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레는 자리를 이탈하려 했으나, 살로메와, 다른 이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확실히 시구레의 능력은 뛰어났으나 아무리 그래도 명중하는 공격들을 무시하며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단것이다. 억지로 뚫으려 했다가는 그 전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적의 공격이 맞지 않는 상황이거나, 완벽하게 적을 무력화 시키는게 아닌 이상 들어가는건 힘들어 보인다. - 난장판 속, 머스티아는 공격들을 뿌리치고 돔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발자국 내딛는 순간 ㅡ 돔 안이 아닌 입구에 닿았을 뿐인데 ㅡ 바닥이 꺼지며 그대로 쏙하고 빠져버리고 만것이다.
역시 함정이었을까 싶었지만, 예상과 다르게 미끄럼틀과 비슷한 감각이 지나고 난 후 눈앞에 보이는건 타겟인 여성이었다. 다만 위에서의 상황을 모르는지 느긋하게 뭔가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다는게 웃긴 광경일까. - 이츠와가 총탄을 흩뿌리자 청소기는 샐비아를 우선시하던 움직임을 취소하고 끼긱- 하고 이츠와를 향해 고개(?)를 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이츠와를 향해 방향을 전환해 움직이는데 이 정도라면 아슬아슬하게 샐비아가 늦지 않을거 같다.
마침내 바닥을 폭탄으로 바꿀 수 있었고, 범위가 범위이니만큼 굉음을 내며 바닥이 조금 내려앉는다. 예상대로 청소기는 박살나지 않고 끼긱 끼긱 움직이고 있었으나. 큰 홈이 생겨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보인다. 아마 이대로라면 무난히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을것이다. - 세이메이는 고양이는 이 난장판이었기에, 손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뒤에서 머스티아가 떨어지는게 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무게에 관련된건지 고양이는 아무런 방해없이 안으로 들어왔고. 안은 꽤나 어두웠지만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으며, 내부는 뭔가 연구실같이 되어 있었다. 다만 별볼일 없는 책들이 늘어서 있을 뿐이었고...
눈에 띄는것이라면. 중앙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누르고싶게 생긴 버튼과, 옆에 놓여진 USB였다.
시구레의 무감정한 음성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한쪽 눈썹이 움찔거렸다. 목 부근을 베어내며 짧은 시간 동안 눈처럼 쌓인 정을 베었다 되뇌었다. 그러다 겨누어진 총구에 멈칫, 시구레의 시선을 따라갔다. 저 안에 들어갈 셈인가, 잠깐, 몇 명이나 들어갔지? 벙커 측은 들어갔나?
살로메는 돔으로 가는 시구레를 침묵을 지키며 물끄러미 바라보다 막아섰다.
"이미 아발란치 측이 들어가버린 것 같은데 당신은 안 들어가도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슬그머니 눈치를 보곤, 돔 근처에서 대기하다 습격하려는 계획으로 자리를 옮기려했다.
어그로를 끄는덴 성공했지만 누가 봐도 '빡친' 모습에 그녀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험한 말이 나왔을까?
그나마 자신이 시선을 끈게 효과가 있던건지, 굉음과 함께 무너져내린 바닥의 홈에 바퀴가 끼어 성공적으로 무력화된듯한 모습에 그녀는 엄지를 치켜올려보였다. 역시 폭발은 예술이다.
"나이스~!"
최소한 저 토마스를 상대로 허들넘기를 하진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일까, 이제 남은건 여길 빠져나가고보는 것이었다. 상대가 적이든 누구든 알게 뭔가, 일단 여길 나가야 나중에 싸워도 싸우든가 하겠지. 이 정체불명의 장소를 벗어나든, 본 목표를 달성하든, 좋든 싫든 협력을 해야지 싶었다.
허나 그녀의 성격은 어디 안가는지 문을 열고 가려던 중 뒤를 돌더니 아직도 헛바퀴질을 하고 있는 거대 청소기에게 키득거렸다.
자리 이탈을 시도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방금까지 싸우던 여자에게도 금세 따라잡혀버리지 않았는가 앞을 가로막는 살로메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살로메를 밀친다 그러자 거의 동시에 총탄이 날아와 머리칼을 빗겨간다. 아마도 방금의 리볼버겠지 이쪽을 노리는건 그렇다쳐도 이 여자는 아군일텐데, 아군이 사선이 겹쳐 있는데도 쏘다니 벙커도 미친건가? 아니면 사격에 꽤 자신있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시야 안으로 비춰지는 돔의 입구가 안타깝게 보였지만, 어쨌든 이렇게 된 이상 곱게 들어가기에는 글렀다 시구레는 방금 밀쳐냈던 살로메를 노려보며 한 소리했다
"잘 들어요, 머리가 꽃밭인 아가씨. 저를 방해하면 당신도 죽어요."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가는게 좋다고 몸을 옆으로 돌려서 이쪽의 피격면적은 줄이고 권총으로 응사한다 상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머리를 맞으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