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낙원. 살아 숨쉬는 낙원. 꿈만 같아 안온한 낙원...... 하여 아름다운 낙원." "그리 이르더군요. 결계로 둘러싸여 갇혀졌기에 아름다운 낙원이자 이상향이렵니다. 대결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하죠. 그것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몽접 무당의 숙명." "이변은 환상향을 뒤흔듭니다. 결계를 위협하니 내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죠.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도 만무하니 어떤 면에서 놓고 보아도 무당이 가만히 지켜보길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지." "알아듣고 있습니까?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당신...... 나의 입장은 이해하죠? 아니, 머리채를 놓으라뇨. 혼나는 요괴가 어찌 입 밖으로 불만을 뱉습니까... 그러니까- 아이, 발버둥도. 자아 자, 조용. 쉬이... 옳지... 착하다. 아무래도 지금껏 귓등으로 들어오신 눈치니 친절히 처음부터 다시 말씀을 드려보자면..."
새노라는 입가를 가리며 방긋 웃고는 서랍에서 지필묵을 꺼내옵니다. 종이에는 이미 뭔가 쓰여있습니다. 일단 해주겠다고 하고 저택에서 내보내는게 좋겠습니다. 손해 입을 게 없어? 흡혈귀 그 싹퉁바가지들은 뭐만 삑하면 애처럼 삐져가지고 '감히 나한테!'라고 성내면서 뒤끝이나 부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흡혈귀만한 요괴가 자기 공간 속에 있다는 사실도 너무나 불편하니까요.
"호호호~ 본래 이런 식으로 계약하면 곤란한 것인데~ 당신께서 이리도 간곡히 애걸복걸(?)하니 하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져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사와요. 이번만 특별히 해 주는 것이니 다른 데다 소문이라도 냈다간 섭섭할 줄 아시와요?"
종이에 적힌 것들은 성별, 신체 치수, 원하는 형식이나 색상, 요금이나 서명같이 옷 제작과 계약에 필요한 사항들이 공란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문서로군요.
>>891 잿빛머리의 남자를 바라본 텐키는, 기분 좋다는 듯 미소가 깊어졌다. 유유히 떠도는 구름처럼 부드러운 웃음은 아마 보기에 썩 나쁘진 않을 듯하였다. 널직한 제 옷소매에 손을 집어넣은 텐키는, 곧 거기서 몇개 정도의 과자.. 센베를 꺼내들었다.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 개별 포장된 평범하고 흔하 센베.
"착한 아이구나. 혹시 과자는 좋아할까?"
살랑, 센베를 내밀며 갸웃거리는 텐키의 고개짓과 함께 풍성한 백색 머리카락이 흔들거렸다.
"산책 중이었어. 돌아가는 길도 알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신경써줘서 정말로 고마워."
천성이 소심한 것인지 자신이 말을 걸고 나서 괜히 웅크려드는 모습에 텐키는 가슴이 간질거렸다. 문득 귓가에 들리는 '선물이에요-'하는 어린 목소리들에 잠깐 눈을 감았던 그는, 곧 곱게 눈웃음을 지었다. 물건에는 기억이 남는다. 츠쿠모가미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이 우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922 새노라 새노라는 흡혈귀로 추측합니다. 정보가 부족하여 확신을 가지기 어렵지만 발언으로 미루어 보아 적어도 이 손님은 청연궁과 무언가 연관이 있군요. 흠, 무언가 더 관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손님은 그저 얄궂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습니다.
"반대로 이쪽의 방문도 함부로 소문내지 않는다면야 말이지.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익숙하게 필기구를 쥐고 정보를 써내려갑니다...
어디 보자, 성별은 남성(추정). 신체는 몹시 어린 소년의 것으로, 아까 전 마법진에서 소환된 목각인형과 똑같았습니다. 정확한 치수를 소수점까지 맞춰주는군요. 형식은 태서의 성직자와 같은 풍성한 것을 원하며 색상은 흰색을 베이스로 연한 금빛, 그리고 시안빛의 조합. 짝을 이룰 수 있는 포들한 베레모도 원하는 것 같습니다. 담백하면서도 낡지 않도록. 최고급품.
그리고 옷을 받을 자로서 옷을 지어주는 직녀의 은혜는 깊이 담아두겠음.
별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녀가 종이를 돌려줍니다!
>>923 생원 그 뒤로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생원 외의 존재가 아직 머무르는 기척은 느껴지지만요.
행동은 물론 생원의 자유입니다.
놀랍게도 말이죠!
>>924 텐키 "네?"
남성, 그래요 청년의 모습이었지요. 청년은 눈을 얼떨떨하게 깜박입니다. 선물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걸까요?
"좋아..해요. 응.. 감사합니다..."
분명 도움을 준다 생각하고 쫄래쫄래 온 것일러니 말이지요! 어버버하며 센베를 받고 지금 먹어도 될지 나중에 혼자 먹어야할지 그런데 손에 계속 들고 있어도 괜찮은 건지, 엷은 갈등이 눈빛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저기, 정...말로 괜찮으신 건가요?"
안 도와드려도 되는 건가요? 저 가도 돼요???? 이게 맞아?????? 사회초년생만 같은 덜떨어진 말투에서 의도가 환히 보이는군요!
>>925 서준 "꺄하, 놀랐다 놀랐어~ 어때, 내 실력 꽤 출중하지?"
말할 것도 없지! 대답할 필요는 없어. 말을 하기조차 전에 허세 가득하게 가로막고는, 소녀가 여전히 거꾸로 허공에 매달린 채로 깍지를 껴서 머리를 받쳤습니다.
"그냥 왔어."
엥?
"볼일이라면 이것도 볼일이지? 물론 이것도 당연하니까 대답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 그러니까 말인데, 뭔가 대화 소재 생각해봐! 나랑 대화대화 하자구. 이제부터 네가 운을 떼는 거야."
난 기다릴게! 꽤 제멋대로인 듯한 소녀는 새카만 흑발에 생명력이 없는 듯한 탁한 흰빛의 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꽤 현대적인 옷, 그렇지만 올화이트의 옷을 입은 소녀는 정말로 그 이후로 입을 꾹 다물고 서준을 기다리기만 했죠.
>>932 하나부터 열까지 어리버리한 청년의 모습은 뭐랄지, 참 앳되었다. 파릇한 새싹이 돋아난 것 같다고나 할까. 인간의 변화란 쏜살 보다는 유수와 같으니, 느긋하게 몇 년 지나 있으면 연륜이 쌓인 어른이겠지만 당장의 청년은 부드러운 칭찬이 어울릴 듯해 보였다. 길을 잘 안다는 것을 볼 때 아마 명하사의 사람으로 보이는 청년을 보며, 텐키는 옷소매를 입가를 가리고 쿡쿡 짧게 웃었다.
"물론 괜찮지. 하지만-"
동공이 흔들리는 듯한 청년과 마주한 채, 텐키는 연한 미소로 입가를 장식했다.
"만약 네가 귀찮지 않다면 네게 도움을 받아도 될까?"
그는 품에 껴안았던 우산을 양손으로 잡고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웃음 짓던 눈을 뜨니 어느새, 구름같은 백색의 눈이 푸른 하늘처럼 연푸르게 물들었다.
"이곳을, 산책 하는 건 처음이거든. 가끔 하룻밤 신세를 졌을 뿐이지. 그러니까 잠깐 같이 걸어줄래? 안내..응. 그래. 안내를 부탁해도 좋을까."
>>934 서준 "근본을 묻는다면 당연히 배추김치가 근본이지~! 라고, 어떤 애들은 그렇게 생각하더라구!"
자연스럽게 대화를 잇는 소녀입니다...
"그치만 그치만- 나는 동치미야말로 근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동치미가 좋아. 하지만 있잖아, 나는 갓김치도 좋아한다?"
방금까지 깍지를 끼고 있었거늘, 좋아한다-? 하며 짠 하듯 손을 펼쳐 보이지를 않나 이제는 근처 적당한 돌을 찾아 빙그르 돌아 똑바른 자세로 내려앉지를 않나. 보기에 정신 산만한 소녀군요. 흰 치마가 풍성하게 공기의 저항을 받아 우아한 자태로 내려앉습니다.
"무조건 하얀색만 고집하는 건 아니라는 거야~ 그거 은근히 편견이다? 하지만 걱정 마! 나는 편견도 좋아하니까. 애초에 싫어하는 친구가 있을까?"
? 있겠죠.
>>935 생원 혼란스럽지요, 암.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핍니다. 오로지 진달래꽃과 석산,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라고는 제대로 닿지도 않은 듯한 음침한 숲일 뿐이군요! 어디로 빠져나가야 좋을지도 막막합니다.
뒤편에서는 왠지 지켜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옷자락 소리가 느껴졌으며, 그에 반해 좀 걸어야 도착할 듯싶지만 저편에서는 어느 부드러운 성인 남성과 쾌활한 소녀의 목소리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생원의 훌륭한 청력으로 듣건대, 아니 생뚱맞게 김치에 관한 토론을 하는 것 같은데요? 생원이 김치에 관해 아는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요.
>>889 어?! 뭐야. 일본어잖아? 일본말 할 줄 아는 거였어? 게다가 목에 이건… 헉, 설마 진짜 칼인가?! 상당히 본격적인 인사치레시구만! 일본, 이미 폐도령 내려진지 오래 아니었던가?!
"아하하~ 아니아니, 저도 딱히 농담 같은 거 하고 있는게 아닌뎁쇼!?"
목덜미로 느껴지는 찬 감촉에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양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버렸다. 그런데 그런 위기감과는 별개로, 이상하리만치 왠지 현실감이 없었다. 이 낯선 환경 때문인가... 라고 할지. 애초에, 눈 앞의 이 녀석부터가 이상한 점 투성이라고. 동물 귀랑 꼬리를 달고있는 남자라니 실화냐. 이런 거 코스프레로도 거의 본 적 없다고!
"나는 도구츠 고교 3학년의 마나부 시나키.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올시다! …뭐, 행인이라고 해야하나. 꼼짝없이 길을 잃은 것 뿐이지만 말이야~"
헤실헤실 웃으면서 상대가 원하는것을 말해줬다. 나 미아요- 하고 스스로 말하기는 것도 뭣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폐도령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데다가 산좋고 공기좋은 곳에 열리는 코믹마켓이라. 흐음~ 역시 들어본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