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지저귀는 방과 후, 모두가 떠난 복도에 덩그러니 서 있는 소녀가 한 명. 정확히 말하자면 쭈그려앉은 채 멍하니 수조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조에 덮인 흑안에 호수같은 푸른 빛이 서린다. 맑은 물 사이를 가로지르며 부드럽게 유영하는 두 금붕어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 여유로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그런 연유로 종종 동아리 활동이나 하교도 등지고 혼자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러다 보면 만화부 부장이 직접 잡으러 오곤 했다. 마치 저 멀리서 엄청난 기세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부장처럼⋯⋯ 부장?!
무쿠루마 미야는 벌떡 몸을 일으켜 양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허둥지둥 휘저으며 도망칠 구석을 찾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그럼에도 코앞까지 당도한 부장님을 모른 체할 수는 없어 애매하고도 애교스러운 웃음을 에헤헤, 흘리곤 결국 뒷덜미를 붙잡힌 채 부실로 질질⋯⋯.
"으아앙! 만화를 보려고 들어간 거지 만들러 들어간 게 아닌데─!"
그렇게 처절한 외침과 함께 복도의 벌린 입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무쿠루마 미야는 허우적대다가 누군가의 옷깃을 콱 잡아채 다급하게 말한다.
"부장, 부장! 나, 이 애랑 선생님 심부름이 있어!"
그에 만화부 부장은 누군가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본다. 무쿠루마 미야 또한 자신이 잡은 사람이 누군지 쳐다볼 겸 간곡히 부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고개가 돌아가는 순간, 귓가에 부장의 말이 박혀온다. "학생회장이랑?" 하고⋯⋯.
/ 만화부 부장은 동그란 안경을 낀 시간 약속 잘 지키는 3학년 모브에요. 아무렇게나 설정해 줘도 좋아요!
학생회장이 수행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방과 후에 가볍게 학교를 돌아보는 것도 있었다. 물론 선도부원들처럼 본격적으로 규칙을 어긴 이들을 잡아서 벌점을 주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정말 가벼운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권한으로 어느 정도 벌점을 줄 수도 있었고 주의를 줄 수도 있었다. 물론 치아키에게 있어서 이 시간은 딱히 그런 것들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돌아보면서 어디 재밌는 거 없나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재밌는 것이 있으면 살짝 끼여보고, 없으면 없는대로 돌아다니다가 학생회실로 돌아가서 업무를 보면 될 일이었다. 물론 애니메이션처럼 치아키가 힘들게 수행해야 할 일은 잘 없긴 했지만 지금 시즌은 예외였다. 아무래도 학교의 1년 행사나 그런 것들을 계획하는 작업이나 예산 계산 등 여러가지 해야 할일이 많았으니까. 그렇기에 오늘은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서 머리를 식히다가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느 한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한 여학생이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다. 어라. 뭐지? 하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는 살며시 그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갑자기 자신의 옷깃을 잡아채더니 자신과 선생님 심부름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가 싶어 두 눈을 깜빡이던 치아키는 금방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을 핑계삼아서 끌려가는 것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치아키는 고개를 살짝 내려 이 당돌한 여학생을 가만히 바라봤다. 꽤 아담한 키에 갈색 같기도 한 것이 분홍색 같기도 한 머리색을 지닌 그 이름 모를 여학생을 바라보며 치아키는 잠시 고민했다. 도와줄 것인가. 말 것인가. 결론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학생회장이랑 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아하하. 그러니까 이 애는 조금 데려갈게. 일단 볼일이 끝나는대로 가라고 할게. 금방 끝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부장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아마 동아리 관련일테고 지금 시즌에 동아리에서 그렇게 급한 일이 있을리 없었다. 그렇다면 한 번 정도는 도와줘도 되지 않겠는가. 정말로 급한 일이라고 한다면 자신에게 급하니까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겠지. 그렇게 계산을 마치면서 치아키는 만화부 부장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만약 잡지 않으면 그대로 그녀를 데리고 계단을 타고 내려간 후에 본교 건물 입구 쪽에서 멈췄을 것이다. 붙잡는다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있냐는 듯이 가만히 웃으면서 부장을 바라봤을테고.
어느 쪽이어도 치아키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상당히 여유롭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 것이 조금은 얄밉게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187 우옷 캡틴 뭐죠 이 무지 정성스러운 반응…!!! 나 완전 감동받아 부러써… 아이 주책맞게 눈물이 날라 그러네(?)(호감도 +99999) 사실 나도 프로의 세계는 잘 모르는데 아니 머 가미즈나엔 신도 나오고 요괴님도 나오는 마당에 전공생의 눈으로는 좀 어색해도 대충 그러려니 넘어가자구 우효~
>>517 으아악 내 패디 다 먹히네(?) 이노리의 보물 목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먼산)
1. 반짝반짝 라무네 구슬! 예뻐요? 2. 동그란 돌!!! 아주 동그랗고 납작해요-? 3. 솔방울! 새우튀김 닮았어요-? 4. 저주인형-!! 해주는 아직 안했어요? 이노리는 저주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5. 아- 오마모리! 누가 평안한 하루를 잃어버린 걸까요-? 6. 토용! 땅 파다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