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세상은 끔찍합니다. 선우가 진입하는 순간 본 것은 어찌나 끔찍할지. 방 안은 연령대별 인체 표본이 줄지어있고, 세븐스 하나가 눈을 반쯤 뒤집어 깐 채로 수술대로 추정되는 납작한 판위에 누워있습니다. 아마 어제 '사형'된 시체겠지요. 대체 누가 자신의 개인적인 방에 저런 걸 가져다 두냐마는.. 그 끔찍한 곳에서, 향긋한 커피 향기가 코를 타고 흐릅니다.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의자에 앉은 건... 젊은 남성? 대략 30대 초반일까요? 외관은 나름 젊은 것 같은데, 눈동자에는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담았다는 점이 꺼림칙합니다.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놀라울만치 아름답다는 겁니다. 취향을 막론하고 보호본능을 불러올 것 같이 여리고, 사랑스럽게 생겼습니다. 새하얀 눈밭을 연상케 하는 흰색의 머리, 깊고 길게 팬 쌍꺼풀 위 가지런히 놓인 눈썹, 소름 끼치도록 붉은 눈동자, 도톰한 입술과 처연한 미소.. 한 떨기 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동시에 송곳니 채 나지 못한 어린 맹수 같으니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을 때의 이스마엘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그 사람은 태평하게 커피를 한 모금 넘기더니 잔을 세븐스 시체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둡니다. 마치 책상처럼 쓰듯.
"안녕, 사랑스러운... 세븐스 여러분. 반가워요. 여기까지 온 걸 보니까 헬 하운드가 시킨 일을 잘 해주었나 봐요. 그렇지요?"
이게 무슨 소리람? 남성이 눈웃음을 짓습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에르베르토라 해요. 에르베르토 엥엘이요."
저 사람이. 이 사달을 벌인, 천사의 탈을 쓴 악마로군요.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까요? 20년 전 잃어버렸던 소중한 딸인 헤베의 친부이자, 안식의 공동 운영자이고, 헬 하운드에게 여러분에게 약을 전달해달라.. 의뢰를 맡긴 장본인이라 하면 될까요? 그리고 여러분은.. 그래, 우리 헤베의 친구군요? 에델바이스..였나? 생중계로 잘 보았답니다. 정말 멋지던걸요, 불경죄로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때, 많이 감동했답니다. 거기다- 모두-"
에르베르토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한 뺨을 감싸며 마치 달뜬 숨을 뱉듯 작게 웃습니다. 위태롭게 휘어진 눈과 농염한 듯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목 너머로 내고 있었지요. 이스마엘이 2층에서 행동할 때, 똑같이!
"사랑스럽기도 해라. 우리 폐하도 돌아왔네."
그리고 흘끔, 제를 보자 제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가늘게 몸을 떨기 시작합니다. 라라시아의 품에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조금 더 밀착하는 걸 보니, 두려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에르베르토는 나긋하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션, 춘절이 다가와도 휴가를 반납하고 일해주는 게 고마워서 설렁설렁해도 된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손님들 사이에서 맡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건 곤란해요. 가뜩이나 보스도 춘절이라고 홀랑 가버렸는.. 으응?"
에르베르토는 안경을 고쳐 쓰더니 션의 눈을 정확하게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붉은 눈을 샐쭉 휘어 웃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기어나오는 녹색머리 남성. 아마데우스는 처참한 몰골을 한 남성을 보자마자 이것이 대관절 무슨 일인지,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갑자기 훅 다가온 지옥같은 광경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그 남성을 보고도 놀란 표정을 짓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남성이 스스로 목을 꺾는 것을 본 아마데우스는 그에게 손을 뻗으려 했으나 안드로이드가 다가오자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분명 사랑스러운 목소리였으나 아마데우스는 이것이 곧 이질적으로 들려 경계하기 시작했다. 방에서 진동하는 피비린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곧 그 인물이 몸을 일으키자 아마데우스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본능적으로 탈출을 바라고 있었다. 여인은 분명 아름다웠으나, 마치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듯 사람의 머리통을 희롱하는 모습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잠깐, 당신... 설마..."
그제서야 아마데우스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챈듯 보였다. 완전히 전의가 꺾인듯 눈썹을 축 늘어뜨린 아마데우스는 금방 눈물을 흘릴듯이 몸을 떨었다.
문이 열리자 보인 것은 죽어가는 한 남성이었다. 녹색 머리와 검은 눈을 지닌 남성은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불가지한 힘에 의에 목이 꺾여 숨이 끊겼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불쾌한 감각, 당장이라도 이 장소에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제멋대로 다리를 움직이려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간신히 억누른 이성은 곧 기대하지 않은 모습을 마주하고 말았으니. 무의식적으로라도 충동을 무시한 이성을 윽박지르는 속과 달리 바깥은 마치 얼어붙은 듯 고요했다.
"...이셔?"
간신히 뱉은 작은 목소리는 짧은 애칭이 전부였다. 눈 앞에 있어서 너는 당신을 알아보고 멈칫하고 있었건만. 당신은 그런 기억 따위는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아주 잠시동안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던 너는 작게 심호흡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실례했습니다. 레이디."
아무래도 실례를 한 것 같네요. 충격을 받은 듯한 아마데우스의 모습을 은근히 가리려고 들면서... 코를 찌르는 피냄새에 이미 후각은 마비되다시피 했다. 너는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퍽 정중하게 당신의 말에 대답하듯 입을 연다.
하, 장난하는 거지, 이거? 익숙 하디 익숙한 그 목소리에. 괴로운 예감을 느끼며 신디는 작게 욕설을 뇌까린다. 제 익숙함과 거리가 먼 지금의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뜬 신디의 얼굴엔 금방 짜증이 어린다. 이게 다 뭐야. 우리를 기억을 못 하는 거야? 네가 아니라면 그냥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치고받으면 그만인데. 짓씹어버린 아랫입술에서 피가 흐른다. 짜증 나. 짜증 나. 짜증 나. 이게 다 뭐냐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제자리에 굳은 채 널 바라보기만 한다.
끔찍하다. 방 안 곳곳에 연령대별 시체가 표본이 되어 있었다. 남녀노소, 심지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어린 아이가 벌거벗은 채 표본이 되어 있었다.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의자에 앉은 건 대략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놀라울만치 아름답고 여리여리하며 사랑스럽게 생긴 이 백발과 적안, 처연한 미소와 새하얀 피부, 한 떨기 꽃 같으면서도 작은 맹수 같으니 언듯보면 입을 다물고 있을 때의 이스마엘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처음엔 그녀의 아버지인가 생각들기도 하지만 헬무트는 이미 재배맨이 되었으니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인간을 마치 가구처럼 이용하는 그의 행동에 분노가 느껴졌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엥엘' 이스마엘의 본명, 즉, 그녀의 친부일 가능성이 생겼다. 어쩐지 헬무트는 너무 안닮았다 생각했는 데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헤베?"
놈은 제를 보고 폐하라고 하지만 제는 두려움에 떨며 라라시아에게 밀착했다.
"용!"
선우는 두려움에 빠진 그를 다그쳤다.
"넌 강해, 두려워하지마. 이 녀석을 물어뜯어야지 않겠어?"
선우는 에르베르토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이 선우, 에델바이스의 일원이자, 세계 제일의 꽃미남, 세계 최고의 엔터테이먼트, 마지막으로.."
사실 이 스레를 일상스레로 만들지 않은 것이 가장 한탄이 터지네요. 스토리에 참여하는 인원 수 때문에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고 여러분들을 압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강제 참여하라고 강제로 붙잡아둘 수도 없는거고...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불타다가 즐겁게 이벤트 마치고 하나둘 사라져보도록 해요. 우리.
《지하》 레이먼드가 소총을 쏘고, 레레시아가 독액을 쏟고, 선우가 권총을 쐈을 때. 에르베르토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기가 무섭게 어떠한 힘에 의해 막히고 맙니다. 에르베르토는 당신의 모습에 놀란 듯 흠칫 떨었지요.
"세상에나! 방금 건 진짜 맞을 뻔했어요. 정말 저를 공격할 건가요? 무서워요.. 그러지 말아요, 네? 정말 무섭답니다.."
쾅! 보이지 않는 힘이 당신을 거세게 밀어냅니다! 그 사이에서, 에르베르토는 여린 성정을 가진 사람처럼, 그리고 겁에 질린 토끼처럼 파리한 안색으로 호들호들 떨었습니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웅크리듯 하며, 의자에 앉은 채 무릎을 끌어당겼지요.
"나는 당신들과 달리 한낱 연구원에 불과하단 말이에요... 전투에 대한 기술도, 마땅한 힘도 없지요.. 가진 것이라고는 이런 몸뚱이밖에 없답니다. 네에."
거짓말. 그리고 그 순간, 몸이 천천히 지직 거리듯 하더니 얼굴을 가리는 재머와 함께 기계음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흘렀습니다. 마치 이스마엘의 페이스 재머처럼.
"그렇지만- 나와 달리 내 아내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요. 세븐스를 압살하기 위한 무기를 개발해 가디언즈에 제공하거나.. 이렇게 사용자의 정신이나 뇌파를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정도로. 혹시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요?"
이 프로그램을 조금만 비틀면요, 사람과 사람도 이어줄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
"그러니, 부디 나를 공격하지 말아요.. 내가 죽게 된다면 헤베의 정신도 온전치 못하게 된답니다? 으음- 그건 싫잖아요. 그렇죠?"
다시금 얼굴을 드러낸 에르베르토는 눈을 굴렸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향해 질문을 건넸지요.
"뭐, 본론은 이거예요. 사람과 사람의 유대는 깊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얕기 그지없어 손가락을 대어 보면 금세 파문이 일지요. 아무리 혁명을 같이 한다고 한들, 누군가는 금세 뜻을 달리해 갈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내 딸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건 어때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걸로 해줄게요. 세븐스가 왔다는 것도, 그 세븐스가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라는 것도.. 가디언즈와 그 간부들에게 얌전히 입다물어줄 테니까요. 내 딸이 여기서 귀하게 자라며 그간 받지 못했던 것을 받아오며 살아오는 것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행복하지 않을까요?"
뭐, 여러분이 그럴 사람은 아니라는 건 안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조금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오메가." "네에."
어느새, 당신들의 뒤에 누군가 서있습니다. 레이먼드와 선우는 알고 있지요.
"처리해요." "네에에."
《섬멸전 - 카스트로 오메가》가 시작되려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제'에게 보스전을 역임하며 에르베르토전을 치를 수 있습니다만, 결과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만일 역임하지 않을 경우, 지금부터 3턴간, 총합 200의 값을 충족하는 보스전을 치르게 됩니다. 다이스 범위는 1부터 50이며, 라스트 턴에서 최종값에서 +5의 값을 추가합니다.
아니. 사실 그런 것 치고는 여러분들. 못한 거 너무 많다고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주륵)
그러니까 여러분들. 혹시나 여기서 꼭 커플이 아니어도 되니까 이 캐릭터와 좀 더 놀고 싶다. 좀 더 서사를 섞고 싶다. 하는 분 계시면 살살 콕콕 찔러도 되는 거예요. 서로 동의하면 그땐 좀 더 이야기를 이어가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당연하지만 캐릭터 재활용 마음대로 하시고.. 시트는 제가 내일 시간을 내서 전부 하이드 처리를 하도록 할게요.
《2층》 누군가는 전의를 상실하고, 누군가는 충격을 받았지만 침착하려 애쓰고, 누군가는 괴로워합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요? 아마데우스가 몸을 떨자 이스마엘은 한 걸음 더 다가옵니다.
"삶은 눈물이었고, 한탄이었노라. 참 가여운 말이지요..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나요. 이 방에 찾아온 이유도 한탄에서 도망치려다 들어온 것일까요?"
괜찮아요. 여기에서 조금 쉬다 가시겠어요? 상냥하게도 그런 말을 속삭이던 이스마엘은 애칭이 들렸지만 고개를 천천히 꺾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눈이 혼탁합니다. 아무래도 약에 절여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당신은 머리를 굴립니다.
물에 잠기던 소리. sogno 더 투여해요, 라고 말하던 에르베르토의 목소리.. 설마요.
"괜찮아요."
느릿하게 답하던 이스마엘이 눈웃음을 짓습니다. "설탕 발린 말엔 약한데.." 그 눈웃음은 가짜 이스마엘이 지었던 것과 똑같이 평온했지요. 불현듯 쥬데카는 가짜 이스마엘이 했던 얘기를 떠올립니다. 진짜 아가씨를 마주쳐도 못 믿고 공격하는 거 아니야?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네에, 안내해드릴게요. 그 전에……."
신디를 향해 이스마엘이 천천히 걸어가더니, 손을 뻗습니다. 뺨 위에 손을 얹으려 하더니 안타까운 눈으로 신디를 쳐다봅니다.
"깨물지 마요. 입술은 상처가 쉬이 나는 곳이랍니다. 우리, 치료를 하고 갈까요?"
이대로라면 모든 상황이 흐지부지 될 겁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범위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합산 120 이상일 경우 대성공 80 이상일 경우 성공 설마 아니겠지만... 50 이하면 대실패입니다...
에르베르토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레레시아는 바닥을 향해 다시 독액을 토했다. 역하고 역겹다. 어머니는 그래도 저것보단 나았다. 그래. 저것보단 나았어. 어머니는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지. 끝까지 성격은 그대로였지만. 저렇게 역겹게 굴지는 않았어. 적어도 저것처럼 굴지는 않았다고.
"네 몸의 관절 갯수가 몇 개인지 직접 깨닫게 해줄 테니. 기다려."
레레시아는 독액의 검을 들고 돌아섰다. 오메가라고 했나. 골목에서 들었던 내용과 하늘을 날아가던 검은 용을 떠올린다. 역시나 가증스러운 것이다. 필히 혀를 뽑고 입과 성대 만큼은 짓물러 버리리라 다짐했던 것이 지금 눈 앞에 나타났다.
"너는 비늘이 몇 개인지 한 번 세어볼까? 멀쩡한게 남는다면 말이지!"
레레시아는 고함을 치며 검으로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시커먼 독액이 왈칵 차오르고 십수개의 촉수를 만들더니 오메가를 붙잡아 녹이기 위해 달려든다. 변신하기 전에 휘감아 전부 녹여버리기 위해.
.dice 1 50. = 25
"우리는 조금 물러나 있을까."
라라시아는 제를 데리고 한 걸음 물러나려고 한다. 전투에는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대신-
"이 참에 할 말 하는 건 어때. 제제 군? 하고 싶은 말 많지 않아? 내가 등 뒤에 있을 테니 걱정 말고 해. 속 시원하게."
김에 이야기하는 거지만 아스텔의 에이스 폼은 얼굴에 녹색 마스크가 씌워져서 코와 입을 살며시 가리고 눈가는 고글이 살며시 내려오고 날개가 좀 더 날카롭고 거대한 형태가 되고 부스터가 4개로 증가해서 정말 빠르게 날아다니는 그런 느낌의 폼이랍니다. 그리고 싶은데 그릴 수 없는 것이 한이다. 주르륵.
불행인지 다행인지 네 말을 알아듣지는 못한 모양이다. 듣지 못한 게 아니다. 알아듣지 못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너는 잠시 스쳐 지나갔던 기억을 되새긴다. 보이지 않게 입을 앙다물던 너는, 순순히 연회장으로 안내를 받는가 싶었으나 아마데와 신디의 상태를 살피는 듯한 모습을 눈에 담았다. 만약 약에 취해 있는 게 맞다면, 약을 빼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약에 절여진 인간이 정신을 차리려면 그 성분을 소모하고 또 소모해, 더 이상 그 성분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건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약이 섞인 피였을 때의 이야기다. 약이 곧 피고, 피가 곧 약인 상태라면 피를 흘려야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피를 흘리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마치 약에 취한 듯이, 그러나 그 몽롱함을 무사히 넘긴다면 점점 맑아지는 머리가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