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달 뜨지 않는 밤은 항상 두렵다. 어두운 방은 호롱불 하나 켜지 않았다. 창문은 굳게 닫혔고, 느릿한 손길이 발을 치고 향로를 피운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몽롱한 향과 함께 어둠 속에서 인영이 움직일 때마다 일렁이듯 스치더니 이내 침상 위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듯 앉는다. 자신만의 방이 생기고, 집이 생긴 이후로 단 한 번도 이 달 뜨지 않는 밤마다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향에 취해 정신을 잃듯 잠들지 아니하면 홀로 주취 하여 무덤에 가 춤을 출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흑야, 내 아해야. 이리 온."
범무구가 조심스럽게 발을 걷고 들어오자 재하는 손을 뻗었다. 마치 의식처럼 능숙하게 범무구의 머리를 안아주고 두어 번 쓸어주더니 자신의 무릎 위로 머리를 베고 눕게끔 했다. 향에 취하기 전까지는 안정할 것이 필요했다. 과거에는 안정할 것이 없었기에 먹으로 꽃과 나비만 주야장천 그려댔다. 어느 날에는 이 의식을 멈춰볼까 하였으나 스스로 그만두었다.
재하는 느릿하게 범무구의 머리를 쓸었다. 부드러운 손길과 달리 범무구를 보고 있지 않다.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발 너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도사리는 과거를 노려보고 있을 뿐. 재하의 귀를 타고 앳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
범무구는 이제 이런 일에도 익숙한지 얌전하게 눈을 감는다. 자신의 형제가 홀로 중얼거리고, 홀로 질문하다, 홀로 답하는 독백의 시간이 필요함을 그리 명석하지 못한 머리로도 이해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 무엇이길래 저리도 발버둥 치는 것인지 궁금 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형제가 이런 날이 되면 늘 어떠한 기억 속에서 한참을 골몰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사내아이로 태어나 계집으로 자라였으니 꽃다운 시절 루주에게 삶을 바치고."
덤덤하게 독백의 첫마디가 울린다.
"나는 본래 사내 아이다. 나는 진정 계집이 될 수 없다. 쉬운 가사조차 틀려먹는 연유는 그것이었단다. 아무리 귀한 비단 옷을 걸치고, 향유를 바르고, 연지를 입에 문다고 한들 나는 사내 아이다. 하지만 나는 계집이다. 진정 계집이 될 수 없어도 계집이다. 쉬운 가사는 이제 틀리지 않는다. 피와 땀을 흘리고, 비구니의 목을 치고, 아내가 생긴다 한들 나는 계집이다."
달음박질치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마한 달음박질은 다섯 걸음도 채 걷지 못한다. 머리채를 휘어잡혀 새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재하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아해야, 사랑스러운 나의 아우야. 그 누구도 내게 손 뻗지 아니함을 알았을 때의 비참함을 아느냐."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 장식품은 구경해야지 손 뻗으면 아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계집도 아닌데 사내도 아닌 기이한 것, 여인 다운 몸가짐을 가졌음에도 구실은 하는 것, 손 대기엔 새하얗기에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것.
"……흑야, 나는 인간임에도 인간이 싫다."
재하는 덤덤하게 중얼거렸다. 복도가 울릴만치 세차게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악에 받쳐 외치지도 못하고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발 너머의 기녀들은 문을 닫는다. 점소이는 도우려는 손님을 막는다. 구경거리라도 된 듯 홀로 외로이 복도를 달리는 소리와 뒤쫓는 소리가 울린다. 발 너머의 시선을 재하는 마찬가지로 노려봤다. 이내 난간에 기대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우악스러운 손길이 뻗칠 적에 눈을 감았듯, 재하는 눈을 내리감았다.
"인간이라는 것은 역하다. 같은 인간임에도 다르다는 이유로 끔찍이 여기고, 그 다름이 조금이라도 흥미를 끌면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 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로는 그 수단을 통해 새롭게 잇속을 채우려 들며, 추잡한 욕구를 채우려 들지. 타인의 고통을 유희로 삼고 누군가의 생존을 우습게도 여긴다. 태도는 어떨까, 여반장 아니더냐."
루주가 목이 부러져 죽었을 때, 그제야 점소이도 기녀도 너 나 할 것 없이 괜찮으냐며 우르르 몰려온다. 그렇게 차디찬 시선을 보내놓고 루주가 죽어버리니 어떻게든 새 루주를 찾거나 와해되기 전 가장 수익 좋던 것으로 실속 하나 챙겨보려 했던 것임을 재하가 어찌 모를까.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들의 숨을 사랑하고, 동경하며, 경외한다. 천마님의 긍휼한 은혜로 빚어진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하는 그들을 사랑했다. 잠시 호흡을 하기로 했다. 덤덤히 뱉고 있었으나 기실 숨쉬기가 어렵다. 늘 그랬다. 자신이 환멸을 느끼는 것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으면 했고, 사랑하고 있음만 알고 있기를 바랐다. 언제라도, 그 언제라도. 하물며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요괴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가장 신뢰하는 존재이기 때문인지. 재하는 범무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내 추잡한 욕구를 채울 수 없었으니 어찌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있을까."
사랑한 만큼 사랑받고 안전할 수 있다 생각했었다. 이젠 아니지만. 재하는 범무구의 머리를 느릿하게 쓸어주며 고개를 돌렸다. 무릎을 베고 누웠지만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멀리 던진다. 슬슬 향에 취하기 시작했는지 감정이 속절없이 교차해온다. 단어는 이제 고심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튀어나온다. 본심은 이리도 쉬이 튀어나왔다.
"나는 인간이 싫다. 나 자신도 인간임이 너무나도 싫어 어찌할 수가 없구나…… 네가 부러웁다. 너무나도 부러웁다. 그들과 같은 숨을 쉰다는 사실이 끔찍하기 그지없고,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끔찍하다. 그렇지만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인간의 사랑을 박살 내었다. 그리고 이리도 인간이 싫다 하고 있으니 어찌, 끔찍하고 이기적이지 않더냐."
비참함에도 목 놓아 울지 못했다. 한때 울부짖었던 적이 있으나 달 뜨지 않는 밤에는 다르다. 비단옷에 눈물이라도 묻으면 고개가 돌아갈 것이다. 재하는 가늘게 떨리는 손을 애써 움직였다.
"삶은 각양각색이니 받아들이는 것 또한 몹시도 다르더구나. 내 삶은 비참하였어. 각양각색의 삶 중에서 어찌 나는 비참하게 살았던 걸까. 나는 여전히 무섭다,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아프다. 여전히 나는 감찰국장이되 기루에서 제일가는 노리개다. 이 또한 천마님의 시련이라면 내 받아들이지만, 나는 어찌해야 할까."
이젠 희미한 흔적만 남은 다리는 이따금 불타듯 아프고, 눈물을 흘릴 적엔 비단옷에 눈물을 닦았노라 뺨을 맞았을 때처럼 뺨이 홧홧할 때도 있었다. 한 아이가 태어나 지학이 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삶에 새겨진 큰 상흔을 지울 수 없었다. 약 15년의 삶 동안 나아지는 것은 없다. 떠올린다 해서 '그땐 그랬지.'라며 무뎌진 반응을 보인다 한들 아픈 과거는 아프다.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외면하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여전히 달 뜨지 않는 밤에는 아릿한 술 냄새와 남령초 태우는 매캐한 냄새, 그리고 향유의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나는 사내이자 계집이며, 인간이자 인간 사이에서 인간이라 불리지 못했다."
하여 인간이 싫다. 이런 나를 받아들일 자는 아무도 없으니. 차라리 요괴라도 되었더라면 인간들이 내 존재에 대해 납득이라도 했겠지. 향에 취해 몽롱하게 늘어지는 목소리가 아득해진다.
"상공相公이, 상공이 보고 싶구나, 그 존재는 나를 받아준다 하였는데, 어찌 나는 그 존재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일까, 아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만 더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었더라면 나는 다시금 부정당하지 않았을 터인데, 비참하다, 비참하기 그지없구나……."
몸이 휘청이다 허물없이 쓰러지자 범무구는 재하의 무릎에서 몸을 일으키며 이불을 덮어주곤, 천천히 발을 걷었다.
당일날 약속을 깸: 이유는 들어볼 듯, 단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 소중한 물건을 망가트림: 이유는 들어볼 듯, 단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22 나한테 거짓말함: 오히려 좋음. 순해 빠진 녀석이 아니니 좋다 나를 다치게 함: 오히려 좋음. 한판 붙어볼만한 녀석이니 마음에 든다 타인을 다치게 함: 크게 상관없음. 상대가 다쳐옴: 지고 다쳐오면 문제지만, 이기고 다쳐오면 칭찬 나에게 대듬: 오히려 좋음, 들어볼만한 이유로 대드는 거라면 들어볼 생각도 있음 밥을 안줌: 이런- (무림비사는 상황극판의 심의 기준을 준수합니다) 같은 ㅡ!
잔뜩 흐트러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하듯 이마를 쳐박고. 힘겹게 숨을 쉬었다. 입술 사이로 비릿하고 찝찔한 냄새가 역류한다. 날숨을 내쉴 때 말라가는 강물처럼 생명의 원기가 모락모락 흩어지고, 들숨을 쉴 때 무심한 야지의 냉기가 폐부를 찌르며 빈 공간을 채웠다. 소름끼치는 시려움에 몸서리쳤다. 마교 괴물에게 틀어잡혔던 순간만큼은 아니어도 그 때와 비슷했다. 죽음이라는 놈이 바깥에서 피부를 뚫고 뱃속으로 파고드는지, 아니면 내 안에 숨어있던 죽음이 때를 만나 날뛰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죽음은 밖과 안에 함께 존재했다.
' 장차 나와 내 육신이 분리된다. '
돌이킬 수 없는 변화. 그녀는 자신에게 찾아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검으로 살생한 이가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죽음의 본질을 경험한 이상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불완전하다. 육신의 무용함을 머리로는 아나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절벽 앞에 선 자와 같이 죽음은 아직 두렵고 육신의 감각이 정신과 영혼과 감정을 물어뜯는다. 숱하게 남의 배를 찔렀던 지팡이검은 대가리를 돌려 제 주인의 배를 찌르고 있다. 지팡이검에게 생명이 있다면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겠지. 그녀도 그것을 참고 있다. 이마의 땀방울이 턱을 따라 떨어진다. 등을 뚫고 나온 검 대가리와 그녀의 몸뚱이 사이에 피가 거미줄처럼 늘어졌다.
이것은 자해가 아니다. 정답을 미리 알고 풀이를 찾는 과정이지. 모로 가도 다다르면 순서는 상관없지 않겠는가. 그 정답에는 미동 없이 소신하는 고승의 경지가 있다. 육신이 오체분시를 당해도 그녀가 원한다면 행복함을 느끼고, 천상천하의 갖가지 향락 속에 빠져도 그녀가 원한다면 괴로워지는 경지. 육신의 감각이 그녀를 휘두르지 못하게 되는 경지. 나와 육신의 분리. 혹자는 육신에 모든 것이 있으며 나의 모든 것은 육신에서 비롯되어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그 자의 경지에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탈각하여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면 육신과 정신의 주종관계를 뒤집어야 할 것이다.
"아아아아악-!"
찌를 때는 망설였지만 뽑을 때는 한 번에. 구멍이란 구멍에서 온갖 것이 새어나온다. 곧 선술의 묘리에 따라 구멍난 곳은 땜장이 땜질처럼 메워지고, 그녀는 뱃속에서 구렁이가 기는 감각에 모로 누워 허벅지를 옴질거렸다. 지금은 고통스러워도 고통을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무뎌지리라. '다치면 괴로우니 피한다' 라는 근본 욕구를 거세하고 '망가지지 않도록 다룬다' 는 생각으로 갈아끼움이 목표이다. 온전히 아픔을 느끼고, 여러 번 죽어야 한다. 육신의 고통은 신호에 불과하다. 육신은 무용하다. 그녀는 등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고통을 음미했다. 검도 처음 배우면 하루같이 부숴먹기 마련.
그래, 많이 깨먹어야지. 검도 육신도...
아픔이 사라져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계속 누워있었다. 가만히 누워서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하여 생각했다. 육신의 분리는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중간 과정이다. 그녀가 승천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이야기를 끝냈던가. 육신이 분리되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육신. 육신과....
' 나와 육신을 분리할 수 있다면, 정신은? '
일자의 파편인 진아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마지막에 남는 가장 순수한 것이라고 하였다. 육신과 대조되는 정신이라고 분리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육신을 분리하고 정신을 분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파생되는 모든 질문이 그녀에게 전인미답의 경지였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의문은 없었다. 애초에 정신을 분리한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육신이 죽고 살아나 육신 분리의 과정이 시작되고, 정신이 죽고 살아나면 정신이 분리되는가? 정신이 분리되면 어떤 상태에 놓이는 것인가? 그것은 자아의 파괴를 의미하는가? 정신과 자아는 어떻게 죽이는 것인가? 견디기 힘든 고통에 빠지면 사람이 백치가 되는데 그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육신이 정신을 지배하여 육신의 파괴가 정신의 파괴로 이어지는 낮은 경지의 논리다. 백날 그녀의 육신을 찢어봐라. 정신이 망가지나. 문득 감정이 희박한 초절정과 화경의 고수들을 떠올렸다. 그곳이 길인가. 여전히 그녀는 답할 수 없다.
"얼얼하구나......"
그래서 지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손으로 흉터 하나 없이 되돌아간 배를 쓸어내렸다. 배가 익숙해지면 다음은 목이다. 다음은 가슴이다. 다음은 눈이고 입이다. 점차 육신의 본능이 강하게 거부하는 곳까지 검으로 범하여 들어가게 되리라. 마사지라고 생각하자. 골고루 해야 좋은 것이다. 이것은 가장 깊은 곳에 잠든, 가장 순수한 진아를 깨우는 자극이라.
>>283 별건 아닌데용 지원이랑 재하랑 뱃놀이 했음 좋겠어용.. 노잡이 없는 조그마한 배 타고 호수에서 은은하게..... 암튼 좀 경치 좋은 곳에서 멈췄는데 한명이 움직이면 배가 그쪽으로 기울 거 아니에용?? 그럼 뭐겠어용?? 넘어져용! 받아주려 팔 뻗는데........ 이후부터는 유료인 거에용; 진단 주세용(날강도)
1분 30초 안에.. 혹은 그 이전에 머랭을 칠 수 있다? 갑자기 부러운 거에용 우리집 휘핑기보다 낫네...... 심지어 저기 머랭 치는 청년은 손등이랑 팔에 힘줄 돋을 텐데 되게 부럽네... 재하야 옆에서 빤히 지켜봐주렴..(?) 자유롭고 바람기 있는데 번개 속성이면 제우스 맞잖ㅋㅋㅋ아용!!!!!! 제우스 지원 둘다 첫 초성 ㅈ랑 ㅇ니까 맞네.. 고민 숨기는 편이냐구용 ㅠㅠ 속앓이 말구 재하에게 훌훌 털어놓았음 좋겠어용 지원아아아🥺
이제 값을 해야겠군용.. 뱃놀이 배가 기울고 넘어진다..? 받아주려 팔을 뻗는데 어이쿠 배가 또 기우뚱이에용! 그렇게 중심을 못 잡고 잡아준 사람이 품에 안은 채로 뒤로 넘어가듯 주저앉는 거에용.. 그런데 기가 막히게.. 배의 균형이 맞아버리고.. 한 사람은 품에 안기고 다른 사람은 품에 안은 채로 배 끝자락에 걸터앉듯 앉아있다가 서로 얼떨떨하게 눈 마주치는 거죵..
그런... 후레적폐썰 생각을 잠시 했어용.. 뭐 이거 말고도 한쪽이 내공도 운용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잔뜩 취했다 썰이나 저번 새벽에 푼 같은 방에서 잠만 잤다 썰이나 등등....... 생각만 많은 거에용..
팔이랑 손등에 핏줄 돋는건가용... 홍홍 옆에서 빤히 바라보는 재하 보다가 재하 와보라고 하고 휘핑치게 시킨 뒤에 자긴 뒤에서 재하 손 잡고 휘핑치는거 도와주는 지원이 생각나네용... ㅋㅋㅋㅋㅋㅋㅋ ㅇ아아니 어쩌다보니 제우스가...맞네용? 초성까지 ㅋㅋㅋㅋㅋ 지원이가 들으면 경악할듯... (지원: 아니 내가 저런 바람둥이 신이랑 매칭..?) 재하에게 훌훌 털어놓기에는 고민도 많고 업보도 많아서(?) 그래도 재하가 눈치채면...그땐 털어놓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용?
홍홍 이거 완전 맛있네용... 얼떨떨하게 눈 마주치다가 안아준 쪽이 살짝 입맞춰주고 반대쪽은 당황해서 눈 동그랗게 뜨는데 살짝 달빛 비추면서 표정 환히 보이는... 그런게 생각났어용 홍홍... 아 맛있다...
일상을 말하시는 거라면 전 완전완전 좋아용~~ 근데... 요새 텀이 좀 길어서..! 그래도 괜찮다면용!!
뭐라고용? 백허그 머랭? 뒤에서 살짝 지원이 올려다 보다가 머랭 치는 거 도와줄 때 개미만한 목소리로 혼자 할 수 있사와요.. 하고 중얼거리는 거에용... ㅋㅋㅋㅋㅋㅋㅋ 경악한다니 스불재란다 남둘망아..(?) 업보도 ㅋ..ㅋㅋ....ㅋㅋㅋ그쵸 업보가 많?네 털어놓을 때면 무릎베개도 해주고 요시요시 잘했다도 해주는 거에용 홍홍
하... 맛있네...... 휘영청한 달 말고 살짝 어스름한 그믐달이라 은은한 듯 어둡게 비쳐야 존맛이에용....
저도 겨울 시즌이라 그런가 텀 완전 길고.... 추우니까 집에 오면 글뇌도 체력도 방전나더라고용...(아득한 겨울체력을 봄) 전 괜찮아용~~
그는, 어울리지 않게 술을 좋아했다. 흥청거리며 마시는걸 좋아한다기보단, 좋은 술 여러가지를 마셔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기루에 들리는 것이다. 비록 7년 전만 하더라도 그와 기루는 거리가 먼 관계였으나 지금은? 꽤나 가까워진듯 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술을 마시기 위해 기루를 찾았다는 것은 그의 정인을 찾기 위한 좋은 핑계였으니.
그는 알고 있었다. 더이상 제 정인이 기루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이따금씩 이곳으로 찾아온다는 것을.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사실, 미리 연락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렴 어떤 것이지만.
'여기도 꽤 친숙하구나 이젠.'
처음 그가 제 정인을 만난 기루. 그는 거기서 조용히 귀한 술과 간단한 고기안주 정도를 시키고는 방 안에서 자리를 지켰다.
저 문이 언제 열릴지는 모르나 그것을 기다리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었으니. 그는 술과 함께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기다림과, 약간의 설렘을 동반한 두근거림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것이어서, 마치 그가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용! 처음부터 취하게 만들까 하다가 돌리면서 천천히 누가 취할지 정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아예 마시기 전 상황으로 들고왔어용!!
교국의 감찰국장 재하 이하 각설. 많은 이가 알다시피 재하 남령초도 피우지 아니하고 여색을 가까이하지도 아니하며 사치 또한 멀리하는 자니 청렴결백한 사람이요 희디흰 외모만큼 깨끗한 사람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으나 답지 않게 애주하는 면이 있었다. 정확히는 홀로 마시는 취미 있었으나 그 양을 자제하고, 주취는 물론이요 명정하지 아니하는 재주 가지고 있었으며 후처리도 깔끔하니 달리 문제랄 것도 없었다. 비록 잠이 오지 아니할 적엔 술을 약처럼 써대지마는.
그런 재하가 기루를 찾는 것은 양질의 술을 찾고자 함도 있으나 기실 밀회를 갖기 위함도 있었다. 7년 전 기루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연을 기점으로 기어이 교국의 청렴결백한 감찰국장이 아닌, 하나의 마두 재하를 따라 난간 밑으로 내려온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창천 남궁 세가의 비룡이라 일컫는 지원이요 재하의 은밀한 애인이었다.
"포곡조는 어디에 있습니까?" "알 품고 기다리고 있지."
기루에 들어설 적 재하의 유년을 지켜준 누이이자 야월루의 루주, 은야는 재하가 들어오자마자 뱉은 질문에 느긋하게 답하며 늘 만나던 방으로 안내하고자 하였다. 재하는 그 사실에 한숨을 쉬며 멱리의 구겨진 비단을 손가락으로 잡아 대충 끌어당겼다. 비룡의 얼굴이 알려졌는데 무슨 대담한 포부인지 아내도 있는 사람이 이곳에 오는 건지. 제 나름의 수라도 있는 건가? 허리를 굽히며 뒷걸음질로 물러나는 은야를 흘긋 보던 재하는 조심스럽게 문을 일정한 박자 세 번으로 두드리고는 열었다.
"……."
어떻게 대처했는지 걱정하기도 잠시, 새카만 머리카락이요 반쯤 감긴 눈 마주하자니 그런 생각도 녹아버린다. 배덕감이 몰아치지만 그보다 애정이 더 거세게 밀려오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도톰하게 다물린 입술이 은은한 호선을 그으면 눈매는 물 찬 제비처럼 호선을 긋는다. 기다란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워 특유의 수심 어린 미소에 애처로움과 수줍음을 더하니, 문을 닫고 한 걸음 두 걸음 사뿐사뿐 걸어올 적의 걸음마저 조신하다.
"……대협."
최상층은 널리 트인 1층처럼 입식이 아닌 좌식이었기에, 조심스레 무릎을 꿇고 마주 앉았을 적 옷 나부끼는 소리 나지 아니하도록 유념한다. 재하 소맷단 너머로 빼꼼 드러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잠깐 제 입가를 가리며 머뭇대더니 당신을 곁눈질로 살짝 훑었다.
얼마나 기다림을 즐겼을지. 문 너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그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맺혔다. 문 너머의 이가 내는 발소리, 걸음 사이의 간격, 문을 두드리는 특유의 박자까지. 그가 아는 사람이다. 그가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문 열리자 반쯤 감긴 눈 살며시 떠 제 정인 똑바로 바라보았다. 애정, 연모,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감정이 안에서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입술이며 눈매며 그 얼굴부터 발걸음 하나하나까지 눈을 뗄 수 없어 가만히 지켜본다. 눈을 살짝 감아 그 광경을 눈에 담고 잠시 간직하고는 다시 눈을 떠 새로운 광경을 눈에 담았다. 정인이 그의 눈 앞에 앉아있다.
"아닙니다, 공자. 그리 긴 시간을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입가를 가린 채 머뭇거리다 곁눈질로 훑는 저 모습이 귀여워 내심 두근거렸지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기에 두근거리는 감정을 억누르고는.
"...아무리 오래 기다린다 해도 어째서인지 찰나처럼 느껴지니까 말입니다."
그는 제 정인을 향해 살풋 미약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 말이 진심인 양, 목소리나 표정에는 어떠한 피로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기다림 또한 정인이 상대라면 즐거움이었으니 찰나처럼 느껴질만도 했던가.
자신이 마시던 잔에 남아있는 술을 입 안에 털어내고는 한숨을 한번 뱉고, 술잔을 정인을 향해 들어올린다.
"공자. 한잔 하시겠습니까?"
제 정인도, 그도 술을 좋아했으니. 따라주기를 바라는 양 정인을 쳐다보며 그가 같이 즐기기를 희망했다. 그와 자신의 소속은 둘 사이를 좀처럼 쉽게 만나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이렇게 가끔 만난 자리에서나마 같은걸 즐기고 싶었을지도.
사뿐사뿐 걷는다. 수줍게 물가 거니는 백조처럼 새하얀 옷깃이 나부끼고, 제법 여유로운 듯한 눈길을 마주한다. 눈을 마주치니 사랑이라는 감정 보다 더 거센 것이 들이닥친다. 사랑을 했다는 점에서 벅차오르는 설렘, 그 사랑을 몰래 한다는 아찔한 쾌락, 들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같은 성별이라 멸시받을까 하는 두려움 보다 더욱 거센 것이. 그 감정의 이름을 정의하지 못한 채 재하 옅게 미소를 드리우며 멱리 벗는다. 이마로 흩어진 새하얀 머리카락 두어 가닥을 조심히 손가락으로 넘기고, 벗어둔 멱리는 바닥 구석에 내려 둔다.
"그리 말씀하시니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오니…… 찰나의 시간이라도 곁에 있을 때만은 영겁처럼 느껴지도록 노력해야겠사와요."
찰나지만 뺨에 봄이 옅게 물든다. 은은한 담주색 피어나는 연유는 필히 당신의 말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요 수줍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보니 목소리처럼 표정에 피로한 기색 없다.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기다리는 것마저 좋아하신다지만 다음에는 본인이 더 일찍 와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는, 재하 가지런히 손 모아낸다. 긴 소맷단 속에 손을 잠시 가리곤, 조신히 눈 내리깐다. 술 마시는 장면 보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술잔을 들어 올리자 그제야 당신의 눈을 한번 마주하고는, 유려한 손길로 술병을 집어 든다.
"아무렴 오는 잔을 거절하지는 않는답니다."
애주를, 하물며 정인과의 대작을 어찌 말리랴. 지금껏 일이 많았거니와 소동도 많았기에 재하 제 은밀하고도 속에 담아오기 바빴던 정인을 만날 시간이 존재치 아니하였다. 더군다나 쉬이 만날 수 있는 관계도 아니었으니, 어찌 이 시간을 즐기지 않을 수 있을까. 병이 기울면 청명한 소리와 함께 술 한 방울 튀지 않으니, 이는 재하가 가진 가장 큰 재주 중 하나였다.
"간밤에 비바람 거세게 불었는데, 다디단 잠에도 취기 가시지 아니하는구나. 발 걷는 아이에게 물으니, 도리어 정원 속 해당화 전과 같다 한다. 아는가, 알고 있는가. 무릇 잎사귀는 무성해도 꽃은 시드는 것을.* 참으로 유명한 시가 아니덥니까."
시의 풀이처럼 흘러가는 우리의 봄이 이리도 아쉬우니, 한잔 받으시어요. 다디단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병 주둥이 바로 세운다.
"모든 것은 당신의 뜻일지니, 혹 명정하여 와운하여도 대협 감복하여 애정 쏟아주신다면 소마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어요……."
제 정인이 내려놓은 멱리 흘긋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면 제 정인도, 저도, 원래는 만나면 안 되는 이들. 만나는걸 들킨다면 아마도 꽤나 시끄러워지겠지. 마교의 높은사람과 정파의 높은사람이, 불륜으로 밀회를, 심지어 같은 성별이라면... 그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자신 역시 이런저런 방편을 마련해두긴 했지만. 여기가 아닌 좀 떨어진 곳에 자신이 있다는걸 증언해줄 사람을 구해놓는다던가... 하지만 역시 멱리정도는 쓰는게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지요. 함께 있다보면 자연스레 그리 될테니.."
말하는 그 역시 부끄러운지 조금 귀가 빨개졌다. 제 정인이 눈치채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좀처럼 하지 않는 말도 꺼내게 되는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는 부끄러움, 수줍음, 그런 풋풋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태연한척 유려한 손길로 눈을 돌렸다.
"봄은 짧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시간도, 짧지요."
그렇기에 아쉽다. 꽃이 지는건 한순간이기에. 이렇게 즐기는 시간이 금방이라도 끝날지 몰라 두려웠다. 하지만 어쩌면 두렵기에 이 시간이 다른 이들과의 시간 이상으로 즐겁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나는 공자께 애정을 아끼지 아니한 적이 없습니다.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애정을 쏟을 것이니."
내려놓은 병 주둥이 손을 뻗어 붙잡고선 제 정인의 술잔 채워주었다. 정인과는 반대로 투박한 손은 유려하게 움직이는 재주 없었지만 대신 많지도, 적지도 않을 정도로 따르는 것 하나정도는 능숙했다.
언젠가 드러난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 두려움을 조금만 더 들춰보면 그 상황에 대한 배덕적인 기대감이 있음을 당신은 알까. 들킬지도 모른다는 그 아슬한 줄타기 위에서 희비가 교차한다는 것을, 아마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아니면 자신을 품지도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재하 눈을 조신히 휜다. 애정 받고 그 애정 여기까지 닿는다는 사실이 퍽 만족스럽기 때문이리라.
"인간의 인생은 무상하여 봄날과 같으니, 짧디짧은 시간 동안 느껴지는 밤은 대협 말씀처럼 기디 기옵지요……."
사붓한 손길로 잔에 술 받는다. 잔을 채우는 청명한 소리를 뒤로 재하 들어 올린 잔을 맞댄다.
"애정을 아끼지 아니하셨다니 감읍하여요. 그 애정에 소마 감복하니 부디 망설이지 마시옵고, 네에, 회포라도 풀어봅지요. 대협께 듣고픈 이야기가 많았사오니."
오늘 밤은 마시고 취한들 아무도 모른다. 재하 그리 덧붙였던 것이 지난 시간이요, 술잔을 서로 맞대고 마시며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았을 터다. 기밀이 되는 이야기는 꾹 넣어두고, 교국에 대한 이야기는 꾹 넣어두고,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일이 고되었음을 핑계로, 또 그리움을 핑계로. 평소라면 마시던 양에서 조금 더 먹더니만.
"……."
그리 시간 지나니 천천히 고개 기운다.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술병은 널렸고, 먼저 뻗은 쪽은 재하였다. 오늘따라 여지주가 그리도 달았다. 안주 또한 고기 요리였기에 입에 대지 않았던 탓이 크다. 취하기 이전의 전조증상이라면 웃음이 늘어버린다. 당신의 어떤 얘기에도 가늘게 웃더니만 지금은 빈 잔임에도 들이켜보더니, 비었음을 내려둔 뒤에야 깨닫는다. 또 느릿하게도 웃음 짓는다.
실로 마음 편한 술자리가 얼마만일지. 홀로 주점에 몰래 들어가 구석에서 마시는 술을 제외하면, 사람과 대작하며 마시는 술중 편안한 술자리는 실로 오랜만이었을까. 복잡한 이야기는 다 제쳐두고 그저 편안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확인하고... 그럴 뿐이었다. 그게 화근이었다면 화근이겠지만.
그는 평소 취하도록 마시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값비싼 술을 여러날에 걸쳐 기분 좋을 정도로만 향과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을 즐겼다. 허나 오늘은, 값비싼 술이라는 것 정도만 동일했을까. 향과 맛을 즐기던 평소의 관심은 눈 앞의 정인의 미소에 전부 빼앗겼으니. 그가 과음을 한 것도, 흥을 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후후. 공자께서도 취하셨나 봅니다..."
그 역시 웃음에 헤퍼졌다. 평소의 굳은 표정은 사라지고 순박한 청년처럼, 그래, 마치 예전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표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그는 내심 취했다는 것을 깨닫고 곤란해하던 참이었을까. 이대로라면 실수할지도 모르니 이만 그만 마셔야겠다... 라고 생각했으나.
"아... 그렇지요.. 네..."
늘어지게 뱉은 그 단어에 홀린듯 중얼거렸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마음 편해졌고. 풀어졌다. 늘어지는 단어 애교스러워 정인을 빤히 마주하며 기울어진 눈 바라보다가.
"...어지러워 술을 따르기 힘드니... 제 곁에 오시지 않겠습니까..?"
살짝 움직여 제 옆자리 비우고는 살며시 웃음지었다. 마주보는 것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느껴져서, 술김에, 조금 대담하게 행동하며 능청스레 웃은 것이다.
이렇게 취한 적이 얼마나 있더라. 아마…… 모르겠다. 그런 걸 신경 써도 어차피 홀로 주취 하지 않았던가. 남 앞에서 이렇게는.. 모르겠다. 그래, 전혀 모르겠다. 재하 스스로 생각하다가도 곧 잊어버린다. 머리가 혼탁하고 내공은 쓸 수가 있나? 안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역시 이것도 모르겠다. 취기가 몸을 훑다 못해 머리를 죄 지배하는 이 느낌에 속절없이 당해버렸다.
"으음, 취한 것일까요…… 취한 것일까요, 아무렴 어떠하여요…… 도련님이 곁에 있는데 무에가 두렵겠사와요."
재하는 고개를 들어 제 정인 마주했다. 웃음이 헤퍼진 모습에 과거가 겹친다. 지금은 변했지만 전쟁이 벌어지기 이전, 만났던 그 사람이 맞는다는 듯. 욕심이 생겼다. 당신을 더 보고 싶다. 지금은 그래도 되겠지, 둘만 있는 상황인데다, 이리 웃는 현재의 당신을 언제 더 보겠는가. 손은 이미 빈 술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훑고 있었고, 잔을 채워달라며 속삭이는 목소리는 당신을 예전에 부르던 버릇대로 부른다. 그에 홀려버렸는지, 아니면 취기에 같이 푹 빠져버렸는지 중얼거리고, 재하 마주하는 눈 느른히 휘었다. 입술 또한 고이 다물려 보드라운 듯 호선 긋고, 눈은 취기에 푹 빠졌더니 수심 젖은 모습이 보다 고혹적이다.
"어찌 소마가 그 뜻을 따르지 아니할까요…… 네에, 부르시었사오니 응당 가는 것이 옳겠사옵지요."
소맷단으로 입가 가리며 사붓이 웃는다. 여전히 입가 가린 채로, 살짝 고개 기울인 채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잠시, 재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옷깃 나부끼는 소리가 날법도 하건만 취중에도 교육받은 것을 몸이 잊지 못했는지 여전히 나지 않는다. 고작 예닐곱 걸음 채 안 되는 거리임에도 비틀비틀 걷는 걸음 위태롭더니만, 그럼에도 재하 천천히 당신 앞에 서더니 속삭이듯 입술을 벙긋거렸다.
"다만 도련님, 옆자리로는 성이 차지 아니하여요. 누구라도, 언제라도 곁이라면 있을 수 있사온데 어찌 곁에 있겠사와요."
술김에 대담했던 것은 당신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천천히 무릎 꿇듯 하면서도 몸을 기울인다. 만일 당신이 피하지만 않는다면 기울인 몸으로 당신을 안듯이 하면서도, 무릎 위로 살포시 마주 앉듯 하였을 테다. 그래, 무릎 위로, 마주 앉듯.
"밤새워 마시는 전주를 따르시어요, 오늘 밤 누가 소마의 상대를 하겠사와요, 네에..? 오로지 도련님밖에 없사옵지요. 하니.. 오늘 밤은 마음 갈 때까지 밤새도록 마실 터이여요…… 부디 이 자리를 허락하되 재하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어요."
시야가 살짝 흐리다. 어지럽다. 내공을 써서 몰아내면 되지만... 아, 그렇지. 내공을 써서 취기를 몰아낼 수 있었다. 무림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는 까닭이란, 나 자신이 겁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용기가 없어서... 그저 하룻밤 사이의 술주정으로 끝내버리고 다음날에는 잊어버리고 싶을지도. 내가 지금 그를 만난 것은 남들에게 들키면 지탄받을 일이요, 어쩌면 버림받을 일이니. 그 무게가 무거워 도망쳐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후후...후.. 저를 믿으시기에 그러시는 것일지, 아니면..."
두려운게 없다는 말에 빙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도망친다면, 저런 모습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사람을 홀리는 천성의 얼굴이란, 그가 평생을 가도 한번 마주할지 말지 모르는 것이었으니. 그렇기에 두렵다고 하더라도,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용기를 내어 제 정인과 밀담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보고 있다면, 욕심을 내어도 되는 것이지. 서로간의 얼굴을 확인하고, 온기를 확인하고, 마음마저도... 확인하는. 그런 욕심을.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면 바깥 어디에서 낼 수 있을까?
적어도, 이런 상황은 바깥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것이다.
"...재하야."
이런 순간에 자제력을 시험당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째서인가. 무릎 위에, 그것도 마주보며 앉은 것은 말과는 달리 밤새 마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는 제 정인의 머리칼을 한번 쓸어내리며,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흰 머리칼이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를 스쳐지나가며 느낀 것은 눈 앞의 정인이 욕심 많은 이라는 것. 제 옆자리에 만족하지 못하여, 제 무릎 위를 탐하는 이라는 것. 그리고 그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자신 역시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
"어울려야겠지... 그럴 수밖에 없지... 네가 요구하면 나는 내어줄 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그러는구나. 재하야.."
무릎 위를 원한다면 내어주고, 밤새도록 어울리길 원한다면 어울려주고, 애정을 원한다면 다 품을 수 없을 만큼 쏟아부을 것이다. 원해지는 것을 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속으로 자조적으로 한탄하면서 널 향해 쓴 미소를 지었다. 무엇을 원하든 기쁘게 내어줄 수 있다. 다만,
"그래도 대가는... 받아야겠지. 네가 내게서 남들이 갖지 못하는 것을 취하니, 나도 그래야겠구나."
그대로 눈 맞춘 채로 조용히 속삭이다가 제 정인 뒷목 휘어잡고 끌어당겼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원했겠지만, 단 한명도 가지지 못 했을 그것을 취하려 했다.
제 쪽으로 뒷목 끌어당기고 살짝 벌려져있을 입술에 제 입 맞췄다. 그대로 눈 감았고, 묘한 희열감에 몸 살짝 떨었다. 남들이 가지지 못 했을 온기를 그가 취하고 있었기에. 그가 쏟은 애정만큼 다시 정인으로부터 취하는 기분이 들었기에. 혹은, 그저 그 행위 자체가 순수하게 기뻐서. 두근거렸었나?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을 시간 지나고 그가 다시 입술을 떼며 손을 풀어주니, 아마 제 정인도 자유로워졌겠지. 감았던 눈 살짝 뜨며 헤실헤실 바보같이 웃었고.
욕심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치맛단 너머로 드러나는 수줍은 발처럼, 소맷단 사이로 드러나는 조그마한 손길처럼 살그머니 나오기 시작하면 더는 집어넣을 수 없다. 본디 주취란 그리한 것이다. 누군가의 욕심을 그대로 비치는 경대와 같으니, 적어도 당신과 나의 욕심은 같은 기로를 걷고 있구나. 도망치지 아니하였으니 마시고 취하라. 오늘 밤 누가 나의 상대를 하겠느냐.
"아실 텐데요……."
두려움이 없을 이유를 흘려낸다. 이미 당신이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아니하였습니까. 도망치지 아니하고 욕심을 마주하시지 않았사와요. 결국 이럴 수밖에 없었다. 같은 길을 걷기로 한 이상 물러설 이유 무에 있는가, 지금은 바깥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어찌 몽중에서 현실을 마주하랴. 오늘의 일은 꿈결이고, 숨결이요, 인생에 그어질 덧없을 순간이자 강렬한 상흔일 테지. 하여 재하 더없이 사랑스럽고도 발칙한 수를 썼다. 무릎 위에 마주 앉으며, 뻗었던 팔을 당신의 목뒤로 교차하고는 취기 어려 혼탁한 눈을 숨기지도 않고 마주한다.
"네에, 도련님."
당신이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당신에게 온전히 이름마저 내어주는 것이니 어찌 순순히 답하지 아니할까. 마를 裁요 물 河, 혹은 재앙 災 어찌 何인 두 글자를 부르면 온갖 고운 것을 담아낸 듯한 목소리로 답한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온전히 당신을 향한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당신의 손가락을 스칠 때면 눈이 완벽한 곡선을 그어내고, 걸터앉은 몸을 조금 당긴다. 당신이 내어줌을 알기에 이랬다는 것처럼, 혹은 무례를 용서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무엇을 취하실까."
속삭이는 눈길 마주하다 목덜미 휘어잡힐 적 눈 홉뜬다. 선망하던 것을 가져갔으니 대가 또한 응당히 치르는 것이 옳았다마는, 참으로 이기적이어라. 재하 받아들임 늦지 않았다. 눈을 내리감고 목뒤를 껴안았던 손끝을 세운다. 배덕이 재하 등골을 오싹하게 훑는다. 이교도가, 하물며 아내가 있는 자가. 아니, 나의 정인이 애정을 받아 가는 것이 대체 무엇이 나쁘지? 응당 가져가야 할 것이 아닌가. 몸을 조금 더 가까이 밀착할 적엔 배덕감은 이미 흐려지고 희열이 가득 몰아쳤다. 예, 그렇습니다. 봄은 짧으나 밤은 온 계절에 무성하니, 그 밤의 시간을 쥐어흔드시어요, 갑작스러운 추위에 욕심이 달아나지 아니하도록 비밀을 쌓고 천천히, 서로 무너지는 겁니다…….
접문의 뒤는 눈 맞춤이라, 재하 조금 더 혼탁해진 눈으로 한참이고 헤실헤실 웃는 모습 쳐다보다가도 기어이 웃어버린다. 조그맣게도 쿡쿡, 웃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린다. 웃음은 작고도 간교롭다.
"재하. 그리 부르시어야지요……."
속삭이는 소리 간교로웁다.
"상공相公.* 이러면 계속 무례를 범하게 될지도 모르겠사와오니, 이 간악한 마두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주한 두 눈 휘는 모습은 그림자가 지면 눈만 아스라이 빛을 발할 것처럼, 이것이 진정 무인인지 요괴인지 모를 정도로 사특하고도 사랑스러우니 어찌 과거 귀태 소리를 듣지 아니하였을까.
안으로 들어가자 모란 무늬가 화려하게 장식된 하얀 옷을 입은 미녀가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재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앉으시게."
그녀의 말투는 고풍스럽습니다.
다행입니다. 우선 그녀가 재하를 보자마자 칼을 뽑고 목을 썰어버리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재하의 데드플래그가 일시정지됩니다! 화려한 모란 무늬. 모란의 유래를 알고 있는가, 수컷 모牡 붉을 단丹 하여 남성성을 뜻하니 어쩌면 중원제일미가 본인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가 싶어 재하 입 다문다. 날선 눈에도 치켜뜨거나 당당히 마주하는 일 없이, 옷깃 스치는 소리 한번 없이 무릎 꿇듯 앉는 모습 조신하다.
예를 갖추되, 목숨이 걸려있음에도 아부하지 아니하듯 그 모습 과하지 않다. 이제 죽음에 대해 초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천마님께서 쓰실 일 있으실 터이니 이 또한 필요한 시련이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소맷단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자 손 또한 모이고, 나긋하게 고개 숙여보이니 이는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위치임을 알기 때문이리다.
- 그럼 됐어. 내 세가를 뛰쳐나오면서도 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잊혀지지가 않더군. 형님의 아이들이 잘 커줬어...
그러더니 해골이 일어나 검을 뽑아듭니다.
- 알려주어 고맙네. 그럼, 이제 목숨을 두고 붙을 시간이야.
해골이 웃은 것 같습니다.
- 이 뒤에 있는 우리 호걸, 독고구검의 비급을 노리고 온 것 아닌가?
***
".....아니? 나는 선도를 좇는 자다. 동정호 용궁 찾으러 호남에 왔는걸?"
진짜다. 일이 꼬이고 있지만 정말 진짜다. 비급을 노리면 천상의 비급을 노리지, 왜 인간의 비급에 목숨을 걸어야 하나.
"동정호 용궁은 필시 동정호 바닥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동정호 물이 사라졌고, 물 흐른 흔적을 쫓아 가장 낮은 곳으로 오니..."
낮은 곳으로 오니 여기였다. 그녀는 말을 멈췄다.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이곳은 얼추 독고구검의 비고 정도 되는 곳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간이 물 밑에, 동정호 물을 모조리 삼킬만한 시설을 지을 수 있나? 굳이 화경고수들을 한 수레 모아온다면 아주 불가능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러면 소문이 없을 수 없다. 중원 전역에 동정호 밑 시설에 대한 이야기가 천 년 동안 떠돌 것인저. 이곳은 인간 스스로 만든 공간이 아니다.
동정호의 가장 깊은 곳. 동정호 물을 먹을만큼 무식한 크기. 인간이 만들지 않은 곳. 생각나는 건 단 하나.
야견은 검을 활 시위처럼 드는 재수없는 미남을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피식하는 웃음을 흘기며 입을 연다. 연기 한번 해보실까.
“그쪽은 140년전 사람이라 사정을 모르겠구만 딱하게도. 100년 전쯤의 일인가. 점창파는 문파 내의 배신자 때문에 패가망신한지 오래거든. 구파일방이 팔파일방이 된 것도 꽤 됐수다. 중원의 무인들이 그걸 보고 이렇게 평했지. 점창파의 시조되시는 예(羿)가 항아에게 배신당해 몰락한 역사와 똑같다고.”
야견은 정말로 딱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는 동시에, 출수를 위한 자세를 갖춘다. 이러한 싸구려 도발은 상대의 성정을 알아보기 위한 노림수였다. 헛소리라 일축할 것인가, 모욕당한 것에 분노를 느낄 것인가. 그걸 아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 있을 싸움에는 큰 도움이 되리라. 사파는 수단의 정당함은 따지지 않는다. 그저 이기면 될 뿐. 앞선 비구니와의 싸움에서 야견이 얻은 교훈이었다.
"정파의 사람인가? 아니면 우리 둘의 관계를 못마땅해하는 사파의 아랫것? 그도 아니라면 정사의 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 혼인을 망치기 위해 보내진 마교의 세작?"
이런. 그녀는 재하와 지원이 서로 사모하는 감정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387
그러자 해골이 낡은 옷을 펄럭이며 고개를 뒤로 크게 젖히고 웃습니다.
덜그럭. 덜그럭.
턱뼈가 부딫히며 나는 소리는 제법 기괴하군요.
- 용궁! 용궁이라!
그러며 해골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 맞아. 그랬지. 이 곳은 용궁의 터지. 네 말이 맞다. 한낱 인간들이 어찌 용이 사는 곳을 점할 수 있었겠나? - 이 곳은 처음부터 비워져있었어. 낡고 썩어가는 건물들만이 남아있었지만. - 뒤가 없다고 생각한 우리가 동정호에 몸을 담구고 아래로 내려가니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지 뭔가. - 그리고 모두 여기서 불귀의 객이 되었지. - 뒤쫓아온 정파 샌님들 때문에 말이야!
해골은 마치 수염을 쓰다듬는듯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 아차. 난 이제 수염이 없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혼자 낄낄거립니다.
- 그래도 보내줄 수 없네. 우리 영웅께서는 용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영면에 들었으니. - 그의 잠을 방해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 용궁을 보고 싶다면 날 베고 넘어가시게.
두 눈이 텅 비어버린 해골이 하란을 응시합니다.
>>388 다들 환영하는 의미의 박수를 짝짝짝 칩니다.
"자자! 그러면 우리 회식 장소로 이동하죠!"
백희가 그리 말하며 강건을 포함한 사람들을 이끌고 움직입니다. 도착한 곳은 허름한 객잔. 청년회의 사람들은 20명 정도 되어보입니다.
"평소에는 이렇게 많지 않은데 오늘은 많은 편이네요! 다들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건배하죠!"
“아니, 왜 욕을 하고 그래요 정파 나으리! 나중에 내가 점창파 후손님들을 뵈면, 선조님이 게으른 당나귀처럼 멋지게 땅을 구른 것도 모자라, 입도 험하다고 고하면 어쩌려고!”
야견은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나가며 다시 일어서는 점창파를 향해, 재빨리 주먹을 뻗습니다. 도발에, 땅을 굴렀다는 정신적 충격, 이러한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마음도 몸도 공격해야 한다. 재빨리 일어났다고는 하나, 아직 만전의 상태는 아닐터. 점창파는 빠른 보법과 매서운 찌르기가 최대의 무기다. 보법을 펼치기 전에, 따라잡는 것이 최적이다.
야견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형국으로 지진격의 주먹을 먹이려 한다. 설사 주먹을 피했다 하더라도, 약한 지진에서 오는 혼란으로 추적을 이어나가려는 생각이다.
뚝, 뚝, 뚝. 검을 들어올린 모용중원은 아래를 내려보고, 가는 미소를 지은 채 기녀 하나를 바라봤다. 눈이 떨리든, 감정적으로 공포에 빠졌든. 그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에 중원에게는 가장 훌륭한 수단들이 있었다.
탁발호장신공 - 공포백
모든 이들을 슥 둘러보며, 중원은 고개를 숙였다. 음산한 웃음소리. 광기에 찬 듯한 미소. 거기에 더해...
"참 웃긴 모습 아니더냐. 내 소가주의 이름을 썼을 때도, 내 손으로 직접 어르신 하나를 베었을 때도. 그 모든 때에도. 누구도 나를 외팔이라 욕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으면 흉계를 짜낸다던 내 귀에 소리가 들린 것은 무엇이고 그 소리가 모용의 땅까지 도래한 이유는 무엇이냐."
북위검 - 흉악검
검이 내려쳐 한 기녀를 잔혹히 부수어낸다. 베기보다는 때려 부수듯한 그 모습은 중원이 그 모욕에 눈이 돌아간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은 용서하마. 그 값을 치루는 것에 동의한다면 너희들을 살려주마." "선택할 기회를 주겠단 말이다."
흑. 하고 웃음을 흘린 중원은 천천히 검을 어깨에 들쳐냈다.
"이분지 일의 이들이 자신들의 팔을 내놓는다면 남은 반은 온전히 보내주마. 삼분지 일의 이들이 두 팔을 내놓으면 우리 몫의 재물의 육분지 일은 두고 가마."
히죽. 그 미소로 중원은, 팔을 잃고 발악하는 이에게 다가가 황금빛 눈을 비치며 물음을 던졌다.
"어쩌겠느냐?"
# 내공소모 2/40 북위검 - 흉악검으로 기녀 하나를 죽여 공포를 만들고 거기에 탁발호장신공을 더해 그 공포를 증폭해봅니다.
야견은 계속해서 지독한 도발을 이어가며 주먹을 뻗는다. 아직 입에서 이놈 소리 나올 여유는 있으신 모양인데, 그것도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추적과 타격을 동시에 행하는 무공, 십연격을 뻗어나가며 추적을 이어갑니다. 상대방이 전력을 다하기 전에 제압한다, 정당한 승부는 아니지만, 이것이 자신다운 싸움법이리라. 야견은 연달은 싸움 끝에 사파로서의 자신을 알아가고 있었다.
순간의 기세를 몰아 자신이 압박하는 것처런 보이고 있지만, 그것 뿐이다. 상대방은 정파, 임시변통의 사술로 위기로 몰 수는 있어도 숨통을 끊을 수는 없다. 상대방의 자세에 빈틈은 없다. 마치 성벽을 상대하는 기분이군. 어떻게하면....아, 그거다. 야견은 주먹을 뻗어가는 와중에 상대방의 옷깃을 잘 관찰한다. 자세가 견고하고 완벽하다해도, 이런 압박 속에서 옷깃까지 신경쓸 겨를은 없을 것이다. 상대방은 보법과 찌르기의 명수, 그렇다면 보법과 찌르기를 쓸 수 있는 기반이 없는 공간, 공중으로 띄어올리면 된다. 만약 상대에게 공중으로 대피할 수 있는 경공이 있었다면 진작에 썼을테니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 그리고....만약 그것이 통한다면 그 기술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리라. 영혼에 상처를 입히는 그 정권으로.
순간의 기세를 몰아 자신이 압박하는 것처런 보이고 있지만, 그것 뿐이다. 상대방은 정파, 임시변통의 사술로 위기로 몰 수는 있어도 숨통을 끊을 수는 없다. 상대방의 자세에 빈틈은 없다. 마치 성벽을 상대하는 기분이군. 어떻게하면....아, 그거다. 야견은 주먹을 뻗어가는 와중에 상대방의 옷깃을 잘 관찰한다. 자세가 견고하고 완벽하다해도, 이런 압박 속에서 옷깃까지 신경쓸 겨를은 없을 것이다. 상대방은 보법과 찌르기의 명수, 그렇다면 보법과 찌르기를 쓸 수 있는 기반이 없는 공간, 공중으로 띄어올리면 된다. 만약 상대에게 공중으로 대피할 수 있는 경공이 있었다면 진작에 썼을테니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 그리고....만약 그것이 통한다면 그 기술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으리라. 야견의 장기인 그 기술, 108번의 권격으로
재하 그제야 눈 든다. 바닥이요 제 손, 혹은 옷깃만 감히 쳐다보던 색이 다른 한 쌍의 구슬이 중원제일미를 온전히 향한다.
"정사동맹이 두려워 꾀어내고자 하였더라면 진즉 다른 자를 꾀어냈겠지 어찌 두 사람의 사랑을 두려워 하겠나이까. 닿지 못할 사랑이라? 이깟 마두가 탐할만한 것이 아님은 소마도 알고 있사옵니다만.."
살심에도 주눅들지 아니하였다. 목소리의 고저는 여전히 차이 없으니 차분하기 그지없다.
"기실 직고하니 7년 전에는 단순한 술벗이었나이다. 서로의 이름도 모르던 한때의 인연으로 스쳤던 것이, 서로 전서구 주고 받고 만남 가지며 술잔 기울이던 사이가 되었고, 올해 봄을 기점으로 마음 깊어졌사오나 아내 되실 분 있음을 알았기에 마음을 정리하고자 하였사옵디다. 하여 결혼식에 갔던 것 뿐이옵디다. 단지 두 사람의 행복 바라고 정리하고자 갔을 뿐인데 어찌 이것이 꾐이 되었나이까? 누군가의 행복할 순간조차 뱃속 채워먹을 심산으로 이용하고 그 죄 뒤집어 씌워 제 정적 짓밟으려 하는 꼴이 참으로 역겨워 속이 뒤집혔다면 뒤집혔지, 어떻게 정사동맹까지 생각했겠냔 말입니다."
방금 제오상마전이랑 그 수하랑 싸잡아서 깐거임? 원래 나랏님 없으면 욕한다 했음 하물며 내 주군도 아닌데
"정사동맹 따위는 모릅디다. 그런 것을 두려워 했더라면 대협께서 소마를 이곳에 데리고 오려 했을 적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터입니다. 단지 사랑하는 자를 흠모하였음을 용서하실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인생에서 가장 첫번째로 누리어야 했을 결실이요 감동을, 행복해야할 순간을 소마의 적이 비참하게 만든 점에 대신 사과하고자 이곳에 온 것이옵디다."
재하는 다소곳이 손을 모았다.
"헤아릴 수 없사옵디다. 괴로웠을 마음을 죄인이 어떻게 헤아리겠나이까. 남편은 되먹지도 못한 것과, 하물며 여인도 아닌 것과 이전부터 정분이 나고 가장 행복해야할 순간은 정분난 것의 정적으로 하여금 비참해지었으니. 허송세월이요 사랑이 한곳을 향하지 않았을 때의 배신감이며 그 울분을 어찌 헤아리겠는지요."
그러나 나는 명문가의 후계. 민초들의 팔을 자르는 것은 굉장히 잔인한 일이니 하지 않으나 대신 며칠 동안 이 구역에서 나오는 모든 금액을 가지고 오라는 것으로 처벌을 변경합니다. 또한 때묻은 재물로 명예와 자존심을 치유할수는 없으나 가난한 민초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런 것 뿐이니 그것으로 봐주겠다고 말하며 공명정대하신 '대협'의 의기를 보여줍시다. 그리고 그 동안에는 이 구역에 모용세가의 무인들이 상주하는 것으로요.
야견은 상대방의 옷깃을 집어 던지려는 생각을 접는다. 상대방의 수비를 뜷지 못하는데 어찌 그런 과감한 공격을 할 수 있겠는가. 빈틈, 빈틈, 상대방의 빈틈을 만들어야 한다. 어찌하는 것이 좋을까. 그래, 지금 상대방은 연속된 10개의 권을 막아내기 위해 상체의 수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맹점을 이용한다면....! 야견은 다시금 입을 연다. 혀 또한 무기다. 상대방의 정신에도 공격을 가하자 .
”언제까지 막고만 있을거요 미남자 나으리! 이렇게 된거 찌르기 실력을 살려, 시조님을 볻받아 저잣거리에서 까마귀 꼬치구이나 만들며 소일하시는게 어떠신지!“
야견은 지독한 도발과 함께 주먹을 뻗는 시늉을 하다, 급히 자세를 바꾸어 점청파의 하체를 발로 차, 빈틈을 만드려 한다.
검을 내려놓은 모용중원은 이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한 팔이 잘린 이를 내려보며 웃었다. 생사여탈, 강한 자가 살아남는 시대. 그러나 바를 정正이라는 이름을 쓰는 시대. 정파인답게 행동한다. 그것이 단순히 의기를 표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떄론 손을 더럽히고, 때론 피를 만지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뜻을 관철하는 것.
"허나."
그러니 중원은, 또 기꺼이 검을 거둬들일 수 있다.
"나는 이미 하나의 팔을 가져갔다. 이 녀석이 나름 너희들의 수족일 것. 네들을 지키지 못한 것은 하오문의 탓이지... 너희의 탓이 아니지 않겠느냐. 하나의 목숨을 거두었고 하나의 팔을 거두었다. 그에 더해 너희들이 부덕히 모은 재물이 눈 앞에 보이는 성 싶으니."
툭, 걸음을 내밀며 웃음을 짓는다.
"한 번은 용서해주마. 단." "내 명예와 자존심의 가치는 높다. 비록 그 가치를 목으로 지켜내진 못하였으나.. 이런 시대에 민초가 가진 것이 얼마나 되겠느냐. 그러니 네놈들의 팔과 목 대신. 그 재물을 취하는 것으로 네놈들의 팔과 목숨값을 대신토록 하마. "
"모용세가의 전원! 저들을 풀어주고 주위를 수습하라. 내 저들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줄 터이니. 얼마간 이들이 버는 금액을 모용세가가 취하는 것으로 이들의 처벌을 대신하겠다." "그에 더해 당분간. 이들의 자위력이 부족할 것이 분명해보이니. 모용세가의 무사들을 파견하여 너희들을 지키도록 할테니. 내 아량을 기꺼이 받아들여 더이상의 피해가 발생치 않도록 하자꾸나."
>>533 "그거, 예뻐요. 갖고 싶어요. 내가 가져도 되나요? 응? 안 되나요..? 왜 안 될까요? 아, 네 소중한 거예요..? 그럼, 나는 착하니 뺏지 않을게요. 응, 하지만.. 네가 내 소중한 게 되면 네 소중한 것도 내 것이 될까요? 그럴 지도 몰라. 너, 내 사람이 될래요?"
"고불! 나! 검! 모른다! 독고의 무공! 큰 욕심! 없다 고불! 근데! 개방, 정파고! 검도 안 다룬다! 맞다? 안에 내 형제한테 당수한테 가져다 줄, 개방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긴 하다?" 말을 하던 고불은 이내 보다 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고불! 애초에 정파들, 독고! 이긴거 아니다? 그럼 왜! 그 전리품! 독고의 묘에! 봉해 놓고 지킨다? 처음부터 차지하면 편.." 별 생각없이 떠들던 고불의 뇌리를 하나의 가설이 스치고 지나간다.
"고불! 혹시..분배!가 힘들어서! 아예 봉해둔거다 고불? 너무 가치! 있는 보물!들이라 누가! 가져갈지 정할 수 없다 고불! 그래서 이런 놀이 같은 규칙을 정하게 되었다 고불?"
독고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도 독고를 잡는 공적도 어느 하나가 강하게 주장할 수 없는 연합이었기에 전리품에 대한 분배가 몹시 곤란했고 그래서 이런 수단을 이용하게 된 것은 혹시 아닐까?
"고불..! 정말 그런 것!이면 서둘러야 한다 고불! 설사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도 고불! 이미 호수가 말랐다는 소문이 퍼졌다! 다들 몰려오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나! 선두권이다! 정파!라면 누가 가져가든!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면! 날! 보래줘라 고불! 육당수!의 이름을 걸고 개방!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 고불!"
목 뒤로 교차된 팔에 한쪽 팔 정인의 허릿춤에 휘감아 조금 끌어당기고. 이름을 부르는 것에 순순히 답하는 제 정인 보며 그는 쓰게 웃음지었다. 내가 허락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구나. 하기야 내가 이미 내 입으로 말한 사실이기도 하니, 나 역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 능청스러움이 어쩐지 얄미웠다. 그 얄미움 또한 더없이 사랑스러웠지만. 제 정인에게 머리 꼭대기를 내어준 기분이 들었던가. 내 머리 꼭대기 위해서 장난치고 놀지만 그것을 감히 제지할 수 없는? 그 또한 즐겁고, 그저 애정할 뿐인...
그리고 그 애정은 접문으로 확인되었다. 서로를 확인한 이후 그는 즐겁다는 듯, 예전처럼 웃음 터트렸다. 그저 하룻밤의 꿈이라고 치면 이 모든게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 꿈이란 언제라도 깨어나기 마련이니. 쉬이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히 그러쥐어야 할 꿈이라는 것을 알아도 막상 손 위에 올려져 있으니 조금 더 욕심을 내고싶어졌다. 그리고 그는 욕심을 굳이 억누르지 않았다. 오히려 내보이고 정인에게 쏟아부었다.
"...그래. 재하, 재하야. 그 이름도 가지게 되었구나."
입술도, 온기도. 그 이름까지도. 심지어 남들은 듣지 못 했을 존칭까지. 다른 이들은 가지지 못 했을 것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기분이란. 더없이 배덕적이고, 또한 짜릿한 것이다.
"나는... 욕심이 많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내게 묻는다면..."
속에서 끌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질 못 했다. 취기 때문인가. 일부러 내몰지 않은 술기운이 속에서 끓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과 더불어 여러 감정이 한데 뒤섞여 용광로처럼 되어버린 것일까. 그는 답을 알고있었으나, 스스로의 질문에 굳이 답하지 않았다. 답을 하면 스스로의 행동에 주저가 남을 것 같아서. 아끼는 것을 가지려는게 아닌 보호하려는 마음이 앞설 것 같아서. 그렇게 되면 후회만이 남겠지. 제 정인이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네가 가진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 그 전부를..."
무례에 대한 대가로 받아가야겠구나. 빙긋 웃으며 허릿춤에 감았던 팔 제 쪽으로 끌어당기고, 몸을 뒤집어 정인이 제 아래쪽에 놓이게 했다. 정인을 붙잡지 않은 팔은 바닥을 지탱하고 아래에 깔린 정인과 눈 맞추며 천천히 바닥 쪽으로 내려놓았고. 맞춰진 눈이 곱게 휘어져 웃음지었으니. 요괴인지 무인인지 모를 제 정인의 사랑스러움에 홀려 이 순간은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당신에게만 마음을 쏟고 있었다.
재하진행 및 사망씬 비교하고 왔는데 아마 재하가 죽는 건 아닌 것 같어용. 당철운은 사망합니다. 미사하란은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처럼 죽으면 확정문구가 뜨더라구용... 재하가 저번에 결혼식때도 죽음이 아니라 부상 단계 5라는 문구가 떴고 지금도 딱히 죽음 멘트는 없으니 괜찮지 않을가...(메이비
당신이 가진 감정을 알기에 제법 발칙하게 굴어본다. 허용하는 범위가 있는 만큼 내어주는 것도 있기 마련이요, 재하 본디 그 내어줌의 범위를 협소하게 하였으나 취기는 오늘 밤을 몽중으로 인도하되 오로지 꿈이니 괜찮노라 속삭이고 부추겼다. 결국 예까지 온다. 아, 나의 본성 이리도 추악하고 잔악하니 어찌 애정 없던 삶으로 돌아가랴. 그 추악함마저 덮을 만치 애정이 깊으니 괜찮다. 당신이 웃음 터뜨리니 괜찮다. 쥐는만큼 내어주고자 하니 괜찮다. 그 연유 당연하다. 재하 당신을.
"네에, 상공. 상공의 것이어요."
-하기에. 당신을 안았던 팔 중에서 하나를 들어 가느다랗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뺨을 쓸어주며 속삭인다. 당신의 것이노라, 누군가에게 주어진다 한들, 지금 당장은 당신의 것임은 변하지 아니하노라. 그러니 스스로 새긴 이름 사라지기 전에 당신에게 묻는다. 어찌해야 할지 속삭이면서 욕심이 무어냐 간교로이 묻는다. 조심스레 바닥에 몸 닿으면 새하얀 머리카락 바닥에 맞닿아 둥글게 곡선 긋다 이내 퍼진다. 팔 뻗어 목덜미 끌어안고 당긴다.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 취기에 젖어 달뜨고 몽롱하다.
"이 재하 상공의 욕망이렵디다. 나를 원하십니까? 그리하다면 나를 품으십시오. 나를 품어 당신을 완전케 하고, 그릇된 허물을 벗어 진정 비룡으로 거듭나 천사를 누리소서."
귀를 살짝 깨물곤 턱과 귀를 이어주는 부분에 한번, 뺨에 한번, 그리고 눈을 온전히 마주한 뒤 갈 곳 잃었던 다리로 허리 끌어안으며 입술 달싹였다.
"부디 어여삐 여겨주시어요."
입 맞추려 하였다. 재하 눈 가늘게 휜다. 뜨지 않은 달이 있을 창가 눈 굴려 쳐다본다. 달아, 네 없어 다행이로다. 모든 일은 어둠 속에서 있어야 하니, 만일 휘영청 떴더라면 네깟 것이 나를 지켜보았을 것이 아니더냐.
그러니 오늘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재하 조심히 눈 뜬 것은 소란 때문이었다. 밤이 지나 새벽이 다가오고, 새벽이 숨어 아침이 다가오면 당연히 청소요 갖가지 잡일로 기루 내부 분주함은 당연하다. 아침까지 보내는 날은 잦지만 이때까지 잠든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지끈거리며 반 박자 늦게 딸려오는 듯한 머리와 함께 일어설까 생각하던 중, 머리 짚을 적 느껴지는 허전함에 제 팔목 쳐다본다.
"……?"
분명 나, 외투 입고 있지 않았나? 그것보다 바닥이 이리도 포근하던가? 원래 천장이 이 색조였나? 본디 야월루의 최상층 구석자리에는 목조 침대 하나 있었는데, 그 목조 침대 천장을 빼닮은 것 같다. 눈을 찌푸릴 적 머잖아 그것이 착각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재하는 눈을 굴렸다.
"인간들은 다 무력으로 올라오는게 아니었나?" "가끔은 아닌 날도 있어야지." "가끔이 아니라 유례가 없는 일 아닌가?" "꼭 그렇지만도 않네. 쯔쯔...이래서 어린 것들이란."
이라고 신선들의 대화가 나와용. 무림인들은 무력을 통해서 등선하기를 추구하는 집단이고, 실제로 등선한 인간들은 대부분이 무력으로 등선했다고 추측할 수 있어용.
인간의 등선 성공 확률을 통계적으로 따졌을 때 무력을 택하는게 왕도적이지만, 가끔 샛길을 찾아내는 유형이 있어용. 물론 무력으로 등선한 인간조차 기나긴 역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니, 인간이 샛길을 통해 등선할 확률은 그보다도 극악이라고 할 수 있어용. 하란이는 어릴 때 주운 무공비급이(무공비급 특성 비급가챠) 등용문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무공이라 상대적으로 무력이 약함에도 등용문 루트로 등선에 성공한 케이스에용. 무공비급 가챠에서 남해용왕비급을 뽑아도 등용문 루트로 갈 수 있어용. 다른 케이스는 아직 등장한 바가 없어용. 미사하란/스토리/예은낭자를 보면..
세상에 요괴들이 넘치는만큼, 강력한 요괴들도 있기 마련이오.
남환진군은 촉수...를 움찔거리며 말합니다.
- 그렇다고해서 마냥 강한 요괴를 대요괴라 부르지는 않소. 대요괴라 불리우는 조건은 오직 하나.
그가 약간 으스스하게 입을 엽니다.
- 선계에 도전할만한 힘이나 권능이 있는가. - 필마온은 단신으로 선계를 한 번 뒤집어 엎은 전적이 있고, 백면금모구미는 선계의 인물들까지 유혹하였소. 그 외에도 선계에 도전할만한 많은 대요괴들이 숨죽여 살고 있소만. 그 이유가 참으로 웃기다오.
그리고는 피식 웃습니다.
- 천마, 그 작자 때문에 대요괴들이 숨죽이며 살고 있소이다. 아직까지는 천마가 인세에 제법 관심을 주고 있으니 대요괴들이 날뛰지 않을테지만...
말끝이 흐려져갑니다.
- 글쎄. 천마가 하계에 신경을 조금이라도 덜 쓰게 되는 사건이라도 발생한다면 어찌될지 모를 일이오.
그도, 제 정인도.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은 달조차도 알지 못 했기에. 그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보이지 않던 달이 저물고 해가 떠올라 날이 밝을 때까지.
"....."
반쯤 눈을 뜨자 그를 반긴것은, 술을 마시던 와중의 기억. 분명했던 중간까지의 기억이다. 무엇이었더라. 공자께서 들어와 술잔을 나누기 시작했고, 이야기가 물이 오르며 술잔을 나누는 속도도 빨라졌고... 그 다음은... 그래. 기억이 나긴 했다. 중간중간 페이지가 뜯겨버린듯 군데군데 비어버린 기억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빨라진 속도에 결국 둘 다 평소보다도 더 흥을 내버렸고, 술잔은 멈추지 않았고, 그리고... 공자가 내 무릎 위에 앉았었지..?
"...하..?"
그 다음 이어진 기억은, 너무나 짧지만 선명한 기억인지라 그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반사적으로 그의 상체 역시 일으켜졌고. 언제 누웠는지 모를 푹신한 침대에, 어딘지 모르겠는 공간에, 내 겉옷은 또 어디갔는지. 너무나 급변해버린 주변 풍경에 당황하여 이리저리 눈 굴리다 결국 옆에 누워있는 이 발견했고.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재하 본디 심약한 면이 있어 평소에도 크게 당황하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 편이었지만 이번엔 그 궤를 달리한다. 굳다 못해 통나무가 되어버리고, 세상에 재하 혼자만 남겨진 듯 현실과 거리를 두려 들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물들어 의도적으로 기억을 밀어내려 애쓴다. 떠오르는 기억은 단편적이고, 취기가 가시는지 절절한 머리는 반박자 늦게 그걸 치우고자 다른 생각을 해내기를 몇 번. 기어이 욱신거림에 패배한다.
상스러운 욕설이 목을 타지 않은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어이를 상실한 듯 근처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 덕분에 재하는 이곳에 자신만 있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만일 욕이라도 했더라면 그대로 들었겠지. 몸을 일으키는지 부스럭대는 소리에도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
당신이 부를 적에 재하는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릴 적, 이제야 옷의 감각이 온전히 느껴진다. 어깨까지 내려온 얇은 덧댐 옷, 그리고 풀어헤친 앞섶 사이로 들어오는 미묘하게 싸늘한 공기……. 지금껏 7년 전 전쟁 이후로 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양물 되었구나!
내가 미쳤지, 아무리 생각해도 미쳤지, 기억나지 않아도 일단 여기 누웠단 사실 자체가 미쳤지!
"부, 르지, 마시어요……."
눈치가 있다면..!! 부끄러움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곤 몸을 웅크리다 다시금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허리로 느껴지는 미묘한 통증 때문이다. 기억나지 않아도 세상은 늘 새로운 방법으로 재하 깨닫게 하니, 덮어가린 얼굴 사이로 부끄러움과 통증 섞여 자연스레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 우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소리를 뒤로 재하는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생각했다. 이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으면 좋겠다. 내가, 내가.. 내가, 내가…… 그러니까, 내가!! 뒷말을 생각지도 못하겠다. 생각만 해도 술김에 저지른 일이 떠오를 것만 같다. 손으로도 미처 가리지 못한 귀가 새빨갛고, 어둑어둑한 시야도 핑핑 돈다. 내가 진짜 미쳐!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 그대로 내보내지 않아 다행이다.
답이 돌아오지 않는동안 기억을 차츰차츰 더듬어봐도, 역시... 공자께서 무릎 위에 앉은 뒤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이 날 것도 같은데... 문제가 있다면 기억을 떠올리는게 오히려 더 두려운 것일까. 모르는 것은 지독한 공포지만, 때로는 무지가 약이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과 같은 짐작이 가는 무지라면 더더욱.
다행히도 제 정인은 깨어있었는지 그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물론, 엄청나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괜찮으십니까?"
정인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기에, 그는 잠시 고개를 숙여 제 정인 바라보았다. 그래봤자 이불 덮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걱정한 것과는 달리 크게 아픈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의 짐작이 맞다면 저건 부끄러움 때문이었으니까... 온전히는 아니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그는 정인을 몇번 쓰다듬으며 속으로 한숨쉬었다. 내가, 내가 미쳤지. 그렇게 술 마구잡이로 들이키는걸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어쩌다가...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는걸 알고는 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나는... 하하. 이렇게까지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렸을적 할아버지 몰래 사고쳤을때 이후로 처음인가.
"만약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절 부르시길. 저는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일단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에게나, 정인에게나. 그는 아까 봐두었던 제 겉옷을, 어째서 침대 아래에 대충 널부러진채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어들고는 걸치며 이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상의를 탈의한채로 바깥에 나가기는 매우, 매우 눈치가 보였으니. 제 정인에게 눈길을 한번 주고, 제 앞섬 여미며 문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문에 기댄채 마른세수를 하며 생각했다. 다시는, 기억이 끊길 때까지 술 마시지 않아야겠다고.
어느 쪽으로 괜찮냐는 건지 모르겠다. 재하 얼굴 여전히 손길 사이로 파묻은 채 입을 쉽게 떼지 못했다. 차라리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숨어버릴까 싶은 마음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 때문이리라. 이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지를 넘어서 귀까지 먹먹했다.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할 일인가 싶어도, 아니, 격하게 반응할 일이 맞기 때문이다.
"……네에."
겨우 쥐어 짜낸 목소리를 뒤로 재하는 웅크린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불 밖으로 당신이 빠져나갈 때가 되어서야 더듬더듬 손을 내려 뺨을 더듬고 트인 시야 너머로 상황을 정리하려 애썼다. 눈길 주었을 때 부스럭대는 소리를 제하면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을 테다.
"……."
다른 감정은 모르겠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희와 비가 동시에 교차하는 이 순간이 미치도록 부끄러울 뿐이다. 아내가 있는 사람에게 어찌 이럴 수 있느냐, 결혼식을 망치고도 뭘 더 망치고 싶어서 그렇냔 마음이 치고 올라오기가 무섭게 어차피 각오한 일이지 않았느냐, 이제 이 사람을 온전히 묶고 삼켜버릴 수 있으니 필히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 하는 집착이 동행하니 일순 스스로를 역겨웁다 생각하고 만다. 어찌 인간 된 도리로 이런 생각을 하냔 말이다. 끔찍한 것은 동행한 집착의 주장이 나쁘지 않았노라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제 정인에겐 이 사실을 말하지 아니하여야겠지. 허공을 노려보는 눈이 차갑게 가라앉기가 무섭게 재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복도는 그간 밤과 새벽에 다녀간 손님의 방을 치우는지 여럿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내려다보였을 것이다. 다른 손님방은 모두 치워도 이곳엔 얼씬도 않으니, 귀빈들 아직 있으니 암묵적으로 가지 않는 것일 테지.
"……아!"
분주히 쉼을 위하여 하루를 반대로 마무리하는 소란스러움 때문인지 이곳 사람들은 우당탕, 하는 작은 소란도 듣지 못한 것 같다. 외마디 비명 같은 목소리가 조그맣고, 조금은 갈라져 있으며, 소란의 근원지 너머로 짧은 침묵이 인다. 아마 문 열고 들어간다면 차마 침상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무릎 꿇듯 엎드려 허리 잔뜩 웅크린 채 부끄러움에 차마 얼굴 들지 못하는 재하 있을 것이다. 겉옷 줍기 위해 일어서려다 참변 당한 듯싶다.
"……ㅁ, 못 일어나겠사와요…."
맞다. 재하는 다른 무림인 사이에서도 유달리 연약한 편이었지. 무릎발로 기었던 건지 침대 가장자리에서 그러고 있었으미, 당연히 침대 밑으로 머리카락이 우수수 쏟아진 꼴이 버드나무 가지 드리운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처참하단 소리다…….
다행히, 복도에 있어도 알아보는 이 한명 없었다. 정확히는 알아보려고도 안 했던가. 분주한 움직임이었으나 이 방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이, 아마 아직 손님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손님이 누구인가 호기심이 생길 법 한데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는 것은, 중원에서 나름의 살아남는 방법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 안에서 제 정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어젯밤의 일이 그저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일까? 그는 쯧 혀를 차면서도 쓰게 웃음을 뱉었다. 아내를 놔두고 또 하나의 정인과 밤새 술을 마시고, 밤을 지샌 것을 안 들켜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니. 죄책감과 모멸감이 울컥 차오르면서도 그 속에서 배덕감이 움찔거려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것은. 한없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하. 나는,"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리려던 순간 제 정인 외마디 비명 듣고는 바로 문 열고 방 안쪽으로 들어간다. 우당탕, 하는 소리보다 문 열며 내는 쾅 소리가 더 컸을까. 다급히 방 안쪽 살펴보니 제 정인이 그대로 엎드려있는게 보였다.
"...몸이 불편하시면 말해달라 했잖습니까."
그러고보면 공자는 조금, 연약한 편이셨으니. 참상 보고는 조용히 제 정인 타박했다. 부끄러운건 알겠지만 아픈걸 숨기면 안 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정인 쪽으로 가서 바닥에 놓인 겉옷 주워든다.
"제가 옮겨드리겠습니다. 잠시."
정인의 몸 천천히, 몸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일으켜 얇은 옷이 안 보이도록 위에 겉옷 덮어주고는, 그대로 다리와 등 아래에 팔 받쳐 정인을 안아들었다. 세간에선 공주님 안기라고도 하던데, 뭐...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정인 역시 팔다리가 긴 편이라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가는 선 때문인지 상당히 가벼워 안아드는데 불편함 없었고.
물론 신체적으로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떨까. 적어도 그에게는 조금, 불편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이 가는 상황에, 더구나 마음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밀착해있어도 되는걸까. 안아들며 닿는 감촉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아 더욱 그랬다. 얼굴도 묘하게 가까운 기분이고. 잠깐, 원래 이게 이런 느낌이었던가? 얼굴 가까워 팔 내리면 그대로 제 정인 흘러내릴 것 같아 어쩔 줄 모른채 그저 안아든 팔에 힘이 괜히 더 들어갔다. 긴장한 탓인지.
"루주께 데려다드리겠습니다. 아마 루주라면 아픈 곳도 치료해주실테니."
이곳 루주와 제 공자를 친분이 있어보이기도 했으니 아픈 제 정인 데려다주면 그녀가 알아서 치료해줄 것이다...만, 눈치는 엄청나게 주겠지. 상당히 공자를 아끼는 것처럼 보였으니... 아마 어디가 아픈지 공자께서 고하면 곧바로 알아버리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니 귀가 살짝 빨개지는 기분이 들었으나, 그는 기분탓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문은 이미 열려있었으니 제 정인 안아든채로 천천히 계단 내려가 야월루주에게로 향한다.
재하는 자신의 몸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날이 제법 많았다. 왜 자신은 남들보다 배로 허약하게 태어났는지, 병치레는 왜 이리도 잦은지, 어찌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는지, 하물며 이 순간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지. 생긴 것도 남들과는 다르면서 몸뚱이도 남들과는 다르다니. 대체 자신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렇게 태어났는지 다시금 뼈저리게 곱씹고 부끄러움에 스스로를 원망했다. 머리카락 우수수 쏟아질 적 후들후들 떤다. 욕이라도 시원하게 뱉고 싶었으나 당신이 문을 여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
그래, 수치스럽다. 이 자리에서 못 박고 넘어가자면 수치스럽다 못해 몸이 건강했더라면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며 창밖으로 뛰쳐내리고 싶다. 아니, 뛰쳐내리는 걸로는 모자란다. 재하는 다시금 자신의 병약함과 수치조차 참지 못하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 멍청아…….라고. 차마 고개 들지 못했던 재하는 부끄러움에 떨리려는 목소리를 꾹 눌러내며 하나하나 글자를 뱉었다.
"폐 끼치고 싶지 아니하였는데……."
당신은 내 부끄러움의 깊이에 대해 알지 못해……!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내면의 재하가 거의 울듯이 외쳤으나 겉은 평온하다. 당신이 몸을 조심조심 일으켰을 적, 앞으로 쏟아져 산발이 된 머리를 뒤로 재하 멍하니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린다. 옷 걸쳐줄 적 그 조심스러운 손길에도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린 것이다.
"자, 잠깐-"
안겼을 적 얼굴 온전히 드러나니 열감 참지 못하고 눈물 그렁한 눈과 농익은 과실처럼 달아오른 뺨, 거기다 고이.. 아니, 꾹 다문 입술이 재하의 심정을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부끄럽다.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천마님께 빌어 먼지가 되어버리고 싶다…… 눈앞이 다시금 핑핑 도는 것 같았다. "무겁, 다니까요……." 스스로 말해도 효과가 없다. 그리 무거웠으면 무릎에 앉지도 않았겠지, 이 멍청이 재하야! 내면의 재하가 벌써 스무 번째 스스로를 타박하고 있었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풍성한 속눈썹으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물쭈물 대던 것도 잠시, 재하의 속눈썹이 순간 위로 휙 치켜 뜨이더니 당신을 온전히 쳐다본다.
"자, 잠깐만, 누, 누ㅇ, 아니, 루주에게 갔다간-"
재하 차마 버둥거릴 수도 없어 품에 안겨 가면서도 결국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푹 덮어 가렸다. 천마님, 제가 먼지가 되고 싶은데 이미 천마님의 눈엔 제가 이 너른 중원의 먼지겠지요……. 야월루주의 방은 사치스럽되 사치스럽지 않다. 주 루주, 그 작자와는 다른 길을 걷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재하가 제법 늦는구나 생각만 했을 뿐이다. 적어도 방의 문이 열리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루주의 삶을 살기 전에 무슨 삶을 살았는가. 홍화루, 그 하처下處에서 접객하지 아니하였던가. 그렇기에 지금 안겨오는 사람도, 안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못 살아."
문제라면 저 둘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됐다는 점이다. 둘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은야는 비틀거리다 자리에 앉았다. 한 무릎을 세우고, 세운 무릎을 괸 손으로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와락 쥐었다. 구겨진 옷감이 미래를 여실히 설명하는 듯했다. 은야 깊게 한숨 쉰다.
폐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 한숨 내쉬었다. 사실, 스스로도 알지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저게, 내 탓이라는 것을... 정확히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지만, 음. 그걸 다시 상기시키니 죄악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어찌되었든 가련한 그를 저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제게는 폐 끼치셔도 됩니다, 공자."
결국 모든게 제 탓이었기에, 정인을 더 타박하기보단 그저 한숨섞인채 약간의 잔소리만을 했을 뿐이다. 물론 정말로 폐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는 아니겠지만..
"....공자는 가벼우시군요."
눈물 그렁한 눈에 달아오른 뺨이며, 제 정인의 표정부터 얼굴의 요소 하나하나가 그의 무언가를 자극했을까. 음심이라고 해야할 것이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분이라 그것을 억지로 억누르며 애써 화제를 돌렸다. 그래봤자 이미 그의 귀는 빨갛게 달아오른 뒤였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방 침대에 제 정인을 내려놓을지 갈등하면서도 결국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제 정인은 지금 환자였으니까. 일단 아픈 곳부터 치료하는게 먼저였다.
그래서 제 정인의 반응에도 그는 묵묵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루주에게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대충 짐작이 가는 그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조금, 아니 사실 많이 혼나겠지만... 그렇다고 움직일 수 없는 제 정인을 내버려두고 갈 수도 없고, 제 얼굴이 팔릴까 의원도 부를 수 없는데.
"공자께서... 몸이 아프신가봅니다."
비틀거리는 루주를 애써 무시하며 찬찬히, 제 정인 침상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려 했다. 행여나 제 정인 불편할까 눕히는 손길 하나하나의 신경쓰느라 루주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아마 가까운 사이니 침상을 빌리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며 정인을 두려던 찰나 루주의 깊은 한숨에 그가 몸을 움찔거렸다.
"...저도 말입니까?"
나도 앉아있어야 하나. 루주의 표정을 보니 더더욱 그러기 싫은 기분이었다. 여기에 앉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보였기에. 하지만 제 정인이 걱정되는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 그는 예전 할아버지에게 혼나러 불려가는 심정으로, 루주 앞에 말 없이 정좌했다.
한숨 소리. 재하는 마치 눈치를 보듯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깔더니, 우물쭈물 대다 시선을 굴려 피했다. 좋지 않은 버릇이다. 이런 버릇도 고쳤다 생각했건만, 기루 안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혼란한 마음 때문인지 몸에 배었으나 희미했던 버릇들이 자꾸만 튀어나온다. 이대로라면 기루에서 자랐던 사람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게 생겼다. 부끄럽다. 풍성한 속눈썹이 눈동자를 가릴 법도 하지만, 일렁이는 눈동자가 원체 눈에 잘 띄는 색이다 보니 쉬이 가려지지 않았다.
"……."
그렇지만.. 하고 대꾸할 법도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단어가 나오지 못했다. 이런 꾸중에 대꾸했다간 끝이 없을지도 모르고. 재하 당신의 품 속에서 손을 그러 모은다. 화제를 돌리는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달아오른 뺨을 뒤로 조그마한 입술이 달싹였다. "……재하." 속삭이는 소리가 새벽엔 그리도 잘 불러줬으면서, 어째서 지금은 아니냐 묻는 것처럼 꽁하다. 그렇지만 더 재촉하거나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랬다간 당신이 발걸음을 성큼 돌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고통은 배가 되어 내일까지, 심하면 모레까지 일어서지도 못하고 범무구에게 의존하며 다녀야겠지. 그건 싫던 모양인지 입을 꾹 다물고 묵언이라도 수행하겠다는 듯 시선을 휙 굴려버린다.
……그리고 이 상황도 그다지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재하는 은야의 시선을 피했다. 당신이 내려놓는 침상은 포근해야 정상이거늘, 정작 따가운 눈초리에 살얼음이 낀 것처럼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어 당신에게 그리 세심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당신의 팔만 무력하게 조물 거렸다.
"당연히 아프겠지요. 몸이 어찌나 약한지 흔한 감기도 일주일 이상을 가던 분인데."
엄지와 검지로 미간을 꾹꾹 누르듯 짚는 것을 보니 생각할 거리가 물밀듯 치고 들어와 머리가 아픈 모양이다. 은야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지?
"이곳에 대협이 둘입니까?"
엄한 목소리와 함께 정좌하는 당신을 바라본 은야는 두어 번 더 미간을 꼬집듯 누르더니 깊게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시겠지만 저는 대협이 달갑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재하가 이리도 깊게 정을 나누는 벗이 없었으니, 지금까지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있으니 지조를 지키고 각별한 기억을 나누는 벗에서 끝나리라 생각했지요."
마음 같으면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릴 법도 하지만 은야는 꾹 참고 있었다. 재하가 침상에서 눈 굴려 은야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대협.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아내 있는 사람이 내 기루에서 그런 일을 벌여 기루의 명성에 타격이 갈까 화가 난 것이 아니니 그쪽으로 사과할 생각일랑 마십시오."
은야는 지금 로판 같은 곳에서 보면.. 네가 내 딸(?)이랑 어울릴 이유 300가지만 대봐. 하는 공작님의 심정인 거에용.. 네가! 내 딸이랑 어울릴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키웠는지 알면 너도 뒤집어질걸! 하는 그런... 공작님의.. 심정... 아모튼 편안히 써주세용.....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던 찰나 속삭여진 말에 다시금 제 정인 쪽으로 시선이 간다. 달아오른 뺨으로 그렇게 속삭인다면, 그에게 선택권이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인지. 굳이 재촉하지 않는 까닭은 잘 모르겠으나 그럴 필요도 없다 생각하며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주변을 둘러보고, 분주하던 이들도 다른 시선도 느껴지지 않자 그제서야 고개를 숙여 정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었다.
"네가 원한다면, 그리 불러줘야겠지... 재하야."
작게 소근거리고는 시선 휙 굴린채 토라진듯 있는 제 정인에 볼에 가볍게 입 맞춰주려 했다. 불그스름한 뺨을 무방비하게 노출하고도 이런 짓을 당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걸까. 어딘가 꽁기해진 표정까지 지었으면서, 그게 얼마나 귀엽게 보이는지 알텐데도. 아니 모르니까 그런걸까. 그렇다면 이 기회에 배웠기를. 스스로의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나를 얼마나 자극하고 내가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어제와 지금의 일로 배웠기를 바라며 그는 제 정인 향해 키득키득 웃음 뱉었다.
그런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렸지만. 이젠 제 정인의 보호자에게 혼날 시간이었다. 그는 정인을 걱정스레 바라보면서도 팔 조물거리는 가녀린 손을 제 커다란 손으로 덮고는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안심시키려는듯 빙긋 미소짓고는 다시 루주 쪽을 바라보고.
"....죄송합니다."
미간 꾹꾹 누르는 루주 보면서 할 말 없다는 듯 시선 내리깔았다. 뒤에 아픈 제 정인이 실제로 누워있으니 죄책감이 가슴을 쿡쿡 찌르는 기분이었다. 내가 어제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건데, 왜 하필 술을 의식이 끊길 때까지 마셔가지고...
편치 않은 심정으로 제게 말하는 루주와 눈도 마주치지 못 하다가 물음에 힘겹게 시선 돌려 그녀와 눈 마주친다. 정말이지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다. 이렇게 짓눌리는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낀게 언제였던가. 조용히 루주 바라보다가 한숨 푹 쉬고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긴장하고 있어봤자 도움되는 것 하나 없었으니.
"저와 재하... 공자의 관계는, 보이시는 것 그대로입니다."
어차피 변명따위는 바라지도 않는 것이겠지. 이미 다 들켰을테니. 간사한 말재간으로 넘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고, 그럴 재주도 그에게는 없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건 많지 않았다.
"예. 저희 관계는 단순히 벗 관계가 아닙니다. 더 깊은...관계이지요. 저는 재하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듯, 그는 루주를 빤히 바라보았을까. 이게 그녀를 더 화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가 선택한 것은 이쪽이었지.
조그맣게 불만사항을 콕 집어냈더니 시선이 느껴진다. 발걸음을 멈추는 통에 괜히 말했나 싶어 시선을 더 피해버리다가도, 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입술 꾹 다물듯이 깨문다. 취기에 들었던 흐린 발음과 달리 명확하게 제 이름 속삭이자 수줍음 물밀듯 치고 들어오더니, 채 열기가 식기도 전에 뺨에 입을 맞추자 움찔 떨어버린다. 머리카락이 비죽 서는 느낌과 함께 여실히 깨닫는다.
채근하지 않았더라도, 채근을 했더라도, 그 이외의 무슨 짓을 해도 잡아먹히는 것은 똑같겠구나. 포식자 앞에 놓인 토끼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것도 도망도 치지 못하고 겅중겅중 뛰어오는 앞발에 눌릴 수밖에 없는 토끼가. 키득키득 웃는 소리에 당신 한번 쳐다보고는 모난 눈으로 노려다 본다. 스스로도 알고 있을 테니 치사하단 말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은야는 혼란스러웠다. 성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혼란은 다른 곳에서 비롯됐고, 속 깊은 분노도 같이 끓어올랐다. 은야는 무공도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니 무림인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것만큼은 참고 싶었지만, 침상에 눕는 재하를 보니 수십 년간 쌓아온 인내심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재하가 아직 어려 기루에 있을 적, 손 뻗으려는 음험한 손길들을 뿌리치고자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데. 그 결과가 무색하다니, 그것도 자신의 기루에서!
아니,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저 달갑지 않은 사람을 끊어버리자. 은야의 눈은 확실하게 당신을 마주하고 있었고, 방금 전까지 그런 생각을 했다는 듯 단호하고 강단 있었다.
"보이는 것 그대로다? 그게 제가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입니까?"
은야의 미간에 주름이 패인다. 깊은 세월과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은 한 아이의 어미와도 같았다. 구겨졌던 옷감이 더 세게 구겨졌다. 보이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지켰던 아이가 사고를 친 모습이었고, 당신은 천하의 파렴치한 사람으로 비치는데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거지?
"……벗이 아니라, 연모다?"
방금 전에 했던 생각은 취소다. 파렴치한 사람? 끔찍한 소리. 저 도둑놈! 은야는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이글거리는 노기를 숨기려 들지도 않았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재하가 몸을 일으키려던 것을 눈치챘는지 한 손을 들어 가만히 있으란 신호를 보낸다.
"재하야. 진심이더니? 너도 같은 마음이고?"
재하는 우물대다 "응……."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고, 은야는 깊은 한숨을 쉬며 생각을 하고 싶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내가 미쳐. 중얼거리는 소리에 벌써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
"…네게 행해졌던 일을 기억하면서도 진정 허락했단 말이더냐?"
일순 재하 입 다문다.
"……그깟 사랑이 뭐라고 네 가장 끔찍하게 여기던 곳에서 정을 나눌 정도더냐." "……이, 이 사람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 네 뜻이 그러하다면 내 말리지는 않겠다. 네가 깨닫는 것이 있겠지."
그렇지만.
"그쪽은 정인을 물리적으로, 소중히 대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영 세심하지 못한 사람이라 돌려까는 말. 이걸로 확실해졌다. 당신은.. 야월루의 루주에게 단단히 찍혔다. 눈에서 독기가 뚝뚝 묻어나고 있지 않은가. 다행스럽게 더 혼낼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초식 창안, 무공 개량, 초식을 모아서 무공 창안 <- 이거 한 사람 있어용? 특정 초식(예 : 탁발호장신공 2성 공포백) 자체를 더 개량하는 것이 가능한지(위의 공포백을 개량해 상대에게 공포를 주는 것을 넘어 심상에 영향을 끼치는 등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량하는 것이 가능한지) 무협지에 보편적으로 나오는 기술들(흡착결, 이형환위, 사량발천근 등)은 이미 구현되어있다고 하는데 이런건 어떻게 얻는지(경지 올라가면 자동으로 얻나?-예 : 전음) 무릉도원 숙련도 1% 상승권 ?성 100%에서 사용해서 ?+1성 1%로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이거로 11성, 12성 뚫을 수 있는지
루주의 물음에 그는 조용히 고개 끄덕였다.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라고 할까, 그것을 부정하더라도 결국 크게 변하는 것은 없지 않을지. 이미 이 관계는 받아들이지 못할 이들이 무수히 많았으니. 거기에 루주 또한 추가되는 것 뿐.
"연모... 예. 연모입니다. 재하도, 저도... 서로를 연모하고 있습니다."
비단 연모의 감정만이 아니었지만. 서로를 파멸시키려는 욕망과 자기파괴의 욕구와, 그 속에서 생기는 집착 등.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한데 뭉쳐 응어리진게 바로 연모였다. 우습지. 새삼 루주가 자신을 저렇게 보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는 루주의 생각대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 맞았으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물러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 과정이 어떻게 되었든, 연모라는 감정. 그 결과는 진실된 것이었으니까. 요컨데 좋아하는 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건... 실수였습니다. 그런 일 다신 없도록 하지요."
독기 뚝뚝 묻어나오는 눈빛에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때 술을 마신게 잘못이다. 술만 마시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거늘. 폭주해버린 지난날의 자신이 조금 원망스러웠던가. 잔뜩 혼난 다음에서야 그는 입을 열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워낙 루주의 시선이 따가워 좀처럼 말을 꺼낼 수도 없었으니. 물론 무림인과, 무림인이 아닌 일개 루주의 차이야 명백했지만 기세에 눌린 것은.... 요컨데 장인어른을 사위가 당해내지 못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나.
"루주께서 절 경계하시는 이유를 모르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였지만... 약조하겠습니다. 재하를 소중히 대하겠다고."
물론 단지 이런 상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 정인의 미색과, 그 때문에 정인에게 뻗쳤을 음험한 손길들. 그런 이들과 자신은 다를 것이라는 확언.
"재하 역시... 제게는 더없이 소중한 이니 말입니다."
말을 끝마치고는 조용히 일어나 제 정인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침상 위에 누워있을 그를 살펴보며 걱정스러운 눈치로, "오늘은 푹 쉬시지요." 라는 말과 함께 가볍게 쓰다듬으려고도 했을까.
은야는 많은 감정을 속으로 눌러야만 했다. 하처下處 홍화루에서 인간이 어찌나 추악한지 알았기에, 또한 은야 또한 인간의 욕망을 통해 수익을 얻기에 두 사람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성별 따위도 중요치 아니하는 그나마 열린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것도 넘어갈 수 있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당신이 고한 서로를 연모한다는 발언이었다.
천하의 재하가, 끔찍한 과거를 가지고 타인을 품지 않으려 들던 벽 같은 아이가, 함께 패놀음 하던 당시 명백하게 혐오감 드러내며 빈정거리던 야수 같던 속내를 가졌던 저 아이가 어떻게 스스로의 의지로 사랑을 하노라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은야는 그 부분에서 절대 정상적인 연모가 아닐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건 사랑이 아니다. 추잡한 밑바닥에서 인두겁을 쓰고 기어 다니는 우리에게 내려진 알량한 놀음일 것이다. 그 알량한 놀음을 내가 받아들이고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봐야만 하는가? 내 네게 품은 죄책감이 이리도 깊은데 나는 이번에도 손쓰지 못해야만 하는가?
"……."
그럼에도 너는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가. 은야는 재하의 수줍은 시선에 입술을 꽉 깨물더니 결국 두 사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너는 내가 이해할 수 없던 존재였던 것인가, 아마 그렇겠지.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존재겠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 이후로는 대협을 손님으로 받지 아니할 텝니다. 아시겠습니까."
따가운 시선을 뒤로 은야는 약조에 거듭 약조를 촉구했다. 소중히 대하겠다는 말은 늘 신뢰치 않았다. 손 뻗던 음험함이 어느 정도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면서 얼마나 조심하겠냔 불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머잖아 사그라들었으니, 당신의 행동 때문이었다. 은야는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당신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세운 무릎 위로 푹 숙이며 한숨을 쉬었고, 침상에 누워있던 재하는 물끄러미 그런 은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심려치 마시어요."
재하 쓰다듬는 손 느릿하게 뻗어 잡고는, 제 뺨에 얹으며 눈을 보드라이 휘었다. 괜찮다는 듯 사랑스럽게 미소 짓고는 뺨을 손바닥에 맞대듯 비비기도 했고,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는 등 제법 애교스럽게 당신을 대했다. 대놓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무시무시한 은야에게 인정받고자 했음이 대견하기 때문임은 여실해 보였다.
"덕분에 이리 누이 얼굴도 보게 되었고……." "이렇게 보고 싶지는 않았단다." "그렇지만, 이렇게 혼나기는 또 오랜만이니까.."
【 초식의 창안 】 기술(1성제한인거) 같은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사량발천근, 수상비, 궁신탄영, 허공답보, 이형환위, 흡착결 같이 무공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무기를 다루는 기술이나 무공의 기본 원리 등을 이용하는 것들을 말합니다. 이형환위는 내공을 이용해서 분신(잔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될만큼 무지 빠르게 움직인다던지...하는건데. 무협지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기술들은 이미 구현이 되어있으니 원하시는건 아무래도 레스주가 직접 창안하는 기술에 대한 것이겠죠?
기술 창안은 무공 혹은 본인이 사용하는 무기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합니다. 레스캐는 원칙적으로 달인 수준(현대로 치자면 검도 6~7단, 올림픽 역대급 금메달리스트 등)으로 이해하고 있는 상태이니 무기에 대한 이해도를 통한 기술 창안은 사실상 여러분이 무림비사 세계관에 어긋나는 기술을 만드는게 아니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기술을 만들고 싶은지, 그 기술이 무기와 관련이 있는지, 세계관과 어긋나지 않는지, 부상을 입는 실전을 최소 한 번 이상 거쳤는지. 이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1성 짜리 기술이 창안돼용!
무공을 이용한 기술 창안은 최소 6성을 찍고 캐릭터가 진행 중에 연구를 해야 합니다. 무공을 연구했는지, 어떤 기술을 만들고 싶은지, 그 기술이 무공과 연관이 있는지, 부상을 입는 실전을 최소 한 번 이상 거쳤는지.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1성짜리 기술을 하나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들을 열심히 만들고 모으면 무공을 창안할 수도 있는데 삼재검법보다 낮은 등급으로 만들어집니다(무공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간신히 무공의 조건만 충족한 상태)
레스주 여러분이 열심히 스스로 만든 기술들이니 당연히 애착이 있으실겁니다. 일종의 이스터에그로 넣어놓은 것이지만 이렇게 만든 무공도 개량이 가능하니까 꾸준히, 열심히 개량하면 신공이나 무림일절, 절학 등의 무공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공을 처음부터 창안하는 편이 훨씬 강하고 좋으니 개량 속도도 빠를 겁니다.
재하 덤덤하였다. 마교의 세작인가, 아니면 사파인가, 정파인가.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은 지당히도 이해하는 바다. 아무렴 내 님이 남에게 시선이 간다면 속이 타들어가고도 남지. 그렇지만 그런 것에 매달려서라도 제 남편의 사랑이 일방적일 것이라 믿고자 하며, 마치 현실을 도피하는 것 같으니.
"부군께서는……."
이 어찌 우습지 아니한가. 천하의 중원제일미도 결국 사람에 불과하단 뜻 아닌가. 가장 밑바닥을 보지 못하고 빛나는 후광 속의 여인, 사랑에 목마른 흔하디 흔한 사람. 재하 여전히 덤덤한 태도로 입 벌린다.
"마치 견공과도 같으셨지요. 순한 듯하면서도, 제 선 안의 사람에게 위협이 되면 가감없이 날선 이빨을 드러내며, 한 사람만을 보는 듯한…… 마치 정파의 귀감이요 협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결국 개는 개, 짐승은 짐승이 아니던가요. 재하 천천히 자신의 긴 옷자락을 향해 무릎 위에 얹던 손 옮긴다.
"귀한 집에서 자란 개라도 한번 밑바닥에 깔린 시체 맛을 보면 그 이후로는 제 주인도 문다더군요."
옷깃 스치는 소리 하나 나지 않는 꼴 기이하나 그만큼 관능적이니, 인간답지 아니하다. 이윽고 엄지와 검지로 그 천자락 느릿하게 쥐어 살포시 들어올렸다. 천자락 들어 올려지며 발목 살짝 내보인다.
"개가 시체 맛을 보곤 개집*을 선택하였는데 어찌하더이까?"
재하 사붓이 눈 휘는 꼴 처연하다. 처연히도 아름답고 악독하다. 네 남편이 이 치맛자락 안이 더 좋다지 무어니. 노골적인 은유. 사람 참 간사하지? 하지만 어쩜 좋아.
" 얌전한 부뚜막에 고양이가 먼저 올라간다느니. 치맛자락 짧은 여인은 몸태가 가볍다느니. 그 수많은 말들이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남자의 입에서 시작되는 것이 가득하온데. " " 얌전하지도 않고 치맛자락 짧은 것 좋아하는 여인에게 홀린 남자를 탓하기보다 저를 탓하시려거든. 그대도 교태를 타고 태어나시지. 어찌 그것은 생각도 못 하시면서 제가 그대의 남편을 꼬셨다 생각하실까요? "
" 제 혼자 꽃에 휘말려 날아든 벌떼 따위를, 꽃이 신경 쓸 이유가 있을련지. " " 아, 시든 할미꽃이시라 모르시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