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실로 마음 편한 술자리가 얼마만일지. 홀로 주점에 몰래 들어가 구석에서 마시는 술을 제외하면, 사람과 대작하며 마시는 술중 편안한 술자리는 실로 오랜만이었을까. 복잡한 이야기는 다 제쳐두고 그저 편안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확인하고... 그럴 뿐이었다. 그게 화근이었다면 화근이겠지만.
그는 평소 취하도록 마시는걸 좋아하지 않았다. 값비싼 술을 여러날에 걸쳐 기분 좋을 정도로만 향과 맛을 음미하며 먹는 것을 즐겼다. 허나 오늘은, 값비싼 술이라는 것 정도만 동일했을까. 향과 맛을 즐기던 평소의 관심은 눈 앞의 정인의 미소에 전부 빼앗겼으니. 그가 과음을 한 것도, 흥을 낸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후후. 공자께서도 취하셨나 봅니다..."
그 역시 웃음에 헤퍼졌다. 평소의 굳은 표정은 사라지고 순박한 청년처럼, 그래, 마치 예전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표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그는 내심 취했다는 것을 깨닫고 곤란해하던 참이었을까. 이대로라면 실수할지도 모르니 이만 그만 마셔야겠다... 라고 생각했으나.
"아... 그렇지요.. 네..."
늘어지게 뱉은 그 단어에 홀린듯 중얼거렸다. 마치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마음 편해졌고. 풀어졌다. 늘어지는 단어 애교스러워 정인을 빤히 마주하며 기울어진 눈 바라보다가.
"...어지러워 술을 따르기 힘드니... 제 곁에 오시지 않겠습니까..?"
살짝 움직여 제 옆자리 비우고는 살며시 웃음지었다. 마주보는 것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느껴져서, 술김에, 조금 대담하게 행동하며 능청스레 웃은 것이다.
이렇게 취한 적이 얼마나 있더라. 아마…… 모르겠다. 그런 걸 신경 써도 어차피 홀로 주취 하지 않았던가. 남 앞에서 이렇게는.. 모르겠다. 그래, 전혀 모르겠다. 재하 스스로 생각하다가도 곧 잊어버린다. 머리가 혼탁하고 내공은 쓸 수가 있나? 안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역시 이것도 모르겠다. 취기가 몸을 훑다 못해 머리를 죄 지배하는 이 느낌에 속절없이 당해버렸다.
"으음, 취한 것일까요…… 취한 것일까요, 아무렴 어떠하여요…… 도련님이 곁에 있는데 무에가 두렵겠사와요."
재하는 고개를 들어 제 정인 마주했다. 웃음이 헤퍼진 모습에 과거가 겹친다. 지금은 변했지만 전쟁이 벌어지기 이전, 만났던 그 사람이 맞는다는 듯. 욕심이 생겼다. 당신을 더 보고 싶다. 지금은 그래도 되겠지, 둘만 있는 상황인데다, 이리 웃는 현재의 당신을 언제 더 보겠는가. 손은 이미 빈 술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훑고 있었고, 잔을 채워달라며 속삭이는 목소리는 당신을 예전에 부르던 버릇대로 부른다. 그에 홀려버렸는지, 아니면 취기에 같이 푹 빠져버렸는지 중얼거리고, 재하 마주하는 눈 느른히 휘었다. 입술 또한 고이 다물려 보드라운 듯 호선 긋고, 눈은 취기에 푹 빠졌더니 수심 젖은 모습이 보다 고혹적이다.
"어찌 소마가 그 뜻을 따르지 아니할까요…… 네에, 부르시었사오니 응당 가는 것이 옳겠사옵지요."
소맷단으로 입가 가리며 사붓이 웃는다. 여전히 입가 가린 채로, 살짝 고개 기울인 채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잠시, 재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옷깃 나부끼는 소리가 날법도 하건만 취중에도 교육받은 것을 몸이 잊지 못했는지 여전히 나지 않는다. 고작 예닐곱 걸음 채 안 되는 거리임에도 비틀비틀 걷는 걸음 위태롭더니만, 그럼에도 재하 천천히 당신 앞에 서더니 속삭이듯 입술을 벙긋거렸다.
"다만 도련님, 옆자리로는 성이 차지 아니하여요. 누구라도, 언제라도 곁이라면 있을 수 있사온데 어찌 곁에 있겠사와요."
술김에 대담했던 것은 당신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천천히 무릎 꿇듯 하면서도 몸을 기울인다. 만일 당신이 피하지만 않는다면 기울인 몸으로 당신을 안듯이 하면서도, 무릎 위로 살포시 마주 앉듯 하였을 테다. 그래, 무릎 위로, 마주 앉듯.
"밤새워 마시는 전주를 따르시어요, 오늘 밤 누가 소마의 상대를 하겠사와요, 네에..? 오로지 도련님밖에 없사옵지요. 하니.. 오늘 밤은 마음 갈 때까지 밤새도록 마실 터이여요…… 부디 이 자리를 허락하되 재하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어요."
시야가 살짝 흐리다. 어지럽다. 내공을 써서 몰아내면 되지만... 아, 그렇지. 내공을 써서 취기를 몰아낼 수 있었다. 무림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는 까닭이란, 나 자신이 겁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용기가 없어서... 그저 하룻밤 사이의 술주정으로 끝내버리고 다음날에는 잊어버리고 싶을지도. 내가 지금 그를 만난 것은 남들에게 들키면 지탄받을 일이요, 어쩌면 버림받을 일이니. 그 무게가 무거워 도망쳐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후후...후.. 저를 믿으시기에 그러시는 것일지, 아니면..."
두려운게 없다는 말에 빙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도망친다면, 저런 모습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사람을 홀리는 천성의 얼굴이란, 그가 평생을 가도 한번 마주할지 말지 모르는 것이었으니. 그렇기에 두렵다고 하더라도,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용기를 내어 제 정인과 밀담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보고 있다면, 욕심을 내어도 되는 것이지. 서로간의 얼굴을 확인하고, 온기를 확인하고, 마음마저도... 확인하는. 그런 욕심을.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면 바깥 어디에서 낼 수 있을까?
적어도, 이런 상황은 바깥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것이다.
"...재하야."
이런 순간에 자제력을 시험당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째서인가. 무릎 위에, 그것도 마주보며 앉은 것은 말과는 달리 밤새 마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는 제 정인의 머리칼을 한번 쓸어내리며,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흰 머리칼이 부드럽게 손가락 사이를 스쳐지나가며 느낀 것은 눈 앞의 정인이 욕심 많은 이라는 것. 제 옆자리에 만족하지 못하여, 제 무릎 위를 탐하는 이라는 것. 그리고 그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자신 역시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
"어울려야겠지... 그럴 수밖에 없지... 네가 요구하면 나는 내어줄 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그러는구나. 재하야.."
무릎 위를 원한다면 내어주고, 밤새도록 어울리길 원한다면 어울려주고, 애정을 원한다면 다 품을 수 없을 만큼 쏟아부을 것이다. 원해지는 것을 원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속으로 자조적으로 한탄하면서 널 향해 쓴 미소를 지었다. 무엇을 원하든 기쁘게 내어줄 수 있다. 다만,
"그래도 대가는... 받아야겠지. 네가 내게서 남들이 갖지 못하는 것을 취하니, 나도 그래야겠구나."
그대로 눈 맞춘 채로 조용히 속삭이다가 제 정인 뒷목 휘어잡고 끌어당겼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원했겠지만, 단 한명도 가지지 못 했을 그것을 취하려 했다.
제 쪽으로 뒷목 끌어당기고 살짝 벌려져있을 입술에 제 입 맞췄다. 그대로 눈 감았고, 묘한 희열감에 몸 살짝 떨었다. 남들이 가지지 못 했을 온기를 그가 취하고 있었기에. 그가 쏟은 애정만큼 다시 정인으로부터 취하는 기분이 들었기에. 혹은, 그저 그 행위 자체가 순수하게 기뻐서. 두근거렸었나?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을 시간 지나고 그가 다시 입술을 떼며 손을 풀어주니, 아마 제 정인도 자유로워졌겠지. 감았던 눈 살짝 뜨며 헤실헤실 바보같이 웃었고.
욕심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치맛단 너머로 드러나는 수줍은 발처럼, 소맷단 사이로 드러나는 조그마한 손길처럼 살그머니 나오기 시작하면 더는 집어넣을 수 없다. 본디 주취란 그리한 것이다. 누군가의 욕심을 그대로 비치는 경대와 같으니, 적어도 당신과 나의 욕심은 같은 기로를 걷고 있구나. 도망치지 아니하였으니 마시고 취하라. 오늘 밤 누가 나의 상대를 하겠느냐.
"아실 텐데요……."
두려움이 없을 이유를 흘려낸다. 이미 당신이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아니하였습니까. 도망치지 아니하고 욕심을 마주하시지 않았사와요. 결국 이럴 수밖에 없었다. 같은 길을 걷기로 한 이상 물러설 이유 무에 있는가, 지금은 바깥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어찌 몽중에서 현실을 마주하랴. 오늘의 일은 꿈결이고, 숨결이요, 인생에 그어질 덧없을 순간이자 강렬한 상흔일 테지. 하여 재하 더없이 사랑스럽고도 발칙한 수를 썼다. 무릎 위에 마주 앉으며, 뻗었던 팔을 당신의 목뒤로 교차하고는 취기 어려 혼탁한 눈을 숨기지도 않고 마주한다.
"네에, 도련님."
당신이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당신에게 온전히 이름마저 내어주는 것이니 어찌 순순히 답하지 아니할까. 마를 裁요 물 河, 혹은 재앙 災 어찌 何인 두 글자를 부르면 온갖 고운 것을 담아낸 듯한 목소리로 답한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온전히 당신을 향한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당신의 손가락을 스칠 때면 눈이 완벽한 곡선을 그어내고, 걸터앉은 몸을 조금 당긴다. 당신이 내어줌을 알기에 이랬다는 것처럼, 혹은 무례를 용서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무엇을 취하실까."
속삭이는 눈길 마주하다 목덜미 휘어잡힐 적 눈 홉뜬다. 선망하던 것을 가져갔으니 대가 또한 응당히 치르는 것이 옳았다마는, 참으로 이기적이어라. 재하 받아들임 늦지 않았다. 눈을 내리감고 목뒤를 껴안았던 손끝을 세운다. 배덕이 재하 등골을 오싹하게 훑는다. 이교도가, 하물며 아내가 있는 자가. 아니, 나의 정인이 애정을 받아 가는 것이 대체 무엇이 나쁘지? 응당 가져가야 할 것이 아닌가. 몸을 조금 더 가까이 밀착할 적엔 배덕감은 이미 흐려지고 희열이 가득 몰아쳤다. 예, 그렇습니다. 봄은 짧으나 밤은 온 계절에 무성하니, 그 밤의 시간을 쥐어흔드시어요, 갑작스러운 추위에 욕심이 달아나지 아니하도록 비밀을 쌓고 천천히, 서로 무너지는 겁니다…….
접문의 뒤는 눈 맞춤이라, 재하 조금 더 혼탁해진 눈으로 한참이고 헤실헤실 웃는 모습 쳐다보다가도 기어이 웃어버린다. 조그맣게도 쿡쿡, 웃음을 흘리는 소리가 들린다. 웃음은 작고도 간교롭다.
"재하. 그리 부르시어야지요……."
속삭이는 소리 간교로웁다.
"상공相公.* 이러면 계속 무례를 범하게 될지도 모르겠사와오니, 이 간악한 마두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주한 두 눈 휘는 모습은 그림자가 지면 눈만 아스라이 빛을 발할 것처럼, 이것이 진정 무인인지 요괴인지 모를 정도로 사특하고도 사랑스러우니 어찌 과거 귀태 소리를 듣지 아니하였을까.
안으로 들어가자 모란 무늬가 화려하게 장식된 하얀 옷을 입은 미녀가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재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앉으시게."
그녀의 말투는 고풍스럽습니다.
다행입니다. 우선 그녀가 재하를 보자마자 칼을 뽑고 목을 썰어버리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재하의 데드플래그가 일시정지됩니다! 화려한 모란 무늬. 모란의 유래를 알고 있는가, 수컷 모牡 붉을 단丹 하여 남성성을 뜻하니 어쩌면 중원제일미가 본인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가 싶어 재하 입 다문다. 날선 눈에도 치켜뜨거나 당당히 마주하는 일 없이, 옷깃 스치는 소리 한번 없이 무릎 꿇듯 앉는 모습 조신하다.
예를 갖추되, 목숨이 걸려있음에도 아부하지 아니하듯 그 모습 과하지 않다. 이제 죽음에 대해 초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천마님께서 쓰실 일 있으실 터이니 이 또한 필요한 시련이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소맷단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자 손 또한 모이고, 나긋하게 고개 숙여보이니 이는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위치임을 알기 때문이리다.
- 그럼 됐어. 내 세가를 뛰쳐나오면서도 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잊혀지지가 않더군. 형님의 아이들이 잘 커줬어...
그러더니 해골이 일어나 검을 뽑아듭니다.
- 알려주어 고맙네. 그럼, 이제 목숨을 두고 붙을 시간이야.
해골이 웃은 것 같습니다.
- 이 뒤에 있는 우리 호걸, 독고구검의 비급을 노리고 온 것 아닌가?
***
".....아니? 나는 선도를 좇는 자다. 동정호 용궁 찾으러 호남에 왔는걸?"
진짜다. 일이 꼬이고 있지만 정말 진짜다. 비급을 노리면 천상의 비급을 노리지, 왜 인간의 비급에 목숨을 걸어야 하나.
"동정호 용궁은 필시 동정호 바닥에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동정호 물이 사라졌고, 물 흐른 흔적을 쫓아 가장 낮은 곳으로 오니..."
낮은 곳으로 오니 여기였다. 그녀는 말을 멈췄다. 머릿속에서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이곳은 얼추 독고구검의 비고 정도 되는 곳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간이 물 밑에, 동정호 물을 모조리 삼킬만한 시설을 지을 수 있나? 굳이 화경고수들을 한 수레 모아온다면 아주 불가능까지는 아니겠으나. 그러면 소문이 없을 수 없다. 중원 전역에 동정호 밑 시설에 대한 이야기가 천 년 동안 떠돌 것인저. 이곳은 인간 스스로 만든 공간이 아니다.
동정호의 가장 깊은 곳. 동정호 물을 먹을만큼 무식한 크기. 인간이 만들지 않은 곳. 생각나는 건 단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