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다행히, 복도에 있어도 알아보는 이 한명 없었다. 정확히는 알아보려고도 안 했던가. 분주한 움직임이었으나 이 방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이, 아마 아직 손님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님이 누구인가 호기심이 생길 법 한데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것은, 중원에서 나름의 살아남는 방법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 안에서 제 정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어젯밤의 일이 그저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일까? 그는 쯧 혀를 차면서도 쓰게 웃음을 뱉었다. 아내를 놔두고 또 하나의 정인과 밤새 술을 마시고, 밤을 지샌 것을 안 들켜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니. 죄책감과 모멸감이 울컥 차오르면서도 그 속에서 배덕감이 움찔거려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은. 한없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하. 나는,"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리려던 순간 제 정인 외마디 비명 듣고는 바로 문 열고 방 안쪽으로 들어간다. 우당탕, 하는 소리보다 문 열며 내는 쾅 소리가 더 컸을까. 다급히 방 안쪽 살펴보니 제 정인이 그대로 엎드려있는게 보였다.
"...몸이 불편하시면 말해달라 했잖습니까."
그러고보면 공자는 조금, 연약한 편이셨으니. 참상 보고는 조용히 제 정인 타박했다. 부끄러운건 알겠지만 아픈걸 숨기면 안 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정인 쪽으로 가서 바닥에 놓인 겉옷 주워든다.
"제가 옮겨드리겠습니다. 잠시."
정인의 몸 천천히, 몸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일으켜 얇은 옷이 안 보이도록 위에 겉옷 덮어주고는, 그대로 다리와 등 아래에 팔 받쳐 정인을 안아들었다. 세간에선 공주님 안기라고도 하던데, 뭐...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정인 역시 팔다리가 긴 편이라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가는 선 때문인지 상당히 가벼워 안아드는데 불편함 없었고.
물론 신체적으로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떨까. 적어도 그에게는 조금, 불편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는 상황에, 더구나 마음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밀착해있어도 되는걸까. 안아들며 닿는 감촉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아 더욱 그랬다. 얼굴도 묘하게 가까운 기분이고. 잠깐, 원래 이게 이런 느낌이었던가? 얼굴 가까워 팔 내리면 그대로 제 정인 흘러내릴 것 같아 어쩔 줄 모른채 그저 안아든 팔에 힘이 괜히 더 들어갔다. 긴장한 탓인지.
"루주께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아마 루주라면 아픈 곳도 치료해주실테니."
이곳 루주와 제 공자를 친분이 있어보이기도 했으니 아픈 제 정인 데려다주면 그녀가 알아서 치료해줄 것이다...만, 눈치는 엄청나게 주겠지. 상당히 공자를 아끼는 것처럼 보였으니... 아마 어디가 아픈지 공자께서 고하면 곧바로 알아버리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니 귀가 살짝 빨개지는 기분이 들었으나, 그는 기분탓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문은 이미 열려있었으니 제 정인 안아든채로 천천히 계단 내려가 야월루주에게로 향한다.
재하는 자신의 몸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날이 제법 많았다. 왜 자신은 남들보다 배로 허약하게 태어났는지, 병치레는 왜 이리도 잦은지, 어찌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는지, 하물며 이 순간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지. 생긴 것도 남들과는 다르면서 몸뚱이도 남들과는 다르다니. 대체 자신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렇게 태어났는지 다시금 뼈저리게 곱씹고 부끄러움에 스스로를 원망했다. 머리카락 우수수 쏟아질 적 후들후들 떤다. 욕이라도 시원하게 뱉고 싶었으나 당신이 문을 여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
그래, 수치스럽다. 이 자리에서 못 박고 넘어가자면 수치스럽다 못해 몸이 건강했더라면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며 창밖으로 뛰쳐내리고 싶다. 아니, 뛰쳐내리는 걸로는 모자란다. 재하는 다시금 자신의 병약함과 수치조차 참지 못하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 멍청아…….라고. 차마 고개 들지 못했던 재하는 부끄러움에 떨리려는 목소리를 꾹 눌러내며 하나하나 글자를 뱉었다.
"폐 끼치고 싶지 아니하였는데……."
당신은 내 부끄러움의 깊이에 대해 알지 못해……!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내면의 재하가 거의 울듯이 외쳤으나 겉은 평온하다. 당신이 몸을 조심조심 일으켰을 적, 앞으로 쏟아져 산발이 된 머리를 뒤로 재하 멍하니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린다. 옷 걸쳐줄 적 그 조심스러운 손길에도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린 것이다.
"자, 잠깐-"
안겼을 적 얼굴 온전히 드러나니 열감 참지 못하고 눈물 그렁한 눈과 농익은 과실처럼 달아오른 뺨, 거기다 고이.. 아니, 꾹 다문 입술이 재하의 심정을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부끄럽다.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천마님께 빌어 먼지가 되어버리고 싶다…… 눈앞이 다시금 핑핑 도는 것 같았다. "무겁, 다니까요……." 스스로 말해도 효과가 없다. 그리 무거웠으면 무릎에 앉지도 않았겠지, 이 멍청이 재하야! 내면의 재하가 벌써 스무 번째 스스로를 타박하고 있었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풍성한 속눈썹으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물쭈물 대던 것도 잠시, 재하의 속눈썹이 순간 위로 휙 치켜 뜨이더니 당신을 온전히 쳐다본다.
"자, 잠깐만, 누, 누ㅇ, 아니, 루주에게 갔다간-"
재하 차마 버둥거릴 수도 없어 품에 안겨 가면서도 결국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푹 덮어 가렸다. 천마님, 제가 먼지가 되고 싶은데 이미 천마님의 눈엔 제가 이 너른 중원의 먼지겠지요……. 야월루주의 방은 사치스럽되 사치스럽지 않다. 주 루주, 그 작자와는 다른 길을 걷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재하가 제법 늦는구나 생각만 했을 뿐이다. 적어도 방의 문이 열리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루주의 삶을 살기 전에 무슨 삶을 살았는가. 홍화루, 그 하처下處에서 접객하지 아니하였던가. 그렇기에 지금 안겨오는 사람도, 안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못 살아."
문제라면 저 둘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됐다는 점이다. 둘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은야는 비틀거리다 자리에 앉았다. 한 무릎을 세우고, 세운 무릎을 괸 손으로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와락 쥐었다. 구겨진 옷감이 미래를 여실히 설명하는 듯했다. 은야 깊게 한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