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발까지 꺼내는 모습에 감탄했다.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걸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고 싶었다. 두려움이 없는 건지 생존본능이 없는 건 아니라 고민하다 이츠와가 소리치자 살포시 웃었다. 문과 이츠와를 바라보다 몸을 낮춰서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친절한 분과 함께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제가 바닥을 폭파 시킬 생각인데 통할지 모르겠어서요. 주의를 좀 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로봇 청소기가 다가오기 전까지 바닥에 손을 대고 바닥 자체를 폭탄으로 바꾸려고 했다. 이 공간을 폭파 시킬 수는 없지만, 바닥에 홈 정도는 팔 수 있을 것이다. 홈이 생기면 바퀴가 걸려서 움직이지 않는 걸 노렸다. 아무리 최신식이라고 해도 두 다리가 없는 기계의 슬픔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저 로봇 청소기가 그래도 움직일 수 있거나, 바닥이 안 터지면?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리를 떠났으나 살로메에게는 저번의 이디엄까지 들먹이는 그 특유의 깐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까마귀는 상공에서 급작스레 궤도를 꺽더니, 하행을 시작한다. 그대로 가속하던 까마귀는 나인의 뒷목에 부리를 박으려 날아들었다.
@나인 .dice 1 2. = 1 1. 명중 2. 빗나감
세이메이 HP: 7
사역마들이 공격을 퍼부을 때,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이 공유하는 정보만 받고 서 있었다. 체셔는 공격에 실패했으나, 잠깐이라도 시선을 끌거나 다른 이들의 발에 채여 통행에 방해나 된다면 제 할 일은 다 한 거다. 별 움직임은 없으나 제 한 몸은 지킬수 있도록 언제든 방어할수 있게 주변을 경청하고 있다.
총알이 튀고, 비명이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대단한것이 아니다.
팅-
- 띵동
그러는 사이였다, 어디선가 튄 도탄이 우연히 초인종을 눌렀는지 초인종이 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초인종 옆 부분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문이 열린것이다. 너무 어두워서 내부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열렸다. 상식적이라면 상식적이지만, 밖에서 이렇게 총소리, 폭발소리가 들리는데 초인종 눌렀다고 문을 열어주는 주인의 생각이 궁금할 따름이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정상적으로 열린 유일한 루트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입구는 좁고, 적의 공격을 당하며 들어갈 수 있어보이진 않는다.
- 이츠와의 총격으로 인해 톱니를 잡고 있던 부분이 부숴지면서. 톱날이 떨어져 나와 박혔다. 살벌하게 굴러오긴 했으나 두 사람에게 맞을만한 각도는 아니었기에 그대로 벽에 박혔지만, 청소기는 개의치않고 돌진해오고 있었다. 다만 이대로라면 구석에 몰릴 가능성도 있었다. 어떻게든 이 청소기 뒤로 가야할텐데..
그러나 샐비아는 도박과도 같은 수를 생각해냈고, 샐비아가 바닥을 폭탄으로 바꾸는 사이에도 청소기는 달려들고 있었다. 아마도 이 속도라면 폭탄으로 바뀌기 전에 샐비아가 공격당하는게 먼저일것이다. 이츠와로서는 어떻게든 저지하거나 시간을 끌어야했다.
칼날로 총을 맞추기 전 총알에 맞아버렸다. 팔의 살갗이 갈려나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다행히 벙커 측-휴스턴-에서도 공격을 해 한 명은 그에게로 간 상태였다. 이렇게 되면 일대일 상황. 어린 외형에 약간의 주춤거림이 있었으나 이미 선은 넘었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각오로. 살로메는 시구레에게 달려가 두 번째 단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순식간에 목을 그을 셈이었다.
별 생각 없이 걸었던 것이 무의식적으로 고양이가 튀어나갔던 곳 근처였었다. 어째 익숙한 풍경에 조금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누군가의 인기척과 바람이 그에게로 살폿 불어왔다. 그것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달려온 나인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엔 충분했지만, 그의 나머지 신체는 보다 둔해 바닥에 내리꽂힌 마비액의 잔액에 뒤덮혔다. 체내 전기 흐름이 뒤엉키곤 근육이 불규칙적으로 팽창하는 것이 느껴진다.
"차,라리 원거리,에서 투척만 하시지, 굳이 근접전은 왜 해요?"
아쉽게도 성대는 마비되지 않아, 툭툭 끊기지만 해 오는 발음은 또렸했다. 그의 고양이는 돔의 입구가 열려오면 귀가 쫑긋 서더니, 곧바로 그곳을 향해 뛰어들어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시점 그는 자신의 눈 앞의 나인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까마귀는 이번엔 나인의 머리채를 잡아 벽 쪽으로 휘두르려 했다.
청소기가 달려오는 걸 보면서도 손을 떼지 않았다. 능력이 발현된 이후로 이런 상황을 겪어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유리 벽 하나를 세우고, 떨어져서 보는 거 같았다. 두 손을 바닥에 댄 채로 이츠와의 행동을 보고 즐거운 듯 웃었다. 걱정 해야 하나? 분명 잃은 건 두려움 뿐일텐데, 다른 감정도 어색하게 느껴지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