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낙원. 살아 숨쉬는 낙원. 꿈만 같아 안온한 낙원...... 하여 아름다운 낙원." "그리 이르더군요. 결계로 둘러싸여 갇혀졌기에 아름다운 낙원이자 이상향이렵니다. 대결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하죠. 그것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몽접 무당의 숙명." "이변은 환상향을 뒤흔듭니다. 결계를 위협하니 내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죠.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도 만무하니 어떤 면에서 놓고 보아도 무당이 가만히 지켜보길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지." "알아듣고 있습니까? 사랑해 마지않는 우리 당신...... 나의 입장은 이해하죠? 아니, 머리채를 놓으라뇨. 혼나는 요괴가 어찌 입 밖으로 불만을 뱉습니까... 그러니까- 아이, 발버둥도. 자아 자, 조용. 쉬이... 옳지... 착하다. 아무래도 지금껏 귓등으로 들어오신 눈치니 친절히 처음부터 다시 말씀을 드려보자면..."
아가씨가 어떤 일을 두고 이야기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걸 알아내는 것도 숙제라고 할 수 있겠지. 얌전히 방에서 나가도록 하자. 그리고 어떤 요정을 찾아야 할지 생각해 보자. 우선 요정들은 죽지 않는다. 정확히는 죽은 후에 다른 곳에 부활하는 것이다. 죽은 동안에 어떻게 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내 힘은 요정의 힘을 빌리는 능력이기 때문에 요정이 죽으면 나는 그 요정의 힘을 빌릴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죽지 않는 강한 요정이 필요하다. 요정의 힘을 어디까지 빌릴 수 있는지도 중요하겠지. 요정은 자연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을 조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요정의 힘을 빌려도 하늘은 못 나는 거 같지만.
누군가는 아침을 싫어하겠지만, 나무 위에서 하룻밤을 보낸 텐키에게 아침이란 좋은 시간이었다. 새 우는 소리와 떠오르는 여명, 이슬이 내린 아침의 풍경은 잠을 깨우는 데 좋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뺨을 감싸는 찬공기와 함께. 사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감상에 젖는 일은 없는데.. 텐키는 오늘 유독 좋은 기분이 들어선지 꽤 아침 햇볕에도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좀더 바람을 차게 해 잠기운과 잡념을 떨친 그는, 펼쳐서 제 머리위를 가리게 두었던 우산을 잡고 가볍게 날아올랐다. 둥실, 둥실 떠오르던 그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근처의.. 명하사에 다가갔다.
>>370 아리 붉은빛, 푸른빛, 아름다운 매화가 겨울을 뚫고 피어자란 곳. 취기가 흐드러져 자칫 하면 혼취할 수 있는 도취의 화림에 아리는 나왔습니다. 요정이 일하고 있는 방금 청연궁과 달리, 당장 요정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흐릿하니 이런저런 소리가 주변에서 들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이를테면 요정들끼리 웃으며 속달거리는 소리라든지, 매화가 겨울바람에 휘날려 꽃비를 내리는 소리...
붉고 하얀 옷자락이 공기를 스치며 사륵거리는 소리라든지 말이에요.
몽접 무당입니다. 눈을 살며시 감은 채로 화림을 느긋이 거닐고 있군요... 기다란 백금발 머리카락과 붉은 매무새가 늦은 눈 내려앉은 화림과 그토록 한폭의 그림과 같이 걸맞을 수 없습니다. 멀지 않은 위치에 무당은 있는데 당신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거나, 내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했습니다.
>>378 인간, 요괴, 누구든지 바란다면 걸음할 수 있는 명하사. 그 위명에 더불어 규모까지 있는 사찰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보였다. 텐키가 많지는 않은 존재들 사이에 부드럽게 끼어들려던 찰나, 어주웅간하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친하다고 하기엔 좀 그렇고, 흥미 본위로 들렀던 곳의 주인인데-
"흐음."
왠지 향림당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과 달리 흰 숨을 뱉어내며 명하사에서 나오고 있었다. 둥실둥실 부유하며 텐키는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안녕? 좋은 아침이야."
부드럽게 미소 짓던 텐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많이 추운걸까?"
텐키의 주변 공기가 달아올랐다. 별로 넓지 않은 범위, 마치 햇볕에 물든 듯한 느낌으로. 물론 태양은 여전히 한창 떠오르는 중이고, 텐키의 주변 '날씨'만 대충 그런 느낌으로 변했을 뿐이다. 음, 괜찮은 친환경적 휴대용 히터다.
오늘 날의 아침, 아리스는 주택에서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려보기로 했고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결정을 그리 얼마지 지나지 않아서 번복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나쁜 것은 없었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육신은 편하고 안정할지 몰라도 정신은 별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루함이라는 상태가 그녀의 마음을 점차 매워가기 때문 이였죠. 네, 그녀는 심심했습니다. 그러므로 무언가라도 따로 행동을 하는 것이 더 낮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그녀는 거주하여 머물고 있는 이곳, 안개의 호수의 근방을 그저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며 산책을 하면서 기분 전환으로서 삼기로 했습니다. 이곳의 좋은 풍경을 즐기면서 무엇을 할지 천천히 생각 해보기로 했죠. 사실, 그녀가 바로 할 수 있거나 해야만 하는 여러가지 일이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가사노동이라던가요. 하지만 그건 제하고 우선 다음 목표로서 해볼만한 것은...
>>373 식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많아. 응. 떡은 물론이고.. 따뜻한 탕을 끓여 먹을 수도 있지. 더 좋게 대접해주지 못해 미안해질 정도로 말이야."
순수하게 깜박이는 눈입니다.
"돌려받지 않더라도 괜찮아.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해. 그래서.. 네게도, 나는 감사할 따름이야."
엷은 물빛의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그녀는, 식이 먹을 것은 줄 수 없어도 다른 것을 줄 수 있다고 하자 부끄러운 듯이 살몃 웃어보일 뿐이었습니다. 참 예쁜 마음씨를 가졌구나.. 그렇게 속삭이며 사양하듯 고개를 저어보인 그녀는 빨리 돌아가야하겠다는 식의 말에는 고민하듯 다른 곳을 멀리 바라보더니, 식을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그래야할지도 모르겠어. 난.. 생각보다 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할 것도 많고.. 너를 더 방해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야. 이만 가도 좋을까? 놓친 것은 없고..?"
작별인사를 기다리듯이, 혹은 다른 할 말이 있으면 듣고 싶다는 듯이 그녀는 얌전히 식을 기다렸습니다.
>>375 아키히요 햐읍, 하고 이상한 비명소리가 아스라하니 들린 것 같습니다....... 기분탓일까요? 아니, 글쎄... 그런 이상하고 자그마한 비명... 금빛 머리한테서 들려온 것 같은데요. 참으로 안쓰럽지 않을 수가... 아마 당신의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금빛 머리는 흰 한복 소매로 입을 살짝 가리며 눈을 안쓰럽게 깜박였습니다.
아키히요가 짐작건대, 이 금빛 머리가 말하는 '그때'라 함은 과거의 일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아니면 미래라는 뜻인데.. 으음, 단서가 적습니다. 말한 것이 어디 많았어야지요.
"참으로 염치 없게 되었네만... 아니, 습니다만.. 아니... 하여튼, 목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죄스럽게 되었으나... 용서해주시고... 하, 아하하..."
>>376 새노라 아침부터 새노라는 분주합니다. 뽕잎 바구니를 손팔로 가득이, 흰 누에의 잎 뜯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말이지요.
그런 새노라에게 누군가 찾아옵니다! 나무를 헤쳐가며, 흙에 쌓인 눈을 밟는 소리는 울리지 않는 채로 말이지요. 나뭇가지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아, 아으.. 하며 낮게 앓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한 비단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자인 걸까요? 아니면 그저 약한 새노라를 괴롭히려 다가오는 치인 걸까요.
당장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잠복해있을 새노라를 보호하는 텐구는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선명한 소리와, 쉽게 추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루어 잠깐도 되지 않아 이곳에 당도해올 테지요! 어떻게 할지는 오로지 새노라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떡을 주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웃고있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역시 그녀는 정말 많은 식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있는 것도 다 주는 것 같은데 저렇게 걱정없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놓친거?"
마치 무언가를 깨닫아 주라는 것 같이 들리는 그 말에 눈 앞에 있는 솥을 잠시 매만지며 생각했다. 솥은 그 짧은 시간에도 이미 식어버려서 손에 한기가 느껴졌다. 역시 뭔가 원하는게 있었기에 나에게 떡을 주었던걸까? 원하는게 있다면 분명하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마을에서도 좀 학식있고 높은 사람들도 분명하게 말하지않고 돌려서 자신의 의도를 밝히고는 했는데 그로써는 그걸 알아듣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 이 근처의 조금 큰 나무가 있는 장소에는 함정이 있으니 돌아가는게 좋을거야. 그리고.. 하늘을 잘 봐. 우리는 날지 못하니까. 그리고 여기에는 집이 없으니 다음에 여기에 와 봐야 아무소용 없어."
팔이 한 쌍 더 있어서 4개의 팔을 가졌다면 어땠을까요. 모르는 사람은 그냥 팔이라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새노라에게 팔이 4개였다면 뽕잎 주는 속도가 2배, 베 짜는 속도도 2배. 가위질 바늘질하여 옷 짓는 속도도 2배. 벌어들이는 돈도 2배가 될 것입니다.
돈은 돈을 낳으니 그 돈은 2배, 4배, 8배로 늘어나겠지요. 새노라는 자신의 팔이 고작 2개인게 한입니다. 일손을 구하면 어쨌건 팔 4개가 되는 셈이지만 돈을 엄한 곳에 나누기는 싫거든요. 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산의 과정이 새노라의 비전이랍니다. 남이 알면 좋지 않아요. 남이 알면.
"이 몸께서 화쟝도 없이 헌 쟉업복 입고 일하는 중에.... 어느 예의 없는 녀석이 약속도 없이 들어오려는 것이와요?"
것도 감히 대텐구의 비호를 받는 이 새노라님의 공방에! 경비는 가만히 앉아서 무엇 하는 것이와요? 새노라는 온실의 창문을 벌컥 엽니다. 겨울의 냉기가 와락 달려들어 새노라의 땀을 식힙니다.
짓궃은 적각의 웃음에 텐키는 유들유들한 미소로 대응했다. 아주 옅은 안개..그마저도 발목까지 올 뿐인 그런 안개가 적각의 등 뒤에 얇은 띠처럼 그어졌다.
"한 발자국만 물러서면 될 거야."
범위가 좁다고 할지, 한계라고 할지. 텐키의 능력은 그 범용성이나... 날씨를 다룬다는 특수함 덕분인지 범위나 위력은 대단치 못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요괴 평균은 가고, 범위 조절도 너무 넓지만 않으면 적당히 다룰 수 있었다. ...지금 적각의 등 뒤 까지인게 범위를 맞춘 건지 진짜 최대한 펼친 게 그정도 수준인 건지는 솔직히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