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발까지 꺼내는 모습에 감탄했다.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걸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고 싶었다. 두려움이 없는 건지 생존본능이 없는 건 아니라 고민하다 이츠와가 소리치자 살포시 웃었다. 문과 이츠와를 바라보다 몸을 낮춰서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친절한 분과 함께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제가 바닥을 폭파 시킬 생각인데 통할지 모르겠어서요. 주의를 좀 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로봇 청소기가 다가오기 전까지 바닥에 손을 대고 바닥 자체를 폭탄으로 바꾸려고 했다. 이 공간을 폭파 시킬 수는 없지만, 바닥에 홈 정도는 팔 수 있을 것이다. 홈이 생기면 바퀴가 걸려서 움직이지 않는 걸 노렸다. 아무리 최신식이라고 해도 두 다리가 없는 기계의 슬픔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저 로봇 청소기가 그래도 움직일 수 있거나, 바닥이 안 터지면?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리를 떠났으나 살로메에게는 저번의 이디엄까지 들먹이는 그 특유의 깐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까마귀는 상공에서 급작스레 궤도를 꺽더니, 하행을 시작한다. 그대로 가속하던 까마귀는 나인의 뒷목에 부리를 박으려 날아들었다.
@나인 .dice 1 2. = 1 1. 명중 2. 빗나감
세이메이 HP: 7
사역마들이 공격을 퍼부을 때,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이 공유하는 정보만 받고 서 있었다. 체셔는 공격에 실패했으나, 잠깐이라도 시선을 끌거나 다른 이들의 발에 채여 통행에 방해나 된다면 제 할 일은 다 한 거다. 별 움직임은 없으나 제 한 몸은 지킬수 있도록 언제든 방어할수 있게 주변을 경청하고 있다.
총알이 튀고, 비명이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대단한것이 아니다.
팅-
- 띵동
그러는 사이였다, 어디선가 튄 도탄이 우연히 초인종을 눌렀는지 초인종이 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초인종 옆 부분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문이 열린것이다. 너무 어두워서 내부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열렸다. 상식적이라면 상식적이지만, 밖에서 이렇게 총소리, 폭발소리가 들리는데 초인종 눌렀다고 문을 열어주는 주인의 생각이 궁금할 따름이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정상적으로 열린 유일한 루트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입구는 좁고, 적의 공격을 당하며 들어갈 수 있어보이진 않는다.
- 이츠와의 총격으로 인해 톱니를 잡고 있던 부분이 부숴지면서. 톱날이 떨어져 나와 박혔다. 살벌하게 굴러오긴 했으나 두 사람에게 맞을만한 각도는 아니었기에 그대로 벽에 박혔지만, 청소기는 개의치않고 돌진해오고 있었다. 다만 이대로라면 구석에 몰릴 가능성도 있었다. 어떻게든 이 청소기 뒤로 가야할텐데..
그러나 샐비아는 도박과도 같은 수를 생각해냈고, 샐비아가 바닥을 폭탄으로 바꾸는 사이에도 청소기는 달려들고 있었다. 아마도 이 속도라면 폭탄으로 바뀌기 전에 샐비아가 공격당하는게 먼저일것이다. 이츠와로서는 어떻게든 저지하거나 시간을 끌어야했다.
칼날로 총을 맞추기 전 총알에 맞아버렸다. 팔의 살갗이 갈려나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다행히 벙커 측-휴스턴-에서도 공격을 해 한 명은 그에게로 간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일대일 상황. 어린 외형에 약간의 주춤거림이 있었으나 이미 선은 넘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각오로. 살로메는 시구레에게 달려가 두 번째 단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순식간에 목을 그을 셈이었다.
별 생각 없이 걸었던 것이 무의식적으로 고양이가 튀어나갔던 곳 근처였었다. 어째 익숙한 풍경에 조금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누군가의 인기척과 바람이 그에게로 살폿 불어왔다. 그것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달려온 나인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엔 충분했지만, 그의 나머지 신체는 보다 둔해 바닥에 내리꽂힌 마비액의 잔액에 뒤덮혔다. 체내 전기 흐름이 뒤엉키곤 근육이 불규칙적으로 팽창하는 것이 느껴진다.
"차,라리 원거리,에서 투척만 하시지, 굳이 근접전은 왜 해요?"
아쉽게도 성대는 마비되지 않아, 툭툭 끊기지만 해 오는 발음은 또렸했다. 그의 고양이는 돔의 입구가 열려오면 귀가 쫑긋 서더니, 곧바로 그곳을 향해 뛰어들어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시점 그는 자신의 눈 앞의 나인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까마귀는 이번엔 나인의 머리채를 잡아 벽 쪽으로 휘두르려 했다.
청소기가 달려오는 걸 보면서도 손을 떼지 않았다. 능력이 발현된 이후로 이런 상황을 겪어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유리 벽 하나를 세우고, 떨어져서 보는 거 같았다. 두 손을 바닥에 댄 채로 이츠와의 행동을 보고 즐거운 듯 웃었다. 걱정 해야 하나? 분명 잃은 건 두려움 뿐일텐데, 다른 감정도 어색하게 느껴지고는 했다.
시구레는 자리를 이탈하려 했으나, 살로메와, 다른 이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확실히 시구레의 능력은 뛰어났으나 아무리 그래도 명중하는 공격들을 무시하며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단것이다. 억지로 뚫으려 했다가는 그 전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적의 공격이 맞지 않는 상황이거나, 완벽하게 적을 무력화 시키는게 아닌 이상 들어가는건 힘들어 보인다. - 난장판 속, 머스티아는 공격들을 뿌리치고 돔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발자국 내딛는 순간 ㅡ 돔 안이 아닌 입구에 닿았을 뿐인데 ㅡ 바닥이 꺼지며 그대로 쏙하고 빠져버리고 만것이다.
역시 함정이었을까 싶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미끄럼틀과 비슷한 감각이 지나고 난 후 눈앞에 보이는건 타겟인 여성이었다. 다만 위에서의 상황을 모르는지 느긋하게 뭔가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다는게 웃긴 광경일까. - 이츠와가 총탄을 흩뿌리자 청소기는 샐비아를 우선시하던 움직임을 취소하고 끼긱- 하고 이츠와를 향해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이츠와를 향해 방향을 전환해 움직이는데 이 정도라면 아슬아슬하게 샐비아가 늦지 않을거 같다.
마침내 바닥을 폭탄으로 바꿀 수 있었고, 범위가 범위이니만큼 굉음을 내며 바닥이 조금 내려앉는다. 예상대로 청소기는 박살나지 않고 끼긱 끼긱 움직이고 있었으나. 큰 홈이 생겨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보인다. 아마 이대로라면 무난히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을것이다. - 세이메이는 고양이는 이 난장판이었기에, 손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뒤에서 머스티아가 떨어지는게 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무게에 관련된건지 고양이는 아무런 방해없이 안으로 들어왔고. 안은 꽤나 어두웠지만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으며, 내부는 뭔가 연구실같이 되어 있었다. 다만 별볼일 없는 책들이 늘어서 있을 뿐이었고...
눈에 띄는것이라면. 중앙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누르고싶게 생긴 버튼과, 옆에 놓여진 USB였다.
시구레의 무감정한 음성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한쪽 눈썹이 움찔거렸다. 목 부근을 베어내며 짧은 시간 동안 눈처럼 쌓인 정을 베었다 되뇌었다. 그러다 겨누어진 총구에 멈칫, 시구레의 시선을 따라갔다. 저 안에 들어갈 셈인가, 잠깐, 몇 명이나 들어갔지? 벙커 측은 들어갔나?
살로메는 돔으로 가는 시구레를 침묵을 지키며 물끄러미 바라보다 막아섰다.
"이미 아발란치 측이 들어가버린 것 같은데 당신은 안 들어가도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슬그머니 눈치를 보곤, 돔 근처에서 대기하다 습격하려는 계획으로 자리를 옮기려했다.
어그로를 끄는덴 성공했지만 누가 봐도 '빡친' 모습에 그녀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험한 말이 나왔을까?
그나마 자신이 시선을 끈게 효과가 있던건지, 굉음과 함께 무너져내린 바닥의 홈에 바퀴가 끼어 성공적으로 무력화된듯한 모습에 그녀는 엄지를 치켜올려보였다. 역시 폭발은 예술이다.
"나이스~!"
최소한 저 토마스를 상대로 허들넘기를 하진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일까, 이제 남은건 여길 빠져나가고보는 것이었다. 상대가 적이든 누구든 알게 뭔가, 일단 여길 나가야 나중에 싸워도 싸우든가 하겠지. 이 정체불명의 장소를 벗어나든, 본 목표를 달성하든, 좋든 싫든 협력을 해야지 싶었다.
허나 그녀의 성격은 어디 안가는지 문을 열고 가려던 중 뒤를 돌더니 아직도 헛바퀴질을 하고 있는 거대 청소기에게 키득거렸다.
자리 이탈을 시도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방금까지 싸우던 여자에게도 금세 따라잡혀버리지 않았는가 앞을 가로막는 살로메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살로메를 밀친다 그러자 거의 동시에 총탄이 날아와 머리칼을 빗겨간다. 아마도 방금의 리볼버겠지 이쪽을 노리는건 그렇다쳐도 이 여자는 아군일텐데, 아군이 사선이 겹쳐 있는데도 쏘다니 벙커도 미친건가? 아니면 사격에 꽤 자신있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시야 안으로 비춰지는 돔의 입구가 안타깝게 보였지만,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곱게 들어가기에는 글렀다 시구레는 방금 밀쳐냈던 살로메를 노려보며 한 소리했다
"잘 들어요, 머리가 꽃밭인 아가씨. 저를 방해하면 당신도 죽어요."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가는게 좋다고 몸을 옆으로 돌려서 이쪽의 피격면적은 줄이고 권총으로 응사한다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머리를 맞으면 죽는다
낮은 시선의 주인은 종종걸음으로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바닥이 열리는 충격음이 들리면 시선은 위로 붕 뜨며 뒤를 향해 돌아간다. 그때 시선에 떨어지는 머스티아가 보이던 것도 찰나, 시선의 높이는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간다. 뒤는 신경도 안 쓰는지, 유유히 걸음을 옮기던 고양이는 내부의 연구실 같은 시설 안을 둘러본다. 그는 고양이의 동공이 확장되며 보다 넓은 시야가 공유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신기해하는 것 같다고 짐작하더니, 공유된 시선에서 버튼 (고양이는 이것을 보자마자 누르려 달려나가려 했지만, 세이메이가 겨우 막았다)과 USB로 추정되는 물체가 하나 보인다. 추정된다고 말하는 이유는 고양이의 시선이 어느 한 책에만 집중되어 있어 USB에 초점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그에게서 공명하듯 느껴진 지시에 귀찮다는 듯 한껏 축소된 동공과 함께, USB 쪽으로 터덜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고양이는 탁자 위로 올라가 USB를 집어 삼키려 했다. 성공했다면 기척을 죽이고선 곧 세이메이의 곁으로 돌아오려 할 것이다.
그 와중에, 세이메이는 곧 무전을 시도하더니 입을 열었다.
"떨어지신 분, 엉덩이는 괜찮아요? 백업 필요해요?"
머스티아에게 하는 물음이였다. 자신이 하는 일이 없게 되어 가만 서 있다가, 근처의 돌덩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난전 중인 시구레가 보이면 돌덩이를 낮게 들어, 휴스턴의 머리 쪽으로 투척했다. 그의 시야에 시구레가 살로메를 보호하려 든 것이 스쳤을때,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이 스며나온다. 시구레가 무전을 듣고 있다면 그가 "이야~ 로미오와 줄리엣~~" 라며 의미불명인 감탄사를 내뱉는 것이 들릴 테다.
빗나갔다면 그는 머쓱하게 손을 흔들고선, 벙커 측 인물의 통행을 방해하러 돔 앞쪽으로 향하려 할 것이다.
시구레는 어린 나이임에도 아발란치 내에서 꽤 고참에 속했고, 그래서일까. 이해가 빨랐다. 전장에는 아직 유토가 있다. 아무리 전투중이라고 한들 꾀 부리는 조직원을 놓칠 그녀가 아니다. 이 자리에서 어줍잖게 행동하거나, 아무런 수확도 없이 자리를 이탈했다가는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 아닌가.
지금도, 시선이 느껴지는걸. 아, 공격을 하는걸 봤는지 조금 가라앉는게 느껴졌다.
살로메는 돔의 근처까진 갔으나 대기하고 싶었던 장소만큼은 다가갈 수 없을거 같다. 세이메이와 동선이 겹쳤기 때문이다. - "음?! 어라, 안녕하세요."
아무래도 여성은 정말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듯, 머스티어를 뒤늦게 눈치채고 나서도 태연하게 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그뿐인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머스티어 쪽으로 다가와주었다.
"무슨 용건이신가요?" - 샐비아와 이츠와는 사이좋게 문을 나서기로 했다. 이츠와의 허접 소리에 청소기가 화를 내는듯 보인것은 아마 착각이었을것이다. 그리고 문을 나서자 보이는것은 머스티아와 타겟인 여성이었다. 거리는 머스티아보다는 좀 더 뒤이긴하나. 이 방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몇걸음 내딛으면 닿을만한 거리기도 했다. - 세이메이의 고양이는 아무런 방해없이 USB를 챙길 수 있었다.
시구레의 발을 붙잡기 위해 무어라 말을 추가로 덧붙이려던 시도는 몸이 홱 밀쳐지면서 끊겼다. 전신이 사이보그였던 그 사람-휴스턴-인가. 그가 자신을 가늠하지 않고 발포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의외인 것은 방금 보인 시구레의 행동. 허, 참. 살로메는 헛웃음을 삼켰다. 살인까진 못하는 인물인 건지, 정말 그 찰나의 정을 저 소녀도 느꼈던 것인지. 그러나 이런 고민은 헛되었다. 벙커와 아발란치이지 않나…. 그들이 쌓는다면 아무리 공들여 쌓는다 한들 그저 툭 치면 무너질 모래성일 터인데.
살로메는 침음을 삼키며 조용히 돔 근처로 다가갔으나 생각만큼 접근할 수는 없었다.
"이제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네, 얼른 비켜주겠어? 안 그럼 찌를 거야."
번뜩이는 날을 치켜들었다. 나머지 칼은 시구레의 총을 향해 쏘느라 어딘가에 나뒹굴고 있을 테다.
살로메를 보내고, 상대인 휴스턴을 향해 달려든다 달려들면서, 사격한다 검디 검은 격철의 총구가 반동으로 들썩이며 불을 뿜었다 그런 것 따위는 이미 숨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듯이 검은 머리의 소녀는 손 안의 권총을 능숙히 제어하고 있었다 상반신의 흔들림도 폭발의 반동에도 굴하지 않는다
돌은 지가 던졌으면서 지가 놀라 움찔거렸다. 귀가 좋다면 그가 "맞출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천만에요!"라며 시구레와 휴스턴 쪽으로 말을 건낸 것도 들렸을 테다. 그는 그대로 발걸음을 놀려 돔 입구 쪽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그 도중에 살로메가 시야에 들어오면 그는 곧바로 하체를 굳건히 해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상체를 낮게 숙이고서 뛰어드는 것이 다리를 공격하려는 듯 했으나, 그의 까마귀가 지면 가까히 날아들어와 디딤돌이 되었다. 그는 까마귀를 밟고 공중으로 뜨더니, 저번의 전투 때 허리춤으로 옮겨두었던 신칼을 빼 그녀의 눈 부근에 횡을 그었다.
@살로메 .dice 1 2. = 1 1. 명중 2 빗나감 세이메이 체력 6
"까마귀 잡으려면 준비를 하셔야죠."
빗나갔던 말던, 그는 그리 말하더니 갑작스레 착지했다.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지만, 소매를 얼굴 부근에 가져다 댄 제스쳐를 보아하니 당황한 기색인 듯 하다.
고양이란 족속은 변덕스럽다 하지 않던가. 그의 고양이는 그런 부류였다. 고양이가 지시대로 USB를 삼킨 것은 안전히 보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으나, 행여나 모형 폭탄일 것을 고려해 폭발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중요성을 잘 아는지, 고양이는 그에게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테이블 위 제일 편한 곳을 찾으려 발을 더듬거렸다. 버튼의 옆에 자리를 잡은 것은 물 흐르듯 일어난 일. 고양이는 배를 깔고 눕더니 아무런 사고 회로 없이 그 버튼을 눌러버렸다. 세이메이에게 공유된 시선의 주인은 낮게 고로롱거리며, 이미 눌린 버튼에서 금세 실증이 난 것인지 눈을 감아버렸다.
여성은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걸까 싶을정도로 순진하게 머스티어의 말을 믿고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손을 잡았다. 뒤에 있는 인물들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는거보니 머스티어의 동료라고 대충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모습은 아무리봐도 연기 같은게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녀는 방 한켠의 기계를 가리켰다.
"저기에 타면 나갈 수 있어요."
하긴 이곳은 떨어져서 온 것이니까. 올라가는 장치도 있을터. 네모난 판으로 보이는 장치는 한번에 8명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넓어보였다. 여성은 뒤의 둘에게도 어서 가자는듯 손짓했다. 참 태평하다. - 꾹-
세이메이의 고양이는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딱히 별거 없는 버튼이었을까?
[긴급 작동, 연구소를 처분하겠습니다.]
[폭발까지 2분]
그렇게 생각하던것도 잠시. 외부와 내부의 사람들에게 모두 들리게 커다란 소리로 경고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폭발의 규모같은건 알 수 없지만, 외부라고 안전할거란 보장 따윈 없었다. 그 모습에 두 조직의 조직원들은 도망쳐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한 모양이지만. 선수를 친건 유토였다.
"마침 잘 됐네-, 여기서 도망치는 xx들은 나한테 다 죽을 줄 알아."
그것은 외부 조직원에게 전하는, 벙커를 전부 죽이기 전까지 자리를 떠나지 말라는 경고였다. 아말은 그 모습에 혀를 차고는 이츠와도 들리게끔 작전은 실패고 무전을 사용해 후퇴하라고 말했다. 물론 아발란치에게 공격받으면서 이 자리를 뜨는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알아서 잘 해보란 소리였다.
눈가와 흰자가 베인 듯 한쪽 눈가가 타는 듯이 아팠다. 급소를 찔린 격통에 허리를 굽혀 헛숨을 들이키며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입술을 짓이기며 신음을 삼키니 입술에서도 피가 배어 나왔다. 베인 눈은 뜨지 못한 채 그 주위를 피로 꽃피운 채, 다른 눈으로 세이메이를 응시했다. 속눈썹 사이로 검붉은 눈이 타깃에 정확히 꽂혔다. 무언가 당황한 듯한 행동, 지금이 기회다. 살로메는 발걸음을 최대한 죽이고, 가볍게 뛰려 했다. 제동이 걸린 건 경고음 성과 그 살벌했던 아발란치의 음성. 그러나 자신은 벙커의 몸, 리더의 말을 따라야 했다. 살로메는 다친 눈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죽어서도 입만 둥둥 뜨겠어, 응? 내 죽음 전 당신 깃털을 죄다 뽑아버릴 테니 두고 보자고……."
"죄송합니다." 당황했는지 중간이 숨을 살짝 들이쉬는게 무전에도 울린다.. 그는 부가적인 설명도 못 붙인 채 곧바로 정신을 고양이 쪽으로 돌렸다. 상황을 모르는지 고양이는 느긋하게 누워만 있어서, 그가 지시를 내려서야만 그 자리를 떠나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머스티어가 빠졌던 구멍을 가로질러 점프하려 했고, 성공했다면 그 고양이는 금새 세이메이의 곁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표적은 괜찮습니까? 폭발에 휘말릴것 같나요? 접선한 인물 없습니까?"
그래도 폭발이 이는 것에 책임은 져야겠다 한 건지, 임무 완수만 목표로 삼은 건진 몰라도 그는 다시금 무전을 흘렸다. 살로메와 대치 중이란 사실은 보류해 둔 채, 까마귀를 다시금 상공으로 보내 도망치는 인물은 없는지 확인하려 했다. 어쩔수 있겠나, 자리를 뜨고 싶어도 유토에게 걸리면 죽을 텐데.
"상황이 바뀌니, 제 의향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지요."
짧은 패닉과 무전 후, 앞에 살로메가 있든, 이미 자리를 떴든, 운을 띄더니 살로메 쪽으로 다시금 달려나가더니 발로 등을 걷어차 넘어뜨리고 밟아 고정시키려 했다.
@살로메
.dice 1 2
"난전 속에서도 제 숨통부터 찾으시다니, 전 삶에 미련이 많아서 죽긴 싫거든요." "제 말, 뜻은 이해하시나요?"
그녀는 진심으로 당황한듯 보였다. '장난으로 만든건데 누가 눌렀지!!' 라고 중얼거리는게 들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아직 장치에 타지 않은 머스티어의 손을 잡은채로 장치로 이끌었다. 정확히는 끌고갔다.
샐비아와 이츠와에겐 그냥 아저씨를 끌고가는 별거 아닌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손을 잡고 있던 머스티어라면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이 여성, 힘이 무지막지하다. 수화로 전력을 이끌어낸 머스티어와 호각. 혹은 그것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빨리요!"
뭐 적의가 보이지 않는다만. 장치는 모두 올라서자 모두를 순식간에 지상으로 올려보내주었다. - 2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몇몇 도망친 아발란치 조직원들이 보이긴 했으나 대다수는 죽을 기세로 벙커를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폭발따위보다 무서운게 아마 유토일것이다.
"칫.."
벙커들도 어떻게든 후퇴를 시도하고는 있었으나 벙커끼리 뭉칠 수는 있어도 지역을 벗어나는건 힘들어보였다. 거기에 이제 막 지상으로 나온 이츠와, 적에게 발이 묶인 휴스턴과 살로메는 아군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 상황에서 움직인게 아말과 유토 ㅡ 정확히는 아말이 움직여서 유토가 따라 움직인거지만 ㅡ 였다. 아말은 말도 안되는 속도로 막 지상에 나온 이츠와를 회수하고 이어서 공격받고 있는 휴스턴에게의 공격을 쳐내며 휴스턴과, 후퇴를 시도하던 살로메까지 회수해왔다. 물론 그것을 가만히 보고있을 유토가 아니기에 그 과정에서 의수 한짝이 박살나긴 했다만.
그러나 벙커와 아발란치가 서로 나뉘어졌을때, 이미 시간은 2분째였다. 기분 나쁜 기계음과 함께 연구소에서부터 일대를 뒤덮을 폭발이 일어난다-
. . .
하지만 다행이도, 아직 명줄은 끊길때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발란치를 향한 폭발은 유토가 흡수했고. 벙커를 향한 폭발은 아말의 남은 한 의수에서 방출된 역장과 같은 무언가에 상쇄되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벙커와 아발란치가 있는곳 외에는 그야말로 재밖에 남지 않았다만.
"거봐~ 내 말을 들으니까 안전하고 얼마나 좋아, 그치~?"
아무 말도 없는 아말과 대조적으로 유토는 키득거리며 조직원들을 향해 맞지? 라고 묻는듯한 표정을 지었고. 폭발을 보고 기절한듯한 타겟 여성을 보고는 씩 웃으며 물러나자는듯 손짓하고 있었다.
>>234 저도 영구상해 매우 좋아해요!! 살로메주가 좋으시다면 아무거나 다 하셔도 돼용~~ 편하게 설정 붙이세요! 살로메 눈 다치게 한 건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전투 후 상처 너무 좋아하는 요소라... 아니 주절거리기 시작했는데 여튼 요약하자면 하고싶으시다면 하세요 저는 모든게 너무 죠습니당~
273An apple doesn't fall far from the tree.
(SSAL.haqGc)
2023-01-08 (내일 월요일) 00:21:06
어머니는 두 번의 재혼을 하셨다. 아베느의 성씨를 가졌던 내 첫 부친은 일찍이 돌아가신지 오래였다. 부자는 망해도 삼 대는 간다던가. 그렇다, 금고에 처박아둔 재산은 삼 대가 먹고 살 수 있을 규모의 금액이었다. 다만 우리의 아름다운 모친께선 명예와 권력에 미쳐있으신 분인지라 재산 상속은 상속이고, 명예는 명예였다.
두 번째 부친은 깨나 이름 날린 재벌가에서 내놓은 유명 칼럼니스트였다. 그의 평론은 영화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더불어 끌밋한 외양에 봉사나 기부 같은 선행도 여럿 베풀어 인지도도 높았다. 하지만 그는 재벌가의 자제라는 것을 밝히기 싫어했고 그 따위 이유로 이혼했다.
세 번째 부친은 모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었다. 끌밋한 외양에 걸출한 능력…… 그래, 그 칼럼니스트의 형 되시는 분이다. 재벌이 괜히 재벌이겠나, 무언가 일을 벌였으니 재벌이겠지. 세 번째 부친은 어머니의 욕망에 걸맞게도 집안의 대를 이어 회사를 상속받을 예정이시란다. 그쪽에선 무얼 보고, 왜, 두 번이나 멀끔한 자식과 명예와 권력에 미친 여자가 혼인하는 걸 두고 봤냐고? 거긴 돈에 미쳐있었으니까. 내놓은 유명 칼럼니스트도 재능으로 입양되었다가 가족애라곤 쥐뿔도 없는 집안에 진저리가 나 막무가내로 나가기 시작하자 내놓은 것이다. 모친께서는 아니나 그 자식, 프랑스 방계 후손 가스파르 '아베느'의 딸, 마지막 남은 아베느의 핏줄, 살로메 아베느. 즉, 내겐 아베느 가家의 모든 재산이 상속됐다.
이쯤되니 떠오르는 또 다른 의문. 첫 번째 부친, 가스파르 아베느는 왜 우리의 모친 로잘린 피사로를 만났는가? 실상은 의외로 간단했다. 가스파르는 순진했고, 로잘린은 독기 가득한 구미호 였다. 그와 만나고 그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순간까지도 그녀는 지고지순한 현모양처 연기를 했다. 본색을 아는 나조차 깜빡 속을만큼. 어쩌면 수십 년의 연기를 하며 정말 자신을 착각했을 수도 있다. 가스파르의 입장에선 가녀리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행복한 평생을 살다 간 것이니 모친께선 인생을 선물한 것이라고 하는데, 글쎄……. 그만큼을 같이 살았는데 임종 때의 흘린 눈물만큼은 진실이겠거니 하고 있다.
명백한 건, 로잘린은 행복했을 것이다. 더 이상 물로 배를 채우고 남루한 원피스 차림 하나로 돌아다니며 남들의 눈 요깃거리나 될 뿐인 무희 짓을 관둬도 됐으니까. 그녀는 이따금 내게 세상의 모든 것을 저주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종내엔 황홀한 낯으로 웅장한 자택 내부를 둘러보며 속삭였다. 정성껏 세공하여 깎아올린 귀중품들 사이에 파묻혀있으면 나도 그것들처럼 고귀한 것이 된 것 같단다……. 달콤한 목소리가 우아한 대리석 벽면에 가닿아 울렸다. 그 작은 울림이 어쩐지 뇌리에 박혀 떠올릴 때면 심장 고동에 내부가 울리듯 기묘한 감각에 휩싸였다.
결혼이 사랑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랑 없는 결혼도 있을 수 있겠지. 사랑 대신 차지한 것들을 주고 받으며 평화롭게 일생을 보냈다면 더럽다 욕하긴 했겠으나 이 정도의 증오를 품진 않았으리라.
빈곤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으며, 또 고결하게 살기 위해 삼십 년을 넘게 연기해 돌다 못해 360도로 돌아 정상처럼 보이는 미친 여자와 어째서 혼인을 허락했냐는 대목을 기억하는가. 미친 건 모친뿐만이 아니다. 내 세 번째 부친께서도, 아니, 그 가문 전체가 돈에 미쳐있었다. 거기에 우리 모녀는 입이 늘어날 뿐인 일개 장애물이었으니. 거슬리다 못해 눈에 치우지 않으면 못 배기겠는지 그들은 청부살인을 의뢰했다. 우리를 치워버리고 아베느의 재산을 모조리 차지하려고. 의뢰 내용은 화재 사고로 위장한 살인일 게 자명했다. 안 그랬으면 정확히 모녀가 같이 집에 있을 시간에 불길에 거대한 저택이 깡그리 타버릴 일이 흔하겠는가, 그것도 철저한 사용인들이 내부를 관리하는 마당에? 한시라도 빨리 자택의 비상 통로를 통해 대피하지 않았으면 한 줌의 재가 됐을거다, 마치 로잘린처럼. 나는 비상 통로의 존재도 몰랐지만 모친께선 알고 계셨다. 이런 일이 오리란 걸 예상하고 대비라도 했나 싶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산 것은, 내 등을 통로로 떠미는 앙상한 손가락처럼 간절한 일이었으리라 짐작하고 있다.
나는 내 어미 같은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같이 산 세월이 무섭긴 무서웠는지, 거센 불길이 너무나 욕망으로 가득한 입을 벌리고 있어서였는지, 마지막 그 손가락의 뼈마디가 너무 말랐어서인지, 선셋의 재산은 사용할 수 없었으나 아베느의 금고에서 빼돌린 재물들은 제 것이었다. 초기 자금으로 차고 넘쳤다. 이대로 멀리 도망쳐 한가로이 살 수도 있었지만 우리 모녀를 살해하려 했던 것들의 목 정도는 따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서.
예상한 답변이라는듯 그녀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사람은 누구나 신념을 따르기 마련이니까... 그것이 강대한 것이든 약소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하찮은 것이든, 모두를 위해서든 지극히 개인을 위해서든... 물론 그 신념이란게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꺾일 수도 있다만 그건 그 사람의 문제다.
그렇다면 그녀의 경우에는? 결단코 꺾이지 않는 신념이었으나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살아남은 자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와, 무슨 담당일진인 것마냥 얘기하네. 혹시 왕년에 삥 좀 뜯으셨어요? ...생긴거 봐선 범생이 같은데..."
갑작스레 기울어진 화면, 당혹스러운듯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소위 말하는 '그렇게 안 봤는데...' 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물론 외모만 가지고선 판단할 수 없겠다만, 최소한 그녀의 시선에선 '문제아' 같은 이미지는 느껴지지 않았음이 확실했다.
"그래봤자 극적으로 작은건 또 아니라지만요~ 오, 슬슬 보이려나?"
이미 해는 들어간지 좀 되었으니 어둑어둑한 하늘에 빛나는 것은 별가루와 환한 달이었다. 세상은 요지경이어도 달은 여전히 아름답구나, 그녀는 먼 우주로부터 반사된 빛을 담아내려는듯 그쪽으로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임무 후, 모두가 복귀한 직후 그가 찾아왔다. 유토의 개인실 앞에 서 닫힌 문을 두어번 노크하고선 가만 서 있는다. 초인종이 모종의 이유로 있었더라도 노크를 했을 것이다. 도구는 [하남자]의 것…
난전이 있었던 것 치고, 그는 매우 멀끔한 차림새였다. 육안으로 그를 보자면 전투의 여파는 마비액에 젖었다 마른 무복과 그의 허리춤에서 위태로이 달랑이는 신칼에 달라붙어 마른 피 정도밖에 없었으니, 다른 이들에 비해서는 양반을 넘어서 귀족 꼴에 가까울 지경이다. 까마귀는 소환 해제한 지 오래, 동행인(묘)는 그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 뿐이었다.
“유토님, 계시나요?” “그 돔 내부의 실험실에서 발견한 것이 있던지라, 관심 내의 것이신지 여쭤 보려 왔습니다.”
아직 옷을 갈아입지도, 씻지도 않은 것인지. 그에게서는 불 특유의 연기 내음과 더불어 피의 내음과 젖었다 마른 옷의 퀘퀘함도 조금 날 터. 그는 이것을 눈치 못 챘는지, 아니면 별 신경 안 쓰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들어와. 라고 말한 시점은 세이메이가 유토님. 까지 말한 시점이었다. 전부터 느낄 수 있던거지만 그녀는 참 애매하게 마음이 넓었다. 기분이 좋을때의 그녀는, 정말 역린을 건드리는거 외에는 상당히 관대해지는데. 이게 어디까지인진 알수가 없으니 오히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곤란한것이다.
아무튼 세이메이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면 의자에 앉아서 ㅡ 솔직히 회장님 의자에 앉아있는 어린애 꼴이다만 ㅡ 주스를 마시고 있는 그녀가 보일것이다. 책상은 보이지 않는데, 아마 책상이 있었다면 그녀의 얼굴만 간신히 보였을것이니 이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묘하게 거만스러운 말투다 다만 '내가 이렇게 돈이 많다'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어필하려한다기 보다는 이런 태도자체가 몸에 배어든 듯 싶었다 그런 사실과는 별개로, 시구레는 조금 놀랐다 정말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은 것이 놀랍게 다가오는 것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에
"그게, 그쪽 길로 가로 질러가면 집이 가깝거든요. 시간을 아끼려다가 그만."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주로 있는 일인데다다, 집(아발란치)이 거기에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무릇 거짓이라는 것은 수습도 불가능 할 허무맹랑한 말들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진실을 섞고 본질을 기피하는 것이 훨씬 잘 들어먹히는 법이다 나 자신이 연기나 거짓말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마들렌은 집어 들었다. 너무 단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 입 베어물고는, 옅게 입으로 미소지으며 눈 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맛있네요."
비록 거짓을 연기하고 있었으나. 과자만큼은 확실하게 양품이었다 디저트에는 문외한인 시구레조차도 그렇게 생각할만큼, 마들렌 특유의 부드러운 풍미가 입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런 다과를 먹어 본 적이 얼마만인지'가 아니라, 시구레에게는 그런 사실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마들렌만큼은, 더욱 와닿는 맛이었다
'들어와.' 그 한 마디가 들리고 반 박자 후,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그가 들어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성인이 저리 키가 작을수 있던가,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잠시. 그녀의 기분이 좋아보임에도 그가 긴장을 늦추는 꼴은 보이질 않았다. 그는 이 사실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건지, 한쪽 손을 주먹쥐어 장갑의 가죽 부분을 모아 움켜잡았다.
"아하하, 정말 그랬다간 제 목이 뜯겨나갈 것 같은데요?"
고깔모자 아랫부근을 가르켰다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떨구더니 손가락을 위로 했다. "꽥!" 하는 의미불명의 의성어와 함께하니 글로 묘사를 읽기만 한다면 편해진 듯한 그였다만, 실제로는 묘한 위화감이 감돌고 있었다. 어쩔수 없지 않은가? 호오가 어디에서 갈리는지 영 애매한 당신이니, 지금 그는 목 앞에 칼이 들이밀어진 기분일 테다. 그런 면에서 그는 당신과 닮았다고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돔 내부에 실험실이 있더라군요. 책이나 문서 같은 것은 살피진 못했지만, 자폭 버튼 옆에 이걸 찾았습니다."
고양이는 어깨에서 뛰어내려, 공중에서 소환이 해제되었다. 때문에 자욱해진 연기를 한 손으로 대충 날리더니, 그 안에서 떨어져 나온 USB 하나를 낚아챈다.
전투 시작 직전에 대원 한 명의 목을 뽑았던 건 시야의 구석에서 봤다. 이 짧은 웃음소리가 내포하는 의미는 '눼가 얼뫄나 우리 애둘을 얘뀌눈데~' 정도의 비아냥 및 부정이려나. 세상 맑은 웃음소리 끝에 들려오는 말은 더 없었다. 그는 당신 쪽으로 다가가 USB를 당신의 손에 조심스레 놓아주었다.
"'상' 이라 하신다면..."
그는 애초에 그녀와 길게 대화를 나눌 의도는 없었다. 깡이 있는 편이라고 자부하는 그지만,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그 확률이 제아무리 낮더라도 꺼려졌다. 다만 그녀가 상을 내리거나 한 전적은 그의 기억 내엔 없었다. 그럼 왜? 어째서 자신에게? 그는 본래 이것을 넘기고 방을 빠져 나가려 했지만, 치기어린 젊은 피는 생각보다 강렬했다. 이 USB의 내용은 그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 예상되니, 호기심이 그를 뒤따르는 건 당연한 수순.
"그 '상'이 뭔지 너무나도 궁금하지만, 저도 아직 어린가 봅니다." "주제넘은 궁금증도 하나 생겨서 말이지요."
의식주 문제 다 만족되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단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면 오히려 차분해진다. 대놓고 꿈 깨라고 하는 듯한 말, 그는 그녀에게 반발하거나 하극상을 벌였던 이들이 어찌 되었는지 익히 들었다. 그렇다면 상관이 비밀이 너무 많으면 시기가 떨어진다거나, 그런 말은 해도 별 효과 없을 테다. 보고싶냐는 말이 뇌리에 박히는 것이, 여간 소름이 돋았다. 척추를 타고 오른 오한을 무시하듯, 내색 한 번 안 하고 다시금 입을 연다.
"예." "유토 님께서 상을 내리실 정도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물건이 뭘까 궁금해지는 건 부하로써 당연하죠." "그게 뭔지 알게 되면, 뭘 찾아내야 유토 님이 기뻐하실지도 더 잘 알 수 있겠지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부를 해 온다. 이대로 꼬리를 말자니 젊은 피는 용납 못 하고, 보고자 하면 당신의 기분이라도 띄우는 노력을 해야지.
분명히 대답을 다 한거 같았고, 그녀도 그 대답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는거 같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광경이 다른 차원을 보는거 같이 붕 뜬 기분이 들고 있었다. 그녀는 뭐라고 말하고 있지? 당신은 뭐라고 말했더라? 마치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된거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이었다.
- 입에 발린 소리를 들으려는게 아닌데?
이것은 그녀의 목소리인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목소리가 귀가 아닌 뇌에 박힌다. 그것은 머리속에 각인되듯 맴돌았다.
구라 순도 99.99%함류의 냄새가 찐하게 나지만 아무튼 설명해보자면. 풍선껌을 쫙-쫙- 소리나게 씹으며 위풍당당하게 삼일천하였던 그 머스탱을 타고 다니며 학교 애들한테 기강 좀 넣었다는. 근데 뭔가 누군가를 줘패고 다닐 사람은 아닌거 같기에 그냥 농담이라고 넘기자. 절대 학교폭력은 나쁘다. 절대로.
"눈으로 담아 눈으로. 난 기록보단 추억을 더 좋아하거든."
'휴스턴, 마이크로문은 수십년에 한번씩만 볼 수 있습니다.'
닥쳐 쫌.
"달이 참 이쁘네, 손으로 따다 내 방에 넣어둘 수 있을것만 같아."
그렇게 말하며 휴스턴은 달을 향해 기계팔을 쭈욱 뻗었다. 닿기는 커녕 손가락을 오므려 그 공간으로 달을 넣어 바라보았다.
양손으로 총을 만들어 상대를 가리키는 '놀줄 아는 놈인가?' 라는 느낌의 제스처, 물론 지금의 그를 보면 껌이 아니라 면도날도 씹을수 있는 외모인거 같다만... 그녀는 생각만 하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가 그동안 봐왔던 양키(양아치를 지칭하는 말)들의 행위란게 거기서 거기였으니... 그녀가 그런 이들에게 휘말린적이 있냐 묻는다면 '글쎄올시다.'라는 답변이 돌아오겠지만,
"눈으로 담는건 생각 외로 오래 못간다구요~ 하지만 기록으로 남는다면 언제고 돌이켜 볼수 있으니까~"
'자주 잊는' 그녀에겐 이 편이 더 나았다. 그렇다고 그녀가 추억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과 함께 덩달아 잊어버리는 썩 유쾌하지 않은 버릇 때문에라도 중요한건 기록을 하는게 습관화 되어있었다.
대략 예쁜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사진 한번 찍고보는 그런 마인드처럼,
"...그냥 무드등 사는건 어때요?"
손으로 따다 방에 넣어두고 싶다는 그의 말이 퍽 문학적으로 들려오기도 했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했다. 꽤 깔끔하면서도 선명하게 찍힌 달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금방 미소로 바뀌었지만,
혀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디저트, 그 다음은 그중에서도 깔끔히 먹기 힘든 밀푀유를 포크로 요령 좋게 잘라낸 뒤 먹으려다가 그릇에 내려놓았다. 수도 없이 먹어본 듯 자연스럽고 말끔한 동작. 허나 들은 문장은 생전 처음 듣는 문장이라는 표정. 더 가까워서 '잠깐' 뒷세계에 발을 들였다니? 정말 위험천만한 레이디였다. 살로메는 마치 어머, 라고 말하는 듯 한쪽 손으로 입을 가렸다.
"레이디들이 발 담굴 만한 곳이 아닌걸요."
그곳은 악덕과 배덕과 죽음이 낭자한 곳, 순진한 소녀가 두 발 딛고 서 있기엔 몹시 부도덕하고 불결했다. 말 그대로 흙탕물 속. 살로메는 엷은 미소를 띤 시구레의 면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앳된 얼굴, 똑부러진 얼굴이나 가까운 길이라며 뒷세계에 발 들일 정도의 순진함, 맛있는 것에 행복해하는 얼굴. 이럴 때면 양지에서 뛰놀 적이 떠오른다. 평범한 친구, 평범한 후배, 평범하게 슬프고 행복했던 나날들. 빛바랜 추억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볼에 콕 박힌 점 위로 붉은 눈이 사색에 잠겼다가 이내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집이 어디길래… 호위라도 해줄까요, 오늘만이라면 기사 정도 자처해 줄 수 있어요."
이제는 익숙해진 어둠 속 생활이지만 사람은 가끔씩 햇볕을 쬐어줘야 했으며, 그것이 오늘이었다고 살로메는 생각했다. 그것도 혼자 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 의미는 더욱 각별했을 것이다.
수긍하거나 거절하는 의미를 내비치면 살로메는 포크를 완전히 내려놓고 메뉴판 하나를 훑고 시구레에게 건넬 것이다. 메뉴판에는 커피, 프라페, 티, 허브티, 스무디 등 다양한 음료 목록이 적혀있었다. 메뉴판을 건네며 한쪽 손을 들어 올리자, 그것을 발견한 종업원이 다가왔다.
자신의 외모 칭찬에 우쭐해진 그가 이젠 '나이스 가이 휴스턴' 이라는 호칭까지 언급하자 그녀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아주 잠깐 눈으로 욕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내 측은한(?)눈길로 변했을까,
"어디 가서 그런 멘트 날리지 말아요... 진짜 올드해보여... 핸섬 휴스턴이 아니라 너드 휘틀리 같다구,"
이내 고개를 떨궈 이마를 짚은 채로 한숨만 내쉬는 그녀였다. 그나마 태닝은 하지 않아서 납득범위 내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가 서양에서 흔히 말하는 Jock의 표본같은 인물이었다면 살짝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당시엔 틀린 말은 아니었을테니 나름 납득이 되긴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그녀가 그의 과거를 알 턱이 없으니.
"뉘예뉘예~ 감성 낭만 중요하지요~ '미스터 원 샷 센티멘탈 엉클 버블검 나이스 가이 잭 휴스턴'~"
지금껏 자신이 알고 있던 그의 별칭을 한데 모아서 말하곤 다시 혀를 빼무는 그녀였다. 그의 말도 얼추 맞긴 했다. 분위기는 그저 읽을줄만 알뿐, 곧장 훼방을 놓아버리는게 그녀의 성미였으니까. 어찌보면 본능적으로 낮간지러운 상황을 피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튼튼한 엉클 잭 휴스턴도 잠은 자야 한다구요~?"
습관처럼 뒷목을 매만지던 그녀는 잠깐의 하품 뒤에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아직 밤은 깊지 않지만,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과연 그럴까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위험한 사람인 리더도 '레이디'였고, 피를 손에 묻히고 디저트를 둘러싼 나도 당신도 당신이 말하는 '레이디'였다 당신이 어디에서 일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뒷세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모양인가 보다 말하자면 머릿속이 꽃밭이다. 시구레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것 만 봐도
"네? 아니... 괜찮아요. 일부러 그래주시지 않아도."
호위라는 말에 짐짓 놀란듯 손사래를 치며 사양의 기색을 내비쳤다 곤란하다. 정말로. 적당히 길을 돌려서 속여넘길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귀찮고 아발란치의 본거지를 노출시켜서 일이 생기는 것도 사양이다 그래서 결국엔 이 여자를 제거해야만 하는 결과가 되는 건 정말이지 최악이다 그럼 이런 연기도 전부 헛수고가 된 셈 아닌가, 쓸데없는 시간과 힘만 들인 거다 오늘은 빨리 들어가서 내일 과목을 예습해 둘 생각이었는데... 괜스레 발이 묶여서는 귀찮은 일이 됐다 그러고보니, 이 여자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물가물하지만 생각에 빠져있던 시구레는 묻는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얼떨결에 메뉴를 훑고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흐음, 정말 괜찮으려나. 그런 생각으로 빤히 응시하다 실례라는 것을 깨닫곤 시선을 옮겼다. 포크로 밀푀유에 장난질을 하다 한 입 먹으며 고뇌를 함께 삼켜냈다. 손사래까지 치는데 여러 번의 사양을 하게 만드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밀어붙여봤자 더 짐을 지게 할 뿐이다.
"음… 그래요, 그럼."
그래서 살로메는 깔끔하게 한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방금 큰일이 날 뻔하기도 했으니 다신 그 길로 가진 않겠지. 그런 더러운 곳에 있는 건 피 묻히기로 결심한 자신 혼자로도 족했다. 데려다주지 못하는 건 못내 아쉬웠지만, 양지 생활 흉내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살로메는 주문 후 얼마 안 되어 나온 얼그레이 티를 한 모금 마시곤 냅킨으로 입가를 톡톡 두들겨 닦았다. 양지 흉내는 오늘로 충분했다. 살로메는 옆 의자를 부스럭대더니 많은 양의 디저트 포장 박스를 꺼냈다. 싱긋 웃으며.
"이건 선물. 즐거웠지만 다신 보지 말아요. 다시 보는 건 위험한 상황일 것 같거든요."
상대가 뒷세계 인물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은 아니고 다시 마주하게 될 때라면 소녀가 다시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말이었으나 어쨌든 정체를 알고보면 의미심장한 문장이었다.
// 이벤트 때 플래그 세우기... (^//^)> 막레 주시거나 막레로 해주시면 될 거 같아용,!!
누구한테 멘트를 날릴만한 사람은 아니라며 급히 해명하는듯 보이는 그라도 역시 너드란 말엔 기분이 상했는지 분위기가 살짝 변하자 그녀도 질세라 머리 위에 양 손을 대어 토끼 흉내를 내었다.
혹시 누가 아는가? 휴스턴이 사실 학창시절엔 머슬카를 몰면서 뭇 여심을 자극했었을런지도, 물론 시기도 10년이나 차이나고 무엇보다 사는 곳도 달랐기에 그당시의 그를 보진 못했겠지만 만약 마주쳤다 해도 그녀는 심드렁한 태도를 고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만약 동시간대에 존재했다면 그녀는 아마 Geek에 가까웠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꼬맹이가 다 큰 어른 놀려먹는게 싫다면 그 감성, 낭만이란게 뭔지 알려주시던지~"
그녀로서는 당연한 행동기전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단 큰 이유는 낮간지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에선... 적당한 거리감을 두기 위해서,
"아아니, 이눔의 아저씨가 이젠 진짜루 사람을 놀려먹네?"
솔직히 꼬맹이라던지 땅꼬마라던지는 이제 누가 그리 말하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었지만 저기 날름 먼저 아지트로 들어가버리는 그의 뒷태가 어지간히도 열받았는지 그녀 역시 튕겨져나가듯 따라갔다. 물론 쫒아가려고 하던 손에는 이미 총구가 그를 향해있었지만 이후 어떤 상해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나중에 알려진 진실이었다.
살로메 아가씨미 뭐냐고요 세상 귀여워... 저 얼굴로 레이디 운운하며 교양 넘치게 행동하는거? 너무 맛있는데요? 눈 저짝낸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죽었으면 좋겠네요 음음
>>459 (세이메이 칼) 썰 내놔!(yo!)
>>462 ㅋㅋㅋㅌㅌㅋㅋㅋㅋㅋㅋㅋ 롸벗아찌...잘때 드르렁 미미미미 하면서 코도 골 거 같아요...
>>470 편식 안 하는 상여자 이츠와 너무 귀여워.
세메는 아지트 돌아가면 씻고, 자고, 고양이 밥 주고, 고양이 응야 치우고, 고양이 놀아주고, 대기하는 현대 직장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녔음니다...(어..? 너무 슬픈데..) 푼돈 모아 산 집도 따로 있다네요 근데 디코이라 자주 들어가지는 않습니당... 취미는 앞세계 쪽에서 목적 있든 없든 어슬렁거리는 것 정도려나요 여담으로 사복은 잘 입는 편입니당
<Avalanche> 저번의 사건으로부터 3일이 지난 시점. 웬만한 상처가 아닌 이상에야 부상은 거의 다 나았을 시점이다. 평소 한번 임무가 있고나서 1주 정도의 텀이 있는것에 비해 이번엔 빠르게도 유토에게 다시 집합 당하게 되었다.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일이 있어서 불렀어. 뒷세계쪽 일이니까 빨리 끝내자구."
이번에는 호스트와는 관련없는 일인걸까? 하지만 그것을 물어볼만한 사람은 아마 이 조직에 얼마 없을것이다. 유토는 모두의 핸드폰으로 또 다시 GPS 주소를 전송했다.
"이번 임무는 아주 간단해, 거기에 있는 인간을 모두 죽이는거야. 단 한명도 남김없이."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왜 싸우는건지.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 불만을 표하는 이는 없다. ----------------- <Bunker> 마찬가지로 저번 전투로부터 3일, 아말은 다른이들을 불러모았다. 일단은 모이자마자 이번엔 아발란치와 직접적인 전투가 아니라고 밝히는것부터였고.
"이번에 쳐들어갈 곳은, 아발란치의 부속 조직이라고 보면 돼."
아마도 아발란치에 도움을 주거나하는 산하 조직과 비슷한 모양새인 모양. 아말은 상대 조직의 아지트의 위치와 사진등을 화면에 띄웠다.
"원래라면 아발란치 이외에는 건드릴 가치가 없지만, 이번에는 조금 사정이 달라."
"오늘 진짜 목표는 이 여자의 확보다."
저번처럼 타겟이 있는걸까. 여자의 사진이 떠올랐으나 저번의 여자와 달리 뭔가 말끔한 연구원의 분위기가 난다.
"저번에 넘어간 여자가 문제야. 대응하려면 우리쪽도 엔지니어가 필요해, 다만.."
"정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을거 같다면. 아발란치가 완전히 차지하기전에 사살한다." -
어느새 두 조직 모두 출발 할 시간이 되었다.
// 이번 임무의 목적지는 서로 다른곳입니다. 즉 조직별로 완전히 별개의 장소에서 별개의 이벤트가 진행되므로 조우하지 않습니당!
<Avalanche> 뒷세계는 양지와 비교해도 결코 좁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두 세계가 잘도 공존하고 있다고 칭찬해도 될 정도일터. 그 넓은 뒷세계에서도 당연히 좋은 '장소'라는것은 존재했다. 힘 있는 조직은 중앙의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고. 힘없는 조직은 점점 바깥으로 밀려난다. 어찌보면 이런것은 양지와 크게 다를것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오늘의 타겟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꽤나 중심지에서 벗어난 장소. 도착했을때 보이는 허름한 건물까지. 힘있는 조직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조직이라고 부를만한곳이 아니었다.
꺄르르 꺄르르, 어린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있었지. 도덕성이고 나발이고 팔아먹은 뒷세계지만, 의외로 가끔 있다. 고아원이라는것이.
좌표를 몇번이고 다시 확인하는 조직원들이 보인다. 하지만 장소는 틀림없이 이 곳이었다. ----------------- <Bunker> 좌표에 도착하자 보이는것은 조금 허름하긴 하나 제 구실을 하고 있는 폐건물이었다. 조직의 규모 자체는 아발란치나 벙커와 비교할게 못 되는거 같았지만. 아발란치에는 능력자만 있고, 벙커에는 비능력자만 있는것과 달리 대부분의 조직은 두 종류가 잘 섞여있다. 개개인의 전투력은 낮을지 몰라도 약하다고 방심할 수준은 아닐거란것.
일단 아지트의 앞문과 후문에는 경비도 있고, 나름 경계는 하는 모양이나 오늘 벙커가 쳐들어올거라고 알고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정면에서 쳐들어가도 좋고 잠입을해도 좋겠지만. 어쨌거나 빨리 선택해야 할것이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다른 사람과 엇갈리거나, 작전을 눈치챌지도 모르니 말이다.
<Avalanche> 머스티어, 시구레를 포함해 많은 아발란치 조직원들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고아원에서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아이들을 안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싸울 수 있는 어른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기사 이곳도 뒷세계. 힘없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리도 없으니 전투인원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무슨.. 볼일이지? 이렇게 단체로."
리더격으로 보이는 남성이 먼저 앞으로 나와 일단 대화를 시도해보려고 하는듯 했다.
세이메이는 뒷문쪽으로 향했고, 저쪽도 어느정도 예상은 했는지 뒷문에도 보초는 있었다. 다만 그 수는 기껏해야 둘 정도고 그렇게 강해보이지도 않는다. 상대는 아직 세이메이를 눈치채지 못했고. 기습을 한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Bunker> 이츠와는 아지트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허름한거 치고는 나름 보수는 했다고할까. 개구멍같은 루트는 보이지 않는다. 비밀통로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방금 온 사람이 무슨 수로 찾겠는가. 정규적인 진입루트인 정문과 후문. 그 외에는 울타리가 높게 쳐져있고 한눈에 보이는 들어갈 길이라고는 3층 높이의 창문 정도인데. 저기까지 들키지 않게 가는게 더 어려워보인다.
그러는 사이 휴스턴과 다른 동료들이 정면 침입을 시도했고. 보초가 있기는 했으나 그들을 한번에 막을 수가 아니었으므로 쉽게 나가 떨어졌다. 정문이 박살나고. 모습을 드러낸 휴스턴의 앞에는 총을 들고 있는 상대편들이 보였다. 몇몇은 능력자인듯 엄폐물을 두고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이런 상황에 대비해둔걸까, 포지션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이곳은 뒷세계, 적에게 이런저런 사정 따지는 곳이 아니었다. 곧바로 휴스턴에게 집중 포화가 이어진다.
"제가 헬프 치면 전 이미 죽었다는 걸로 알아주시죠?" 무전을 남기고선 발소리를 죽여, 벽 쪽에 몸을 가까이 붙였다. 보급형 권총을 소매에서 꺼내들어, 모퉁이 너머 보초가 있는 곳을 빼꼼 넘보고 사격 자세를 잡는 데 약 5초. 보초 한 명의 머리를 향해 겨냥을 어림잡아 하고선, 방아쇠를 당겼다.
<Avalanche> 시구레의 공격으로 곧바로 옆에 있던 남성이 쓰러졌고. 적들은 대화는 불가능하단걸 인지하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꽤 많은 인원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고아원 하나가 아닌 주변의 조직들이 같이 도와주는 형태인듯 했다. 물론 수만 따지고보면 얼추 많아보였으나 아발란치 조직원들에 비하면 전투력이 낮았으므로 오래 버틸거 같진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필사적이었고, 두명의 남성이 쇠파이프를 들고 건물에 들어가려 하는 시구레의 배후로부터 달려들었다. 그리고 머스티어는 그런 적들을 뚫고서 문을 부수는데 성공했고. 근처의 적들을 으깨듯이 처리할 수 있었는데. 더 전진하려는 머스티어의 앞을 아까의 리더격으로 보이는 남성이 가로막는가 싶더니 머스티어에게 장검을 휘둘렀다. 유토나 그런 이들에게 비할바야 당연히 아니지만 이 남자는 다른 이들보다는 강해보인다.
후문에서는 세이메이의 사격에 꽤나 간단하게 한명이 쓰러졌다. 원래는 이것이 정상이긴 하겠으나 요근래 상대한게 대부분 벙커다보니 어색하긴하다. 다른 보초 하나는 아직 세이메이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채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 <Bunker> 정문에 이목이 쏠려서일까? 후문에 있던 보초는 보이지 않았다. 이츠와는 그틈에 후문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의바르게 에어 노크를 해도 반응은 없다. 뭐 그야 직접 닿은것도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러나 긴장을 풀기엔 이르다는듯, 갑작스레 땅에서부터 무언가가 튀어나와 이츠와의 발을 붙잡으려 한다.
정문에서는 휴스턴의 속사에 적들이 쓰러졌으나 총알 수의 한계로 해치운 적의 수는 정해져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엄폐물의 숨은 휴스턴을 노리고 바닥에서 부터 불길이 치솟으려 한다. 역시 이런점은 성가실 수 밖에 없다.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이 곳에는 많은 적들이 모여있었다. 이쪽도 동료는 있으나 쉽게 뚫을 수 있을거 같진 않다.
아무래도 어그로는 정문에 끌린 모양인지 이쪽엔 이렇다할 저지부대가 없는듯 싶었지만 당연스럽게도 저쪽의 문에 대고 한 블루투스 노크에 대한 답변은 감감무소식이다.
아니, 감감무소식이어야 했다.
"와씨 애덤스미스!"
땅에서부터 튀어나온 무언가가 발을 스치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펄쩍 뛰어 납탄을 쏘았을까? 그래봤자 맨바닥에 쏘는 거나 마찬가지일테지만, 만약 저게 자신을 제대로 잡았다면 저번처럼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지, 아니면 발이 묶여버리는 건지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역시 백도어조차 허락해줄수 없다는듯, 방금전의 시도는 누가 봐도 능력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냉큼 문 열고 안으로 도망칠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만...
"아이 참... 선생님! 이 나이에 벌써부터 경제학 배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당당하게 나오시죠!"
몸을 재빠르게 돌려 권총을 발포한다 정조준을 하고나서는 너무 늦다. 앞선 남성을 향해 먼저 몸에 한 발, 머리 위로 사선을 옮겨가며 한 발 제압시키고는, 뒤 따른 남자의 마주 앞으로 달려들어 팔뚝으로 손목을 쳐올려 후속공격을 제지한다 그 자세 그대로 훤히 비어있는 복부에 두 발. 상대가 통증으로 몸부림 치는 사이에 다시 양손으로 권총을 파지하고는 머리에 조준사격하는 것으로 마무리 격발
'너무 느려.'
부러 시간을 가속할 것도 없다 총을 든 상대에게 파이프를 들고 덤벼드는 것부터가 아마추어의 표본이다 한 순간 사격을 마친 권총을 가슴 쪽으로 끌어와 고정시키고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또 달리 접근하고 있을지 모르는 위협을 색적하는 동시에 상황을 파악한다
<Avalanche> 남성은 검이 붙잡히자 살짝 당황한듯 했으나, 내질러오는 주먹을 어깨로 받아내며 이를 악 물었다. 쉽게 당해주지는 않겠단걸까. 남성은 한손만 장검을 쥔채로 내버려두고 남은 한손을 움직여 나이프를 꺼내 머스티어를 찌르려 했다. 그 표정에 살아남으려는 생각따윈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하나라도 더 데리고 가겠단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까.
시구레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둘의 목숨을 손쉽게 빼았을 수 있었다. 아발란치는 당연하지만 뒷세계에서 톱에 속했고. 시구레를 포함한 그들은 그런 아발란치 내에서도 꽤 우수한편에 속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들은 끈질기게 시구레를 붙잡기 위해 달려든다. 총에 맞더라도 죽지 않는한 달려든다. 흡사 좀비라고나 할까? 어느새 시구레를 노리는 이들은 사방에서 애워싸듯 달려들고 있었다. 수로 어떻게든 해보려는걸까?
세이메이는 후문의 보초를 마저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나름대로 이 뒷세계에서 좋을일을 하던 사람들이지만. 뭐, 그런게 무슨 소용인가. 그들의 바람과 다르게 세이메이는 문을 쉽게 열 수 있었고 그러자 아이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원래는 뒤로 탈출할 생각이었던거겠지. 하지만 보초가 쓰러지는 소리에 나오지 못하고 문앞에서 얼어붙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세이메이를 보고 상황을 파악한듯 살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이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ㅡ 그래봐야 10살 정도로 보인다 ㅡ 아이가 앞으로 나선다.
"제, 제발.. 얘네 아무것도 잘못한거 없어요..." ----------------- <Bunker> 휴스턴은 재빨리 움직인 덕에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두두, 두두두. 얼마나 많은 총알들을 썼을까. 휴스턴뿐 아니라 동료들도 한참을 격발했고. 겨우 정문에 모인 이들을 전부 처리했을때 화약냄새와 피냄새가 섞여 기분 나쁘게 뭉쳐있었다. 더 이상 적들이 보이지는 않으나 어디에 적이 숨어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 방심할 순 없다. 일단 지하로 가는 길 같은건 보이지 않으니 올라가야 할거 같다.
그러는 사이, 후문쪽의 이츠와는 바닥에서 오는 공격을 피하며 총을 쐈으나. 팅팅팅- 하는 이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자세히보니 바닥에서 부터 솟은것은 기계손이었고. 총알을 막을 정도의 강도인지 총알이 튕겨나오는 소리였던것이다. 그러나 그 손은 이츠와를 다시 공격하려다가 움직임을 멈췄고. 잠시 침묵이 맴돌다가 3층의 창문에서부터 사다리가 내려왔다. 이츠와의 말을 듣기라도 한걸까? 하지만 함정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시구레는 이미 쓴 탄창을 미리 갈아 끼워넣으면서 생각한다 상식이라는게 있다면 방금 보인 아발란치의 전력에 밀린다는 것쯤은 알아챘을텐데 그런데도 물러나지 않고 포위한다는 건 수적 우위에 걸어보겠다는 것이겠지
'그 생각...'
한 편으로, 시구리의 머릿 속에서 째깍거리는 소리가 떠돌았다
'안일하기 짝이 없어!'
시간을 가속하며 사격을 개시한다 일반적인 사격이 아니다. 사방을 포위한 적들을 향해 17발을 전부 비우고, 예비 탄창을 결합하여 남은 각을 돌며 똑같이 17발을 비운다 그것이 3초였다 단지 권총만으로 3초 안에 17발 들이 탄창 둘. 즉, 도합 34발의 탄환을 주위에 모조리 퍼붓는다
남자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걸 지키기에는 부족했을 뿐이다. 머스티어의 악력에 손목이 부러지고. 부러진 칼날이 박히고, 인정사정없이 맞았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머스티어를 붙들었다. 머스티어도 남자를 잡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숨이 끊어진 육체는 맥없이 고꾸라질 뿐이다.
남자가 죽어가고 있을때, 시구레도 주변의 인물을 처리하는데 큰 시간을 쓰고있지 않았다. 3초, 이것저것 더 따져봐야 5초 정도일까. 물론 양이란 전투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이번에는 그것보다 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는 이야기였다. 머스티어의 말 덕분에 어리버리 타고있던 조직원들도 상대를 처리하는데 박차를 가했고. 시구레가 주변을 정리하고나서 둘러보니 이미 더 싸울 수 있는 적은 존재하지 않는걸로 보였다. 이제 어린애들만 처리하면 끝일터였다.
"그런건 잘 모르는데.. 그냥 글을 배우거나, 밥먹거나.."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는 일도 결국 그냥 평범한 고아원이랑 크게 다를게 없어보였고 말이다. 시구레와 미스티어가 고아원 내부로 들어왔다면 세이메이가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다. ----------------- <Bunker> 우연찮게도, 이츠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타이밍과 휴스턴과 계단을 올라 3층에 있는 방으로 진입하는 시간은 딱 맞았다. 휴스턴은 보이지 않던 동료가 갑자기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을테니까 좀 이상한 기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 어서와 쓰레기들."
그러나 중요한것은 그런게 아니었고. 둘이 들어오자 어두컴컴한 방의 전원이 들어오며 은은한 조명과 함께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이 보인다. 아말이 보여줬던 타겟의 여성. 그러나 사진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인다. 사진빨 같은게 아니라 그 사진 자체가 옛날 사진이었던 모양이다.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일까? 그리고 사진의 인상과 달리 꽤 험한말을 하며 반기고 있는것도 그렇다.
"대량학살자가 따로없구만, 몇명이나 죽이고 온거람."
그 말과 함께 방에 역장이 쳐졌는데, 안에 있는 휴스턴이나 이츠와에게 아무런 피해도 없었지만, 살짝 뒤에 있던 동료들은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 다행히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곳에 터렛은 없었지만 움직이는 터렛이나 다름없는 휴스턴의 등장에 한 번 놀라고, 캄캄한 방에 있던 오늘의 요주인물의 외모가 생각보다 세월의 풍파를 거친 것에 두 번 놀라고, 험한 말 뒤로 갑자기 펼쳐진 역장엔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강제 삼자대면이 되어버린 상황에 세 번 놀라는 그녀였다.
"아저씨 또 누구 뚝배기 따고 왔어요?"
아차차. 하는 추임새와 함께 이마를 짚으며 휴스턴에게 한마디,
"그럼 그런 학살자한테 사다리를 내려준 이유는 뭐에요?"
정보 업데이트가 안되어 사진보다 나이들어보이는 여성에게 한마디를 번갈아 건넸다. 아니, 정말 이해가 안 되어서 그래.
칼날에 강렬한 저항이 느껴졌고, 그 반동이 손목까지 오르기도 전에 그는 무언가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부산물에 부딫치기 직전 가까스로 사역마를 소환해 충격을 덜었으나, 밀쳐진 충격으로 외상을 입었는지 입을 가리던 고깔모의 부근은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환에 의해 짙은 연기가 깔린 자신의 주변에서 걸어 나오면 연기는 움직이는 부근을 감싸 안았다가, 흐트러져 옅어진다.
"저거 말인데, 전 모르는 일이에요?"
능력을 사용한 아이 쪽을 가르키며, 설마 능력자일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방어막이라도 펼친 건가, 물리적인 공격을 튕기는 것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곱씹던 생각은 다시금 새어나온 피에 의해 분산되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그 쪽이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지금이라도 아까의 제 질문에 답해주신다면 좋을텐데."
"...저희 측에서 먼저 공격을 했으니 뭐, 불협조적으로 나오는게 당연하지만요. 원망 안 해요." 어째서 이 고아원이였던 건지, 임무의 뒷배경을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리 중요한 호기심이 아니었기에 다행이다. 다음에는 운이 더 따르길. 그는 그리 되뇌이며 지금 상황에선 뭘 하면 좋을까, 짧게 고민했다.
"예에~"
머스티어가 지시를 내리는 것이 들리면 소환했었던 까마귀를 바깥으로 날려보내, 백업이 오나 정찰하려 했다.
<Avalanche> 격발. 시구레의 총알은 기세좋게 나아가다가 중간에 멈춰섰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것이다. 그러나 벽도 무적은 아닌지 총알이 끼긱거리다가 그제서야 멈춘것이 보인다. 아마도 분명 한도가 존재하겠지.
그리고 머스티어의 지시에 따라 다른 조직원들은 이 구역을 폐쇄함과 동시에 포위했고. 머스티어가 아까 시구레의 총탄이 가격했던 부분을 강하게 후려치자 보이진 않지만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일부 부숴진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세이메이와 대화할 여유는 없어보인다. 완전히 폭주하기 직전인 능력을 제어하는데만 해도 애먹고 있는듯 보였으니 말이다. 다만 저 뿔은..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말이다. 일단 까마귀의 시야에 백업이 보이지는 않는다.
"으으.."
그리고 방어막으로 보였던 능력과 달리. 갑자기 건물 잔해 같은것들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세 사람에게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들었다. 아마도 저 능력은, 방어, 공격계 그런게 아닌 염력 계통인거 같다. 저 나이에 이 정도면 꽤나 대단한 재능이다만. 하지만 그런 감상과는 별개로, 공격을 받는 와중에 뜻밖의 인물이 모두의 시야에 들어온다. 언제 온걸까, 세이메이의 까마귀에도 비춰지지 않았던 유토가. 어느새 아이와 세 사람의 사이에 서있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삼천원쯤은 있다는 말이 절로 생각났을까, 심장에 직격타로 들어오는 여성의 말에 그녀는 휘청거렸다.
확실히 복리후생이라던지 편의제공이라던지는 벙커가 뒤떨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뒤떨어질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일단 존재감부터도 아발란치보다 떨어지고,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 뿐이래도 살상은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이니, 상대가 그런 부분으로 공격을 해온다면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아니 구미가 당긴댔지 트리거 당길 거라곤 안하셨잖아요!!"
메이드들의 갑작스런 협공, 날아드는 유탄에 일단 몸은 굴려봤지만 정신이 아찔해지는건 피할수 없었다. 이거 이래선 마음의 상처랑 몸의 상처도 같이 받는 거잖아.
"뭐 일단 외모 이상의 성능은 하는거 같은데... 그, 건물 안에선 좀 자제해주시겠어요? 실내유폭은 비매너라고 그랬단 말야..."
까마귀는 여전히 바깥을 도는 체, 그는 날아드는 잔해를 피하려 발걸음을 뗐다가, 문득 멈칫했다. 이유는 시야에 들어온 유토 때문. 그 탓에 날아든 돌멩이 하나가 이마를 가격하면 짧게 "악." 소리를 냈었다. 그는 발길을 틀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물체 위로 뛰어들더니, 그걸 디딤돌 삼아 아이 가까이로 뛰어들어 조곤히 말을 건네보려 했다.
"저기 저 빨간머리 여성분께 네가 협상을 잘 해본다면, 여러분은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건 우리끼리 비밀!"
"장담은 못 하지만요!" 잘 타이르던 말과 대비되게, 그는 아이를 향해 칼을 찔러넣으려 했다.
<Avalanche> 탕탕- 탕탕. 공격을 회피한 시구레가 정확하게 아이를 노렸고. 두발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막혔지만 나머지 두개는 막지 못한듯 했다. 총알이 아이의 뿔을 부러트렸고 피가 터져나온다. 일단은 뭔가 장치 같은게 아닌 몸의 일부이긴 한 모양이었다. 그와 동시에 능력의 출력이 약해지는게 느껴졌고, 그 덕에 세이메이는 쉽게 접근에 성공했다.
"아?"
그러나 세이메이의 말을 생각하기도 전에, 칼을 찔러넣는 행동에 아이는 당황하며 능력을 썼으나. 뿔이 부러져서 그런가 제 위력이 나오지 않으며 어깨에 칼이 박히고 만다.
머스티어가 벽을 몇번 더 치자, 내려간 출력도 더해져 벽은 산산히 부서졌다. 이걸로 뿔이 난 아이는 물론 다른 아이들을 지키는것도 없어졌다.
"오늘따라 차갑네 시구, 그리고 뭐 괜찮아~ 탓하러 온거 아니라니까? 덕분에 좋은거 봤어."
유토는 시구레와 머스티어의 말에 대꾸하면서 뿔이 난 아이를 가리켰다.
"성공작이 있었다니 놀랐어, 아니 성공작이 '된건가'?"
정확한 상황까지는 몰라도 유토는 아이의 존재에 대해 알고있는 모양이다. 아이쪽은 전혀 그런거 같지 않지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이들을 지키는것은 사라졌다. 뿔이 난 아이도 더 이상 어떻게 해볼 힘이 없는거 같았고 말이다. ----------------- <Bunker> "사이보그 아닌데, 로봇ㅇ 푸흑?"
휴스턴의 생각은 옳았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유탄을 쏘고서 본인만 멀쩡할리 없고 폭발의 여파에 의자가 넘어간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은 당당하게 다시 자리를 잡으며 언제 그랬냐는듯 뻔뻔하게 휴스턴을 바라봤다. 휴스턴은 메이드에게 다이브한 상태였으니 비교적 내려보는 느낌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그런 취향이니?"
여성은 담담하게 농담을 하고는 이츠와의 말에 인정이 빠른 아이는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외모 이상의 성능이라는 말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듯 보였다.
진짜 찔릴지는 몰랐다는 양, 찌른 장본인은 그런 의미의 의성어를 뱉더니 박힌 칼을 뽑았다. 칼의 존재에 의해 어느 정도 흐름이 막혀 있던 피도 울컥 지면으로 쏟아져 나왔다. 유토가 아이를 가르키며 하는 말이 들리면, 다시금 칼을 휘두르려던 움직임을 거두었다. 그 대신 아이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피를 지혈해주려는 움직임.
"성공작이라 하시면, 이 아이는 거두어 가실 의향이 있으시단 말인가요?"
성공작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몰랐다는 유토의 말에, 행여나 그녀의 계획이 바뀔까 싶어 그리 물었다. 그리 묻는 와중에도 그대로 사살하라는 말이 나올까, 아이의 목 언저리에 칼날을 가져다 댔지만.
공과 사는 철저하게 일을 도울 것도 아니면서 현장에 나타나는 것은 시구레에게 그저 방해였다 하물며 그녀는 약하지 않아서, 쉽게 죽어버리는 것도 아니니까 더욱 귀찮다 자신이 죽는 줄 아는 사람은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법이다 그것은 그렇다치고, 뿔은 부러졌다. 힘도 꺾였다 상황이 진정 된 것을 확인한 시구레는 다가가서 아이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그대로 머뭇거림없이 방아쇠를 당겼을...테지만
"작업. 마저 재개할까요?
리더도 자리에 있는데다가 방금의 뿔을 보고 성공작이니 뭐니 했던 것 같으니 방아쇠에 손가락만을 얹은 채 유토에게 태연히 물어봤다
세이메이의 말에 유토는 그건 생각해본적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신기하네~ 정도의 감상이었던 모양. 하지만 그 말로 인해서 생각이 조금 바뀐듯 눈을 깜박인다. 그리고 작업을 재개하냐고 묻는 시구레의 말에 배시시 웃으며 멈추라는듯 손짓한다.
"이 뿔은 말이야, 실험의 일종이야. 태아를 뭐 어떻게 해가지고 더욱 강력한 능력자를 만들어내는 실험이던가? 그렇거든." "하지만 태아단계에서 뭘 해도 강한 능력은 커녕 능력자일지도 미지수라서. 결국 폐기된 프로젝트거든." "이 아이들은 전부 그런 애들이야. 주운 놈들이야 그런 프로젝트를 알리 없지만.. 하지만 확실히 신기하네." "요녀석은 태어났을 당시 능력자가 아니었는데, 능력과 함께 뿔도 각성한건가."
유토는 이내 아이에게 다가가서 유심히 바라보더니 활짝 웃었다.
"그래, 가져갈까."
유토는 그렇게 말했고, 세 사람을 보며 다른 아이들은 조직원들한테 말해서 챙겨두라고 덧붙였다.
"자, 돌아가자?"
더 할 말 있냐는듯 바라보는거 보면, 확실히 오늘 기분이 좋긴한가보다. 그리고 아마 다른 아이들도 살려두는거보면, 성공작이 더 있는지와 이 아이에 대한 인질같은 속셈이겠지.. ----------------- <Bunker> "꼴 뭐, 뭐."
여성은 말할테면 말해보라는듯 휴스턴을 쏘아봤으나 장난이라는듯 웃어넘겼다. 어느정도 기분이 풀린걸까? 그리고는 휴스턴의 이어지는 말을 곰곰히 듣다가 '뜻밖이네..' 하고 중얼거린다.
"뭐가 마음에 안 드냐고? 그냥 좀.. 답답하잖아. 별로 나랑 안 맞아 성격이." "하아.. 죽기 싫으면 그 놈이랑 또 같이 일해야 하는건가."
하지만 말하는걸로 봐서, 두 사람의 생각과 달리 분명하게 이 여성은 아말을 알고있다. 아니, 단순히 아는 정도가 아닌거로 보인다. 그렇기에 뭔가 고민하고 있는듯 보였지만. 이츠와도 진지하게 답해주는 모습에 여성은 혀를 찼다.
이건 확실히 아는 사이다. 아는 사이다 못해 같이 일했던 전적도 있는 모양이다. 여성의 이야기에 이미 한대 맞은 뒤통수를 또 맞은 기분이 들었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헛기침을 했다.
"이야... 진짜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건 나도 어쩔수 없을 거 같은데... 근데 그 답답하단거, 지금 선생 표정 보면 대충 감은 오는거 같아."
단순히 아는 사이가 아닌만큼 골이 깊든 얕든 한번 틀어진건 다시금 고쳐져야 후환이 두렵지 않다만... 그건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아말에게 미리 무운을 빌어야겠다 생각한 그녀는 이내 여성이 손뼉을 치자 역장이 해제되고, 별다른 저항 없이 합류하겠단 의사를 보내는 여성에게 웃어보였다.
아이의 능력의 정체 및 출처가 뭔지도 밝혀주다니, 유토의 행동이 의외였다고 생각했다. 하긴, 종 잡을수 없는 사람인데 어찌 보면 의외도 아니겠지. 그는 더 깊이 생각하길 관두고 자신의 옷의 소매를 찢더니, 그 옷감으로 아이의 어깨 부근을 동여매 지혈해 줬다. "풀면 죽어요?" 같은 협박같은 조언도 해 주더니,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 소리를 내었다. 정보는 물 건너간줄 알았는데, 오늘 운수가 좋네.
"찔러서 미안해요. 그래도 살았으니 그걸로 만족해 줄 거죠?"
(니가 살린 것도 아니면서.....)그는 양심 가출한 말을 하더니 아이의 뒤를 가르키곤 "당신 친구분들도 다 살았네요." 라며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끝마쳤다.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표정으로 유토는 시구레에게 답했다. 뭐 좋게 생각하면 아이들도 죽이지 않고 나쁜 결말은 아니다. 이 아이들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을 죄다 죽여버렸지만. 살아있는게 중요한거 아니겠는가? 혹시라도 복수심을 불태우는 아이들이 있다한들. 그들이 유토를 당해낼리도 만무하고 말이다.
"......"
아이는 아직 경계는 하고 있는듯 했지만, 뒷세계에서 살아와서일까 포기도 빠른듯 했다. 그것이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는 몰라도, 세이메이의 말에 별 대꾸는 안하더라도 원망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그런가, 벌써 싹이 나는 시점인가."
그리고 자리를 뜨는 머스티어와 다른이들을 보다가 유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지만.....
. . 다른 아이들은 아발란치의 하위 조직에서 관리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대우는 해주는 모양. 단 거기서 성공작이 나타난다면 그대로 아발란치로 편입되는 구조인듯 하다. 이 정도면 유토치고는 꽤 후한 자비. 그 대신에 뿔이 난 아이가 열심히 일해서 받는다- 란 모양이다. ----------------- <Bunker> "괜찮아 괜찮아. 딱히 안 좋은 일이 있던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성격상의 문제라며 여성은 이츠와를 향해 손사레를 쳤다. 미적감각도 안 맞고 어쩌고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까의 단단한 기계손이라던가. 이 메이드 로봇이라던가. 확실히 실력은 보장되는 여성이고. 별 다른 문제없이 협조해준다면 이것보다 좋은 결말은 없을것이다.
"뭐?! 이렇게 멋진 애들을 보고 그 말이 나와?"
그러나 로봇을 거부하는 휴스턴에게는 그렇게 대꾸하는데, 디자인의 문제가 아닌걸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뭐 농담도 거기까지였고, 이름을 묻는 휴스턴에게 여성은 짧게 대꾸했다.
"라프람."
. . 여성은 무사히 벙커에 합류했고, 차차 여러가지 장비나 이런저런 기술이 추가될것으로 보인다. 아말과의 사이는 예상보다는 좋아보이지만. 어디서 같이 일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여성도 벙커였던거 아닐까? 하는 말도 떠돌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다.
>>667 데엠....경제학자랑 같은 스레 뛰는줄 몰랏어요... 푸파 일상을 고대하겟습니다(?)
>>668 (귀여워) 가볍게 일상이라... 시구레한테 육탄전 가르쳐달라 하고도 싶고.... 시구레한테 사격 배워보고도 싶고..(배울게 왜이리 많아) 아니면 아예 일상으로 소재를 돌린다면 엊그제 이벤트 후 의무실에서 노가리 까는것도 재밌지 않을까? 세이메이가 붕대 감아줄게()
작전이 끝나고 터덜터덜 돌아와 의무실에 아무렇게나 눌러앉는다 사실 작전이랄 것도 없는 얘기다 '적도 건물 구조도 모르는 채로 양지에 처들어가 사람을 빼낸다.' 이런 막무가내 계획, 평소라면 무조건 거른다 하지만 이런 것도 아발란치니까, 아발란치에서나 통용 되는 이야기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물론 있었지만, 그건 둘째치고 큰일이 난 경우는 없었다 애초에 리더라는 사람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아는 사람이다
"하아."
...이런 생각해도 의미 없나. 어차피 나도 똑같은 입장일테니 그리고 사람의 목숨에 무게를 다는 것은, 그건 그것대로 귀찮게 느껴진다 그냥 좋은게 좋다고 생각하는게 좋다
'붕대나 감아야겠다.'
교전중,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 셔츠를 가볍게 내려 환부를 내놓고 확인한다 상완부였다. 원래는 목을 노리려던 것 같았는데 반사적으로 반응한 탓에 막을 수 있었다 경동맥 대신 팔뚝이 베인 정도면 좋게 교환한 셈이었다
'...그런데 붕대가 어딨었지.'
약은 찾았지만, 정작 감을 것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곳이라 도무지 물건이 제자리에 가만있질 않는다 귀찮은 일이다. 빠르게 움직여서 어떻게든 찾는 수밖에...
난전 후, 그리고 유토에게 USB를 건낸 후, 그는 자신의 개인실데서 무복의 저고리를 동여매고 있었다. 크게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었 던지라, 마비액의 효과가 가신 지금은 쌩쌩하기 그지없었다. 종일 모자를 쓴 탓에 너저분해진 머리칼을 빗질한 후, 벗어두었던 고깔모를 다시금 그걸 쓰면 평소의 그와 다를바 없었다. 손에 들고 있던 빗을 책상에 던져놓으면 그 옆의 물체에 시선이 갔다. 붕대? 평소 그의 방엔 없던 물건인지라 더 눈에 밟혔었을 테다.
이게 왜 여기 있던가, 그 이유는 그 의문이 떠오른 것과 동시에 기억이 났다. 분명 자신이 저번에 그 금발머리와 교전을 펼쳤을 때, 상처 치유 후 긁는 걸 방지하기 위해 들고 왔었던 것이다. 지금은 상처도 나았고, 필요 없네. 그런 생각을 하고 붕대를 집어 의무실로 향했다.
“나님 등장~”
의무실 문 앞에서 노크를 하며 자신이 있노라 알리듯, 안으로 말을 걸어온다. 당신이 내린 셔츠를 다시금 올릴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정하겠습니다." 뇌절하고서 바로 깔린 목소리로 사과를 박아오는 것은 그 나름의 해학이였을 것이다. 당신이 붕대를 내 주면 당신이 썼던 부분을 잘라내, 뭉친 후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하기사, 이런 집단에서 남을 신뢰하는 것도 이상하죠. 다 감정 하나 날아가서 휘끼휘끼 한데."
물론 자신도, 당신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렸다. 당신이 등을 보이면 상처를 확인 하더니 붕대를 감아주기 시작했다. 손길은 거침없었지만, 붕대가 감기는 감각만큼은 적당히 압력이 가해진 채, 깔끔하게 상처 부위를 감싸오는 게 느껴졌다. 그의 침묵이 꺠진 것은 붕대를 감기 시작한 후, 팔뚝 윗부근을 한 바퀴 돌았을 시점이였다.
세이메이의 손길은, 다소 거칠게보이긴 했어도 전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남이 상처를 봐준다. 그런 일 자체에 익숙치않은 시구레였기에 능숙하게 감겨오는 붕대에도 눈을 찡그리며 경계하고 만다 괜한 엄살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붕대를 감아주는 그가 키득거리며 운을 트기 시작했을 때에는
"흥."
하고 소리내며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권총을 집어들어서 세이메이의 시야 안에 내비추어 보였다 '허튼소리 하는 당신을 주저없이 쏴버릴 수 있다'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같은 조직원을 그런 명분으로 쏠 수는 없겠지만. 시구레는 권총을 내리며 대꾸헀다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요전에 아가씨라고 하면 한 명밖에 없을테다 작전 당시, 그 자리에는 세이메이도 있었던데다. 지금처럼 능구렁이같은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종종 들려오고는 했으니까 뭐, 상관 없는 일이다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었으니까
곳곳은 풀이 무성하고 곳곳은 사막과도 같은 사격장하기 딱 좋은 그런 공간이 있다. 그 곳에서 휴스턴은 레이벤 선글라스를 끼고 홀스터에 리볼버를 꽂아둔 채 팔짱을 끼고 있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당시 휴스턴의 트레이드 마크인 찢어진 청바지에 흰티, 그리고 조금은 크롭한 기장의 갈색 가죽 자켓까지 입은 채로.
그 3개의 조합은 24/7 지속되었고 빨아 입긴 하는거냐는 소리를 매일 들었겠지만 섣불리 누구하나 휴스턴한테 직접 말한 사람은 없다. 장난으로라도.
"또 그 염병할 총질이야 잭?"
" -까 조니."
부릉- 다 낡아가는 머스탱을 끌고 온 존은 잭의 몇 없는 친구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 제일 꼴통이라 잭과는 제일 잘 맞았다.
"여자애들은 프롬간다고 메이크업에 드레스에 머리,리무진까지 난린데 넌 여기서 모래먼지나 뒤집어 쓰고 있을거 같더라고."
"그런건 딱 질색이야."
안 가면 출석 인정 안 해준다냐? 물어보면서 순식간에 리볼버를 홀스터에서 꺼내들어 음료수 캔에 총알 세례를 쏟아부었다. 6개중에 4개. 염병할.. 여기서 늘지를 않네. 존의 끝없는 파티 구애에 휴스턴은 한숨을 내쉬며 턱시도 제공 , 머스탱 하루 대여 , 사격장 청소등 갖가지 제안을 내걸고 머스탱에 올라탄다. 얜 왜 이 머스탱 천장 뚜껑을 떼버린걸까.
"너 때문에 형 턱시도까지 훔쳐왔단 말이야. 안에 샌드위치도 들었어."
"-너매거, 그건 그냥 니 형이 -나 식충인거잖아."
여차저차 학교 근처 으슥한 골목, 차 안에서 우당탕탕 턱시도로 갈아입은 휴스턴은 구두의 행방을 묻는다. 내 구두는? 브랜드는 키 190에 4명 모이면 1톤에 육박하는 거구이기에 구두를 못 신는 사람인거 알지 않냐고 일갈하자 휴스턴은 조용해진다.
그럼 이제 난 턱시도에 캔버스하이 같은거나 신고 오는 머저리가 되는거잖아, 조졌네. 누가봐도 아빠 정장을 훔쳐입은 것만 같은 핏에 신발은 캔버스하이. 평소 휴스턴을 생각하면 패션센스는 꽝이다. 망할 놈의 Brand 오버로크는 왜 가슴팍에 박혀있는거람.
존이랑 걸어가다가 다들 휴스턴에게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을 이상한 뾰룡 뾰룡 같은 소리로 화답해주면서 선생님들은 빠르게 패스한다. 양아치나 그런 족속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범생이는 아니였기에 선생님들은 이상하게 정이 안 간다. 범생이들도 선생님 좋아하냐?
그러다 마주친 여성, 레이첼의 앞에서 휴스턴은 목쪽이 뭔가 빠르게 굳는 듯한 느낌이였고 다들 파트너를 데리고 온 이 무도장에서 레이첼은 휴스턴을 지나친다. 가끔 돌발행동이라는게 있는데 의미도 논리도 없으니까 돌발행동이라는거겠지?
존을 내팽겨치고 '-너매거. 휴스턴!'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휴스턴은 오직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레이첼.
"춤출래? 같이."
어색해보이고 긴장한 여력이 잔뜩 보이는 휴스턴을 흥미롭게 쳐다보는 레이첼. 슬며시 웃음을 보이며
슬며시 웃음을 보이며 자기는 파트너와 왔다면서 누군갈 가르키는데 그 남자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한 손엔 음료수를 들은 채로 다른 여학우와 떠들고 있는 모습.
레이첼은 적잖이 당황하며 자기는 쟤가 그렇게 바쁜 사람인줄 알고 있었다며 서로 멋쩍은 미소를 보이곤 그래, 같이 춤이나 추자. 고 손을 건네자 휴스턴은 더욱 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푹 떨구며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
"까끌해, 뭔가 쇠냄새가 나는거 같고. 또 그 골동품을 만지다 온거야?"
"골동품이라니, 보는 눈은 정확한걸."
서로가 서로에게 부드러운 농담과 여기 재밌냐느니 존이 설마 네 파트너냐느니 꽤나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서로의 스텝은 어설펐으나 조화를 이루며 무도장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을 찰나에.
"상도덕 없는 자식아."
뺨에 묵직한 스트레이트가 날라오며 휴스턴은 레이첼을 놓치고 무도장을 나뒹굴었다. 휴스턴은 학교생활에 관심 없는 터라 이름도 모르지만 비슷한 덩치를 가진 남자는 웃는 표정이지만 잔뜩 성이 나 있는 듯한 모양이다. 아까 레이첼이 가리켰던 그 남자.
그를 말리는 레이첼, 급하게 달려와 휴스턴을 부축해주는 존 그리고 의외로 관심없이 각자의 춤을 추는 학생들. 휴스턴은 쪽팔림을 무릎쓰고 부축 받아 일어나 매섭고 매운 주먹맛에 화답하듯 그의 얼굴에 피가 잔뜩 섞인 침을 내뱉는다.
휴스턴과 그는 한참을 뒤섞여 주먹다짐 하고 그 배경에 깔리는 신나는 노래였다가 우아한 노래였다가 바뀐게 3번째 쯤일까. 시간으로 재면 대략 7~8분정도를 그렇게 쌈박질을 해댄걸 보면 체력만큼은 프로의 수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사내들의 싸움은 가끔 초월적 힘을 발휘할 때가 있지 않나. 그들의 싸움에 중요한건 승자 뿐이니까.
화장실 문이 부서질듯 열리면서 잭과 존은 조금은 우울한 분위기로 화장실로 유혈입성.
"-발거, 내가 그래서 오지 말자 했잖아 조니. 괜히 와서 -나 쳐맞기만 했잖아 -미럴거."
"그래도 레이첼은 니 편이였어, 전술적 패배지만 전략적 승리야 잭."
그게 무슨 빌어먹을 소리냐고 존에게 한껏 인상을 찌푸린 얼굴로 세수를 마친 휴스턴, 그리고 시뻘겋게 물든 세면대에 침을 훅- 뱉는다.
"싸우는 동안에 레이첼은 너만 보며 걱정하길래 널 응원하다 말고 조금 관찰적인 시점으로 보게 되더라고, 맨."
뒷세계라 하면 어둡고, 희망이 없는 풍경을 떠올리는 게 정상적인 인식일 것이다. 실제로 고개만 돌리며 왼쪽은 마약, 오른쪽은 무기상. 살벌한 거래가 오가는 곳에서 한 눈에 보아도 고가의 천으로 만들었을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돌아다니는 여성은 이질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손에 들린 케이크 상자가 그런 부분을 극대화시켰다. 기분 좋은 얼굴로 걸어가던 샐비아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생각이 난 건지 밝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당신은 총을 내비치는 것에서 끝냈지만, 단언컨대 그 총구를 그의 입 안까지 밀어넣었더라도 그는 별 반응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죽이면 청소도 터너 양이 다 해야 합니다?” 그리 말하는 어조는 여전히 가벼운 게 무덤덤하게도 들린다. 권총을 내리는게 보이면 그 면상의 표정에도 변화가 있었겠지만, 제 3자로선 알 리 없을 모습이렸다.
“진짜로요? 그렇다기엔 싸고 도는것 같았는데 말이죠.” “거기서 죽여버렸더라면 벙커 측 인력 손실도 되겠다, 앞으로 임무가 더 순탄했을 텐데.”
얼핏 듣자면 핍박같은 말을 해 오지만, 붕대를 감아주는 손길은 여전히 정교한 꼴이니 아리송할 지경이다.
“설마, 이런데서 일하면서 인간성 지키려는 거에요?”
상처 부위는 붕대에 밀착해, 그 부위 살갗에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은 덜어진 채로 느껴질 것이다. 그는 붕대의 한 부근에 실밥이 풀린 걸 보면, 그걸 떼내려 감은 부위를 한 손으로 고정해 잡더니 손가락 끄트머리로 달랑이는 실밥을 떼내려 했다. 앞서 자신의 행동 이유를 통보하지도 않은지라, 갑작스러운 움직임마냥 느껴질 수도 있겠다.
>>801 ‘피격 후(자존심스크래치)’ 랑 ‘1.5(상대적으로약함)’의 캐해에서 와방 놀란.....! 피격 후 공격명중이라는 조건이 점차 엔도르핀/아드레날린 분비되면서 막나가는 거 반영해주신 것 같아 기쁜…… 공격방식이나 성향 파악에 공 들이신 게 보이는거에용 (ृʾ́꒳ʿ̀ ृ)ु
>>808 휴스턴 독백 넘모 맛있는 거예요 (뇸) 이것이 청춘…… 이것이 하이틴…… 마치 하이틴 영화의 한 장면. 레이첼을 향해 머스탱처럼 달려가놓고 적당히 매너도 챙기는 이 프리 스윗 가이……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도 so cool-!! 한거에용,,,,!!!
휴스턴 독백 주접을 안 썼었어..? (올린줄 암) 휴스턴 옛날 하이틴 영화에서 나올법한 클래식 댄디 남주 느낌 너무 좋고...독백 읽으니까 teenage dirtbag라는 곡도 연상돼서 정말 10대 특유의 그 감정선이랑 일상에 녹아든 향수가 짜릿해.........니 천재..?
말을 끝내자마자 달려듣는 휴스턴에 몸을 뒤로 물렸지만, 시간이 부족했는지 그대로 얼굴을 맞고 그 충격으로 케이크 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케이크가 엉망으로 뭉개져서 상자에서 흘러나왔다. 떨어진 케이크를 입을 가린 채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가가 붉어졌다.
"베푼 친절을 무례로 갚으시다니. 정말 무례하신 분이시군요! 벙커 분들은 다 그러신가요?"
가련하게 눈물을 보이는 샐비아를 제삼자가 보면 이쪽이 피해자인 줄 알겠지만, 현실은 악역이다. 뾰로통한 얼굴로 품에서 주머니에 담긴 구슬을 꺼내 던졌다. 이내 땅에 닿은 구슬들이 순차적으로 폭발했다.
짧은 단어 하나를 내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덜컹거리는가 싶더니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손에 쥐어진 문고리와 문짝을 보던 그는 일단 안으로 들어오더니 적당히 문을 끼워 맞춰본다. 당연하지만 경첩 부분이 통째로 뜯겼으니 맞춰지더라도 예전처럼 열리고 닫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문짝만한 인간이 깡통같은 투구를 뒤집어 쓴 채 씨름하고 있는 걸 보면 정상은 아니다. 게다가 움직임에 따라 허리춤에 걸려 있는 플레일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바닥을 긁어대니... 비싼 건물에 혼갖 흠집은 다 내고 있다.
"뭔 놈의 문짝이 이래!"
조용하다가도 이런 소란을 들으면 짜증이 나서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인데, 누가 보러 올거라는 생각은 없는지 계속 소란을 피워댄다.
크게 터지는 폭발음의 주변에 있던 행인들이 우왕좌왕 흩어졌다. 주변을 가득 메우는 비명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게다가 폭탄이 터지며 생긴 흙먼지가 바닥에 떨어졌던 케이크는 물론이고 샐비아의 원피스에까지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깊게 한숨을 쉬며 두 손으로 원피스 자락을 들다가 툭 떨어트린다.
"...이건 다시 입을 수도 없겠어요"
중얼거리더니 도망가던 행인 한 명의 어깨를 잡아서 자신의 앞으로 끌어와서 휴스턴의 총알을 막았다. 그대로 쓰러진 행인은 신경 쓰지 않고 휴스턴을 보며 까칠하게 쏟아붙였다.
시끄러운 소리에, 나타난것은 유토였다. 그녀는 뭔데 이렇게 시끄러워- 하고 나와본듯 했는데. 그 주범으로 추정되는 이반이 문짝을 포함해 바닥도 긁어대고 있는걸 보자 기분이 살짝 나빠졌는지 볼을 부풀렸다. 그 이후에 이어진 행동은 매우 섬광과도 같아서. 뒤에서 냅다 이반을 발로 차버린것이다. 꽤나 제대로 된 타격이겠지만, 상대가 재생 능력자이기도 하니 거리낌이 없어보인다.
격전 이후, 발달한 의료 덕에 살로메는 말끔한 얼굴로 아지트를 누볐다. 다만 오늘은 시야를 한가득 메운 박스들에 의해 걸음이 제한된 점이 달랐다. 두 팔로 양껏 안아듦에도 허리는 꼿꼿이 핀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데 자꾸만 발치에서 무언가 툭, 툭, 걸렸다.
정면은 거의 보이지 않아 천장을 겨우 보고 가느라 아지트의 어느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나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니. 속으로 스스로를 한탄하는데 위태롭던 형체는 결국 일을 치렀다. 발목에 무언가 닿았고 놀란 나머지 무거운 박스들도 놓친 채 바닥을 나뒹굴게 됐다.
쿠당탕-! 엄청나게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찧은 엉덩이를 살살 매만지던 살로메는 눈쌀을 찌푸리며 박스 더미 사이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상자 안에 담겨있던 총기며 칼이며 각종 둔기들은 이미 쏟아졌고 그 주위에는 상자 안에 있던 게 아닌 웬 고철 같은 것들도 흩뿌려져있었다.
"아야… 이게 무슨 품위 없는 꼴이람. 이게 뭐야, 고철?"
로봇의 한 부위로 추정되는 것을 검지와 엄지로 들어 들여다보며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방의 주인이 분노하리란 건 생각도 못하고 있다는 듯이 한가롭게….
전혀 아니다. 경첩이 있던 자리가 파여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걸쳐지게 됐을 뿐인데 그걸 알아채거나 했으면 진즉에 멈췄을 거다. 아무튼 계속 씨름을 하던 이반은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갤 돌리려고 했다. 왜 '돌리려고 했다'냐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문짝과 함께 바깥으로 튀어나갔기 때문이다.
"크아악 젠장! 허리가 부러졌잖냐!"
문 위에 엎어져서 바닥에 딱 붙어버린 이반이 통증에 겨운 목소리를 냈다. 쇼크로 기절하거나 잘못하면 불구가 될 만한 부상...일지는 잘 모르겠다, 진짜 허리가 부러졌다기보단 단순히 꺾인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엄살일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타격이 가벼운 건 아니었기에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서니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뼈가 다시 맞춰지는, 혹은 근육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일어선 이반은 자신을 걷어찬 유토를 돌아본다. 헬름이 목의 움직임을 따라 돌아가고 마찬가지로 붉은 안광도 따라 움직인다.
"그럴 줄 알고 내가 수리하고 있었다만! 하하, 돈도 아끼고 좋은 일 아닌가?"
문이 사정없이 찌그러졌지만 자신이 수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러운지 그렇게 말하며 손을 탁탁 털었다. 한 것도 없으면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살로메가 넘어지고, 엉망진창이 된 풍경에서 한가롭게 로봇의 부위를 만지고 있는 그 광경은 얼마 안 있어서 라프람에게 보여지고 말았다. 다만 어디 나갔다 왔는지 입구쪽에서부터 말이다.
이게 또 무슨 꼴이냐는듯한 표정이었지만. 다행이도 화가 난거 같지는 않다.
"뭐하고 있어, 일어나."
그것은 살로메에게 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살로메가 보고있던 부위 ㅡ 정확히는 손가락 부분 ㅡ 부터. 치잉- 하는 효과음과 함께 기계만이 할 수 있는 각도로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상자 더미에서 일어난것이다. 그것은 라프람이 자주 데리고 다니는 두대의 메이드 로봇 중 한대였다.
문득 뒤편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에 로봇을 집은 채 고개만 뒤로 올려보자 시야에 담기는 녹색 포니테일의 여성. 자신이 방을 이 꼴로 만들어놨음에도 평온해보여 다행히라고 여기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
때마침 제 검지와 엄지 사이에서 느껴지는 미동에 화들짝 놀라고, 그 원형을 직접 목격하지만 않았더라면. 어버버한 낯으로 벙찐 채 주저앉아있었다. 삼 초정도 지났을까 살로메는 그제서야 일어섰다.
"이런, 라프람이라 했었나요. 당신의 방을 엉망으로 만들어 미안해요, 책임지고 치울게요."
다리를 덮은 스커트를 툭툭 털어내며, 고철이라 지껄인 것이 언제인지 드물게 정중히 사과한 살로메는 박스 안에 쏟아진 무기들을 야무지게 던져 골인 시키고 있었다. 다뤄본 적이 없는지 매우 무신경한 손짓이었다. 무기들은 대부분 중장거리 공격 위주의 무기로 총은 물론이며 기다란 밧줄이나 끝에 날이 달린 채찍같은 류 등 다양했다. 그렇게 물건을 도로 집어넣다가 문득 메이드로봇을 쳐다보고는 물었다.
"이 메이드로봇, 총을 쐈었죠?"
위험천만한 이곳에서 무기란 제 옷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중 단연코 단골인 무기는 총기, 멀리서도 쏠 수 있고 빠르고 확실한. 아발란치 조직원들도 총기를 쓰는 걸 많이 목격했었다. 고요히 응시하는 눈에 여러 생각들이 지나갔다. 총기를 다룰 수 있다면, 총기를 가진 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면. 그런 것들.
무너진 건물을 보며 손수건으로 먼지를 털어내고 등을 돌렸다. 이정도로 터트렸으면 움직이지 못하거나, 목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가게로 가서 케이크를 포장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계획을 짜고 있던 중,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총알이 복부를 스쳐가자 몸을 돌렸다.
"보통 이정도면 다시 결투를 청할 생각을 하지 않던데. 신기하네요?"
총알에 스쳐서 피가 툭툭 떨어지며 원피스를 적혔다. 상처에서부터 퍼지는 고통에 옅게 인상을 쓰면서도 호기심 서린 눈으로 휴스턴을 쳐다보았다.
"평소라면 더 같이 시간을 보냈드렸겠지만, 오늘은 좀 바빠서요. ...피도 튀겨서 기분이 안 좋으니까 빨리 끝내죠."
>>943 앞세계에서 보는거라면 카페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 일로 한마디야 할 수 있겠지만 어지간하면 신경도 안쓸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뭔가 좀 더 친절하고 사회성있는 머스티어를 보고싶다면 카페, 무뚝뚝하고 차가운 머스티어를 보고싶다면 뒷세계 라고 해야할까.. 세이메이주가 편한대로 정해줘!
별 생각 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것 같기는 해도 최소한의 눈치랄까, 생존 본능이 약하게나마 있어서 유토에게 그대로 목숨을 잃은 놈들을 보다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재생하는 그였기에 두들겨 팬다는 생각은 여전히 못 하고 있었기에, 맞장구에는 퍽 기분이 좋은지 고갤 끄덕인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유토가 빈말 하는 성격도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랬다.
"자동문!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어떤 식으로 바꿀 생각이지? 그 왜, 종류가 있잖나."
단순히 양 옆으로 열리는 문이라거나, 회전문도 자동문의 일종 아닌가. 이런저런 문의 종류를 이야기한다.
>>955 차도남 미중년과 젠틀한 미중년 ? 이걸 어케 골라(착잡) 앗 신경 별로 안쓰는구나 쿨하다 :0!! 양지에서 만나는 건 세이메이가 아는 사람 앞에서 얼굴 까는건 꺼려하는지라... 카페 들어서서 머스티어 얼굴 보더니 바로 나가버릴것 같다 :( 뒷세계가 좋을거 같네! 일상적인 분위기가 좋아, 좀 시리한 분위기가 좋아?
그게 아니꼽다면 날 이기면 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녀 본인도 전대의 리더를 죽여버리고 올라온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그녀는 전대의 리더를 장난감 취급할 정도로 강했다. 아무튼 기분이 좋아보이는 이반을 보며 그녀는 작게 웃은뒤에 종류를 어떤걸로 할거냐는 말을 듣고는 생각을 시작했다.
"할거면 그냥 옆으로 열리는걸로 하려고 했는데?"
다만 그 직후, 돈 이야기에 그녀는 뭔 소리냐는듯 어깨를 으쓱인다.
"비싸서 힘들리가, 우리가 돈이 얼마나 많은데."
좀 더 튼튼한이라는 말에 그녀는 그런게 있나? 하고 눈을 깜박였다. 애초에 문이란게 잡아 당긴다고 부숴지는 물건이 아닌것을.
손이 잡히고 상황 파악을 할 시간도 없고, 총소리와 함께 총알이 박혔다. 눈 앞에 피가 튀고 먼지가 일어난다. 이질적이었던 모습이 뒷세계에 어울리는 몰골이 되었다. 입술을 깨물고 휴스턴을 노려보는 눈빛에 살기가 서렸다.
"아까부터 계속 짜증나게 구시네요!"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 열이 받은 모양이다. 잃어버린 게 다른 감정이었다면 어떨지 모르지만, 샐비아는 지금 죽이지 못하면 저 짜증나는 팔이라도 잘라갈 생각이었다.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틀어서 손에 단검을 쥔 채, 휴스턴의 팔쪽으로 단검을 휘두르며 단검을 폭탄으로 만들어서 터트려버린다.
청소야 하면 되는 일이다. 언제나 하고 있는 일이다 전화 한 통이면 영문 모를 청소부들이 와서 뇌수와 피를 닦고 시체를 드럼통에 담아 화학약품을 부어 세이메이의 흔적을 바다에 담굴 것이다 단지 그것 뿐인 일이다 그러나 시구레가 세이메이를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조직원이라는 틀 안에 묶여있기 때문이었다 신뢰는 중요하다. 아마추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전부터 생각했는데요, 당신은 논리 비약이 심해요. 조금 불쾌할 정도로요."
그 신뢰라는 것은, 때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화폐가 되지만 때로는 족쇄가 될 때도 있다 사람의 조금 귀찮은 부분이다 이번의 시구레는 확실히 소리나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하고서
"이번에 저희가 하달받은 지시는 어디까지나 생포였죠, 섬멸이 아니었어요. 그런 정보도 부족한 난전 상황일수록 목표를 의식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그자리에서 누굴 더 죽인다고 한들 콩고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닐테죠. 리더의 이목에는 들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글쎄요. 저는 그게 별로 메리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시구레는 담담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 솔직히 입이 아프다. 하지만 필요한 일 같았다 인간성이니 양심이니같은 뻔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상대를 상대하려면 말이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붕대를 감아주려는 일을 무의식적으로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피가 먼지와 뒤섞여 붉은색과 갈색, 검은색이 뒤섞여 휴스턴의 몸과 얼굴에 튀어 마치 하나로 장식되었다. 이상하게도 눈빛에 악이 서려있다. 휴스턴의 그 눈빛에 가슴이 더욱 뛰며 옅은 미소가 점점 벅찬 미소로 번지게 되었다. 동요하고 박진되는구나 나, 오냐. 바라던 바다.
"잔재주냐!"
휴스턴은 그녀의 잔재주가 뭔지 감이 온다는 듯 또 폭발인가, 라고 생각한 타이밍에 그녀를 멀리 집어던지고 그 손 그대로 단검을 팔꿈치로 멀리 튕겨내 휴스턴의 뒤에서 폭발한다. 폭발에 동요할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멀리 내던진 샐비아를 향해 사격선수의 자세로 팔을 그녀에게 쭉 뻗은 채 방아쇠 한 번 더 당긴다.
눈치가 없으면 죽는다. 어디서든 마찬가지인 이야기였다. 뒷세계의 삶이 앞에서의 삶보다 거리낄 게 없다고 하더라도 그건 오히려 앞에서 주어지는 보호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살인을 하든, 절도를 하든간에 눈치가 있어야 붙잡히지 않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물며 순식간에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면야.
"옆으로 열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될 만한 거라면 아마 유리로 만든 문이겠지? 너무 약하지 않겠나?"
이반은 그냥 돌만 던져도 깨지는 게 유리문이라면서 고갤 끄덕였다.
"그랬었지, 돈이 많으니 선택할 게 많아지는군, 난 아무래도 좋으니 좋을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어떤 문을 달까에 대한 생각과 선택지 탐색만 있을 뿐 아무래도 문을 살살 연다거나 하는 선택지는 염두에 없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손잡이 없이 앞뒤로 열리는 문으로 하겠다는 말에 대단하다는 듯 고갤 돌려 유토를 내려다본다.
"옳지, 앞 뒤 구분이 없는 문이라면 편하게 다닐 수 있어! 도대체 왜 문들을 한쪽으로만 열리게 만드는지 모르겠군!"
>>970 귀엽다니 그냥 진상짓 아님?() 아 뭘 좀 아쉬네... 시리 재밌는 시나리오가 뭐 있을까... 둘이 임무 나가서 부상 심히 입은 상태에서 퇴각vs죽더라도 임무 완수로 의견차이 나서 아웅다웅 하는것도 재밌을거 같은데..(정보: 유토한테 뚜까 맞을지도) 음 지능 모자라 모르겟다
샐비아가 싫어하는 것.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사람. 그런데 지금 그게 한 곳에 모여있다. 뒤에서 터진 단검을 보며 불쾌한 감정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바닥을 손으로 내려친다. 거친 건물 잔해에 곱던 손에 상처가 생겼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손으로 건물의 잔해를 붙잡았다. 바로 옆을 스쳐지나간 총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부서진 잔해들을 매개체 삼아 연쇄적으로 터트리기 시작한다.
"어디, 건물이 무너져도 무사할지 보자고요."
격양 된 감정처럼 터지는 폭탄들이 장관이다. 무모하고 뒷일을 생각 안하고 있지만. 이젠 적당히 하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커녕 상대를 그냥 묻고 싶다는 열망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