 진단이 의무화가 되어가는거죠?! (동공지진) 아무튼 뭔가 태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군요. 하지만 신은 거의 영원이라는 기한을 사는 존재니까 어쩌면 저게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하네요. 그렇군요. 그렇군요. 결론은 린에게 있어서 하네는 매우소 중한 존재..(메모) 아..아닛. 하지만 혼인의식을 치룰만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필시 자연스럽게 채워지지 않을까하고... 그리고 도깨비는 확실히..(납득) 그래도 어떻게든 생활페턴을 바꾸긴 했군요!
UR[할로윈]사야카 죽은 자들이 현세로 나와 인간과 어울린다는 서우인과도 같은 날은 이질적인 그것이 사람 속에 녹아있어도 괜찮은 날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긴 옷자락은 무겁기 때문에 경박한 팔락거림으로 그 안이 깊은 어둠이라는 것을 알게 할 일은 없으니.
UR[할로윈]사야카 어둠과 죽음은 꽤나 오랜 기간동안 함께하는 일이 많았다. 죽은 자들을 기리는 날 중에서는 가장 활기찬 편이라서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SSR[밤의 바다]사야카 밤바다에는 함부로 가면 안되는 일이란다. 밀려드는 파도 소리 사이로 부정한 것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고 인간과 닮은 인어의 꼬리가 흔들려 너를 홀려 바닷속 깊은 곳으로 잡아끌지도 모르지. 하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바다이되 바다가 아닌 것. 바다와 하늘이 구분되지 않는 저 한없이 깊은 것. 넘실거리는 어둠을 두려워하렴. 용맹한 자들은 그것을 헤치겠다 만용을 부렸기에 고요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아직도 한없이 가라앉고 있단다.
SSR[천체관측]사야카 빛이 강하면 어둠은 그에 따라 깊어지지. 언젠가 모든 별과 은하가 그 명을 다하면 어둡고 차갑게 잠겨버리겠지만. 그만큼 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이유가 될까?
SSR[동심]사야카 SR[소꿉친구]사야카 R[싸움]사야카 SSR[직접 만든 초콜릿]사야카 "....실패했어" SSR[무릎 꿇고 빌어봐]사야카 SSR[직접 만든 초콜릿]사야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