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기야 하다 특히, 그런 상대들과는 싸움이 길어지는데다 힘들다 대부분은 개조수술을 거쳤기때문에 그냥 둘 수도 없고, 중심터로 나가면 무조건 맞닥뜨리게 되는 녀석들 시구레는 뒤쪽에 있는 유토에게 한 번 눈길을 주고는 탕 안으로 들어가 몸을 잠기게 했다
"없어요. 뭐, 없다고 할까... 매번 방해니까 다 없어져버리는 편이 좋겠지만요."
사적은 감정은 어디까지나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방해이고 더군다나 시구레는 미련이 없다 그렇다면 하나하나씩 담담하게 제거해 나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게다가 적은, 언제나 따라 붙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저희가 상대하고 있는게 벙커가 아니게 된다고 한다면... 아니면 마침내 벙커를 전부 없애버렸다고 한다면, 정말로 모든 위협요소를 배제하게 된 것 일까."
"어쩌면 아발란치와 벙커가 매번 마주치고 있는 건 서로를 더 서로답게 만드는... 말하자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요."
숙적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또 다른 지칭어 그렇게 말하는 시구레의 눈은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정도로 사람은 알기 어려운 요소이기에 속단은 언제나 금물이다 그것은 평상시에나 전장에서나 똑같다고... 시구레는 생각하고 있었다 눈 앞의 유토도, 뒷세계의 공포의 정점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건 우리가 받아 들이는 이미지일 뿐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사람 본인이 되지 않는 이상은 ...그렇지만 이렇게 칭얼거리는 걸 보고도 달리 생각하라는 건 조금 무리인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시구레의 낯빛이 별안간 신 걸 입에 머근 것처럼 탐탁찮게 변했다
"억지부리지 마세요... 그걸 위해서 저희가 유토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잖아요."
총을 맞으면서 칼도 맞으면서 그리고 때로는 그보다 훨씬 괴상한 것과 맞닥뜨리게 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와중에 이 리더라는 인간은 자기가 손수 팀의 목을 뽑으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건가 물론 리더의 방식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지만, 언제나 곤란해지는건 이쪽 입장이라는 걸 알까
'그걸 생각하면 유토가 아니겠지...'
시구레는 이 불변의 진리를 금세 생각해내고는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수면에는 약간 파문이 일었다 그런 그녀는 칭얼대는 유토의 손을 쥐어, 이렇게 말해주려 했다
100개의 생각이라는 말에, 그녀는 반 정도로 줄이면 좋을거 같다고 말하며 칭얼거렸다. 이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차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것이다. 그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것은 배제하는.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겠지.
"나를 위해서-"
라. 그녀는 낯빛이 변한 시구레를 보면서도,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도. 그렇게까지 기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뭐 언제는 이런 말에 반응을 해줬냐 싶지만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오히려 칭얼거리던게 멈추며 눈이 가늘어진다. 시선은 시구레에게 향해져 있으나. 그 모습이 다른것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생각을 떠나있다.
"조급해 하는건 아닌데~"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자신의 손을 쥐어주는 시구레의 손을 한번 보고는, 눈을 깜박였다.
유토는 그다지 기뻐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구레도 딱히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발란치의 절대적인 룰은, 리더가 입밖으로 내뱉는 말 하나 뿐이다 그렇기때문에 리더가 그런 반응을 보이더라도 실망하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과 대화할때는 제대로 봐줬으면 좋겠는데 미소를 짓듯, 입꼬리로 호선을 그려보이며 이야기하는 유토에게는
"아닌데요."
하고 애매하게 한 마디 할 뿐 부정의 뜻이라는 건 명확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이 아닌 것인지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부분이 옳은 건지, 시구레는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단지 그것뿐으로, 당분간은 말 없이 탕에 몸을 담궈놓고 있던 그녀는 어느 시점에서 돌연 일어섰다
노아는 일기를 잃었으나 물러나지 않고 샐비아를 공격했다. 다만 그것보다 샐비아가 아주 조금, 더 빨랐던 모양이다. 샐비아는 노아의 시야를 피로 가리며 공격했고, 그것은 보기좋게 성공한것이다. 저절로 지근거리에 도달한 둘. 그렇기에 휴스턴은 공격하는데 망설였으나 다소의 피해를 감소하기로 하고 총을 발포했다. 탄도는 정확. 그러나 갑자기 붉은 스파크가 튀며 샐비아에게 향하는 공격을 어느정도 비껴가게 해주었다. 이것으로 샐비아가 혹여 공격을 정통으로 맞더라도 직격으로 심장을 맞는 일은 없을것이지만, 덩달아 노아도 피해를 입지 않게 됐다.
시구레와 제루샤의 거리는 여전했고, 시구레의 공격이 다시 한번 허공을 갈랐다. 통증 때문일까 아니면 제루샤가 잘 피한걸까. 하지만 이유따윈 중요하지 않은게 전투였고, 모든건 결과가 말해주는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제루샤의 공격도 빗나간다. 결론적으로 둘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만이 결과였고. 그 대신에 USB는 모든 데이터를 복사하는데 성공했다. 둘의 거리는 아직 떨어져 있기에 회수하는데 무리는 없을것이다.
머스티어는 제이를 공격하며 동시에 USB를 노렸으나, 제이는 그것을 잘 회피하며 동시에 USB를 건드리는것도 제지할 수 있었다. 동시에 USB는 모든 데이터를 복사하는데 성공한듯 작업을 끝냈다. 막 머스티어의 시도를 방어하는데 성공한 제이이기에, 한발 먼저 USB를 회수하는것도 무리없이 성공한다.
그러나..
-------------- 쩌적 쩌적, 모두의 발밑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 균열에서부터 붉은 빛이 흘러나온다. 그 모습을 본 모든 이들은 이것이 결코 쉽게 넘겨도 되는 상황이 아님을, 머리가 아닌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이 다음방은 멀쩡할까?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바닥은 당장이라도 무너질거 같이 금이가고 있었다. 여기서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적을 붙잡아둬야 할까? 아니면 일단 도망쳐야하는걸까...? // 오늘부터 참가하는 분들을 위한 맵정리. 왼쪽문 1번방 - 제이, 머스티어 중앙문 2번방 - 제루샤, 시구레 오른쪽문 1번방 - 노아,휴스턴,샐비아
침이 꽂혀서 제대로 된 사격 자세를 잡기가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바닥까지 무너지려 하는 것 같았다. 왜지? 권총으로 바꿔서 사격할까? 애초에, 이대로 사격하는게 괜찮은 일인가? 그냥 이탈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갈등을 하는 도중에서도, 시간은 이미 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시구레는 전해받은 단 하나의 지령을 생각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