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낙원. 살아 숨쉬는 낙원. 꿈만 같아 안온한 낙원...... 하여 아름다운 낙원." "그리 이르더군요. 결계로 둘러싸여 갇혀졌기에 아름다운 낙원이자 이상향이렵니다. 대결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하죠. 그것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몽접 무당의 숙명." "이변은 환상향을 뒤흔듭니다. 결계를 위협하니 내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죠.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도 만무하니 어떤 면에서 놓고 보아도 무당이 가만히 지켜보길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지." "알아듣고 있습니까?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당신...... 나의 입장은 이해하죠? 아니, 머리채를 놓으라뇨. 혼나는 요괴가 어찌 입 밖으로 불만을 뱉습니까... 그러니까- 아이, 발버둥도. 자아 자, 조용. 쉬이... 옳지... 착하다. 아무래도 지금껏 귓등으로 들어오신 눈치니 친절히 처음부터 다시 말씀을 드려보자면..."
새노라는 입가를 가리며 방긋 웃고는 서랍에서 지필묵을 꺼내옵니다. 종이에는 이미 뭔가 쓰여있습니다. 일단 해주겠다고 하고 저택에서 내보내는게 좋겠습니다. 손해 입을 게 없어? 흡혈귀 그 싹퉁바가지들은 뭐만 삑하면 애처럼 삐져가지고 '감히 나한테!'라고 성내면서 뒤끝이나 부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흡혈귀만한 요괴가 자기 공간 속에 있다는 사실도 너무나 불편하니까요.
"호호호~ 본래 이런 식으로 계약하면 곤란한 것인데~ 당신께서 이리도 간곡히 애걸복걸(?)하니 하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져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사와요. 이번만 특별히 해 주는 것이니 다른 데다 소문이라도 냈다간 섭섭할 줄 아시와요?"
종이에 적힌 것들은 성별, 신체 치수, 원하는 형식이나 색상, 요금이나 서명같이 옷 제작과 계약에 필요한 사항들이 공란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문서로군요.
>>891 잿빛머리의 남자를 바라본 텐키는, 기분 좋다는 듯 미소가 깊어졌다. 유유히 떠도는 구름처럼 부드러운 웃음은 아마 보기에 썩 나쁘진 않을 듯하였다. 널직한 제 옷소매에 손을 집어넣은 텐키는, 곧 거기서 몇개 정도의 과자.. 센베를 꺼내들었다.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 개별 포장된 평범하고 흔하 센베.
"착한 아이구나. 혹시 과자는 좋아할까?"
살랑, 센베를 내밀며 갸웃거리는 텐키의 고개짓과 함께 풍성한 백색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산책 중이었어. 돌아가는 길도 알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신경써줘서 정말로 고마워."
천성이 소심한 것인지 자신이 말을 걸고 나서 괜히 웅크려드는 모습에 텐키는 가슴이 간질거렸다. 문득 귓가에 들리는 '선물이에요-'하는 어린 목소리들에 잠깐 눈을 감았던 그는, 곧 곱게 눈웃음을 지었다. 물건에는 기억이 남는다. 츠쿠모가미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이 우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922 새노라 새노라는 흡혈귀로 추측합니다. 정보가 부족하여 확신을 가지기 어렵지만 발언으로 미루어 보아 적어도 이 손님은 청연궁과 무언가 연관이 있군요. 흠, 무언가 더 관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손님은 그저 얄궂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습니다.
"반대로 이쪽의 방문도 함부로 소문내지 않는다면야 말이지.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익숙하게 필기구를 쥐고 정보를 써내려갑니다...
어디 보자, 성별은 남성(추정). 신체는 몹시 어린 소년의 것으로, 아까 전 마법진에서 소환된 목각인형과 똑같았습니다. 정확한 치수를 소수점까지 맞춰주는군요. 형식은 태서의 성직자와 같은 풍성한 것을 원하며 색상은 흰색을 베이스로 연한 금빛, 그리고 시안빛의 조합. 짝을 이룰 수 있는 포들한 베레모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담백하면서도 낡지 않도록. 최고급품.
그리고 옷을 받을 자로서 옷을 지어주는 직녀의 은혜는 깊이 담아두겠음.
별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녀가 종이를 돌려줍니다!
>>923 생원 그 뒤로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생원 외의 존재가 아직 머무르는 기척은 느껴지지만요.
행동은 물론 생원의 자유입니다.
놀랍게도 말이죠!
>>924 텐키 "네?"
남성, 그래요 청년의 모습이었지요. 청년은 눈을 얼떨떨하게 깜박입니다. 선물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걸까요?
"좋아..해요. 응.. 감사합니다..."
분명 도움을 준다 생각하고 쫄래쫄래 온 것일러니 말이지요! 어버버하며 센베를 받고 지금 먹어도 될지 나중에 혼자 먹어야할지 그런데 손에 계속 들고 있어도 괜찮은 건지, 엷은 갈등이 눈빛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저기, 정...말로 괜찮으신 건가요?"
안 도와드려도 되는 건가요? 저 가도 돼요???? 이게 맞아?????? 사회초년생만 같은 덜떨어진 말투에서 의도가 환히 보이는군요!
>>925 서준 "꺄하, 놀랐다 놀랐어~ 어때, 내 실력 꽤 출중하지?"
말할 것도 없지! 대답할 필요는 없어. 말을 하기조차 전에 허세 가득하게 가로막고는, 소녀가 여전히 거꾸로 허공에 매달린 채로 깍지를 껴서 머리를 받쳤습니다.
"그냥 왔어."
엥?
"볼일이라면 이것도 볼일이지? 물론 이것도 당연하니까 대답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 그러니까 말인데, 뭔가 대화 소재 생각해봐! 나랑 대화대화 하자구. 이제부터 네가 운을 떼는 거야."
난 기다릴게! 꽤 제멋대로인 듯한 소녀는 새카만 흑발에 생명력이 없는 듯한 탁한 흰빛의 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꽤 현대적인 옷, 그렇지만 올화이트의 옷을 입은 소녀는 정말로 그 이후로 입을 꾹 다물고 서준을 기다리기만 했죠.
>>932 하나부터 열까지 어리버리한 청년의 모습은 뭐랄지, 참 앳되었다. 파릇한 새싹이 돋아난 것 같다고나 할까. 인간의 변화란 쏜살 보다는 유수와 같으니, 느긋하게 몇 년 지나 있으면 연륜이 쌓인 어른이겠지만 당장의 청년은 부드러운 칭찬이 어울릴 듯해 보였다. 길을 잘 안다는 것을 볼 때 아마 명하사의 사람으로 보이는 청년을 보며, 텐키는 옷소매를 입가를 가리고 쿡쿡 짧게 웃었다.
"물론 괜찮지. 하지만-"
동공이 흔들리는 듯한 청년과 마주한 채, 텐키는 연한 미소로 입가를 장식했다.
"만약 네가 귀찮지 않다면 네게 도움을 받아도 될까?"
그는 품에 껴안았던 우산을 양손으로 잡고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웃음 짓던 눈을 뜨니 어느새, 구름같은 백색의 눈이 푸른 하늘처럼 연푸르게 물들었다.
"이곳을, 산책 하는 건 처음이거든. 가끔 하룻밤 신세를 졌을 뿐이지. 그러니까 잠깐 같이 걸어줄래? 안내..응. 그래. 안내를 부탁해도 좋을까."
>>934 서준 "근본을 묻는다면 당연히 배추김치가 근본이지~! 라고, 어떤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더라구!"
자연스럽게 대화를 잇는 소녀입니다...
"그치만 그치만- 나는 동치미야말로 근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동치미가 좋아. 하지만 있잖아, 나는 갓김치도 좋아한다?"
방금까지 깍지를 끼고 있었거늘, 좋아한다-? 하며 짠 하듯 손을 펼쳐 보이지를 않나 이제는 근처 적당한 돌을 찾아 빙그르 돌아 똑바른 자세로 내려앉지를 않나. 보기에 정신 산만한 소녀군요. 흰 치마가 풍성하게 공기의 저항을 받아 우아한 자태로 내려앉습니다.
"무조건 하얀색만 고집하는 건 아니라는 거야~ 그거 은근히 편견이다? 하지만 걱정 마! 나는 편견도 좋아하니까. 애초에 싫어하는 친구가 있을까?"
? 있겠죠.
>>935 생원 혼란스럽지요, 암.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핍니다. 오로지 진달래꽃과 석산,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라고는 제대로 닿지도 않은 듯한 음침한 숲일 뿐이군요! 어디로 빠져나가야 좋을지도 막막합니다.
뒤편에서는 왠지 지켜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옷자락 소리가 느껴졌으며, 그에 반해 좀 걸어야 도착할 듯싶지만 저편에서는 어느 부드러운 성인 남성과 쾌활한 소녀의 목소리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생원의 훌륭한 청력으로 듣건대, 아니 생뚱맞게 김치에 관한 토론을 하는 것 같은데요? 생원이 김치에 관해 아는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요.
>>889 어?! 뭐야. 일본어잖아? 일본말 할 줄 아는 거였어? 게다가 목에 이건… 헉, 설마 진짜 칼인가?! 상당히 본격적인 인사치레시구만! 일본, 이미 폐도령 내려진지 오래 아니었던가?!
"아하하~ 아니아니, 저도 딱히 농담 같은 거 하고 있는게 아닌뎁쇼!?"
목덜미로 느껴지는 찬 감촉에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양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버렸다. 그런데 그런 위기감과는 별개로, 이상하리만치 왠지 현실감이 없었다. 이 낯선 환경 때문인가... 라고 할지. 애초에, 눈 앞의 이 녀석부터가 이상한 점 투성이라고. 동물 귀랑 꼬리를 달고있는 남자라니 실화냐. 이런 거 코스프레로도 거의 본 적 없다고!
"나는 도구츠 고교 3학년의 마나부 시나키.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올시다! …뭐, 행인이라고 해야하나. 꼼짝없이 길을 잃은 것 뿐이지만 말이야~"
헤실헤실 웃으면서 상대가 원하는것을 말해줬다. 나 미아요- 하고 스스로 말하기는 것도 뭣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폐도령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데다가 산좋고 공기좋은 곳에 열리는 코믹마켓이라. 흐음~ 역시 들어본 적 없어.
>>949 텐키는 아주 무심코, 손을 움직이고 말았다 느릿하게. 누구든 피할 수 있을만한 속도로 뻗어진 손은 자신을 청이라 소개한 청년의 머리 위로 향했다. 그의 잿빛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아주 장하다는 듯 쓰다듬기 위하여.
"고마워. 네가 도와준다고 하니 정말로 기뻐."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던가,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텐키는 그저 부드러운 미소로 그에게 감사를 표할 뿐이었다. 그런 말을 하더라도 마음에 크게 와닿기는 힘들다. 진심을 다한 감사와 기쁨의 표시가 더 효과적이라고, 텐키는 알고 있었다. 그런 태도가 아주 낯선 것은 아니었기에.
"청이구나. 눈이랑 참 잘 어울리는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해. 나는,"
하늘 같은 푸름에, 구름 같은 흰색을 지닌 청년이 부드러운 봄바람과 함께 살랑거리며 웃었다.
"뭐ㅡ 싫은 것은 싫다고 당당히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필요한 법이죠. 어느 의미로는 소통 자체는 성립한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제가 그토록 싫다면 그렇게 행동하기를 바라기만 하지 않고 이곳을 스스로 벗어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것은 내키지 않으신가요?"
아리스가 가칭으로서 부르기를, 불꽃의 혼령. 이 존재는 지금 그녀의 언행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그런 척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 진실의 여부는 지금의 아리스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그저 모르고 있을 뿐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그것은 가까이 있을 지도 모르죠.
"하하, 그리 섬뜩할 정도인가요? 제 어떠한 것이 그리도 싫으신 거려나요"
아리스는 혼령의 말에 불쾌해 하거나 기죽기는 커녕 오히려 작게 한 번 웃고는 그렇게 마치 되묻듯이 말했습니다. 이 혼령에게서 어쩐지 그리 말하기를 뭔가 다르다는 듯이 그 언행이 고르지 못한 것이 엿보이는 것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닐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아니고 정확히 셋을 해아려라, 다섯은 빼버려라. 대부분의 소원은 세 가지를 들어주곤 하죠.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아리스는 혼령의 말에 장난스러운 태도로 마치 무언가 의아하여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왜 굳이 5가 끼어 들었냐면 그것이 바로 농담이기 때문였습니다. 농담으로서 보일지는 재쳐두고요
"아무럼, 그대의 그 큰 아량에 감사해야겠네요. "
아리스는 그런 혼령의 말에 소리를 내지 않고 가볍게 손뼉을 치는 시늉을 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947 새노라 "지상 최고의 직녀의 손에서 지어지는 옷이니 못해도 당일 볼 수 있을 줄로 생각했더니, 이것은 내 계산 실수였던 모양이네."
뭐, 아무래도 좋아. 여전히 거만하게.. 뭘 바라는 건지 은근히 속 긁는 태도로 혼잣말인 양 읊조린 소녀는 손가락을 휘릭 휘저으며 "완성되거든 이 아이에게 입히면 돼. 저 스스로 모든 것을 진행할 거야." 라며 두둥실,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목각 인형이 뚜벅뚜벅 걸어가 새노라 앞에 섭니다!
"마네킹 삼아도 좋아. 완벽한 그 꼬마의 모조품이니까."
>>951 서준 관찰하듯 소녀가 서준을 빤히 바라봅니다.
"단호한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살포시 살포시 춤추는구나. 응응, 단호하기보다 부들부들하네. 단호하기보다....... 어 단호박 먹고 싶다."
...???
"나 단호박 먹여주면 안 돼?"
친구잖아.
라고 주장하지만 물론 친구는 아닙니다.
>>952 텐키 손이 올라갑니다. 결이 그닥 좋은 머리는 아닙니다. 잿빛이라 그런지 그저 보았을 때는 티가 나지 않는데, 직접 만져보면 묘하게 까칠까칠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텐키는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손이 내려갔을 적엔 분위기도 한층 부드럽게 풀린 것 같았습니다. 청이 우물쭈물하며 무심코 텐키의 손이 지나간 흔적에 제 손을 올립니다. 때아닌 봄바람이 산보합니다.
"..네. 그럼.. 텐키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관광객.. 분들에게 소개해줄 만한 완벽한 코스는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좋아하는 곳들은 소개해드릴 수 있어요."
먼저 이쪽.. 하며 청이 안내하듯 먼저 걸음을 뗍니다.
"들르신 적이 이미 있다고 하셨죠? 저희 절은 가을 풍경이 인기가 좋은 곳이지만 겨울도 즐길거리는 많아요. 연못도 얼어붙어 예쁘거든요... 네, 바로 저쪽... 네에, 여기."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연못입니다. 석탑 등으로 단정하게 꾸며졌으며 정자가 근처에 놓였군요. 녹지 않은 눈과 얼어붙은 연밥이 보입니다.
"물론 연꽃이 피기엔 아직 이르지만... 그... 개인적으로는 기다리는 시간도... 못지 않게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서... 온통 흰 것도 예쁘고. 경내 석산도 다른 지역의 사시사철 피어있는 석산에 비해면 기다려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 값어치 있는 것이 아니겠나요? 형상만 따지기에는 그러다가 지나치는 이 수많은 것들이 자못 아쉬워요."
이런 조용한 숲에서 이벤트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 애초에 오늘 같은 일이 있는게 더 드문 일이기도 하다. 물론 담력시험 장소로 꽤나 소문이 났는지 이따금 저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와서 길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말이다. 그게 인간이면 가끔은 식사도 하는 것이고 요괴라면 친절하게도 숲 바깥으로 안내해주는 것이지.
" 그래도 심심하긴 하구만. "
그 날 이후로 누군가를 마주치기 싫어서 음림으로 들어왔고 그런 삶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몸이 좀쑤시는 느낌이다. 애초에 어릴적부터 그렇게나 활동적이었으니 그럴 수 밖엔 없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이렇게 있던게 나이를 먹어서 생긴 참을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별 수 있겠는가. 아까 가져온 육포들을 자루에 넣기 위해서 오두막 뒷편에 있던 자루를 하나 끌고 온다.
>>959 부드럽지 않은, 야생적이 느낌의 거친 머릿결이지만, 그렇기에 텐키는 마음에 들었다. 요즘이라면 모를까, 먼 옛날에는 이런 것에 신경 쓰지 못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물론 청의 머릿결은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그리고 텐키 자신은 그런 과거를 잘은 모르지만. "편한대로 하렴." 하고, 호칭과 안내 경로에 대한 대답을 했다. 그는 은근히 능력을 운용하며 나긋한 온기를 품은 봄바람을 몰고는 앞서 걷는 청의 뒤를 따랐다.
아이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에 남은 눈과, 얼어붙은 연못이 있었다. 혹여 그 풍광에 방해될까 봄바람을 흩은 그는 느긋하게 고개를 돌리며 석탐과 정자, 봄을 기다리는 연밥을 눈에 담았다. 청이는 어디서 핀트가 잡힌 것인지 갑작스레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게 괜히 대견하여 텐키는 눈을 곱게 접었다.
'기다림'을 사랑하는 아이로구나. 아마.
"당연하지 않을수록 특별해지는 것도 있는 법이지?"
모를 일은 아니다. 사람은 흔히 잃고 나서야 아는 것이 있다고 한다. 곁에 있던 사람, 일상과 같은 물건, 평범한 하루의 시간. 늘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것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대수로운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결실이란 거저 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지. 오랜 기다림 끝에 맺은 열매가 더 달콤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을 하며 텐키는.. 뭐라고 할지. 무척 대견하다는 듯한 시선을 청이에게 보내고 있었다.
>>956 >>958 아리스 "스스로 벗어나는 건......" 에서 더 말을 할 것 같더니 애매하게 흐리면서 얼버무린 정체불명의- 그래요, 아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꽃의 혼령'은 아리스의 태연자약하며 여유로운 태도에 학을 떼듯이 "진짜 싫어." 하고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하더랍니다.
셋. 더도 덜도 말고 딱 셋. 원숭이 손은 다섯까지 헤아리거늘 하필 셋인 이유가 있을지요.
"그야,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자, 첫 번째 질문은 끝났어. 네게 남은 권리는 이제 두 개뿐이야........"
아니 이 혼령이?
>>957 생원 "글쎄요, 저의 정체. 그대가 느끼기에는 어떠하죠? 저는 무엇으로 보일까요? 만일 반대로 여쭈신다면, 당신은 제 눈에 순수하기 그지없는 순백의 요괴 쥐처럼 보입지요..."
아리스는 그녀의 질문에 굳이 혼령이 은근히 그냥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듯한 행동에 슬그머니 웃으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이 존재는 아리스의 존재가 언급과는 달리 아주 싫은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아니면 단순히 무언가 행하고 싶은 의지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가요, 단순 명쾌한 답이로군요. 결국, 들어주겠다는 것은 당신의 제의 이였으니까요"
아리스는 혼령의 대답에 긍정하듯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살짝 까닥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본인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니 딱히 무어라 지적할 필요성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애초에 무언가를 들어주겠다는 혼령 측에서 먼저 제안한 사항이므로 그 제안 사항도 마음대로 정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럼, 고전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을 법한 방식으로 가보죠. 당신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이름이나 정체성, 그리고 특징. 아무래도 좋죠?"
아리스는 혼령이 말한 그 남은 '두 가지 사항'에 그리 큰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방 금전의 태도에서 엿보이기를 이 혼령은 웬만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왠지 들기에 안다면 호기심을 충족하니 괜찮고, 이대로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을 듯한 방식으로 질문을 건넸던 것입니다. 환상향에서는 온갖 것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올바르게' 안다는 것이 더 드물 겁니다. 지금의 아리스에게는 말이죠. 그리고 가끔씩은 모르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960 시나키 트럭? 뭔 소리야? 입안으로 낮게 중얼거린 것 같은데 이게 맞을까요. 시나키가 제대로 본 것이 맞을까요......?! 동물귀는 시나키의 말을 듣고 미간을 좁히며 고민하는 듯보였습니다만, 오랜 고민이 되기 전에 다행스럽게도 목에서 검을 거뒀더랍니다. 허튼 짓하면 즉시 목을 베겠다는 눈치로 노려봤지만요!
"한 가지 묻지."
웃음기 없습니다... 검이 없어도 삭막합니다... 아니 검이 없다고 해도 저 검 납도하지도 않았습니다.
"네 근거지는 어디냐? 이곳이 어떤 이름을 가진 공간인지는 아나?"
아니 선생님 한 가지라면서요!
>>962 서준 "웅?"
턱을 괸 채로 소녀가 천진한 양 되묻습니다.
"난 단호박이 먹고 싶은데?"
사주기 싫어? 뭐 싫음 말아~ 하며 빙긋이 웃는데, 여전히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아니면 아예 대단한 목적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높은 확률로 요괴 같으니 이 소녀를 요괴로 추정해보자는 겁니다.
놀랄 것도 없죠.
요괴란 통상 이런 족속입니다.
>>963 아키히요 환상향이라고 해도 일상은 존재하는 법입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낙원이니 뭐 더 말해봐야 제 입만 아프겠죠. 육포를 소분합니다.
... ...
과연 사람 찾아오지 않는 음침한 곳이라서 누군가 틈날 때마다 대면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든 만남은 거의 우연으로 이루어졌죠. 이따금 감시인지 무엇인지, 대놓고 찾아온 일부 텐구나 '잊을 것 같으면 새가 쥐어 가져다주는 당신도 잘 아는 편지'를 제하면 말이지요.
아키히요는 무엇을 바랍니까? 이렇듯 잔잔하며 고요한 일상의 연속을 그저 유지하면 족한가요, 아니면 무언가 변화를 희망합니까?
>>964 텐키 "앗...."
열심히 말을 쏟아내던 청은 텐키의 반응을 보며 뒤늦어 살짝 수줍어합니다. 손끝을 톡 마주대며 우물우물 무언가 말할 듯 말 듯 하였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응. 이조차 아집일 수 있지만... 몹시나- 괄시해서는 안 되는- 중한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변치 않아서... 물론 기다림뿐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 그러니까.. 중한 것 중에 하나가 기다림. 이렇게 되지 않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