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상 맞아주는 것도 바보같은 짓이지. 머스티어의 다리는 아직 멀쩡했기 때문에, 스파크의 공격을 피하는 건 엉망인 몸 상태로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수류탄을 던지는게 보였다. 그대로 둘까보냐. 공중을 날아다니는 수류탄에 총구를 겨누고 그대로 발사했다. 한발 한발 쏠 때마다 가해지는 부담에 상처부위에서 다시 피가 터져나왔다.
"누가 아발란치를 위해 죽는다고? 웃기는 소리를 다 하는구나."
그가 충성을 바친 대상은 아발란치가 아닌 유토였다. 그러니 죽어도 아발란치가 아닌 리더를 위해 죽어야지. 머스티어는 능력 탓에 더욱 날카로워진 송곳니를 보이며 씨익 웃었다.
휴스턴의 몸은 만신창이였고, 공격을 선택하면 저절로 회피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휴스턴은 시구레를 노리고 발포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휴스턴을 노리던 스파크는 아까의 남성이 주먹으로 쳐 떨궈주었다. 물론 맨주먹으로 친거니 타격이 없지야 않겠지만. 심지어 거기에 더해 시구레는 능력을 최대한 전개해 휴스턴을 노리고 다중 시간대의 공격을 펼쳤으나. 남성은 그것마저 말도 안되는 속도로, 심지어 주먹으로 총알을 쳐내 전부 막아 ㅡ 당연하지만 데미지가 없는게 아니다 ㅡ 냈다.
"세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지."
샐비아는 바닥을 폭파시켜 보았으나 바닥은 멀쩡했다. 뭔가를 뚫어서 도망치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시간이라도 충분했다면 모를까, 샐비아의 몸상태도, 집중할 여유도 없었다. 심지어 저길 봐라, 노아의 수류탄이 날아오고 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츠와를 공격한 뒤의 세이메이의 도베르만이, 샐비아를 밀어내어 공격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게 도와줬다. 폭발의 범위는 분명 클 수 있었으나, 머스티어가 사격해 수류탄을 미리 터트려줬기 때문에 도베르만의 힘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거 같다.
이츠와는 세이메이의 공격 때문인지, 아니면 공격을 해서인지. 창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고 말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세이메이를 노린 샷건의 총구는 흔들리지 않았고. 스파크가 향하는 세이메이를 노리고 탄이 퍼져나간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건, 스파크에 맞을 위험인 아발란치 조직원들은 붉은 스파크가 튀며 딱 한번이지만 지켜주었단 것이다.
-끼익
그 순간이었다, 아발란치들의 뒤쪽에 하나, 벙커의 뒤쪽에 하나. 문이 생겨난다. 마치 탈출구마냥 타이밍 좋게 말이다. 하지만 벙커는 둘째치고, 아발란치에겐 유토의 두려움이 남아있을터였다. 허나 그런 걱정도 잠시 간신히 무전이 연결된다.
- 아 ..................
무전에서는 뜻밖에도, 유토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그것은 부하에게 보이지 않던 망설임이 담겨져 있는 침묵으로 이어졌다.
- .. 전원 후퇴해, 위험하니까.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 망설이는듯한 살로메였지만, 곧 제루샤에 의해 귀걸이는 여성에게로 넘어갔다. 여성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소중히 품에 안았는데. 그 순간만은 공포가 느껴지는 위압감마저 사라진듯 보였다. 물론 이어진 질문에 의해 그 순간의 평화마저 깨졌지만 말이다.
"....... 그 사람이 왜?"
아말 드레이븐. 그 이름에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아도 심상치 않은 공포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곧 그녀는 작게 미소지으며 살로메에게 되물었다.
그 순간이었을까, 제루샤와 살로메의 뒤쪽에 문이 생겨난다. 바로 뒤는 아니지만 몸을 돌려서 뛴다면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여성의 존재이다. 여기서 뒤로 돌아서 뛰는 그 짧은 시간이 허용될까? 물론 아직까지 그녀가 둘에게 살의를 드러내거나 하진 않았지만.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위압감이 사라진 순간 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켰다. 제 질문으로 인해 다시금 공기 위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맴돌았다. 어떻게 대답할까, 당신과 같이 있는 사진을 발견해서요? 그렇다면 그 액자까지 내어줘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살로메는 침묵을 택했다. 무슨 표정인지 모르겠으니 어떤 감정인지 파헤칠 수조차 없다, 이렇게 공포심을 조장하는데도.
"아뇨, 아니에요."
살로메는 뻣뻣하게 웃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기척이 느껴져 힐끔 보니 문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단검 두 자루는 이미 품 안에 챙겨놓았기에 귀걸이를 돌려주느라 빈 손을 품 속으로, 한 손은 제루샤의 팔을 잡고 문으로 냅다 뛰어 탈출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