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lanche> 남성은 검이 붙잡히자 살짝 당황한듯 했으나, 내질러오는 주먹을 어깨로 받아내며 이를 악 물었다. 쉽게 당해주지는 않겠단걸까. 남성은 한손만 장검을 쥔채로 내버려두고 남은 한손을 움직여 나이프를 꺼내 머스티어를 찌르려 했다. 그 표정에 살아남으려는 생각따윈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하나라도 더 데리고 가겠단걸까? 아니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까.
시구레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둘의 목숨을 손쉽게 빼았을 수 있었다. 아발란치는 당연하지만 뒷세계에서 톱에 속했고. 시구레를 포함한 그들은 그런 아발란치 내에서도 꽤 우수한편에 속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들은 끈질기게 시구레를 붙잡기 위해 달려든다. 총에 맞더라도 죽지 않는한 달려든다. 흡사 좀비라고나 할까? 어느새 시구레를 노리는 이들은 사방에서 애워싸듯 달려들고 있었다. 수로 어떻게든 해보려는걸까?
세이메이는 후문의 보초를 마저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나름대로 이 뒷세계에서 좋을일을 하던 사람들이지만. 뭐, 그런게 무슨 소용인가. 그들의 바람과 다르게 세이메이는 문을 쉽게 열 수 있었고 그러자 아이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원래는 뒤로 탈출할 생각이었던거겠지. 하지만 보초가 쓰러지는 소리에 나오지 못하고 문앞에서 얼어붙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세이메이를 보고 상황을 파악한듯 살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이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ㅡ 그래봐야 10살 정도로 보인다 ㅡ 아이가 앞으로 나선다.
"제, 제발.. 얘네 아무것도 잘못한거 없어요..." ----------------- <Bunker> 휴스턴은 재빨리 움직인 덕에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두두, 두두두. 얼마나 많은 총알들을 썼을까. 휴스턴뿐 아니라 동료들도 한참을 격발했고. 겨우 정문에 모인 이들을 전부 처리했을때 화약냄새와 피냄새가 섞여 기분 나쁘게 뭉쳐있었다. 더 이상 적들이 보이지는 않으나 어디에 적이 숨어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 방심할 순 없다. 일단 지하로 가는 길 같은건 보이지 않으니 올라가야 할거 같다.
그러는 사이, 후문쪽의 이츠와는 바닥에서 오는 공격을 피하며 총을 쐈으나. 팅팅팅- 하는 이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자세히보니 바닥에서 부터 솟은것은 기계손이었고. 총알을 막을 정도의 강도인지 총알이 튕겨나오는 소리였던것이다. 그러나 그 손은 이츠와를 다시 공격하려다가 움직임을 멈췄고. 잠시 침묵이 맴돌다가 3층의 창문에서부터 사다리가 내려왔다. 이츠와의 말을 듣기라도 한걸까? 하지만 함정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시구레는 이미 쓴 탄창을 미리 갈아 끼워넣으면서 생각한다 상식이라는게 있다면 방금 보인 아발란치의 전력에 밀린다는 것쯤은 알아챘을텐데 그런데도 물러나지 않고 포위한다는 건 수적 우위에 걸어보겠다는 것이겠지
'그 생각...'
한 편으로, 시구리의 머릿 속에서 째깍거리는 소리가 떠돌았다
'안일하기 짝이 없어!'
시간을 가속하며 사격을 개시한다 일반적인 사격이 아니다. 사방을 포위한 적들을 향해 17발을 전부 비우고, 예비 탄창을 결합하여 남은 각을 돌며 똑같이 17발을 비운다 그것이 3초였다 단지 권총만으로 3초 안에 17발 들이 탄창 둘. 즉, 도합 34발의 탄환을 주위에 모조리 퍼붓는다
남자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걸 지키기에는 부족했을 뿐이다. 머스티어의 악력에 손목이 부러지고. 부러진 칼날이 박히고, 인정사정없이 맞았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머스티어를 붙들었다. 머스티어도 남자를 잡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숨이 끊어진 육체는 맥없이 고꾸라질 뿐이다.
남자가 죽어가고 있을때, 시구레도 주변의 인물을 처리하는데 큰 시간을 쓰고있지 않았다. 3초, 이것저것 더 따져봐야 5초 정도일까. 물론 양이란 전투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이번에는 그것보다 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는 이야기였다. 머스티어의 말 덕분에 어리버리 타고있던 조직원들도 상대를 처리하는데 박차를 가했고. 시구레가 주변을 정리하고나서 둘러보니 이미 더 싸울 수 있는 적은 존재하지 않는걸로 보였다. 이제 어린애들만 처리하면 끝일터였다.
"그런건 잘 모르는데.. 그냥 글을 배우거나, 밥먹거나.."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걸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는 일도 결국 그냥 평범한 고아원이랑 크게 다를게 없어보였고 말이다. 시구레와 미스티어가 고아원 내부로 들어왔다면 세이메이가 아이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다. ----------------- <Bunker> 우연찮게도, 이츠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타이밍과 휴스턴과 계단을 올라 3층에 있는 방으로 진입하는 시간은 딱 맞았다. 휴스턴은 보이지 않던 동료가 갑자기 창문으로 들어오고 있었을테니까 좀 이상한 기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오, 어서와 쓰레기들."
그러나 중요한것은 그런게 아니었고. 둘이 들어오자 어두컴컴한 방의 전원이 들어오며 은은한 조명과 함께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이 보인다. 아말이 보여줬던 타겟의 여성. 그러나 사진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인다. 사진빨 같은게 아니라 그 사진 자체가 옛날 사진이었던 모양이다. 대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일까? 그리고 사진의 인상과 달리 꽤 험한말을 하며 반기고 있는것도 그렇다.
"대량학살자가 따로없구만, 몇명이나 죽이고 온거람."
그 말과 함께 방에 역장이 쳐졌는데, 안에 있는 휴스턴이나 이츠와에게 아무런 피해도 없었지만, 살짝 뒤에 있던 동료들은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이건 또 무슨 경우란 말인가, 다행히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곳에 터렛은 없었지만 움직이는 터렛이나 다름없는 휴스턴의 등장에 한 번 놀라고, 캄캄한 방에 있던 오늘의 요주인물의 외모가 생각보다 세월의 풍파를 거친 것에 두 번 놀라고, 험한 말 뒤로 갑자기 펼쳐진 역장엔 아무런 피해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강제 삼자대면이 되어버린 상황에 세 번 놀라는 그녀였다.
"아저씨 또 누구 뚝배기 따고 왔어요?"
아차차. 하는 추임새와 함께 이마를 짚으며 휴스턴에게 한마디,
"그럼 그런 학살자한테 사다리를 내려준 이유는 뭐에요?"
정보 업데이트가 안되어 사진보다 나이들어보이는 여성에게 한마디를 번갈아 건넸다. 아니, 정말 이해가 안 되어서 그래.
칼날에 강렬한 저항이 느껴졌고, 그 반동이 손목까지 오르기도 전에 그는 무언가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부산물에 부딫치기 직전 가까스로 사역마를 소환해 충격을 덜었으나, 밀쳐진 충격으로 외상을 입었는지 입을 가리던 고깔모의 부근은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환에 의해 짙은 연기가 깔린 자신의 주변에서 걸어 나오면 연기는 움직이는 부근을 감싸 안았다가, 흐트러져 옅어진다.
"저거 말인데, 전 모르는 일이에요?"
능력을 사용한 아이 쪽을 가르키며, 설마 능력자일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방어막이라도 펼친 건가, 물리적인 공격을 튕기는 것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곱씹던 생각은 다시금 새어나온 피에 의해 분산되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그 쪽이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지금이라도 아까의 제 질문에 답해주신다면 좋을텐데."
"...저희 측에서 먼저 공격을 했으니 뭐, 불협조적으로 나오는게 당연하지만요. 원망 안 해요." 어째서 이 고아원이였던 건지, 임무의 뒷배경을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리 중요한 호기심이 아니었기에 다행이다. 다음에는 운이 더 따르길. 그는 그리 되뇌이며 지금 상황에선 뭘 하면 좋을까, 짧게 고민했다.
"예에~"
머스티어가 지시를 내리는 것이 들리면 소환했었던 까마귀를 바깥으로 날려보내, 백업이 오나 정찰하려 했다.
<Avalanche> 격발. 시구레의 총알은 기세좋게 나아가다가 중간에 멈춰섰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것이다. 그러나 벽도 무적은 아닌지 총알이 끼긱거리다가 그제서야 멈춘것이 보인다. 아마도 분명 한도가 존재하겠지.
그리고 머스티어의 지시에 따라 다른 조직원들은 이 구역을 폐쇄함과 동시에 포위했고. 머스티어가 아까 시구레의 총탄이 가격했던 부분을 강하게 후려치자 보이진 않지만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일부 부숴진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세이메이와 대화할 여유는 없어보인다. 완전히 폭주하기 직전인 능력을 제어하는데만 해도 애먹고 있는듯 보였으니 말이다. 다만 저 뿔은..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말이다. 일단 까마귀의 시야에 백업이 보이지는 않는다.
"으으.."
그리고 방어막으로 보였던 능력과 달리. 갑자기 건물 잔해 같은것들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세 사람에게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들었다. 아마도 저 능력은, 방어, 공격계 그런게 아닌 염력 계통인거 같다. 저 나이에 이 정도면 꽤나 대단한 재능이다만. 하지만 그런 감상과는 별개로, 공격을 받는 와중에 뜻밖의 인물이 모두의 시야에 들어온다. 언제 온걸까, 세이메이의 까마귀에도 비춰지지 않았던 유토가. 어느새 아이와 세 사람의 사이에 서있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삼천원쯤은 있다는 말이 절로 생각났을까, 심장에 직격타로 들어오는 여성의 말에 그녀는 휘청거렸다.
확실히 복리후생이라던지 편의제공이라던지는 벙커가 뒤떨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뒤떨어질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일단 존재감부터도 아발란치보다 떨어지고,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 뿐이래도 살상은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이니, 상대가 그런 부분으로 공격을 해온다면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아니 구미가 당긴댔지 트리거 당길 거라곤 안하셨잖아요!!"
메이드들의 갑작스런 협공, 날아드는 유탄에 일단 몸은 굴려봤지만 정신이 아찔해지는건 피할수 없었다. 이거 이래선 마음의 상처랑 몸의 상처도 같이 받는 거잖아.
"뭐 일단 외모 이상의 성능은 하는거 같은데... 그, 건물 안에선 좀 자제해주시겠어요? 실내유폭은 비매너라고 그랬단 말야..."
까마귀는 여전히 바깥을 도는 체, 그는 날아드는 잔해를 피하려 발걸음을 뗐다가, 문득 멈칫했다. 이유는 시야에 들어온 유토 때문. 그 탓에 날아든 돌멩이 하나가 이마를 가격하면 짧게 "악." 소리를 냈었다. 그는 발길을 틀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물체 위로 뛰어들더니, 그걸 디딤돌 삼아 아이 가까이로 뛰어들어 조곤히 말을 건네보려 했다.
"저기 저 빨간머리 여성분께 네가 협상을 잘 해본다면, 여러분은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건 우리끼리 비밀!"
"장담은 못 하지만요!" 잘 타이르던 말과 대비되게, 그는 아이를 향해 칼을 찔러넣으려 했다.
<Avalanche> 탕탕- 탕탕. 공격을 회피한 시구레가 정확하게 아이를 노렸고. 두발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막혔지만 나머지 두개는 막지 못한듯 했다. 총알이 아이의 뿔을 부러트렸고 피가 터져나온다. 일단은 뭔가 장치 같은게 아닌 몸의 일부이긴 한 모양이었다. 그와 동시에 능력의 출력이 약해지는게 느껴졌고, 그 덕에 세이메이는 쉽게 접근에 성공했다.
"아?"
그러나 세이메이의 말을 생각하기도 전에, 칼을 찔러넣는 행동에 아이는 당황하며 능력을 썼으나. 뿔이 부러져서 그런가 제 위력이 나오지 않으며 어깨에 칼이 박히고 만다.
머스티어가 벽을 몇번 더 치자, 내려간 출력도 더해져 벽은 산산히 부서졌다. 이걸로 뿔이 난 아이는 물론 다른 아이들을 지키는것도 없어졌다.
"오늘따라 차갑네 시구, 그리고 뭐 괜찮아~ 탓하러 온거 아니라니까? 덕분에 좋은거 봤어."
유토는 시구레와 머스티어의 말에 대꾸하면서 뿔이 난 아이를 가리켰다.
"성공작이 있었다니 놀랐어, 아니 성공작이 '된건가'?"
정확한 상황까지는 몰라도 유토는 아이의 존재에 대해 알고있는 모양이다. 아이쪽은 전혀 그런거 같지 않지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이들을 지키는것은 사라졌다. 뿔이 난 아이도 더 이상 어떻게 해볼 힘이 없는거 같았고 말이다. ----------------- <Bunker> "사이보그 아닌데, 로봇ㅇ 푸흑?"
휴스턴의 생각은 옳았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유탄을 쏘고서 본인만 멀쩡할리 없고 폭발의 여파에 의자가 넘어간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은 당당하게 다시 자리를 잡으며 언제 그랬냐는듯 뻔뻔하게 휴스턴을 바라봤다. 휴스턴은 메이드에게 다이브한 상태였으니 비교적 내려보는 느낌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그런 취향이니?"
여성은 담담하게 농담을 하고는 이츠와의 말에 인정이 빠른 아이는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외모 이상의 성능이라는 말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듯 보였다.
진짜 찔릴지는 몰랐다는 양, 찌른 장본인은 그런 의미의 의성어를 뱉더니 박힌 칼을 뽑았다. 칼의 존재에 의해 어느 정도 흐름이 막혀 있던 피도 울컥 지면으로 쏟아져 나왔다. 유토가 아이를 가르키며 하는 말이 들리면, 다시금 칼을 휘두르려던 움직임을 거두었다. 그 대신 아이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피를 지혈해주려는 움직임.
"성공작이라 하시면, 이 아이는 거두어 가실 의향이 있으시단 말인가요?"
성공작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몰랐다는 유토의 말에, 행여나 그녀의 계획이 바뀔까 싶어 그리 물었다. 그리 묻는 와중에도 그대로 사살하라는 말이 나올까, 아이의 목 언저리에 칼날을 가져다 댔지만.
공과 사는 철저하게 일을 도울 것도 아니면서 현장에 나타나는 것은 시구레에게 그저 방해였다 하물며 그녀는 약하지 않아서, 쉽게 죽어버리는 것도 아니니까 더욱 귀찮다 자신이 죽는 줄 아는 사람은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법이다 그것은 그렇다치고, 뿔은 부러졌다. 힘도 꺾였다 상황이 진정 된 것을 확인한 시구레는 다가가서 아이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그대로 머뭇거림없이 방아쇠를 당겼을...테지만
"작업. 마저 재개할까요?
리더도 자리에 있는데다가 방금의 뿔을 보고 성공작이니 뭐니 했던 것 같으니 방아쇠에 손가락만을 얹은 채 유토에게 태연히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