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낙원. 살아 숨쉬는 낙원. 꿈만 같아 안온한 낙원...... 하여 아름다운 낙원." "그리 이르더군요. 결계로 둘러싸여 갇혀졌기에 아름다운 낙원이자 이상향이렵니다. 대결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하죠. 그것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몽접 무당의 숙명." "이변은 환상향을 뒤흔듭니다. 결계를 위협하니 내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죠.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도 만무하니 어떤 면에서 놓고 보아도 무당이 가만히 지켜보길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지." "알아듣고 있습니까?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당신...... 나의 입장은 이해하죠? 아니, 머리채를 놓으라뇨. 혼나는 요괴가 어찌 입 밖으로 불만을 뱉습니까... 그러니까- 아이, 발버둥도. 자아 자, 조용. 쉬이... 옳지... 착하다. 아무래도 지금껏 귓등으로 들어오신 눈치니 친절히 처음부터 다시 말씀을 드려보자면..."
아리스는 이 '존재'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의 질문을 그 나름대로 답해 주는 것을 보고는 서서는 턱을 괴는 시늉을 해 보이면서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이 존재는 평소의 방식과는 달리 다른 곳에서 하다가 이런 경우를 겪게 된 것이라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말이죠. 오래된 것도 아니고 처음이라는 뜻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갈라질 수 있겠습니다. 뭐, 굳이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변덕에 따른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아리스의 언행에 있어서 꽤 많은 비율을 가지는 동기이죠
"글쎄요, 재촉하고 싶으신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대의 이야기를 좀 더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점차 피어오르는데 말이죠"
아리스는 '존재'의 말에 대꾸하듯 그렇게 장난스러운 태도가 슬쩍 엿보이며 굳이 의문형으로 말했습니다. 그나저나 그저 그녀의 착각인 것인지는 몰라도 그 말의 언행을 보아하면 이 존재가 사실은 딱히 그렇지만 않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아리스 였습니다. 별것은 아니겠으나 어느 한 설화의 요괴가 떠올랐습니다. 아마노자쿠(天邪鬼). 마음, 의지, 그 뜻을 재주껏 알아내서는 그 반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려 하고 하도록 하는 요괴. 이것이 그리 맞는 비유는 아닐 테지만, 적어도 '원하는 것에 반대로 행한다', 라는 것 정도는 아마도 맞을 겁니다. 그것에 대상이 되는 것이 상대라기 보단 자신에게 향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 될 테지만요
"그럼, 불꽃의 형상을 갖춘 고독을 갈망하는 분께, 당신이 원한다면 떠나는 것은 가능하겠죠, 언젠가 되었든 저희는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디에선가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네요"
아리스는 그렇게 '존재'에게 향하여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안개의 호수는 아리스가 거주하는 곳임으로서 생각보다 쉬이 그렇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차 한 모금 후룩 마시고 새노라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이 손님 말을 아주 이상하게 하시네요?
'내가 아는 자가 네가 지은 옷을 무척이나 입고 싶어해. 나는 그 대리로 온 거고 말이지.' '생김새라면 대략 말해줄 수 있어. 그 외 많은 것은 힘들어. 나도 그 꼬마에 대해서 대부분 파악하지 못했거든.' '그 꼬마는 높은 확률로 곧 청연궁의 일원이 될 거야.'
"당신. 말을 대나무처럼 일관젹으로 하셔야 하는 것이와요. 그 꼬마의 소원을 알고 제게 대리로 온 거면 가까운 사이가 아니시와요? 그런데 꼬마에 대해 생김새 빼고 대부분 파악하지 못하셨사와요? 그런데 또! 엄청엄청엄청 중요한 청연궁의 내사에 꼬마가 엮인 건은 어찌 아시와요?! 그리고 당신이 쓰는 그 술법도 심상찮사와요!"
>>610 이 나라 고유의 양식으로 이루어진 사찰은, 그 이름값 만큼이나 거대했다. 백색의 텐키가 품이 큰 옷자락을 살랑거리며 걸어다니니 여느 때와 같은 풍경이 그를 반겼다. 이 나라 기준으로 참 이국적인 복장과 특징적인 우산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거리를 두게 하였고, 딱히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조금 아쉽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어딘가 미묘하게 고향의 양식이 슬그머니 스며들어 있어서인지, 텐키는 이 곳에 오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곤 하였다. 그의 기준으로 오랜 추억이 살금살금 간지르기도 하고. 주변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커다란 종이우산을 품안에 껴안은 채로 텐키는 걸었다.
>>868 서준 들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 분명한데, 어디선가 화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경쾌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이죠.
"그렇지? 죽여주는 경치지?"
하얀 것이 날아오더니 서준의 눈앞에서 빙그르, 거꾸로 돌아 서준을 바라보는 모습을 취합니다. 그렇습니다, 공중에서 말이지요. 머리는 밑으로 가고 다리는 위로 간.. 평범한 인간이라면 결코 불가능할 모습을 재빠르게 취해 보이더랍니다. 음영조차 보이지 않는 긴 흑발이 축 늘어지며-
"왁!!!"
난데없이 그것이 창백한 손으로 놀래키는 시늉을 합니다!
?? 아니 갑자기 무슨 시비야?
>>869 생원 눈을 뜹니다. 낯선 천장입니다. 아니, 천장이 아닙니다. 인공적이며 인위적인 향은 그토록 익숙했건만, 이제는 온데간데 없으며 다만 꽃으로 가득한 숲만이 볼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생원은 실험실이 아닌 바깥을 눈에 담은 적이 있습니까? 붉디붉은 석산을 본 경험이 있는지요? 자주빛 진달래꽃은 두 눈에 직접 담아본 과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어머."
적막한 숲에서 스스로 속삭이듯 감탄사를 뱉는 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만, 이에 반응할지 말지는 오로지 생원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870 아리스 "뭐, 뭐어- 야아... 갈 것같이 굴었으면 빨리 가버리라고. 완전 싫어."
적어도 이 정체불명의 것은 아리스의 선택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눈치입니다. ...아니면 아리스의 짐작대로, 스스로에게 향하는 아마노자쿠가 되었을 뿐일까요?
"어, 어디서 만난다니... 그렇게 끔찍하고.. 싫은 소리를..."
그것은 우물쭈물댑니다. 머뭇거렸지요.
"......좋아. 됐어, 너 같은 싫은 것. 끈질긴 것은 질색이니까 딱 세 가지 질문에만 대답해주는 걸로 하겠어."
뭔진 몰라도 내 이야기를 그렇게도 듣고 싶으시다면 말이야.
"알아듣겠어? 절대로 더 바라지 말고- 이 정도 자비로 만족하고오.. 끝나면 냉큼 꺼져버리라고..."
>>877 시나키 결심하고 목소리의 주인에게 말을 걸자마자 무언가 나타나더니 시나키의 목에 겸을 겨눴습니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그야 그 정도는 약과일 정도로 목소리의 주인은 이상한 점으로 가득했거든요... 나열해볼까요? 쫑긋 세워진 개과 짐승 계열의 귀... 멀쩡한 일본인이라면 알비노나 혼혈이나 염색 등등이 아니고서야 설명되지 않는 깔끔한 순백의 짧은 머릿결, 입은 것은 아마도 일본의 옛 복식 중 하나 같고요, 그리고- 세상에! 귀만 달리면 아쉽다고 개과 꼬리까지 달린 건가요, 저거?
"......"
침묵이 있었습니다. 은은히 화난 것처럼 미간을 좁히고 있던 의문의 남성은, 필사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시나키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묵직하게 입을 열더랍니다.
"우선, 이것은 형편좋은 장난 같은 것이 아니다."
?
"장난이나 농담같이 넘길 생각이라면 당장 때려치우는 것이 좋다. 질문에 답해. 어디서 온 누구냐, 너는?"
멀쩡한... 일본어인뎁쇼?
>>881 새노라 "하하."
소녀는 건조하게 웃더니 여유롭게 답했습니다.
"대쪽 같아 보이지 못했다니 유감스럽네, 하지만 100% 확실하지 않은 것은 함부로 세 치 혀에 올리지 않는 주의라서."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답해줄 수 있지.
"난 그 궁의 '주인이 되지는' 못해. 그렇기 때문에 네게 용무가 있을지라도 이렇게 어렵사리 전하는 수밖에 없지. 내 계산이 정확하다면 어차피 진실은 머잖아 알게 될 거야. 입씨름을 해야해? 설령 네가 의뢰를 거절한다 해도, 나야 손해 볼 것은 하등 없으니 간파 당했거나 말거나 꿀릴 것조차 없지."
"뭐ㅡ 싫은 것은 싫다고 당당히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필요한 법이죠. 어느 의미로는 소통 자체는 성립한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제가 그토록 싫다면 그렇게 행동하기를 바라기만 하지 않고 이곳을 스스로 벗어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것은 내키지 않으신가요?"
아리스가 가칭으로서 부르기를, 불꽃의 혼령. 이 존재는 지금 그녀의 언행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그런 척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 진실의 여부는 지금의 아리스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그저 모르고 있을 뿐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그것은 가까이 있을 지도 모르죠.
"하하, 그리 섬뜩할 정도인가요? 제 어떠한 것이 그리도 싫으신 거려나요"
아리스는 혼령의 말에 불쾌해 하거나 기죽기는 커녕 오히려 작게 한 번 웃고는 그렇게 마치 되묻듯이 말했습니다. 이 혼령에게서 어쩐지 그리 말하기를 뭔가 다르다는 듯이 그 언행이 고르지 못한 것이 엿보이는 것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닐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아니고 정확히 셋을 해아려라, 다섯은 빼버려라. 대부분의 소원은 세 가지를 들어주곤 하죠. 따로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아리스는 혼령의 말에 장난스러운 태도로 마치 무언가 의아하여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왜 굳이 5가 끼어 들었냐면 그것이 바로 농담이기 때문였습니다. 농담으로서 보일지는 재쳐두고요
"아무럼, 그대의 그 큰 아량에 감사해야겠네요. "
아리스는 그런 혼령의 말에 소리를 내지 않고 가볍게 손뼉을 치는 시늉을 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