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하겠습니다." 뇌절하고서 바로 깔린 목소리로 사과를 박아오는 것은 그 나름의 해학이였을 것이다. 당신이 붕대를 내 주면 당신이 썼던 부분을 잘라내, 뭉친 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하기사, 이런 집단에서 남을 신뢰하는 것도 이상하죠. 다 감정 하나 날아가서 휘끼휘끼 한데."
물론 자신도, 당신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렸다. 당신이 등을 보이면 상처를 확인 하더니 붕대를 감아주기 시작했다. 손길은 거침없었지만, 붕대가 감기는 감각만큼은 적당히 압력이 가해진 채, 깔끔하게 상처 부위를 감싸오는 게 느껴졌다. 그의 침묵이 꺠진 것은 붕대를 감기 시작한 후, 팔뚝 윗부근을 한 바퀴 돌았을 시점이였다.
세이메이의 손길은, 다소 거칠게보이긴 했어도 전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남이 상처를 봐준다. 그런 일 자체에 익숙치않은 시구레였기에 능숙하게 감겨오는 붕대에도 눈을 찡그리며 경계하고 만다 괜한 엄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붕대를 감아주는 그가 키득거리며 운을 트기 시작했을 때에는
"흥."
하고 소리내며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권총을 집어들어서 세이메이의 시야 안에 내비추어 보였다 '허튼소리 하는 당신을 주저없이 쏴버릴 수 있다'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같은 조직원을 그런 명분으로 쏠 수는 없겠지만. 시구레는 권총을 내리며 대꾸헀다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요전에 아가씨라고 하면 한 명밖에 없을테다 작전 당시, 그 자리에는 세이메이도 있었던데다. 지금처럼 능구렁이같은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종종 들려오고는 했으니까 뭐, 상관 없는 일이다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었으니까
곳곳은 풀이 무성하고 곳곳은 사막과도 같은 사격장하기 딱 좋은 그런 공간이 있다. 그 곳에서 휴스턴은 레이벤 선글라스를 끼고 홀스터에 리볼버를 꽂아둔 채 팔짱을 끼고 있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당시 휴스턴의 트레이드 마크인 찢어진 청바지에 흰티, 그리고 조금은 크롭한 기장의 갈색 가죽 자켓까지 입은 채로.
그 3개의 조합은 24/7 지속되었고 빨아 입긴 하는거냐는 소리를 매일 들었겠지만 섣불리 누구하나 휴스턴한테 직접 말한 사람은 없다. 장난으로라도.
"또 그 염병할 총질이야 잭?"
" -까 조니."
부릉- 다 낡아가는 머스탱을 끌고 온 존은 잭의 몇 없는 친구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 제일 꼴통이라 잭과는 제일 잘 맞았다.
"여자애들은 프롬간다고 메이크업에 드레스에 머리,리무진까지 난린데 넌 여기서 모래먼지나 뒤집어 쓰고 있을거 같더라고."
"그런건 딱 질색이야."
안 가면 출석 인정 안 해준다냐? 물어보면서 순식간에 리볼버를 홀스터에서 꺼내들어 음료수 캔에 총알 세례를 쏟아부었다. 6개중에 4개. 염병할.. 여기서 늘지를 않네. 존의 끝없는 파티 구애에 휴스턴은 한숨을 내쉬며 턱시도 제공 , 머스탱 하루 대여 , 사격장 청소등 갖가지 제안을 내걸고 머스탱에 올라탄다. 얜 왜 이 머스탱 천장 뚜껑을 떼버린걸까.
"너 때문에 형 턱시도까지 훔쳐왔단 말이야. 안에 샌드위치도 들었어."
"-너매거, 그건 그냥 니 형이 -나 식충인거잖아."
여차저차 학교 근처 으슥한 골목, 차 안에서 우당탕탕 턱시도로 갈아입은 휴스턴은 구두의 행방을 묻는다. 내 구두는? 브랜드는 키 190에 4명 모이면 1톤에 육박하는 거구이기에 구두를 못 신는 사람인거 알지 않냐고 일갈하자 휴스턴은 조용해진다.
그럼 이제 난 턱시도에 캔버스하이 같은거나 신고 오는 머저리가 되는거잖아, 조졌네. 누가봐도 아빠 정장을 훔쳐입은 것만 같은 핏에 신발은 캔버스하이. 평소 휴스턴을 생각하면 패션센스는 꽝이다. 망할 놈의 Brand 오버로크는 왜 가슴팍에 박혀있는거람.
존이랑 걸어가다가 다들 휴스턴에게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을 이상한 뾰룡 뾰룡 같은 소리로 화답해주면서 선생님들은 빠르게 패스한다. 양아치나 그런 족속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범생이는 아니였기에 선생님들은 이상하게 정이 안 간다. 범생이들도 선생님 좋아하냐?
그러다 마주친 여성, 레이첼의 앞에서 휴스턴은 목쪽이 뭔가 빠르게 굳는 듯한 느낌이였고 다들 파트너를 데리고 온 이 무도장에서 레이첼은 휴스턴을 지나친다. 가끔 돌발행동이라는게 있는데 의미도 논리도 없으니까 돌발행동이라는거겠지?
존을 내팽겨치고 '-너매거. 휴스턴!'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휴스턴은 오직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레이첼.
"춤출래? 같이."
어색해보이고 긴장한 여력이 잔뜩 보이는 휴스턴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레이첼. 슬며시 웃음을 보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