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정도만의 호출이었던가, 아말은 모든 조직원에게 모이라고 집합을 걸었고. 도착하자 라프람과 아말이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분쯤 지나고 모두가 모인듯하자, 아말은 화면에 한 공장의 모습을 띄워 보여줬다. 생긴걸로는 그냥 평범한 공장으로 보이고, 특별한건 보이지 않는다. 이곳을 아발란치가 또 습격한다거나 그런걸까?
"이번엔 지금까지랑 조금 달라, 이 공장은 호스트랑 연결되어 있는곳이다."
"이쪽이 먼저 공격한다."
뜻밖의 이야기. 저번에 산하 조직을 습격한적이 있기야 했지만. 아발란치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기 위해 먼저 움직이는것은 처음이었다. 아말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ㅡ 사실 시종일관 저 표정이지만 ㅡ 다른 이들에게 공장의 좌표등을 전송했다.
"위쪽은 위장이다, 중요한건 그 밑. 지하에 있는 연구시설이야."
"하지만 당연히 아발란치가 우리를 막으러 올거야. 목표는 연구시설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호스트에 관한 정보다."
즉 이번엔, 단순히 싸우는 문제가 아니라 뭐라도 얻어와야 한다는 소리였다.
"당장 움직인다. 저쪽도 곧 눈치챌거야." ------------------------------------------------------------------------------ "뭐?"
유토는 드물게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부하로 추정되는 누군가에게 들은 정보 때문이었다.
"아니, 거길 왜 들켜가지고... 너 정말."
유토는 이를 뿌득, 갈며 다른 조직원들을 불러모았다. 긴급 호출에 본인의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보이는 상황. 지금 상황에서 늦거나 쓸데없는 농담이라도 던졌다가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게 뻔히 보였다.
"전원 좌표로 이동! 벙커놈들 한마리도 남김없이 죽여버려!"
본래 동료에게 작전설명따위 안하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난폭했다. 모두의 핸드폰으로 한 공장의 좌표가 전송됐고, 그 뿐이다. 그녀는 아무런 설명없이 섬멸을 명했다.
화난 유토를 보고 놀랐다. 그동안 봐온 모습을 생각하면 샐비아 기준에서는 유토는 상냥한 사람이었기에 저렇게 화가 났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벙커가 잘못했다는 결론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벙커 사람들을 다 처리하면 유토의 기분이 풀릴까. 걱정하는 얼굴로 유토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의 좌표는 양지에 있었다. 본래 벙커도 뒷세계의 조직이고 당연히 숙청의 룰은 적용된다. 하지만 아말은 그러한 질문을 건네는 조직원에게, "걱정할거 없어." 라고 말하고 자신도 출발해버렸던 것이다. 뭐 이런걸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들 어느정도 불안감을 서려있는게 보인다.
일단 공장에 도착했다면, 아발란치는 아직 도착하지 못한게 보였고 보초라고 할만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공장 자체에 사람이 없다. 무인 공장인듯 저절로 기계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곧, 라프람이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찾아내 다른 이들에게 안내한다.
아발란치들에겐 들리지 않을 목소리 후에, 지급된 차, 오토바이등의 이동수단으로 빠르게 이동중인 그들의 위쪽으로부터. 어디선가 미사일이 날아왔다. 미사일이다. 이 도로 한복판에 말이다.
공장의 좌표는 양지쪽이다. 즉 이 도로도 뒷세계를 벗어난 양지쪽이다. 그리고 이 미사일은 필시 벙커의 짓일터. 아무리 지금 아발란치들만 달리고 있어도 주변에 피해가 갈 수도 있을텐데 미사일의 기세는 죽지 않는다.
방어가 가능한 사람들은 어떻게 막아보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서 급정지하거나 회피기동을 했다. 차를 버린 이들도 많았고. 어떤 이들은 피하지 못하고 직격당해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걸로 아발란치의 이동이 지체됐고, 도착까지 시간이 더 걸릴 듯 했다.
하지만 여기서 머뭇거리면 뒤에는 유토가 기다리고 있을게 뻔했기에. 다른 조직원들은 다시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신들은 어떤 대처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뭐든지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와도 충분하다, 라고 이해해도 좋을까. 그래도 들고 올 게 너무 많으면 좀 골라보자고 생각하면서 도착한 공장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사람이 일하는 곳이 아니었던 모양, 뭐 하는 곳일까 조금 기웃거리자니 라프람이 문을 찾아내 안내하는 소리가 들렸다.
"알겠슴다~"
이렇게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으면 의심도 조금 생기는 법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려가봐야 하니... 그녀는 성큼성큼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뭐라도 좋다면야, 적당히 주워오면 되겠다. 문제는 좌표. 확인하니 양지인데, 괜찮은 걸까 싶어 아말을 쳐다보니 걱정할 것 없단다.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3년 반의 시간 동안 일 관련해서 아말의 말이 틀린 적이 있었나. 일상에서는 몰라도 일에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걱정은 딱히 안 되네요.”
그는 늘 죽을 준비가 된 사람이니까. 공장에는 아발란치도, 사람도 없다. 인기척이 아예 느껴지지 않으니 뭐, 조금 미심쩍긴 해도 라프람의 안내대로 들어간다.
지하로 내려가자 기계장치가 가득한 방과, 문 3개가 보인다. 라프람이 이것저것 조사하고 있지만 이 곳에 마땅한 정보는 없다는듯. 그리고 이내 뭔가를 조작하자 문 3개의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문 인식 장치인거 같은데 아무튼 열렸으니 된거라고 보자.
"일단 나눠져야겠는데."
왼쪽, 오른쪽, 중간. 세가지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거 같았다. 아발란치도 쫓아오고 있을테니 아마 전투도 병행해야 할터. 여기서 수비전을 하다가는 끝이 없을게 뻔하다.
"대충 살펴보니. 이 문으로 나아가다보면 결국 끝은 한곳이고. 거기도 나가는 길이 있어."
"목표는 끝까지 도달한 뒤에 정보를 가지고 탈출. 그 정도겠네." ---------- 머스티어와 시구레는 그렇게 큰 피해없이 ㅡ 따지자면 차값이 아깝다 ㅡ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제각기 움직이기 시작한 아발란치, 죽기 싫다는 이유일지 귀찮게 하는 벙커에 대한 분노일지 어떻게든 공장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아마도 유토는 상대편의 리더쪽에서 이미 마크하러 움직이고 있을테고, 남은것은 벙커의 일반 조직원들.
그들은 공장에 이미 침입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을거고, 지하로 내려가는 길도 금방 찾을 수 있을것이다. 이미 그 근처에 벙커 조직원들이 지상에서 막을 생각으로 포진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 지하에 있는놈들 - ....
- 우선으로 죽여버려.
그런 상황중에, 유토의 무전이 들린다. 조금 끊기긴 했지만 아마도 위쪽은 별 볼일이 없고 지하가 메인인 모양. 당신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굳이 지상에서 시간 끌리지 않고 바로 지하로 내려갈 수 있을것이다. 개인의 자유긴 하지만.
제루샤는 가운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뿌연 액체가 들어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캡슐 같은것들이 늘어서있는 방이 보인다. 만약 이게 뭔가- 하고 가까이 들여다 봤다면.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 다만 그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 흔히 공상과학에 나오는 클론이라는 물체로 보인다. 이 방 자체에 특별한 다른게 있는것은 아니었고. 딱 한개 존재하는 테이블 위에 서류봉투 같은것이 보이긴 했다. 이 다음 방은 정면에 존재하는 문으로 나아가면 볼 수 있을것이다.
왼쪽문을 연 제이의 앞에는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연구실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저런 화면들이 떠있는데, 잘 알아보기 힘든것들을 지나치다보면 다음 방의 문이 보였을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근처에, 읽을 수 있는 언어가 떠올라있는 모니터가 하나 존재했는데. [사자소생 연구기록] 이라는, 흉흉하기 짝이없는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오른쪽 문으로 나아간 노아의 앞에는 감옥이 펼쳐졌다. 연구 시설에 감옥이라니 그 풍경의 차이가 지독할 수준이지만. 감옥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람이 있었던 흔적 자체는 있기는 해도 이미 꽤 오래된듯 보인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다음 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문이 보일것이고. 근처의 철창 사이에 일기로 보이는 낡은 종이뭉치들이 떨어져 있는게 보일것이다. ---------- 머스티어는 도착하자마자 화려하게 오토바이로 벙커 조직원들을 치어버렸고. 그 사이 시구레는 곧바로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지하로 움직였다. 그 움직임을 방해하려는 적은 당연히 있었지만. 시구레 본인이 빨랐던것과, 샐비아가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미리 차단했기 때문에 지하의 침입 자체는 쉬웠다.
샐비아의 폭발로 어느 정도 길은 터졌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른 조직원들은 벙커의 개입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머스티어를 포함해, 모두는 지하로 내려갔고.
밑으로 내려가자 보이는것은 기계장치가 가득한 방과, 3개의 문. 문들은 전부 열려있었다. 다른 벙커 조직원들이 보이지 않는걸 보면 아마 다들 앞으로 이동한것일터. 여기서는 문 하나를 골라서 나아갈 수 밖에 없어보인다.
같은 아발란치 조직원인 두 사람에게 인사하며 오른쪽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안에 이미 아발란치 조직원이 있으면 어떡할지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발란치 조직원의 얼굴을 전부 외우고 있는 게 아니라 공격했는데 아발란치면... 하지만 유토가 지하에 있으면 죽여버리라고 했으니까. 먼저 지하에 들어오고 보고도 없는 사람 잘못일까? 앞으로의 행동을 고민하며 손에 구슬을 잔뜩 쥔다. 구슬을 안에 톡 던졌다. 공격용은 아니고, 누가 있는지 확인할 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