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타는 냄새가 복도 가득 진동한다. 왼 쪽 눈은 멀었는 지, 단순히 먼지가 들어가서 그런건지 뜰 수가 없었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열기와 연기가 폐와 기도를 태우는 것 같았다. 몸 속 세포 하나하나가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다못해 이젠 포기하라며 아우성치고 있었다.
전신에 감각이 없다...
"너희들이 이겼다.."
솔직히 인정해야했다.. 이 승부는 이길 수 없다. 능력자 둘을 상대로 고작해야 폭탄 몇개와 총 몇자루를 가지고 있는 일반인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 노아가 쓰러진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지금 그는 죽기살기로 싸우고 있지만 눈 앞의 적들은 그저 노는 것처럼 설렁설렁 봐주면서 싸우고 있었다. 웃음이 날정도로 어이없을 정도로 불리한 싸움, 이길리가 만무한 뻔히 보이는 싸움이다.
"생각했냐?"
하지만 싸워야했다.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뜨고 싸워야만했다. 목숨의 위협이 가까이 다가오자, 노아의 몸이 투쟁의식을 불태웠다.
"나 혼자 죽진 않아. 적어도 벙커 하나의 목숨과 아발란치 둘의 목숨이라면 싸게 먹히는 거겠지?"
빌딩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오래는 못버틴다. 저들도 나도.
총알과 폭탄이 다 떨어졌다. 이제 남은 건 한자루의 검 뿐이다. 가까이 있는 벤자민의 멱살을 잡고 그의 목을 노리려고 했다. 총을 쏴도, 불꽃을 쏴도 적어도 한놈은 잡는다.
"누가 봐도 우리 쪽이 우세해 보이지 않나요?" "도발도 우위를 잡아놓고 해야 통하는 겁니다, 멍청하긴~"
그리 말을 해오는 어조는 평온하기 그지없어 업신여기는 것으로도 들리겠다. 그는 곧 소매에서 부적을 꺼내 그걸 찢는다. 세찰 '광'이 적힌 노란 종이조각은 흩어져 바닥으로 나부낀다. 그것이 찢긴 직후에 노아의 뒤에서 더운 숨결이 느껴졌겠다. 머리통부터 소황된 도베르만은 노아의 머리를 물어 바닥으로 내리찍으려 했다. 그의 능력은 매게체를 필요로 하진 않으니, 이런 묘기를 보인 것은 일종의 블러핑이겠다.
- "운석은 애초에 떨어트리는게 최종 목표니까, 제어를 할 필요는 없지만.." - "으음- 아무튼 저 녀석한테 잡히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럴러비아는 저것이 무엇인지 아는걸까? 그 사이 검은 무언가는 이반을 잡는것을 실패하며 도리어 철퇴로 옆구리를 얻어맞았다. 거기에 이어 머스티어가 재빨리 접근해서 그것을 베어 넘기자 마치 점토마냥 몸이 푹 파인다. 옆구리는 박살났고, 동체에 손톱의 모양 그대로의 상흔이 남았다. 내구도 자체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감촉이었다.
[우르라라]
허나 순식간이었다. 그것이 입은 피해가 곧바로 흠집 하나없이 회복되면서 다시 달려든것이다. 거기다 순간이지만 움직임을 놓쳤고, 그것은 어느새 머스티어와 이반의 뒤쪽에 있었다. 심지어 양팔이 늘어나며 각각 머스티어와 이반을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 노아는 죽을 기세까지 더해서 벤자민을 공격했으나, 그 공격마저도 빗나가고 말았다. 자세가 무너졌을까? 아무튼 공격이 빗나간 틈을 타 세이메이가 소환한 도베르만이 노아를 물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다행이 그 공격도 실패로 돌아갔다.
투둑 툭-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뭔가 이상한것이.. 어떠한 외부의 충격으로 무너지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마치 노후된것마냥 건물이 풍화되며 무너지는 괴이한 현상이 건물안의 사람들에게 보인다.
처음엔 머리를 노렸으니 본능적으로 움직여 피했지만, 저 말을 듣자니 어디를 붙잡혀도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았다. 일단 내구도 자체는 형편없는지 우그러지고 푹푹 파이기는 했지만...
"허어."
요상한 소리를 내더니 금방 회복해버리곤 어느새 뒤로 돌아 그뿐만 아니라 머스티어까지 노리고 있었다. 아까도 처음에 달려드는 것 자체에는 반응하기 힘들었던 걸 생각해 보면 순간적인 가속이 엄청나게 재빠른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손을 내뻗고 있는 건 알아챌 수 있었기에, 그는 뒤로 물러서며 손을 노려 있는 힘껏 철퇴를 바닥까지 내리찍으려고 했다.
아슬 아슬했다, 공격 자체는 보이지만 그 과정을 놓치는만큼 반응이 늦는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붙잡힐 타이밍. 그러나 어쨌거나 이반은 공격을 피하며 자신을 노렸던 손을 철퇴로 내려찍을 수 있었다. 다만 그 순간. 그것의 손은 찍히면서도 철퇴를 붙잡았고. 푸슥- 하는 소리와 함께 철퇴의 자루 부분이 부숴지고 말았다. 다만 그것은 완력으로 부숴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붙잡힌 부분이 낡아지는, 정확히는 생명을 뺏기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
동시에, 머스티어는 공격을 피하며 사격했고 노림수대로 그것의 손을 박살내는데 성공했다. 허나 역시나 재생속도가 장난 아니다. 곧바로 수복되는 손. 또 다시 붙잡으려 하겠거니- 생각이 들 타이밍의 원패턴 공격들.
하지만 이번엔 그 기분나쁜 입이 쩌억- 하고 벌어진다.
소리가 섬광보다 늦었다.
그것의 입에서부터 일직선을 쓸어버린 규모와 위력의 레이저가 둘을 덮친다. - 노아는 다시 한번 벤자민의 목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공격은 빗나가고 말았다 -패시브 종료- 역시 피를 너무 흘린 탓일까. 이어지는 세이메이의 공격을 피한것까지는 좋았으나, 슬슬 체력의 한계, 그리고 건물도 한계로 보인다.
한편, 세이메이는 출구쪽으로 향하려다가 무너지면서 구멍이 뚫린 2층이 정말 우연히도 눈에 들어온다. 붉은 빛이. 아주 적지만 선명하게 새어나온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파편들이 기묘하게도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고. 마치 이것을 확인하라는듯 유혹하는걸로도 보인다. 허나 건물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고 잘못하면 큰일 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