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방으로 넘어오니 그제야 귀 쪽이 화끈거린다, 아마 귓볼이 총탄에 찢긴 모양인데... 쓰읍, 하고 통증을 참으며 들어선 방 안에는 큰 수조 하나가 있었다. 아까와 비슷하지만 좀 다른, 붉은 머리카락을 확실히 특정할 수 있는 여성이 담긴 수조를 보다보니 이런저런 장치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과장을 1%도 보태지 않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까 전의 방에서 복제되던 클론들 중에 쓸만한 걸 가져온 건가? 아니면 이쪽이 원본에 가깝고 이걸 복제한 게 저 바깥의 클론들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지만 아는 바가 하나도 없는지라.
"괜히 만졌다가 문제 생길 것 같긴 한데, 음~"
컴퓨터가 있으니 한 번 확인이나 해 볼까 싶었지만 이미 누가 악착같이 뒤쫓아오는데 마냥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도 없고, 이 서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따라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오른팔에서 송곳 하나를 쏘아내곤 바로 컴퓨터 쪽을 살펴보려고 했다.
노아와 샐비아의 공격은 사이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복병. 비교적 늦게 등장한 휴스턴의 공격이 샐비아에게 명중한것이다. 노아는 전투를 택한듯 문쪽으로 가진 않고 있었고. 이것은 샐비아에게 있어서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도망치기에도 퇴로가 마땅치 않다.
제이는 복사를 포기하지 않았고, 대략적으로 십분정도의 시간은 필요할듯 했다. 그 사이 제이의 공격이 실패하는것과 대조적으로 머스티어의 공격이 명중해. 상황은 조금 유리해졌을듯 하지만. 머스티어가 패널을 노린 공격은 실패로 돌아간다. 패널이 무지막지하게 단단했기 때문으로 망가트리는건 무리로 보인다.
시구레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오며 제루샤를 향해 사격했고, 그것은 훌륭하게 명중했다. 허나 이미 거리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공격을 한번정도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도 상대가 계속 반격을 했을때의 경우고 저쪽이 벗어나려 한다면 거리는 벌어지겠지. 일단 제루샤는 반격을 택했고, 둘 사이의 거리는 아직 한번의 차이 정도였다. 시구레가 공격을 맞은건 그렇다치고 말이다. 여성과 컴퓨터쪽을 조사해보니 불길하기 짝이없는 버튼이 하나 보이고, 라프람 특제 USB를 넣을 잭이 보이긴 했다.
기가 막히게 피하는 노아를 보고, 타이밍을 잡고 있을 때 총소리와 함께 다리에 느껴지는 고통에 뒤를 돌아보았다. 익숙한 얼굴에 매서운 눈으로 휴스턴을 내려보다 한숨을 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얽혀서 좋을 게 없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있으면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나요? 얌전히 순서를 기다리세요."
두려움? 그런 건 진작에 버리지 오래였다. 그 말이 짜증인 난 샐비아는 수적 열세고 뭐고 눈 앞에 있는 모두를 죽이고 싶었다. 휴스턴을 제지 할 목적으로 휴스턴 앞에 있는 바닥에 대충 폭탄을 던지고, 교전 중이던 노아에게는 총을 꺼내 노아를 위협한다.
"그리고, 유토 님이에요. 짧은 두 글자도 기억 못하는 게 말이 되나요?"
그대로 쏘려나 했을 때, 손에 쥔 권총을 종이가 있는 방향으로 던진다. 생각해보니 여기에 들어와서 유토 님 심기가 불편해진 거니 여기 있는 걸 없애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사람 뿐 아니라 정보다. 아마 유토 님이 기억해두셨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죽기 밖에 더 하겠는가. 딱 그 정도의 생각이었다.
왜 저렇게 잘 쏴! 옆구리를 찢고 지나간 탄환에 새어나오는 피를 멈추기 위해서 있는 힘껏 옆구리를 누른다. 쓰읍, 후. 하는 호흡소리, 살짝 흔들리는 시선을 보면 통증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안 그래도 지금 귀가 화끈거리는데.
"무진장 귀찮게 구는 것 같슴다, 좀 내버려두면 안됨까?"
씨알도 안 먹힐 말을 하는 동안 철컥, 하고 송곳을 재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걸 어쩐다. 누르면 뭔가 터지거나 박살날 거 같이 생긴 버튼, 그리고 USB를 넣을 만한 포트, 어느 정도 지혈을 마친건지 그녀는 USB를 꺼내들었다. 대치 상황에서 가능할까? 그래도 해볼만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정보를 챙겨간다면...
"총좀 내려놓지 말임다, 그게 장난감도 아니고..."
미끌거리긴 하지만 떨어트리면 안 된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송곳을 쏘곤 바로 USB를 꽂으려고 했다.
노아의 공격이 빗나가고, 그 틈에 샐비아는 권총을 던졌다. 하지만 그것과 거의 동시에 휴스턴의 공격이 명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샐비아의 능력 조건에 손을 다치면 안된다던가 하는 조건은 붙어있지 않다. 그리고 이미 권총은 일기 근처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폭발. 폭발의 불길은 노아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지만 일기는 완전히 불타서 도저히 읽고 말고 할게 아닌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머스티어는 몇번 더 패널을 공격해봤으나 아무래도 무리일듯 한것을 판단하고, 공격 방식을 바꿔 제이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제이도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오히려 카운터로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머스티어의 공격은 제이를 지나쳐 모니터를 때리는데 그쳤고 모니터조차 단단해 흠집이 겨우 가는 정도였다. 복사 진행도는 앞으로 5분..
둘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은채였고, 제루샤는 USB를 꽂는데 성공했다. 데이터 복사중이라는 문구가 뜨고. 데이터의 복사에는 5분 정도가 걸리는걸로 보아 데이터가 많이 담겨져 있는 컴퓨터는 아닌듯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붉은 머리의 여자가 제루샤를 바라본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 외 별다른것 없이, 시구레의 공격이 빗나가며 제루샤의 공격이 명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