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에이스 모드를 해체하고 에이스의 근원이 되는 것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원래대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엘리나를 구하는 방법이라. 카시노프를 먼저 쓰러뜨린 후에 카시노프가 가지고 있는 장치를 파괴한다면 엘리나가 제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그때 보검을 박살내는 것이 조건이었어요. 하지만 어렵지요. 그거. 카시노프는 기본적으로 촉수가 먼저 잘려나가지 않는 이상 데미지가 모두 1 처리가 되고 엘리나는 계속해서 공격해오니까요.
...캐릭터별 공략 방법이요? 어. 그건 여러분들이 상황에 맞춰서 잘 대처해야한다고밖엔..(흐릿) 지금까지도 명확한 공략법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특별히 고대했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여러분들이 진실을 알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가 제일 궁금했어요.
바로 전 스레에서도 밝혔지만 '세븐스를 일부로 억압하고 사이버 엔젤을 이용하여 모든 세븐스를 에이스로 만들어버리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 세상을 능력자들이 통제하고 지배한다' 이게 아르센의 진짜 목적이에요. 사실 이 목적을 알아내느냐 알아내지 못하느냐가 진엔딩의 가장 큰 분기점이기 때문에... 나름 철저하게 숨기는 요소일 예정이었답니다.
>>19 진엔딩의 여부는 가디언즈의 진짜 목적을 알아채느냐. 알아채지 못하느냐로 갈리게 되고 그 외의 부분은 이제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행동이나 전투에서의 모습, 그리고 임무 수행 과정에서의 행동들이 전환 포인트가 될 예정이었어요. 에델바이스의 목적에 걸맞게 '조화'를 최대한 생각하고 움직일수록 좋은 엔딩이 나왔을 것 같네요.
>>24 ㅋㅋㅋㅋㅋㅋ 맙소사. 아무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제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쨌건 제가 상황을 보고 이 상태에서는 더 이상 스토리를 이어가기 힘들 것 같다고 판단하고 여기서 중단할 수밖에 없겠다..라고 판단한 것이니.. 제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도 엄청 애매한 느낌이기도 하고.. 레레시아주는 정말로 솔직하게 어쩌고 싶으신지 물어도 될까요? 아무래도 아스텔의 서사는 레레시아와 연관이 되어있고 연플캐니까요.
그리고 추가적으로.. 다크 루시아는.. 과거 '고독 의식'에서 죽은 루시아를 따로 가디언즈가 회수했고 뇌와 세븐스 인자만 끄집어내서 U.P.G 지하에 있는 비밀공간에 기기와 결합시켜서 세븐스만 가디언즈가 이용하고 있답니다. 사실 애초에 루시아를 고독 의식으로 끌고 온 것 자체가 '사이버 엔젤'의 능력을 가디언즈가 확보하기 위해서였어요. 끝까지 살아남아도 자신들이 이용하면 그만이고 지금처럼 죽어도 이렇게 시체를 이용해서 세븐스 능력만 이용해먹으면 그만이니까요.
일단....... 음. 공지는 해둘게. 내일이랑 모레 갠이벤 있을 예정이야. 6시 반부터 체크해서 7시부터, 혹은 7시 25분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걸 목표로 하고있어. 여타 이벤트가 7시 반부터 시작인데, 왜 내 이벤트가 7시부터냐면... 글쎄올시다..... 초반부를 내가 계속 갈아엎은 나머지...?
>>33 일단 제가 고민하고 말을 꺼내기가 애매했던 이유가 두 개가 있는데 그 중 1번째가 레레시아주가 방금 이야기한 그 내용이고.. 2번째는 어쨌건 제가 제 손으로 스레를 중단시켰는데 과연 일댈을 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점이 걸린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만약에 한다고 한다면 차라리 모든 것이 다 끝난 이후의 상황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각색을 해서 새롭게 시작을 하면 아무래도 리메이크 같은 느낌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에델바이스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레레시아주가 만약 아스텔과 일댈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일단 저는 엔딩 이후의 이야기라는 느낌으로 그냥 둘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거이 일단은 제 생각이랍니다.
>>36 모든게 끝난 후...그것도 생각은 해봤는데 중간에 서사가 비는 느낌이 좀 허해서. 엔딩으로 치면 진엔딩 후려나? 좀더 설명이 있으면 좋을거 같은데. 일댈 트는 거에 대해선 나로서는 캡틴이 적당한 때에 막을 내려주는 선택을 해준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니까. 캡틴이 개의치 않는다면 하자고 손을 내밀어볼게. 물론 주말이 있으니까 좀더 고민해봐도 괜찮아.
>>40 음. 일단 스레 내에서는 아무래도 언제나 임무 임무 임무 전투 임무 임무. 하는 느낌으로 조마조마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중간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세븐스들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혹은 아직은 좀 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일단 상황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라는 느낌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거든요. 일단 제가 생각한 것은 그런 느낌이랍니다. 음. 으음. 저야 레레시아와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긴 하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그 손을 잡아볼게요.
1. 이벤트는 기본적으로 다이스 룰을 따른다! (1~100 / 1~50 / 1~5.. 등등) 그래서 다갓에게 빌어야 한다..
2. 다이스의 경우 스포일러나 꼼수 방지를 위해 구간별로 나뉘어진 다이스값을 공개하지 않음. 예시) 4구간 나뉘어 수색하는 곳이라 칠 경우 전체 확률 동일 X, 설정된 다이스 값이 다 다름
3. 1, 2차 탐색 모두 캐릭터가 특정 행동을 만족할 경우 다이스값을 무시하고 대성공 판정으로 넘어감. 아무거나 다 시도해봐!
4. 지문에 힌트 많이 넣었는데 나만 아는 힌트일 가능성이 큼 코난이 되어라!
《수색 - 1차 수색》
1. 1차는 캐릭터들이 지문을 쓰는 즉시 내가 준비된 결과값을 주기 때문에, 시간 제한이 있는 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어지간한 건 기본적으로 턴당 15~25분씩 줄 거야. 너무 짧다고? 아냐 안 짧아.. 수색 레스 쓸 때 내가 결과값으로 앗! 온나노코의 사랑스러운 택티컬 나이프를 찾았다! 이것도 단서겠지? 같은 거 쓸 거라서... 조심해! 2. 만약 너무 늦게 써서 누군가 대성공 띄웠으면 님 반응이 스킵될 가능성이 있으니(...) 오지고 지리는 장문은 추천하지 않음.. 나도 장문 보면 마음이 들떠서 장문핑퐁 할까 두렵다... 심연에 너무 깊게 발을 담그면 《수색 - 2차 수색》 1. 2차 수색은 시간 제한을 아예 주지 않는다! 캐릭터들이 따로따로 이동하거나 뭉쳐 이동해서 각자 단서를 찾기 때문에, 이것도 바로 잇는 즉시 정해진 답변을 줄 예정! 심연도 너를 들여다 보며 2. 물론 이쪽도 대성공 띄우면 통합루트 가니까 이 점 유의해주고 2차 수색의 키포인트를 주자면 다이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위에서 말했지만 행동을 만족하면 값을 무시한다. 일단 뭐든 해.. 제발 해... 손 뻗을 테니까. 《삼진 에바 - 에반데?》 삼진 에바? 이거 완전 무서운 말 같지만? 까고보면 별거 아니다~! >:3
캐릭터당 3번! 루트가 좋지 않은 쪽으로 바뀔 수 있는 잘못된 행동을 할 시에!
《어어.. 에반데..?》
하고 캐릭터 스스로에게 강제로 되물어보게 할 거고, 캐릭터의 행동을 수정할 수 있어!
내가 캐릭터의 지문을 확인하는 즉시 어 루트변경 에반데..? 싶으면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시스템으로 약간의 강제성은 있지만 파훼의 힌트를 주는 만큼 그만큼의 진행 능지를 보장 받는다..
Q. 내 캐 능지 딸리는데 캐붕 아님? A. 사실 나도 딸리니 쌤쌤이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나만큼 능지가 딸리진 않는다고? 미...안....
아무튼 3번의 경고를 모두 쓰면 이제 내가 경고 없이 바로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쓰게 되니까 주의할 것! 그래서 머리를 잘 써야 할 거야.
제일 중요한 점은 에반데?가 아니거든!
이 경고를 《뒤집어서 내게 질문할 수도 있고, '돌입' 시나리오에 들어갔을 때 에반데?가 단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차감없이 힌트'를 준다》는 점!
질문의 경우, 캐릭터가 원하는 루트가 있다고 치자. 아~ 이거 잘 하면 루트 뚫을 것 같은데... 싶을 때 에반데 찬스를 쓰면 남은 에바 포인트를 차감하면서 '거기 굳이 -가 왜 있을까?', '-의 -가 네가 기억하던 거랑 정말 같아?' 같은 힌트를 준다!
무서워 보이지만 의외로 별거 없고, 에델바이스 성향 생각해보면 강제차감은 안 쓰일 것 같지만서두...?
참고로 1차 수색에서는 에반데 찬스를 쓸 수 없어! 정확히는 차감되지 않아도 한 번씩 물어보면 그냥 내가 힌트를 줄 거야. 그러니까.. 에반데 맛보기라 이 말이지! 어떤 느낌으로 써야 할지 감 잡고, 이런 느낌이구나~ 싶을 거야. >:3
2차 수색부터는 에반데 찬스를 쓸 수 있지만 에반데?가 자동차감 되니까 머리를 잘 써야해. 알겠지?
그.. 보스전.. 적은 늘 우리 안에 있어. situplay>1596710091>751 부디 조심해. ㅈㅅ합니다 역임 좀 하겠습니다~ 이대로라면 너무너무 길어져서 따로 설명해야 할 판임~
가장 중요한 거!! 이벤트 최소 인원은 2인 부터!!! 인데.. 2인도 안 되는 절망적인 상황이 와도 1인 진행용 지문 준비해뒀으니까 뭐... 혼자 만나러 와도 된답니다. 마지막이라고 강제하는 건 아니야. 막말로 "저 이제 못해먹겠어요." 하고 안 와도 되긴 해. 일단 다들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고.. 나한테 이런 갠스로 유종의 미 장식하게 해준 캡틴에게 감사를 표하며 최대한 매운 맛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부디 나와 함께해요……. 내가 이 구역의 선지맛 장인~ 분쟁만큼은 안된다 갸아악 영원한, 밤의 안식 속에서. 아, 그리고.. 긁어봤어?😏
>>71 언니랑 대화.. 언니한테 솔직하게 다 얘기했을 것 같아. 나는 가디언즈의 양녀로 자랐고, 가장 소중했던 존재가 헬무트였고, 잃어버려서 자신도 모르게 그래버렸다고 상처 입히고 싶은 마음 없고 이런저런 얘기. 그리고 염치없지만 언니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싶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고 바니걸(오열) 바니거어얼
나아 질문 레샤랑 라라는 만약 어장 엔딩 기점으로 진엔딩으로 갔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후련할까 기쁠까 슬플까 :3
이셔는... 진정한 이상향으로 갈 수 있음에 복잡미묘하겠지.. 돌아왔을 적 불어오는 바람에 아버지의 군번줄을 손으로 꾹 쥐며 멍하니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독백으로 '여전히 그곳은 안드로이드가 꿈을 꾸며 떠돌이를 위한 발이 되어주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까?' 나오지 않았을까 싶고..?
사실 스토리가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레인이 U.P.G 본사 건물이 있는 도시의 일부를 세븐스 능력을 이용해 초토화시켜버리는 장면도 나왔을 거예요. 딱 비능력자들이 살고 있는 거주만 노려서 말이에요. 그렇게 해서 비능력자들이 세븐스는 역시 위험한 괴물 같은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더욱 더 강한 탄압을 하도록 유도하고 세븐스는 세븐스 나름대로 자신들에게 누명을 씌운다고 생각하고 반발하게 만들어서 진짜 개판을 만들어버리는 그런 계획을 꾸미고 있었답니다. 참고로 이건 절대로 막을 수 없는 필수 이벤트에요.
>>73 허심탄회하게 다 얘기하는구나... 레시랑 라라는 이셔 양쪽에 앉아서 쭉 얘기 들어주고 가족처럼 여기고 싶다 하면 이미 그렇지 않냐면서 무슨 소리 하냐구 둘 사이에 껴서 꼬옥 안아줬겠지. 엘리, 라는 새 애칭도 붙여주고 말야. 이건 엔딩 이후에나 얘기하지 않을까 싶었던 건데 지금이 뭐 비슷한 상황이니까. 레시 갠이벤 때 메인으로 마주쳤던 비능력자 어르신 블레이크 있잖아? 나나리즈 할아버지 되는 사람. 이 사람에 대해서 이셔한테 알려주고 원한다면 가족 같은 사람이 한명 더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했을거야. 원하면 소개시켜준다고도 하고. 그런 느낌으로 후일담 전개했지 않을까. 음.
진엔딩으로 갔을 때의 반응이라~ 엔딩이 딱 난 시점에서는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큰 소리로 으아아아아 끝이다아아아 하지 않았을까 ㅋㅋㅋㅋㅋㅋ 후련시원섭섭개운하게! ㅋㅋㅋㅋㅋㅋ 슬픔도 약간은 있었겠지~ 엔딩까지 오면서 희생이 없던 건 아니니까. 그래도 슬픔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모두를 격려하고 올바른 끝에 다다랐음을 진심으로 기뻐할 거야. 인간적으로도 성숙....은 했?나 몰?루 ㅋㅋㅋㅋㅋㅋㅋ 에에잇 덤이다! 만약 주변사람들과 인연 안 쌓고 아스텔과 연인도 안 되고 오로지 쌍둥이만의 세계를 추구한 채로 진엔딩에 다다랐다면? 복귀조차 하지 않고 사라졌을 거야. 그리고 그 어떤 소식도 찾거나 들을 수 없었을 거~ 는 사실 이게 최초의 쌍둥이 노말 엔딩이었다~
레이먼드 나이벨의 이전 소속은 위키에도 나와 있듯이, '스커미셔'라는 군인 출신들의 저항군입니다. 하지만 그런 레이먼드가 과연 어쩌다가 그 소속을 버리고 왔는가에 대한 것은 풀지 않았습니다. 스커미셔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디언즈 측의 대대적인 작전으로 인해 스커미셔들은 궤멸되었습니다. 누가 주축이 되어 행한 작전인가, 얼마나 많은 병력들을 동원했는가 같은건 캡틴에게 맡기고 싶었습니다. 작중 시점에서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가 스커미셔라는 이름으로 홀로 활동을 하거나, 인원을 모으거나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기반시설과 인력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로 인해 레이먼드는 이전 소속을 잃고서 은둔하다가, 로벨리아의 눈에 띄였든 자기가 찾아왔든 이후에 에델바이스에 들어오게 된 것이고...(이 부분은 진짜로 안 정했음)
그래서 이 녀석이 왜, 거기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했는가 하는 것은 그 마지막이 문제였습니다.
레이먼드는 많지 않은 스커미셔 소속의 생존자로써, 마지막 교전에서 살아남은 것에 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가족처럼 함께 생활했던 인물들, 그저 거리의 세븐스이자 부랑아인 자신을 저항군이지만 한 명의 군인이자 소속을 만들어 준 이들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것을 더욱 강하게 느껴왔습니다.
거기다 스스로를 더욱 용서하지 못했던 점은,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으려 한 자신에게 '너 혼자만이라도 살아남으라'고 하는 많은 전우들이 있었고... 자신을 잊고 새롭게 살아달라고 한 애인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여튼 그렇게 동료들을 모두 잃고(죽었든, 영영 연락할 수 없게 되어 잃어버리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에 '난 이미 그 때 죽었다. 혹은 정말로 죽었어야 했다.' 하는 생각을 매번 하느라 목숨을 가볍게 여기거나, 스릴이 아니면 살아있다는 실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PTSD와 생존자의 딜레마 같은 게 복합된 상태였습니다. 즉 정말로 머리가 맛이 간 상태였던 것.
>>91 아 악 아아악 아아아아악 레이야... 삼촌... 흔하다니 절대 아니야 나는.. 나는 이런 동료를 잃고 스스로를 잃었다 생각하는 외로운 늑대에게 약하다.....(파스슥) 레이야...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에델바이스가 새로운 동료이자 안식처가 되었으면 좋을 텐데 엉엉.. 엉엉엉엉..😭😭😭😭
할아버지는 레시 갠이벤 때 봤듯 세븐스 존중주의자라서 이셔에게도 친손녀 대하듯 따듯하게 대해줬을거야. 글고 뒤늦게 생각난건데 이셔랑 대화할 때 그 얘기도 했을거야. 레시랑 라라가 왜 할아버지를 찾았는지. 순전히 나나리즈의 독선이긴 하지만, 세븐스인 자신들을 긍정하고 받아주는 가족 같은 존재가 있으면 나나리즈도 의지가 되고 나아가 이셔에게도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대. 물론 찾은 사람이 영 몹쓸 인간이었으면 꽝이었겠지만. 다행히 좋은 할아버지였다~ 그래서 헬무트 폭발 때 어렴풋이 그가 이셔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존재라는 걸 느껴서 그때 그 임무에서 복귀하고 바로 외출에 나간거기도 하고~
>>89 물론 있었지. 어떤 모종의 사고에 라라가 휘말려서 사망하거나/플래나 접전 때였나 아스텔이 끌려가서 마개조 되었거나 했으면 멘탈이고 뭐고 파사삭 부서져서 전투 외에는 거의 재기불능이 되었을 것.. 이 상태로 엔딩까지 갔다면 가장 처절하게 싸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에서 죽었다, 라고 끝났을 거야~
끝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최상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바라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원했던 결말이다. 그래, 결국 끝이 좋으니 다 된 것이다. 이제 뭐하면 좋을 지 모르겠다. 연애나 실컷 해볼까? 여행이나 가볼까? 일단 집에가서 한숨 자고싶다.
>삼총사 한명이라도 사망시
엘레인 이모가 옳았다. 이제 남은 이들은 행복할 일만 남았다. 세븐스와 비세븐스와의 화합이 기대된다.. 아..빌어먹을..아니, 화합이고 남의 행복이고 알바아니다. 왜 저 자식들은 웃고있는 걸까? 왜 행복해하는 걸까 내 사랑하는 이들을 빼앗아 간 이들이.. 용서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107 배드엔딩! 에델바이스 탈주 후 프리덤으로 향해서 무차별적인 테러와 학살! 그리고 가디언즈와 전면전 후 죽겠죠! 어쩌면 자기 목숨을 담보로 간부 한명을 유인해서 대도시 하나와 함께 자폭을 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사랑하게 되며 노력하게 되었을지도. 인생이 비극적인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없던 나날, 그 단순한 달콤한 맛이 신디의 유일한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단 한 번의 그 사랑의 경험만으로, 가끔 도넛만 있다면 남은 인생을 덜 아프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마술적인 순간이 신디의 삶에서 유일한 행복인 것이니. 자신의 쿠키는 먹을만한 게 못 된다는 네 말에 신디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어깨를 으쓱인다. 네 쿠키의 결과물이 어떤지는 상관없었다. 너가 만든 쿠키라는 게 중요했다.
"나는 모르는걸. 그러니까 어떨지 한 번 먹어보고 싶어."
너와 떨어져 있던 사이 동안 있었던 것들을, 자신이 모르는 너의 새로운 부분들을 신디는 모두 알고 싶은 것이었다. 네가 도넛을 한 입 더 베어 물면 그런 모습을 신디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네 얼굴에 어린 미소를 본 뒤에야 마음에 남아있던 걱정을 다 덜어낸다. 네 미소가 꿈도 가짜도 아니라는 것에, 행복해 보인다는 것에, 신디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도넛은 언제나, 내게 행복만을 주는구나. 이어지는 네 말에 신디는 눈을 동그랗게 떠내다, 고개를 재빨리 끄덕인다. 떨어져 있어 채 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신디는 여전히 행복한 얼굴로 너를 바라보며 말한다.
"도넛도 커피도 다 먹고 나면. 응."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으니. 그러고 나면 천천히, 서로에게 물어보고 풀어놓고 싶은 것들을. 모두다.
>>110 결국 엘레인의 저주가 선우에게로 옮겨간 것이니까요!! >>114 칭찬 고마워요!! 레시의 서사야말로 자매간의 우애와 독립이 잘 드러나있어서 좋았어요!! >>113 어쩔 수 없죠..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또 만날 수 있겠죠. 어쩌면 여기있는 사람들 중 한명은 신디주가 이전에 또 만나고 싶어한 이일수도 있으니까요!!
이스마엘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과거의_자캐에게_보내는_편지 : [즉견 우리는 얽매일 텝니다. 안드로이드는 결국 구동하지 못합니다. 떠돌이의 발 되어주는 바람은 불지 아니합니다. 갇히고 묶여 망가질 텝니다. 그렇지만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바람이 되고,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구원을 손에 쥐십시오. 놓지 마십시오. 놓치지도 마십시오. 놓으면 전부 끝입니다. 혁명의 깃대는 꺾이지 않을 테니. 버텨. 총총]
자캐의_옷장 : 놀랍게도 메이드복(feat. 제의 "원래 남자든 여자든 다 그래, 안 그런 척 하면서 속내는 음흉함에 가득 차선 자지러진다고! 하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였으면 당장 키스 갈기고 개인실 문 걸어 잠갔다." 발언)이 있다... 로벨리아가 이셔 대신 입어줬어 ^^
본 이벤트는...인체실험, 약물, 인간의 소모품 취급, 시체를 비롯한 죽음에 대한 묘사, 플레이어를 향한 npc의 노골적인 욕설(...), nmpc의 정신붕괴 및 세뇌의 가능성, 범죄와 같은 요소가 있으나 이셔주는 절대 옹호하지도 않고... 현실에 일어나는 범죄를 실제로 저지르지도 않음을 밝힘...
특수부대를 비롯해 에델바이스는 슬럼에서 벌어진 탈주극으로 인해 뒤숭숭합니다. 살아남은 정보원은 이스마엘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참극이 벌어졌다 주장하고 건물 옥상에 기어가서라도 몸을 던져 자살했는데, 막상 같은 특수대원인 제는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그렇지 않다며 정보원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으니. 양쪽의 주장이 서로 달라 에델바이스 내부에서도 파벌이 갈리고, 여간 소란스러운 일이 아닌 모양입니다.
뭐어, 더군다나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자는 계속 명확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아니라고만 말하니까요..
명확한 이유를 대려고만 하면 머리를 부여잡으며 '잠들었어, 영원히 잠들었어..'라며 개가 공포에 질려 낑낑대는 소리만 내니 어쩐대요? 이 와중에 로벨리아는 살아남은 자의 손을 들었습니다. 소집 명령이 당신의 단말기로 전송되었으니 말입니다.
회의실로 향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스마엘이 탈주했다? 아니면 제의 말처럼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도 아니면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회의실에 도착하면 특수부대의 일원이었으나 일찍이 후방 지원으로 물러나고, 이번에 큰 피해를 받은 세븐스 '제'와 로벨리아가 있었습니다. 로벨리아는 제를 흘긋 쳐다봅니다. 정말 괜찮냐는 질문을 뒤로, 제는 고개를 끄덕이다 심호흡을 하며 인간의 것이 아닌 손을 꿈질거립니다. 로벨리아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려 소집의 이유를 대기 위해 입을 벌렸습니다.
"다들 알고 있을 테니 간략하게 설명하지. 약물 유통의 경로에 대해 조사하기 위한 슬럼 파견에서 이스마엘이 정보원을 살해하고 탈주했다. 이는 바디캠에서도 증명된 일이고, 단말기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슬럼 내부에서 발견되었지. 더군다나 살아있던 정보원의 증언까지 합하면 명백한 탈주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의견이 취합되면 아스텔을 보내 처단할 생각이었지."
그렇지만.
"같이 파견을 나간 특수대원 '제'가 증언한 것이 정 반대인데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세븐스에게 검사를 받아도 그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어. 사이코메트리 세븐스를 통해 기억을 읽어보려 했지만.. 현장은 더 강한 무언가에 가로막힌 상태고, 제의 기억은 무의식 때문에 튕겨나가는 상태다. 석연찮은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지."
일단 이런 점이 있다 보니, 혹시 모를 여지는 주겠다는 것이겠지요.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금부터 특수부대는 제를 대동하여 탈주로 추정되거나, 탈주가 아닐 수도 있는 모든 증거를 에델바이스부터 시작해 슬럼까지 찾아내고, 이후의 모든 과정을 역임하겠다고. 요컨대, 당신에게 짬처ㄹ..아니, 이스마엘의 생포, 혹은 죽음을 맡긴다는 뜻이니 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요? 그런데 뭐.. 언젠 우리가 잔인하지 않은 날이 있었나? 로벨리아는 거기까지 말하고 회의실 안을 쭈욱 훑어 봅니다.
결국 때가 왔다. 처음에는 말할 것도 없이 동료를 살해하고 탈주한 배신자라는 게 틀림없다는 게 지금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으나, 뒤늦게 깨어난 제의 적극적인 반대 의견으로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찾아낸 모양이었다. 즉 직접 모든 걸 찾아내고, 만나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제와 함께 증거를 찾아내는 것, 탈주자임을 증명할 증거인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할 증거일지는 모르지만 이 일 자체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레레시아도 그렇고 이젠 이스마엘까지 탈주를 해버리니 아무래도 여기가 나뭇잎 마을 아닌가 싶다. 탈주를 해도 이타치처럼 강해지는 것도 아닌 데 왜 굳이 탈주를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이봐, 위대한 용의 꼴이 이게 뭐야? 이게 지금 용을 자칭하는 놈의 모습이냐? 뱀이나 도룡뇽 아니냐고?"
분명 자신이 아는 제는 오만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그야말로 용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습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자신이 놀릴 가치가 있는 녀석은 용이었지, 뱀이나 도룡뇽이 아니었다.
"쯧..."
최근 정신이 불안정해보이더니 드디어 일을 벌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그녀는 자신이 믿는 이상향을 위해선 목숨까지 내 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향을 쫓는 에델바이스를 배신하고 탈주한다? 선우 자신이 탈주했다면 모를까 그녀의 탈주는 명백히 어색했다.
죽어버린 정보원이 말하길, 도기가 배신자란다. 그 단어는 전혀 도기에게 붙을 단어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말한 정보원은 이미 죽어버려 더 따져 묻지도 못한다. 또한 지금의 일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자신이 아니었다. 브리핑을 들으며 잘근잘근 입술을 깨무는 신디의 표정은 심란스럽다. 약속했는데.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도기는 배신자가 아니야.
동행이 허락되자 라라시아가 웃으면서 기뻐한다. 마치 어딘가 놀러가는 아이처럼 해맑게. 그러나 어딘가 허하게.
"음- 걱정 마. 전투는 못 해도 고기방패는 되어줄 수 있으니까. 저런 싸구려 도발만 아니면 우리 제제 군도 무리할 일은 없을 거 같고."
선우 쪽을 힐끗 보며 말한 라라시아는 제의 곁으로 위치를 옮긴다. 이제부터는 별다른 지시사항이 없으면 계속 옆에 붙어다니겠지.
"그럼 가보자고."
로벨리아의 명령이 떨어지고 이동하는 제를 따라 이스마엘의 개인실로. 문이 열리면 주저없이 들어간다. 저번에 왔을 때와 크게 다른 점은- 침대의 커튼 정도일까. 수색을 하자는 말에 레레시아는 먼저 침대의 커튼부터 걷었다. 그리고 베개나 시트 따위를 걷어보며 무언가 있는지 살핀다. 한편 라라시아는 제의 뒤에 착 붙어서 어깨 너머로 노트북을 같이 들여다보고 있었겠지.
>>183 당신은 침대에 눕고 싶은 충동을 참습니다.. 그렇죠.. 이셔의 침대, 푹신했지요. 그런데 이번에 추가된 벽까지 포함해 사면을 감싼 암막커튼 때문에 꽁꽁 싸매진 느낌이 없잖아 있었고, 안락하기까지 하니..
이 안에서 노트북을 들여놓고 넷플릭스 하나 켜두면 그게 천국일 텐데.. 이스마엘, 쉴 줄 아는 사람이군요..?
벽면에서 맞닿게끔 설치된 암막커튼을 온전히 걷어낸 침대.
아! 지나치게 깔끔합니다. 그리고.. 소중하게 모셔져 있는 녹색 리본을 맨 검은 눈의 토끼 인형은 이불을 덮고 누워있군요! 세상에! 귀엽기도 하지! 미니 쥬(?)를 치워내자 드러난 푹신푹신한 베개는 들어올려 보니 나이프 한자루가 있습니다. 세상에! 귀엽....지 않군요. 이것이 황금 밸런스...? 뭐, 당신에겐 아주 익숙할 겁니다. 이 나이프를 아직도 쓰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침대 탐색을 시작합니다. 다이스 범위는 1부터 50까지이며, 값은 정해져있습니다. 네? 변동확률이요? 제가 아무리 그래도 이곳이 어둠의 기운으로 가득차 곧 무슨 일이 일어날 듯 합니다...는 아닙니다...
>>188 도기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 도기. 땋아내린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세븐스 매매업자를 죽일듯 주먹으로 패며 난입하던 그 첫만남. 그때 도기가 뭐라고 했더라.
- *같은 개*발 새*가……. 어이, 괜찮아?
음.. 현재의 모습과는 다르군요.. 그 이후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됐지만.. 아무리 그래도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대다니, 파렴치해라! 농담입니다. 옷장에 대체 뭐 볼 게 있겠냐마는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인상착의나 그런 것도.. 아, 노이즈 낀 애라서 인상착의 엄청 티나지? 그런데 못 찾았죠? 슬럼에 페이스 재머 낀 사람이 수두룩하죠? 망했죠?
그래도 실망 말아요. 본디 닌자의 민족이란 만국 공통이라 옷장에 별의 별 걸 다 숨기니까요. 가령 에델바이스의 여성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는 최신 유행 아이템.. 더블 배럴 샷건과도 같이..
어.. 왜 진짜 있지...?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옷장 탐색을 시작합니다. 다이스 범위는 1부터 50까지이며, 값은 정해져있습니다. 변동확률이요..? 없.. 없어요.. 어제 새벽에 싹 뜯어고치느라..
너와의 첫 만남이 떠올라 눈을 꾹 감았다 뜬다. 이번에는 내가 널 구해낼 것이다. 반드시. 고개를 휘휘 젓고선 옷장에 다가가 선다. 이렇게 옷장까지 뒤져봐야 싶지만. 안에 단서가 될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열어보고 있는 더블 배럴 샷건에 당황한 얼굴이 된다. 일단 밖으로 꺼내 두고서, 걸린 옷의 주머니 등을 살피려 한다.
제의 볼을 건드리던 라라시아 역시 볼의 비늘에 시선이 갔다. 뿔도 뿔이고 꼬리도 꼬리지만 이 비늘 역시 의문이 들게 하니. 그래서 그저 그런 대화를 하듯 말했다.
"얘. 제제 군- 너는 천사라는 존재를 어떻게 생각해? 아니면 천사를 자칭하는 인간에 대해서라던가."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푸른 눈은 마냥 웃고 있었다.
레레시아는 조사를 하면서 생각해본다. 나이프를 왜 두고 갔을까. 아니. 이 나이프를 두고 간 것에 의미가 있을까. 레레시아는 그녀의 외출을 상기시켜본다. 어떤 연락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나갔었지. 하지만 이스마엘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이건 모종의 신호가 아닐까. 아니면 마지막으로 남겨둔 미련...이거나.
그리고 인생에서 미련이야말로 가장 질긴 거미줄인 법이다.
침대에서 약봉지를 발견하고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레레시아는 이쪽 방면에 어두웠다. 그래서 라라시아에게 가져가 약에 대해 물었다.
오호.. 낡은 상자로군요. 자고로 이런 상자는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면이 있지요. 이 안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빙고! 상자를 열어보니 편지뭉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뒤적거리니 이것저것 나오기 시작합니다.
쇼카콜라 두 캔, 성냥, 장미 향수.. 아, 말보로도 있습니다. 열어 보니 두어 개비 빼곤 이제 없군요.. 흡연자인 건 알았는데, 차치하고, 더 뒤적거려도 될 것 같습니다. 상자에 빼곡하게 뭔가 있거든요. ……일단 이 상자가 절대 '현재'의 것을 모아두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샷건을 꺼내 놓으며 제를 곁눈질하며 본다. 너가 줬구나? 고개를 내젓고선 다시 옷장을 살핀다. 걸린 옷들은 대부분 목을 가리는 모양새라 의문일까. 왜 있을지 모를 메이드복을 치우고 더 살피다보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도포를 본다. 꺼내면 저를 쳐다보는 제의 모습에 고개를 돌려 따라 응시한다. 하는 말을 듣고선 혀를 쯧 차며 시선을 거둔다. 이내 주머니서 나온 명함에 적힌 글귀를 보고서 표정을 굳힌다. 내용에 노한 눈치일까.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간, 다가온 레이먼드가 찾아낸 상자를 따라 살피려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상자에 보관해 옷장 속에 숨겨 두었을 리가 없다. 내용물들 중 편지를 보나 저가 알지 못하는 언어다. 이걸 어째야 할지. 어디 나라 언어인지 아는 인원을 찾아야 할까 상자를 바라보며 생각하던 때에 무언갈 발견한다. 종이를 치워내면, 나온 것은 태블릿이다. 이렇게 까지 숨겨두었으면. 분명 무언가 나오겠지.
>>230 제의 동공이 점차 좁아지더니만, 볼을 대자 몸을 순간 파드득 떱니다. 아무래도 이 오만한 도마뱀.. 아니.. 실지렁이.. 아니.. 샌드백.. 아니, 용은 사람의 온기가 익숙하지 않은 듯싶습니다. 꼬리를 잠깐 부풀렸으니. 그리고 라라시아의 이야기에 눈을 점차 좁혀갑니다.
"아니, 누가 뭐래도 여는 황제야."
음, 자존심 세우기를 보세요. 재수없다고요? 저도 알아요... 볼을 쓰다듬는 건 얌전히 받아들입니다만.. 어휴 얄미워!
뭐, 레레시아는 소문의 약인지, 아닌지 알아보려 합니다만.. 혀에 닿기가 무섭게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어, 이건..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소문의 약은 아닌데다, 많이 정제되어 중독성은 적고 진통 효과만 있는 듯싶습니다. 당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제를 향할 수밖에요.
"……여가 구해주었네. 도통 의무실로 가려 들지 않아서."
그걸 네가 어떻게 구했는데요? 제의 시선은 당신을 피하듯 활짝 벌린 암막커튼이 가린, 벽을 향하고 있습니다.
>>231 제는 당신을 노려봅니다. 그런 말을 하면 어째요! 같은 시선이었지만..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이라면.
"커피."
네.. 커피코패스죠. 그것도 상당한. 마지막 이름을 썼지요, 네. 쓰디쓴 사실입니다. 제는 똑똑하단 말에 조용히 입을 다뭅니다. 오만하기에는 상황이 여즉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던 듯싶습니다.
[사용자 헌트리스, 환영합니다.]
짧은 안내 멘트와 함께 클라우드에는 동영상 수천개가 주르륵 늘어서기 시작합니다.
페이시 클라우드는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페이시 시스템이 사용자의 시야를 공유하여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나 하루의 일과를 저장할 수 있는 유용한 클라우드지요. 소위 아카이브라고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불필요하거나, 일상의 비밀스러운 부분, 혹은 외설적인 부분은 모두 검열되니 하루하루 평온하고 즐거운 순간만이 남겠지요!
각설하고, 이스마엘의 클라우드는 날짜가 아니라 재생이 많이 된 순서로 정렬이 되어 있습니다. 이스마엘의 깍듯한 성격상 이런 면은 또 의외라지만, 글쎄요.
그만큼 무언가 자주 찾아 기대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일단 손이 가는 영상을 재생하기가 무섭게, 거친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어, 그런 영상이에요? 아니에요.. 정신 차리세요.. 시점은 이스마엘이군요. 아마 페이스 재머를 기점으로 저장되는 영상은, '전적인 이스마엘의 시점'으로 비롯되나 봅니다.
동영상은. 노트북 화면으로 모두에게 공유됩니다.
《공유되는 동영상 결과》
바닥은 피로 물들고 있었고, 손엔 벽돌이 들려있습니다. 시점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자 뒤집어 까진 눈과 함께 머리가 깨져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의 얼굴이 보이다가, 고개를 숙여버린 듯 황급히 사라집니다. 살인의 현장입니다만, 날짜는 훨씬 이전입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은발의 자색 눈을 가진 젊은 남성이 이스마엘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시점이 바뀝니다.
"...얘, 만약 네 본성이 추악하다 생각이 들 때면, 그 사람들을 사랑하려 해보려무나. 저런, 기절했나? 피를 그만큼 흘렸으니 뭐……. 푹 쉬면 좋아질 거란다." "보스!!" "조용히 좀 뛰어오면 어디가 덧나니. 잘 치료해 주고 옷도 주도록 하렴. 아니면 너도 폐하 앞으로 끌고 가는 수가 있어. 션! 거기 구석에 짱박힌 거 다 알아. 안식에 연락해서 '개' 데려오라고 해. 냄새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애로!"
하나를 더 재생하기 전, 당신의 머리가 돌아갑니다. 페이시 시스템은 어지간하면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번 사건'도 있지 않을까요?
선우는 지금부터 탐색하는 레스와 동시에 다이스를 2개 굴려주세요. 하나는 성공, 실패 다이스로 범위는 1부터 2까지입니다. 1이 성공입니다.
다른 하나는 1부터 4입니다. 값은 공개하지 않으나, 정해진 지문이 출력될 예정입니다. 첫번째 다이스의 경우, 행동이 충족되면 다이스 값 유무를 제하고 성공 판정으로 넘어갑니다.
>>256 제의 따스한 시선을 무시한 채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이것저것 뒤적거리다가 괜찮은 커피 원두 하나를 꺼낸다. 포스트잇을 꺼내 포장지에 붙이고는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둔다.
[생일 축하해]
먹을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시 클라우드는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페이시 시스템이 사용자의 시야를 공유하여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나 하루의 일과를 저장할 수 있는 유용한 클라우드. 따라서 이스마엘이 보고 듣고 느낀 것 중 불필요하거나, 일상의 비밀스러운 부분, 혹은 외설적인 부분을 제외한 부분을 모두 볼 수 있을 것이다.
"검열 된 걸 못본다는 게 아쉽네"
그녀의 클라우드가 날짜순으로 되어있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재생이 많이 된 순으로 정렬이 되어있었다. 가장 많이 재생된 영상을 틀자 거친 숨소리가 나왔다. 그의 얼굴에 홍보가 드러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상적인 영상이었다.
"그렇다면..."
이스마엘은 그 사건 이후 탈주하여 노트북을 두고 갔다. 즉, 최근 영상의 경우 재생된 숫자가 0일 것이다. 정렬된 영상 맨 뒤를 살펴보았다.
>>241>>243 레이먼드.. 안타깝게도.. 진짜 검은 건 글자고 흰 건 종이네요.. 다급하게 제를 쳐다보지만..
"很遗憾!"
으아악 모르는구나!
그런데, 당신은 한가지 석연찮은 점을 발견합니다. 정확히는 낡은 편지. 글씨체가 혼자만 다릅니다.
아마 낡은 편지를 제외한 나머지 편지지는 싹 이스마엘의 답장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일어라면.. 당신이 아는, 한 명의 남자가 있지요. 지금은 명을 달리한 독일인 하나 말이에요.
저런, 레이먼드. 하필이면 당신이 상자를 뒤적거릴 줄은 저도 몰랐답니다…….
편지를 어떻게든 읽어보겠습니까? 아, 그런데 선우가 뭘 했지요? 우리의 시대는 어떤 시대죠?
*
신디, 도너티! 아, 세상에, 도너티. 태블릿을 켜기가 무섭게 당신은 클라우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체 내장 클라우드에는 사진 여러 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영상도요. 사진을 하나하나 훑어봅니다. 땋은 머리를 뒤로 평범한 후드를 입은 이스마엘, 흔들렸지만 키가 큰 남성을 찍은 사진, 같이 찍은 사진과 조잡한 편집 어플로 써내려간 '우리 아빠' 라는 화살표..
아아, 이스마엘의 그립고도 그리운 과거였군요.
남성이 가디언즈 제복을 입은 것만 빼면요.
동영상 하나를 찾습니다. 다들 모여 봐요.
《공유되는 클라우드 결과》 영상을 틀기가 무섭게 예쁘장한 여자아이 하나가 보입니다. 대략 10대 중후반, 끝이 살짝 올라갔지만 꼭 맹수처럼 상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매와 옷으로 감쌌다 한들 낭창낭창하되 근육이 잘 잡힌 몸, 매력적인 커피 크림과도 같은 피부와 땋아내린 새하얀 머리카락..
"7월 25일. 새벽 한 시, 그러니까.. 우리 아빠는 아직 안 왔음. 안녕, 열 일곱살의 이스마엘이야. 오늘도 하루를 기록하려고 해."
이스마엘이군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두고자 해. 응, 더는 두고볼 수 없는 것 같아서."
이스마엘이 잠시 고민하다 한숨을 쉽니다.
"나는 조국에게 충성을 바치고 싶어. 당연하게도 가디언즈가 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지. 그 역한 반동분자니 뭐니 하는 것들이 우리 가족을 그만 건드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그렇지만, 이젠 조국이 아빠를 좀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잖아! 믿었던 조국에게 배신 당한 거라고. 사실은 모르겠어. 반동분자의 길을 걷겠냐면 그건 또 아니야. 내가 바라는 건 그 사람들처럼 무작정 평등함을 바란다!를 외치는 건 아니거든. 왜냐면 가디언즈가 되면- 평등해지잖아? 아무튼 힘내볼게."
>>257 으악! 제는 귀여움이 황제급이란 말과 함께 떨어지지 않는 라라시아에게 미지의 공포를 느낀 듯싶습니다. 꼬리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입니다.. 제의 꼬리가 호들호들 떨리더니, 이내 펑! 하고 솟아오릅니다.
뭐, 각설하고. 혀를 차는 레레시아를 바라보던 제가 움직이려고 바둥댄 것은, 걷지 않은 커튼을 걷어내려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라라시아 때문에 쉬이 움직일 수 없었고, 마침내 암막커튼에 가려진 벽면이 드러납니다.
어쩐지 암막커튼을 벽까지 칠 리가 없지. 커튼을 젖힌 순간, 코르크로 된 보드가 드러납니다.
압핀에 고정된 메모, 사진.. 대다수는 낯설지만 낯익은 존재도 있습니다. UPG와 연관된 정계 인사, 처음 보는 남성, 과거 생중계 도중 살해당한 수잔나 박사, 카시노프, 에일린... 수잔나는 붉은 펜으로 사진에 X자를 그어두었군요. 어. 잠깐.. 레이먼드의 사진이 있는 건 차치합시다..
당신은 메모 두어 개를 읽어봅니다.
[xxxx년 5월 7일, 수잔나 엥엘, 즉사] [레지스탕스 블루 로즈] [xxxx년 5월 9일, 소탕 완료. 2달 뒤 헬무트 케르스트너, 학살.]
[xxxx년 1월 19일, 헬무트 케르스트너, 과다출혈.] [레이버, 하워드 그레인저 / 밀고?(추정)] [xxxx년 7월 31일, 하워드 그레인저, 임무 중 레지스탕스의 충돌로 실종.] [xxxx년 일, 레이버 무력화 완료, 회수(에일린)] [살려서는 안 돼..]
[xxxx년 12월 3일, 헬무트 케르스트너, ] [카시노프, 에일린, 플래나……(이하 핵심인물이 모조리 적혀있다.)] [xxxx년 12월 3일, 에일린 무력화 완료. 카시노프의 회수, 플래나 레베우스의 도발... 이해하지 마.] [절대 살려서는 안 된다. 에일린 만큼은 안 된다. 에델바이스를 등지는 한이 있더라도.] [레이먼드 나이벨(레이먼드는 다행스럽게도 선을 직직 그어 지워져 있다.) 너는 살린다 이 개*끼야.]
[너무 많다.] [이해하지 마.] [남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직 열매가 무르익지 않았다. 레지스탕스에 있을 이유가 더 늘었다. [무르익으면 구원할 수 있어.] [전부 끝내버리자. 끝을 내자.] [내가 혼자 해야만 해. 남의 손에 피를 묻히느니 내 손에 묻는 게 나아.]
……아. 이거.. 킬보드네요.
이스마엘의 비밀번호도, 클라우드 접근 권한도 알고 있는 존재가 과연 킬보드의 존재를 몰랐을까요? 당신은 제를 향해 고개를 돌려봅니다.
"이것 참.. 어찌 그런 눈으로 보는지...."
제는 당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기묘한 미소를 입가와 눈에 가득 그려냈습니다. 마치 뱀과 같은 미소로... 한가득... 선악과를 베어물라 종용하던 존재와 같이.
"여도 몰랐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더 큰 분란을 낳지 않기 위해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남의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스스로의 손으로 구원하려는 것만으로도 장한 일이지.."
알고 있었군요.
"하지만 레지스탕스에 남아있겠노라 써있으니, 적어도 스스로의 복수심으로 탈주할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증명 되었구나. 그렇지? 응?"
독일어. 독일어로 된 편지... 분명히 이건 내가 예상하는 바로는 '그 녀석'과의 편지겠지. 정말 질기고도 질긴 인연이군. 내 인생에 가장 큰 숙적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쏴버린 상대를 두번 생각하는 일이 굉장히 적다. 하지만, 이 양반은... 자꾸 내 인생에 끼어든단 말이지. 죽은 주제에.
"케르스트너..."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번역기가 과연 제 역할을 똑바로 해 줄지 모르겠군.
"과연, 이 둘 사이의 편지에 어떤 단서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 봐야지."
노트북과 구식 패드에서 각각 영상이 흘러나왔다. 하나는 이스마엘이 누군가를 해치고 누군가에게 데려가지는 것. 하나는 아마도 헬무트인 남성에게 대들다 맞는 것. 구체적인 내용은 더 있었고 그것들을 레레시아와 라라시아 모두 보았다. 두 영상이 끝난 후 먼저 말문을 연 건 라라시아였다.
"저 하얀 머리 남자. 완전 내 취향인데?" "그 무슨. 지금 그런 말이 잘도 나온다?" "아-니 솔직하게 말한 건데 뭘. 참고로 왜 저쪽이냐면 딱 봐도 속이 아주-" "입 닥치고 네 일이나 봐."
칼 같은 말을 끝으로 자매의 신경전은 짧게 지나갔다.
바둥대는 제를 라라시아의 두 팔이 부드럽게 제압하고. 커튼에 가려져 있던 벽은 방 안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벽을 빼곡히 채운 건 다수의 인물들과 관계도를 조사한 것. 그러니까 이런 거 뭐라고 하던가.
"우리 동생 부지런하기도 하지. 언제 이런 걸 만들었을까."
보드 곳곳을 살펴보고 손으로 쓸어본 레레시아는 불안정하게 중얼거리는 제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직접 남아있겠다고 써놓기도 했고. 그 애가 먼저 우리와 얘기하고 싶다고도 했었지. 그리고 이스마엘은 그 모든 걸 내팽개치고 떠날 애가 아니야. 걱정 마. 이유가 있어도 때려부수고 데려와 줄 테니까." "그래 그래. 우리는 이미 그 애를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는 걸. 아. 제제 군도 어때? 기념비적인 우리 자매의 넷째가 되는 건?"
《현장 확인》 다시금 그 문제의 영상을 확인합니다. 중간에 재밍 장치로 인해 교란이라도 됐는지 드문드문 끊기기 시작하더니, 이내 화면이 보이지 않고 오디오만 출력되던 그 부분을.
- 새해 다짐으로 금연은 어떤가?
제가 옆에서 농담을 건네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길잡이를 하면서, 조금 거리가 벌어져 있으니 개인적인 대화를 하는 것 같군요.
- 미안한데, 그렇게 안 피우거든? - 그렇다기엔 세상 어떤 사람이 담배를 두 종류로 나눠 피우나? 골초만 할 수 있는 일이지. - 뭐래. *같을 때랑 덜 *같을 때 용도지. - 뭔 소리야? 덜 *같은 건 한꺼번에 2개비씩 손가락에 끼워 피는 녀석이. - 세상이 늘 새롭게 *같잖아. - 늘 새로운 *이라니 끔찍하군. 대체 몇 명이나 갈아치우는 거야? - 그런 의미 아니야, 이 대가리에 마귀가 들어 찬 미친 새*야.
화면 속의 제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 으하학, 성격 하고는! 제 양부를 똑 닮아 변명까지 똑같구만! 그래서, 네 주변 사람들이 이러는 거 알고는 있나? - 아니, 모르지. 평생 몰랐으면 좋겠으니 꼰지르기만 해봐. - 암, 암. 입 다물어야지. 뭐, 그래서.. 늘 *같으니 금연은 못하시겠다? - 그게 왜 또 금연으로 넘어가? - 글쎄? 가르친 사람의 마지막 양심? - 뭐래. - 왜, 쫄리나? - 쫄려? 그래, 어디 그 도전 받아볼까? - 그 알량한 포부가 언제까지 가나 보자고.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퍼집니다. 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런저런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가도 제가 이스마엘의 웃는 얼굴을 빤히 바라봅니다. 헌트리스.
- 《행복해?》 - 왜, 진지한 얘기 할 시간인가 봐? - 뭐, 그런 편이지. - 맘껏 하시든지. 신경 안 쓰니까. - ……갑자기 주제 바꿔서 미안한데, 슬럼이잖나. 자네 고향. 그래서- 음. 좀 힘든 건 아닌가 싶어서. 자네 발걸음이 느려졌길래. - 《아니.》 - 정말? - 응. 그냥, 잠깐 주변 경계하느라 그런 거지. 난 이젠 괜찮아. 지금껏 생각했는데, 그래, 자유로워진 느낌이야. 내 사상, 내 삶, 내 모든 것이..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 내 것이었던 게 어디 있었을까? 그래서 나는 에델바이스에 소속된 게 좋아. - 하하, 결국 알을 깨고 나왔군 그래? - 응. 그런 셈이지. - 네가 말한 '새로운 목표'는 온전히 네 것이니 이번엔 뺏기지 않게 주의하라고.
- 뺏기지 않게 조심할 것은 폐하랍니다. - 어? - 미안해요, 손 좀 댈게요.
순간, 이스마엘의 시점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마치 무언가에 붙잡히더니, 그대로 강하게 처박힌 것처럼- 뒤에서 비명소리가 울립니다.
- 이, 이스마엘 씨! - 《헌트리스!!!!!》 - 생체 데이터 확인.. 아가씨네요. 잘 됐다. 기뻐하실 텐데. 사람이 이렇게나 많으니 카두케우스도 써볼 수 있겠어요. - 《젠장!! 전투 준비해!!》
제의 외침을 뒤로, 이스마엘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는지 영상이 종료됩니다. 그제야 무서울 정도로 뇌가 돌아갑니다. 영상에 나온 이스마엘의 억양. 아! 어째서 이걸 이제야 눈치챘을까요.
끝이 기묘하게 올라가는 어조. 이건 남부 공용어가 아닙니다. 영상 속의- 드러나지 않던 제 3자의 어조였지요.
요컨대, 우리가 본 영상 속의 이스마엘은.. 페이시 속의 습격자요, 가짜라는 뜻입니다.
《탐색 결과》
시점은 이스마엘이 현재 머무는 곳으로 추정됩니다. 날짜는.. 오늘입니다. 세븐스 하나가 공포에 질려 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나를 떠나는 꿈을 꿨어." "으, 으으."
혀가 잘린 듯싶군요.
"응. 당신이." "흐윽.." "응? 글쎄, 나도 모르겠어, 왜 떠났을까. 당신은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아으.." "알아. 무의미한 거. 대부님과 똑같지. 아니야, 잠깐, 당신이 아니야.. 누구였지. 당신이 누구였지?"
시야를 내린 순간, 피가 후두둑 바닥에 쏟아집니다.
"……아? 아하, 흐흐, 으흐흐흐.. 히익- 히이익- 힉-" "이런 젠장. 헤베!!"
누군가 들어오기가 무섭게 갑자기 시점이 암전됩니다. 물에 잠기는 소리.
"맙소사, 아가! 또 악몽을 꾸었군요."
누군가 쨍한 시야에서 이스마엘을 향해 다가옵니다. 누구지요? 젠장, 시야가 흐려 보이지 않습니다.
"아버지..?"
아니오, 아닙니다. 레이먼드는 헬무트의 목소리를 압니다! 저건 헬무트가 아닙니다!
"……저런, 식은땀이 범벅이에요.. 반동분자의 꿈을 꾸었나요?" "네, 아버지를 잃는 꿈이었어요……."
가련히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남성이 이스마엘을 끌어안고 다독이는 듯 가까워집니다.
"아, 헤베. 내 사랑스러운 딸.. 그런 무의미한 것에 손속을 두지 말아요." "그렇지만, 아버지마저 잃어버리면.." "괜찮아요, 괜찮아.. 나는 괜찮아요. 그런 어리석은 것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현재에 집중하세요. 우리의 조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충성하는 자의 편이에요. 헬리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맞아요.. 그.. 그 뜻을 이어야지요.." "잘 생각했어요, 헤베. 조금 잠드는 것이 좋겠어요.. 카스트로!!"
시야가 다시금 암전됩니다.
- sogno 더 투여해요. - 그랬다간 정신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요..? - 괴로워 하느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때도 있지요.
시야가 어지러이 바뀝니다.
"아가씨, 아가씨. 작은 아가씨." "어째서 토라지셨을까요." "……대부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보스요? 글쎄요.. 곧 춘절이라 고향에 가는 걸지도 몰라요." "우리는 잘 모른답니다." "하지만 아가씨, 토라지지 말아요." "저희가 있잖아요? 그런 손속 없는 것에 신경을 쓰면 걱정은 늘어갈 거예요." "아가씨, 아가씨. 작은 아가씨. 새 장난감을 드릴까요?" "이번엔 살아있답니다.."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녹색 머리에, 검은 눈이에요."
신이시여.
"정말요..?" "네에, 손목도, 발목도. 모두 정상이에요." "아가씨께 사랑한다 속삭일 목소리도 가지고 있지요." "……으흐흑."
동료들이 방 안을 뒤지는 걸 가만히 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지만. 네가 나서지 않아도 다들 찾아야 할 것들을 찾아내는 듯싶었다. 저기 지금 네 앞에 보여지는 영상만 보더라도 그렇잖은가. 어쩌면 네가 해야 하는 건 가만히 있는 것일지도. 솔직히 눈 앞에서 흘러가는 영상들을 보면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할 말도 떠오르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그런 상황. 그저 떨리는 손으로 다른 영상을 재생하려는 듯한 제의 모습을 보다가 그의 손목을 덥썩 붙잡으려고 한 게 전부였다.
"내가 하죠."
가능하다면 너는, 제가 확인하려고 했던 영상을 직접 재생해 보려고 했을 터다, 재생하기 전에 이게 맞냐며 되묻기까지 하면서.
>>271 너여… 너를 문다..! 우리의 제와와는 변온동물 소리에 동공을 좁히고 으르릉! 하고 목에서부터 짐승이 긁어내듯 울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지요. 당신의 케르스트너 소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핸드폰을 꺼내 번역기를 켭니다. 우리의 파파고는 근미래 세계관에서도 여전히 일부 왈도체를 쓸까요? 아니오.. 그랬더라면 공용어는 망했을 겁니다.
《번역 결과 - 헬무트》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이스마엘, 내 딸. 이렇게 편지를 적는다. 말주변 없는 아비라 두서 없으니 부디 양해해다오. 그래, 드디어 네가 성인이 되는구나. 네가 상자에 있을 적엔 그리도 작았는데, 영원히 작을 것만 같던 아이가 벌써 이리 자랐단 것에 마음이 뒤숭숭하다.
(중략. 자라가던 네가 이리도 사랑스럽고 어엿한 여인이 되었으나 남자나 여자를 들이는 건 아직도 반대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네가 가디언즈가 되고 싶지 않노라 이야기 했을 적이 기억나니? 나는 그 당시 화가 난 게 아니었단다. 너는 너는 누구보다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이 컸고, 세븐스에 대한 반발심이 큰 아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국가의 표본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지 않니. 그런데 네가 그 길을 스스로 버리겠다 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뺨은 아물었지만 마음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네가 내 친딸이 아니라는 건 너도 어렴풋이 눈치챘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너를 단 한순간도 데려왔기에 키우는 존재로 생각한 적이 없다. 네가 내 친딸이 아니기 때문에 뺨을 쳤던 것도 아니다.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가족이다. 그 사실을 기억해주렴. 네게 미숙한 감정을 표출하고 말았던 점은, 지금 다시 사과하고 싶구나.
(중략. 이스마엘이 내가 친딸이 아니라서 이렇게 개패듯이 패? 당신처럼 날 소모품으로 보는 건 아니고? 라고 외쳤던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았는지 그 부분만 꾹꾹 눌려 쓰여있다..)
내 고해를 듣고 네가 나의 길을 선택해주던 날, 나는 네게서 가능성을 본 듯싶다. 내 인생에 대한 속죄가 아닌, 널 위한 이상향을 만들고자 하는 가능성 말이다.
(중략)
이스마엘, 영원한 것은 없다. 너는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편지를 열었을 때, 너는 나를 떠나 독립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가 만일 어느 곳에 들어가든지 명심하거라. 임무 중에는 조금의 감정이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 감정이 대단한 행운으로 다가왔다고 해도, 세상은 행운만 있는 법이 아니니까. 무언가 일이 벌어지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든, 무엇을 했든, 무슨 사연이 있어 보이든 그 인간이 저지른 결과를 바라봐야지 사람을 사람으로 보면 안 된다.
……한편으로는 나는 네가 이렇게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네가 나처럼 무뎌지는 날이 올까 두렵다. 네가 그렇게 된다면 더는 내가 너를 지킬 수 없는 순간이 도래한 뒤일 테니.
끔찍한 말만 하여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스마엘, 너도 알지 않니. 우리는 세븐스라는걸. 조만간 내가 접선하는 레지스탕스에 너를 추천할 생각이다.]
《번역 결과 - 이스마엘》 [구텐탁, 그곳엔 이제 전파가 닿습니까? 녹슨 안드로이드는 이제 구동을 시작했을까요?
이곳의 생활은 안온합니다. 평온함이 과분하고 언젠가는 깨질까 두렵지만, 응당 주어진 것이기에 현재를 즐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고뇌는 여전히 이어집니다. 제가 이 고뇌를 이겨낼 수 있을지 감히 의문이 듭니다. 이겨내지 못한다 해도, 다른 방식으로나마 선택하였노라 생각하기로 해도 두렵습니다. 이것이 아버지와 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영원한 것이 없다면 이상향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걸까요. 절 위한 이상향은 무엇입니까?
어느 순간부터인지 저는 이상향, 이 세글자가 두렵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이 뒤틀릴까 두렵습니다. 그렇게 이상향이 더러워질까 공포가 나를 좀먹습니다. 이미 뒤틀린 아버지의 시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거기에 계셨습니까.
저는 아버지를 봤을 때,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위해 한번 이상향을 버렸는데, 두 번이라고 버리지 못할까요? 그것이 두렵습니다.
바람이 떠돌이의 발에 닿지 않습니다.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이정표를 찾았지만.. 두렵습니다. 이 사람에게 이상향이 무거운 것이라면. 혹은 우리의 이상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래서 혼자 짊어지고자 합니다. 변절자의 길을 걸은 주제에 망설이며 더 변절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것이 어리석음을 깨닫기 전에. 저지르고자 합니다.
화려한 정원 안의 티 테이블이 어색한지 테이블 위, 이스마엘의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것이 꼬물거립니다. 누군가 자리에 앉습니다.
"에르베르토가 널 찾던데, 뭐, 조금 늦어도 되겠지. 아가, 몸은 좀 어떠니?" "괜찮습니다." "그래, 나는 너희와 같은 레지스탕스가 진절머리 날만치 싫지만 넌 헬리의 딸이지. 대화를 하고 싶구나. 물어보고픈게 있니?" "가란, 당신은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길래 당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저버리는 겁니까?" "……." "……."
어색한 침묵이 이어집니다. 가란이라 불린 남성이 눈을 가늘게 뜹니다.
"너어, 뭔가 알고 있구나. 그렇지?" "음, 약간은 압니다." "그이가 나를 뭐라고 하디?" "친구. 그런데 믿지는 않았습니다." "왜?" "아버지와 저는 클라우드를 공유하니까요." "뭐?" "그러니까- 음- 다 봤다고요." "대체 왜?" "그게- 저는 사망신고가 됐으니 뭘 만들 수 없으니 말입니다."
앓는 소리가 납니다. 은발 머리의 남성이자 가란이라 불린 자는 "헬리는 죽어서도 날 괴롭혀."라며 앓더니 한숨을 푹 쉽니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게 얼추 맞을 테지." "음." "그렇지만!"
가란이 쿵! 하고 테이블을 내리칩니다.
"외사랑이었단다. 그이 마음엔 내가 없었어." "그게……. 이유가 됩니까?" "물론이지. 그이 마음엔 오로지 이상향 뿐이었거든. 허구한날 이상향 뿐이었어. 술을 그렇게 처맥였던 날에도 이상향 이상향 했다니까?" "..음, 이해합니다.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가란은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립니다. 내가 딸뻘되는 애한테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나 봅니다. 가란은 한숨을 또 쉬어버립니다.
"뭐, 그래서 나는.. 나는 그래서 네가 몸담았던 곳이, 나아가서 세븐스가 싫단다. 진절머리 나, 전부 멍청하고 어리석어. 그 사상 때문에 다 뺏겨놓고 스스로를 내던져놓고, 결국엔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내 주변에서 사라져버려. 나는.. 나는 그게 싫단다." "……." "모든 사람들이 혁명을 받아들이진 않는단다. 모두가 죽음을 의미있게 생각하지도 않고. 자칫하다 헬리처럼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남겨진 사람들은..? 그래서 나는 혁명이니 뭐니 떠드는 것이 싫단다. 너희의 이기심으로 남겨진 사람들이 있잖니. 그렇지만 나도 이기적이지." "무슨 뜻입니까?" "내가 그 이상향에 결국 동조하고 있었구나 싶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결국 나 또한 세븐스를 마음 깊게 담고 그것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후계자에 올릴 생각을 했고, 결국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지금껏 내가 걸어온 길이 피에 물들었음을 깨달았을 때, 내가 그런 걸 괴로워할 자격이 없음을 알게 되잖니?" "가란." "그래서 나는 이상향을 이해하기 싫어. 그러니 날 용서하지 말거라. 내 이기심 때문이란다, 내가 비참해지잖니." "……." "……이런, 내가 말주변이 없어 곤란하게 만들었구나. 말벗이 필요하다면 션을 불러주마." "아니,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기쁩니다." "정말이니?" "물론이죠. 차나 한잔 할까요?"
시점이 단숨에 변합니다. 금방이라도 멎을 것 같이, 목이 졸린 듯 거친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힉……. 히익-"
손으로 눈을 덮어 가렸던 것인지 빛이 새어 들어옵니다. 쓰러지는 것처럼 시야가 넓어집니다. 부스럭거리며 몸을 뒤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흐흐, 흐흐흐흐… 으흐흐.. 아, 아악.. 흐흐.." "삶이 많이 고달팠나 봐요. 지금껏 이런 반응은 처음인데."
이건 가란이라 불렸던 남성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히익- 이, 이게, 으흐흑, 무슨, 흐으-" "괜찮아요, 조금만 참으면 나쁜 기억은 모두 잊을 수 있을 거예요." "아- 히익- 힉-" "옳지. 조금 더.. 옳지."
됐다. 이스마엘이 흐느끼듯 웃고 탄성을 내지르며, 시야가 단숨에 밝아집니다. 한참 몸을 뒤틀다 거울을 마주 보는지 누군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히익- 힉-" "안녕."
그리고 레이먼드가 말한 '아버지를 참칭하는 사람'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빛에 가려져 머리카락과 눈만 보이지만, 흰 백발과 붉은 눈이 이스마엘과 비슷합니다.
또 다시,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듯한 영상을 눈에 담던 너는 결국 화면이 어두워지자 눈을 돌렸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던지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일까. 모든 걸 알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었으려나.
"찾아볼 걸 전제로 한 일들이라..."
조롱하는 듯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너는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여기서 볼 건 없겠구나. 있다고 해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영상은 내가 모르고 있던 너의 모습을 비춘다. 어쩌면 네가 감추려고 노력했을지 모르는 과거를 짚어가며 화면이 바뀌면, 오늘로 온다. 신디는 창백해진 얼굴로 마지막 영상을 지켜본다. 이게 다 뭐야, 그 말을 내뱉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떨리는 제 손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쥔다. 당장 너에게 달려가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정보 정리》 1. 이스마엘이 지금껏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 2. 킬보드와 편지로 보아 현재 이상향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인 듯싶고, 오히려 새로운 이상향에 들여서는 안될 것을 스스로 처리하려 하고 있었다. 3. 과거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스마엘은 오래 전부터 이 이상향을 꿈꿔온 것 같다. 4.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탈주의 이유가 아니라 제 3자의 습격이었다. 이스마엘은 지금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다.
《특이사항》 1. 노트북에서 맨 처음 확인한 영상에서 마주한 '지나가던 슬럼의 늙은이'의 의상이 이스마엘의 옷장에 있는 것과 동일하며, 이 남성의 이름은 '가란'이다. 2. 가란은 헬무트와 어떠한 관계가 있었고, 현재 이상향을 긍정하고 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그런데 이 사람은.. 3. 가란과의 대화로 보아 이스마엘의 아버지를 참칭하는 자는 '에르베르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된다. 4. 누군가 이스마엘의 곁에 있다. 그것도 둘이나! 제 3자일 가능성이 있을까? 5. 현재 이스마엘이 제정신일 확률은 낮아 보인다.
약물 유통의 경로를 조사하기 위한 장소로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는 당신들을 흘긋 쳐다보다 눈을 감습니다. 다그침과 어르고 달래는 모습에 혼자 갈 수 있고 괜찮다며 몸을 일으키고, 워프실로 가자 허망하게 중얼거립니다. 안타깝게도.
"..."
참으로 안타까웁게도. 황제의 기는 모두 꺾여버렸군요.
션이 살아있어. 쥬데카는 들었을지도 모르는 중얼거림이 개인실의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에 허망하게 묻혀버립니다.
아! 워프 게이트를 타기가 무섭게 슬럼이 드러납니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곳, 그리고 고향인 곳! 어두운 하늘, 원색 계열의 네온사인, 좋지 않은 냄새, 텅 비어버린 골목, 낡은 집이었을 곳, 괜히 음산한 느낌이 드는 곳..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에반데 찬스>를 본격적으로 사용합니다. 캐릭터 당 3번, 남아있는 찬스를 뒤집어 질문할 수 있고, 자동차감으로 행동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대신, 모든 찬스를 소모할 경우 행동 만회를 할 수 없습니다.
찬스가 하나라도 남아있는 경우, 슬럼 시나리오 뒤의 '돌입' 파트에서. 제가 제법 좋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탐색할 곳을 정합니다.
> [세븐스 부랑자가 모여있는 곳] > [골목 깊은 곳, 전투가 벌어진 장소.]
지금부터 제를 동행하실 수 있으나, 단 한 곳에서만 동행할 수 있습니다. 루트가 갈릴 수 있으니 상의 후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 현재 제는 무리하지 않기로 한 듯싶습니다. - 세븐스 부랑자가 모여있는 곳은 경계심이 강합니다. 행동 하나하나를 주의하십시오. - 골목 깊은 곳은 말 그대로 깊습니다. 무엇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십시오. - 무엇을 믿고자 하십니까? - 무엇을 보고자 하십니까? - 무엇을 원하십니까?
워프 게이트를 넘어 도착한 곳은 이미 한 번 왔던 기억이 있는 장소였다. 그리곤 남아있는 기억 때문에라도 너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주변을 둘러본다. 확인할 만한 장소는... 저기 부랑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나,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보이는 골목의 안쪽...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위험해 보이지만. 이미 무슨 일이 있고 난 뒤의 장소라면 오히려 안전할지도 모르겠다.
"저는 저 골목 안쪽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 무리하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차하면 도와줄 사람이 많은 편이 좋겠죠. 그렇게 덧붙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캄캄할지도 모르는 골목으로.
워프실로 향하는 제의 뒤를 라라시아가 총총 따라간다. 힐끗 안색을 살펴보고. 손을- 손 잡듯이 잡아주려 한다.
"혼자 가면 길 잃어. 그리고 심심할 거야?"
이후 레레시아도 워프실로 가 워프를 타고 이동한다. 자매에게 슬럼의 분위기는 익숙한 듯 낯설다. 빈민가보다 깊은 무언가가 일렁이는 듯 했으니. 부랑자가 모인 곳을 가느냐. 전투가 벌어졌던 골목이냐. 두 선택지 중 레레시아는 고민도 없이 골목으로 돌아섰다. 라라시아는 제를 보고 물었다.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본디 슬럼이란 그런 곳이지만 세븐스가 모여있다면 특히 비참하기에. 집이 있어도 집이 아닙니다. 길거리가 오히려 집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시체를 곁에 두고도 장례를 치를 수 없고, 병에 걸려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팔아치워 생계를 유지한다면 모를까.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있고, 드럼통에 아무렇게나 주운 무언가를 태우는 모닥불 너머로 당신을 경계합니다. 무언가를 가만히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쭈뼛거리다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좋은 옷, 말끔한 모습.. 아마 훑어보며 무언가를 재간해보는 듯싶습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보고 경계하다 후다닥 사라집니다. 땅에 주사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약쟁이 하나가 숨이 넘어갈 듯 웃더니 도망치려 듭니다.
"히익- 힉- 흐흐, 으흐흐.. 아하하하!!"
저런! 약쟁이는 원래 대화가 통하지 않지요! ...아하, 약쟁이요?
한편 선우는 부랑아 사이에서 왕고를 찾았습니다.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었지만, 글쎄요.. 무언가를 가만히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불안한 눈길로 선우를 쳐다보다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고, 비쩍 곯은 여성은 후우우.. 하고 한숨을 쉬더니 뭔가 툭 던져줍니다. 우와, 초콜릿 바인데 유통기한이 4년이나 지났어요. 먹으면 뒤지겠는데?
"아우우-"
던져주기가 무섭게, 갑자기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이유가 뭐죠? 뭐야, 미쳤나?
행동하며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탐색을 시작합니다. 굴릴 다이스는 2개입니다. 하나는 1부터 2까지, 다른 하나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결과값을 미리 공개합니다.
17 이상시 성공입니다.
《골목 깊은 곳, 전투가 벌어진 장소.》
제는 우물쭈물대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잡힌 손을 물끄러미 봅니다. 인간의 것이 아닌 손을 누가 이리 잡아줄까요. 조사에 도움이 될까요? 되어야만 하지요..
날카로운 것에 긁혀 팬 자국, 총탄이 박힌 벽, 핏자국은 지워지지 않고 그때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점일까요. 누군가 현장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혹은 쓸만한 것을 주워갔거나... 그래도 의미있는 흔적이 남아있길 빕시다.
아, 한가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쥬데카. 이 주변은 개발 중단 구역이 있습니다. 이 어찌 운명의 장난일까요? 길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주변을 둘러봐도 괜찮을 일이지요.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탐색을 시작합니다. 굴릴 다이스는 2개입니다. 하나는 1부터 2까지, 다른 하나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결과값을 미리 공개합니다.
합산 37 이상 성공입니다.
쥬데카의 경우 세븐스 다이스를 굴립니다. 1부터 2까지 굴려주시고, 1이 뜬다면 1부터 6까지 하나 더 굴려주세요.
그렇게 도망쳤던 이 슬럼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익숙한 장소를 둘러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신디는 나뉘는 인원을 보다 선우의 뒤를 따른다. 그렇게 부랑자들이 모인 곳에 와 모여있는 이들을 살핀다. 장소에 안 어울리게 수상할 정도로 말짱한 아이. 약쟁이 하나. 사라지는 녀석까지. 나 잡아먹어주시오 하는 선우의 행동을 가만 뒤에서 지켜보며 떨어진 주사기를 신발 코로 건드려본다. 어디부터 찾아봐야 하려나. 생각하다 도망치려는 약쟁이를 본다.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그런 약쟁이의 뒤를 밟는다.
골목에 들어서니 꽤 치열한 싸움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이렇게 된지 시간이 꽤나 지났고 으레 이런 장소에는 챙겨갈 게 있기 마련이었기에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일단은 접어두는 게 좋겠지, 그보다는 기억을 좀 더듬어야 할지도 몰랐다. 주변에 가볼 만한 장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쪽이었지."
방향을 되살리려고 하면서, 일단은 현장을 한번 훑어보았다. 상처를 입힌 도구가 남아있을까.
>>327>>331 토닥이는 손길에 제의 꼬리 끝이 미약하게 살랑입니다. 오래된 핏자국과 인기척. 레레시아는 사방을 살폈지만 무언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기척 하나는 느낄 수 있었죠. 경계를 세울 적.. 쥬데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뭐,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닌가요.
부스럭!
레레시아는 빠르게 단검을 치켜들고, 누군가 힉, 하고 숨을 들이켭니다.
"자, 잠깐만요.. 내, 내려놓아, 주세요.. 무, 무서워요."
저런, 누구일까요? 너무 그쪽에만 정신 팔지 말아요.
*
쥬데카는 어느 쪽이었는지 살펴봅니다. 네, 왼쪽으로 꺾어야 해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면 어두운 길을 빠져나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장을 훑기 시작합니다.. 벽면을 훑어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합니다. 별다른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다른 건 발견할 수 있었지요. 본디 이스마엘이라면 당신을 집어 던지거나, 밀치거나, 누르는 방식을 썼지요.
그런데 이건 다릅니다. 처참하게 박살난 벽, 영상처럼 쐐기처럼 내리꽂혀 온몸이 작살이.. 났을.. 정보요원, 이스마엘이 쓰기엔 지나치게 공격적인 방식. 이건 이스마엘의 공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무언가 더 알아볼 수 있겠군요.
쥬데카. 우리는 늘 현실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꿈 속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골목 너머에서 새하얀 머리카락이 살랑입니다.
인기척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레레시아의 행동에 겁을 먹은 듯했다. 일단 그 쪽의 경계는 맡긴 채 살펴본 현장은 꽤나 무자비한지라, 갑자기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면 적어도 네가 아는 사람의 짓은 아닌 듯했다. 이제 어쩐다, 인기척의 정체를 확인해? 개발이 멈춘 구역을 찾아 움직여? 아니면...
"......"
저 목소리를 쫒아? 너는 쌍둥이와 제 쪽을 돌아보았다. 혼자 움직여도 괜찮을까?
"저는 저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채널은 열어 놓을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달하죠."
잡히지 않으려는 듯, 혹은 일부러 유인하는 듯한 움직임에 너는 재촉하는 대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뒤따랐다. 골목을 돌고 돌아, 모서리를 지나치다가 결국 막다른 길에서 마주본 모습은 기억 그대로였다. 외려 그 모습 때문이었을까,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듯한 감각에 너는 대답 대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셔, 당신입니까?"
한 줌의 의심이 담긴 물음, 때로 보고 듣는 것이 진실이 아닐 때가 있다. 감각이란 것은 분명 직접적이었음에도 또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라. 결국 무얼 믿을지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348 선우는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당신.. 당신이 에델바이스의 도넛 펀치입니까..?
당신은 짖습니다. 수치스러워도 일단 짖어봅니다.. 하울링도 합니다..
세상에...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집니다. 절로 숙연해지며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낄 만큼의 침묵을 뒤로, 대략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당신을 둘러 쌉니다. 전부 종은 다르지만, 개 가면을 쓰고 있군요. 혹시 위험한 갱인가 싶던 찰나, 그 사이를 비집고 누군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당신을 빠안히 쳐다봅니다!
"허억, 너어 되게.. 잘 짖는다아!! 나는 잘 짖는 애들이 좋아!"
동글동글한 강아지 가면을 쓴, 조그마한... 아이? 아이는 우다다 달려와 당신의 앞에 섭니다. 일곱 살? 여덟 살? 대체 왜 이런 아이가 골목에 있는 거죠? 아이는 꼭 신기한 것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당신 주변을 빙빙 맴돌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익숙한데에. 누구더라아아.. 아!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멈춰서 박수를 짝 치는 아이의 가면 뒤로 말간 웃음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다른 개 가면을 쓴 사람들이 경계심을 일순 누그러뜨립니다.
"에델바이스래." "에델바이스라고?"
제각기 떠들기도 잠시, 아이가 떠벌떠벌 뭔가 열심히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비숑의 크으은- 화면으로 봤어! 레이버의 사형식에서 싸웠던 거 맞지? 아냐, 너는 없었지만- 그 이후에 퍼진 신상 정보는 알아-! 그러니까아, 나- 완전- 부러웠어! 그 미친 여자의 머리를 박살냈어야 하는데. 살아있는 것이 죄악인 것 말이야. 그때 심장이 꿰뚫리든 대가리가 터지든 둘 중 하나는 됐어야 했는데 미친 여자가 하나 더 나타나서 운 좋게 살았지이.. 누구는 끝까지 이런 모습으로 처 남아야 하는데에.."
이건 도저히 아이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닌데요..?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습니다.
"아이, 참, 이게 아니지이. 나아는 허스키야. 멍멍! 하고 짖는 그 허스키. 헬 하운드의 부리더야아. 부라더 말구우 부리더어. 아! 헬 하운드가 뭐냐며언.. 여기의 레지스탕스 단체야. 비숑은 나 같은 사회적 패배자도 받아주지롱. 멋지지이. 여기는 우리 동료.. 부우하드을.. 따아까리..??" "...아닙니다." "아니야아?" "비숑에게 이를 겁니다." "이잉, 봐아줘어. 아무튼! 너희가 찾으려고 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지로옹. 도와줄까?"
>>349 이스마엘은 가늘게 미소를 짓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매가 한결 누그러지고, 평온한 미소는 당신이 한때 슬럼에서 감정을 모조리 쏟아버린 뒤 그거면 됐어. 라고 속삭일 때와 비슷했습니다.
"응, 나 맞아요, 리오."
위화감. 진짜일까요? 그렇다면 왜 이스마엘이 여기에..? 설명을 듣고 싶다 했을 때, 이스마엘은 잠시 손을 올려 입가를 더듬으며 눈을 내리깝니다. 잔인하게도. 이스마엘이 그런 행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고민할 때의 이스마엘은 입술을 자근자근 깨무는 나쁜 버릇이 있었지요.
"길을 잃었어요, 리오. 나는.. 더는 버틸 수 없었어.. 그러니까, 더는.. 내 이상향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그래서, 안식을 찾고자 했고.."
거짓말! 당신의 청각이 기민하게 반응합니다! 끝이 기묘하게 올라가는 저 어조를 당신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스마엘은 "이젠 됐어. 당신이 있잖아.." 같은 말을 하더니, 당신에게 한 걸음씩 다가옵니다. 꼭 당신을- 안아보겠다는 듯이요.
네 물음에 그렇다며 대답한다. 망설임 없는 대답은 그래야만 한다는 것 같이도 들렸는데. 이어진 말에 보여준 행동은 네 기억에는 없었다. 대답이 늦을 때 으레 보여줬던 것은 온데간데없어서.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그 정도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까. 같은 말을 흘린다. 분명 목소리는 같은 듯하나 어조의 끝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두 세번, 영상을 통해 보아야 간신히 구분할 수 있었던 음성을 직접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너를 안으려는 듯 다가오는 모습에 너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만 더 가까이 오세요, 네. 조금 더."
양 팔을 벌려 다가오라는 듯 그렇게 행동하던 네 얼굴을 바이저가 순식간에 가렸고 손 끝을 따라 움직인 체인이 그건 네 앞에 선 존재를 휘감으려고 했다. 놓치지 않을 테다. 예의 느슨한 시선의 끝에 힘이 실리는가 싶더니 체인을 발로 내려찍었다. 서 있게 할 필요는 없겠지.
네 물음에 그렇다며 대답한다. 망설임 없는 대답은 그래야만 한다는 것 같이도 들렸는데. 이어진 말에 보여준 행동은 네 기억에는 없었다. 대답이 늦을 때 으레 보여줬던 것은 온데간데없어서.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그 정도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까. 같은 말을 흘린다. 분명 목소리는 같은 듯하나 어조의 끝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두 세번, 영상을 통해 보아야 간신히 구분할 수 있었던 음성을 직접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너를 안으려는 듯 다가오는 모습에 너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만 더 가까이 오세요, 네. 조금 더."
양 팔을 벌려 다가오라는 듯 그렇게 행동하던 네 얼굴을 바이저가 순식간에 가렸고 손 끝을 따라 움직인 체인이 그건 네 앞에 선 존재를 휘감으려고 했다. 놓치지 않을 테다. 예의 느슨한 시선의 끝에 힘이 실리는가 싶더니 체인을 발로 내려찍었다. 서 있게 할 필요는 없겠지.
안식이라면 아까 그 명함에서 나온, 그리고 당신에게도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세븐스 사형을 기조로 한 투기 도박장 말입니다. 그리고 보스라면.. 당연히 그 도박장의…….
"그, 그리고.. 에델바이스로 세븐스 하나를.. 탈출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다리를 하나 잃긴 했지만.. 이 정도면 싼 값이죠."
남성이 후들거리며 눈을 뜹니다. 제는 힘을 주어 붙들렸을 때, 남성의 눈을 마주하며 잠시 동요합니다. 남성은 눈을 다시금 내리깝니다. 아마도 제를 탈출시킨 장본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합니다. 잠시 놓아달라고. 그리고 놓아준다면..
남성의 앞에 설 텝니다. 그러자 남성이 깊게 절하며 제의 발등에 입을 맞춥니다.
"……미욱한 종이 안식의 황제를 뵙습니다. 신 티엔 션은 비록 다리 하나를 잃었으나 이리 목숨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기실이더냐." "예. 한치 틀림이 없사옵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티엔." "증오하신다면 증오하시옵소서, 입이 열 개라도 신은 죄인이요 할 수 있는 말이 없사옵니다." "…."
제는 고개를 휙 돌려버립니다.
"너의 행동을 보겠다. 나의 종이라면 종으로 살거라." "어찌.." "주어진 대로 살지 않았더니, 붉은 머리카락을 한 대장인지 뭔지 하는 여자에게 여의 사상이 물들었으니 말이다. 이쪽은 적이 아니다."
한편 레레시아는 반짝이는 것을 손가락으로 집어 빼냅니다. 딸려오는 것은.. 비늘입니다. 제의 세븐스를 생각해보면 제의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상식적으로 제의 공격에 '제'가 당해서 비늘이 이 장소에 꽂혔다..는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무엇보다 이 비늘은 검은색입니다. 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흰색으로 꽁꽁 감싸져 있었지요.
불현듯, 당신의 머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가능성을 하나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만약 제 3자가.. 레인처럼 세븐스 복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티엔 션. 안식의 연구원이자 그곳 보스의 전담 비서. 라고 하는 사람. 자매의 금빛과 푸른 눈동자가 션의 모습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싵이 살핀다. 먹잇감을 탐색하듯. 한차례 훑어본 뒤 제가 놓아달라 했을 때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다. 이후 라라시아가 팔을 풀어주고 제와 션은 마주했다. 그 모습을 자매는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았다.
대화가 끝나면 라라시아가 얼른 제에게 다가가 그녀의 백의 자락으로 폭 감싸안으려 했을 것이다.
"우리 황제님- 좋은 몸종을 뒀네? 뭐. 정말 좋은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다시 제에게 붙은 라라시아가 쎄한 시선을 션에게 보내며 말했다.
그 뒤에서 레레시아는 벽에 박힌 비늘을 찾았다. 비늘. 새카만 비늘. 제의 것? 아니다. 제는 하얗다. 새하얀데 이건 먹물마냥 검다. 그러나 이런 비늘을 가지는 세븐스가 그리 흔할까? 흔하지 않다면 그건...
비늘을 든 레레시아가 돌아서자 자수정빛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단서와 사람이 한 곳에 모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
"감동적인 재회는 끝난 듯 하니. 이제 네 목적을 들어야겠어. 왜 여기 나타났는지. 그리고 이건 왜 여기 있는지. 누구의 것인지. 네 머릿속에 든 것 전부. 아. 참고로 말해주자면 나 참을성이 그렇게 좋지 않아. 혓바닥과 목숨은 누구나 하나라는 걸 명심하고 말하는게 좋을 거야."
주변에 펼친 독액과 단검은 여전히 유지한 채로 션을 추궁한다. 제는 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믿음은 본디 쉬워선 아니 되는 법이다.
개 우는소리가 무언가 신호일까 싶어 울어본 것이었는데. 생각이 맞았던 걸까. 개 가면을 쓴 이들이 절 둘러싸자, 잠깐의 부끄러움은 가고 긴장에 잠긴 채 그들을 경계한다. 위험한 갱단이면 당장이라도 싸울 생각으로 주먹을 쥐다, 그들 사이로 나온 쪼끄마한 아이의 모습에 당혹스럽다는 얼굴이 된다. 제가 누구인지 아는 것에 의아한 듯 살짝 크게 뜬 눈을 깜빡인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주먹 쥐어 들었던 손을 내려 경계를 풀고서, 아이의 소개를 가만 듣는다. 슬럼의 레지스탕스 단체 헬 하운드. 허스키와 그 뒤의 이들 사이의 시트콤을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눈으로 보다가 이어하는 말에 놀란 얼굴이 된다. 당장이라도 도와달라 말하고 싶지만.
"... 도와준다면 고맙지만. 그 대가로 내가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래도 도와줄 건가요?"
>>372 백의 자락으로 폭 감싸안을 때, 제는 잠시 고민하더니 라라시아의 품에 폭 기댑니다. 계속 되는 보듬보듬은 도마뱀의 마음을 여는 듯싶습니다..
"믿어도 좋을 게지."
'그' 티엔 션이라면. 의문스러운 답을 뒤로 제는 눈을 감습니다. 벽에 박힌 비늘을 뒤로 시선을 마주한 레레시아는, 무언가 석연찮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티엔 션이라는 사람이요, 죄책감에 가득한 눈이지만 결의도 다지고 있었으니까요. 아니면, 인간에 대한 깊은 혐오일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
잠깐의 침묵. 션은 제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후우, 하고 한숨을 쉽니다.
"제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연구소장님의 부탁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스의 전언 때문입니다."
추궁에 몸을 떨더니 더듬더듬 말을 뱉어내는 모습입니다.
"연구소장님의 부탁은.. 이곳에 있는 생체 안드로이드의 흔적을 지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인공 세븐스의 흔적을요."
데이터로 만들어진 인공 세븐스. 제의 세븐스와, 재료가 된 세븐스의 능력이 섞여있다고 덤덤히 고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개체는 둘이라고 했습니다. 네. 아까 그 살갑던 두 목소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스께서는.. 여러분을 찾아 환대하라 하셨습니다."
션은 입을 꾹 다물다가 뗍니다.
"지금 보스께서는.. 황제의 탈출 이후로, 연구소장과 마찰을 빚는 횟수가 잦아지더니.. 결국 파벌이 나뉘게 되었습니다. 연구소장님과 보스는 공동 경영자기 때문이지요. 의도적으로 사형의 횟수는 줄이시더니, 그로 인해 연구소장의 연구도 늦춰지기 때문에.. 입지가 좋지 않은 상태지요.. 그래서.. 아무래도 보스께서는 여러분이.."
소녀는 움찔 떨더니 몸을 굳힙니다. 덜덜 떠는 모습이 가련합니다. 당신이 내려다볼 적, 소녀의 얼굴은.. 눈이 반쯤 죽어있습니다. 공포에 젖어있기도 하고.
"나, 나는 몰라."
소녀는 처음엔- 그렇게 말했습니다. 전투식량을 준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대답하지 않으려 들더니만, 권총과 새빨간 눈동자를 보더니.
아아, 새빨간 눈동자를 보더니-
"잘못했어요."
순식간에 굴복합니다. 손톱을 건드릴 적엔 다른 손으로 품에 안은 무언가를 더 꽈악 안으며 딱딱대는 잇새로 비참하게 중얼거렸습니다.
"자, 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다, 다 얘기할게요. 다 얘기할게요.."
소녀가 겨우겨우 입을 벌립니다.
"시,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야, 약도 시키는 대로 다 뿌렸고요.. 증상도. 전부.. 전부 적어 보냈어요..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도 재깍 말씀하신 곳에 편지를 두었어요. 여기에서도, 약이 유통된다고 소문도 퍼뜨렸어요. 헬 하운드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 그리고 최근에 가장 시키신 일이요, 증거도 없앴어요..! 그, 그 핏자국이랑 전부 제가 다 닦았어요.."
이게 무슨 말이죠? 소녀는 엎어져 있어도 불안하게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를 어르고 달래는 듯싶었습니다. 울지 마, 울지 마.. 울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어쩔 줄 몰라합니다.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잘못했어요.."
당신은 이 상황을 잘 압니다. 공포로 조련하는 방법. 그리고 천천히 상대의 정신을 무너뜨려 종 삼는 방법.
"안식으로 끌고가진 말아주세요, 잘못했어요.."
아마 이 소녀는 모종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일을 겪고 앞잡이가 된 듯싶습니다. 더 털어볼까요?
어째서냐는 말과 함께, 그러한 감정이 실린 듯한 눈빛을 너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지... 다른 것 같다. 그저 왜? 어째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당하는 거지? 싶은 표정 같기도 하고. 오랜 시간, 네가 계속해서 느껴 오던 감각이란 것은, 직감이란 것은 믿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던지라, 이번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이유를 모르겠나? 허술한 게 많군."
쓸데 없는 말은 그만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표정을 구기는 모습을 바이저 너머로 보던 너는 체인의 끝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며 잡아당기니, 자연스레 체인은 휘감은 것을 조여가고 있었다.
"질문은 내가 한다."
그렇게 말하며 바이저가 사라져 네 눈을 드러내니, 검은 눈은 어떤 빛도 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새카매서, 강제로 땅에 엎드린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품에 기대오는 제를 보며 라라시아(와 화면 밖의 누군가)는 내적 비명을 질러야 했다. 이.. 이 용용이 녀석 귀엽잖아아아악!!! 그러나 라라시아는 침착하게 티 내지 않고 제를 감싸 다독인다. 제가 기대오며 한 말. 그 티엔 션이라면. 마치 저 사람이 제가 알던 사람과 같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시사하는 듯한 말에 조금 더 냉정해질 수 있었다.
마주한 션의 눈빛은 어딘가 꺼림칙하달까. 영 불편하다. 꿍꿍이가 있는 건지 결의가 있는 건지. 일단은 계속 경계하기로 하며 추궁을 하고. 레레시아의 추궁에 션은 더듬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여기 온 목적이 흔적을 지우는 것이라는 말에 레레시아는 방금 찾은 비늘을 들어본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비늘을 한 손에 꾹 쥐고서 얘기를 마저 듣는다.
인공 세븐스의 존재와 또다른 용건. 보스라는 사람의 전언. 그녀들을 환대하라는 말에 자매는 동시에 코웃음을 쳤다.
"환대하라. 말은 아주 번지르르하게 해. 어. 지가 힘 없으니까 우릴 갖다 써먹겠다는 거 아냐? 재수없긴." "그래도 저 보스라는 쪽이 연구소장보다 나을 거 같은데? 방식도 정중하고. 아 물론 그렇다고 봐줄 건 아니지만."
레레시아의 이 갈린 목소리와 라라시아의 쾌활한 목소리가 번갈아 울린다. 라라시아는 더 말을 얹지 않고 제를 감싸는 것에 신경을 돌렸고. 레레시아는 몇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됐고. 너네 보스가 우리한테 뭘 원하는지 알면 똑바로 말해. 그리고 안식과 연구소에 대해서도 입 좀 털어보고. 보스랑 연구소장이 누군지도. 아 그 빌어먹을 약에 대해서도. 연구원이면 아는 거 많을 거 아냐? 알아서 다 얘기해야지 일일히 물어보게 하고. 하... 너 좀 귀찮다?"
그냥 지금 치워버려? 레레시아의 목소리에 희미한 신경질이 섞인다 싶더니. 주변을 경계하던 독액 줄기 중 하나가 마치 뱀처럼 흐늘거리며 션의 주위를 맴돈다. 금방이라도 물어버릴 듯이.
애늙은이라기에는 아닌 것 같고. 수상한게 정말 많아. 어떻게 보면 레지스탕스가 아니라 어떤 컬트 단체라고 해도 믿겠어. 그런 생각으로 허스키를 보다, 들려오는 말에 앓는 소리를 낸다. 대체 뭘 바라는 건지. 부엉이 마냥 목을 꺾는 모습에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 처럼 숨을 내뱉는다. 개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컬트 단체가 맞을지도.
".... 줄 수 있다는게 뭘 말하는진 모르겠지만. 좋아요. 응. 제안 들어보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이것이 어떤 시험에 들게 되는 것이 아니길 바라며 신디는 고개를 끄덕인다.
경계를 너무 세워버려서, 진짜 아가씨를 마주쳐도 못 믿고 공격하는 거 아니야? 작게 키득거리며 웃는 목소리는 명백한 이스마엘의 것이라 신경을 긁어옵니다. 휘감은 몸을 조여와도 고통을 느낄 수 없는지, 참는 것인지. 키득거리며 웃던 가짜 이스마엘은 너스레를 떱니다.
"무서워라! 아.. 무서워요, 리오. 부디.. 제발..."
나를 죽일 것만 같잖아요? 새카만 눈을 마주하자 그것이 고개를 더 기묘한 각도로 꺾어 보입니다. 신기한 눈이네.. 같은 말을 중얼거리더니 점차 눈 색이 물들기 시작했지요. 이스마엘의 자랑스럽던 눈동자는 사라지고, 당신의 것과 똑 닮은 눈동자가 자리합니다. 심연이 당신을 똑같이 마주합니다.
>>391 이것이 귀여움의 황제입니다. 응애 나 스무살 세븐스. 천하의 티엔 션이라면? 글쎄요.
"그런, 셈이지요.. 당신들의 말이 맞습니다. 보스는.. 힘이 없으니."
션은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으며, 똑바로 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이제 보니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군요.
"아, 그게.. 아직 의족이 익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는 그런 션을 바라보며 코를 실룩입니다. 무슨 일이냐 묻는다면 "여가 도망칠 적 션은 총에 맞았으니까." 라는 말로 일축하겠지요. 죄책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스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대화를 듣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졌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일을 스스로 끝낼 수 없음을 아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그리고.. 안식은.." "세븐스 사형장. 투기장 형식으로 사형을 집행해서 도박판을 벌이고, 전투 데이터를 가디언즈에 넘겨 훈련을 할 수 있게 하며, 남은 시체는 예술품으로 재가공해 경매에 붙이는 기관일세."
제가 마지못해 입을 벌립니다. 그리고 눈을 내리깝니다.
"여는 그곳의 사형인 출신이었네." "……폐하." "입을 다물어라, 션. 다디단 말은 듣고 싶지 아니하다. 묻는 질문에나 답하도록." "..예."
션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보스는 가란이라 불리는 남성으로, 세븐스 인신매매 및 약물 카르텔을 운영하다 안식의 오너가 되었다고. 레레시아는 영상 속에서 이스마엘에게 '헬무트를 짝사랑 했으며 그 사람의 이상향을 긍정한다' 말했던 은발 머리의 남성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장님은.."
그가 머뭇거립니다.
"에르베르토 엥엘이라.. 합니다.."
엥엘. 수술대에서, 개인실에서, 숱하게 들었던 그 성씨. 그리고 한때, 비극의 '수잔나 엥엘'로도 유명하던 그 이름.
"에르베르토 님은, 그러니까, 연구소장 님은 아내분이셨던 수잔나 엥엘의 뜻을 잇고자 했습니다. 아내분은 가디언즈의 무한한 발전과 병사들의 사기를 돋구기 위해서.. 세븐스의 인자를 이용한 무기를 만들려고 했고, 소장님은 약물을 통해 사기를 증진시키려 하셨으니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약물이 Sogno, 꿈입니다. 물론 살아있는 세븐스의 인자를 직접 뽑아내 갈아넣은 약물이라, 부작용은 많았지만.."
션은 독액을 보며 다급히 제를 쳐다봤지만.. 제는 그냥 고개를 폭 기대버려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아, 모르겠다.
소녀는 몸을 겨우 일으켜 자리에 앉습니다. 고분고분한 모습과 달리 여전히 한 팔엔 무언가를 안고 있습니다. 조리가 필요없는 크래커를 손에 쥐여줄 적, 소녀는 그것을 먹기 보다는 빤히 쳐다보다 품 속에 있는 무언가에게 가져다 댔..
"제, 제 동생이. 좋아해요."
품에 있는 건 아기입니다. 이미 부패가 시작되고 있는 아기요.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 않습니까. 공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켰으니.
"..네."
아랑곳 않고 시체의 입가에 크래커를 밀어대지만 죽은 것이 뭔가를 먹을 리가요. 소녀는 배가 고프지 않으면 자기가 먹겠다는 듯 그 크래커를 입에 가져다 대려 했습니다.
"약은요.. 이름이 꿈이라고 했어요."
소녀는 더듬거리며 얘기를 꺼냅니다.
복용의 방법은 알약, 주사, 비강 흡입 등 모든 것이 가능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의사소통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고통과 감정을 배제한 것을 제외하면 평상시의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고, 아주 오래전의 기억까지 생생하게 떠올리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고.
>>393 컬트 단체일까요? 흐음, 그럴지도요. 아니면 무엇일까요. 극단? 광인? 혹은..
"간단해에."
허스키는 소맷단을 모아 입가로 가져다 대며 히히 웃습니다.
"친구야, '카스트로'를 처리해 줘.. 너희라면 할 수 있을 거야아. 카스트로가 누구냐며언.."
속닥속닥.
"안식에서 만든- 생체 안드로이드인데- 재료가 살아있는 사람이었거드은. 너희는 그 존재에게 안식을 줄 수 있을 거잖아아."
응? 가면 속의 눈동자가 휩니다. 그리고 눈을 굴리더니 드론 소리가 들리기 전에 후다닥 속삭였지요.
"절대 살려두지 마. 그게 내가 여기서 리더를 접선하게 해주는 조건이야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드론 한 대와 함께 누군가가 비척비척 걸어옵니다. 다른 대원들은 옆으로 정렬해 길을 터주고, 개 가면을 쓰고 커다란 후드를 입은 중성적인 누군가가 당신의 앞에 멈춰 섭니다.
"안녕, 에델바이스. 우리 집 오컬트 또라이들이랑 같이 대화 해주느라 고맙고 미안하네. 너희, 들어가 보고. 허스키 님은 남으시고." "네에-" "하여튼.. 소개는 들었겠지만 헬 하운드의 수장, 비숑이라고 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우리쪽 사람을 써서 유인했고.. 그래, 이 점은 사과하도록 할게. 도움이 필요한 거.. 맞지?"
음.. 어떻게 알았죠? 개 가면 너머로 푸른 눈이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 봅니다. 손가락을 튕겼고, 손 주변으로 조그마한 드론 몇 대가 둥둥 모여듭니다.
션이 자세를 다잡는 모습에 다시금 살펴보니 지팡이가 있다. 제를 탈출시킬 적 총에 맞아서 의족을 쓴다고 하는데. 그냥 부상이라면 모를까 의족은 어쩔 도리가 없다. 션을 보는 자매의 시선이 잠시 측은해진다. 아주 잠시간만.
"형태가 어떻든. 제제 군에게도 생각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네."
곧 시선이 바뀌고 라라시아는 그리 중얼거리며 제의 볼을 토닥였을 것이다.
그 뒤 안식과 연구소 등에 대해 설명을 듣는데. 중간에 제가 끼어들었다. 제가 안식의 사형인이었노라고. 그 말에 자매는 각자 어깨를 으쓱이기만 했다. 그렇구나. 정도로 가벼운 반응이었다. 말은 없지만 라라시아는 여전히 제를 감싸주고 레레시아는 손을 뻗어 아까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만 했다.
안식과 가란. 연구소와 엥엘 부부. 이 인물들을 중점으로 퍼진 대략적인 구도를 듣고서 이해하는데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잠깐으로는 안 되서 이래저래 많이 넘겼지만. 중요한 건 다 파악했다.
"내용 참 많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아주 그냥 뒤에서 별천지 일들을 다 했구만. 사형장에 연구에, 무기 개발에 약 개발에. 세상은 넓고 미X놈은 많다더니. 딱 그 짝이다. 어." "우리도 그런 사람 밑에서 자랐는데. 뭘 새삼스럽게 그래?" "하... 그러게 말이다. 인간 참 잔인하고. 끔찍해." "그렇기에 사랑스럽고. 애절하지."
자매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과거엔 수많은 목숨을 꽃 꺾듯 꺾고. 훗날엔 자매를 인형으로 만들고 직접 던져버린 사람. 그 사람에게 애정받았고 증오가 심겨졌다. 인간을 향한 애증을 갖게 해준 사람. 어쩐지 가란이 어머니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우 씨. 골 아퍼."
생각이 많아져 이마를 두드린 레레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 션을 보았다. 어쨌거나 환대니 뭐니 했으니 어떡할지 정해야겠지.
"데이터가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뿌린대로 거뒀다는 의미겠지? 하. 귀찮고 짜증나네. 왜 나이 처먹을 대로 처먹은 인간들이 애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지. 잡으면 관절 갯수대로 분해를 시켜줄까. 아 몰라. 아무튼 아까 보스가 환대하라느니 어쩌니 했지? 우리가 뭘 하려는 건지 모르는 건 아닐 거고. 가면 조력은 해주겠다는 거야? 에르베르토인지 뭔지 때려잡고 다 깽판 치는 거?" "우리 동생도 데려와야지." "아 그건 당연하고. 야. 대답."
1. 안식은 세븐스를 누군가의 쾌락을 위해 극한으로 짜내 써먹는 미친 곳이고, 그곳을 경영하는 플랜과 재정을 담당하는 오너는 가란이며 에르베르토는 공동 오너로 세븐스를 짜먹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 그런 에르베르토는 아내와 함께 가디언즈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생방송 토크쇼에서 레지스탕스 단체의 저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수잔나 엥엘, 즉사. 이스마엘의 킬 보드에서 볼 수 있던 내용임을 레레시아는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3. 아내가 죽어도 이 기술을 이어가고자 했고,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세븐스 인자로 된 무기와 약물, sogno다. 4. 이 약물이 최근 완벽하게 개량되었고 보급만이 남았다. 5. 문제는 현재 안식의 공동 경영자인 두 사람이 대립각을 세웠고, 그 이유는 제의 탈출을 기점으로, 정확히는 헬무트의 죽음을 이후로 가란의 사상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는 이스마엘의 페이시 클라우드에서 확언까지 들었다. 6. 가란의 목적은 이 약물을 막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건 추정입니다.
많고, 복잡하고, 짜증이 치미는 일입니다. 내 뒷골! 혈압약은 어딨지? 여기 있습니다.. 제는 머뭇대다 쓰다듬던 손에 머리를 살짝 비빕니다. 그리고 또 혈압이 오릅니다.. 션의 발언 때문에요.
"……그 애가, 에르베르토 님의…."
아니라고 해주면 안 돼요?
"친딸, 이라서요."
이셔주 나와 봐요. 나 이런 막장 서사 싫어해! 죄송합니다 전 좋아해요...
"그, 그게.. 조력을 해주실 것 같습니다."
독액에 겁을 먹었는지 잠시 자세가 비틀댑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제가 라라시아의 품에 더 폭 안기려 들더니, 꼬리의 끝을 탁탁 땅에 내리쳤지요. 그것도 잠시.
근처의 골목에서 용 한 마리가 승천하자, 션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를 악물었습니다.
"카스트로가 이미 이 근처에 있었군요."
다른 대원들이 모이는 사이, 션은 눈을 감았습니다. 심호흡. 진정. 성격 더러운 거 티 내지 말자.. 하지만 저새끼들이 먼저! 후우..
"그, 그러니까.. 서두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가 제일 중요한 것을 빼먹었군요?
"……조만간에 데뷔가 예정되어 있기에. 그러니까, 이스마엘 씨가 손에 피를 묻히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잠깐, 뭐?" "집행인으로 추대하겠다고요." "누구 발상이지?" "뒤진 아내 못 잊는 늙은이요."
자칭 슬럼의 레지스탕스들인지, 개가면을 쓰는 컬트 단체인지, 아니면 극단의 배우거나, 광인들의 모임인지. 아니면 제가 속삭이러 온 뱀인 것인지. 허스키의 말을 듣고서 신디는 약간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치 무언가 고민하거나 생각하는 듯. 허스키를 내려다보다가는 확신하지 못하는 투로 대꾸한다.
"... 노력은 해보죠."
속삭이듯 말하는 것이 영 가증스럽게 느껴질까. 빌어먹을 개머리 꼬마 같으니라고. 목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욕을 속으로 하고서 들려오는 벌 나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드론과 함께 선 비숑을 관찰하듯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퉁명스럽게 답한다.
>>425>>426 치료라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살아있다고 믿었으니 울부짖는 것이 더 절망적으로 들릴 텐데도. 세븐스를 제압했지만, 이미 약에 찌들대로 찌들었는지 히익- 힉- 하는 기묘한 숨소리를 뒤로 손목에 채워진 수갑과 함께 나동그라집니다. 이쪽 상황은 일단락 되었지만.
소녀는요? 비참하고 *같은 현실에 꺽꺽대며 울고, 안아줄 때도 고통스럽게 악을 지릅니다. 레이먼드가 달랠 적에는 울다가도 몸을 퍼덕거리며 어떻게든 자세를 유지하고자 하니.
이 얼마나 끔찍합니까. 노예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요?
"죄송해요, 울지, 울지 않을, 으윽, 울지 않을게요. 잘못했, 잘못했어요!!! 잘, 잘 해왔어요, 잘 해왔어요……."
벌벌 떨기 시작합니다. 머리에 손을 얹고 쓸어주는 것을 자주 해줬는지, 아예 몸이 뻣뻣히 굳어버립니다. 눈물이 줄줄 흐르다가도 다시금 망가진 정신 속으로 들어오는 회유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미 텅 비어버린 상태라 그 말입니다.
"저, 저, 정말요. 할게요. 할게요.. 안내할게요. 안내-" "안 돼요."
고운 새가 지저귀는 듯한 목소리를 뒤로, 소녀의 목이 뒤틀립니다.
우드득.
입이 있어야 할 곳에 이마가 있고, 이마가 있어야 할 곳에 입술이 있는 기괴한 상황을 뒤로 소녀가 늘어집니다.
"미안해요."
목소리가 들린 곳에서는, 단정하고 검은 원피스, 마치 장례식 복장과도 같은 옷차림을 한 사람이 서있습니다. 새하얀 머리카락은 넘실대고, 귀는 소의 것이며, 머리에는 뿔이 돋고, 꼬리는 원피스 밑자락에서 살랑대는 것이. 그 부분만 제를 똑 닮은 모양새였지요.
"생명은 모두 귀하지만, 배신자에겐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목을 뒤틀어버린 능력이. 염력이었지요?
"반갑습니다, 레지스탕스 여러분."
공손히 인사를 한 그것은, 새빨간 눈동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카스트로 오메가. 안식의 임시 집행인이자 배신자를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응당 행했어야 하는 섭리였으니 너무 괘념치는 마세요."
당신들이 공격하려던 찰나-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릅니다. 검은 용..!! 그리고 앞을 돌아보는 순간..
"어라.. 벌써 일을 끝마친 걸까요. 우리 누나가 그럴 리가 없는데.."
역시 직무 유기겠죠.. 라며 저.. 저.. 원피스를 입고 누나라 발언하는 못된 녀석의 몸이 뒤틀리더니.. 마찬가지로 검은 용이 되어 당신들을 내려다 봅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나는 응당 해야 할 일을 끝마쳤으니. 그러니.. 안식에서 기다릴게요. 그때는 우리, 사형 당하도록 해요. 아, 화내면.. 기쁠 것 같아요. 그깟 것 죽었다고 화를 낸다니.. 미욱한 것의 발버둥은 늘 즐겁잖아요."
에르베르토의 아내. 수잔나 엥엘의 사망 정보는 킬보드에서 봤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 야랄을 하고 총 한 발에 죽었으면 호상이지. 호상. 아픈 것도 모르고 훅 갔을 거 아냐? 하. 그렇게 쉽게 죽이면 안 됐는데."
아깝다. 레레시아의 목소리가 무심하고 무신경하게 말을 내뱉었다. 지은 죄의 무게가 얼마인데 그걸 그렇게 쉽게 보내줘 버리냐고.
아무튼 이어지는 얘기로 추정해본 바. 가란 역시 그 무게를 내려놓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뭐 만나서 들으면 되나. 손에 머리를 부비는 제를 평온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레레시아가 돌연 미간을 구기며 혀를 찼다. 션의 말 때문이다.
"하여튼 이 인간이고 저 인간이고 지 X끼 못 굴려서 안달인 인간들만 사나."
애꿎은 션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제를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한 이 모순이란! 션이 고개를 들자 자매도 고개를 들어 날아가는 용을 보았다. 검은 용. 검은 비늘. 저것들이 그 애에게 붙어 혓바닥을 놀렸다 이거지. 결단코 그 입과 성대 만은 흔적도 남겨놓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 다짐은 이스마엘을 집행인으로 올릴 예정이란 말에 더욱 굳건해진다.
"그런 건 먼저 얘기해야지. 눈치 X나 없네. 확 그냥."
레레시아의 추임새를 따라 독액이 뱀마냥 빠르게 움직이며 션을 위협한다. 쯧! 다시 혀를 찬 레레시아가 무전을 열어 모두에게 전파한다.
"아아. 특수부대. 여기 친절하게도 안내와 조력을 해주실 분을 찾았다. 후딱 모여서 X 같은 안식인지 뭔지 깽판 치고 빼앗긴 거 되찾아오자고."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말들이 통신으로 모두에게 전해지던 중. 라라시아는 제를 한껏 감싸안으며 말했다.
"제제 군. 이제 와서 돌아가래도 안 갈 거지? 그럼 하나만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그리고 함께 갈 사람들을 믿어. 꼭 지키고 데리고 돌아갈게. 너도 이스마엘도 같은 에델바이스고. 음. 어쩌면 곧 가족이 될 지도 모르는 사이니까?"
기분 나쁜 허스키 보다 리더인 비숑은 정상인지라. 그의 태도에 조금은 의심을 풀어낸다. 사용자 그레인저는 당신의 본명인 건지. 당신을 물끄러미 건너다 보다, 드론이 띄우는 홀로그램 영상을 집중하여 본다. 제압되는 네 모습에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쥔다. 이 분노를 잊지 말아야 해. 그대로 돌려주어야 하니까. 영상이 끝나면 신디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두통이 어린 듯 제 관자놀이를 짚는다. 정보원이 그랬던 것은 이 때문이구나. 네가 아닌 다른 이가 부르는 제 별명은 왜 이렇게 어색하게 들려오는 건지. 신디는 이어지는 사과에 고개를 떨구며 바닥만 내려다보다 들며 비숑을 본다.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릅니다. 단지 신디가 합류 지점에서 상자를 열었을 때 보인 것은.. 투명한 약이 들어있는 주사기라는 점?
[잘 기억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열치열, 이냉치냉.]
조그마한 메모와 함께, 당신들은 석연찮은 무언가를 얻게 됩니다. 제는 레레시아와 라라시아 사이에서 물끄러미 약을 쳐다보다, 라라시아가 뺨을 쓸어주자 슬쩍 손에 뺨을 부빕니다. 아마 결심한 듯싶군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떨어지지도 않을 테고."
이 오만한 도마뱀에게 가족이라는 건 잘 모르지만요. 배우면 되는 일입니다.
일단 다들 들었겠지만, 안식의 상황도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스마엘이 사형 집행인이 되어버리면 정말 탈주범이 될 테고, 약물도 제지해야 하고, 할 일이 많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가 간부 모가지도 따려 들었는데 이런 일은 쉬운 편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할 수 있을 겁니다.
션은 여러분에게 머뭇거리다 고개를 숙이고는, 간단한 소개를 한 뒤에 길잡이를 하고자 합니다..
이동합니다. 드디어, 진실로 한 걸음 다가가는군요.
도착한 곳은 분수대를 기점으로 북쪽으로 성채같은 건물이 우뚝 서있습니다. 세븐스 사형장 '영원한 밤의 안식'. 통칭 안식은 한 사람의 역작이라 감히 칭할 수 있으며, 마치 궁전을 방불케 합니다! 현대의 양식을 따르지 않고 고전적 양식을 따르는 아치문. 입구부터 화려한 아치문을 기점으로 서쪽으로는 정원이, 동쪽으로는 별관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겪어본 장소 중 가장 격식있는 곳이라는 듯,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성 두어 명이 뒷짐을 지고 서있습니다. ……웅장하고 지조있는 분위기와 달리 이곳이 세븐스 사형장이라는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잠깐, 신원 확인이……." "필요 없네."
안으로 들어설 적, 보안 요원은 당신들을 쳐다보며 초대장을 보여달라 했으나 션이 앞으로 절뚝거리며 걸어오자 황급히 허리를 숙입니다. 션은 손을 뻗어 보안 요원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립니다. 그 모습에 제가 잠시 코를 실룩입니다.
"ㅇ, 오셨습니까!" "그래. 착하기도 하지, 잘 있었니?" "예!" "그렇다면 귀한 손님이다.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게 응당 주어진 예의임은 알겠지." "알고 있습니다!"
보안 요원은 고개를 훅 숙이며 문을 열어 젖힙니다. 열리는 문 너머로 공간이 펼쳐집니다. 화려했던 르네상스 시대를 기조로 하는 내부 공간의 천장은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바닥은 레드카펫이 깔려있습니다. 대리석으로 된 기둥, 목조로 된 장식.. 드높고도 웅장한 곳. 위 층에서 아래를 구경할 수 있는 난간, 그리고 로비의 중앙을 장식하는 미술 작품.
천사와도 같은 누군가는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을 뒤로 자신의 심장을 가슴에서 꺼내며, 세븐스로 추정되는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상향]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자 머리가 없는 남성이 고이 잠든 아이를 품에 안고 있습니다. [아빠와 나]
우측에 있는 그림은 잔잔한 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쥬데카는 그림에서 짙은 피 비린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로즈]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영원불멸한 존재처럼, 모든 것이 살아 숨쉬며 금방이라도 눈을 뜰 것만 같습니다.
"보스께서 과거.. 직접 설계한 작품입니다. 듣기로는 아트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셨다고 하더군요. 그 재능을 모두 이곳에 쓰는 것이 문제지만.. 아, 심장을 꺼내는 조각상은 다른 분의 설계였습니다만.. 케르스트너 씨 말입니다. 세븐스 분들에게 형 집행이 끝난 세븐스로 된 작품을 보여드리는 것에 유감을 표합니다."
소름끼치는 느낌의 출처는 이것이었군요. 모조리, 세븐스의 시체로 이루어진 작품이었습니다. 션은 그 작품 사이에서 뒤를 돕니다. 은은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미안함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왜?
"..어서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 응당 옳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은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 캐릭터들에게 선택지가 주어지며, 양자택일입니다.
> [2층, 플레이룸을 비롯한 작은 유흥 및 휴게시설] > [지하, 세븐스 사형도박, 통칭 '투기장' 및 경매장을 비롯한 연구시설]
제와 션을 동행시킬 수 있습니다. 각각 파견 할지, 같은 장소에 둘을 다 데려갈지, 아예 데려가지 않을지.. 모두 선택이 가능합니다. 레스주간의 협의를 걸쳐 데려가십시오!
《힌트》 • 모든 장소에 보스전이 존재합니다. • 지금껏 무전을 통해 공유 받았듯 현황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 션은 연구원입니다. • 두 곳으로 흩어지는 것 또한 추천하지만, 한곳으로 몰려가며 도장깨기를 해도 무방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캐의 멘탈이(feat. 이셔주의 그랜절) 갈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 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몰려다녀야 서사 쌓인다! 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흩어져도 무방합니다만.
흩어져 공략할 경우의 주의사항: 2층의 보스전은 실패 판정이 존재합니다. 공략에 실패할 경우 지하의 플레이어에게 광역적인 데미지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하의 보스전은 ¿¿¿가 존재합니다. ¿¿¿를 대처하지 못할 경우...?
한곳만 공략할 경우의 주의사항: 어느 쪽을 먼저 가든, 2층의 보스전과 지하의 보스전이 자동적으로 통합됩니다. 흩어지는 공략의 실패 판정 스토리를 이곳에 옮겨둔 경우의 수라 보시면 됩니다..
"잘 했어. 돌아가면 다같이 따뜻한 핫초코 마시자. 아. 그 애는 커피가 좋으려나?" "그리고 푹신-한 이불에서 반나절 정도 자고 싶다. 아니 잘 거야. 그런데 넷이 잘 만큼 큰 방이 있었나?"
떨어지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제를 사이에 두고 자매가 번갈아가며 말했다. 꼭 이스마엘과 함께 돌아올 것을 약속하듯. 자매의 손이 번갈아 제의 볼을 쓰다듬고. 이동을 시작할 적 라라시아는 다시 손을 잡아주었을 것이다.
그 뒤 모두가 모여 신디가 가져온 약을 확인한다. 그리고 라라시아가 약을 한 번 살펴보려고 했겠지. 가능하다면 한 방울 정도 손등에 떨어뜨려 레레시아에게 맛보기(...)를 시키려고 해보고.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하고 이후는 션의 안내를 따라 이동한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생전 처음 보는 외관과 규모를 가진 건물의 앞이었다.
"돈이 아주 썩어나나 보구만." "악취미야-"
그 건물에 대한 자매의 감상은 딱 그 한 마디씩이었다. 션이 입구의 보안요원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미간을 찡그리고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서 보인 내부와 조각상- 그것들을 보고 해탈한 듯 표정이 풀어진다.
심장을 꺼내는 천사 모조품. 아이를 안은 머리 없는 부친. 금방이라도 액자에서 튀어나와 바닥을 기어다날 것 같은 여인화.
"아주 X랄 X병을 하는 구나. 처먹지는 않았나 몰라?"
시체로 이 쇼들을 하는데 먹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겠냐고. 레레시아의 신랄한 말이 가감없이 튀어나온다. 라라시아는 평이한 시선으로 조각상과 그림을 감상하듯 보았다. 어찌 보면 감정 없이 무감각하게. 한 번 쭉 둘러보고 어깨를 으쓱이더니 본분을 위해 제의 어깨를 감싸며 가까이 다가선다.
"면상 참 뺀질하다. 당장 여기부터 무너뜨리면 안 되나?"
미안한 미소를 짓는 션을 보고 재차 신랄하게 지껄인 레레시아는 일단 여기서 어디로 갈지를 확인했다. 위와 아래. 아무래도 두 곳인 거 같은데. 라라시아에게 시선을 주자 라라시아의 눈이 아래를 향한다. 바닥. 그 아래 지하로 가자는 의미다.
"나는 지하로 가겠어. 위는 어쩐지 께름칙하단 말이지."
방향을 정한 레레시아는 부대원들을 향해 지하로 가겠다 말했다. 어디까지나 보고의 의미다. 라라시아는 제를 보고 말했다.
"제제 군. 지하 안내를 해줄 수 있겠어? 싫으면 션을 보내고."
이런 상황에서도 사근사근 의견을 묻는다니. 라라시아의 감각은 어딘가 맛이 간게 아닐까 싶다. 맞는 말이지만.
그건 이제 여러분들이 어디로 가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중앙 시설, 남서쪽 시설, 북쪽 시설, 서쪽 시설. 이런 식으로 선택지가 주어지고 사실상 비슷한 시간대에 파괴해야한다는 설정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찾아갔는데 막 녹스가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는 뭐 그런 느낌이에요. 어차피 다들 에이스 모드라서 보스들 스펙은 비슷비슷할테고요.
사살엔딩은... 이제 여러분들의 선택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하지만 어차피 총으로 쏴도 다크 루시아가 강제로 부활시켜서 퇴각시키기 때문에. (옆눈)
최종전 기준으로는 일단 플래나를 제외한 모든 보스급들의 세븐스를 가지고 오고 거기에 자신의 세븐스인 분열까지 동원해서 싸우는.. 어떻게 보면 정말로 어려운 전투였을 거예요. 접점 자체는 이제 한번 도시 일부를 날려버려서 비능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심을 극대화시키고 이제 세븐스가 주로 거주하고 있는 지구를 집중적으로 날려버려서 돌이킬 수 없는 틈을 만들려고 할 때 에델바이스가 나타나서 개입해서 막는 전개가 한 번 있었을테고 마지막엔 가디언즈를 무너뜨린 시점에서 U.P.G 건물 옥상에서 그 도시 일대를 무차별적으로 싹 날려버리려고 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종전때의 이야기에요. 이때는 그 전까지 에델바이스 내에서도 카피한 세븐스까지 다 사용한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슬럼 파트에 대해》 • 원래는 부랑자 파트에서 2명 이상 하울링을 하면 바로 비숑이 있는 헬 하운드의 아지트로 갈 수 있었다. • 아지트에서 비숑이 지금까지 슬럼에 포진된 모든 정보를 주는 전개로 갈 예정이었으나.. 내가 다 뜯어 고쳤다.. • 쥬데카의 인카운터 다이스와 레레시아의 인카운터 다이스는 1-2 범위가 동일했다. 알파/오메가+@로 션. 그런데 딱 1 3 떠서 ㅎ • 쥬데카가 만일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알파가 나타난 션을 습격하는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 비숑에게 풀리지 않은 정보가 아직 더 있지만, 이번 돌입 파트에서 npc의 대사로 풀릴 예정. 참고로 비숑은 비능력자. • 알파와 오메가는 비숑의 약혼자로 만들어진 인공 세븐스로, 비숑의 약혼자는 가디언즈로, 세븐스는 모르페우스. 누군가의 모습과 능력을 흉내낼 수 있는 능력자였다. • 에르베르토의 잔인함은 슬럼에서 아직 일부만 풀린 느낌이다.. • 만약 하나라도 대실패가 떴거나 에반데를 전부 소모했다면 여기서 섬멸전이 하나 벌어질 예정이었다. • 허스키는 세븐스. 몇살? 응애 나 애기 허스키 32쨜
노트북 뻑간거 배터리 문젠가 싶어서 꽂는 순간 뿅! 부팅되는데 블루스크린 한번 뜨고 다시 재부팅 되는 걸 보니 뭐 충돌 났었나.. 싶기도 하고 아님 배터리 문젠가 싶기도 하고.. 모르겠네.🤔 이런 분야는 정말 젬병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서비스센터 내일 다녀와야지 응..
요약하자면 나 랩탑진행 가능?은 하단 소리임... 애가 좀 버벅대는게 쪼끔 불안하지만...🥲
음. 그리고 이벤트가 시작되면 아마 따로 인사를 못할 가능성이 클 것 같아서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현 인원이나 돌아가는 분위기가 스토리를 더 하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중지를 선언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오시는 분들에게는 정말로 죄송하다는 생각만 들고... 다들 부디 재밌게 상판 생활 하길 바라며.. 캐릭터는 재활용 하실 분들은 하셔도 괜찮아요!
나야말로 비루한 이벤으로 마무리해서 미안한걸...<:3 캡틴은 지금까지 충분히 고생해줬으니 고맙다구.. 다들 정말 고맙구 좋아했어..🥺 많이많이 좋아했다구 내 인생어장 중에 하나였으니까 응.. 끝나고도 다들 행복힌 상판라이프 했음 좋겠구.... 어디선가 익명으로 만날 수 있음 좋겠구.. 마지막으로 현생 힘내구...
아. 이거 알려주는 것을 잊었네요. 진엔딩 기준. 정말로 마지막에서 로벨리아가 재건 U.P.G의 총장이 되고.. 에델바이스 멤버 중에서 원하는 이가 있으면 아마 U.P.G에서 일하게 해줬을 거예요. 진짜로 세계 평화를 위하는 조직으로! 아스텔은 아마 거기까지 참여는 안할 것 같고 에스티아는 기술부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발명하면서 지냈을 것 같네요.
세븐스 사형장 '영원한 밤의 안식'. 과연 설계자가 [안식]당해도 안식이라 할 수 있을 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이제 곧 풀리겠지. 웅장하고 지조있는 분위기에 눈을 빼앗기지만 이곳의 본질은 결국 학살의 공간일 뿐이다. 당장이라도 이곳을 뒤엎어버리고 싶었던 선우는 보안 요원이 초대장을 요구하자 초대장을 주려고 했으나 션이라는 연구원이 나와 모든 것을 해결했다.
아름다운 건물이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장소임에는 부정할 순 없지만 이곳의 본질은 안 이상 당장이라도 파괴하고 싶었다. 대리석 기둥과 목조 장식, 그리고 로비의 중앙을 장식하는 미술 작품.
"이것들 가지고 가도 될까요?"
이 사람들은 이미 죽은 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체가 이렇게 능욕 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좋은 곳에다가 묻어줄 순 없어도 불에라도 태워줘야할 것만 같았다.
"이곳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은 당신네 보스로 만든 작품일 것 같네요."
아트스쿨을 알고 있는 사람이자 미술과는 담을 쌓은 것으로 유명한 그가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다면 진정으로 재료와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선우는 2층으로 가서 이곳을 즐기는 정신병자들을 당장이라도 쓸어버리고 싶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투기장과 경매장, 연구시설에 있는 이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모두 썰을 풀자니 그럼 저도 풀어볼까요? 아마데 개인 이벤트는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전에 픽크루로 올렸던(https://picrew.me/image_maker/227881) 이 아가씨, 그냥 떡밥만 던졌는데 누군지는 말은 안했죠. 이 아가씨의 이름은 레티시아 엘레나 아나야 세스페데스. 이름이 엄청 길죠? 아무튼 레티시아는 비능력자로, 원래대로라면 에델바이스와 엮일 일이 없었지만 한 가지 사건으로 엮이게 됩니다. 그녀는 세븐스 남성과 금단의 사랑을 나눠 세븐스 딸을 낳은겁니다. 엥? 근데 왜 에델바이스가 나서요? 그것이... 이 아가씨의 정체가 아마데의 고향에선 굴지의 재벌인 세스페데스 그룹의 외동딸이자 후계자이기 때문입니다.
애아버지는 대충 세스페데스 그룹의 재산을 노리고 불순한 마음으로 레티시아를 납치해 도주한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고, 레티시아의 세븐스 딸은 가문에 의해 폐기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레티시아는 딸이라도 지키기 위해 이전에 접점이 있었던 인권 변호사에게 연락합니다. 그리고 이 인권 변호사가 아마데의 언니 프란시스카였죠.
프란시스카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아기를 세븐스 레지스탕스에 의탁시키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나 쉽지... 비능력자가 어떻게 세븐스 레지스탕스를 찾느냔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저찌 아마데와 연락이 닿았고, 아마데는 폐기 직전인 세븐스 아기에게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로벨리아에게 에델바이스에서 레티시아의 딸을 보호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저찌 가디언즈하고도 엮이고 별 염병을 다 하다 에델바이스에서 아기를 보호하던, 아니면 다른 레지스탕스에 의탁시키고 주기적으로 아마데가 방문하던 어찌됐든 아기의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레티시아에겐 새 시대가 찾아와 모두가 평등해질때 아기와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고 굳게 약속하고요.
사실 허가가 날지는 둘째치고 세세한 전개는 아직 생각을 안해놨기에 이런 설명밖에 못드리겠네요... 아마데가 아기의 이름을 '모든 생명은 고귀하니 너 또한 고귀하다' 란 뜻으로 '알리시아' 라고 짓는 장면도 있긴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래라면 본스레에 남길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웹박수가 닫혀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네요. 별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남기는건 아니고. 정주행을 계속 했으면서 결국 복귀도 못한 겁쟁이의 말이니 대충 넘겨주세요.
오늘 이셔주의 마지막 이벤트를 끝으로 마지막이라고 들어서, 원래라면 이렇게 본스레에 글을 남기는것조차 민폐겠지만. 캡틴을 포함해 스레를 계속 유지해준 모든분들 정말 수고하셨다고 말하고 싶어서 짧게나마 남기고 갑니다. 누가 뭐래도 이벤트 정주행하면서 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걸까~ 하고 기대하던 사람이. 분명 저 말고도 있을테니까요. (꾸벅꾸벅)
《전제사항 정리》 1. 현재 레지스탕스 조직 및 슬럼 내부에 의문의 약이 나돌기 시작했다. 약물의 이름은 꿈이며, 약효는 2차 수색에서 정리할 예정. 2. 이스마엘이 해당 약물의 유통 경로를 조사하기 위한 슬럼 파견에서 제와 정보원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살해한 뒤 탈주했다는 사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3. 정보원은 이스마엘의 짓이라며 자살, 깨어난 제는 이스마엘이 아니라는 증언. 서로 엇갈렸으나 진위여부가 확실했다. 둘 다 진실로 판명난 것. 4. 로벨리아는 당신에게 수색과 처벌을 역임했다.
《1차 수색 정보 정리》 1. 이스마엘이 지금껏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 2. 킬보드와 편지로 보아 현재 이상향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인 듯싶고, 오히려 새로운 이상향에 들여서는 안될 것을 스스로 처리하려 하고 있었다. 3. 과거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스마엘은 오래 전부터 이 이상향을 꿈꿔온 것 같다. 4.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탈주의 이유가 아니라 제 3자의 습격이었다. 이스마엘은 지금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다.
《1차 수색 특이사항》 1. 노트북에서 맨 처음 확인한 영상에서 마주한 '지나가던 슬럼의 늙은이'의 의상이 이스마엘의 옷장에 있는 것과 동일하며, 이 남성의 이름은 '가란'이다. 2. 가란은 헬무트와 어떠한 관계가 있었고, 현재 이상향을 긍정하고 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그런데 이 사람은.. 3. 가란과의 대화로 보아 이스마엘의 아버지를 참칭하는 자는 '에르베르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된다. 4. 누군가 이스마엘의 곁에 있다. 그것도 둘이나! 제 3자일 가능성이 있을까? 5. 현재 이스마엘이 제정신일 확률은 낮아 보인다.
《2차 수색 정보 정리》 1. 약물의 유통은 안식의 공동 오너이자 연구소장 '에르베르토 엥엘'이 '세븐스'로 만든 약물의 약효를 보기 위해 일부러 사람을 써 퍼뜨린 것이다. 2. 제 3자의 습격은 예정된 것이 아닌 우연의 결과였다. 본디 슬럼 내부 레지스탕스 단체, '헬 하운드'를 습격할 예정이었으나, 마침 그 순간 에델바이스도 조사에 착수했던 결과. 3. 안식은 세븐스를 누군가의 쾌락을 위해 극한으로 짜내 써먹는 미친 곳이고, 그곳을 경영하는 플랜과 재정을 담당하는 오너는 가란이며 에르베르토는 공동 오너로 세븐스를 짜먹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4. 제 3자가 세븐스를 재료로 한 생체 안드로이드로 밝혀졌다. 개체는 둘. 각각 상대의 능력을 카피하고, 모습을 흉내낼 수 있다. 5. 이스마엘이 안식에 있다.
《2차 수색 특이사항》 1. 안식의 비서 '티엔 션'을 만났다. 션은 연구원이자 제를 탈출시킨 장본인으로, 현재 안식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말했다. 현재 가란이 배신의 조짐을 보인다고. 2. 에르베르토의 목표는 '세븐스의 병기'화이자 '약물'을 통한 도핑으로 추정된다. 3. 현재 유통되는 Sogno의 부작용이 보통 수준이 아닌데, 이 부작용을 대체 어떻게 제거한 것일까? 4. Sogno의 효과는 부정적인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비롯해 카시노프의 좀비 병사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의사소통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고통과 감정을 배제한 것을 제외하면 평상시의 사람과 다를 바가 없고, 아주 오래전의 기억까지 생생하게 떠올리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꿈의 약물.
세븐스 사형장을 목도한 아마데우스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동시에 무언가 압도 당한 듯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세븐스 사형장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본능적인 거부감. 그러나 사형장이라기엔 너무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오는 위화감. 아마데우스는 이 곳을 마치 천국에 지어진 궁전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곳은 분명 지옥이었다.
초대장이라는 말을 듣자 기가 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형장에 무슨 초대장? 그러나 션이 걸어오자 급하게 저자세로 그를 모시는 모습을 보고는 형용치 못할 감정이 들었다. 내부에 들어서니 이 곳은 더더욱 사형장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풍경을 띄고 있었다. 나름 부유한 집 출신으로, 저택에서 몇년 살아본 아마데우스조차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고급스러움이었다.
미술작품의 정체를 알게 된 아마데우스는 침통한 얼굴로 성호를 그었다. 죽어서도 안식을 취하지 못한 인간들을 위한 기도였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체까지 능욕당할만큼 큰 죄였다면 얼마나 큰 죄였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션은 아마데우스가 성호를 긋는 모습을 보며 다시금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부탁한다는 듯 허리까지 굽혔습니다. 이내 지하로 가기 위해 안내를 시작했습니다. 웅장한 복도란,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롱아롱한 조명 사이에서 우아한 레드 카펫을 밟고, 죽은 세븐스와 전리품으로 만든 예술 작품을 지나면 여러 방이 보입니다. 저기는 사형수를 수용해두는 곳으로 추정되고, 저기는 가디언즈 배신자를 매달아둔 곳이고, 저기는..
어디선가 향긋한 커피 냄새가 납니다. 플레이룸과도 같은 겉문과 달리 불이 켜졌는지 빛이 희미하게 새는 곳.
《2층》 아무리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한들 인생이 얼마나 끔찍했던가요, 아마데우스……. 아무래도, 화려함과 끔찍함은 비례하는 듯싶습니다. 션이 출발하기 직전, 잠시 입을 다물며 시선을 굴리자 제가 한숨을 푹 쉽니다.
"2층에는 차마 못볼 것이 많노라."
그러니까.. 악깡버 하라 그 말이군요. 2층을 선택한 당신.. 과연 괜찮은 선택일까요?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저기 지하로 가는 사람들에게 가취가욥! 을 시전하기엔.
심상치가 않은 느낌이 들었지 않습니까. 아무렴요. 플레이룸이 늘어선 곳. 아무래도 길잡이 하나 없다지만 딱히 길잡이가 필요하진 않아 보입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 은은한 등색 조명, 마찬가지로 레드 카펫을 밟고, 한측에 정렬된 죽은 세븐스와 전리품으로 만든 예술 작품을 지나면 여러 방이 보입니다. 불이 모두 꺼져있지요. 그리고 가장 끝은 황제, 즉 제가 기거했을 것이 분명한 가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을 텝니다.
아, 불이 모두 꺼져있다 했나요. 제가 실언을 했군요. 문이 어찌나 굳게 닫혔는지, 불이 켜진 것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아마데우스는 피를 다룰 수 있지요, 그렇지요? 피 냄새, 잘 맡나요? 마침 쥬데카는 짙은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곳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당신도 맡았을까요?
우아한 레드카펫을 밟고 있음에도 아마데우스는 이 레드카펫의 붉은색이 마치 처형된 세븐스의 피로 얼룩진 것처럼 보여 역겨운 감정이 들었다. 세븐스와 그들의 전리품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을 흘깃 쳐다보던 아마데우스는 생각했다. 그럼 여기에도 에스메랄다의 시체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있을까. 좋은 감정이 없는 과거의 인물임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내내 아마데우스는 불쾌하고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동족의 비명, 한탄, 탄식... 그것들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만 같아 결국 귀를 틀어막아야 했다. 자신도 자칫 잘못했다간 이곳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치 천둥번개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천둥소리를 들은듯 떨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커피 냄새. 이 역겨운 공간에서 유일하게 향긋하면서도 어울리지 않아 위화감이 드는 냄새. 이는 어디서 나는 냄새? 아마데우스는 불빛이 희미하게 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언제든 피로 칼을 만들 준비를 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약의 맛을 보았을 적. 레레시아는 일순간 자신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감각을 느꼈다. 세븐스를 온전히 다루지 못 하던 시절. 숱하게 독을 삼키던 그 때와 비슷할까. 션도 맛을 보고 순도가 높다느니 하길래 미간을 구긴다. 역한 짜증이 숨기기도 어렵게 올라온다. 그래도 어떻게든 씹어삼켜야지. 터뜨릴 곳은 따로 있으니.
지하로 가는 인원은 레레시아와 선우였다. 라라시아도 제와 동행하고. 션은 어쩔까 싶었는데 제의 말 한 마디에 순순히 안내역이 되었다. 그 뒤를 따라 지하로 향하며 레레시아는 한 손에 독액을 한 줌 뭉쳐두었다. 언제 어떻게든 반응할 수 있게. 라라시아는 걸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에게 바짝 붙어 걸었다. 그렇게 내려간 지하는 생각보다 넓고. 웅장하고. 위의 것들은 약과로 보이는 것들도 많고...
"토할 거 같아." "안 돼. 참아."
레레시아가 역함을 표하자 라라시아가 재빨리 막는다. 빈 속에 구토를 하면 뭐가 나올지는 뻔하다. 그래도 참기 힘든지 레레시아는 손으로 입을 막고 지하를 살폈다. 여러 공간 중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발견하자 잠시 멈춰서 제를 본다. 질문은 라라시아가 했다.
레드카펫을 밟고 있음에도 아마데우스는 이 레드카펫의 붉은색이 마치 처형된 세븐스의 피로 얼룩진 것처럼 보여 역겨운 감정이 들었다. 세븐스와 그들의 전리품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을 흘깃 쳐다보던 아마데우스는 생각했다. 그럼 여기에도 에스메랄다의 시체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있을까. 좋은 감정이 없는 과거의 인물임에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도를 지나가는 내내 아마데우스는 불쾌하고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동족의 비명, 한탄, 탄식... 그것들이 생생히 느껴지는 것만 같아 결국 귀를 틀어막아야 했다. 자신도 자칫 잘못했다간 저들처럼 장식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치 천둥번개를 두려워하는 아이가 천둥소리를 들은듯 떨었다.
불이 모두 꺼져있었지만, 아니 꺼져있는 줄로만 알았다. 아마데우스는 굳게 닫힌 문에서 느껴지는 짙은 피비린내에 눈쌀을 찌푸렸다. 이 짙은 피비린내. 아마데우스는 피라면 익숙했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두려움이 좀 더 앞서는 듯 했다. 아마데우스는 이 문의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갈지, 기다려봐야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들어가야만 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천천히 문을 열었다.
>>577 라라시아의 질문에 제는 저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굴리다가도, 끼잉, 소리를 냅니다. 꼭 개가 두려움에 떨어 낑낑대는 소리 같지만, 그 소리가 작다 못해 거진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 션은 그런 모습을 보다 생각할 것이 많았는지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소장님의 개인 연구실입니다."
이스마엘은 없군요.
저기에 그 에르베르토가 있다는 거니... 진입해버려요? 마침 레레시아가 상황을 살피던 찰나...
지하로 향하는 일행의 배웅을 받으며 올라선 2층 복도는 추악한 취미의 온상이라는 게 어울리는 듯 침침했다. 은은하게 비추는 불빛은 분위기를 만들기보다는 시야를 침침히게 만들었고, 굳게 닫힌 문들은 그만큼 짙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말없이 복도를 나아가니 강하게 코를 찌르는 피냄새에 시선을 돌려 보면, 다른 문들과 다를 바 없는 문짝이 있었다.
2층에는 못 볼 것이 많다고 경고하였으나, 지금까지 그런 것들을 많이 보아왔으니 그 역시도 결국에는 익숙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2층에 올라서면 깔린 레드 카펫 위를 걸으며 정렬된 예술 작품들을 낯을 찡그린 얼굴로 본다.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지. 이대로 싹 엎어버릴까 생각하던 때, 한 문 앞에서 멈춰 선 동료들을 따라 걸음을 멈춘다. 들어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쥐어 들고서 뒤를 따른다.
《2층》 화려하게 장식된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누군가 처절하게 기어 옵니다. 노골적이게도, 긴 녹색 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남성입니다. 고통으로 흘려낸 식은땀에 젖어 헝클어져있고, 발목은.. 믿기 어려운 각도로 뒤틀려 있습니다. 문을 박박 긁어댔는지 손톱은 부러져 있습니다. 말도 하지 못하고 윽윽대며 살려달라는 듯 후들후들 떠는 모습과 함께 안색이 창백합니다. 곧 죽어갈 사람처럼, 혹은 죽기 직전의 단말마였던 것처럼.
"제, 발.. 도, 망.."
그리고 눈을 뒤집어 까더니 바르르 떱니다. 목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신음을 뒤로, 입가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강제로 끌어올려집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고개를 부여잡더니 이내..
"싫-"
뚝.
소름 끼치는 뼈 소리가 울립니다. 스스로의 목을 꺾어버린 남성은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집니다. 의료용 안드로이드가 몸체를 굴려 다가오더니 날짜와 함께 오늘의 날짜, 시간, 경추 골절로 인한 사망이라는 짤막한 사인을 읊고 어디론가 시체를 끌고 가려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이랑 말 섞지 말랬잖아.. 당신은 그걸 또 잊어버린 거야..?"
낭랑하되 사랑스러운 목소리. 누군가에게는 익숙하디 익숙한, 남부 공용어 특유의 또랑또랑한 발음. 시선을 옮겨보면 얌전히 소파에 늘어져 천장만 바라보는 누군가 보입니다. 납작한 배 위로는 무언가가 올려져 있고, 머리카락 주위로는 정해진 대답을 출력할 것이 자명한 시종 안드로이드와 더불어 무기질적인 손에 든 빗이 있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게 합니다. 아마 머리를 빗고 '투기장'에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던 모양이군요. 의문의 인물이 자리에서 일어날 적, 시종 안드로이드는 두어 걸음 물러납니다. 쥬데카는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 느꼈을 겁니다. 만약 도망치지 않는다면, 믿기 어려운 현실이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선득함이 등골을 타고 올랐으니.
"그런데.. 누구신가요,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랍니다."
굴곡진 몸을 타고 길게 자라 넘실대는 새하얀 머리, 귀한 원단으로 되어 옆이 트인 이브닝드레스, 머리에 있는 장신구와 귀걸이를 위해 뚫린 귀, 그리고 품에 강아지처럼 안긴.. 세븐스의 머리. 눈 감고 표정이 일그러진 머리는 강제로 뜯어낸 듯 머리카락이 잘리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습니다. 아마 그 '용 쌍둥이'가 준 것이겠지요. 누군가의 죽음을 유흥 삼듯 바라보는 안식의 일원이 되었다는 듯,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머리의 코를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며 작게 웃습니다.
"누구일까요, 혹시 새로운 장난감이 들어왔을까요. 그렇죠. 농담이에요, 표정 풀어요.. 이리도 사람이 많다면 손님이겠지요.. 길을 잘못 든 손님."
얼굴은 여타 꿈에 중독된 사람처럼 몽롱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으며, 눈동자는 혼탁합니다. 지금 당장 이전의 생기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어찌 여인의 생기를 찾기 어렵느냐 하였냐면.
"안녕, 사랑스러운.. 손님. 연회장은 이곳이 아니랍니다. 길을 안내해 줄까요?"
저 여인이, 이스마엘이기 때문입니다. 휘청거리듯 두어 걸음 당신들에게 다가오더니, 적당한 거리에서 멈춰 기다란 손가락으로 한 뺨을 감싸며 달뜬 숨을 뱉듯 작게 웃습니다.
"세상에나!"
위태롭게 휘어진 눈, 농염한 목소리를 뒤로 무언가 질질 기어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시체를 끌어대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집중해야 할 것은 그쪽이 아니지요. 이스마엘에게선 과거, 활기차고 당당하던- 에델바이스에서 보여주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지하》 세상은 끔찍합니다. 선우가 진입하는 순간 본 것은 어찌나 끔찍할지. 방 안은 연령대별 인체 표본이 줄지어있고, 세븐스 하나가 눈을 반쯤 뒤집어 깐 채로 수술대로 추정되는 납작한 판위에 누워있습니다. 아마 어제 '사형'된 시체겠지요. 대체 누가 자신의 개인적인 방에 저런 걸 가져다 두냐마는.. 그 끔찍한 곳에서, 향긋한 커피 향기가 코를 타고 흐릅니다.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의자에 앉은 건... 젊은 남성? 대략 30대 초반일까요? 외관은 나름 젊은 것 같은데, 눈동자에는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담았다는 점이 꺼림칙합니다.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놀라울만치 아름답다는 겁니다. 취향을 막론하고 보호본능을 불러올 것 같이 여리고, 사랑스럽게 생겼습니다. 새하얀 눈밭을 연상케 하는 흰색의 머리, 깊고 길게 팬 쌍꺼풀 위 가지런히 놓인 눈썹, 소름 끼치도록 붉은 눈동자, 도톰한 입술과 처연한 미소.. 한 떨기 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동시에 송곳니 채 나지 못한 어린 맹수 같으니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을 때의 이스마엘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그 사람은 태평하게 커피를 한 모금 넘기더니 잔을 세븐스 시체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둡니다. 마치 책상처럼 쓰듯.
"안녕, 사랑스러운... 세븐스 여러분. 반가워요. 여기까지 온 걸 보니까 헬 하운드가 시킨 일을 잘 해주었나 봐요. 그렇지요?"
이게 무슨 소리람? 남성이 눈웃음을 짓습니다.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에르베르토라 해요. 에르베르토 엥엘이요."
저 사람이. 이 사달을 벌인, 천사의 탈을 쓴 악마로군요.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까요? 20년 전 잃어버렸던 소중한 딸인 헤베의 친부이자, 안식의 공동 운영자이고, 헬 하운드에게 여러분에게 약을 전달해달라.. 의뢰를 맡긴 장본인이라 하면 될까요? 그리고 여러분은.. 그래, 우리 헤베의 친구군요? 에델바이스..였나? 생중계로 잘 보았답니다. 정말 멋지던걸요, 불경죄로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때, 많이 감동했답니다. 거기다- 모두-"
에르베르토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한 뺨을 감싸며 마치 달뜬 숨을 뱉듯 작게 웃습니다. 위태롭게 휘어진 눈과 농염한 듯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목 너머로 내고 있었지요. 이스마엘이 2층에서 행동할 때, 똑같이!
"사랑스럽기도 해라. 우리 폐하도 돌아왔네."
그리고 흘끔, 제를 보자 제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가늘게 몸을 떨기 시작합니다. 라라시아의 품에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조금 더 밀착하는 걸 보니, 두려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나 봅니다. 그리고 에르베르토는 나긋하게 핀잔을 주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션, 춘절이 다가와도 휴가를 반납하고 일해주는 게 고마워서 설렁설렁해도 된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손님들 사이에서 맡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건 곤란해요. 가뜩이나 보스도 춘절이라고 홀랑 가버렸는.. 으응?"
에르베르토는 안경을 고쳐 쓰더니 션의 눈을 정확하게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붉은 눈을 샐쭉 휘어 웃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기어나오는 녹색머리 남성. 아마데우스는 처참한 몰골을 한 남성을 보자마자 이것이 대관절 무슨 일인지,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갑자기 훅 다가온 지옥같은 광경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그 남성을 보고도 놀란 표정을 짓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남성이 스스로 목을 꺾는 것을 본 아마데우스는 그에게 손을 뻗으려 했으나 안드로이드가 다가오자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분명 사랑스러운 목소리였으나 아마데우스는 이것이 곧 이질적으로 들려 경계하기 시작했다. 방에서 진동하는 피비린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곧 그 인물이 몸을 일으키자 아마데우스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본능적으로 탈출을 바라고 있었다. 여인은 분명 아름다웠으나, 마치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듯 사람의 머리통을 희롱하는 모습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잠깐, 당신... 설마..."
그제서야 아마데우스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챈듯 보였다. 완전히 전의가 꺾인듯 눈썹을 축 늘어뜨린 아마데우스는 금방 눈물을 흘릴듯이 몸을 떨었다.
문이 열리자 보인 것은 죽어가는 한 남성이었다. 녹색 머리와 검은 눈을 지닌 남성은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불가지한 힘에 의에 목이 꺾여 숨이 끊겼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불쾌한 감각, 당장이라도 이 장소에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제멋대로 다리를 움직이려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간신히 억누른 이성은 곧 기대하지 않은 모습을 마주하고 말았으니. 무의식적으로라도 충동을 무시한 이성을 윽박지르는 속과 달리 바깥은 마치 얼어붙은 듯 고요했다.
"...이셔?"
간신히 뱉은 작은 목소리는 짧은 애칭이 전부였다. 눈 앞에 있어서 너는 당신을 알아보고 멈칫하고 있었건만. 당신은 그런 기억 따위는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아주 잠시동안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던 너는 작게 심호흡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실례했습니다. 레이디."
아무래도 실례를 한 것 같네요. 충격을 받은 듯한 아마데우스의 모습을 은근히 가리려고 들면서... 코를 찌르는 피냄새에 이미 후각은 마비되다시피 했다. 너는 애써 표정을 유지하며 퍽 정중하게 당신의 말에 대답하듯 입을 연다.
하, 장난하는 거지, 이거? 익숙 하디 익숙한 그 목소리에. 괴로운 예감을 느끼며 신디는 작게 욕설을 뇌까린다. 제 익숙함과 거리가 먼 지금의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뜬 신디의 얼굴엔 금방 짜증이 어린다. 이게 다 뭐야. 우리를 기억을 못 하는 거야? 네가 아니라면 그냥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치고받으면 그만인데. 짓씹어버린 아랫입술에서 피가 흐른다. 짜증 나. 짜증 나. 짜증 나. 이게 다 뭐냐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해?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제자리에 굳은 채 널 바라보기만 한다.
끔찍하다. 방 안 곳곳에 연령대별 시체가 표본이 되어 있었다. 남녀노소, 심지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어린 아이가 벌거벗은 채 표본이 되어 있었다.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들고 의자에 앉은 건 대략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놀라울만치 아름답고 여리여리하며 사랑스럽게 생긴 이 백발과 적안, 처연한 미소와 새하얀 피부, 한 떨기 꽃 같으면서도 작은 맹수 같으니 언듯보면 입을 다물고 있을 때의 이스마엘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처음엔 그녀의 아버지인가 생각들기도 하지만 헬무트는 이미 재배맨이 되었으니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인간을 마치 가구처럼 이용하는 그의 행동에 분노가 느껴졌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엥엘' 이스마엘의 본명, 즉, 그녀의 친부일 가능성이 생겼다. 어쩐지 헬무트는 너무 안닮았다 생각했는 데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헤베?"
놈은 제를 보고 폐하라고 하지만 제는 두려움에 떨며 라라시아에게 밀착했다.
"용!"
선우는 두려움에 빠진 그를 다그쳤다.
"넌 강해, 두려워하지마. 이 녀석을 물어뜯어야지 않겠어?"
선우는 에르베르토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이 선우, 에델바이스의 일원이자, 세계 제일의 꽃미남, 세계 최고의 엔터테이먼트, 마지막으로.."
사실 이 스레를 일상스레로 만들지 않은 것이 가장 한탄이 터지네요. 스토리에 참여하는 인원 수 때문에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고 여러분들을 압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강제 참여하라고 강제로 붙잡아둘 수도 없는거고...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불타다가 즐겁게 이벤트 마치고 하나둘 사라져보도록 해요. 우리.
《지하》 레이먼드가 소총을 쏘고, 레레시아가 독액을 쏟고, 선우가 권총을 쐈을 때. 에르베르토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기가 무섭게 어떠한 힘에 의해 막히고 맙니다. 에르베르토는 당신의 모습에 놀란 듯 흠칫 떨었지요.
"세상에나! 방금 건 진짜 맞을 뻔했어요. 정말 저를 공격할 건가요? 무서워요.. 그러지 말아요, 네? 정말 무섭답니다.."
쾅! 보이지 않는 힘이 당신을 거세게 밀어냅니다! 그 사이에서, 에르베르토는 여린 성정을 가진 사람처럼, 그리고 겁에 질린 토끼처럼 파리한 안색으로 호들호들 떨었습니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웅크리듯 하며, 의자에 앉은 채 무릎을 끌어당겼지요.
"나는 당신들과 달리 한낱 연구원에 불과하단 말이에요... 전투에 대한 기술도, 마땅한 힘도 없지요.. 가진 것이라고는 이런 몸뚱이밖에 없답니다. 네에."
거짓말. 그리고 그 순간, 몸이 천천히 지직 거리듯 하더니 얼굴을 가리는 재머와 함께 기계음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흘렀습니다. 마치 이스마엘의 페이스 재머처럼.
"그렇지만- 나와 달리 내 아내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어요. 세븐스를 압살하기 위한 무기를 개발해 가디언즈에 제공하거나.. 이렇게 사용자의 정신이나 뇌파를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정도로. 혹시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요?"
이 프로그램을 조금만 비틀면요, 사람과 사람도 이어줄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
"그러니, 부디 나를 공격하지 말아요.. 내가 죽게 된다면 헤베의 정신도 온전치 못하게 된답니다? 으음- 그건 싫잖아요. 그렇죠?"
다시금 얼굴을 드러낸 에르베르토는 눈을 굴렸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향해 질문을 건넸지요.
"뭐, 본론은 이거예요. 사람과 사람의 유대는 깊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얕기 그지없어 손가락을 대어 보면 금세 파문이 일지요. 아무리 혁명을 같이 한다고 한들, 누군가는 금세 뜻을 달리해 갈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내 딸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건 어때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걸로 해줄게요. 세븐스가 왔다는 것도, 그 세븐스가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라는 것도.. 가디언즈와 그 간부들에게 얌전히 입다물어줄 테니까요. 내 딸이 여기서 귀하게 자라며 그간 받지 못했던 것을 받아오며 살아오는 것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행복하지 않을까요?"
뭐, 여러분이 그럴 사람은 아니라는 건 안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조금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오메가." "네에."
어느새, 당신들의 뒤에 누군가 서있습니다. 레이먼드와 선우는 알고 있지요.
"처리해요." "네에에."
《섬멸전 - 카스트로 오메가》가 시작되려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제'에게 보스전을 역임하며 에르베르토전을 치를 수 있습니다만, 결과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만일 역임하지 않을 경우, 지금부터 3턴간, 총합 200의 값을 충족하는 보스전을 치르게 됩니다. 다이스 범위는 1부터 50이며, 라스트 턴에서 최종값에서 +5의 값을 추가합니다.
아니. 사실 그런 것 치고는 여러분들. 못한 거 너무 많다고 아쉬워하는 것 같아서. (주륵)
그러니까 여러분들. 혹시나 여기서 꼭 커플이 아니어도 되니까 이 캐릭터와 좀 더 놀고 싶다. 좀 더 서사를 섞고 싶다. 하는 분 계시면 살살 콕콕 찔러도 되는 거예요. 서로 동의하면 그땐 좀 더 이야기를 이어가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당연하지만 캐릭터 재활용 마음대로 하시고.. 시트는 제가 내일 시간을 내서 전부 하이드 처리를 하도록 할게요.
《2층》 누군가는 전의를 상실하고, 누군가는 충격을 받았지만 침착하려 애쓰고, 누군가는 괴로워합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요? 아마데우스가 몸을 떨자 이스마엘은 한 걸음 더 다가옵니다.
"삶은 눈물이었고, 한탄이었노라. 참 가여운 말이지요..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나요. 이 방에 찾아온 이유도 한탄에서 도망치려다 들어온 것일까요?"
괜찮아요. 여기에서 조금 쉬다 가시겠어요? 상냥하게도 그런 말을 속삭이던 이스마엘은 애칭이 들렸지만 고개를 천천히 꺾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눈이 혼탁합니다. 아무래도 약에 절여진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당신은 머리를 굴립니다.
물에 잠기던 소리. sogno 더 투여해요, 라고 말하던 에르베르토의 목소리.. 설마요.
"괜찮아요."
느릿하게 답하던 이스마엘이 눈웃음을 짓습니다. "설탕 발린 말엔 약한데.." 그 눈웃음은 가짜 이스마엘이 지었던 것과 똑같이 평온했지요. 불현듯 쥬데카는 가짜 이스마엘이 했던 얘기를 떠올립니다. 진짜 아가씨를 마주쳐도 못 믿고 공격하는 거 아니야?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네에, 안내해드릴게요. 그 전에……."
신디를 향해 이스마엘이 천천히 걸어가더니, 손을 뻗습니다. 뺨 위에 손을 얹으려 하더니 안타까운 눈으로 신디를 쳐다봅니다.
"깨물지 마요. 입술은 상처가 쉬이 나는 곳이랍니다. 우리, 치료를 하고 갈까요?"
이대로라면 모든 상황이 흐지부지 될 겁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범위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합산 120 이상일 경우 대성공 80 이상일 경우 성공 설마 아니겠지만... 50 이하면 대실패입니다...
에르베르토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레레시아는 바닥을 향해 다시 독액을 토했다. 역하고 역겹다. 어머니는 그래도 저것보단 나았다. 그래. 저것보단 나았어. 어머니는 스스로의 죄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지. 끝까지 성격은 그대로였지만. 저렇게 역겹게 굴지는 않았어. 적어도 저것처럼 굴지는 않았다고.
"네 몸의 관절 갯수가 몇 개인지 직접 깨닫게 해줄 테니. 기다려."
레레시아는 독액의 검을 들고 돌아섰다. 오메가라고 했나. 골목에서 들었던 내용과 하늘을 날아가던 검은 용을 떠올린다. 역시나 가증스러운 것이다. 필히 혀를 뽑고 입과 성대 만큼은 짓물러 버리리라 다짐했던 것이 지금 눈 앞에 나타났다.
"너는 비늘이 몇 개인지 한 번 세어볼까? 멀쩡한게 남는다면 말이지!"
레레시아는 고함을 치며 검으로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시커먼 독액이 왈칵 차오르고 십수개의 촉수를 만들더니 오메가를 붙잡아 녹이기 위해 달려든다. 변신하기 전에 휘감아 전부 녹여버리기 위해.
.dice 1 50. = 25
"우리는 조금 물러나 있을까."
라라시아는 제를 데리고 한 걸음 물러나려고 한다. 전투에는 참여시키지 않겠다는 듯이. 대신-
"이 참에 할 말 하는 건 어때. 제제 군? 하고 싶은 말 많지 않아? 내가 등 뒤에 있을 테니 걱정 말고 해. 속 시원하게."
김에 이야기하는 거지만 아스텔의 에이스 폼은 얼굴에 녹색 마스크가 씌워져서 코와 입을 살며시 가리고 눈가는 고글이 살며시 내려오고 날개가 좀 더 날카롭고 거대한 형태가 되고 부스터가 4개로 증가해서 정말 빠르게 날아다니는 그런 느낌의 폼이랍니다. 그리고 싶은데 그릴 수 없는 것이 한이다. 주르륵.
불행인지 다행인지 네 말을 알아듣지는 못한 모양이다. 듣지 못한 게 아니다. 알아듣지 못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너는 잠시 스쳐 지나갔던 기억을 되새긴다. 보이지 않게 입을 앙다물던 너는, 순순히 연회장으로 안내를 받는가 싶었으나 아마데와 신디의 상태를 살피는 듯한 모습을 눈에 담았다. 만약 약에 취해 있는 게 맞다면, 약을 빼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약에 절여진 인간이 정신을 차리려면 그 성분을 소모하고 또 소모해, 더 이상 그 성분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건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약이 섞인 피였을 때의 이야기다. 약이 곧 피고, 피가 곧 약인 상태라면 피를 흘려야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피를 흘리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마치 약에 취한 듯이, 그러나 그 몽롱함을 무사히 넘긴다면 점점 맑아지는 머리가 있을 텐데.
저 오메가라는 것에게 보검은 없지만. 호락호락 당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가공된 세븐스라면 필히 보검에 필적하는 무언가를 갖추게 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리 여기니 폭발과 독액과 총탄에도 버티는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되려 예상한 듯 더 많은 독액을 쏟아내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지.
"닥쳐. 짐승 X끼면 짐승 X끼답게 조용히 바닥이나 기라고!"
촤르르륵. 독액은 이번엔 단단한 사슬의 형태가 되어 오메가를 향해 뻗어나간다. 다수의 사슬들은 끝마다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려있고 그것들을 오메가의 몸에 박아 휘감고 조여들려고 한다.
.dice 1 50. = 28
복도로 옮겨진 전투를 한 차례 지켜본 라라시아는 제의 반응에 고개를 돌렸다. 제 한 번. 일어서는 에르베르토 한 번. 그렇게 번갈아 보고. 제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미안해. 제제 군. 나는 널 저 쪽으로 보낼 수 없어. 너도 같이 데려고 돌아갈 거니까. 그리고 믿어달라고 했잖니. 여기까지 함께 와 준 이들을. 믿고 여기 있어 줘. 부탁이야."
라라시아는 제를 붙잡으며 에르베르토를 향해 경계를 세웠다.
"힘도 없는 주제에 뭘 하려고? 얌전히 있어. 보채지 않아도 네 차례는 와. 워킹 데드 군."
싱긋. 라라시아도 웃었다. 곱디 고운 에르베르토의 미소와 달리 가시 잔뜩 세운 장미와도 같은 미소를.
《2층》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약에 절어버린 가여운 대원을 구출할 수 있을까요. 혹은 놓아주는 것이 방법일까요? 이대로 이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하는 겁니다. 채널 너머로 들려오는 에르베르토의 목소리 처럼, 차라리 이곳에 나은 것은 아닐까요. 아뇨, 한가지 방법이 있지요. 끔찍한 방법이.
"아."
쥬데카는 이스마엘의 손목을 붙잡으려 했고, 아마데는 이스마엘을 결박하듯 끌어안으려 했고, 신디는 고개를 숙이며 손을 피하려 들었지요.
"삶은 눈물이었고, 한탄이었노라."
이스마엘이 다시금 그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당신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슬이 순간적으로 쇄도하며 천장 위에서 정확하게, 머리가 있을 곳으로 내리찍히려 했기 때문에. 아마 성공적으로 피했다면, 이스마엘은 당신들을...
"참 가여운 말이지요. 네에, 나의 친부가 늘 하는 말씀이랍니다."
여전히 사랑스레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요. 손에 무언가를 쥔 채로.
"그 눈물과 한탄은 영광된 조국을 등진 당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요. 가여운 테러리스트, 체제를 전복하여 학살을 부를 자, 결국 사상의 손에 놀아나는 괴물.. 나의 악몽. 그래요, 당신들은 악몽이군요."
네. 이제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겠지요.
"샤덴프로이데, 일할 시간이에요."
이스마엘의 보검이 긴 창으로 변하고, 무장은 달리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손목에 절그럭대는 장신구가 아닐까요.
"사람들은.. 왜 이리 어리석게 굴까요..? 주어진 대로 살았더라면 보다 오래 살았을 텐데, 제 명에 살지 못하고.. 순간의 이기심으로 비롯해 전부 잃어버릴 건데.. 모두, 한줌의 재가 되어서.. 머리가 꿰뚫리고, 그렇게.. 지나갈 일이노라, 고작 정신적 고통에 불과하노라, 꿈을 위한 희생이노라 지껄이면서.. 다 내가 유약했기 때문이라면서, 불나방처럼 또 위험과 이루어지지 않을 이상향에 뛰쳐들길 바라죠. 그게 다른 사람들이 보는 정상적인 나라고 소리를 지르지요."
창을 쥐는 와중에도 연약한 여인처럼 휘청거리더니만,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합니다. 발 주변으로 뱀처럼 긴, 여러 개의 사슬이 스르륵 기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난 누굴 구해야 하죠? 난 뭘 잃어버렸지? 어차피 다 잃어버릴 건데, 아무것도 구하지 못하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뭘 하겠어..?"
우뚝 멈춥니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립니다. 히죽거리며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립니다. 마치 한순간 해탈해버린 것처럼. 섬뜩한 안드로이드와 같이.
"나는 지금껏 그런.. 악몽을 꾸었어요. 그리고 깨어난 이 순간.. 악몽을 다시금 마주한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 뿐이지요... 내 어머니도, 양부도 잃었지만 끝내 친부요 조국마저 잃을 수는 없지요. 이젠 여기에서 지킬 수 있어요, 악몽에게 잃게 둘 수 없어요.. 나의.. 나의 삶, 나의 숨..."
사슬이 쇄도합니다. 잡히면 끔찍하게 목 꺾여 죽었던 세븐스의 꼴을 피치 못하겠지요. 피하십시오, 그리고 선택하십시오! 먼저 제압하는 쪽이.
뭐 그 별거랄까 마지막이고 하니 레시랑 라라에 대한 고찰을 좀 해봤거든? 근데 내가 라라를 거의 부캐급으로 설정도 넣고 일상에도 등장시키고 썰에도 풀고 했더니 음 좀 그런게 생겨가지고.... 네 어 음 라라의 관캐가 레이였습니다 예 맨날 의무실 오라고 난리치던 것도 일종의 호감 표시 뭐 그런 거였다~
>>707 레이주가 거절은 안하겠다고 말한다고 하셨으니 아마데주와 협의를 보도록 하시죠! 하지만 저는 진지하게 꼭 해야한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아마데주가 그렇다고 하니 레이주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면 일댈로 두 캐릭터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할 수도 있는거고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걍 여기서 마음을 알았다로 처리하면 되는거고.
"내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당신같은 악몽이 기어와 나의 조국을 망가뜨리지만 않는다면.."
철퇴를 휘두를 적, 이스마엘이 창을 놓칠 뻔하지만 염력은 금세 다시금 손에 붙게 도와주는 보조 역할을 했지요. 그리고 아마데를 향해 사슬 두 개가 날아듭니다. 휘감기려 하는 것에 붙잡히면, 풀기 전까진 제대로 공격할 수 없겠지요. 판정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범위는 1부터 2입니다!
"역겨웠잖아요? 끔찍했겠죠.. 전부 그런 눈으로 쳐다봤을 거 아닌가요, 고작 거짓된 인연 하나에 동료를 팔아넘기려던, 그렇다고 해서 털어놓거나 입을 놀리지도 아니하던, 팀에 분란이나 끼치는, 앞으로도 몇 번이고 그 짓을 할지도 모르는 그런 것을- 왜 용서하려 들어요?"
이스마엘은 가늘게 눈을 휘며 고개를 살살 옆으로 꺾습니다. 요요히, 휘청대며 걸어오는 모습을 뒤로 사슬 몇 개가 꿈틀대더니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깟 이상향이 뭐라고.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망상인 주제에, 언제까지 나는 사랑해야만 하나요? 언제까지 그 증오스러운 것들을 품어야 하나요..?"
사랑스레 웃습니다. 아니지, 아니야..전부 꿈이야. 하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달콤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독하리만치 익숙한 그 단어요 문장 아닙니까.
"이상향은 없어요. 이젠 알아버렸어요.. 결국 피는 피, 살은 살.. 나는 여기가 천성이었던 거예요, 나는 꿈에서 깨어나 본성을 늦게나마 깨우쳤으니 어찌 이곳에 있지 않을까요. 나는 여기에 있는 것이 행복해요, 바라고 바라던 일이었어요. 이곳이 진정한 이상향이며 꿈결과도 같지요.. 그러니.. 부디 나를 내버려 두란 말이에요. 응?"
그리고 신디의 주먹에 순간 막아세우려다 그대로 유효타를 맞았으니.. 당신이 에델바이스의 도넛 펀치입니까? 이스마엘이 비틀대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더니, 불안정하게 중얼거립니다.
"왜,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냔 말이에요……."
이스마엘이 손을 뻗었을 때. 누군가 비척거리며 일어서더니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아니, 사슬에 사지를 묶어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조심하십시오. 저것에게 잡히면 똑같은 꼴을 당할 텝니다.
이스마엘이 창을 놓칠뻔 하자 창을 놓친다면 그것을 발로 차 구석으로 치울 생각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이스마엘의 세븐스는 염력. 소용없는 짓이었군... 그렇게 생각하던 아마데우스는 자신에게로 사슬 두개가 날아오자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만 붙잡혀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몸부림을 치면서도 꿋꿋이 반박했다.
"역겹지 않아요! 당신은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었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탄압 당하는 인간이 가지는 본능!"
그리고 어떻게든 공격하기 위해 자신의 이마와 이스마엘의 이마를 세게 맞부딪히려고 고개를 최대한 젖힌 뒤 다시 고꾸라뜨렸다.
"네가 바라던 이상향이 고작 이런 모습이었어? 약에 취한 채, 나도 못 알아보고, 응? 이게 정령 네가 바라던 이상향이야?"
지금까지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은 그럼 뭐가 되는 건데? 너를 치고 싶진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시 너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두르려다, 다가오는 이를 보고서 제 포탈을 통해 네 뒤쪽으로 하여 피하려 시도하며 다시 너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한다.
《지하》 오메가는 히죽, 웃었습니다. 목숨의 끝이라 한들 황제의 칭호를 이어받은 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전부 지옥으로 이끌고 끝내 집행인의 사명을 다 하는 것일 터이니.
거대한 용이 고개를 뒤로 천천히 치켜들고 아드레날린 수치를 조정합니다. 완벽하게 설계된 생체 안드로이드는 본인의 세븐스와, 내장된 세븐스, 복제한 세븐스를 서로 융합하기 시작했고……. 우르릉, 하고 이 안에서 들려서는 안 될 번개 끓는 소리를 뒤로 내리치듯 빠르게 돌진하려 들었습니다만.
독액으로 된 짐승이 오메가의 움직임을 막고, 아공간의 괴수가 입을 벌려 목을 물어뜯습니다.
"아니오, 나는 죽지 않아요. 나는 영원불멸한 과학의 산물이고, 나는, 나는.."
덜렁거리는 목과 함께 지독하게도 살아있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그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울부짖을 적.
"아가씨, 주인, 님─"
붉은 섬광이 몸통과 목을 분리시킵니다. 용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옵니다. 붉은 피가 고입니다. 생체 안드로이드라고 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군요.
《카스트로 '오메가'의 섬멸전이 종료됩니다.》
그리고 상황은 다르게 변해갑니다. 연구실 내부, 일어선 에르베르토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에. 오메가의 죽음 때문에 상황이 조금 더 격변합니다! 에르베르토가 소름 끼치도록 감정 없는 눈으로 션의 자수정색 눈을 마주합니다.
"린."
션의 이름은 린이 아닌데도. 션은 지팡이를 쥐고 천천히 허리를 세웁니다.
"거기서 뭘 하겠다는지 난 이해할 수 없군요."
에르베르토의 목소리가 가라앉습니다.
"비서로 변장해서 반동분자 흉내 내기 놀이가 즐겁나요?" "……."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당신이 지금부터 배신자인 건 알았으니. 우리는 갈라지는 거지요." "……아니."
션, 아니, 린이라 불린 자는. 천천히 자수정색눈을 휘었습니다.
"오늘을 이후로 안식은 끝이지, 늙은이."
당신들은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요? 이스마엘의 페이시 클라우드에서. 에르베르토는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 눈짓했고, 린이라 불린 남성은 표본 사이로 처박힙니다. 손쉽게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에델바이스."
그리고 에르베르토의 모습이 지직거리더니, 사라집니다. 제는 바로 고개를 치켜듭니다.
"꼭대기다."
냄새를 쫓았군요.
《히든 루트 '가란'이 열립니다. 이스마엘의 제압전 이후로 에르베르토 섬멸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괴수의 목을 베어버린 후 그래플 건을 천장에 발사하여, 와이어를 풀어가며 천천히 바닥에 내려온다.
바닥에 닿자마자 중력이 그대로 어깨를 짓누르고, 아드레날린이 천천히 그 활동을 줄여감에 따라 고통이 밀려온다. 혈관 자체가 작살이 나 버린듯, 시퍼런 멍이 피부 곳곳에 드러난다.
"크윽...!"
격통에 몸부림을 치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무릎이 꺾이고 손발이 흔들린다. 그만. 제발 그만. 그런 생각이 머리 속을 뒤덮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야가 흐려졌다. 부디 이 고통을 그만두어 줬으면 하는 애원을 혼신의 힘을 짜내어 차단한다. 스스로를 한번 더 다그쳐야 할 때다. 아직은 그만둘 수 없다.
거칠다 못해 아주 막혀버리기 직전이던 숨이 한 자락 토혈과 함께 뚫린다.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대충 닦아내고서, 등에 멘 소총을 지팡이 삼아서 다시 일어난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군."
허리춤의 구급낭에서 진통제를 비롯한 약을 거의 한 움큼 집어 삼킨다. 절뚝이다가, 천천히 제 걸음을 되찾고 용을 살짝 지나쳐 걸으며 말한다.
네코미미의 헤드번팅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신디의 이상향을 외치는 목소리와 호소, 그리고 친구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슬럼식 우정인 주먹다짐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쥬데카의 질문 때문일까요. 어느 쪽이든 헤베는 잠시 멈칫 하더니만, "아니야." 하고 한 번 부정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이건 아니야. 그만 둬요, 나는 행복해요, 나는 지금- 이런 삶을 살길 바라니까요! 바라던 이상향? 개소리!!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세계는 말도 안 돼요. 사람들이, 그 개 같은 새끼들이 전부 틀려먹었는데 뭐가 다르단 거예요, 그건 틀린 거야. 행복하던 순간은 언제나 한때니,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고-? 그 또한 허울 좋은 소리. 진정 스쳐가나요? 스치지 않아요. 한때도 아니에요. 평생, 함께해야만 해요. 평생!"
헤베가- 작게 웃었습니다. 흐- 흐흐.. 바람 빠지듯 텅 비어버린 웃음을 뒤로, 체인이 사슬에 휘감길 적 말갛게 눈웃음을 지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전부 아니야.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요. 그러니까, 그냥 나랑 함께 있어요. 여기에서, 평생……."
주먹을 쥐자 보이지 않는 힘이 휘감긴 체인조차 꽉 쥐어잡습니다. 저항하십시오! 다이스를 굴려 1은 회피, 2는 실패입니다. 실패의 경우 공격 다이스 값의 범위는 1부터 25로 줄어듭니다!
그리고는- 뒤틀린 것이 신디를 향합니다. 신디 또한 저항 다이스를 굴려주십시오.
"아?"
?
남은 턴: 1턴 《헤베》를 제압하는 요구값: 46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제압전에서 스페셜 스킬은 쓸 수 없습니다만. 1턴 증폭 효과로 결과값에 +7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크흐흑... 소년만화식 주먹다짐을 생각하고 날린 박치기였지만 아마데우스는 소년만화 주인공을 하기엔 너무나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슬은 풀렸다. 그제서야 몸이 자유로워진 아마데우스는 다시 한번 소년만화식 화해법을 시전하고자 이스마엘에게 다가간 그녀는 자신에게로 또 다시 다가오자 이번에는 통하지 않는다는듯 회피하였다.
체인에 불가지한 힘이 가해진다. 무형의 압력을 피하는 것에 실패했기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지 않기 위해 힘이 분산될 수밖에. 그래도 완전히 움직임이 봉쇄된 게 아니었기에, 너는 체인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며 체인의 진동을 이용해 사슬을 끊어내려고 했다.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자신이 없다. 때문에 너는 두 사람이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고작이었다. 당신이 두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길 바랐다.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 없지만."
나지막히, 너는 그렇게 말을 이어간다.
"미안해요, 역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의 당신이 아냐."
달이 비추는 것은 영원한 청춘 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태양이 그에 어울리겠지, 너는 간신히 달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인간이었으니.
"나는 언젠가 지고 말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한단 말야, 이스마엘."
남은 손길을 따라 움직인 체인이 이제는 당신을 직접 노려 휘감으려 했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지 마.
하지만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너와 내가 다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그곳에서 함께 있어줄게. 분노하며 외치고서, 비숑이 주었던 주사를 떠올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열치열, 이냉치냉. 뭐 약에 취해 있으니 약이라도 놓으라는 건지. 생각은 복잡해져 가는데 상황은 급박한지라. 쥬데카의 외침에 주사기를 꺼내어, 너에게 놓으려 했다.
《최상층, 신수가 기거하는 곳》 오메가의 시체가 유린 되어도, 죽은 자는 말이 없지요. 그런데 참 잘했어요, 레레시아. 만일 당신이 독액으로 머리를 채우지 않았더라면... 그 머리를 씹어삼킨 알파가 두 능력을 한꺼번에 다루며 나타날 예정이었으니.
에르베르토는 사라지고, 린이라 불린 남성, 정확히는 가란이 처박힐 적. 라라시아의 질문에 제는 잠시 입을 꾹 다물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진짜 션은 푸른 눈이니까……."
올곧고도 맑은 시선으로 자신에게 말했지요. 부디 자유를 찾아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삶을 사십시오, 그리고 덧없는 삶의 끝에서 후회가 없노라 말씀해주소서. 선우는 가란에게 뛰어갔고, 가란은 꽤 고통스러웠는지 작은 침음을 뱉더니 몸을 부스스 일으킵니다. 다행히 기절하진 않았군요. 암요, 제가 도망칠 적에는, 그 커다란 용의 모습으로 벽에 내다 꽂았는데도 살아남은 사람입니다.
"……그 미친 인간이 인간을 넘어서겠다는 뜻이죠."
트랜스휴머니즘을 실천하던 사람이니. 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한다며, 제 아내와 그리도 죽이 잘 맞을 수 없던 사람이니. 아마 개선이 완료된 꿈으로 자신을 도핑하고.. 당신을 끝장내려 들 거라면서도, 라라시아가 들처멜 적엔 움직일 수 있다는 듯 한숨을 푹 쉽니다. 제가 그런 가란을 쳐다봅니다.
"진짜 션은 어디 있느냐." "곧 춘절입니다, 폐하."
가란은 가발을 툭 벗어 던집니다. 은발 머리가 쏟아집니다.
"고향인 난징으로 내려갔지요." "……션은 여전히 속이 편한 녀석이라 부럽구나." "예,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직장을 잃게 해주려고요."
옥색 칠이 된 둥그런 목조 기둥, 대리석으로 된 말끔한 바닥을 비롯해 곳곳에 놓인 고풍스럽다 못해 과분할 정도의 사치스러운 장식품 중에는 무려 2세대 전의 도자기 장식품과 알 수 없는 주술적 도구까지 있습니다. 제단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러운 침대 겸 옥좌는 목재로 만들어지고 베일이 달려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끔 하지요. 한쪽 벽면은 아예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근사한 전경이 잘 내려다보입니다. 창밖으로는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인공 하늘, 그리고 고개를 내리면 심장을 뽑아내고 날개를 펼친, 헬무트의 걸작 [이상향]이 한눈에 보입니다. 지금은 해가 뜨지 않은 시스템 상 시간으로는 밤인 것 같습니다. 온통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은 절제된 미를 자랑하고 있지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속삭이듯 묻던 이스마엘이, 헤베가- 아마데의 주먹에 휘청거리더니만 체인에 휘감기고 맙니다. 이내 쥬데카의 말과 함께 털썩, 하고 주저앉을 적의 모습은 제법 가관이었지요. 산발이 된 기다란 머리, 홉뜨여 허망한 눈동자, 그리고, 소름 끼치는 침묵.
"……아?"
이스마엘의 코를 기점으로 피가 한줄기 흐릅니다. 한줄기, 이내 두줄기로, 그치지 않고 턱을 타고 흐르는 것을 이스마엘도 눈치챈 듯싶습니다. 바닥을 향해 한 방울, 두 방울.. 그 모습을, 세븐스 부랑자가 모인 곳을 다녀온 신디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으흑, 흐흐, 으흐흐흐... 쿨럭.."
꿈의 전형적인 부작용 증세. 코피, 감정의 혼선, 각혈을 비롯한 이상.. 약을 먹기만 해도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약물의 임상실험 대상자가 되다 못해 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흐흑, 고작 꿈인 주제에, 말이, 말이 많아.. 아.. 흐흑.. 고작.. 아, 또 이러네.. 흐흑, 흐.."
아무래도 부작용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스마엘은 작게 시시덕대기 시작했습니다. 키득거리는, 어딘가 텅 비어버린 작위적인 소리를 뒤로 말갛게 웃기 시작합니다. 마치 헬무트를 잃었던 그날처럼. 배덕감에 가득 차 몽롱하게, 그리고 오싹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 코와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몸이 가늘게 떨립니다. 그리고 신디가 헤베, 라고 부르는 순간.
평소라면 에르베르토가 주변에 있었거나, 쌍둥이가 대처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지요. 그래도 우리에겐 약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 약의 재료 또한 세븐스지만, 어쩌겠어요. 살리려면 써야겠죠. 신디는 이스마엘에게 성공적으로 주사를 놓았습니다. 이스마엘이 앞으로 툭 고꾸라지며 당신의 어깨에 늘어집니다. 웃음이 잦아집니다. 숨이 가쁜 듯 헐떡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윽, 윽, 몇 번이고 그렇게 숨 넘어가는 소리를 뱉습니다. 약이 잘못된 걸까 싶었을 때..
"도, 도너티, 아마, 데 씨도..?"
이스마엘의 입이 더듬거리며 단어를 뱉기 시작합니다. 눈이 점차 맑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반은 몽롱합니다.
"꾸, 꿈이, 아니었구나. 아, 리, 리오. 내가 무슨 짓을.. 히익.. 미, 미안, 합니다.. 사,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는데.. 어, 어떡해..."
입에서 피를 울컥 뱉어내다가도 히익- 하고 숨을 들이켭니다. 동공의 떨림이 점차 멎어가고, 무너질 것 같은 육체의 떨림도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세븐스끼리 충돌하는 모양입니다.
"미, 미안합니다,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다, 당신들에게- 이상향의 잔재를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는, 히익- 미안합니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히익- 않았을 텐데.. 히익.. 힉- 죄송, 죄송합니다.. 제, 제발.. 용, 용서해주세요.."
속삭이던 목소리와 함께 몸이 축 늘어집니다. 약은 성공적으로 들어간 듯싶고.. 히익- 힉- 하고 숨만 겨우 몰아쉬는 것이 힘이 빠진 것 같습니다. 데려가지요. 예. 돌아갈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션이 가란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제의 대답에 라라시아는 그리 말하며 손을 조금 더 다정히 잡아주었을 것이다. 다행이라는 말처럼.
방을 나가기 전에 라라시아는 벽으로 날아간 가란을 살펴보았다. 죽지는 않은 것 같으니 손을 대어 치유를 걸어주고 제와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들처메자 한숨을 푹 쉬길래 싱긋 웃으면서 한 팔을 잡는 걸로 정리했겠지. 그리고 가란을 보며 그런 말을 했을 거고.
"에. 가란 군? 죄값은 죽음으로 치르는게 아니야. 살아서 치르는 거지."
한참 연상인 가란에게 거침없이 그런 호칭을 붙여 말을 하고 지속적으로 치유를 사용하며 일행의 뒤를 쫓았을 것이다.
나뉘었던 부대원들과도 합류하여 도달한 최상층은 아래와는 또다른 악취미적인 공간이었다. 너무 대조적이라서 재차 위가 쓰려지는 인테리어다. 으. 표정으로 방 안을 둘러본 레레시아는 방 안에 서 있는 에르베르토를 보고 보검을 해방해 무장을 둘렀다. 어차피 다 무너뜨릴 거니까. 손속 따위 해주지 않을 거다.
"하겠냐. X라이야? 네 마천루는 오늘로 나락의 밑바닥에 가라앉을 거다."
촤르륵. 촤르르륵. 발 밑으로 흘러내린 독액이 다수의 사슬이 되어 언제든 공격할 태세를 갖추어간다.
라라시아는 전투조의 뒤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 최상층에 도착한 후에는 제만 품에 폭 안고 볼을 쓰다듬어준다. 가란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이것이 더 나쁜 길로 향하는 선택이 아니기를. 빌고 또 빌면서, 신디는 네게 주사를 놓았을까. 코피를 흘리는 네 모습을 신디는 떨리는 눈으로 본다. 그리고 네가 자신을 부르며, 제 어깨에 늘어지면, 너와 재회했던 그때와 다른 감정을 가지며 네가 넘어지지 않게 품에 안는다.
"....."
그대로 오랫동안 우두커니 선 채 널 안고 있던 신디는 고갤 돌리며 쥬데카와 아마데우스를 본다.
2층에 있던 사람 중 하나는 이스마엘을 안아 올리거나, 부축했을 겁니다. 축 늘어졌지만 숨은 쉬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숨은 이런 풍파에 쉬이 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풍파를 막기 위해 합류할 시간입니다.
라라시아의 말에 가란은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전직으로 돌아가기엔 내가 좀 늙어서 말이죠."
의뭉스러운 대답을 뒤로 침묵합니다. 제가 느릿하게 눈을 흘깁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합류합니다.
에르베르토는 느긋하게 손을 모았습니다. 폭탄을 던졌을 적, 폭탄이 허공에서 멈추더니 그대로 폭발합니다. 보이지 않는 힘이 꽉 붙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느릿하게 입을 뗐습니다.
"나는 늘 내 아내와 미래에 대해 얘기했지요. 세븐스는 진화된 인간이나, 언제 퇴화할지 모른다고. 한가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늘 위협이 되지만 쇠락할 존재라고. 그래서 나는 아내와 함께 진화를 일궈내고자 했습니다. 트랜스휴먼은 인공적으로 진화하는 인간. 자연의 섭리에 따른 진화가 아닌, 인간의 본성에 대항하는 진화를 추구했지요.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기에 퇴화할 걱정은 없고, 발전할 길만 남아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만 남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연적으로 생겨난 찌꺼기는 치우고자 하며 sogno 프로젝트를 시작했지요."
내 딸이 세븐스로 태어나기 전까지는.
"수잔나는 안타깝게도 그날 이후로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정확히는 실성하고 제 딸을 슬럼에 유기하고, 새벽이 되었을 때 정신을 차리고 찾아보려 했지만 아이가 이미 사라졌을 때부터. 슬럼을 담당하는 가디언즈에게 얘기했지만 이미 아이가 죽어 처리했다 하더군요.."
우리의 행복은 그렇게 사라졌지요. 나는 그런 수잔나가 죄책감 속에서 죽어가는 걸 목격했습니다.
"나는 아이를 늘 그리워했어요. 그런데, 내 아이를 죽였다고 한 녀석이 알고 보니 내 딸을 키우고 반동분자로 만들었으니. 어찌 아비된 입장에서 분노하지 않겠나요."
여기까지는 아버지의 심정을 그나마 느낄 수 있었겠지만.
"내 딸이면 필히 내 피를 이었을 테고, 우리 둘의 머리도 이었겠지요. 거기다 세븐스라면 내 전문 분야였지요. 그런 귀한 자원을 고작 반동분자 만드는 것에 쓰며 억압했다니.. 내가 장성한 내 딸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게요? 아, 내 아이구나! 역시 나의 피를 이었구나. 이 아이가 내 곁에 있더라면 우리의 꿈이 빨리 이루어졌겠고, 아이는 진정 꿈, Sogno 그 자체가 되었을 텐데."
이미 나는 안식을 통해 한차례의 꿈을 이루었으니. 에르베르토의 시선이 제를 향해 꽂힙니다. 그리고 의 품에 안긴 이스마엘도.
"봐요, 내가 만들어낸 실험체가 아직까지 살아있잖아요? 황제 노릇을 하며 7년 동안 세븐스를 학살해놓고도 아직까지 살아있으니.. 거기다 내 딸을 데려온 직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꿈을 완성했어요.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내 손으로 새로운 시대를 일궈낸 발자국이 있는 거예요!"
안 그래요? 에르베르토는 붉은 눈을 휘며 사랑스레 웃습니다. 그리고 주사 하나를 꺼내들어, 자신의 혀에 쿡 바늘을 찌릅니다. 강대한, 보이지 않는 힘이 주변에 도사리기 시작합니다.
"나는 내 딸로 하여금 진화에 성공했어요……. 천벌을 받니 뭐니 하지만, 모두 개소리지요."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지 마시옵고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지 않음을 받드시옵소서. 신의 전지전능함은, 우리가 역사를 밟아오며 일으킨 것이지 신의 기적이 아니잖아요? 그것은 그 자리에서 지켜만 보았을 뿐이지요. 그러니.. 다만 악에서 우리를 구하지도 마시옵고.
"신은 늘 그랬듯이 그 자리에 영영, 그대로 머무르며, 내 영광됨을 지켜볼 테니까요."
나는- 내가 새로운 시대를 이룩할 수 있는 자원을 다시 돌려 받아야만 할 것 같군요. 섬멸전: 《신의 자리를 참칭하는 자 - 에르베르토》가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3턴 동안, 여러분은 누적 500의 데미지를 달성해야 합니다. 범위는 1부터 70까지이며, 최종 데미지 +n값 효과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스페셜 스킬을 사용할 시 2배의 효과가 들어갑니다. 단 한 번, '제' 찬스가 주어집니다. 과반수의 찬성시 찬스를 쓸 수 있습니다.
퇴화? 퇴화란 뭘까? 눈이 보이는 종족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귀가 들리던 종족이 귀가 들리지 않게 되는, 뭐 그런 것이겠지. 그런데 그것이 과연 퇴화, 즉, 일어나서는 안되는 부정적인 것이 맞는 걸까? 아니다. 눈이 퇴화하는 종족은 눈이 필요 없는 환경일 것이다. 귀가 퇴화한 종족은 귀가 필요 없는 환경일 것이다. 생존에 필요없는, 방해되는 능력을 없애버려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퇴화이며, 퇴화는 곧 진화다.
그렇기에 트랜스 휴먼은 진화가 아니다. 트랜스 휴먼의 자손은 그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한다. 트랜스 휴먼의 인간적인 DNA를 그대로 타고 난다. 그가 아무리 멀리 볼 수 있는 인공적인 눈을 가져도, 무엇이든 소화시킬 수 있는 인공 위장을 가져도,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도 그들의 후손은 결국 평범한 눈, 위장, 귀를 가진 존재일 것이다.
아니, 오히려 트랜스 휴먼은 진화에 방해되는 존재다. 진화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투쟁과 생존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유전자가 다수가 되고 살아남지 못한 자의 유전자는 도태된다. 그것이야말로 진화다. 그러나 트랜스 휴먼은 사라져야할 유전자를 존치시키는 행동이다. 사라져야할 유전자가 몸을 개조시킴으로서 살아남게 만든다. 후손을 만들 수 있게 만든다. 아무리 환경이 바뀌어도 유전자를 바꿀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의 진정한 진화를 위해서라면 트랜스 휴먼이야말로 사라져야할 존재일 뿐이다.
"유감이네, 네놈의 꿈은 악몽이 될 테니까"
선우는 차라리 에르베르토의 딸을 쏴버리는 게 그가 더 고통스러워하지 않을까 잠시나마 고민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의 복수를 위해 이스마엘과 제는 꼭 필요한 존재였으니까
"또 틀렸어. 진화는 네놈의 후손만 가능한거야. 넌 절대로 진화할 수 없는 존재야.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 천벌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이것저것 어려운 말, 용어들은 잘 모르겠고 하여튼 저 개자식을 내 손으로 처죽일 수 있게 해주옵소서. 이 모든 영광을 당신께 드리겠나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좋냐? 널 죽이라고 신이 우리를 보냈는 걸?"
적이 승리에 도취했을 때, 오만함에 빠져있을 때, 한번에 나락으로 보내버리면 그처럼 고통스러운 것도 없다. 신이 있다면 정말로 무엇이 고통인지, 무엇이 진정한 처벌인지를 잘 아는 존재이겠지.
36판이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고 새 판을 세워뒀어요! 화요일 0시까진 자유롭게 못다말 다 하고 혹은 조율할거 하시고 가면 될 것 같아요. 물론 이벤트 끝나고 오늘 가실 분은 가셔도 괜찮아요. 어디까지나 아직 아쉬움이 남아있고 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열어둔거니까요!
꿈의 효능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염력으로 벽을 쳐 총탄과 드릴암을 막아내도 그 반동이, 사슬을 튕겨낼 때 흩뿌려지는 독이, 피로 이루어진 윤무가 몸을 스쳐 지나가고 보검에 관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연히 멈칫하는 순간이 있을 텐데, 그런 순간조차 없이 손짓했으니.
"반동분자들, 주어진 삶을 살았더라면 당신들은 보다 오래 살았겠지요. 가디언즈가 되어 살았더라면 급 낮은 것들과는 달리 살았을 거란 얘기랍니다."
이스마엘은 몸을 비틀대다 일어서려 했고, 순간 쿵- 소리와 함께 짓눌립니다.
"얌전히 있어야지요.. 아, 약에서 깨었군요. 누구 짓이지? 그래.. 연구자료를 들고 도망간.. 못된 아이의 짓이겠군요. 약이 퍼졌을 때 해독제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이번에도' 경과를 지켜보고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던 위선자.. 하워드 그레인저의 짓!" "흐, 흐윽-" "역시 어서 끝내고 내 딸을 다시금 손봐야겠어요. 그래요, 아가씨. 천사도 신도 될 수 없다면 적어도 인류의 구원자는 될 수 있겠지요. 아니한가요?"
우리는 늘 발전하잖아요. 그 정점에 서서 가디언즈를 위해 손 뻗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죠? 반동분자라서? 아무렴 어때요-
쿵!!
전체를 압박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1,2의 다이스를 굴려 1이 뜨면 대처에 성공하지만, 2가 뜨면 대처에 실패해 아예 현재 턴에 행동할 수 없습니다!
에르베르토가 높은 휘파람을 붑니다. 상황에 맞지 않게.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제가 고개를 치켜듭니다. 찬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분명 공격은 먹혔으나 상대는 너무나 평온해보인다. 그러나 놀랄새도 없이 아마데우스는 손짓 한번에 붕 떠올랐다가 쿵- 하고 추락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아마데우스는 바닥과 부딪혀 순간 머리가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어버렸지만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일어났다. 그녀는 자신답게 싸우기로 하며 피로 만든 창을 들고 비틀거렸다.
"죽어도 그렇게는 안 삽니다. 윽... 타고나길 반골인지라."
전체를 압박하는 힘이 느껴졌지만 대처에 성공한 아마데우스는, 정신을 집중해 자세를 다잡았다.
통증을 느끼지 못 하는 듯 공격을 받으면서도 눈빛 하나 변치 않는 모습은 전신에 소름을 끼치게 한다. 자매의 어머니는 공포심은 마비시킬지언정 통각은 뺏지 않았다. 아픔을 알아야 적절한 판단을 하니까. 그것마저 망각한 에르베르토를 보고 레레시아는 재차 이를 갈았다.
"구원자? 웃기지도 않는군. 누가 누굴 구원해? 인간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야. 누가 구원해주니 어쩌니 그런 거 필요 없-!!!"
바락바락 대들던 와중. 묵직한 중력에 눌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이를 악물고 버티지만 고작 버티는게 최선이었다. 젠장. 짧게 읊조린 레레시아는 치켜뜬 눈으로나마 에르베르토를 응시했다.
한편 뒤에서는 라라시아가 가란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는데.
"자격 없다고 하는 걸 보니 싫은 건 아닌가 보네- 뭘 그렇게 튕길까. 기꺼이 그 손 잡아주겠다는데. 아. 혹시 자존심 세우는 거야? 가란 군 귀엽네-"
절박한 전투 상황과 달리 어쩜 이렇게 평화로운지. 하지만 이쪽도 마냥 평화로울 수는 없었나 보다. 라라시아는 뭔가를 감지한 듯이 고개를 치켜드는 제를 보고 전방의 전투조를 보았다. 전력 분산은 위험한가. 아.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에휴. 한숨을 짧게 쉰 라라시아가 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제제 군. 얼른 다녀와야 해? 무리... 하지 말고. 얼른 다녀와. 이번엔 안 막을게."
제에게 정체 모를 것의 위협의 대처를 부탁한 라라시아는 가란의 팔을 잡아 가까이 당긴다. 괜히 어느 쪽에도 휘말리지 말라며.
막은 제가 내리도록 할게요. 최근 모두의 현생으로 인해서 스토리 진행에 참가하는 이가 적어지고 스레가 정전 분위기로 흐르고 있으며 그 상태에서 스토리를 더 진행하기가 조금 힘들다고 판단. 스레는 화요일 0시까지만 유지하고 닫을 예정이에요. 이스마엘주의 개인 이벤트는 그래도 준비한 거니까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할 수 있도록 한거고요. 이렇게 되어서 정말로 죄송하다는 인사만 드릴게요. 8ㅁ8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기가 힘들어진만큼... 어떻게 억지로 붙잡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다들 찾아와서 사실상의 완전체가 되니..그건 좋네요. (눈물 펑펑)
이렇게 레스만 남기고 저는 다시 들어가볼게요. 막은 제가 내리고 설명도 제가 하는 것이 맞겟지요!
으음... 가볍게 정주행하고 왔답니다 분위기가 심상찮아서...😥 그렇게 되었군요... 아쉽고 조금은 섭섭하면서도 (캡틴 탓이 아니에요) 건강관리를 잘못한 자신에게 책임을 느끼게 되네요. 개인진행 때 무거운 이야기만은 할 수 없으니 이만 할게요. 다들 짧은 시간이나마 친절히 대해줘서 고마웠어요 🐰
소총을 난사하는 선우의 행동에, 에르베르토는 생긋 웃습니다. 저 소름끼치는 붉은 눈동자가 샐쭉 휘어 나올 말이 절대 좋은 뜻이 아니겠지요.
"정말요? 잘 됐다! 청소군요!"
이 개 같은 새끼가 남의 상처를 잘 후벼파요.
"세상에, 역시 내 딸이네요, 다른 세븐스는 청소하지 않았대요?"
저격총. 에르베르토의 눈이 일순 수축하더니 선우를 향해 손짓합니다. 팔을 휘두르기가 무섭게 선우가 있는 일대를 쓸어버리고, 탄환과 함께 선우를 기둥에 처박아버리려 들었지요.. 그렇죠, 선우. 아프긴 하지만 잘 했어요. 저 사람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면 저격총이 얼마나 무섭겠어요. 1부터 2까지 다이스를 굴리되, 1은 다이스 최대값이 35 판정, 2가 뜨면 행동 불가입니다.
"정말 내가 돕길 바라니?"
가란은 눈썹을 찡그립니다. 가란이 션이 되었습니다! 아니라고요? 네 이름은 지금부터 춘션이여! 이제 누가 션이지?
"……."
아마데우스의 창은 에르베르토의 팔을 푹 찌르는 것에 성공합니다. 신디가 가슴팍을 찔러내는 것도 성공했지만, 이내 두 사람을 염력으로 거세게 밀어냅니다. 그리고 레이먼드는.. 이스마엘이 몸을 부들거리며 일으키려다, 고개만 슬쩍 들어 올립니다.
……그냥 여기서 아직 약기운 안 가신 척하고 죽여버릴까?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당신이 내 딸을 제대로 못 봐서 그래요."
에르베르토는 더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총탄을 튕겨냅니다.
그리고- 이번엔 전체를 짓누르는 것이 아닌 집어 던지듯 쓸어내기를 시도합니다. 1,2의 다이스를 굴려 1이 뜨면 대처에 성공하지만, 2가 뜨면 대처에 실패해 아예 현재 턴에 행동할 수 없습니다!
기어다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이곳이 여가 기거하는 곳이거늘."
감히 삿된 것이 여를 능멸하는구나. 그리고 그 순간, 제는 라라시아의 허락과 동시에 옷의 고름을 풀어 헤치더니 천장으로 승천합니다! 승천하던 제가 쉭 소리를 듣기가 무섭게 눈을 홉뜹니다.
……그냥 여기서 힘 빠진 척 떨어져서 뭉개 죽여버릴까? 참아요..
《섬멸전 - 알파가 역임됩니다! 에르베르토의 hp 회복이 중단됩니다!》 남은 턴: 1 《신을 참칭하는 자 - 에르베르토》: hp. 142
멍하던 머리가 점점 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그러기 무섭게 바로 염력으로 밀쳐졌지만. 그렇게 밀쳐진 아마데우스는 다시 일어나 피로 가시가 달린 철퇴를 만들어 달려들으려고 했다. 이번엔 쓸어내려는 공격이 이어졌지만, 아마데우스는 거의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다. 다시, 반격의 시간이다.
청소라는 말에 그의 동공이 벌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혈류는 뇌를 자극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레이버와의 최종결전 이후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수 많은 전투를 거치며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커졌다고 생각했는 데, 이 정신나간 슬럼가를 보면서 너무 많은 스토레스가 쌓인 것 같았다.
아니, 에르베르토는 선을 넘었다.
"네 놈을 쳐죽이고 딸년까지 죽여버리겠다!!"
선우의 언행을 본 이들은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 프리덤 사건으로 죽은 이들은 태성과 엘레인일텐데 왜 태성을 죽인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하고 엘레인을 죽인 이스마엘은 이렇게 반응하는 걸까? 진짜 이스마엘이 만만해서? 설마, 다른 이들은 몰라도 그는 만만한 이만 골라 패는 사람은 아니다. 센 사람에게 객기를 부린다면 모를까. 태성이 어디에선가 살아있지 않다면 명백히 이상한 반응이었다.
그 순간 에르베르토가 팔을 휘두르며 그가 서 있던 곳을 쓸어버렸다. 기둥에 처박히며 나가 떨어졌다. 속을 다쳤는 지 피를 토하며 눈 앞이 흐릿해졌다.
"션! 어서!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늦고 말아!"
선우는 션이 린이라는 건 알았다. 그런데 린의 실명이 가란이라는 건 모른다. 게다가 션이 린이라는 것도 몇 분에 안 터라 그는 자동적으로 션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가라 춘션몬!
수류탄을 꺼내 옥좌를 향해 던지고는 저격총을 들어 날아간 수류탄을 향해 발사했다. 수류탄이 파괴되며 놈과 옥좌를 모두 파괴할 수 있도록.
상대는 고통을 못 느끼니 숨을 끊을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목숨줄 하난 질겨서 이런 공격에도 죽질 않으니. 염력에 밀리면 넘어지지 않게 버티려 하나 결국 바닥을 구른다. 제대로 못 보긴 무슨. 몇 년을 같이 보았는데. 어이없다는 듯 웃고서 이어지는 공격을 포탈로 피해낸다. 승천하는 제를 보기도 잠깐, 다시 에르베르토에게 달려들어 제 보검으로 난도질하려 시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