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저쪽이 한다니, 더 나설 것은 없으니 얌전히 기다리기로 했다. 인위적인 미소를 흘긋 보던 이스마엘은 당신이 주문을 하는 동안 고개를 돌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를 전체적으로 훑었다. 이렇다 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다. 지각이라도 했는지 전화를 받으며 길을 바삐 걷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책하는 사람도 보이고, 연인끼리의 대화도 간간이 들렸다. 그리고 주문을 다시금 확인하는 소리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에, 하나는 물 적게 얼음 많이요,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주문이 조금 밀려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등등. 여러 소리를 뒤로 포터필터를 두어 번 때려 직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제거하는 소리, 그라인더가 작동하는 소리, 블렌더가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 이스마엘은 그 사이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사람을 등지고 당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적의는 없었다.
"음, 과일 주스나- 초코 라떼에 샷을 추가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깔끔한 게 마시고 싶은 기분이지만."
그러고 보니 이전에 헬무트가 당신에게 했던 충고가 있었다. 초콜릿 하나면 한 번은 넘어가겠지만 그렇다고 싸구려는 안 돼. 입이 고급 지거든. 초콜릿 음료도 괜찮지만 샷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돼. 아마 이스마엘을 두고 했던 말인 것 같다. 이스마엘은 사람 좋은 미소를 얼굴에 한 번 그려냈다. 대단히 자연스럽고 넉살 좋은 듯하지만 당신같이 예민한 육감을 가진 사람은 저게 사회생활에서 쓸 법한 영업용 미소라는 걸 눈치챌 수 있으리라. 이스마엘이 슬쩍 밖에 나온 배너를 바라보았다. 여름 시즌이니 수박을 비롯한 여러 생과일 주스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럼, 뷔시카리오 씨는- 커피 말고 좋아하는 게 있을까요?"
//그렇게 2주가 지나 추석 연휴가 와버렸고... 크아악 넘바빠 응! 이제 몸은 멀쩡해~ 하지만 아직까지 잔기침 나오는 걸 보니까 이게 말로만 듣던 후유증인가~ 싶기도 하구...🙄 그래도 뭐,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는 중! 이젠 완벽하게 가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씨가 다가오고 있으니까, 쥬주도 몸조리 잘 하는 거야~ 요즘 날씨는 극단적이니까...ㅋㅋㅋ.... 말랑토끼퐉스쥬 절대 지켜~ >:3 못된 사람들은 와앙 물어버린대~ 히히 쥬주도 느긋하게 주라구~ 추석 연휴 잘 보내구, 무리하지 말고! 먹을 것도 복도 많은 한가위 되길 바라~ 0.<
주문을 하고 나니 주문을 확인하는 말이 들렸다. 재차 맞다며 고갤 끄덕인 뒤에야 비로소 음료가 준비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제야 잠시 이야기를 할 여유가 났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네가 건넨 말에 반응하여 고개를 돌린 당신의 시선을 마주 보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다. '음, 과일 주스나- 초코 라떼에 샷을 추가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깔끔한 게 마시고 싶은 기분이지만.', 이라는 당신의 이야기에 '그렇습니까.' 하고 대답하며 고갤 끄덕인다. 좋아하는 음료의 폭이 꽤 넓구나 싶었다.
"저는, 은은한 쪽을 좋아합니다."
헬무트에게서 들었던 충고를 떠올리면서 당신이 짓는 미소를 눈에 담는다. 진심으로 우러나는 미소가 아닌 다소 기계적이고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미소, 일반적인 의미의 호의 이상은 아닌 그 미소다. 아마 지나가다가 말을 걸게 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당연히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을 지닌 너였기에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 싫어하는 음료는 뭔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한 번의 대답으로 끝날 만한 대화지만,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가려 해 본다. 기본적인 호불호 문제다. 적정 선을 넘지도 않고, 그저 그런 친분을 유지할 만큼의 정보라고 생각한다.
//연휴에도 일하는 모두에게 복이 있기를... 후유증이 좀 남은 모양인가 봐요 8ㅁ8 아프면 안 되는데... 그래도 멀쩡하다고 하시니 다행인 거 같기도 하고, 몸조리 잘 하시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믿자구요. 저도 몸조리 잘 할 테니 건강하게! 이스마엘주도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 기름진 음식 많이 먹어서 배탈나는 일 없게 조심하세요!
이스마엘은 당신을 마주했다. 정확히는 눈을 마주하지만 온전히 당신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면서도, 그 끄덕이는 시선을 따라 훑는 모습에 적의는 없다. 그렇지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의 감을 살폈다. 당신의 직감은 이 극단적인 태도를 타인에게 똑같이 지어줄 것이 자명한 미소와 함께 느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이건 버릇이라고 쳐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보일 법한 반응은 아니다. 다만 안식이라는 스포츠를 생각하면 그렇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겠지. 이스마엘은 당신이 아니면 타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예민한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극히 꺼림칙한 사람이다.
"싫어하는 음료라."
이스마엘은 잠시 고민하듯 입을 닫았다. 처음엔 분명 오만한 태도를 고수했으나 지금은 적당한 거리에서 할 수 있는 질문에는 의외로 순순히 답해주고 있었다. 일상적인 선에서는 어지간한 대화가 가능한, 그나마 상식인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고민은 길지 않다. 싫어하는 것은 명확했으니.
"……라떼요."
잠들기 전도 아닌데 커피에 우유를 탄다고? 끔찍한 일이다. 이스마엘은 어딘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엔 대판 말싸움을 해 언급도 하기 싫은 H 때문이다. 자신과 커피를 마실 때면 굳이 라떼를 마시며 커피에 우유를 타는 것이 좋니 마니 하는 것이 어찌나 진절머리 나는지! 아버지란 존재들은 어쩜 이리 다 짓궂은지 모르겠다. 이스마엘은 생각을 내려두고 당신을 흘끔 쳐다 보았다. 당신이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듯이. 동시에 시선을 굴려 아르바이트생이 움직이는 모습도 보았다. 컵에 물과 얼음을 담고, 이제 막 당신 몫의 샷을 그 위에 끼얹고 있던 참이다.
//이셔주의 연휴는 어디갔지? 한글날 연휴도 개천절 연휴도 어디로 갔냔 말이야 (일로 갔다) 여전히 기침은 있지만 목이 아프진 않다! 그냥 일상에서 미세먼지 마주친 한국인처럼(?) 콜록콜록 하다가 습... 하고 마는 수준까지 왔으니 걱정 말라구~ 0.< 쥬주도 아픈 곳 없이 추석 연휴 잘 보냈을까~ 라고 하기엔 이미 한글날 연휴까지 지났으니 잘 보냈다고 믿을게...(눈물 주륵) 빨리 늦었지만 Chu-seok 쥬 썰 풀어주세요 쥬 송편 잘 빚어?? 전 좋아해?? 한복 입은 감상평은??? (마이크 들이밀기)(?)
굳이 따지자면 커피 보다는 차 종류를 좀 더 좋아했다. 카페인이 첨가되지 않은 차일수록 더욱 좋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차, 꽃으로 우려낸 차 같은 것... 향이 은은한 것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눈을 마주하고 있지만 너를 보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 엄밀히 따지면 너라는 인간을 본다기보단 그냥 일종의 유기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나름 일상적이고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당신은 주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너보다도 더.
"라떼 말입니까."
그런 생각은 당신의 대답을 들으며 일단은 접어둔다. 얼마 뒤에 예정되어 있는 안식에서의 '스포츠'를 관람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그 때 가서 조금 더 당신에 대해 알아가면 된다. 그러니까 조급해하거나 당신이 보여주는 태도에 하나하나 반응할 필요까진 없다. 지금은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
"...저는 너무 진하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따로 당신의 말이 있진 않았지만 힐끔 보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에, 눈치껏 호불호에 대한 말을 덧붙인다. 무엇이든 너무 진하다면 먹기 힘들다, 머리가 울릴 정도의 맛이나 향은 정신을 차리기 어렵게 만들어서. 전부 게워내 버린 적도 있었던 것 같으니까. 그 대답을 하며 아르바이트생이 음료를 거의 다 완성한 걸 보던 너는 "지난 번에는 케르스트너 씨께서 계산하셨으니, 이번에는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손을 내밀어 완성된 음료를 받아든 동시에 값을 치뤘다.
"여기... 이쪽이 케르스트너 씨 몫이라고 하는군요."
//후후 제 연휴도 마찬가지로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연휴란 덧없는 비누방울과 같은 것... 아이구 그래도 약간의 기침은 계속 하시는군요 그래도 목이 아프진 않다니 다행입니다! 네 저도 아픈 곳 없이 잘 보냈답니다. 연휴에 정말 별일 없이 보내서 오히려 좀 처졌네요, 뭔가 시간을 날려먹은 것 같은...기분이...(흐릿) Chu-seok의 쥬 썰이라ㅋㅋㅋㅋ 좋아요 송편은 꽤 잘 빚지 않을까 해요 창의적인 모양은 못 만들겠지만, 전은 너무 기름지니 별로일 것 같고... 슴슴한 두부 부침을 제일 좋아하지 않?을지? 한복은 생각했던 것보다 편하다? 뭔가 제대로 차려 입으려면 많이 입어야 되긴 하지만 생각보다 움직이기 편하다는 쪽이네요, 옷감도 꽤 예쁘다고 생각할 것 같고... 그럼 이번엔 제 턴입니다(음흉) 어서 이셔의 Chu-seok 썰도 내놓으시죠!
차 종류를 좋아한다, 라. 이스마엘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선물도 필요하다는, 언급도 하기 싫은 H의 말을 떠올렸다. 어느 정도 친해지면 사람들은 서로 선물을 주고받기도 하고, 아니면 일방적으로 주기도 하지.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알아가고 유대감이 깊어지는데…… 네가 안드로이드도 아니고 왜 내가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이셔. 너도 당연히 아는 건데 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겠니? 끝내 한숨을 푹 쉬며 가란은 애를 기계처럼 키웠다 불평하는 목소리까지 떠올리고 나서야 다른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제라면 좋은 차를 알고 있을 테니 추천을 받는 것도 좋겠다고.
"커피에 우유는…… 취향이 아니라서요."
실로 기계와도 같은 모습이다. 그렇게 자란 것이 응당 옳다고 믿어온 사람처럼. 사람의 본성이란 것은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지만 당신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터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라떼 이야기를 꺼낼 때는 잠시 당신을 유기물로 대하는 게 아닌 듯, 되물음에 뒷말까지 덧붙이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니 다행스럽다면 다행이겠다.
"그렇군요. 그래요…… 확실히 그럴 법도 하지요. 음료 말고도 음식에서도 그런가요?"
이스마엘은 같은 조가 되었기 때문에 차트로 받았던 당신의 축복을 떠올렸다. 형용할 수 없는 여섯번째 감각과 발달된 오감이었나?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절할 수 없다면 그건 능력도, 축복도 아닌 저주이지 않을까 싶다. 이스마엘은 피비린내에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이따금 피비린내에 신물을 느낄 때도 있었으니. 아마 피비린내가 평생토록 신물이 날 만큼 가득하다면 끔찍하겠지.
"아, 고마워요."
잡념에서 벗어난 이스마엘은 사회적인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자신의 몫을 받아들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 속에는 각얼음이 가득했고, 중간을 채우지 못할 만큼의 샷과, 얼음이 쉽게 녹을 수 있게 바닥에 있느니만도 못할 만큼 채워진 물이 존재했다.
"천천히 움직일까요, 뷔시카리오 씨."
그리고 이스마엘은 능숙하게 컵의 뚜껑이 있는 곳을 잡고 살살 돌리며 얼음을 굴려 녹이려 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말이죠, 음- 그래요."
녹색 시선이 당신을 향해 사무적으로 휘었다. "나쁘지만은 않군요?" 하고 얘기하는 것이, 그래도 당신을 쓸모 없는 존재로 취급하진 않겠다는 것 같았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발언이나 어쩌겠는가, 무너져본 적 없는 불멸의 신화 그 자체로 자란 우물 안의 여인인데.
//대가리 박습니다... 답레 썼나...? 하고 가물가물해서 어... 썼겠지 이 생각을 했던 쥰니스트 어리석은 이뭐시기주입니다... 매우 쳐도 좋다.......... 진짜 미안해... 진짜... 진짜 어떻게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미쳤나...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벌써 11월이야, 아악...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11월이지, 이러다가 또 12월 금세 오고 또 1월 되고... 1:1 어장 세워진지 곧 1년이라니 진짜 말도 안 됨...🤦♀️ 그래도 쥬이셔 1년이라니 흐흐 행복하군요(?) 뭐야 잠깐 1년 지났잖아 이게 무슨일이야이셔주머리박고반성해. 쥬 송편 잘 빚는구나... 귀여워... 슴슴한 두부 무침 좋아한다는 거 되게 귀여워서 머리 또 봑봑 쓰다듬고 싶고... 한복은 비색 위주로 입을까? 아니면 하늘색? 어느 색이든 난색 보다는 한색이 조금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3 추석 지난지 한참 됐지만 그래도 썰풀이 꼭 해야지... Chu-seok의 이셔... 송편은 열심히 빚어보지만 손 보다는 염력으로 빚는 걸 더 잘 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ㅋㅋ 약간 송편 빚으면서 방심하면 소 튀어 나와서 말도 안 된다고 툴툴대고, 전은 기름져도 깻잎전 두어 개 집어먹고 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요? 막 이래... 사실 진짜 취향은 수정과래(?) 한복 입은 이셔...🤔 아무래도 에델이셔는 팔랑거리는 게 신기합니다! 이거 보십시오! 하면서 한 바퀴 빙글 돌면서 신나서 방방 뛰어다니고... 남자 한복도 어울릴 느낌인데 어째 지금 이셔는 복잡하지만 나쁘진 않네요. 이거 봐요, 어떤가요? 하면서 살짝 뒤로 돌면서 치맛단 사라락 하는 느낌... 아무래도 둘 다 녹색이거나 검은색의 개량 한복일 것 같고~ >:3 여담이지만 에델이셔는 여전히! 타협 못하고 현재 이셔랑 기싸움 할 것 같다...:3c;;; 얘들아 타협 좀 해... 머리채 그만 잡고 타협하라니까 꺄아악 (사망) 쥬 쪽은... 어때...?
원래 이런 걸 단정하는 건 좋지 않지만, 당신이 해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그런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당신의 취향을 파악해가는 과정이기도 했고.
"사실 그렇습니다, 너무 자극적인건 부담스러워서요."
너무 맵거나, 짜거나 한 음식은 혀를 마비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강한 향은 코를 저릿거리게 만든다. 코가 찢어지는 것 같은 감각도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너는 폐기물 처리장 같은 곳을 지나치거나 조미료를 때려부어 만들어낸 음식을 맛보게 될 때면 한바탕 고생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니까요."
이 정도는 일탈 축에도 못 드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 본래 해야 하는 건 일대의 순찰이다. 시간을 그렇게 많이 잡아먹은 건 아니지만 이제는 슬슬 움직여야 했으므로 당신의 말에 고갤 끄덕이곤, 당신을 따라 몸을 돌렸다. 다시 뜨거운 햇빛 아래로 나가려고 할 즈음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올려보면, 네게 향한 당신의 시선이 살짝 휘어진 채로, 나쁘진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별 말씀을."
그런 대답을 끝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길을 걸으며, 시선을 이리저리 옮긴다. 평화로운 거리를 위해서 걷는 이 길과 움직이는 눈, 그리고 기울이는 귀로 인해 긴장되려고 하면 한 모금씩 음료를 마시며 긴장을 푼다. 너무 경직되어 있는 건 오히려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니까, 문득문득 당신은 어떠려나 하고 시선이 닿지만 그리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당신은 함께 움직이는 동료지 감시할 대상은 아니었으니까.
//괜찮습니다 느긋하게 하는 게 모토니까요, 부담갖지 말고 이어나가는 거에요. 맞아요 11월... 크윽... 어째서 벌써 11월인 건지, 연말이 되어서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뭔가 준비하는 제 모습을 보자니 헛웃음이 나오네요... 진즉에 했으면 이렇게 조급한 것도 없었을 텐데, 앞으로 1년 가량은 계속 긴장하고 지내야 할 거 같아서, 답레가 오래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이셔주도 답레에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잊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하니까요. 벌써 1년이 되어가지만 뭔가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는 슬픔이란.......(무한점) 그래도 시간은 많으니까요, 이번에 못하면 다음 번에 좀 챙기고 하는 거죠 뭐! 한복은 아무래도 조금 차가운 색 쪽으로 입을 것 같긴 하네요, 본인이 골랐다면 무조건이고 남이 골라준거면 따뜻한 색일 것 같은 느낌. 후후 재료 본연의 맛이 남는 음식을 좋아하는 거랄까, 아무튼! 손으로 빚다가 잘 안 빚어져서 염력으로 빚는 모습이 그려지는 이셔로군요, 왜 내가 만든 건 모양이 이렇죠? 라면서 툴툴거리는 건가요ㅋㅋㅋ 귀여워 에델이셔 특유의 발랄함과 팔랑이는 한복은 위력적이군요, 꼭 끌어안고 있고 싶다..(?) 둘 다 색도 예쁘고, 현재 이셔도 마찬가지로 아주 귀엽네요, 이 아가씨를 어찌할꼬... 흐음, 에델쥬와 현재 쥬라... 서로를 없는 것처럼 취급하지 않을까 싶어요, 경우가 좀 다르긴 하지만 서로에게 서로는 되고 싶지 않은 모습에 가깝다 보니... 그래도 막상 말 트면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같이 있긴 할 거 같은!
당신의 말이 옳다는 듯 이스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 만큼은 그 쓰임새를 정확히 단정 지어야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스마엘은 컵 하단부를 둥글게 굴리듯 돌렸다. 얼음이 플라스틱 컵에서 굴러 잘그락 소리를 냈다.
"저런, 무언가 잘못 먹었다간 고역이겠군요."
당신의 발달된 오감은 평범한 음식에도 포함된다니, 이쯤 되면 확신이 든다. 조절할 수 없구나. 아니면 조절할 수 있어도 능력의 여파로 몇 배는 발달되었을 가능성도 없잖아 있으리라. 이스마엘 본인도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깨달은 이후 평범한 사람 보다 몇 배는 신체 능력이 발달되었으니. 어찌 되었든 피비린내로 다시 생각해 보니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심지어 표현이 확고하지만 묵살하기 딱 좋게 부들부들한 어조로 얘기하는 당신의 입에서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 않은가. 아니면 썩 괜찮게 봐서 새로이 들리는 건지.
걸음 소리는 하나 뿐이다. 이스마엘은 염동력이 생활에 배었는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떠서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고, 이따금씩 컵을 돌려 얼음을 녹이는 소리가 들렸다. 뜨거운 햇살 탓에 벌써 얼음은 3분의 1 정도가 녹았다. 두어 번 흔든 뒤 돔 리드를 열어 물이 좀 섞인 진한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삼키는 이스마엘의 눈은 평온하다. 주변을 일상적으로 훑는 것 같기도 했다. 겉보기만 그렇단 뜻이다. 당신이 시선을 보낼 때마다 이스마엘의 눈이 귀신같이 굴러 당신을 정확히 쳐다봤기 때문이다. 느긋함 속에 숨긴 예민함 때문일까, 이스마엘은 현재 순찰을 행하는 사람이 아닌 군견 같은 느낌이 더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그렇게 모퉁이를 돌고, 골목을 스치고, 다시금 번화가로 나오고……. 얼음이 반쯤 녹아버렸을 때까지 침묵하며 주변을 훑던 이스마엘은 그제야 입을 벌렸다.
"저 골목만 지나면 되겠군요. 참 다행이에요, 슬럼에 배치된 게 아니라서."
//말도 안 되는 개쓰레기 일정(일정 보고 화난 거 맞음) 이제 이번 년도가 40일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못 믿겠어... 음~ 주제넘은 말이지만 나는 쥬주가 더 미루지 않고 뭔가 해내려고 한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3 왜냐면 쥬주가 생각만 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거잖아! 그거 엄청 어려운 일이라구~👍 추운 겨울에는 씻으려고 마음 먹는 것만 해도 한세월인데, 일상에서도 그리 힘겨운데도 현실 생활을 위해 다짐한 걸 해내려는 건 아주아주 대단한 거야. 나는 절대 잊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구! 쥬주 하는 일 잘 풀리길 바라구, 너무 힘들다 싶으면 말해주기. 쉬다 와도 좋고...!! 우리 힘내보자구~!!🏋♀️🏋♀️ 다음에 챙겨...? 안되겠다 오늘부터 저금할게... 각오해라 뷔시카리오(?) 한색 한복 귀엽잖아 ㅠ 남이 해준 적폐캐해도 귀여워 어울려... 복슬복슬 설빔 입히고 싶다 겨울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력적이라니... 안아주면 신나서 마주 안고 히히 웃는 멈머이셔와 얌전히 있는 것 같다가 대뜸 안아버리는 어흥이셔... 무릎앉기 기대할게~ 나 안그래도 정주행 하다가 그거랑 눈 마주치고 30분 정도 망상하다 왔어😉(쥬주: 으) 없는 것처럼...? 으음, 그렇긴 하겠다. 서로 바라는 미래가 아니었을 테니까... 그래도 같이 있긴 한다는 점이 다행이다~ 싸우면 어쩌나 싶었어...👀 이쪽도 서로 절대 바라지 않는 미래라서 사이가 별로 안 좋은데... 쌈박질 할 것 같거든...🤦♀️ 맑눈광과 맑눈광(?)의 싸움... 웅장하다 으그긋 넘 추워졌어🥺 이제 조금만 있으면 또 눈도 펑펑 내리겠지... 쥬주도 감기 조심하구, 다시금 말하지만 하는 일 모두 잘 되길 바라...!! 한 주 평온히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D 답레는! 천천히! 주기!🥰 다음 답레 때는 간만에 진단이랑 픽크루랑 네카랑 다 가져올 테니까 약속~😚
적당한, 그냥 평범한 떡볶이라고 해도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일 정도로 매울 수 있다. 너는 어쩌다 보니 그런 동물들의 상태를 이해하게 되었다. 너무 기름지거나 너무 달거나, 너무 쓰거나, 너무 맵거나, 너무 시거나, 너무 짜거나. 보통 사람이어도 그 기준을 넘으면 거북한 것이, 기준이 한없이 낮아져 버린 너에게는 꽤 고역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지나가듯이 이야기하는 게 조금은 달가웠으니, 원래 사람은 겪어보지 못한 일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거나 이해하지 못하지 않는가.
그런 시덥잖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뜨거운 태양 아래를 걷는 발소리는 하나, 그러나 분명 두 사람이 함께 거닐고 있었다. 그렇게 걸으며 가끔씩 올라가는 시선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려보는 시선과 일치해서 얼마 바라보지 못한 채 다시 제자리로 오게 된다.
"케르스트너 씨는, 슬럼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신가요."
슬럼, 슬럼 바깥 사람들이 당연하게 그리 부르는 그 곳은 이 낙원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맨 위, 맨 앞에 자리할 그런 장소이다. 낙원은 낙원에 사는 모두에게 낙원이다. 그래야 한다. 네가 얼마 전까지 함께 지냈던 가정도 그렇다. 슬럼과 가까이 있긴 했지만 슬럼은 아닌 그런 장소에서... 너는 악착같이 버텨왔다, 그 결과가 지금 이 길에서 걷는 시간이고.
"그러게요, 다행입니다."
문득 당신에게 건넨 질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조금 늦게 당신의 말에 동의하고 나서 골목으로 들어서면 사람이 원체 잘 다니지 않는. 약간의 도시 설계의 미스라고 볼 수 있는 그런 골목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 같은 그래피티가 지워지다 만 채로 골목의 담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담 너머는 방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슬럼이다. 두껍고 단단한 콘크리트의 담벼락, 다소 원시적인 격리벽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이 벽을 너는 잠시 올려다보았다.
새해가 밝은 지 일주일 째네요 답레가 많이 늦었죠... 미안해요 😭 이번엔 제가 조용히 기다릴게요. 많이 늦어서 미안해요 도게자를 해야만..
그 대신...이랄까 네카를 하나 찾아서 가져왔어요 이셔도 쥬도 다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은 귀여운 픽크루라서... 늦게나마 확인하시면 한 번...?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릴게요 🫠
겨울이 한창이라 많이 추우니까 감기 안 걸리게 몸조심 하세요, 이번 일상이 끝나면 설날 느낌으로 한번 짧게 뭔가 해볼까요? 설은 아직 지나지 않았으니 괜찮을 거라는 그런 생각을 크흠 오랜만이라 말이 자꾸 많아지는데 결국은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요 이만 줄이고 가볼게요, 나중에 또 봐요 🤗
잇챠 :3... 드디어 2024년이구만... 뭘 했다구 벌써 2024년이 온 건진 모르겠지만~🙄
앗! 미안해하지 않아도 좋아~ 연말, 연초는 늘 바쁘거니와 쥬주가 미리 1년 정도는 계속 긴장해야 한다고 미리 말했고. 이해할 수 있다구~ 하물며 느긋하게 서로 돌려보자고 했으니까, 서로서로 답레는 현생 챙기면서 느긋하게 써줘도 좋다고 생각해! 하물며 나도 캐해 다시 시작해야 해서((정주행 해야함)) 당장...은 아니구 빨라도 밤에... 줄 수 있단 점 양해 부탁하구 미안할 따름이라구...🫠
그리고 네카 봤다! 나는 착한 사람인 거야(?) 우우 이 죽은눈 말랑이를 어쩜 좋아...!!🥹🥹🥹 언제 봐도 쥬는 말랑말랑 귀엽구나...😇 항상 느끼는 건데 몽당눈썹도, 눈가랑 입의 점도 콕콕 박힌 게 귀엽지만... 특유의 녹색 머리가 너무 좋아... 길어도 귀엽고 짧아도 귀여우니까 이셔가 가만히를 못 놔두지...😏
응응, 쥬주도 날씨 추운데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구...!! 나도 따뜻하게 잘 있을 테니까~ 0.< ...설날 느낌?? 나 그런 거 되게 좋아해😇 환영이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으니 우리 그 안에... 끝...낼 수 있을 테니까...!!! 미안하다고 하지 않기야~!! 히히.
쥬주 좋은 한 주 되길 바라구, 나중에 또 보자...!
https://www.neka.cc/composer/13159 그리고~ 약간 피부색 가공을 거치긴 했지만 이셔도 톡 올리구 갈게, 진짜루 나중에 보자고!😘
이스마엘은 얼음을 녹이듯 컵을 둥글게 돌리듯이 흔들던 손을 멈추더니 당신을 향해 시선을 빤히 쳐다보았다. 만일 당신이 눈을 마주쳤다면, 지금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거냐는 듯한 시선을 느꼈을 것이다. 그마저도 금세 평소의 여유만만한 눈길과 함께 누그러졌겠지만.
"동물을 이해할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다음에 식사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조율해보도록 하지요."
당신 입에서 그런 비유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스마엘은 돔 리드 위에 다른 손을 얹었다. 턱걸이로 들어온 사실이라든지,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거니와 여러 요인으로 하여금 이스마엘은 당신을 썩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평범히 대하기엔 모자란 인물로 생각했지만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직접 들어버린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당신조차 동물로 비유를 할 정도라……. 비인간적인 삶을 살았지만, 헬무트가 열변을 토한 덕분에 배운 약간의 사회성은 콩알만한 양심에 미약한 타격을 줬다. 흠집 하나 나지 않았지만. 이스마엘은 고개를 돌렸다.
"아ㅂ- 아니, H가 승진하기 이전에는 슬럼을 담당하셨답니다. 어릴 적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마는…… 제법 순화되어…… 반동분자가 그렇게나 많이 숨어 산다는 지역이라는 것밖에 모르지만요."
누구에게나 존경 받는 군인인 헬무트 케르스트너를 H라고 통칭하는 것은 아마 이 세상에서 이스마엘 하나 뿐일 것이다. 물 흐르는 듯한 H 발음이지만 당신의 귀에 어딘가 빈정대는 것이 묻어나오니, 정황상 싸운 것이 분명했다. 하물며 전형적인 '조국을 위해서만 자라나는 로봇을 위한 매뉴얼'대로 자랐는지 슬럼에 대해 대답하는 것이 똑같다. 그 빌어먹을 H. 이스마엘은 컵에 있는 얼음 하나를 괜히 입에 물었다. 골목으로 들어선 이스마엘은 어느새 입안에서 녹아버린 차가운 얼음 물을 한 번 삼키고, 그 다음 어금니로 뚝, 하고 얼음을 깨물어 잘게 부수더니 녹이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 껄끄럽고 차가운 감각에 정신이 드는 것 같다.
"뷔시카리오 씨는, 슬럼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나요?"
이스마엘 또한 벽면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래피티가 지워지다 만 채로 남아있는 것이 어수선하다. 어째서인지 어릴 적 이런 것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나는 이런 곳에 와본 기억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어딘가 불편한 감각이 들어 이스마엘은 괜히 고개를 먼저 돌렸다.
"아, 아닙니다. 동물에 대해서 전부 이해하는 건 아니고. 매운 음식을 먹은 강아지가 병원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어서..."
구태여 설명하는 것이 네가 퍽 고지식한 사람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당신은 조금 붉어진 듯한 네 귓가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그만큼 관심이 있었다면 이야기지만. 다행스럽게도 화제는 자연스럽게 네가 의도한 대로 바뀌어 슬럼에 대한 대화가 시작됐다. 정확히는 슬럼과 연관된 무언가지만.
"그렇군요. 그 슬럼을..."
축복을 지닌 역전의 용사라고 할지라도 슬럼은 쉽지 않은 장소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자리에 올라와 있다는 것은, 헬무트의 저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 역시 분명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너는 얼음이 뚝 하고 부숴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슬럼에 대해 뭔가 아는 바가 있냐는 물음에 담벼락에서 시선을 돌려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과."
너는 말을 꺼낸 뒤에, 조금 실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라. 낙원에서는 두 가지가 하나의 이름이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축복과 저주, 인간과 비인간.
저런, 저렇게 나서서 설명할 필요까진 없는데. 이스마엘은 열심히 설명을 토해내는 당신에게 시선을 꽂았다. 이전에도 몇 번 느꼈던지라 그렇게까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당신은 고지식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 고지식함이 기분이 나쁘냐면 그건 또 아니다. 당신을 달리 보기로 마음먹은 이상, 세상을 지나치게 편한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오던 이스마엘에게 있어서 새로운 흥미에 가까웠다. 이스마엘은 당신을 물끄러미 보던 시선을 능청스럽게 휘었다.
"저런! 안타까운 강아지군요."
누가 강아지인지! 되지도 않는 농담을 툭 던지며 이스마엘은 붉어진 듯한 귀를 향해 눈을 굴리며 작은 웃음을 픽 던졌다. 의무적인 미소 속에서 그나마 진실한 감정이 좀 섞여있었다. 만족스럽게 놀려먹었다는 못돼먹은 생각 탓이다. 하지만 그 감정도 오래 가지 못했다. 슬럼의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스마엘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표정을 잘 숨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오냐오냐 자란 탓인지, 반쯤 뜬 눈이나 묘한 위치에 자리한 눈썹, 비뚜름한 입꼬리가 지금 이곳은 영 석연찮은 장소인 것 같고, 동시에 뭔가 골몰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
슬럼은 쉽지 않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영 석연찮다. 생각해 보면 이스마엘은 슬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게 많았다. 안식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여러 소문이 오가고, 여러 고위층을 만나는 덕분에 그렇게나 많은 정보를 쥐고 있으면서, 정작 슬럼에 대해서는 남들 다 아는 '멍청한 것들 모인 장소'밖에 알지 못한다니. 내가 아는 영광된 조국이라면 그 멍청한 것들을 다 밀어버려야 한다 주장했을 것이고, 자신을 여기에 파견했을 텐데. 뭔가 더 있지 않을까? 드물게 떠오른 의문. 그렇기 때문에 가장 평범한 삶-보편적인 능력자를 통칭하고 있다.-을 살아온 당신에게 물은 것도 있었다. 나는 대체, 무엇을 놓치는가?
"사람?"
그렇지만 이건 또 신선한 반응이다. 사람이 산다니, 저주받은 인간 이하의 족속들이 산다고 하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미덥지 못한 시선이 잠시 당신을 향하다가도, 더 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 흠, 하는 소리와 함께 이스마엘은 다시금 벽에 시선을 꽂았다. 눈이 아플 정도로 온갖 형광빛이 가득한 그래피티 낙서가 자꾸만 눈에 밟혔다.
"낙원의 일부라. 그건…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말일까요?"
뾰족하고 날카롭던 최근과는 다르게 캐묻는 의도가 없었다. 새로운 관점을 접했으니 흥미가 생겼고, 순수하게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알고 싶어졌다는 듯한 태도가 성에만 살아 세상 물정 모르던 아가씨가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지대히 탐내는 것 같기도 했다.
말랑말랑한 쥬 너무 귀엽다... 볼 꾹꾹 눌러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약간 누르면 저런 반응일 것 같기도 하구~🤔 어느 쪽이라도 쥬는 옳다 ^-^ 나도 늦어버렸으니 서로서로 느긋하게 돌려보자구... 우리 기력 없을 시즌이니까...
나는 바쁜 건 좀 소강된 듯한데~ 기력은 도통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이네 힝... <:3 쥬주는 몸 건강히 지내고 있을까? 나도 늦지 않고 꼭 찾아올 테니, 쥬주도 무리하지 않길 바라. 우리 천천히, 차근차근 이어보자. 남은 시간은 아주 많을 테니까. 앞으로도 잘 부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