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언제 한번 해보도록 하자! 이렇게 또 하나 쌓기 성공!! ㅋㅋㅋㅋ 맞아. 둘이서 캐미 엄청 잘 맞아! 뭔가 혜성이가 툴툴거려도 아람이가 정말로 잘 받아주는 것이 큰 것 같다! 역시!! ㅋㅋㅋㅋㅋㅋ 뭐 어때. 또 쌓으면 되는거지! 이렇게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천천히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물론 쌓인 것이 잊혀질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예 소재가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걸! 아앗...왕녀 아람이는 어떻게 나오는지는 아직 모르는건가! 좋아..그럼 그때 반응을 보도록 하겠어! 열심히 혜성이로 막 꼬셔봐야겠다! ㅋㅋㅋㅋ 휴대폰에 잔소리쟁이라고 저장...ㅋㅋㅋㅋㅋ 아아..너무 귀여워!! 혜성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나중에 따로 살면 그땐 어쩔거냐고 하면서 괜히 또 잔소리를 하다가 이것저것 가르쳐줄 것 같아. 요리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청소나 빨래 같은 거 말이야. 물론 그렇다고 혜성이도 만능이고 그런 것은 아니라서 정말로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주겠지만! 와...아람이.. 그렇게 말하는구나. 혜성이가 동공이 막 흔들릴 것 같네. 이를 꽉 악물고 아무런 말도 못하다가 "도망친다면..어디로 갈건데?" 그렇게 아마 조심스럽게 물어볼 것 같아. 그럼 우린 다시 적이 되냐고도 물어볼 것 같고.
맞아 소재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이렇게 또 소재 쌓으니까 좋다 ㅋㅋㅋ! 혜성이가 꼬시는 거 기대해야겠어~ 잔소리쟁이 혜성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아람이 미래까지 걱정해주는 거냐고ㅋㅋㅋㅋㅋㅋ 아람이 툴툴거리면서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말할거같은데. 그래도 열심히 물어보고 배울 것 같긴 해! 흔들리는 혜성이 맛있다..... "실패한 요원이 다시 돌아갈 순 없을테니 도망자 신세로 지내다가, 잡히면 죽거나 아니면 적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퇴근을 하고 저녁식사 마치고 갱신이야! 맞아! 소재 쌓아두면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할 수 있는거니 말이야! 아앗...ㅋㅋㅋㅋ 너무 기대는 하지 마. 기대하다가 실망한다는 옛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어!! 아앗...ㅋㅋㅋㅋ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어쨌든 아람이가 툴툴거리면서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 혜성이는 피식 웃으면서 퍽이나. 그렇게 말을 할 것 같아. 써놓고도 혜성이가 너무 4가지가 없는 것 같다...(주륵) 아람아. 막막 혼내고 때려도 돼!! 8ㅁ8 아람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혜성이는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여기서 정말로 레지스탕스로 있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설득을 해볼 것 같아. 대신에 내 직속으로 있어야겠지만 식으로 조건을 달겠지만 말이야. 언제 배신할지 모르니 내가 직접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사랑하는 여성이니까 차라리 자기 옆에 두고 싶다라는 것이 속마음이겠지만 말이야.
알겠어 ㅋㅋㅋㅋㅋ 기대는 접어두도록 할게~!! 그래도 혜성이라면 뭔들... ㅋㅋㅋㅋㅋ 싸가지 없는 것 아닌데? 내가 생각해도 퍽이나인데?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래야 투닥거리는 맛이 나지! 아람이도 엄청 투닥거릴거 같아. 주먹으로 옆구리 찌르기! 아람이는 설득을 거부할 것 같지. 어차피 자신은 스파이니까 지금까지 계속 정부와 연락을 해 왔고 갑자기 연락이 끊기면 이상하다고 생각할게 뻔하고. 방법은 저항군에서 모든 사실을 알고 아람을 죽이거나 살리거나 결정하는 것과 아니면 도망치는 것 그 외에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지. 그런데 저항군 입장에서는 아람을 굳이 살려둘 이유가 없으니까 원하지 않을 것 같고. 아람이도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저항군에 있을 생각도 없을 것 같고. 게다가 아람이는 저항군이 모두 가지고 있는 신념 같은 것도 없으니까. 혜성이한테 방해만 될 것 같다고 생각할 것 같아! 다음 일상은 에유 한 번 더 할까? 아니면 3학년 시작할까?
주먹으로 옆구리 찌르기! ㅋㅋㅋㅋㅋㅋ 헤성이는 맞은 후에 상당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것 같은데. 이거 써놓고 보니까 정말 다다다 느낌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 뭔가 너무 귀여워. 아무튼 옆구리를 맞으면 혜성이는 반사적으로 자신도 옆구리를 노리려다가 아. 안되지. 하면서 바로 손을 내릴 것 같아. 그러면서 혀를 차면서 괜히 툴툴거릴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얄미워서 옆구리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기 반격을 가할 것 같고! 아람이는 결국 거부하는구나.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었어. 그러면 혜성이는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둬만 둘 것 같아. 너를 좋아하긴 해도, 널 그대로 풀어주면 우리 레지스탕스가 모두 위험하다는 이유로 말이야. 하지만 아마 공간은 나름대로 넓게 해줄 것 같아. 돌아다니는 것 자체도 어느 정도 제약은 있긴 하지만 하게 해줄 것 같고. 어떻게 보면 황제감금 반대버전인 것 같네! ㅋㅋㅋㅋㅋ 아...둘 다 너무 끌리는데. 혹시 아람주는 AU를 한다면 또 다른 거 해보고 싶은 거 있어?
ㅋㅋㅋㅋㅋㅋ억울한 표정 짓는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구리 손가락으로 찌르면 아람이 간지럼타면서 하지말라고 할 것 같지 ㅋㅋㅋ 혜성이판 황제감금이냐구ㅋㅋㅋㅋㅋㅋ 주변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설명하려나? 에유 한 번 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는 이거다 하고 생각나는 건 없는데 혜성주 의견은 어때? 사실 에유 썰 많이 풀어서 다 잘 기억이 안나....!(큰일)
그러면 혜성이는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괜히 손가락으로 더 콕콕 찔러댈 것 같아. 그러다가 아람이가 폭발하면 슬쩍 도망지지 않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물론 잡히면 응징을 당하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글쎄. 주변 사람들에게는 회유중이라고 하면서 일단 건들지 말라고만 해둘 것 같아. 불지 않으면 계속 이대로 갇혀있을 뿐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물론 그것을 안 좋게 보는 이도 있기야 하겠지만... 일단 혜성이는 아람이는 건들지 말라고만 할 것 같아. 이 싸움이 끝날때까지는 계속 붙잡아두려고 할 것 같고. 그러다가 나중에 점령군이 처들어오고 아람이를 구하려고 했을때 아람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ㅋㅋㅋㅋㅋ 나도 그래. 너무나 많은 AU가 쌓여버렸어. 어..그러면 그나마 최근에 이야기가 나온 로판물 쪽으로 해볼까? 그리고 그거 다음에 3학년 시즌으로 들어가서 새해 일상 한번 하고 발렌타인 일상 한번 하고 본격 3학년 느낌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잘 지내고 있을까? 아람주? 뭔가 내일이나 주말에 한번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미리 레스 남겨놓을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가 2박 3일로 친구들과 놀러가기 때문에...아마도 그 기간에는 상판에 접속이 힘들 것 같아. 고로 아람주가 그때 쉴지, 놀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논다고 한다면 여긴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푹 쉬어! 오늘 하루도 일 화이팅이고... 내일도 좋은 하루 계속되길 바랄게!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ㅋㅋㅋㅋ큐ㅠㅠㅠ 겨울 때가 좋았는데 겨울은 너무 추워서 내가 싫고 ㅋ.... 요즘 정말 쉽지 않아 으으. 그래도 몸관리는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놀러다녀온 것은 잘 다녀왔으려나 모르겠네~~ 즐겁게 잘 놀고 왔길 바라!!
>>855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장난치고 짜증내고 하는 것도 너무 귀여울 것 같지 ㅋㅋㅋ 아람이는 간지럼같은거 잘 탈 것 같은데 혜성이는 어떠려나? ㅋㅋㅋ 아람은 혜성이가 자기를 가두어둔다면 그 말에 따를 것 같지만 뒤로는 자신을 싫어할만한 다른 혜성이의 동료들과 접촉하려고 하면서 떠날 궁리를 하고 있을 것 같지. 아무래도 자신이 여기 있으면 혜성이한테 좋은 영향은 없을 테니 말이야. 그렇게 갇혀있다가 점령군이 오면 아람이는 어떻게 하려나? 그래도 점령군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아. 어디에든 속하지 않고 제3국으로 망명하고 싶어할 것 같은 그런 느낌? 로판물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아람이가 포로인 쪽으로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어때? 아람이의 왕국에서 혜성이네 국가의 방심을 사기 위해서 아람이를 버림패로 약혼을 시켜놨다가 이후 전쟁을 일으켰는데 결국 아람이네 나라가 망하게 된 그런 느낌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일이 많아지고 날씨가 추워지면 일이 적어진다니. 대체 무슨 일인거지?! 내 머리로는 상상이 되질 않는걸? 하지만... 요즘 많이 힘들어졌다는 것은 잘 알겠어! 너무 무리하진 말기야!! 아람주!! 어쨌든 난 아주 잘 다녀왔고 지금도 잘 쉬고 있어!
혜성이도 간지럼은 잘 타는 편이야. 물론 그렇다고 만지자마자 바로 웃을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강하냐, 약하냐로 묻는다면 약한 편이야! ㅋㅋㅋㅋ 뭔가 이렇게 되니까 서로 간지럼배틀을 뜨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어지네! 뭔가 아람이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혜성이를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자신이 떠나려고 하는구나. 점령군으로도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고 말이야. 제 3국 망명루트라. 그건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네. 만약에 아람이가 망명을 강력하게 바란다면 혜성이는 아마 그렇게 해줄 것 같기도 해. 어차피 망명을 한 시점에서 다시 본국에 합류할 수는 없을테니 그나마 덜 위험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중에 전쟁이 다 끝난 후에 혜성이도 결과가 어찌되었건 그 3국으로 망명을 해서 슬쩍 들어오지 않을까 싶은걸? 좋아! 그쪽도 재밌을 것 같으니 말이야! 아람이의 왕국이 전쟁을 일으켰고 결국 혜성이네 제국이 멸망시켰다고 한다면 아람이의 입장이 정말 난처한 느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자신들을 친 왕국의 공주이니 말이야. 하지만 혜성이가 아마 이것저것 막으면서 제국에 물들게 하려고 이것저것 머리를 굴릴 것 같고! 전에도 말했다시피 왕국에서 아직 저항을 하는 이들의 기세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서 아람 왕녀를 제국의 사람으로 만들어서 대항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만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말이야. 그렇다면 일단 이 상황으로 돌려볼까?
흑흑 너무 늦어져서 미안하고 갱신해줘서 고마웡!!! 일이 넘 바빠서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가버렸네 ;ㅁ; 이게 무슨 일이람
간지럼배틀ㅋㅋㅋㅋㅋㅋ 분명 아람이가 지고 말거야ㅋㅋㅋ 에유 아람이도 혜성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말로는 아닌척 해도 그런 거지. 사실 들킨것도 일부러 그런 것일수도 있고~ 망명루트로 헤어진 다음에 다시 만나는것도 맛있다... 망명국에서 아람이 이것저것 일 구해보다가 애들 가르치는 일 하고 있을 것 같기도하고? 그 난처한 입장이 재미있는 것 아닐까 싶은 느낌? 전쟁의 끝에 다른 왕족들은 다 죽었으려나? 아람은 자신이 왕국에서 버림받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왕국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쓰겠다는 입장이었겠지만 정작 나라가 망하고 나면 기분이 묘할 것 같긴 해. 시점은 이미 아람은 제국에 예비 황태자비로 들어와 있었고 그 틈을 타 왕국이 아람이를 버리고 전쟁을 일으켰고, 혜성이 전쟁을 마치고 제국으로 돌아왔을 땐 예비 황태자비에서 망국의 포로가 되어 아람이는 독방에 감금되어 있었고, 혜성이 아람을 만나러 온 상황은 어때?
오랜만이야! 아람주! 아람주 일이 바쁜 것은 잘 알고 있는걸!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사라지고, 다시 돌아와주니까 아람주가 안 보여도 안심하고 스레를 지킬 수 있다! 어쨌든...여전히 바쁘게 지내는 것 같아서 걱정이네... 조금이나마 아람주에게 한가한 나날이 돌아오길 바라!
ㅋㅋㅋㅋㅋㅋ 그렇지? 레지스탕스와 점령군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살벌하고 아슬아슬한 분위기만 있겠지만, 망명을 하면 적어도 전쟁에서는 무관계한 입장이 되니까 조금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람이가 애들 가르치는 일이라. 애들이 아람이를 잘 따를 것 같은걸? 막 나중에는 그 지역에서 엄청 유명한 선생님이 되어서 타국에서도 가르쳐달라고 찾아오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네. 왕족이 다 죽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죽지 않을까? 어쨌든 왕국이 멸명하면 그 왕국의 왕족들도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울테니 말이야. 하지만 1~2명 정도는 후일을 도모한다는 명목 하에 도망쳐서 반란군을 다시 이끌어서 나라를 되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딱 그 상황으로 적합할 것 같아. 아마 그 시점부터는 혜성이 아람의 머릿속에서 왕국을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수작질을 할 것 같기도 하고... 적어도 레지스탕스 때처럼 풀어준다는 루트는 절대로 없을 것 같네. 아무튼 난 그 상황으로 괜찮아!
여전히 바쁜 상태이긴 하지ㅋㅋ.... 그래도 엄청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니 걱정마! 한가한 상태.... 언제 오려나.....? 혜성주는 별일 없었어?
망명을하면 좀 평화로운 분위기이지만 아무래도 첩자 역할을 했었고 군인(?)이었던 터라 망명국에서도 감시를 하고 있을 것 같고~ 아람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보니까 그나마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로 시작했을 것 같긴 해. 국가가 다르니까 언어가 달라서 외국어를 가르친다거나. 적성에 막 잘 맞는 건 아닐거라 유명해지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살아남은 왕족이 있다면 반란군이 세를 모으기 쉬운 환경이겠네. 혜성이한테 전략적인 패로 아람이가 필요할 수도 있겠어~ 오케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 완료~ 선레는 다이스로 정할까? 아니면 어느쪽이 먼저 적는 게 편하려나?
무리하는 것이 아니니까 다행이야!! 한가한 상태...언젠간 올거야!! 사람이 계속 바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ㅋㅋㅋㅋ 물론 아람주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나도 뭐라고 하긴 힘들지만 말이야.
음. 확실히 어느 정도의 감시는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초기에 그러고 시간이 지나면 풀리지 않을까? 망명도 어느 정도 심사를 받은 후에야 받아줬을테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데 하루종일 평생 감시하진 않을 것 같거든. 어...ㅋㅋㅋㅋ 그래도 아람이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기도 해. 아무래도 반란군은 나름의 명분이 있어야 움직이니 말이야. 살아남은 왕족을 다시 왕으로 추대해서 모신다! 라는 느낌으로 모이기 좋을 것 같거든. 그렇다보니 혜성이는 아람이를 제국의 색으로 물들여서 완전히 제국민으로 만들려고 할 것 같고.. 좋아! 그렇다면 선레는 다이스로 정해보자! 내가 굴려볼게!
이 독방에 갇힌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아람은 창 밖을 내다보며 밖의 상황을 가늠해보고자 하였으나 별 수확은 없었다. 자신이 왕국에서 제국으로 동맹의 목적으로 오게 되었으나 왕국에서는 자신을 버림패로 이용할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전쟁이라니. 아람은 전쟁 발발 이후 그 소식을 들었고 바로 독방에 갇히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를 받을 수 없었다. 국경 어디에서 가장 먼저 전쟁이 발발했는지 전쟁 상황은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알 수 있었던 것은 제 약혼자인 황태자가 전쟁을 지휘하러 가게 되었다는 것만 창 밖의 분위기로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포로 생활은 고되지는 않았다. 자유가 제약되었을 뿐 의식주는 해결해 주었으니까. 읽을 책을 달라고 하여 다행히 길고 긴 시간을 독서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이름 뿐인 왕녀라지만 이 지위 덕을 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의외였던 점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자신을 처형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낌새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창 밖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떠들썩한 분위기었으나 꽤 밝은 사람들의 표정으로 보아 예상대로 전쟁의 승자는 제국이고 황태자가 승전 소식을 들고 돌아온 것 같았다.
왕국은 부패했고 백성의 착취가 극에 달했다. 민심은 요동쳤고 그것을 전쟁으로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아람은 전쟁 발발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패배를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와서 본 제국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려나.'
전쟁이 끝났고 망국의 포로는 갈 곳이 없다. 죽음 뿐일까? 이상하게도 무섭지는 않았다. 허탈하긴 했지만.
그러던 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때가 된 것일까?
"네. 들어오세요."
꽤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직감적으로 문 너머의 사람이 황태자 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 ㅋㅋㅋㅋ큐ㅠㅠ 과장되고 모호하게 말하자면 세계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지(?) 물론 모든 일들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겠지만() 평생 감시하진 않더라도 아마 정부에서 관리는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ㅋㅋㅋ 그래서 지금까지 배웠던 군인과 첩자로서 익혔던 것들이 다 쓸수 없게 되었으니 좀 막막했을 것 같고? 이번 일상도 잘 부탁해 혜성주~~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참으로 운명이란 너무나 차갑고 냉정하고, 비정하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자신의 약혼녀로 보낸 왕녀는 어디까지나 방심을 위한 함정이었고, 제국을 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왕국은 처참하게 패배했고 제국에게 짓밟혔다. 모든 왕족을 다 사로잡으려고 했으나, 일부 도망친 왕족들이 있었다. 필시 이들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세력을 모아서 자신들에게 도전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래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지나지 않지만 제국의 입장에선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왕국의 모든 땅을 자신의 영토로 편입했으나 왕국민들은 당연히 제국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적었을 것이고 모두는 아니어도, 왕족이 연설을 하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비록 왕국은 부패했고 백성들이 착취되었다고는 하나 다른 나라가 자신의 나라를 침공하고 짓밟았는데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전쟁을 성공적으로 승리로 이끌고 제국으로 돌아온 혜성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칭찬을 듣고, 공을 인정받고 더 나아가 많은 포상을 약속받은 혜성은 제 아버지의 물러나라는 지시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알현실 밖으로 나왔다. 이어 혜성이 향한 곳은 바로 아람이 투옥된 독방 안이었다. 본격적으로 자신이 출진하기 전, 독방에 가두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라는 지시가 그대로 이행되는 것 같았기에 헤성은 절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만약 망국의 포로라고 해서 함부로 대했다간 그대로 목을 쳤을텐데 피가 흐를 일이 없었기에 더더욱.
"......"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아람의 모습이 혜성의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지만 참으로 어여쁜 얼굴이었다. 그와 동시에 참으로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녀가 망국의 왕녀가 아니었으면, 이대로 결혼식이라도 올리겠건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자신의 지시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었고, 결국 최종 결종은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제국의 황제가 내리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저벅저벅 다가갔고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대의 왕국은 멸망했고, 그대는 이제 단순한 포로를 넘어서서 망국의 왕녀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대의 목숨은 완전히 내것이고, 여기서 탈출한다고 해도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겠지요?"
그 목소리가 상당히 근엄하고 진지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애써 호흡을 정리하던 혜성은 빤히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제 파란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더니 ㅡ혹시라도 흐트러졌을까 싶어 지금이라도 빠르게 정리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눈에는 언제나 멋지게 보이고 싶었으니ㅡ 다시 이야기했다.
"...그대에게 묻고 싶은데 살고 싶습니까? 아니면 그대를 저버리고 포로로 만들어버린 망국과 운명을 같이 하고 싶습니까?"
/세계를 지키는 일... 뭔가 리스트가 엄청 많은데?! ㅋㅋㅋㅋㅋ 하지만 지금 시즌에 세계를 지키는 일과 더불어서... 엄청 바빠질만한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음. 아람주는 의외로 엄청난 엘리트?! ㅋㅋㅋ 물론 굳이 더 묻진 않을게! 마찬가지로 이번 일상도 잘 부탁해!! 열심히 아람이를 꼬셔봐야겠다. 혜성이...가 잘할 수 있겠지!
아람은 문을 열고 들어온 혜성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간 눈으로 바리봤다. 그가 들어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연둣빛 눈동자는 조용히 혜성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창가에 서 있는 아람의 긴 머리카락 위로는 햇볕이 내려앉았고 연한 밀빛 머리카락은 햇살 아래에서는 언뜻 금빛을 띄곤 했다. 왕국 내에서도 대접받지 못한 명목상의 왕녀였지만 그럼에도 왕녀였기에 시중받는 사람 특유의 고고함이 있었다.
햇볕 아래 서 있을 일 없어 흰 피부는 그녀가 숨을 죽이고 있자 마치 그림 속의 인물처럼 보이게 했다. 원래가 아름다운 여성이기도 했다. 왕국에서도 작정하고 꾸며 보냈으니 포로로 갇힌 뒤 시간이 흘렀다고 하여 그 미모가 퇴색되는 일은 없었다. 왕은 자신을 보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인계로 제 약혼자에게 눈물로 호소하여 왕국을 비호하길 바랐을까? 허나 아람은 그런 수를 쓸 생각이 없었다. 있다하더라도 바로 갇혀버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긴 했지만.
"......."
아람은 혜성의 말을 조용히 들었을 뿐 어떤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망국의 왕녀가 되었다는 것이나 목숨이 황태자의 손에 달려있다거나 하는 것에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예상했었던 것이었으니까. 전쟁 속에서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 손에 피를 묻혔을까. 그의 손에 죽은 왕족도 분명 있을 것이었다. 망국의 왕은 폭군이었고 아람은 눈 앞에서 사람이 칼에 베여 죽는 것을 본 적도 있었으나 그녀 손으로 사람을 직접 죽여본 적은 없었다. 그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단칼에 베어 죽일 수 있었으니 제 목숨이 그에게 달려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는 않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람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혜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머리를 정리하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묻는 말이었고 아람은 대답을 해야 했다.
"전하께서는 제 목숨이 전하에게 있다고 하셨는데, 저를 죽일지 살릴지에 제 의사가 과연 중요한 것인가요? 제가 살겠다 하면 살리시고 죽겠다 하면 죽이시겠습니까."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말았다. 자신이 죽겠다고 하였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를 독방에 가두는 대신 고문하여 정보를 캐내거나 전쟁에 이용하거나 할 수 있었을텐데요. 이용 가치가 있을 때는 이용하지 않으시더니. 이용 가치가 없는 지금에서야 친히 찾아와 회유하시는지요."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찾아온 데에는 분명 자신의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아람은 현재 정보가 부족했다. 전쟁이 아무런 문제 없이 끝났다면 오히려 자신을 살리는 것이 독이 될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엘리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아니야ㅋㅋㅋㅋㅋㅋ 너무 좋게 봐주는데? 나는 혜성주가 무슨 일을 하는지 더 궁금하지만 묻지 않겠어 큐큐 혜성이 이미 미인계에 당해버린 것 아니냐구~~~ 황태자 혜성이도 너무 좋다.... 맛있음...
자신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혜성 역시 가만히 아람을 바라보는 것으로 응수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저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위치가 있었고 그녀의 입장이 있었다. 차라리 자신이나 그녀가 눈치 볼 것 없이 살아가는 평민이라면 모를까. 자신은 이 제국을 이어받을 황태자의 자리에 있었고, 그녀는 전쟁을 치룬 왕국의 왕녀였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그녀에게 상냥한 분위기를 보이겠는가. 물론 평소에도 그런 분위기는 잘 보이지 못했지만... 어쨌든 현 상황이 참으로 저주스럽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중요하지요. 만약 당신이 이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수작을 부렸다면 모를까. 당신이 왕국에서 버려진 왕녀라는 것은 이미 이 성의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적어도 당신의 의사 정도는 들어보고 싶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목소리는 마음과는 다르게 상당히 까칠하고 진지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역시 아람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여기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비굴하게 굴지 않는 저 당당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이유로 제국으로 와서 자신의 약혼녀가 되었건,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거슬리는 왕국은 사라졌고 그녀는 갈 곳이 없다. 즉... 그녀가 마음을 먹고 결심만 한다면 그녀는 온전히 제국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왕국은 당신을 이용할만큼 별볼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제국은 굳이 당신을 이용하지 않아도 왕국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은 매우 손 쉽거든요. 실제로 당신은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고, 그저 갇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당신의 왕국을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왜 당신에게 현재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만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왕국을 멸망시키긴 했지만, 왕족의 일부는 달아났고 우리 제국의 새로운 국민이 되어야 할 이들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위험한 불씨를 끄기 위해서 이용할 겁니다. 더 이상 왕국을 생각하지 말고,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내 반려가 될 것을 그대들의 국민에게 그 입으로 선포해주십시오. 스스로 왕국을 부정하고, 당신이 이용당해 버려졌다는 것을 만인에게 선포하십시오. ...그러면 그대는 내 반려로서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고 더 나아가 내 다음의 권력을 누리게 될 겁니다."
황비가 되는 순간, 그 누가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그 누가 그녀에게 도전할 수 있겠는가. 왕국에서 받는 대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당당하게 그녀를 비로 맞이할 수 있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그녀에게도 이득인 일이 아니겠는가.
"그, 그건 그렇고... 독방 생활을 하면서 불편함은 없었습니까? ...아니아니. 별 뜻은 없습니다. 단지 당신이 불편한 생활을 하면 나중에 왕국민들이 제국민이 되는 것에 납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습니까. 정치적 이유입니다. 정치적 이유. 어, 어쨌든! 당신에게도 손해는 없지 않습니까? 그 따위 왕국을 잊고 영광스러운 제국의 일원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사는 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딱 그것이 먼저 떠올랐어! 나? 나는 굳이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산업 혁명을 이끄는 업종을 하고 있지. (아무말대잔치) 그런데 뭐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아무튼 왕녀 아람이도 좋은걸! 너무 예쁠 것 같고... 독방 안이지만 분위기가 있을 것 같고 말이지!
아람은 혜성의 문제 있냐는 말에는 침묵으로 답했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느정도 교차검증 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 왕궁이 쑥대밭이 되었으니 이런저런 이들의 진술이나 서류 등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테지. 다행인 점은 자신이 결백함을 증명해야 할 일은 없다는 점일까.
아람은 혜성이 제국의 현재의 위상을 강조하며 일어서 다가오는 것을 바라봤다. 아람이 혜성을 주시하는 시선에는 경계는 없었으나 처음 혜성이 들어왔을 때보다는 빛이 돌고 있었다. 혜성이 다가오자 눈빛이 마주쳤다. 아람은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혜성의 말이 다 끝이 났을 때 아람은 입꼬리를 올렸다. 유순하게 짓는 미소는 혜성이 이 방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웃는 모습이었다.
“전하의 말씀은 제가 황태자비가 되어 제국의 나팔수가 되라는 뜻이시군요.”
하지만 미소와 달리 아람의 말투는 싸늘했다. 이어지는 말은 조금 유해지긴 했지만.
“전하의 배려로 포로 치고는 과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치적 이유…. 그렇다면 정치적 이유로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람은 혜성에게 자리를 권했다. 혜성이 자리에 앉았다면 아람은 맞은 편 자리에 앉았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서서 말을 이었을 것이었다.
”현재 왕국의 상황은 전쟁을 진행하시면서 보셔서 알시겠지만 왕의 폭정으로 백성의 반감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이기는 것은 수월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왕국은 제국의 옆에서 오랫동안 독자적인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왕국의 지리학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이 제국이 세를 늘리는 과정에서도 그것을 막아낼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점령은 쉬웠지만 통치는 어려우실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죠. 잠시 통치를 하더라도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요.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도 저를 회유하시는 것이 아닌가요?“
아람은 잠시 말을 쉬었다가 말했다.
“게다가 왕국에는 ’성훈‘이라는 공화주의자가 있습니다. 그자는 영민한 사람으로 차근히 세를 늘리며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제국에 의해 왕국이 무너지게 되었죠. 나라가 망한 지금 그를 따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고 빨라질 것은 자명합니다. 분명 전하는 반란군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셔야 할 것이고요. 그런데 만약 제가 황태자비가 된다면 제가 아무리 선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렇게 주장할 겁니다. 버림받은 왕녀가 제국의 협박을 받아 목숨을 위협받고 선동에 이용당하고 있다고요.“
물론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지금 혜성이 아람에게 하는 제안도 이와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죽고싶지 않으면 제국의 황태자비가 되어 왕국의 국민들을 설득하라는 것이 아닌가.
”제게 다른 방안이 있습니다.“
아람은 혜성이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이 있는지 그의 표정을 살폈다. 협상의 키는 혜성이 쥐고 있었다. 명백히 갑은 혜성이었고 아람은 을이었다. 그러나 아람의 얼굴은 당당하고 여유까지 있었다. 마치 혜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 확실하다는 듯이.
/산업혁명을 이끄는 업종....!!!! 뭔가 멋있다....! 아람이....... 로판을 하자고 했더니 정치물을 찍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오직 그 방법만이 자신이 그녀를 취하고, 그녀가 제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필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제국에 두면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망국의 왕녀이니, 딴 마음을 먹고 황태자를 암살하려 할 것이다라던가 왕국의 뜻 있고 힘 있는 이를 모아서 독립을 하려고 할 것이라던가... 그런 목소리를 잠재우는 방법은 그녀가 스스로 왕국을 배신하고 제국의 나팔수가 되어 왕국의 사람들을 제국민이 되도록 끌어들이는 일 뿐이었다.
허나 그에 승낙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이유로 말을 해도 되겠냐는 그녀의 목소리에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현명한 이였다. 과연 그녀가 어떤 말을 하는지 호기심이 드는 탓이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말이라면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기도 했고. 스스로 이 또한 그녀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듯 속으로 중얼거리며 혜성은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은 하나하나 일리가 있었다. 특히 점령은 쉬웠지만 통치는 어려울 것이 예상되기에 자신을 회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걸 넘어서서 '성훈'이라는 공화주의자가 아람이 선동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대목에서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물론 단순히 그녀가 나팔수가 된다고 해서 일이 무조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훈'이라는 자의 정보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생각보다 더 골치가 아프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선 그 자 때문에 기껏 이렇게 제국에 있는 그녀를 뺏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혹은 방해가 된다고 암살하려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타들어가는 속을 가라앉히려는 듯, 그는 심호흡을 조용히 했다.
"방안이라.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으면 말을 끊지 말고 더 해보십시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는 볼테니."
만약 그녀의 방안이 더 괜찮다고 한다면 그것을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허나 그녀가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단번에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를 판단할 머리는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일단 지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에게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었기에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대는 그대의 조국을 배신할 생각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굳이 여기서 다른 방안을 거론한다니. 조국을 위하는 일이라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거나,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고 말을 할텐데, 지금 그 말은 마치 우리 제국에게 협력하겠지만, 다른 방법을 이야기하겠다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일단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제 조국을 생각하고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조국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비가 되어야 할 인물이었고, 자신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특히나 그런 썩어빠지고 배은망덕한 왕국에게는 특히나 더.
"만약 왕가로 가서 왕위에 앉아 제국의 속국 형태로 들어가겠다...라는 방안이라면 입 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오. ...당신을 보내줄 순 없으니까. ...다, 당신은 포로니까 우리 제국의 것이니 돌려보낼 순 없습니다."
괜히 그런 핑계를 대며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면 한번 얘기해보라고 하며 혜성은 다시 아람을 제대로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 원래 로판에선 정치적인 느낌의 전개도 있잖아? 음. 그리고 역시 여기서의 혜성은 아람에게 약 집착남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아람이가 너무 매력적인걸!
아람은 혜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모습에 말을 하려다 그 전에 물어오는 혜성의 물음이 먼저였기에 그에 대해 답을 했다. 배신이라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배신이라고 함은 그 전에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왕국의 명목상 왕녀였을 뿐 팔려오다시피 이곳에 왔고 또 버림패로 쓰였죠. 왕국이 저에게 준 신뢰도 없으니 제가 이곳에서 왕국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들 그것이 배신이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부분입니다. 제가 황태자비가 된다 한들 제국은 저를 온전히 믿을 수 있습니까? 제가 제국에 협력한다고 한들 정녕 믿으실건가요?”
아람은 웃었다. 권력을 잡은 자는 항상 의심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제국에 협력한다고 한들 감시와 의심의 시선을 떨쳐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만약 자신이 황태자였다면 망국의 왕녀를 온전히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고. 아람도 온전히 혜성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자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직까지는.
아람은 혜성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왕위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제국의 밖을 벗어날 생각도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반대라면 모를까. 아람은 이제 본론을 꺼냈다.
“저를 황태자비로 두지 마시고 전하의 책사로 쓰세요.”
아람은 빙긋이 웃었다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예비 황태자비로 제국에 오게 되었지만 왕국이 망함과 동시에 포로의 신분이 되었습니다. 황태자비로 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대신들의 반발이 거셀 겁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제가 황태자비가 되어 아무리 협박을 받지 않았다고 한들 왕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황태자비라는 자리는 강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자리이니까요. 하지만 저를 관료로 임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람은 잠시 숨을 쉬었다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제국이 이렇게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능력있는 평민과 여성을 관료로 고루 등용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술과 행정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요. 그럼에도 포로인 왕녀를 황태자의 책사로 등용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인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왕국민을 고위관리로 등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될 것입니다. 본래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기득권을 잃었을 때 더욱 세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망국의 백성이라고 할지라도 능력만 있다면 출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길을 열어둔다면 제국의 통치를 기회로 보는 이들이 늘어날 겁니다.”
“또한 망국의 왕녀가 황태자의 책사가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왕녀가 제국에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자발적으로 제국에 봉사하며 손발을 자처한다는 것은 왕족으로서의 명예를 버리고 일반 제국민으로 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겠죠. 만약 황태자비가 된다면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망국의 왕녀라는 틀에 갇혀 사람들이 보겠으나 제가 제국의 고위 관료가 됨으로써 왕녀라는 명칭 자체를 버린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전하의 책사가 된다면 이는 분명 전하께 이득이 될 겁니다. 저는 왕궁의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왕국의 정치, 역사, 외교, 지리, 경제에 대해서는 제국의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현 반란군에 대한 자세한 정보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반란군을 누르고 왕국을 완전히 제국의 치하로 편입시키는 것에 분명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전하의 옆에서 일하게 될테니 저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겠죠.”
아람은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며 혜성을 설득하려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황태자는 자신을 제국에 남게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불안의 씨앗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황태자비로 만들어 아내로 취하고 싶은 것인지. 대화를 하다보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었다. 그러나 아람이 혜성에게 분명하게 전한 것은 그녀가 황태자비가 되어 얻을 부귀영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집착 조아.... 맛있어.....(집착광공) 아람이 굴리다보니 역시 아람이는 인정욕구가 강하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ㅋㅋㅋ...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꿍꿍이를 알 수 없으나 스스로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제국의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 신뢰를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입으로 왕국민들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면 더더욱. 왕국에는 아직 그녀를 따르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이들에게 그녀의 말은 길잡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녀의 입에서 자신을 책사로 쓰라는 말이 나오자 혜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말 그대로 자신을 아내로 삼지 않고, 그냥 근처의 측근으로만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면 참으로 현명한 처사였으나, 그것은 혜성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녀와 결혼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전쟁터에서 이를 악물고 버텼고, 배은망덕한 왕국을 멸망시킨 것도 제국에 칼을 들이민 것도 있었으나, 그녀를 저버린 것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짓밟고 배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마음에 쏙 든 아람을 저버린 행위 자체가 혜성에게 용납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말에 분명히 일리가 있고 합당했으나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건 절대로 허락해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미안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물론 그대의 말이 맞습니다. 그렇게 하면 왕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확실히 왕국을 편입시키기 쉽겠죠. 하지만..."
어떻게든 반론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반론을 할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열심히 머리를 굴리려고 하면서 혜성은 표정을 찡그렸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굴려야 하는데. 굴려야 하는데. 그렇게 속으로 발만 동동 굴리다가 그는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제국은 왕가의 핏줄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 끊어버릴 필요가 있거든요. 당신이 스스로 황비의 자리에 올라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이 제국을 이을 후계자를 낳는다면...왕가의 핏줄은 완전히 끊어지게 될 겁니다. 물론 도망친 다른 왕족이 있긴 하지만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이들이 왕국민들에게 인정받긴 힘든 법. 오히려 손가락질 당하고, 비난을 안 받으면 다행이겠지요. 특히나 당신의 말대로 왕국은 썩어빠졌으니까. 소수의 반란군이 따르기야 하겠지만, 그래봐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오히려 그 공화주의자 쪽으로 몰리겠지요."
어라. 이거 제법 그럴싸한 핑계 아닌가? 말하면서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당신은 필시 왕국민들도 동정하고 있을 존재. 공화주의자의 활동이 힘들어지면 자연히 왕국민들은 당신을 왕가를 이을 새로운 지도자로 생각하게 될테고... 당신을 보내준다면, 혹은 그냥 책사로 삼아서 일반 귀족과 결혼시킨다면 당신의 존재 하나가 또 다른 불씨가 될 확률이 크겠죠. 그러니까... 그런 불씨를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조금의 가능성도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그대는 나와 결혼하고, 제국의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왕가를 되살릴수 있을지도 모르는 왕가의 핏줄이 사라지기 위해서라도. 그대가 황태자인 나와 결혼해서 제국의 아이를 낳으면 그건 더 이상 왕국의 핏줄이 아니라 제국의 핏줄이 되는 거니까요. 자연히 왕가를 이어갈 존재가 사라지는 겁니다."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면서 살며시 속삭이듯 제안했다.
"그리고 책사는 내 황비가 되어서라도 할 수 있는 겁니다. 황제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조언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황비 아니겠습니까. 그대가 왕가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진정으로 이 제국의 것이 되겠다고 맹세하고 내 여자가 된다면... 그리고 만인의 앞에서 선언한다면, 왕국민들의 앞에서 나는 그대를 황비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할 것이고, 협박도, 위협도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줄 생각입니다."
어차피 그대는 처음부터 내 약혼녀로 온 이 아닙니까. 버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증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그대는 현명하고 뛰어나고 격식이 좋은 여성입니다. 그대는 이전처럼 버려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사랑받고 그대의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자. 슬슬 마음을 결정하시지요."
/이 무슨 아람이 못 보내. 아람이랑 결혼할거야 라는 고집하에 나오는 아무말대잔치인가...(흐릿) 아무튼 이렇게 이어두고 난 자러 가볼게! 아람주는 내일 일을 할지, 쉴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요일이 되길 바라고.. 잘 자!!
아람은 혜성의 반론에 대해 말을 얹지 않고 찬찬히 들어나갔다. 결국 아람은 혜성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로 더 쉽게 왕국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아내로 취하는 것임을 눈치채고 말았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자신이 그의 약혼녀로 제국에 오게 되어 머물렀다가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제국에 도착하여 처음 인사를 나누고 황궁을 소개받고 환영 파티에서 함께 춤을 추고. 그 이후로 몇 번 차를 함께 마신 것 외에 별 다를 것이 있었던가.
“제 마음을 어떻게 정하든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람은 쓰게 웃었다. 제국의 두 번째의 권력자가 자신을 원한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깊은 마음인 것 같다.
“전하의 말씀대로 왕가의 핏줄을 확실하게 끊기를 원하신다면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저를 죽이고 도망친 왕족을 찾아 죽이고, 공화주의자를 중심으로 몰려든 반란군을 척결한다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혹 제가 책사로 일하다 반란의 불씨가 될 것 같다면 저를 비혼으로 두시거나 그 전에 죽이시면 될 일이 아닙니까?”
아람은 농담이라도 한듯 작게 웃었다. 책사로 삼아 황실에서 숙박하게 한다면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을 텐데. 게다가 황태자의 권력으로 방해한다면 자신의 결혼 쯤은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을 죽이는 것은 더 쉽다.
“저를 황태자비로, 전하의 아내로 삼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 몸인가요, 아니면 제 마음인가요.”
아람은 드레스 등 뒤를 고정하고 있는 리본을 잡아 풀었다. 리본이 풀리면서 옷의 매듭이 느슨해졌다. 그에 따라 아람의 목깃이 흘러내려 쇄골이 드러났다.
“마음을 결정하시지요. 제 몸만을 원하는 것이라면 오늘 밤이라도 저를 취하시고, 제 마음을 원하시는 것이라면 저를 책사로 옆에 두시면서 신사적으로 유혹하시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을 것 같네요.”
아람은 마음을 결정하라는 혜성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매혹적으로 웃었다. 옷깃이 서서히 풀려가며 어깨가 드러나는 것도 아람은 막지 않았다.
"그게 가장 손쉬운 길이지만, 그렇게 하면 필시 왕국민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왕가의 일원이어도 제국의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황비의 자리에 올려 최고의 대우를 한다는 사실이니까요. 그것도 협박이나 위협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분위기로."
혜성은 아람을 원했으나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었다. 전쟁을 일으켜서 멸망한 왕가의 왕족이라도 예정대로 황비로 맞이하고 제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협박이나 위협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서, 제국은 자비로운 곳이다. 충성하고 따른다면 차별없이 대해주는 곳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대를 비혼으로 두는 것이야말로, 위협과 협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애초에 논외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내로 삼고 싶냐며, 몸과 마음 중 무엇을 원하냐고 하는 그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참으로 날카롭고 현명한 여성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풍겼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물어볼 것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 와중에 그녀가 스스로 리본을 잡아 풀고 옷의 매듭이 느슨해지는 것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씌워주려고 했다.
"말했다시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의지로 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밤 그대를 취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그대가 진심으로 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을 원하게 하는 것을 택하도록 하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물론 그녀를 취하고 싶었으나, 한순간의 충동으로 그녀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를 욕되게 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의 비가 되는 것을 바라도록 만들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내일부터 그대는 독방을 나와 황궁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이미 전쟁으로 왕국은 망했고, 돌아갈 곳조차 없습니다. 어차피 그대는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여기로 온 것이니 그대로 여기서 지내면 됩니다. 이건 황제 폐하와 이야기가 끝난 것이니 그대는 그 어떤 걱정도 하지 말고 지내십시오. 무례하게 구는 이는 황가의 일원을 모욕하는 것과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될테니."
이어 그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괜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그녀에게 말을 조금 더 이었다.
"...정말로 그대가 이 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그땐 위대하신 황제 폐하에게 청하십시오. 그대를 왕국령으로 돌려보낼 순 없지만, 적어도 제국에서 평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줄테니까."
/일요일이다! 좋은 참이야! ...으아...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엄청 더워진다고 하더라...내일부터 다시 힘내자...아람주 오늘 일하는 모양인데 화이팅이야!
가장 손 쉬운 길을 택하지도 않겠다, 가장 효율적인 통치 방식을 선택하지도 않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황태자비로 만드는 방법엔 이것저것 핑계를 붙여서 말하는 혜성의 말은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아람은 혜성이 겉옷을 걸쳐주자 그 옷에 폭 파묻혔다. 혜성의 채취가 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온기, 다른 사람의 냄새. 어릴 때부터 깊은 교류를 가진 이가 없었던 아람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어지는 말은 이미 황태자가 이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내용이리라. 자신의 말이 혜성을 설득하지 못했음에 힘이 빠졌다. 고집불통. 황태자비가 될 생각이 없으면 평민으로 남으라니. 자신이 황궁 밖으로 나가게 되면 무슨 위험을 당할지 알고 나가겠는가. 아무런 힘 없는 아름다운 평민 여자가 다른 사람의 비호 없이 혼자 살라고? 그건 유린당하거나 죽으라는 말과 다를바 없지 않겠는가. 황태자비가 되거나 죽거나. 평민 여자로 쫓겨날 바에는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자존심 상해요.”
아람이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의자에 파묻으며 말했다. 방금까지의 고고한 왕녀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흐트러진 드레스 위로 품이 맞지 않은 남자의 자켓을 걸쳐 모아잡고 의자에 기대어 있는 모습엔 방금까지의 강한 기세는 없다시피 했다.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린 여린 여자 한 명만이 남았다. 한숨과 같은 목소리. 빛을 잃고 느리게 깜빡이는 눈동자. 그 모습엔 은근히 정복욕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것도 아람의 연출일까.
”폭군의 아래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도 명목뿐이지만 왕녀라는 이름으로 전하의 반려 자리에 설 수 있었죠. 나름 자신 있었어요. 새로운 사교계에서의 삶도 내정을 이끌어나가는 것도요. 하지만 이제 저에게 남은 건 불명예 뿐이죠. 망국의 왕녀가 황태자비가 된다 한들 그 누가 진정으로 따르겠나요. 그런데 전하께서는 제가 제 능력으로 제 스스로 명예를 회복시킬 기회조차 박탈하시는군요.“
원망하는 말이지만 그 목소리에는 원망 조차 사치라는 것처럼 한숨만 담겼다. 아람은 연둣빛 시선을 내려 바닥을 향했다가 이내 가까이 서 있는 혜성을 올려다봤다. 애처로운 연둣빛 눈동자가 혜성을 담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순간 움찔했다. 방금 전까지 당당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다르게 애처롭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촛불 같은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었고, 그것은 그를 흔들리게 하기 충분했다. 이내 명예롭게 죽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그 말에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온단 말인가. 그렇게도 이 제국의 사람이 되기 싫고, 자신의 비가 되기 싫단 말인가. 뭐 때문에?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까지 말한단 말인가.
"...그러면 그대는 저에게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겁니까? 책사가 된다고 한들, 그대를 의심하는 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여, 책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책사가 된다고 해서 자신을 모실 가능성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제국의 신하가 되는 것이니, 필요한 것에 배치되어 오히려 더 곤란한 지경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와 혼인을 맺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가. 자신이 고집을 부리는 것인가.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고 집착을 하는 것인가. 대체 어쩌다가 자신이 이렇게 몰리게 되었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를 약하게 악물었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대가 원하는 것. 그것은 그대의 능력을 보여 인정받고 싶은 겁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죽음을 택하겠다고? 우리 제국이 쉽사리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참으로 머리가 비상합니다."
애초에 그녀를 독방에 가두기만 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고, 위협이나 협박으로 대했을 때 이어질 후폭풍이 무섭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많은 피가 왕국령에서 흐르게 될 것이 우려스러웠고 이후 통치하기 힘들어질 것이 뻔하기에 황가 사람들도 그녀를 단순히 가두기만 한 것으로 협의를 보지 않았던가. 이내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더니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그럼 내쪽에서 양보를 조금 해드리겠습니다. 허나 그대가 걷고자 하는 길은 가시밭길이고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대가 어찌되었건 내 비로 여기에 왔고, 왕가에서 받은 대우를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는 왕국 따윈 잊고 편안하게 살길 바랬습니다. ...어,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이유이니까 착각은 하지 말고... 아무튼... 스스로 그 길을 저버리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지도 모르는 길을 택하겠다고 하니... 그리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죽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겠군요."
결국 자신 쪽에서 어느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기에 ㅡ애초에 그는 그녀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ㅡ 그는 그녀가 말한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대는 나의 비로 온 이입니다.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는 당신도 받아들이십시오."
/아람이 강하다... 혜성이가 이건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잖아... 아..근데 쓰면서도 느낀 거지만 시대적 상황이 상황이고, 황태자의 자리도 자리니.. 그리고 약조도 약조니까 진짜 혜성이가 완전 쓰레기 마인드가 되어버린 것 같네. 흑흑...본편에선 이럴 일 없다... 어쩌다보니 집착남이 되어버렸는데... 이런거 낯설긴 하다...(눈물)
“제국은 분명 망국의 합병 통치를 위한 기구를 만들 것이고 그곳에 전하를 책임자로 둘 것입니다. 그러면 전하의 권한으로 저를 그곳의 참모로 앉혀주세요. 분명 의심하는 자가 나오겠죠. 그럼 그 자에게 저를 감시하도록 하세요. 저는 황궁 밖으로 나가지도 않을 것이고 의심을 살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까요. 전하의 말처럼 제국의 사람이 되고 제국에 충성하는 이가 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람이 후후 웃었다. 혜성이 말하는 제국의 사람이 된다고 하는 것은 혜성의 옆인 황태자비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어찌되었건 관료로 충성하는 것 또한 제국의 사람이 맞기는 하지 않는가.
“칭찬으로 받아드릴게요.”
사실 목숨을 가지고 협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람은 혜성의 투덜거림을 능청스럽게 받아 넘겼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전하께서 저를 쉽게 포기하시지도 않을 걸 알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가시밭길 위에서도 저를 보호해주실 거잖아요. 누군가 저를 의심하거나 음해하거나 해코지를 한다면 가만히 계시진 않으실거죠?”
아람이 배시시 웃었다. 처음의 고고하고 단단한 모습도 아니고 방금의 처연하고 여린 모습도 아닌, 데이지꽃 같이 순수하고 신뢰어린 웃음이었다. 아람은 자신있었다. 제 능력에 대한 자신이든 그 험한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한 자신이든. 이는 아람의 명예에 대한 것이기도 했으나 왕국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집착남 좋은데 왜... 맛있는데...(츄릅) 본편에서 못먹는 집착남 혜성이 잘 먹겠씁니다(?) 내 생각엔 아람이가 더 고집불통이야
아람의 말을 들으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이렇게 빠져나간다니. 참으로 머리가 좋은 여성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탐이 났다. 그녀가 장차 황비가 된다고 한다면, 필시 제국은 더욱 크게 발전할 것이고 왕가의 반란군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으리라. 왕국과 전쟁을 할 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왕족들은 그녀를 버렸을지 모르나 국민들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왕국의 사람들을 제국의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선 역시 그녀의 도움이 확실히 필요했다. 반드시 손에 얻을리라. 반드시 자신의 비의 자리에 앉히리라. 그렇게 그는 굳게 다짐했다.
"일단 말은 해보겠지만, 온전히 받아들여질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뤄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결국 참모 선정도 제가 말은 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황제 폐하가 하는 것이니까요."
자신의 권한이 있다고는 하나, 어느 정도의 허락은 필요했다. 그런 기본적인 허락조차 없으면 정말로 무능한 이를 앉혀서 모든 것을 망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아버지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한만큼, 혜성은 확실하게 어느 정도의 선을 그었다. 잘 안 되더라도, 마치 자신을 원망하지는 말라는 듯이.
"......호,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당신이 무고한 피해를 입으면, 그만큼 제국에도 큰 타격이 가니까 손을 쓰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왕가의 핏줄을 잇는 것이 아니라 제국의 핏줄을 낳고 이어야 하니... 어느 정도 힘을 써보긴 하겠지만... 착각은 하지 마십시오."
뭔가 분위기에 확실히 휘말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괜히 툴툴거리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자신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인걸까. 괜히 오른발을 땅에 콕콕 찍다가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괜히 조금 더 이야기했다.
"대신 확실하게 그대의 조국의 국민에게 전해야만 합니다. 당신은 그 어떤 위협이나 협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기로 했다고. 더 이상 왕가에는 그 어떤 마음도 없고, 제국에 그 영혼 한 조각까지 모두 바치기로 했다고."
그렇게 해서 왕국민들에게 저항의 마음을 없애고, 그녀를 사모하고 따르는 이들이 아무런 불만없이 제국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만 한다고. 처음부터 내세운 명분이 그거였으니 그것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못해도 1주일에 한번은... 나랑 시간을 보내주셔야겠습니다. ...그대가 바라는 것을 이뤄줬으니 그대도 내가 바라는 것을 이뤄주시지요. ...뭐, 정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ㅋㅋㅋㅋㅋ 하지만 마인드가 너무 폭군이잖아! ㅋㅋㅋㅋ 물론 아람주가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람은 혜성이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회의를 거치겠다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오늘의 대화나 분위기로 보자면 자신의 의견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보였고. 착각하지 말라는 그 말에는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실제 사실도 그런 걸요? 위협이나 협박 없이 순수하게 제 의지만으로 선택한 충성이니,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왕국민들에게도 확실히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아람은 그것 또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머릿속으로 여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시간은 꼭 내도록 할게요.”
그러면서 조금은 진지하게 자리에 일어나 치마를 잡으며 인사를 올렸다.
”황태자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아람은 혜성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음을 알았다. 자신을 강제로 황태자비 자리에 앉힐 수 있었으며 폭행, 협박, 고문 등 여러 방법으로 자신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자신을 보호해주고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그 뒤에 혜성의 사심이 있든 없든 간에 그것은 큰 은혜를 입은 것이었다.
/이정도 마인드로 폭군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의 호랑이는 모두 고양이겠어 ㅋㅋㅋㅋ 전혀 폭군 아니잖아…!!! 혜성이는 아무래도 후회남주 재질이 아닌 것 같아. 후회할 일을 만들 담이 없달까 ㅋㅋㅋㅋㅋㅋ
"그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길 바래야겠군요. 그대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속이려는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닐테니."
그렇게 괜히 툴툴거리는 말은 그녀의 페이스에 완전히 넘어가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내준 것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어느정도 섞여있었다. 자신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녀에게 승낙을 받고, 그대로 자신의 비로 삼고 제국은 물론이고 왕국까지 알릴 생각이었는데 뭔가 엄청나게 뒤로 밀려났다는 느낌이 든 것이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한 말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힘들테고, 독방생활만 끝나게 한 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치마를 잡고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왕녀의 기품이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저 기품과 현명함에 자신은 반했던가. 역시 꼭 비로 삼고 싶은 여성이었다. 일단 당분간은 조금 작전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언을 구할 사람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집사라던가, 자신의 호위기사라던가, 혹은 아버지와 어머니라던가. 어쨌든 그녀가 자신과 결혼하는 것을 원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참고로...묻는건데... 왜 제안을 거절한겁니까? 단순히 그대가 망국의 왕녀라는 이유만은 아닐 것 같은데. 정말로 순수하게 제국에서 새롭게 시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인겁니까?"
다른 여성에게 똑같은 제안을 한다면 대부분은 당연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황태자비 자리가 어디 쉽게 될 수 있는 것이겠는가. 사실상 황태자의 다음가는 권력을 누릴 수 있고, 부귀영화는 물론이요, 죽을때까지 호강하면서 살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황태자비였다. 그런 자리를 거절하고 참모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그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탓이었다.
"...호, 혹여나 묻는건데, 다른 마음에 두고 있는 남성이라도 있는겁니까? 그대는?"
/ㅋㅋㅋㅋㅋ 하지만 본편과 비교하면....ㅋㅋㅋㅋㅋ 어쨌든 지금도 혜성이는 살짝 후회하고 있는걸! 물론 후회남주와는 조금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어쨌든 여기서도 아람이는 혜성이를 아주 잘 다루는구나...ㅋㅋㅋㅋㅋ 물론 이후에는 혜성이가 어떻게든 꼬시려고 상당히 머리를 굴릴 것 같지만 말이야. 일단 명분으로 내세운 왕가의 핏줄을 없애버리려는 목적도 있기야 하지만!
“제안을 거절한 이유 말씀이신가요? 큰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욕심이 많은 것이죠. 역사서에 제 이름이 적혔을 때 어떻게 적히게 될까. 만약 제가 황태자비가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것과 참모로 일을 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제가 참모가 된다면 선례로 남아 왕국민이나 여성이 고위 관료가 되는 것에 제약이 적어진다는 점도 좋겠죠. 이후로 능력 위주로 더 많은 인재를 들일 수 있다면 제국에도 좋을 테니까요. 왕국민들 중에서도 능력있는 자가 꽤 많아요. 정세가 안정된다면 적극적으로 등용하셔신다면 치세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차별에 대한 반발도 적어질 것이고요.”
아람은 왕국에게 버림받았지만 왕국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왕국의 아름다운 땅과 바다, 수천년동안 이어온 역사와 문화,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왕국이 멸망하고 제국으로 편입되었음에도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혜성을 봤을 때 언젠가는 자신이 황태자비나 황비가 될 것 같으니 관료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약 가능하다면 작위도 받고 그런 뒤에 결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판단을 했던 것이었고. 왕국은 지금 당장 제국에서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추후에 왕국이 독립할지 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역사서에 자신은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했고 지켜낸 왕녀로 남고 싶었다.
“다른 남성이요?”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전하의 반려가 되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그 뒤로 갇혀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 누구를 마음에 품을 수 있겠어요?”
아람이 되려 물었다.
“그럼 전하는 전하께서는 저와 결혼하고자 함이 정치적 이유 외에는 정녕 없으신가요?”
아람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물었다.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며 결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돌려서 묻는 것이었다. 물론 혜성은 부정할 것 같지만.
/혜성이를 논리적으로 두드린 다음에 감정적으로 넘어뜨렸다고 봐야할까? ㅋㅋㅋ 아람이는 정말 대단한 애야... 황궁 배경 오피스 로맨스도 좋지 않나 싶고? ㅋㅋㅋㅋ 명분도 명분이지만 혜성이는 아람이한테 푹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걸?
왕국에 대한 생각을 없애버리려고 했더니만, 왕국민들의 처후를 걱정하는 말에 그는 쓴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선례가 되어서 이후 왕국민들이 제국의 관료가 되는 길목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마음은 참으로 숭고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왕국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내 헛웃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약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모, 모르는 거 아닙니까. 왕국에서 마음에 들었던 이가 있었을 수도 있고, 여기에 와서도... 어쩌다가 한두번 만났을 귀족이 마음에 든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그런 이가 없다고 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적어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녀를 뺏길 일은 없을테니까. 그녀가 자신의 비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닌 이상, 그녀에게 누가 다가간다고 해도 자신이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황태자비가 아니라 그저 망국의 왕녀일 뿐이었으니까. 괜히 혀를 차면서, 현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오른발을 괜히 땅에 동동 굴렸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그녀에게서 훅 들어오는 질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다른 이유가 없냐니. 무슨 많았지만 그는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일부러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홱홱 저었다.
"다, 다른 이유가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왕국민들을 제국민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선 그대가 나팔수로 있어야만 하고, 혹시라도 왕국을 다시 재건국하려는 이들의 희망을 꺾기 위해선, 왕국의 왕족 중 가장 사랑받는 당신이 제국의 아이를 낳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몇 번을 이야기합니까?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왕족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겠지만, 그대만큼은 아직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으니... 그대는 내 비가 되어야 한단 말입니다. 이것 이외에 이유는 없습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긴장하고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정도로 티를 팍팍 낸 후,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직 그대의 몸을 취하지 않는 겁니다. ...그대의 몸을 취하는 것은 그대의 마음이 완전히 내 것이 된 후입니다. 바로 그 순간, 그대를 왕궁의 왕으로 모시려고 하는 이들은 희망을 잃고 저항심을 버리게 되겠죠."
/ㅋㅋㅋㅋㅋㅋ 맞아. 아람이 대단해. 여기서도 조금도 지지 않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실제로 푹 빠진 것이 맞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든 자신의 비로 맞이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거고. 물론 츤데레 성향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서도 절대로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야.
아람은 아량을 바란다며 그를 달랬다. 아람도 혜성과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략결혼이 보편화되어 있는 곳이었고 연애 결혼 같은 것은 평민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사치이고 서로 존중할 수 있기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고.
“제가 마음을 쉽게 주는 사람은 아닌 터라.”
그 말인 즉슨 혜성도 자신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아람은 빙긋 웃었다가 예상했던 것처럼 반박하는 혜성의 모습에 쿡쿡 웃었다. 티란 티는 다 내고 있는데 과연 황태자가 이것으로 괜찮은 것일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왕국에서 들었던 바라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것을 보면 능력이나 인망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은 허술해 보인다고 해야할까. 아람은 혜성의 말을 믿는다는 듯 진지하게 듣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제게 마음을 주지 않으면서 제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는 뜻이군요.”
아람은 웃음기를 참으며 연둣빛 눈동자를 순진한 척 꾸며 물었다.
/혜성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아람이는 혜성이한테 조금씩 감겨가겠지 큐큐 츤데레 너무 귀엽다 놀려먹는게 너무 재밌어 아람이는 어떤 상황이든 자기가 주도권을 잡을 생각을 하는게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해 ㅋㅋㅋㅋ큐ㅠㅠㅠㅠ
"흥.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나 내 아내가 되라는 제안을 거절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다른 여자들처럼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존재. 그렇기에 괜히 더 반려로 만들고 싶은 존재. 하지만 좀처럼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 같았기에 장기전이 예상이 되어 그는 괜히 작게 투덜거렸다. 대체 이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조언을 할 존재들을 그는 하나하나 떠올렸다. 역시 어마마마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팔짱을 기면서 작게 혀를 찼다.
"...그대는 제 마음을 원하십니까? 그대의 왕국을 멸망시킨... 어떻게 보면 원수나 마찬가지인 저를?"
물론 그녀가 왕국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녀의 생각을 다시 한번 떠보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부리는 약간의 심술에 가까웠다.
"그럼 제가 그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면 어쩔 참입니까? 그저 당신의 마음만 원하고, 당신을 철저하게 정략도구로서 대한다고 한다면?"
물론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물론 정치적 이유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이유로만 그녀를 대할 생각은 그에겐 추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그렇게 물어보며 그녀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ㅋㅋㅋㅋㅋ 아람이의 장난스러움도 많이 귀여운걸! 지금만 해도 은근슬쩍 장난스럽게 굴고 있잖아? 아...진짜 아람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그리고 아람이는 확실히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딱히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 지금도 혜성이에게 막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거니 말이야.
아무래도 혜성은 자신이 황태자비가 될 것을 목숨을 걸고서 거부한 것에 꽤나 마음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툴툴거릴 뿐 해코지를 하지 않는 것은 천성이 착한 것이려나. 권력자가 되면 모두 변하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어떨까.
“전하가 보기엔 어떨 것 같으신가요?”
자신을 원한 사람은 많았다. 왕족의 피가 흐르면서도 아름다운 자신을 갖고자 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보다보니 이제는 마음조차 차게 식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마음을 주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제 무신경해 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나라를 멸망시킨 이라고 하여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같은 왕족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라 생각했던 이는 전혀 없었다. 왕녀이기에 왕국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제공받았고, 그렇기에 왕국에 대한 책임감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단들 어떻하겠습니까.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인 것이죠.”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나 아람은 혜성의 시선을 피해 다른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떤 도구로 이용당하는 것은 익숙하다. 사랑을 받은 적 없는 아람은 점점 깎여나갔고 이내 감정에 대해서는 조금 무감해지고 피로하게 느꼈다. 그럼에도 눈을 돌려 혜성을 바라보면 그에게서는 나름 자신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지금의 질문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고.
자신의 마음을 원하냐는 물음에 그녀가 답을 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하자 그는 괜히 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자신의 속마음은 묘하게 캐내는 주제에, 자신의 속마음은 조금도 비추지 않으니 이렇게 비겁할 수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뭔가 불평을 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건, 숨기건 그건 개인의 자유였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까지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혜성은 추측했다. 근거는 없었으나... 묘하게 그런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저 눈을 조용히 깜빡였다.
"......."
아람의 답은 이어 혜성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정말로 당당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이라고 혜성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녀를 너무 얕잡아봤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한 번. 역시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눈을 감고 후우-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본 후에 애써 근엄한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정략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싫어질 정도의 행복을 느끼게 해줘야겠군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람이란 결국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함 속에 있으면 그 행복을 잃기 싫어지는 법이었다. 그녀가 덤덤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 덤덤함조차도 없애버리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자신을 떠나서, 제국을 떠나서는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버린 후에 그녀를 취하리라. 그렇게 또 다시 그녀를 취할 게획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그대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뭡니까? 우리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거나 마찬가지니 제가 이뤄줄 수 있는 것은 이뤄드리도록 하죠."
모든 상황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람은 아무래도 혜성의 호감을 사서 지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나 그 안에서 또 적극적으로 대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혼인을 무기한 연기해버린 지금이라면 더더욱.
“행복이라……. 그런 것이 있다면 좋긴 하겠네요. 어떤 방법을 동원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아람은 말로는 툴툴거리면서 계속해서 뭔가를 해주려는 혜성의 모습이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도대체 자신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단 말인가. 혜성이 계속 이야기했듯 자신은 그저 망국의 왕녀일 뿐인데 말이다. 자신의 어떤 점이 좋아서일까? 물론 혜성은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요? 사실 지금 좀 민망해서요. 쉬고 싶달까.”
아람은 혜성이 벗어 덮어준 겉옷을 다시금 추스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혜성이 앞에 있어서 어떻게 드레스를 다시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쉬고 싶다는 말은 나가달라는 말을 돌려 하는 말이었다. 극적인 설득을 위해서 조금의 연출을 한 것이긴 했지만 민망하긴 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 때에도 혜성이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이긴 했다.
“농담이고요. 독방에 혼자 오랜 시간 갇혀 있다보니 외로워서요. 말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저런 주변 소문이나 이야기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요. 그리고 펜과 종이가 필요해요. 책은 읽을 수 있었지만 펜과 종이는 반입시켜주지 않더라고요.”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어지간한 왕족이나 황족은 대부분 엄청난 특혜를 누리기 때문에 행복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상대적인 말이라고는 하나, 적어도 행복이 마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어떠한가. 마치 한번도 행복하지 않고,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며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물론 딱히 그 이상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왕국은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썩어빠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마, 말해두는데 제가 벗으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거."
민망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그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남자가 있는 곳에서 입고 있는 옷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을터. 그렇기에 그는 화들짝 놀라 뒤로 홱 돌았다. 마치 자신은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는 듯이, 절대로 눈에 담지 않겠다는 듯이. 아니. 그런데, 애초에 그녀가 멋대로 그렇게 한건데 자신이 이렇게 미안함을 느낄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그녀가 하는 요구조건. 그것을 들으면서 그는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 정도라면 자신이 못해줄 것도 없었다. 어차피 독방 생활은 이제 끝낼 참이었으니까.
"어차피 내일부로 독방 생활은 끝날 겁니다. 그리고 그대는 황궁 내에서는 모든 구역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따로 시종을 붙일 생각이니, 그 시종을 말동무 삼으면 될 겁니다. 펜과 종이는... 뭐, 자연히 내일부터 쓸 수 있게 되겠지요."
더 이상 왕국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녀를 계속 잡아둘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정치적 이유에서라도 그녀에겐 어느 정도의 자유를 주는 것이 제국에서도 이득이었다. 그녀는 왕국에서 버린 것이지. 제국에서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천하에 알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어쨌든... 내 볼일은 다 끝났으니 나가보겠습니다. 그대도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쉬길 바랍니다. 또 보도록 하죠."
이어 그는 문쪽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가 옷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푹 잘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과 그녀는 또 만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자주 찾아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며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말하는데, 왕족의 핏줄을 끊기 위해서라도 그대가 반드시 내 아이를 낳게 할 겁니다. ...각오하십시오."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선전포고. 그것을 남긴 후, 그는 민망했는지 빠르게 문을 연 후에 밖으로 나갔고 다시 문을 잠궜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독방생활이었으니까.
/아람이도 객관적으로 상당히 귀여워!! 일단 막레 느낌으로 써보긴 했다!! 한턴 정도 더 이어도 괜찮을 것 같으니 잇고 싶으면 이어도 돼! ㅋㅋㅋㅋ 앗. 맞아. 연회장에서 춤추는 모습 나도 보고 싶어!! 뭔가 분위기 엄청 예쁠 것 같아! 진짜!
내일 막레 써와야지 히히 연회장에서 춤추는 것도 보고싶은데 궁전 오피스 로맨스도 보고싶당 아람이 깔금한 실내 드레스 입고 옆에 서류잔뜩 쌓아두고 있는데 혜성이가 와서 일하는거 방해하고(?) 보고하러 들어갔다가 차한잔 하자고 해서 대화하다가 꽁냥거리고(?) 혜성이가 아람이 다른 관료들하고 얘기하는거 보면서 질투하고(!) 다음 일상 머더라? 3학ㄴ녀 들어가는 신년맞이인가~?
궁전 오피스 로맨스...ㅋㅋㅋㅋㅋㅋ 일하는 아람이와 황태자 혜성이의 로맨스인거야? ㅋㅋㅋㅋ 그런데 아마 혜성이가 그 정도로 질투를 할 것 같진 않아. 다른 관료가 이제 1:1 데이트 신청을 하고 아람이가 그것을 받아주는 정도라면야 질투를 할 것 같지만 말이야. 아무튼 막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다음 일상은...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슬슬 3학년 시즌으로 해서 신년맞이로 가도 좋을 것 같아!
제국은 황권이 안정되어 큰 격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람의 왕국은 달랐다. 왕의 폭정으로 인해 민생이 어려워졌고 처첩을 많이 들여 왕자와 왕녀는 얼마나 많은지. 그 과정에서 암투로 죽은 이복 형제는 또 몇이었던가. 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람은 숨죽여 지내야만 했다.
곧 독방 생활이 끝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황태자비가 된다면 모든 일이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람은 선택했고 그 선택의 결과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제국 내에서 인정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패전국인 왕국을 안정시키고 문제 없이 제국에 편입시켜야 했고. 그리고 반란군을 토벌해야했다. 할 일이 꽤나 많았다. 조사해야 할 것들도 많았고.
“네. 조심히 들어가셔요, 전하.”
아람은 자리에 일어나서 혜성을 배웅했다. 옷차림이 조금 그래서 문 앞까지 배웅할 순 없고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아무래도 혜성은 자켓을 두고 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선전포고를 남기고 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웃어버렸고. 마치 널 꼬시고 말겠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저런 플러팅은 살면서 처음이어서 색다르긴 했다.
문이 밖에서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아람은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사실 꽤나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라의 패전, 자신의 죽음, 결혼, 업무……. 온갖 것들이 머릿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해냈어. 첫 단추는 무사히 끼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힘내야지. 그러면서도 아람은 혜성이 두고 간 자켓을 더 여몄다. 혜성이 온기를 남기고 간 것만 같았다. 이상한 사람. 그래도 다음에는 더 나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가 준다는 행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막레!! 수고했어! 아람이도 혜성이한테 찬찬히 감겨가게 될 것 같지~~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막레도 써 왔다~~~! 혜성이가 아람이를 찜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데이트를 신청할 간큰 관료가 있을까…? ㄷㅋㅋㅋㅋ큐ㅠㅠㅠ 이건 어때. 아람이가 제출한 성훈에 대한 정보에서 사소한 식습관이나 좋아하는 음식같은 것들이 있어서 의아함에 물어봣더니 아람이 ”친구였거든요. 사상이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지게 되었지만요.” 왠지 깊은 관계였던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하지만 아람과 성훈은 서로에게 칼 끝을 겨누는 사이가 되었는데… 왠지 질투할 것 같진 않기도 하고? 신년맞이! 어디서 신년맞이를 하려나? 밖에서 만나나?
막레 잘 받았어! 아람주!! 이미 마지막 부분을 보면 살짝 감긴 것 같은데? 막 사랑에 빠졌다기보단 뭔가 괜히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정도로는 말이야. 딱 저 정도여도 일단 혜성이는 충분히 만족할 것 같네. 최종목적을 위해서 나름대로 머리를 많이 굴리겠지만 말이야! 어...그리고.. 일단 황태자비는 아니니까 대쉬를 하는 관료가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공작가의 사람이라던가 말이야! ㅋㅋㅋㅋ 공작가면 황가도 함부로 대할 수 없기도 하고! 앗...ㅋㅋㅋㅋ 그건 확실히 혜성이가 조금 수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래서 질투라기보다는 약간 뚱한 표정을 지을 것 같네. 너네 뭐야?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서 뭔가 성훈이는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감옥에 가두려고 할 것 같네. 잡아서. 제국에 해를 끼칠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명분을 붙여서 말이야.
음. 제야의 종이 끝난 직후는 어떨까? 제야의 종소리 들으려고 밖에 나왔다가 막 종이 울리고 새해를 맞았다는 느낌이면 좋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 공작가 사람이라니! 아직 미혼의 젊은 공작이 업무상 자주 만났다가 아람의 총명함에 반해서 대시하는 느낌일까? 왠지 이성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다정한 성격일 것같음(?) 성훈은 가장 위험한 존재이긴 하지 ㅋㅋㅋ 사상으로 대립하지 않았다면 아람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을지도...? 지금은 서로 칼끝을 겨누는 사람이지만. 좋아~ 제야의 종 치기 직전으로 해서 제야의 종소리 듣는 장면으로 시작하면 좋흘 것 같지? 사람 바글바글하겠다 ㅋㅋㅋㅋㅋ 선레 다이스 돌려둘게! .dice 1 2. = 1 1 나 2 혜성주
아람은 혜성과 함께 신년맞이를 위한 제야의 종 타종을 보러 나왔다. 차가운 겨울이라 온몸을 꽁꽁 무장하고 있는 아람이 숨을 내뱉자 흰 입김이 뽀얗게 나왔다.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했으나 모두 신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아람도 신년맞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기대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이 종이 울리면 고3인 것이었다. 으으. 그 생각만 하면 조금 몸서리쳐진다고 해야할까. 물론 겨울방학 시작부터 고3이라면서 공부에 열을 올리긴 했는데…… 그럼에도 의미라는게 중요한 법이었다.
“곧 종 치려는 것 같아.”
아람은 옆에 있는 혜성에게 휴대폰으로 시각을 보여줬다. 곧 자정이 될 시각이었다. 고3이 되어서 공부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기 보다는 그 교실의 분위기가 더 예민해지는 것이 싫었다. 혜성과 더 자주 만나지 못해질 것도 뻔했고.
“나는 올해 너랑 같은 반 되게 해달라고 소원 빌거야.”
아람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것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닐까?
/다음주부터는 다시 일하느라 못들어올 것 같아서 이번 주 열심히 상판 돌리는게 내 목표야..... 흑흑.......
12월 31일. 한 해가 끝이 나고, 새로운 한 해가 찾아오는 그 날은 유난히 추웠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겨울은 점점 추워진다고 했던가. 지구 온난화가 참으로 원망스럽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바로 옆을 바라보면 온 몸을 꽁꽁 무장하고 있는 아람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힐긋 바라보던 혜성은 살며시 그녀의 팔에 제 팔을 걸면서 팔짱을 끼고 자신 쪽으로 당기려고 했다. 자신이라고 춥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보다는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했다. 그렇기에 제 열기로 그녀의 몸을 조금이나마 녹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앞만 바라봤다.
"그러게. 슬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겠네."
밤 11시 59분. 이제 머지않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더욱 상기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혜성 역시 아람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고, 조용히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그러다 그녀의 소원을 듣고 그는 피식 웃었다. 꽤나 귀여운 소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 역시 그걸 바라기도 했고.
"소원은 남에게 말하면 안 이뤄진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나 참."
허나 그것을 입에 대진 못하고 그는 오늘도 평소처럼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자유로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침묵을 조용히 지키다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이야기했다.
"...안 되어도 내가 많이 찾아가줄게. ...뭐, 그 대신에 나랑 공부 많이 해주면... 페어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그러면 같은 반이 되지 않아도 공부를 핑계로 자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와중, 슬슬 어딘가에서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10! 9! 8!...
"우리도 셀까? 뭐... 이런 날이니까 못 세줄 것도 없는데."
/아이고..아람주. 다음주부터 또 바빠지는구나. 다르게 말하자면 이번주는 그나마 한가한거고! 이번주의 한가한 휴일을 잘 보내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