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어찌 보면 치사하게) 후방에 떡하니 자리잡아 남들의 뒤에서 까마귀의 시선에 집중하고 있다. 근처의 고층 빌딩에 매달린 사람을 포착했던 까마귀는 시야를 그 쪽에서 떼지 않고 있다. 거리감 때문에 신원 파악도 애매한 상태, 까마귀가 그 미지의 인물 쪽으로 날개짓 하면, 그는 바로 근처에 자리한 벙커를 염두에 둔 체 조곤히 무전기에 무어라 속삭였을 것이다.
"고층 빌딩에 매달린 사람 한 명. 목표인지 신원은 불분명합니다만, 저는 그 쪽으로 가보고 돌아올게요."
"기왕이면 저 지켜줄 분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벼운 어조로 말꼬리를 늘리는 것을 끝으로 무전은 끊긴다. 눈에 띄지 않으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빌딩 쪽으로 향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시구레는 맞은편에서 인기척을 감지했다 벙커인 것이다. 과연 이쪽이 늦었던걸까 저쪽이 빨랐던걸까 하지만 이건 놀랄 일도 아닌, 당연한 일이다. 벙커의 방해 없이 일이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기회를 봐서 전부 죽여놓는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만사가 그렇게 형편좋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저쪽도 전력이라면 상당하게 갖추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목적은 목표의 생포야. 굳이 먼저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겠지.'
교전을 한다면 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탐색 단계다 시구레는 돔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유토가 말한 건물에 도착하자 생김새를 보고 어머, 하며 입을 가렸다. 저렇게 작은 집이라니, 게다가 이상하게 생겼다. 사람마다 미적감각은 다르지만 샐비아가 생각하기에 마음에 드는 외관은 아니었다. 터트려도 괜찮을까? 그 여성만 죽이지 말라고 했지 다른 부분은 주의가 없었다. 손에서 가지고 온 구슬을 굴리며 고민하다 아발란치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언제나처럼 수줍게 웃어보였다.
"아, 벙커 분들...."
중얼거리며 벙커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흝었다. 이내 세이메이가 전해준 정보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맞이가 서투른 집이네요."
입구가 없는 집을 보며 뚫린 곳은 없는지 빙 둘러본다. 정 없으면 터트려서 들어갈 예정이다.
그 아발란치가 움직이고 있다. 정보는 극히 적었으나 위에서 내려진 임무를 소흘리 할리가. 나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임무용 수트를 꺼내 입었다. 검은 목폴라에 검은 바지. 검은 가죽 장갑에, 방독면까지 쓰니 평소의 그라고 생각할수 없는 음침함이 물씬 풍겼다.
그리고 현장. 그는 타깃의 위치로 파학되는 집 뒤쪽에 서 있었다. 설마 정면 돌파를 강행하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리더는 죽이거나 생포하거나 알아서 할것을 명했다. 고로 안전한 루트를 선택했다. 정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의 목숨을 앛아가고 싶지 않은 그로선 이게 차선책이었다.
뒤쪽을 살펴봐도 돔 형태의 집에 빈틈이나 들어갈만한 구석이 보이지는 않았다. 애초에 설계를 잘못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 시구레나 나인의 행동도 마찬가지로, 입구를 찾아보려 했으나 마땅한것이 없다. 정확히는 그냥 반질반질한 반구형태로 이뤄져 있어서 초인종말곤 진짜 아무것도 없다. 그 사이 휴스턴은 주변을 살폈으나 주변에 빛을 내는 물건이 너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여긴 밤에도 밝은걸로 유명하니까 말이다. 전부 깨부수고 어둡게 만드는건 무리라고 봐도 좋을거 같다.
이츠와와 머스티어는 뜻밖에도 마음이라도 맞았는지 노크를 해보았으나.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무반응이 문제였던건지. 그냥 원래 그런 성격인건지 몰라도. 샐비아는 입구가 보이지 않자 냅다 돔을 터트리려 했다. 그러나 돔은 매우 단단한건지 샐비아의 폭발에도 멀쩡한가 싶더니, 공격받은 직후 스파크가 살짝 튀더니 샐비아를 어딘가로 순간이동 시켜버렸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영락없이 샐비아가 공격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진것으로 보였을것이다.
- 아발란치는 기본적으로 팀업이 이뤄지지 않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따로 노는 조직이냐고 하면 그 정도는 당연히 아니다. 나름 전통(?)있는 조직이고, 세이메이가 이처럼 움직일때 아무도 따라오지 않을 정도는 아니란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어째서일까? 다른 조직원들이 따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빌딩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 엄청난 오한이 든다. 마치 더 이상 다가가지 말라는 본능적인 경고처럼. - 순간이동 당한 샐비아는 정신이 이상해질거 같은 흰색의 방에서 눈을 뜬다. 넓이는 운동장 정도일까? 새하얗지만, 그 뿐. 아무런 특색도 없는 방에 샐비아와 뭔가 거대한? 로봇청소기가 있었다. 크기는 코끼리 한 마리 정도일까?
샐비아의 성격에 문제가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문이 없다고 터트리려고 하겠나. 멀쩡한 벽에 당황도 잠시 눈을 깜빡하니 온통 하얀 방에 있었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로봇청소기까지. 보통 사람이라면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자각할텐데 안타깝게도 샐비아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제거 되었기에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이 곳에 사시는 분이 기계를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로봇청소기를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무전이 통하는지 확인한다. 아마 큰 조직이니 위치추적기가 붙어있지 않을까 하여.
뭔가 변수가 생겼다. 폭발음이 들려온 것이다. 하지만 폭발음을 확인하고 돔 방향을 확인했을땐 누군가 폭발을 일으킨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였지만. 그는 그게 벙커 일원이 아니기를 빌면서 돔에서 가장 가까운 엄폐물로 몸을 숨기고 즉각 엄호하려 했으나 돔 근처 벙커 일원은 공격 당하지 않은 상황인듯 하여 정찰을 지속한다.
같은 조직원(샐비아)이 능력을 발동하더니, 폭발과 함께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다른게 아니라 폭연이 걷어진 곳,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몸을 움츠리고 있던 시구레는 그걸 확인하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죽었구나.'
달리 생각할 방도가 없었다 평소에도 원채 부주의해보이는 사람이었으니 폭발에 자신도 휘말리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 돔에 자가방어 장치라도 되어있든지 그렇게 시구레 안에서 샐비아는 죽은 사람이 되었고, 시구레는 발걸음을 돌려서 세이메이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뭐 좀 있어요?"
먼저 앞서갔던 그에게 묻는다 눈이 많은 능력인 그였으니, 자신이 보지 못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면, 시구레는 자신이 본 정보를 나누어주었다
발을 내딛자니 전류가 척추를 타고 오르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본능적으로 그 빌딩에 위험을 느낀 것일까, 그는 마지못해 내딛은 발을 다시 뒤로 딛고 그 빌딩 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 인물 가까이로 날으려던 까마귀와의 시야를 공유받으려 하며, 탁한 연기와 함께 고양이도 소환한다. 고양이는 곧장 그림자 속으로 달려들어가 돔 근처의 상황을 살피려 했을 것이다. 이상한 장치는 없는지, 수상한 인물은 더 없는지, 그런 것을 수색하려는 고양이는 발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저는 안 가는 걸로 하지요."
능력자는 많을 텐데 공포심 삭제된 인물도 하나 정돈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그는 샐비아의 무전이 들렸더라면 그녀 주변의 풍경을 읉어달라고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