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루첼란, 밤이 되어도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이 이곳을 밤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밝은 도시. 그에 맞춰 이 도시는 어둠과 빛이 분리되어 있는듯 하면서도 애매한 경계에 걸쳐 섞여 있습니다.
시간이 늦어지면, 혹은 어느 경계를 넘어가버리면. 같은 도시인데도 뒷세계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이 나타납니다. 결코 섞일 수 없는, 섞이면 안되는 사람들. 같은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렇기에 이 도시에는 관광을 온 사람한테든,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한테든, 꼭 지켜야하는 몇몇 경계가 존재합니다.
"알겠어? 이 너머로 가면 안된다고?"
그것은 어느 골목길의 경계일수도 있고, 어떤 가게의 입구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건 그 너머에 실수든 자의든 발을 내밀었을때. 그 이후의 일에 관해서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단겁니다.
그리고 우연히 발을 걸치는것도 문제지만. 혹여 빠져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조심해야합니다. 한번 뒷세계에 물들어 버리면.
루첼란으로는 도주해온 거니 난생처음으로 길거리 생활을 했을 거 같아용 그래서 두가지 생각해봤는데 1. 루첼란 전전하다 벙커라는 집단의 소문을 듣고 뽜방 하고 찾아감 2. 루첼란 전전하다(22) 리더님과 우연히 마주쳐서 줍줍 당함 요 중에 하고 싶은데 될까용… 된다면 어느 쪽을 더 원하시나용 (ノ*゚ー゚)ノ
참고로 전투하는 일상이 취향이지만, 적대 관계라서 일상이 안 돌아가는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니까요. 그것을 위해 있는게 뒷세계 설정이랍니다. 어쨌건 뒷세계는 앞쪽과 완벽히 분리되어 있으니까요. 평범하게 앞쪽의 가게나, 길가에서 마주친다고 하면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없답니다.
물론 그 이후에 어떻게 일상을 이어나갈지는 두 사람의 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거기까지 제가 참견 할 수는 없으므로..
대기업 딸이자 재벌집에서 살던 버릇 어디 안 가 세련되고 깔끔한 고층 빌딩 39층에서 살로메는 거대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봤다. 낮에 그친 도시를 빛내는 네온사인은 한층 불빛이 사그라들어있고, 대신 포근한 햇살이 빌딩 숲 위로 담뿍 쏟아져내렸다. 그러나 빼곡한 빌딩으로 인해 그 밑은 빛이 들지 않아 심연과도 같이 어두웠고… 까만 점 위로 검붉은 눈이 그것을 한참이나 응시하다 간단히 로브(문양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지만)를 챙겨 입고 걸음 했다.
1층에서 나오자 윗물만 햇볕에 노랗게 물든 채 자신이 발 디딘 곳은 푸른 그림자로만 가득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미로 같은 길을 이제는 헤매지 않으며 거닐었다. 여기서 자다 큰일 날 뻔한 적이 있었지, 며칠을 굶었었는지 이성 잃고 쓰레기통 뒤질 뻔한 건 여기였나. 지나는 곳곳이 흙탕물 뒹굴던 기억뿐이었다. 평생을 풍족하게 살 수 있었던 나를 여기로 밀어 트린 자들, 그녀를 불길 속으로 밀어 트린 자들, 황혼의 자식들-. 기어코 이 손으로 황혼 너머 지옥으로 떨어트리겠다 다짐하며 벙커의 아지트 문을 열어젖혔다.
열자마자 보인 얼굴은 아말 드레이븐, 벙커의 리더, 잘 만났다. 마침 볼 일이 있던 참이었다. 알 사람들은 알 수 있겠지만 그에게만 말해둔 게 있었다. 나는 선셋의 자식이고, 그들은 내가 가진 재산을 탐내 사고사로 위장한 화재를 일으켜 우리 모녀를 죽음으로 밀어 넣었다고. 선셋들이 직접 오던가, 살인청부를 해 아발란치의 자들이 오던가. 그건 오는 족족 칼을 꽂아 넣어주면 될 일이고, 내가 알고 싶은 건 우리 모녀를 살해하려 한 방화범, 그 자식들의 신상이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얼 보고 있었다. 살로메는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그 앞까지 도달했다. 6개월 간 그를 관찰한 결과 그는 아발란치에 대해서도 심각했으나 별 것 아닌 거에도 심각한 표정을 짓곤 했다. 다른 종류의 포커페이스인가,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살로메는 책상을 검지로 톡 건드렸다. 턱 끝을 쳐든 채, 몸에 밴 고아한 표정을 지으며.
"드레이븐, 무얼 보고 있는 거죠? 당신이 우리의 이정표가 될만치 적합한 리더란 것은 인정하는 바이나, 혹여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단순 재미를 위한 짧은 영상들이라면 이 살로메, 몹시 실망하여 복수의 심지가 옮겨갈지도 모르는지라 무얼 보는지 알려주시겠어요?"
누가봐도 작전에 대해 생각하는듯한 진지한 표정. 그러나 그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저것이 진짜 진지한건지 의심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책상에 앉아서 보는 노트북의 화면에는 별거 없는 고양이들이 뒹구는 영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저 영상을 이 표정을 하고서 볼 수 있는거 자체가 여러 의미로 대단한거 아닐까?
"음?"
그는 살로메가 아지트로 들어오는것도 눈치채지 못한ㅡ건지 안한건지ㅡ채로 영상만을 보고 있을 뿐이었고. 기어이 살로메가 책상을 건드리고 나서야 느릿하게 눈을 돌렸다. 뭘 보고 있냐고 묻는듯 했지만 아마 이 거리까지 다가온 살로메에게 이미 화면이 보이고 있을것이다. 애초에 이어폰도 안 꽂고 있고..
"동물의 왕국?"
일단 그가 말하는 프로그램과 하등 관계가 없는 채널일 뿐더러, 동물의 왕국은 봐도 좋다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한채로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른다는듯 살로메를 바라 볼 뿐이었다.
앗 타이밍이...! 으으으음 제프리 입장에서는 부딪혔다면 기억은 할 것 같은데, 확실히... 그러면 딱 그런 녀석이 있었지 정도로만 할까요! 이후는 말씀해주신 대로 일할 때 마주치면 명령 있는 게 아닌 한 서로 어느정도는 거리를 두는 걸로 해보죠! 그럼 오늘은... 현장에 출동한 두 사람! 이라는 느낌으로 괜찮을까요? 싸울수도 있을거같긴 한데 괜찮으실까 미리 여쭤봐요!
성큼 발 구르는 소리에도 미동이 없다. 이 인간,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거야? 살로메는 신경 줄이 느릿하게 얇아지는 것을 느끼며 무얼 보는지 몸을 살풋 기울였다. 아니, 기울이려고 했다. 한번의 감탄사 뒤에 따라오는 동물의 왕국? 같은 소리나 눈 앞에 뻔히 보이는 고양이 영상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허어……. 이걸 그런 얼굴로? 속으로 헛웃음을 삼킨 살로메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출 새도 없이 표정에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나 지금 너무 어이가 없어, 같은.
"아발란치가 언제 활동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고양이 영상이라니… 물론 귀엽긴 하다만…, 아니지."
주제에서 벗어나려는 주둥이를 콱 다물음은 제 자존심이었음을. 이 둔감한(건지 척인 건지) 남자는 알까. 이 와중에 협상 시도…? 6개월 간, 감히 이 목숨 앗아가려 했던 놈들 꼬리도 못 잡았는데 고양이 꼬리나 보고 있고, 정말….
우아하게 팔짱을 낀 채 그를 빤히 응시하던 살로메는 의자 하나를 질질 끌고 와 그 옆에 둔 뒤 착석. 같이 고양이 영상이나 보자고 그러는 짓은 아니다, 절대, 절대로. 사뭇 새침한 얼굴이 흘긋 영상을 훔쳐보곤 다시 그를 향했다. 책상 위 팔을 괸 채 나긋이 한숨. 하아-.
"내 심지는 타고 있는데, 향할 곳을 찾지도 못했거든요. 진척은 있어요? 아니면 같이 찾으러 가던지."
황금의 속눈썹 사이 검붉은 빛이 진지하게 변모했다.
"알죠? 내 돈은 일정 금액 이상 못 써서 많은 지원 못해줘요, 추적 당할까 봐. 신분 한 피스piece도 찾지 못하면 직접 붙어 찾을 거야."
그 '많음'의 차이가 일반인들의 기준과는 퍽 달랐지만 말이다. 로브 자락 속 손을 꼼지락댔다. 만져지는 것은 붕대로 손잡이 부분이 단단히 감긴, 벼린 은색의 칼날.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확실히 살로메가 벙커에 소속된지 6개월. 아발란치의 움직임을 그가 놓친적은 없었고. 오히려 평소에 이러고 있는데 어디서 정보를 모으는건지 모르겠는게 더 공포스럽긴 하다만 아무튼 아발란치에 관해서라면 유능한 남자였다. 그 외의것이 하나도 안 되서 조직도 전혀 단결하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였다만.
"애초에 지원 받으려고 애들 주워다니는거 아니라서 상관없는데?"
지원을 해준다면 거절하지는 않아도, 거기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그는 딱 그 정도의 인간이었다.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요령없는 멍청이도 아니다. 옆에 앉는 살로메를 무슨 생각인지 모를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이. 더더욱 한심한 모습과 반대로 묘하게 가까워질 수 없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딱히 새로운 발견은 없지만, 그래.. 뭐 우리 아가씨께서 원한다면야 재밌는거나 보러갈까."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수축하는가 싶더니. 그는 일어나라는듯 턱짓한뒤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당히 코트나 하나 걸치고 나가려는 모양새가 어딜봐도 동네 백수다.
자신감 있는 발언, 살로메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야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내심 어떠한 대결에서 진 것 같은 기분에 부루퉁한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가 곧장 갈무리했다. 아직도 표정 하나 조절 못하다니. 아말 드레이븐……. 맨날 무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일은 잘하고 말이야. 복수는 복수고, 그것과 별개로 이 남자의 추적 루트를 캐내고 싶다. 괜스레 승부욕이 돋았다.
"그거 참 다행이네…!"
그러다 상관없다는 말에 참지 못하고 빽, 고사리 같은 손도 꽉. 다만 특유의 목소리 탓에 카랑카랑한 느낌이 섞이진 않았다. 금전 문제로 소식이 없던 게 아니었단 말이야?
"재밌는 거?"
느닷없이 일어나는 그의 말을 따라 중얼거리며, 주춤 일어났다. 아가씨라는 명칭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재수 없을 만큼 익숙하다는 낯짝이다. 동네 백수 같은 꼴에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더니, 그래도 리더니까… 하는 생각으로 그 뒤를 졸졸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 몸에 먼지 하나 묻혀보라지, 그땐 핏물로 샤워 시켜줄 것이니."
나타나지도 않은 적을 위협하는 말이며, 그닥 전투 실력도 좋지 않으면서 입만 나불나불댄다.
하루의 시작은 모르그에서 잠든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그는 업무용 단말기에 찍힌 번호를 확인하며 전화를 받았다. 예, 예.. 예에.. 네. 아.. 네. 두어 번 반복하던 상투적인 대답과 최대한 빨리 와달라며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뒤로, 그는 책상에 엎드렸던 몸을 일으켰다. 간밤에 목과 허리에 실렸던 압력에 무게를 싣지 않기 위해 천천히, 느릿하게 일어섰다. 느림의 미학은 그걸로 끝이다. 이제 일할 시간이다.
준비를 끝마치고 나오니 나머지 일은 수월했다. 만일을 대비해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지 않은 채 대충 주차하고, 관을 꺼내 등에 짊어맸다. 관의 무게 때문에 휘청대다가도 금세 중심을 잡은 그는 건물로 들어섰다.
피는 이곳저곳에 튀었고, 시체는 눈도 감지 못한 채 널브러져 있다. 도망치던 피해자를 쫓았는지 이곳저곳 묻은 꼴이 끔찍하다. 현장을 보니 오늘도 청부 살인인 모양이다. 거기에 장기 밀매까지 겸한 건가? 시대가 언제인데 장기 밀매람. 그는 시체 주변에 쪼그려 앉아 장갑 낀 손으로 늘어진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고는, 꾹꾹 눌러 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죽은 지 24시간은 안 넘은 듯싶다.
“썩지 않아 다행이군.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어.”
원래 시체와 같은 경우에는 경찰을 불러 사인을 조사하거나 신원을 조사하겠지만, 이곳은 양지와는 달랐다. 장의사가 검시관을 겸해 맡을 정도로 많은 것이 뒤틀렸으니. 그렇지만 암묵적인 룰 말고, 오늘은 아지트에서 잘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시체 냄새에 경멸하는 표정을 안 볼 수 있고, 간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다. 이것저것 떠올리느라 여념이 없던 그는 시체를 미리 준비해둔 천에 감싸고, 관에 담고 나서야 인기척에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 시계를 봤다.
아발란치의 리더. 그 이름값 하나만으로 뒷세계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나 그녀의 경우는 겉모습과의 갭이 크기에 유명세는 뒷세계에 나타났을때부터 퍼져나가고 있었다.
물론 뒷세계에서 어린 외형이 그렇게까지 특이한건 아니다. 하지만 저런 외형을 달고서 눈앞에 보이는건 죄다 죽여버린다면? 그녀가 아발란치에서 리더의 자리에 오를때까지 방해되는 물건은 전부 처리해왔다. 물론 그것은 당대의 리더도 마찬가지였고. 오로지 '무력' 하나만으로 그 자리를 차지한것이다.
그녀가 호스트와 연결되어 있는것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야 밝혀졌고. 그 전까지는 전부 힘으로 찍어 눌러왔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야 그녀는 무의미한 살육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무의미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잔인하게 변하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더 무서운건 그 무의미의 기준이 오롯이 자신의 중심에서 이뤄진다는거겠지.
"왜 그래? 복수하겠다며?!"
그리고 자신에게 덤비는 이들을 처리하는것은 그녀에게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전장에서 그녀의 겉모습만 보고 덤볐던 벙커의 조직원들, 혹은 복수심에 덤비는 녀석들을, 그녀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 작은 몸으로, 사람의 머리를 잡아 뜯는 모습은 악몽에서 나올 수준이었다.
숙청의 기준은 꽤나 까다롭다. 선셋가에 속해있더라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그쪽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숙청 대상이다. 물론 반대로 살로메쪽도 아슬아슬하게 뒷세계에 속하게 된 일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는 그거에 관해서도 조사하고 있으니 일단은 가능성을 놓은건 아니라며 답했다.
"그래.. 그러면 조금 처리해야 될 적이 많을지도 모르겠군. 꽤 여러가지로 얽혀있는거 같거든."
그는 살로메의 표정을 감상하다가, 식료품점 입구가 아닌 옆 창문쪽으로 돌아가며 검지를 자신의 입에 대며 조용하라는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그리고 창문을 가리켰는데, 살로메가 안을 들여다본다면.
- 간부님들께서 이번에 해외로 '출장' 나가신단 말이야. 어서 내놔. - 그렇다고 돈도 안 내고.. - 으엉?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아발란치로 추정되는 인물 둘이서 가게를 무수며 점주를 위협하고 있었다. 저 광경 자체는 흔해보이지만. 살로메에게 있어서 중요한건 맨 처음 부분의 대화였을것이다.
"들었나? 아무래도 해외쪽 일에는 반드시 간부라는 놈들이 포함되어 있는 모양이야."
이 정보를 들려주기 위해 데리고 온걸까? 그는 무표정하게 말을 이어갔다.
"호스트에 대한 정보는 너무 적어, 솔직히 존재를 확인한것도 기적이었지. 다이렉트로 호스트를 파내는건 무리라고 봐야해." "그렇다고 말단만 패봤자 역시 아무것도 안 나와. 귀찮지만 중간부터 파고 들어야겠지."
일 안하고 먹고살 수는 없나? 그런 생각을 한지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뒷세계에 들어서기 전에도 결국 하는 일은 청소 일,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삶이 이어지다가 들어온 뒷세계에서도 평소 하는 일은 마찬가지였다. 청소, 닦아내는 것이 좀 더 비릿하고, 치워야 할 게 좀 더 커진데다가 흐느적댄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물론 가끔 호스트가 주는 일을 하면 돈은 충분했지만 결국 그것도 일을 하는 거잖아.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현장을 청소해달라는 말에 투덜대며 바깥으로 나갔다. 거리가 그리 많이 멀지는 않았기에 조금 느긋하게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더니...
"얼씨구, 그걸 또 세고 있었어? 그럼 미리 좀 치워놓지 그랬수. 귀찮아 죽겠구만..."
쯧, 하며 혀를 찬 뒤 여기저기 튄 핏자국을 보다가 가면을 쓴 얼굴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벙커라는 조직은 그렇게까지 특출난 조직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벙커의 리더인 그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 아발란치와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웬 미친 조직이 있다며 유명해지기 시작한 정도일까. 애초에 그는 눈에 띄는 요소라곤 없었다. 겉모습이 특출난것도 아니고 외부에 알려진 대단한 업적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처음 벙커에 들어온 이들도 그의 모습을 못미덥게 봤고. 실제로 현재로서도 벙커는 조직으로서 안정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벙커가 유지가 되는 이유라면, 이것도 반대로 그의 존재 때문이다. 일단 벙커와 아발란치의 개개인의 전투력은 의외로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는것은 아니다. 아발란치가 조금 더 우세한 정도일까. 그렇다면 최대의 문제는 유토의 존재이다. 그녀는 벙커에게 있어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왜 그래? 지쳤나?"
그렇기에 직접 보기전까지는 아무도 상상도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가 유토를 상대하는 광경따윈. 유토가 벙커의 잡졸 따위는 눈감고도 썰고 다닌다면, 아말도 똑같았다. 둘의 힘 자체는 호각으로 보였으나 싸우는 내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무표정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엔 유토마저 혀를 내둘렀다.
"이 새x.. 더럽게 재미없네." "너같은 꼬마를 괴롭히고 있는 내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하는데." "뭐 이 xxx??"
도발조차 무표정하게 하는 모습은 벙커쪽에서도, 아발란치 측에서도 어이없을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피해 받은 쪽인 우리가 본래 뒷세계에 속해있지 않은 인간들이었으니 호스트의 개입일 확률이 높다는 말인가. 납득이 되었다. 우리야 그다지 범죄와 연관될 일 적고 모친께선 그런 것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다만 권력과 명예를 얻으셨으니 내가 모를 일 한두 가지쯤 했을 수도 있겠지.
"여러 가지로요? 아-."
입을 열려던 살로메는 침묵하라는 손짓에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향한 곳은 창문, 저 사람들… 아발란치? 잠깐 방금 해외라고 한 거야? 살로메는 들여다보느라 굽힌 상반신은 조심스럽게 뒤로 내빼며 그를 돌아봤다. 무언가 깨달은 듯이 살짝 눈이 커진 채 굳었다.
"그거… 간부거나 의로 받은 게 간부일지도 모른다는 소리?"
말단도 아니고 설마 간부까지 얽혀있나, 이 사건에? 선셋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진저리가 나려고 했으나, 살로메는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러나 살짝 긴장한 기색은 서려있었다.
"그리고 그건… 간부랑 전투하겠다는 거…?"
리더의 마지막 문장으로 인해. 막상 전투를 한다고 생각하면 본능적인 떨림은 미세하게나마 새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증오는 만반이었으나 경험은 전무했다. 살로메는 입술을 살풋 짓눌렀다가 다물었다. 다짐이라도 한 양 입매가 단단했다.
애초에 이런 뒷세계에서 간부라는게 꼭 전투력으로 정해지는것이 아니다. 돈으로 생각해본다면. 선셋 가문 자체에 간부급이 있다고해도 이상할건 없을거라며 그는 답했다.
"뭐 간부 자체는 별거 아닐테지만."
물론 그것은 그의 기준에서의 이야기였다. 간부라한들 유토에 비할 정도는 아닐테니까. 유토를 상대할 수 있는 그의 입장에서 간부급 정도는 별거 아닐테지만.. 살로메나 다른 조직원들에겐 그렇지 않을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살로메의 반응을 보며 무심하게도 '쫄았냐' 라고 덧붙였다.
"음, 일단 정리는 해둬야겠군."
그러나 마침 점주가 위험해보였기에 그의 놀림은 중단되었고. 그는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갔다. 살로메에겐 천천히 들어오라고 하고나서 전투가 끝날때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저 아발란치 조직원 둘이 그에게 사정없이 밟혔을 뿐이다. 여전히 아발란치에겐 자비가 없어보인다.
설렁대듯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그와 사뭇 달랐다. 그는 투덜거림이 익숙하기라도 한지 고개를 들어 주변을 훑었다. 피가 좀 많이 튀긴 했네, 도와줬어야 하나? 그 또한 마찬가지로 안경 쓴 얼굴을 가면 너머로 빤히 마주했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마주해서 알겠지만 내 일은 시체를 처리하는 일이지, 자네처럼 청소할 일이 아니지 않소. 그러니 피 굳기 전에 미리 왔어야지.”
아니지. 애초에 일하는 게 다르잖아. 그에겐 마땅한 청소 도구가 없었다. 관 뚜껑을 닫으려던 찰나, 그가 고개를 잠시 돌려 시체를 쳐다봤다. 눈도 못 감고 죽은 시체, 남성, 시체, 남성.. 두 번 정도 훑고 아예 멈추는 걸 보니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의 침묵하는 특성 때문인지 시간이 제법 흐른 뒤에야 대답이 나온다.
“그… 보통 사람은 이 정도면 죽소.”
가면 너머로도 노골적일 정도로 황당한 시선이 비쳤다. 아발란치 놈들은 이 정도에도 안 죽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뿐, 다음 번에 이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할 때 지저분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지, 어차피 뒷세계에서 서로 죽고 죽여가며 살면서 생긴 버릇인가? 자기가 있었던 자리를, 자신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듯 남기고 싶은 게 본능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만.
"편하고 좋겠어, 시체만 덜렁 들고 가면 되고."
쯧, 할 거면 시체까지 정리하고 가던가. 꼭 뒷정리할 걸 남겨놓는다고 투덜댄다. 대답이 또 한참 걸려 돌아오니 기다리는 동안 미간을 찡그리고 발을 탁탁 두드리듯 땅에 딛는다.
"그거야 모르는 거지, 어쨌건 확인은 해야 돼."
꺼내주지는 않겠다는 듯, 직접 와서 확인하라는 말에 꺼내주면 어디 덧나냐며 한소리 덧붙인 뒤 핏자국을 밟아가며 관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윽, 피냄새.
타이르듯 천천히 얘기했다. 비록 죽은 사람이 뒷세계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인 건 똑같았다. 어느 조직에 소속이 되어 새 가족이 생기고, 죽고 죽여도 흔적이 남아봤자 남겨진 사람들만 괴로울 뿐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었다. 죽음은 숭고하고 그 이후의 길을 책임지는 것이 장의사와 청소부라고.
“그쪽 보기에 편해 보인다면 앞으로 시체가 있는 곳은 스스로 닦고 가겠소만, 겉치레로만 닦을 게요. 나머지는 알아서 하셔야지 않겠소.”
투덜거림과 달리 친절한 목소리였다. 이후 침묵과 황당한 대답이 오갔을 때, 그는 다시금 아발란치의 생존력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그가 3년 하고도 반이나 벙커의 일원으로 아발란치를 맞닥뜨렸지만,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걸 제외하면 내구성은 사람과 같았는데.
“그렇다면야.”
새빨간 발자국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시선을 옮겼다. 그가 시체를 덮은 부드러운 재질의 천을 치우자 관 속에는 배가 텅 비고 눈을 뒤집어 까 죽은 시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다시금 마주했지만, 피냄새나 시체의 끔찍함에도 감정을 잃은 사람처럼 덤덤하게 물었다.
푸념에 잠시 남성을 쳐다봤다. 기술을 배운다 쳐도 뒷세계에 소속된 이상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미간을 찌푸리자 생각이라도 읽힌 건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자신이 시체 주변을 닦겠단 말에 툴툴대기 시작하자 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이쪽은 보다시피 전문성이 없어서… 그쪽이 전문적으로 해준다니 고맙구먼.”
남성이 전문성을 드러내는 모습이 좋았는지 가면 속 미소가 오래갔다. 그래도 할 마음은 있구나. 조금만 더 북돋아주면 의욕 있게 하지 않을까 싶어 유도했다. 남성이 시체를 확인하고 천을 덮었을 때 그는 천의 구겨진 매무새를 정리하듯 조심스럽게 손으로 끄트머리를 쥐어 위로 당겼고, 마찬가지로 남성의 시선을 좇아 눈을 마주쳤다.
“오래 일하면 익숙해질게요.”
그는 처음부터 비위가 좋은 덕분에 이런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지만, 타인은 아닌 걸 알기에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그는 관 뚜껑을 덮으려다 멈추고 다시 내려둔다. 남성이 손을 짚은 것도 있지만, 물어보는 질문이 황당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소만.”
신경을 긁어 보려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대화를 하고자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지금껏 살아온 결과 보통 이런 일이 있다 보면 심상찮은 뒷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벌렸다.
간부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긴, 그 더러운 가문에 더러운 기업이라면 있고도 남을 테다. 일반 직원이라면 일반인 비율이 높겠지만 꽤 직급 높은 이들이라면 회장과 손잡은 적을 몇 번 마주했으니 결코 일반인은 아니다.
"쫄…?! 안 쫄았, 아니 겁먹은 거 아니거든요? 드레이븐, 당신 위력과 내 위력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인지해 줄래요."
화들짝 놀랐다가 정정. 6개월이나 루첼란 뒷세계에 있었더니 말투가 어느새 옮겨붙은 것이 살짝 충격이었다. 분명 무심한 표정인데 놀리는 것이 느껴졌다. 드레이븐……. 속으로 그의 이름을 읊조리며 한쪽 눈썹을 움찔거리곤, 그의 뒤를 따라갔다.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이러니까 별거 아니라고 하는 거지……. 짓밟힌 두 조직원을 흘긋 바라보며 전혀 걱정스럽지 않은 낯짝으로 "저런…"하고 뇌까렸다.
"아는 사이에요?"
두 사람의 대화가 왠지 친근했다. 식료품 가게의 점장이라는 자는 일반인은 아니고, 아까 돈에 관해 무어라 다퉜던 것 같던데. …돈 뜯기는 포지션?
이 도시에서의 일이라면 몰라도, 해외의 일이다보니 정보를 얻는게 그렇게 쉽지 않다며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다고 그가 여기를 비울수도 없는 노릇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걸 해야하는건 너야. 내가 전부 죽여주길 바라는것도 아니잖아?"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뒤 점장에게 조금 더 다가가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다. 대충 들어보니 아는 사이는 확실한듯. 새로운 정보는 있냐느니, 이것저것 말하는거보면 이 사람도 정보를 모으는 수단 중 하나인걸까.
"이 바닥에선, 일반인이란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야. 이런 가게 사람이라도 다 도움이 되는거고."
나는 이 바닥에서 그래도 꽤 오래 있었으니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점장에게 뭔가를 묻고 있었는데.. 마무리가 좀 덜 됐던걸까? 쓰러져 있던 아발란치 조직원중 하나가 움찔거리더니 뒤에서 기습하려는게 보였다. 대화를 하고 있어서인지 그는 눈치채지 못한듯했고, 뭔가 행동할 수 있는건 살로메 뿐으로 보인다.
살로메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에서 직접 와주면 좋으련만 해외에 있는 엉덩이 무거운 선셋은 물론이고 온다 해도 아발란치 중 누가 연루되어 있는지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내게 주어진 일은 내가 처리해요. 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드리죠."
고개를 홱 돌리고 퍽 새침하게 내뱉었다.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을 때 그는 이미 점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용을 귀 기울여보니 정보상으로써 활동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기야 이곳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면 양측에서 주워듣는 게 많을지도……. 이어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옆에서 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보고 있던 와중 시야로 쓰러진 조직원이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살로메는 힐긋 곁눈질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로브 속에 있는 단검을 꺼내 목 끝에 겨누려 했다.
"*표범이 자기 반점을 바꿀 수 있겠니.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못 차리고……."
성공한다면 목 끝에 닿아 피가 흐르는 대치 상태에서, 실패한다면 그에게 밀려난 채 뒤를 잡기 위한 자세를 취하며 중얼거릴 것이다.
*A leopard cannot change his spots. : 제 버릇 개 못 준다.
살로메의 말을 듣고있던 그였지만, 새침하게 내뱉는 살로메와 다르게 그는 그게 말이 되냐는듯 머리를 긁적였다. 혼자서 다 할 수 있었으면 걱정할게 없을테니. 물론 그런뜻이 아니겠지만 그는 바보같이 그것도 모르냐?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결론적으로 그렇게 큰 정보는 없군."
아무튼 점장과의 대화가 끝나갈때쯤, 기습을 시도하는 조직원의 움직임을 살로메가 막는것에 성공한다. 피부 겉부분이 찔린 정도에 그치긴 했으나, 이 상황에서 뭘 시도할 수 없으므로.. 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물렀을지도 모르겠다. 상대는 능력자, 몸 하나 움직이지 않고 사용하는 능력도 당연히 있을 수 있었고. 실제로 조직원은 항복하는척 하는가 싶더니 목에서부터 뼈같은게 튀어나와 살로메를 노리려 했다.
"자기가 능동적으로 움직인건 좋긴한데. 이럴땐 역시 볼거없이 죽이는게 좋으려나."
다만 거기에 살로메가 대응할 필요는 없었다. 그 전에 총성과 함께 조직원의 머리가 날아갔으니 말이다. 물론 지근거리에 있던 살로메에게 피가 튀는건 어쩔 수 없었겠다만. 그것까지 배려해줄 그가 아니었다.
"아, 꼭 죽이는게 정답이란건 아니야. 정보를 얻어야할 때도 있고 이것저것 상황마다 다르니까.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말에 눈매가 사나워졌다. 자칫 째려보는 듯한 인상. 별 위협적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연속으로 바보 취급하는 듯한 그의 표정에는 크리티컬!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쿠궁! 하는 표정을 지었다.
호기로운 멘트와 함께 막은 것은 성공했을 때였다. 더 움직이면 칼날이 파고들테니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가만히 있겠지- 라고 살로메는 생각했다. 죽이는게 나으려나, 로 끝난 그의 말에 눈만 끔뻑이고 있는데 곧ㅂ로 탕! 귓가를 먹먹하게 울리는 총성과 달궈진 핏방울이 뺨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쯧, 한 번 혀를 찬 살로메는 피로 더럽혀진 게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손등으로 뺨을 닦아내고 옷을 툭툭 털어냈다. 뒤늦게 상황을 살피니 뼈와 관련된 이능력자로 그것으로 자신을 공격하려 했었던 것 같다.
이곳에 오는 동안 투닥대서 그럴까,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데 자존심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어 입이 썩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살로메, 조그만 냄비는 쉬 뜨거워지는 법이고, 자신은 조그만 냄비 따위가 되고 싶지 않았다. 살로메는 얼굴을 부드럽게 풀려 애쓰며 말했다.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감사해요, 언젠가 반드시 보답할게요, 드레이븐. 깊은 충고도 말이죠."
미운 일곱 살처럼, 청개구리처럼 굴곤 하나 머릿속에는 이미 그의 충고를 새겨놓고 있었다. 어쨌든 저가 속한 소속의 리더임은 분명하니 말이다. 옷을 터는 것을 마친 살로메는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얘길 하고 있던 건가요? 끝났나요? 나 얼른 씻고 싶어요, 불결해서 참을 수가 없어."
그렇게 말하는 살로메는 옷깃을 검지와 엄지로 슬쩍 잡아 떨어트리며 만지면 안될 걸 만진 듯한 얼굴을 했다.
살로메의 반응이 어떻던간에 말은 놀리는듯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딱히 좋아보이지도 나빠보이지도 않는다. 표정만 봐서는 정말 놀리려고 한걸까? 싶기도 할 정도.
"별로, 보답은 필요없는데."
구할 수 있고, 거기에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데 굳이 구하지 않을 필요는 없지않냐며 그는 가볍게 말했고. 따지고보면 자신이 알고 있음에도 대처하지 않은게 이유 아니냐며 적당히 넘겼다.
그 이후 상황을 정리하고, 점장에게 대충 치울 사람을 부르겠다고 말해준뒤 그는 살로메를 바라봤다. 피를 뒤집어쓴 모습이 썩 유쾌해보이진 않았지만, 어차피 이 바닥에서 구르다보면 더 한 일도 있을테니 신경쓰지 않을 모양이다. 그는 무슨 얘길 하고 있었냐는 말에 일단은 겸사 겸사 정보수집이라고 덧붙였다.
"쓸모있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쉽게 꼬리 잡힐리도 없겠지만."
알아내기 쉬웠으면 애초에 고생 할 일도 없었겠지. 그는 살로메도 그 정도는 알거라고 생각하며 말을 줄였다. 그리고는 알았으니 돌아가자는 제스쳐를 취하며 식료품점을 나섰다.
특별할 게 뭐 있냐며 어깨를 으쓱인다. 결국 돈이다,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하지. 물론 쪼들리는 건 아니었지만 보수가 쏠쏠한 일이라는 게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가끔 이렇게 다니다 보면 그럭저럭 흥미로운 일들도 생기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 일 자체가 좋은 건 아니었기에. "헤, 의뢰주한테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생판 남에게 듣는구만." 고맙다는 말에 별 소리를 다 한다는 듯 코웃음친다. 그 뒤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 한번 떠 봤으나 발문 자체가 애매모호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애초부터 애매모호하게 받아들여 넘길 생각인지 돌아오는 답은 시원찮다.
"아니, 무슨 차야. 그런 생각 안 해 봤어? 시체를 치우는 사람이 시체가 되면, 그 시체는 누가 치우지?"
응? 장의사 양반. 염습은 누가 해 주고, 누가 관을 짜 넣어주지? 관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안경을 살짝 벗어, 살짝 올라앉은 먼지를 불어 날리곤 초점이 흐려져 찡그린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요즘 다 식은 피랑 찌꺼기만 봐서 말이야. 자극이 필요한 때 같은데. 당신은 아니지? 상관은 없는데 예의상 물어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는 남성을 흘긋 쳐다본다. 하긴, 여기에서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할까? 그러지 않는 사람이 태반일 터다. 보수, 혹은 취미, 협박... 그깟 시체 하나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는 그가 이상한 사람이겠지. 코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만나는 사이라 서로 간의 일에 터치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게 잘못된 모양이다. 애초에 이 팍팍한 뒷세계에서 잠깐 정신 놓고 해이해지는 게 잘못된 일이지.
“조용할 날을 바란 내가 죄인이지.”
내 이럴줄 알았지. 가면 속에서 시선을 돌렸다. 한숨도 나오지 못했다. 염습도, 관도 지금은 자신의 몫인데 누가 잇겠는지. 현실적인 면에서 봐도, 삶의 끝자락에서 봐도 참. 찡그린 눈으로 쳐다봤을 때,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손가락을 들어 남성의 얼굴 쪽을 가리켰다.
“점심이나 먹자고 하듯* 쉽게 할 말이 아닌 것 같소만.”
그는 관 주변에 쪼그려 앉던 무릎 위에 한 손을 올려 일어날 준비를 하려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췄다.
“…자극이 필요하다 했지, 혹시…… 이런 걸 바라시오?”
그는 검지를 보였던 손을 빙글 돌리고 중지를 펼쳐올렸다.
“이것도 아니라면 내 시체 치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그쪽이 치울 것이 아니면 허튼 생각 마시오.”
* Have (a) lunch. Avalanche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걸 이용한 말장난이자, 해당 종류의 말장난의 경우 조롱의 의미로 쓰일 때가 잦다.
음...첨부터 전투 스타트 일상으로 간다면 오 불법인게 뭐있죠 마약으로 할게요... 세메는 후방에서 능력 사용하며 마약 거래 도중 방해꾼이 오나 탐색하고 있을것 같네요. 그냥 거래면 아발측 인원도 소규모일테니까 살한테는 후방 인물 한 명만 죽여서 일에 혼란을 심으라는 임무가 갈?수도 있을가요??
이걸로 간다면 살이 매우 뛰어나고 현란한 솜씨!로 사역마들 눈 피해서 기습하는 것도 맛있..재밌겠고, 반대로 세메가 일부러 미끼를 놔서 살이 기습하게끔 유도하는 것도 재밋겠네요 살주 미안해요 내가 뇌절이 최계세강이에요..
집나간 냥이 일상은 양측 둘다 별 의심 없이 점접 찍다가 어느 한쪽이 말실수 조금이라도 하면 둘 다 의심 맥스 찍는것도 재밌을것 같은데 이런 반전이 있더라도 좀 짧을것 같네용.. 끽해야 서로 찜찜해 하며 끝날듯?
날이 흐렸다. 안 그래도 밀집된 채 하늘로 치솟은 마천루들에 의해 생성된 미로 같은 그림자는 그 몸을 더욱 부풀렸다. 하늘과 지상이 빛과 어둠으로 완벽히 분리되었고, 그 덕에 저녁이 채 되지 않은 시각에도 뒷세계에선 끊임없이 범죄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 움직인 것은 아발란치 측으로, 살로메는 벙커의 소속으로서 그들을 방해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아끼는 고급 양장도 벗어던지고, 몸에 탄탄히 붙어 활동하기 편리한 어두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마약 거래라 했나, 마약이라 하니 자연히 저가 뛰쳐나온 가문인 선셋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하는 그 집안은 마약에도 손을 댔다. 그게 아직까지 발각이 되지 않은 채 대기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더러운 짓으로 숨겼을지 모르는 일이다. 상념은 여기까지 하고, 그림자에 숨어들어 정면을 응시했다. 군집을 이룬 것 마냥 도미노나 젠가 같이, 농담처럼 지어진 이곳은 그림자가 무척 많아 숨기에 용이했으나 동시에 표적을 찾기에도 애를 먹었다.
살로메는 주변을 살폈다. 일반인, 뒷세계 주민, 주민들, 수상쩍은 인물… 수상쩍은 인물? 스쳐 지나가려던 시선이 온몸을 덮은 차림새를 한 이에게로 정확히 꽂혔다. 얼굴 전체를 가린 고깔모자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뭐지, 동물? 그러나 지나치게 기척이 없다. 알아차리는 데도 꽤 걸린 시간. 지체할 수 없다. 주변의 동료로 보이는 이가 안 보이는 지금이 적기다, 라고 살로메는 생각했다.
품 안에 있던 단검을 살며시 꺼내 최대한 발 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다가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숨을 참았다가 조용히 흐웁, 들이키곤 재빨리 발을 굴렸다. 열심히 달음박질을 하며 사역마들의 공격을 최소한으로 받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단검을 역수로 쳐들고, 양손으로 쥐어 뒷목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있는 힘껏 내리찍으려 했다.
어둑한 차림을 한 그녀를 한 고양이가 오도카니 바라보았다. 그 주홍색 동공은 양껏 가늘어졌다가도, 다시금 원 상태로 팽창했다. 고양이는 그 인물의 수상쩍은 행동가지를 가만 좇다가도 어두운 저편으로 종종걸음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어딘가의 까마귀가 보다 세차게 공기를 밀어내며 더 너른 구역을 순환하기 시작한 것은 기묘한 우연처럼도 보일 테다. “보는 눈이 많아졌어.”
인프라 적은 한 곳에 차분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무복 차림의 남성이 있다. 그에 호응하듯, 그의 귀에 달려 있는 수신기에서는 마찬가지로 조곤한 말소리가 귀리에 스민다.
“몇명이나 붙었지? 어느 쪽에?” “제 쪽에만 한명, 신원은 모르겠네요.” “거래처 놈들의 반발이라 생각 되나?” “그것도 유력해 보이는데, 벙커 소속일 수도 있죠?” “지금 가장 가까운 인원과 너의 거리가 약 400m 정도다, 시간만 조금 끌수 있다면 그를 그쪽으로 보내 기습을 시도하지.” “아니요, 그 인력으로 거래처와 접선해 주세요. 상대는 개조 한 것 없어뵈는데, 제 쪽에 인원 투입하면 손해지.” “그러지, 어느 소속인지 최대한 뜯어내고.”
당연한 말을 하며 연락은 그대로 끊긴다. 남성은 몸을 틀어 인기척이 없을법한 부근으로 향하며 고양이의 눈으로 상황을 살폈다. 당신이 자신의 근처를 배회하는 동물을 알아 차린 것은 그때 쯤 이었을 것이다. 달음박질이 들려오면 고개를 팩 돌려 그에게 내리찍히는 검로를 무시한 채, 소매에서 신칼을 한 자루 꺼내들어 횡으로 베어올렸다. 바람을 묵직히 쓸어올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 직후, 바로 칼을 잡은 손을 바꿔 허리춤에 수납한다.
.dice 1 2. = 1 1 명중, 2 빗나감(방어 등 가능) 세이메이 HP : 7
당신의 공격 후 그 단검 끝에 꽂힌 것은 그의 목덜미가 아닌, 삼색 고양이 한 마리였다. 그 고양이는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주르륵 검에서 미끄러져 내려 바닥에 네 발 딛고 착지하더니, 유유히 걸어나가 싸움장을 이탈하려 했다.
“굳이 절 공격한 걸 보아하니, 마약에 관심 있는건 아닐것 같네요.” “배후가 뭔지 알려주실 정도의 기사도는 있어요?”
그의 뒤에서 주홍색 홍채의 도베르만이 걸어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묵직해 보이니 근육이 잘 잡힌 편이라 예상 될 테다.
"하, 빈말은 그쯤 해두지. 문질러 닦는 것도 못하는 거면 뭘 해도 제대로 못할 놈인 거야."
결국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하게 되는 게 이런 일이라면서 덧붙인다. 그 때가 되더라도 못 하겠다고 버티면 거기서 끝인 거고. 아무래도 기대하던, 혹은 예상했던 대화의 흐름은 아니었는지 들려오는 대답은 분명히 내키지 않는 듯했다. 이게 내키는 게 이상하다고 봐야 하나? 가면 너머에 대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턱을 매만지다가, 그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추더니 엿을 날리자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니 아니, 알면서 그러는 거지?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좀 미지근하잖아. 요즘 세상에 그 정도로 뭐가 되겠냐고."
좀 더 분발해보라는 듯 입꼬리를 올리면서 고갤 까딱한다.
"장의사 양반, 당신이 늦었을 땐 시체도 내가 치울 것 중에 하나라고, 하나 더 늘면 귀찮긴 해도 좀 더 얹어준다니까? 마냥 나쁜 건 아니란 얘기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반응이 영 미지근해서, 어떻게든 끌어당겨도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상황이 곱게 흐르긴 글렀다. 업무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좀 그렇고, 차나 한잔 마시자고 하기엔 이미 남성의 시동이 켜진 것 같다. 한숨이 나오려다 목에서 턱 막혔다. 그는 좋으나 싫으나 벙커에서 아발란치 사람들을 방해한 경험이 있었다. 지금까지 쌓은 삶의 미학과 직감은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였고, 어물쩡하게 넘어가면 오늘 그의 인생도 종친다는 걸 깨닫는 것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이 뒷세계에서 아직까지 손가락 열 개 전부 멀쩡하게 남아있는 사람이란 걸 그쪽이 깨닫지 않겠소.”
가면 속에서 그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가면을 강제로 벗기거나 깨부순다 해도 확인하고자 하는 표정이 오래 갈수나 있을까? 남성을 잠자코 지켜보던 그는 무릎을 완전히 펴고 무미건조하게 말을 이었다.
“…그쪽과 나는 다르오. 대립은 싫고, 싸우는 일은 즐겁지가 않지. 늘어지는 싸움은 끔찍한 일이오.”
그리고 그는 코트 깃, 가슴팍 근처로 손을 쑥 넣었다. 품 속을 뒤적거리며 꺼낸 것은 역사적 자료로나 쓰일 법한 구식 권총이었고, 그는 능숙하게 총을 장전했다.
탕!
총이 격발됐지만 총구가 남성을 향하지 않았다. 그의 옆에 자리한 관, 그리고 그 속에 있던 새하얀 천이 미약하게 들썩이더니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는 여섯 번의 총성 동안 시체를 보지도 않고 대충 머리가 있을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더니, 의욕을 비롯한 어떤 감정도 없이 말했다.
잘 벼려진 단검이 예기를 뿜어내며 궤적을 그렸다. 무언가를 찌르긴 했는데…. 기묘한 감각에 잠시 주춤한 틈새, 그 사이로 곧장 공격이 파고들었다. 팔과 빗장뼈 부근에 죽- 하고 실선이 생기더니 피가 퐁퐁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아야… 따가워라."
작게 중얼거린 살로메는 뒷걸음질로 거리를 두려 하며 상황 파악을 마쳤다. 이 앙증맞은 삼색 고양이가 제 칼에 맞고도 붉은빛 한번 비치지 않고 유유하게 자리를 이탈했다. 그것이 미묘하게 거슬린 듯 살로메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이게 이 자의 이능력인가 보네. 체격 차, 이능과 개조 여부만 따져봐도 이쪽이 불리했다. 이래서 기습한 거였는데. 어쩌지? 머리통을 이리저리 굴리던 차, 온몸을 칭칭 감싼 자가 물었다. 살로메는 따끔거리는 감각을 뒤로하고 싱긋 웃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기사가 아니라 레이디라서요."
검을 깔끔히 수납한 자태를 보고는 쏘아붙였다.
"가히 검사같은 작태이면서 레이디를 상처입히다니, 그쪽이 기사도가 없다는 것은 알겠어요."
본격적인 전투는 처음인 입장에서 첫 타격을 상대가 가져갔다는 것이 이쪽은 퍽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그 옆 짐승을 발견하고 말았을 때엔 자존심이고 뭐고 그냥 도망칠까? 하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도베르만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눈빛 한 번 살벌하기는, 물려주신 고운 피부 다 상하겠네. 어머니에게 사과를……."
목적은 제거였으나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최종 목표는 방해니 시간만 끌어도 되지 않을까, 음. 죽일 수 있으면 좋고, 그러나 역으로 당할 것으면 무조건 도망이다. 자신에겐 아직 끝내지 못한 과제가 남아있었다. 다시금 공격할 준비를 했다. 죽을 거 같으면 도망쳐야지, 목숨 아까운 줄 아는 살로메는 그리 생각했다.
단검의 손잡이를 다잡았다. 찌를 때 힘에 의해 역으로 찔릴 가능성을 염두에 붕대로 단단히 감긴 거칠함이 느껴졌다. 휙, 하고 또다시 그의 목을 향해 던졌다. 그의 이능이 막을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명중률은 떨어졌다. 도베르만이 그 검을 막았건, 빗맞췄건, 살로메는 일단 달렸다. 그리고는 옆으로 낮춘 자세로 파고들어 품 속에 있던 두 번째의 단검으로 잠룡(허벅지 안쪽)을 찌르려 했다.
살로메: 218 자신에 대한 소문에 어느정도 신경쓰나요? 쓸데없이 그런 걸 왜 신경 써요? 하고 쿨한 척 하면서 엄청 신경 쓸 타입일 것 같네용 남한테 의존하고 싶으나 의존할 수 없는 약한 건지 강한 건지 모를 고런… (・ิω・ิ) 344 모교를 좋아하나요? 친구가 있었어서 좋은 매개라고 생각! 하지만 돈 많은 머저리들이 많다고 생각했겠네용 사실 부자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별로라 생각하면 돈 없는 머저리라고 생각햇을 것.... 223 좋아하는 과일 라즈베리, 레드커런트, 블랙커런트(카시스), 복분자, 무화과, 자몽, 만다린 등. 빨간 게.. 많다... (・ิω・ิ)
억지로 웃는 것인지 모를 당신의 미소에 회답했다. 그 말의 끄트머리에선 팔 꼬곤 비딱하게 키득이는 것은 명백히 당신의 자존심을 긁으려 하는 것이었겠다.
“그 정도 검격은 충분히 피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과대평가해서 참 미안해?”
비꼬듯이 퍽 시니컬한 톤 이었다. 동물은 공포를 잘 안다고 하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양, 그의 옆에 자리잡아 우뚝 서 있던 도베르만은 낮게 진동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남성은 그 불길한 짐승 울음소리에 아랑곳 않고, 그저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 아무 말 없이 당신 쪽만 응시하는 꼴이 기괴하다. 바닥이 보이고, 길이 보인다. 발을 바삐 움직여도 사람의 걸음걸이 보다 느려 그만큼 더 열심히 발바닥을 굴리는 짐승의 시야. 시야를 위로 하면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은 찰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신의 시야로 돌아왔을 때엔 서슬퍼런 날붙이가 눈 앞에서 번쩍였다. 가까스로 한쪽 발을 축심 삼아 몸을 돌리면 단검은 궤적 그대로 날아가 그 뒤 땅을 향했을 것이다. 그렇게 몸을 돌려 땅에 딛지 못한 다른 쪽 발로 중심을 되찾으려 했었다. 중심을 낮게 잡아 달려드는 여성, 그 품에서 꺼내든 또 하나의 검, 그것을 못 본 체 다시금 중심을 잡으려 하는 자신의 모습. 그 여성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1인칭. 눈 앞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 듯, 발로 땅을 다시 딛으려는 움직임을 곧바로 바꿔 당신이 칼을 잡은 손을 발로 차 찔리는 것은 면했다. 그 반동으로 중심은 뒤로 쏠려, 다시금 두 발로 온전히 땅을 밟아 두어 걸음 물러섰다.
“오, 죽을 뻔 했다.”
그가 무미건조한 어조로 “미안~”이라 덧붙이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드는 도베르만의 존재감에 의해 어느 정도 묻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타액을 튀기며 큰 입을 열면 보이는 커다란 치아와 송곳니. 당신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 했다.
남한테 의존하고 싶으나 의존 못하는 캐 너무 슬퍼서 좋아해용 이런 살로메가 천천히 멘탈 회복해가는거 볼수 있다면 너무 행복하겠어용.... 그리고 살로메는 새콤하고 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는군요 존대 써주는 아가씨지만 속내는 톡톡 쏘는 매력이 잇는 살로메와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하...귀여워...
세이메이: 081 씻는 빈도 매일 씻습니다 근데 키우는 고양이들이 샤워 물소리를 싫어해서 스피드런 해야 한다네요 024 캐릭터의 가치관을 한 줄로 정의해주세요.(좌우명) 한 점 후회 없이. 이거 뭔가 원장실에 걸려있을거 같지 않아요? 262 무례함과 예의바름 중 어느쪽에 더 가까운지 무례함 아닐까요 살로메 미안해..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646172
ㅋㅋㅋㅋㅋㅋㅋㅋ살로메도 고귀한 아가씨 느낌 물씬 나서 세메 아무리 깐족대도 먹금 할줄 알았는데 티키타카 너무 반전이였어요 너무 즐겁다... 앗 종교적인 느낌이였다니 상상도 못한 정체..! 살로매 싸우면서 치밀한거 너무 좋아용... 공격 맞으면 갱장히 아파해 드릴게요 피 5리터 뿜을게요 살로메 칼에 한번 베이고 두뇌 회전력에 또 베인다
아이고 머리 박진 마시고용 현생 잘 풀고 와서 잘 놀면 된거죵 저는 신경 안쓰니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실때 답레 주세용~~
분명 얼굴엔 웃음이 만연한데 이마에 힘줄이 살벌하게 돋아났다. 저, 저게……. 속으로 고상하지 못한 욕설을 잔뜩 지껄이며 분노로 양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곤 움직임이 뚝.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기 시작한 문장. 과대평가해서 참 미안해? 과대평가해서 참 미안해? 과대평가해서 참 미안해?…….
이제 도망은 뒷전이다. 이 살로메를 모욕한 저놈의 낯짝을 반드시 봐야겠다. 도베르만의 살벌한 울음소리가 이 순간만큼은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저 고깔모자를 집어던져주겠어……. 일단은 전투 불능 상태로.
볼 안쪽을 짓씹느라 한쪽 볼이 살짝 들어갔다가 나왔다. 살로메의 몸은 그의 옆구리를 향해 들어갔다. 목을 향해 던졌던 칼은 이미 내쳐져 초라하게 벽에 부딪혔다가 바닥을 굴렀다. 뒤이어 급소를 노리던 두 번째 칼마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챙… 허무하게 울리는 칼날과 아스팔트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귓가에 살벌하게 울리는 그르렁 소리…. 대처할 새도 없이 목덜미를 물어뜯겼다. 파고든 이빨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잇새로 흘러나왔다.
"악…! 읏, 이, 짐승 자식이……."
평소엔 체면을 생각해 하지도 않는 욕지거리를 뇌까리다 쏠리는 무게에 허리가 휘청였다. 이제 어쩐담. 무기는 양쪽으로 날라가 바닥을 나뒹구는 처지, 가진 거라곤 손톱과 머리핀 정도. 앞에는 약을 바짝 오르게 하는 적, 뒤에는 옴짝달싹 못하게 떡하니 버티고 있는 짐승이. 이 도베르만을 내던지는 건 능력 외, 이능이라면 이능의 본체를 공격하면 되려나. 살로메는 점차 파고드는 날카로운 이빨에 피로 젖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다 손을 확 뻗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중심을 넘어트리려 했다.
.dice 1 2. = 2 1 명중, 2 빗나감(방어 등 가능) 살로메 HP : 5
성공한다면 중심을 넘어트리고 올라타 목을 양손으로 조르며 웃을 것-"레이디도 기사가 아니면 존중해 줄 이유가 없어서"라고 하며-이고, 실패한다면 노려보며-"오늘 결심했거든. 감히 이 귀한 몸에 상처낸 자 얼굴 반드시 기억하겠노라고."라고 하며 - 역습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다.
방금까지 조금 망설이는 듯한, 혹은 내키지 않는 듯한(지금도 여전히 내켜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건드리면 좋은 꼴은 못 볼 거다'라는 투로 대답하는가 싶더니, 권총을 꺼내 장전, 애꿎은 시체에 총탄을 쏘아대자 이해하기 좀 어렵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난 거야, 치우던 시체 중에 그런 걸 지닌 게 있었나?"
지금은 쓰는 일이 적은, 사실상 마니아들의 전유물이거나, 그런 쪽에 흥미가 있는 재력가들의 장난감에 가까운 권총의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묻다가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됐어, 답지않게 귀찮게 굴었구만. 일 늘려봤자 뭐 해, 어차피 이렇게까지 안 해도 서로 쳐죽일 날은 넘치는데."
됐네 됐어~ 오늘은 텄구만. 아무래도 반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애초에 이게 목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언제든 사고는 나잖아, 요즘 좀 느슨해진 것 같더라고, 언제 끝장날지 모르는 세상에 다른 사람 시체나 치워주고 있으니까 속이 좀 꼬이더구만."
사실대로 말해버렸다. 마음에 안 들었다고. 그 직후에는 또 별 생각 없이 어깨를 으쓱이며 관에서 손을 뗀 뒤 이제 가려면 가라는 듯 손을 까딱였다.
>>358 앗 네, 천천히 주셔도 괜찮...긴 한데, 죄송하다는 말씀을 좀 드려야 할거 같아서요. 첫 일상이라 너무 좋았는데, 음... 개인적으로 사정이 좀 있어서 시트를 내려야 할 것 같거든요. ㅠㅠ 제가 막레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 ㅠㅠㅠㅠ마무리 지으시려고 하는데 이렇게 돼서 죄송해요! 진짜 지쳐 쓰러지기 직전이라, 너무 욕심을 낸 거겠죠. 휴... 아무래도 쉬어야 할 거 같아서...
캡틴에게도 갑작스럽게 말씀드리게 돼서 죄송해요, 이미 시트도 한번 바꿨는데 8ㅁ8 그치만 힘든 건 어쩔 수 없어서, 폐 끼치는 것보다는 내리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좀 나아지면 돌아올 수도 있지만 지금은... 떠나야 할 거 같아서, 네. 시트는 하이드 처리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흑 첫 이벤트 직전에 이렇게 돼서 죄송할 따름이에요...
당신이 거래처 측에서 온 인물이라면 자신의 시선을 돌리는 미끼 역이겠다, 그러니 보호 요청은 마다하고 현장 기습을 감안해 안 그래도 적은 인원은 죄다 거래처로 향해 있었다. 다만 현재까지도 제 역할만 묵묵히 수행하는 까마귀의 눈에 비춰지는 수상함은 없었으며, 별 다른 연락도 수신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신의 목덜미가 물리기 바로 직전에 그는 등을 돌려 당신이 떨궜던 첫번째 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언가가 뜯기는 것과 같은 흉측한 소리는 짧았고, 그 덕분에 그가 그 후에 뱉은 말은 선명하기 그지없을 테다.
“벙커 쪽은 인재도 없나 봐요? 그쪽 같은 분에게 이런 일을 맡기는걸 보니.”
확신 가득한듯 뱉은 말은 어디까지나 추측이였고, 당신이 낚일지도 모를 도박이였다. 그는 칼등 쪽을 발로 차 공중으로 띄우더니, 붕대가 감긴 손잡이 부분을 잡아 칼 끝을 바닥으로 향해 들었다. 당신을 도발하려는 의도 가득히 행한 행동들이었다만, 그 칼을 잡은 악력이 강한 꼴을 보아하면 긴장한 것이 또렸했다.
“아.” “피하고 있었거든-?”
툴툴대는 듯한 말이다만, 어조는 불평 불만 한 톨 없이 나긋하게 타이르는 듯 했다. 당신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려 하는 움직임을 취했을때, 목에 느껴지던 강인한 치악력이 한 순간에 풀린 것이 느껴졌을테다. 도베르만은 당신을 내버려두고 이미 한 발 뒤로 빼 피하려던 그의 옷 소매를 잡아, 뒤로 당겼다. 갑자기 더해진 무력에 중심을 다른 쪽 발로 옮겨 땅을 딛고, 하체를 단단히 고정해 당신의 오른 어깨로 칼을 내려치려 했다.
"내가 뛰쳐나온 몸만 아니었다면 직접 시도할 필요도 없이 당신 죽여달라고 의뢰나 넣었을 텐데 말이야…."
아니, 그랬다면 이곳에 발 들일 일도 없었겠지. 뒷말은 쓰게 삼켰다. 몇 번의 타격을 받았음에도 높은 콧대만큼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는지 검붉은 두 눈은 날카롭게 뜨여있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웃는지 이를 악무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콱, 목에 파고든 이빨에 얼굴을 찡그리곤 입을 열었다.
"걱정, 마시지…, 반드시 죽, 여서 그 입 다물게 해줄, 테니까."
고통에 끊기는 문장을 겨우 이어붙여 표독스럽게 쏘아붙였다. 잔뜩 약이 오른 살로메는 떠보는 말인지 의심해볼 겨를도 없이 그저 제 성질만 뱉어냈을 뿐이었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그의 몫이었다.
또 이어진 공격의 실패. 잇따른 미스에 이쪽의 심기가 심히 뒤틀렸고, 존댓말은 집어치운지 오래. 교양도 품위도 벗어던진 채 핏물에 젖은 흐트러진 금발을 쓸어올렸다. 그리고 왼손을 주머니에 손을 넣음과 동시에 오른 어깨에 박힌 칼날, 아픔은 차오른 부아의 열에 활활 타올랐다.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잔뜩 분비되었는지 쑤셔진 오른 어깨에도 막무가내로 일어서, 주머니에서 헤어핀을 꺼내었다. 굽혀진 다리에 힘을 주고 발끝으로 땅을 박차 오르며 헤어핀의 첨단을 모자를 뚫고 그의 목에 박아 넣으려 했다.
"*때론 장님이 까마귀를 잡을 수도 있거든…!" *A blind man may sometimes shoot a crow(때론 장님이 까마귀를 잡을 수도 있다). :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다.
.dice 1 2. = 1 1 명중, 2 빗나감(방어 등 가능) 살로메 HP : 4
명중한다면 "잡았다, 까마귀."하고 빙글거리며 다리를 걸어 중심을 넘어트리려 했을 것이고, 실패했다면 어깨에 칼을 뽑으려 버둥거릴 것이다.
당신이 저주하듯 하는 말엔 가벼운 투로 비아냥거린다. 자신의 추측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니 애매하기 짝이 없다만, 그는 그런 답에도 만족한 것인지 더 이상 추궁하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저보다 낮은 눈높이로 시점이 암전된 양 퍼뜩였다. 손을 넣은 당신의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인다. 눈을 깜박이면 곧장 자신의 칼날에 어깨가 박힌 당신을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돌아온다. 무언가를 보긴 했어도, 근접전은 그의 특기가 아니었던지 빈 손을 위로 향해 막으려는 듯 한 행동은 가히 보잘것 없었다.
“아!”
다급한 외마디 비명. 겨우 고개를 틀어 급소를 찔리는 것은 면했다만, 첨단은 모자의 면을 뚫고 턱 아랫부근에 박혔다. 금속의 번쩍이는 광은 차분한 핏물의 흐름에 금새 묻힌다. 다리를 걸어 중심을 무너뜨리려 했던 것은 성공했으나, 도베르만은 그의 뒤에서부터 버티고 서 넘어지는 것은 면했다. 그의 옆에 있던 도베르만은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듯 다시금 으르렁대고 있었으나, 달리 공격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으...칼 뽑았을 때 이러시지, 괜히 일을 질질 끄시네.”
자신을 단칼에 죽이지 못한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려듯 하는 말, 그러면서도 아까 빈 손을 위로 향하던 것은 턱이 찔리고도 멈추지 않았다. 어깨에 박힌 칼을 아래로 내리긋듯 빼내더니, 당신의 목을 잡아 들어올리려 했다. 그러고선 굳건히 잡은 칼을 그 자세 그대로 당신의 손목 쪽으로 강단 있게 휘둘렀다.
.dice 1 2. = 2 1 명중, 2 빗나감(방어 등 가능) 세이메이 HP : 6
“불길함의 상징을 죽여서 득 볼 것도 없지 않은가요?” 명중했다면 그는 그리 말 하며 당신을 들어올린 손에 힘을 빼 놓아주고선, 뒤로 한 걸음 떼 도베르만을 앞으로 내세울 것이다. 목을 잡으려던 시도조차 불발이였다면 그대로 방어적인 테세를 취한 후 도베르만이 다시 앞으로 나올 것이다.
힘줄이 돋은 채로 웃으며 대꾸했다. 어깨엔 여전히 칼이 박혀있고, 상대의 목에도 핀이 박혔다. 겨우 첫 타격 성공이었으나 희열을 느꼈다. 누군가를 상처 입혔다는 죄책감은 저 멀리 묻어뒀다. 넘어트리고 체격 차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시도는 그의 뒤를 묵직이 버티고 있는 도베르만에 의해 막혔다. 힘을 꾹 주었다가 이내 포기.
"성격이 나빠서 고통스럽게 죽이는 걸 좋아하거든……."
힘주느라 바들바들 떨리는 양팔, 어깨에서 스스슥 살벌한 소릴 내며 뽑혀나가는 칼의 서늘한 감촉에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으려 이 악문 채 입꼬리를 올렸다. 다가오는 손은 지척이었기에 피하지 못했고 목을 틀어잡혔다. 격통에 도리어 생존 본능이 몸을 움직였다. 꽂은 핀을 휙 뽑아 칼을 흘려보내듯 튕겨냈다.
방해는 성공했나? 시간은 얼마나 지났지. 임무는…. 뒤늦게 임무가 떠올랐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 이만큼 끌었으면 반드시 성공해야 했고,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보고는 해야 한다. 조금의 정보라도 중요하다. 그렇담 제1 순위는 살해, 제2 순위는 생존이다. 머릿속으로 우선순위를 정한 살로메는 목을 틀어쥔 손에 핀을 박아 넣어 탈출하려 했다.
.dice 1 2. = 2 1 명중, 2 빗나감(방어 등 가능) 살로메 HP : 4
성공한다면 즉시 거리를 벌려 뒤쪽에 있던 두 번째 칼을 다시 주우려 할 것이고, 실패한다면 "숨 막혀 죽겠네, 내 고운 목 다 상하겠, 어." 하며 잔기침을 내뱉을 것이다.
자신 또한 능청스레 이디엄을 써온다. 더 이상의 도발은 달리 도움 될 것도 없을 것이란걸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떠올린 건 덤. 핀이 뽑히면 그는 갑작스러운 통각에 짧은 신음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목을 쥔 손에 악력을 가했다. 튕겨져나가 검로를 잃은 칼은 헐겁게 손에 들려, 여전히 각을 노리듯 다시금 찌를 자세로 고정되어 있었다. 파리의 날개짓 소리 비슷한 윙윙대는 감각이 검을 든 손에 찌릿거렸다.
“중요한 정보를 하나 알려 주신 것 같으니, 저도 하나 말해드리지요.” “저는 그쪽을 죽일 마음 없어요. 죽여도 득 볼 것도 없고 하니 말이니.”
말하던 도중 당신이 자신의 손을 찌르려 하는게 보이면 그대로 당신을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당신이 목에 대해 뭐라 하는 말에는 “제 고운 턱에도 바람구멍 나 있는데, 쌤쌤이죠.” 라며 회답하더니, 곧바로 자신의 주제로 돌아가 하던 말을 마무리한다.
“...그래도 어느 한 곳 불구로 만들 각오로 전투 중이랍니다. 벙커는 인간 개조가 가능하니 당신도 잃을 건 없을 테고, 제 운이 좋다면 그쪽 리더도 도발해볼수 있겠죠.”
“성격 보니 그쪽도 진다면 뭐… 가만 있을것 같지 않을것 같긴 하지만.” 그리 말하는 와중에도 은근슬쩍 다시 한번 당신의 소속을 떠 본다. 그와 당신 사이에 서 있던 도베르만은 옆으로 비켜섰고, 그가 당신에게 달려든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접선 성공. 거래는 성공적이다.]
귓가에서 통신이 울리는 것이 들리면 검을 잡은 손에도 악력이 더해진다. 당신의 오른 상완근(팔꿈치 위 근육)을 향해 검격을 휘둘렀다만, 그게 맞았든 아니던 간에 상관 없이 공격 직후엔 단검의 날 부분을 콘크리트 벽을 향해 세게 휘둘러 찍어 예리함을 죽이려 했을 것이다.
임무 성공은 다음 답레에서 퇴각 시도 하면서 자기 볼 일은 끝났다며 은유적으로 통보하려 했는데, 살로메가 지금 아는 전개가 좋다면 마지막에 살로메 칼 부수는 부분 이후에:
"신체 일부분 정도는 절단하고 싶었지만, 이제 그 쪽한텐 볼일 없어요."
"퇴각하겠습니다." 덧붙인 말은 그 어조가 당신에게 앞서 한 말에 비해 차분해진 것이, 무언가의 독백 내지 무전으로 들릴 테다. 그는 벽에 냅다 휘둘려 날이 망가진 단검을 당신 앞 아스팔트에 던지고 돌아선다. 날붙이가 찬 땅에 부딫혀 내는 소리는 때에 맞지 않게 경쾌하다.
그의 모습은 어느샌가 자욱한 안개에 뒤덮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만 그의 조용한 발소리는 귀를 기울여 집중한다면 놓칠 정도는 아니다.
-이게 덧붙여져 있다 봐주고~ 소환 해제한건 도베르만이야! 살로메가 눈치챌 수도 있겠다 :0
목을 틀어쥔 다섯 손가락이 더더욱 조여왔다. 마른 기침이 새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 그의 말을 비웃어주려 했으나 점차 부족해지는 산소 탓에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머릿속으로는 팽팽하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상황만을 강구하던 와중에도 그의 말은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래서 죽일 마음이 없다는 말에 의아함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제껏 죽일 기세로 치고받고 싸웠다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은 의문과 함께 뻗어나간 공격은 금세 막혔고, 몸뚱어리는 순식간에 땅으로 처박혔다. 켁, 하는 잔기침이 절로 나왔다. 값비싼 것들로 관리해온 고운 피부는 아스팔트 바닥에 갈리고, 흰 목덜미와 금발은 피로 붉게 물들어 얼룩덜룩했다. 하하-. 평소의 저였음 상상도 못할, 기가 막힌 제 꼴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 고운 턱 보이지도 않거든…. 살로메는 속으로 생각했다.
"쌤쌤이라 치기엔 내가 당한 게 너무 많거든…?"
곧장 튀어나온 말은 순수하게 어이없다는 투였다. 한쪽 눈썹이 올라간 채.
"잃을 게 없다니, 내 솜털 하나하나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건데. 지금 더럽혀진 솜털만 얼마야……."
피로 물든 옷이며 머리카락 등을 탈탈 털며 불결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의 각오를 듣고는 그럼 그렇지, 하고 투덜댔다.
"우리 리더 건들면 죽어. 그리고 딱히 도발도 안될걸."
해석함에 따라 자칫 지극한 동료애를 가진 것이라 보일 법한 멘트. 그러나 정말 있는 그대로 그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표정은 지극히 차분했다. 안정을 되찾아가는 단계. 이미 많이 다쳤다. 조금이라도 휴식이 필요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다가온 그에 뒤로 물러섰으나 오른 팔쪽에 상흔이 또 생겨버렸다. 이번엔 달려오는 힘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상처가 꽤 깊었다.
"상반신이 아주 피범벅이네…."
살벌하게 파인 콘크리트 벽을 흘긋 일별하곤 중얼거렸다. 식은땀이 삐질 흐른 것도 같다. 시간상 임무는 끝이 났나…. 어쨌든 상대가 멈출 생각이 없고 퇴로가 없다면 싸우는 수밖에 없지. 살로메는 한손에 핏물로 물든 헤어핀을 꽉 쥐고 멀리 떨어져있는 두번째 칼을 흘긋 봤다.
// 아무래도 진자 더 죽을거같을때 물러날것같아소.... ◑.◑ 막레 주시면 될 것 같기두용 (。・ω・。)ノ♡
>>465 구해진 직후 임시 보호처가 없어서 벙커에서 보호하다가, 자연스럽게 벙커에 들어가게 되었다 라는 설정인데 자세하게 적지를 않았네요.(땀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3년간 말을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에는 벙커내에서 자질구레한 심부름이나 가사를 맡았고 치료를 다받고 3년후인, 그러니까 19살이 되던 해에는 나인이 직접 벙커에 남기를 표현하고 벙커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설정으로 괜찮을까?
아발란치가 지금처럼 날뛰기 시작한건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이었지만. 벙커가 그때부터 아발란치와 대립하기 시작한건 아니었다. 벙커가 현재와 같은 모양새가 된것은 5년정도 전부터고, 그 당시부터 활발하게 맞붙진 않았다. 대대적인 교전이 자주 일어나기 시작한것은 최근이라고 봐야할것이다.
그러면 벙커는 원래 어떤 조직이었는가. 어째서인지 몰라도 이것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 원래부터 벙커의 조직원이었던 이들의 행방을 알 수 없고. 그때도 리더였던 아말은 이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기 때문. 그러면 다른 뒷세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되는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 5년전의 벙커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기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 벙커에는 5년도 전에 구해진 이가 아주 간혹 있으나. 그들도 5년 전의 벙커에 대해서 기억하지는 못한다. 애매하게 비어있는 공백. 그러나 그것에 대해 그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는 않는다.
135 괴담이나 미신, 소문같은 것을 믿나요? 자라온 환경이 그래서 그런지(...) 일절 믿지 않다고 합니다.
130 처음보는 사람에게 먼저 잘 다가가는 편 인가요? 잘 다가간다기 보다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타입에 가까워요. 말이 많지 않아서 행동으로 옮기는걸 더 선호하는데 눈치가 좋아서 상대방의 의중을 대략 파학. 그 뒤 무언상태에서 마실거나 먹을거리를 대접하거나 그런 사소한 친절? 정도로 타인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편.
139 엘리베이터는 최소 몇 층부터 타야한다고 생각하나요? 체력이 좋아, 5층은 거뜬합니다. 사실 정말 급한 용무가 아닌 이상 엘레베이터를 잘 이용하지 않아요.
“바로 퇴각하겠습니다.” 덧붙인 말은 그 어조가 당신에게 앞서 한 말에 비해 차분해진 것이, 무언가의 독백 내지 무전으로 들릴 테다. 그는 벽에 냅다 휘둘려 날이 망가진 단검을 당신 앞 아스팔트에 던지고 돌아선다. 날붙이가 찬 땅에 부딫혀 내는 소리는 때에 맞지 않게 경쾌하다.
“그쪽 리더를 제가 왜 건듭니까. 발화점 이상의 직책을 맡을 정도로 몸이 좋은 것도 아닌데.”
핀에 뚫렸던 턱 부근을 손으로 지혈하듯 누르면, 그 검은 장장갑과 소매 부근에 흘러내리던 피가 경로를 바꿔 방울져 흘러내린다. 그 와중에 행여나 자신의 피가 바닥에 떨어질까, 소매를 뭉쳐 옷감으로 피를 흡수한다.
“자신의 부하가 임무 성공은 커녕, 후방 인물 한 명에게 반 죽을 정도로 털려 돌아와도 도발이 안 된다니. 그 리더분은 멘탈이 상당하신가 보네요.”
“그쪽이 억울함에 몸 못 가눠, 벙커 전체에 폐라도 끼쳐드린다면 좋을텐데-” 그 말이 들려오면 그의 형체는 이미 짙은 회색 안개에 가려져 있다. 그의 옆에 붙어있던 도베르만도 어느새 모습을 감춘지라 이제는 당신 혼자 남은 것처럼 느껴질 테다. 전투 시작 즈음에 고양이를 시켜 퇴로를 탐색한 것은 탁월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고양이에게서 공유받았던 시야를 따라 발각되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전투장을 빠져나와 거래하러 갔던 인원들과 합류했다. 비밀리에 행하던 거래였던지, 그 포함 전원 7명과 고양이 한 마리 뿐이었다.
인사에 응수하듯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웃던 그녀는 어느새 침착해진듯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스듬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하는 느낌의 표정이 잠깐 보였을까?
"원래 어른이란건 책임지는 나이니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거 같은데... 쓰읍, 별의 별게 다 걱정스러운게 어른이라면 딱히 되고 싶진 않은데요..."
마치 담배물듯 막대과자를 물고서 턱 언저리에 손을 가져다댔던 그녀는 겉으로 보아도 그리 깊게 고민하는 모습은 아니었는지 어깨를 으쓱였다. 따지고 보면 자신도 그렇게 앞가림 정도는 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왔으니까, 무언가에 책임을 지고 그것에 고뇌하는게 딱히 의아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건 좀 위험한거 같은데... 여기저기 휩쓸려다니는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일이잖아요..."
언제부턴가 해야 할 일을 까먹는다. 물론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라지만 그저 해야 하는 것이지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그녀라 해도 쉽게 확답하진 못하지만 말이다.
"저야 뭐하냐면... 음...
땡땡이?"
씩 웃어보이는 개구진 표정이 아직은 소녀다움이 남아있다는걸 나타내고 있었다. 물론 제 나이 열아홉인만큼 몸도 이미 자랄만큼 자라있었고 마음은 앳저녁에 아이라곤 볼수 없게 되었지만,
가끔 있는 일인 것이다, 상대도 알아보지 못하는 바보들이 소위 '뒷세계'라고 한다면 마냥 무정하고 혼돈으로 가득한 무법지대라고 알려져 있는게 정론이지만 실제로 그곳은 양지보다 더 엄격한 질서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니까 동시에, 머리 나쁜 사람이 널려있다는 편견도 성립하는 것은 과연 문제였다 그렇지않으면 교복을 입고서 이 길을 거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불러세워서 귀찮게 할 이유가 없으니까 상식적으로, 대체 호랑이 굴을 누비는 토끼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딱히 졸업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시구레는 아니었지만, 가끔씩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빨리 교복을 벗고 싶은 기분이 종종 들고있었다
'조금은 학습해줬으면 좋겠는데.'
왜냐하면 잘하는 일은 갈고 닦아서 생업으로 삼는 것이 좋다 돈이나 명예도 손에 들어오지 않는데, 잘하는 일을 공짜로 해줄 이유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마침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은 사람의 숨통을 끊는 것이지 않은가
'귀찮으니까 빨리 해치우고 가자...'
아니, 이렇게 머뭇거리는 순간까지도 시간의 낭비다 시구레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지시를 받드는 척하며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손을 스커트 안쪽으로 가져갔다 그 안에서, 몇 번이고 손에 쥐었던 차갑고 묵직한 그립이 느껴졌다. 이걸 휘두르면 그들은 금방 죽어버리겠지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그들은 그저 좋아라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녀는 상대방이 라떼드립을 한들, 그게 진심인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사람은 각자의 취향이 있는 법, 그렇다면 그녀는 그것을 되도록 존중하는 편이었다.
...자신 또한 그런 라떼 사람들이나 할법한 개그들을 심심찮게 꺼내놓으니 할 말은 없지만, 이게 다 '그 어르신들 때문' 이라고 하기엔 스스로 물들어버린 세계였다.
"그-런 건가..."
이상한 부분에서 말을 늘이며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나름 그의 주장에 납득했는지 얼마 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전제조건 자체가 불법이어야 비로소 땡땡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테니까. 정당한 부재는 그의 말마따나 단순한 조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땡땡이라는 쪽이 더 멋져보이는걸?
"에이~ 저번에 더 보이즈인가 뭔가 하는거 봤는데 애들은 없고 어른만 있던데요?"
또 어디서 보고 온 건지, 애초에 그녀의 나이에 볼수 있는 것인지 의문인 주제를 꺼내며 키득거렸다. 어쩌면 이거야말로 illegal이 아닐지...
"우와, Emotional damage..."
그와는 열살이나 넘는 터울임에도 아랑곳않고 까불거리던 그녀가 그때서야 막대과자를 부러뜨려가며 우물거리던 입을 멈추고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헐, 하는 표정이었을까?
"흥, 이쪽에선 평균이거든요?"
토라진듯 시선을 옆으로 돌려보지만 근거없는 낭설이었다. 그녀는 또래보다도 작았기에, 그녀가 아무리 실루엣이 독보적이라 해도 벙커 사람들을 늘여세워놓고 보면 꼬맹이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진짜 어린애마냥 작은 것도 아니지만, 그가 반론을 제시한다 해도 아마 뾰족한 반박멘트는 생각나지 않았을 것이다.
샐비아는 어린 아이 같아서 서러운 일도 많고 울 일도 많을 거 같네요. 그럼 그냥 웁니다. 칭얼거리고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을 찾아요. 슬픔이 오래 가는 편은 아니라 조금만 달래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사람이 없으면... 테러하고 다니겠죠. (이런 범죄자 괜찮은가
티타임이 필요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따뜻하게 치유해 줄 티타임이…. 그게 아니라면 술이! 이 말인즉슨, 살로메는 휴식이 필요했다. 일전에 있었던 고깔모자-세이메이-와의 전투는 이틀 내리 앓게 했고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잠에 들라치면 그의 비아냥 소리가……. 각설하고, 그래서 살로메는 카페에 가려던 계획이었고 거기에 파티원 한 명이 낄 이벤트가 발생하고 말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 근처를 배회하는 무리, 아무리 봐도 이쪽 인간들이다. 아무래도 앞세계와 가까워 안타깝게도 흘러들어온 어린 레이디에게 못된 짓을 하려는 게 분명해 보였다. 안 그래도 피로한 자신의 시야를 괴롭히는 무뢰배들이라니 용서할 수 없었다.
살로메는 저벅저벅 걸어가 삼단봉처럼 생긴 둔기를 꺼내 뻑 소리가 나도록 그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저번의 일을 계기로 하나 장만한 따끈따끈한 무기다. 소지하고 다녀서 다행이었다.
"레이디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것들, 품격도 교양도 없어."
살로메는 교복 입은 소녀를 바라봤다. 상냥하지 않고 새침한 표정,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면 말을 걸지도 않았을 터다. 살로메는 말을 걸었다.
"머저리가 꼬일 때마다 내가 뭘 했는지 알아요? 맛있는 걸 먹었어요. 레이디들끼리 기분 전환하러 갈래요?"
시구레가 동의한다면, 앞세계쪽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해 디저트 카페에 데려갈 것이다. 그리곤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라는 백만장자 멘트를 날리고, 무표정하나 뿌듯한 기색으로 시구레를 쳐다볼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쨌든 여기는 레이디가 올 곳이 아니라며 앞세계로 인도해 또다시 맛있는 걸 왕창 먹일 것이다…….
그런걸 보냐는 그의 물음과 잠시 머리라도 굴리는지 침묵하는 모습에 그녀는 윙크와 함께 혀를 빼물었다. 눈가에 댄 잔망스러운 브이사인도 함께...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 보이지 않는대도 그녀는 그 외의 꽤나 매니악한 작품들도 즐겨보았다. 언제부터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되었냐 해도 그것조차 잊어버린지 오래다. 그녀는 으레 그런 식으로 적당히 머리를 비워가며 살아왔으니까,
세상은 평범한 히어로물처럼 정의롭거나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그녀가 철났다고 할수는 없을테지만 그렇다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것 또한 아니었다.
"으극... 더 마상이야..."
그래도 보통은 자신의 턱 언저리까지는 온다며 뒤로 약간 물러나더니 시선을 맞추듯 무릎이 조금 구부러진 그를 보며 그녀는 살짝 앓는 소리를 내었다. 눈빛으로는 무언의 항변을 보내고 있었지만 별수 있나, 탓할거면 본인이 그렇게 태어난 것을 탓해야지.
"그거 지금 나 돌려까는거 맞죠...?"
작은고추가 맵다느니, 하지만 총은 그런걸 따지지 않는다느니, 하며 자연스레 내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자신의 왼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고 가볍게 손을 들어올려 살짝 털어내는 시늉을 하자 비교적 평범해보이던 팔이 변신로봇마냥 전개되어 길다란 총구를 내보였다. 권총에 대응한다는게 산탄총이라니, 조금 우스꽝스러워보일지도 모르겠다만...
"흐응~ 대결은 언제나 오케이라구요? 결과에 상관없이 잡념 떨치기나 스트레스 해소엔 최고니까~"
품 속의 무기를 잡기도 전에, 한 편 시구레는 상대해야하는 표적들에 대해서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파악이 끝난 상태라고 함은, 그들의 머릿수, 그리고 들고있는 무기, 행동거지, 버릇, 이쪽이 움직였을때의 예상 행동방향, 반응속도 등등 상대방의 전력을 통틀어 예상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모조리 이쪽이 앞서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어?'
뻑-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둔탁한 파열음이 울리면서 멍청한 무리들이 쓰러졌다 총이나 칼의 소리는 아니었다. 따지자면 둔기인데, 묘하게도 시구레는 둔기라고는 일절 소지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눈에 띄게 움푹해진 남자들의 두개골을 내려다본다 저정도면 죽지 않았을까... 그러나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뇌세포가 날아가서 조금 바보가 되긴 했을지라도 (원래 바보니까 상관은 없겠지만) 의외로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구레는 반드시 표적을 제압한 뒤에도 확인 사살을 가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지만은
"...고맙습니다."
그러는 일 없이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준 또 다른 여성에게 고개를 깜빡 숙이며 감사를 표한다 그래, '또 다른 여성'이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은 길을 잘못들어서 협박당하던 불쌍한 소녀로 보여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 덕에 이 쓰러진 흉폭한 무리들은 그런 소녀에게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아무렴,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여대는 위험한 소녀보다는 나을 것이다 가녀린 소녀. '이걸로 가야지', 시구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자의 제안에 순순히 응하여 자신이 들어왔던 길목을 역으로 거슬로 앞세계로 돌아갔다 집(아발란치)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 꼬였지만 괜찮겠지, 우리 집의 장점은 귀가가 늦는 걸로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니까
. .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는데요."
-그렇게 생각했을텐데 아무래도 조금 곤란한 여자한테 걸려버린 것 같았다 디저트 카페에 따라가는 것까지는 좋았다, 만 설마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대사를 치며 진열대를 쓸어담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 사람의 머리를 제법 망설임 없이 두들기던 것도 그렇고,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던 것도 그렇고 사실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건 이 사람이 아닌가? 그냥 같이 장단 맞춰줄 사람이 필요 했을 뿐?
"왜냐하면 돈이..."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면서 양손을 가볍게 흔들어 곤란한 기색을 표한다 실제로 곤란하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정도 디저트에 쓸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달에 총탄이나 돌파 장비에 들이는 자금 쪽이 훨씬 많이 나갈테니까 하지만 일개 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애가 다량의 값비싼 디저트에 걱정없이 돈을 펑펑 쓰는 것. 그것이야 말로 수상할 것이다
선한 사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타인에 대한 배려조차 점점 상실되어가는게 현실이었다. 그나마 그녀가 태어나기 전이라던가, 최소한 어릴때 쯤에는 이타심 넘치는 사회가 아직은 남아있었다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다들 저 혼자 살아남기 바쁘지 그 와중에 누군가를 돕는 일이란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뭐... 이러나 저러나 잘 살기만 하면 장땡이지만..."
리볼버의 약실을 돌리다가 찰칵거리길 반복하며 꺼내온 그의 이야기에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였다. ...일단 모래밭은 없지만 아스팔트 정도는 있으니 아지랑이 정도는 생길지도 모르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도 상관 없는데요?"
자신이 오물거리고 있던 막대과자에 대한 얘기가 들려오자 주머니에 꽂아둔 케이스를 톡톡 건드렸다. 그리곤 몇개인가 뽑아내서 '아니면 내기 이걸로 거쉴?' 이란 말과 함께 가볍게 흔들어 보였을까? 늘상 있는 일이어도 영 적응이 안되는지 약먹을 시간만 되면 비틀거리는 그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별일 없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다만,
"에엥~ 쬼솅이녜용~"
시간이 늦었다며 귀신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일부러 과장된 말투로 받아치던 그녀가 메롱, 하고 혀를 빼물었다.
살로메는 내심 기분이 업 되어 있는 상태였다. 6개월간 지리를 읽히고, 기초 체력 훈련하고, 뒷세계에서 운영하는 가게들만 가다가 일반(인이라 알고 있는) 소녀와 매우 평범한 디저트 타임이라니. 발걸음이 더 없이 가볍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곳에 발 디뎠으나 한번 햇볕을 맛본 자는 결국 그 햇볕을 늘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아닐까.
그리하여…… 표정으로 내색은 안 하면서 행동은 이미 케이크며 파르페며 라떼며 잔뜩 시켜놓은 것이다. 여기부터 여기까진 여기서 먹을 거, 저기부터 저기까진 테이크아웃. 살로메의 늘상 시큰둥한 듯 멍하니 뜨인 는은 이제 반짝임으로 가득했다. 자리에 냉큼 앉으며 포크를 들고 늘어트린 디저트들을 보며 입맛을 슬몃 다시는데 소녀가 난감한 듯 거절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연기인지 눈치채지 못한 살로메는 능청스레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껌 값이니까. 내 디저트 타임의 손님인데 이 정도 대접은 해야죠."
무의식에 섞인 거만일까, 그렇지만 표정은 있는 사실만을 말한다는 듯 무덤덤하고 시큰둥했다. 살로메는 가게에서 먹으려 시켜 대령된 케이크, 밀푀유, 마들렌 등이 남긴 트레이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당도는 전부 다를 테니 취향껏 골라먹어요."
산딸기 케이크를 푸욱 떠서 먹었다. 사르르 녹으며 산딸기가 톡 터져 과즙이 흘러내렸다. 아… 힐링……. 그렇게 천국 속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살로메는 음료를 마시고 턱을 괸 채 다시 이야기를 꽃피우기 시작했다.
"거긴 뒷세계 구역인데 잘 알아보고 다녀요. 어쩌다 거기까지 흘러온 거람……."
선명하게 앞 뒤가 구분 된 나라인데 그것도 모르고 들어올 정도의 외지 사람이거나 세상물정 모르는 소녀라고 생각하는지 눈썹을 살풋 찡그리며 물가에 내놓은 애 보듯 쳐다봤다. 그러곤 어떻게 거기 있었는지 물었다.
// 답레 올려두고 자러 가볼게용 모두 잘자용!! 가녀린 소녀 연기하는 시구레 귀여웟.......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응수했다. 모든 히로이즘이 잘못된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일그러지지 않고 제 맡은 바에 충실할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그리고 꼭 혼란할 때에만 영웅이 등장해야 할까? 그것이야말로 영웅의 부재에 스스로 갈증을 느끼게 만드는 꼴이 아닐까?
"하지만 그 질게 뻔한 싸움이라도 자기 신념이 걸려있다면 어떨까 싶은데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인간군상이란 대립과 경쟁 없이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유토피아는 곧 퇴보와 도태를 부른다고 누군가 그랬었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대도 지금의 세상은 너무 이기적이고 폭력적이었다. 최소한 몸 뉘일 곳 정도는 있어야 사람도 의욕이란게 생겨나지 않겠는가?
"아~ 나왔다. 으-른들 필살기~ 나이 먹고 와라~ ...체에, 내가 약올라서도 나이 먹고 말지."
그녀가 귀신 따위에 겁먹을 리 만무하겠지만, 대강 그의 말뜻이 무엇인지는 이해하고 있었기에 양 손을 들어 항복제스처를 취한 뒤 옆에 있던 벤치에 털퍽 앉아서는 다리를 꼬기 시작했다. 등받이에 팔을 걸고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 휴대폰만 톡톡 두드리는 꼴이 영락없는 그 나잇대 아이들의 행동이었다.
오늘의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지금 그녀의 앞에 넙죽 엎드린 시체를 보면 알 수 있을것이다. 마침 심심하던 찰나, 부하 하나가 덤벼오길래 좋은 스트레스 해소제로 쓴것.
"운동을 했더니 입이 심심한걸."
애초에 조직원들은 흔히 있는일에 반응할만큼 멍청하지 않았기에. 누군가가 시체를 치우기 위해 다가올뿐.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고. 그녀도 그 모습에 관심도 주지 않은채 적당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디 가지고 놀거 없나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눈에 들어온것이 샐비아, 당신이었을것이다.
"얘, 샐."
미리 말해두자면, 그녀는 의외로 조직원 하나 하나의 이름은 다 기억하고 있고. 간략한 정보도 외워두고 있다. 아무튼 대화도 해본적 없으면서 다짜고짜 이름을 줄여서 부른 그녀는 샐비아를 향해 이리 와보라는듯 손짓하고 있었다.
샐비아, 22세.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폭탄테러범, 혹은 폭탄 판매업자로 살다가 아발란치에 스카우트 되었다. 확실히 전보다는 덜 지루하고 재밌지만, 매번 같은 일만 하니 이것도 일상 같이 느껴진다. 벌써부터 질린 건가. 처참한 모습이 된 시체를 빤히 보다가 그 시체를 만든, 익숙한 얼굴이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더니 상기된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저를 샐이라고 부르신 건가요?"
샐! 애칭! 샐비아는 사람의 호의에 감사할 줄 알았고 그것에 꽤 빠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 걸 한껏 티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토 님의 안내를 맡다니 영광이네요.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유토 님은 어떤 디저트를 좋아하시나요? 타르트? 파르페? 케이크? 저는 케이크를 가장 선호한답니다."
남의 진위를 판단할 정도로 의심도 생각도 없는 샐비아는 유토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다. 앞쪽에 있는 케이크 가게. 손에 턱을 괴고 고민한다. 맛집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선호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유토라면 방해 받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거 같으니 칸막이 있는 가게가 좋겠다. 배가 고프다니 가까워야 하고, 맛도 있으면서 대기 시간이 길지 않은 곳. 이것저것 조건을 따져가며 고민하더니 생각난듯 웃어보인다.
그녀는 턱을 괴고 고민하는 샐비아를 느긋하게 기다려주며 나갈 준비를 위해 가벼운 외투를 하나 입었다. 아동용 옷을 입는 그 모습이 사정을 모르고 본다면 분명히 귀여울텐데 말이다.. 아무튼간에 고민 후 좋아하는 가게인지 자신있게 설명하는 샐비아를 본 그녀는 가볍게 웃어보였다.
"좋아 그럼 가볼까."
"언니?"
그녀는 자칭 17세 답게, 남을 언니/오빠라고 부르는데 특별히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앞쪽으로 나갈때는 자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동생의 대한 환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귀여운 사람이 불러주는 언니는 좋았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외투를 챙기더니 수줍게 웃으며 손을 쓱 내밀었다.
"길이 복잡하니 손 잡으실래요?"
남이 보면 기겁할지도 모르지만, 샐비아는 두려움을 잃었고 그건 샐비아가 원초적으로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불구덩이가 있어도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들어가버리고 만다. 지금도 앞에 있는 유토가 아발란치에 리더라거나 능력이라거나 전혀 생각하지 않고 손을 잡고 싶어서 내밀었다.
살로메: 182 캐릭터의 피부의 특징은? 하얗당...네..그리고 점이 볼에 하나밖에 없어보이는데 의외로 안보이는곳에 콕콕 있다는 설정.... 243 맷집이 좋은가요? 조아용,, 맷집... 아니 자존심이랄까용.... (゚∀゚ ) 065 무의식적으로하는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머리 어깨 너머로 넘기기..거짓말할 때나 당황할 때 눈 깜빡깜빡하기
지금까지 유토와 이야기(일방적으로 샐비아가 말하고 있지만)를 한 입장에서 유토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같았다. 유토에 대한 호감을 차곡차고 쌓아갔다. 아발란치에 유토 같은 사람이 많으면 좋을텐데. 아발란치 조직원들과 화기애애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상상을 하며 유토의 손을 끌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 앉으세요. 주문은 주인장이 곧 받으러 올거예요."
메뉴판을 펼치며 유토가 보기 편하도록 돌려준다. 당연하게도 꿀케이크가 메인이고, 다른 케이크도 종류가 다양했다. 식사류로 먹을만한 빵도 있고. 디저트 위주로 운영되는 가게라 음료의 종류는 비교적 적었다.
"같이 어울려주시는 보답으로 오늘은 제가 지불하도록 할게요. 관심이 가는 게 있으신가요? 부디 편히 즐겨주세요."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도 긴 머리를 정리하며 대답했다.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귀 뒤로 넘겨 고정시킨다. 곧 주문을 받기 위해 테이블로 온 주인장에게 꿀케이크 두 개와 무난하게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주문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기대로 가득차서 어지간히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감정을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커피머신이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난 후, 금방 케이크와 함께 커피가 나왔다. 미리 잘라둔 케이크라 대기시간이 길지 않았다. 층층이 쌓인 케이크 단층 사이로 꿀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이던 샐비아는 유토 앞으로 케이크를 놔주었다.
유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유토의 웃는 얼굴과 긍정적인 반응에 그저 기분이 좋았다. 신나서 말을 하려다 이런 자리에서 많은 말을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는 걸 재빨리 떠올렸다. 이미 집안하고는 연을 끊었지만, 가끔씩 그 집안에서 배웠던 것이 생각난다. 인정하기 싫어도 자신에게 영향이 컸던 시절이다. 그걸 인식하니 살짝 기분이 나빠질 뻔 했지만 유토에 목소리에 다시 밝은 얼굴이 되었다. 짧은 순간에도 시시각각 감정이 변했다. 좋은 것만 떠올리고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 포크를 들고 제 몫의 케이크를 잘라낸다.
"유토 님도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가벼운 목소리로 기분을 환기시키고 케이크를 입안에 넣었다. 진득하게 느껴지는 단맛에 볼이 발긋해진다.
"아발란치에 단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까요? 모두에게 소개시켜드리고 싶어요."
조직의 특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게에 어떤 영향이 있을 줄도 모르고 앞쪽의 가게를 아무렇지 않게 소개 시켜주고 싶어하는 것. 순수라고 부를 수 있지만 결국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배려없는 태도였다.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것을 보고 있는것도, TV를 보고 있는거 같아서 꽤 재밌네. 라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그녀는 지나가던 종업원의 시선이 살짝 닿는것을 보고서 일부러 호칭에 힘을 주었다. 아마도 키만 두고보면 10~13세 정도의 아이에게 님. 자를 붙여서 말하고 있는걸 보고 주의를 끈 모양.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크게 문제될건 없었으므로 그녀는 여유롭게 케이크를 한입 잘라서 먹었다.
"글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아마도 싫어하는 사람도 많긴 할거야."
아무리 그녀라도 조직원 입맛까지 다 알고있는건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성향이 성향이다보니 여성 조직원이 그렇게 많은건 아니었다. 남자라고 단거 싫어하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라는 이야기.
이번에는 옅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건 같이 좋아해주고, 자신이 같이 싫어하는 건 같이 싫어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기분이 좋으니까. 싫어한다고 해도 계속 데리고 다니면 언젠가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케이크에 시선을 고정한 채 포크로 작게 자르다 고개를 들어서 유토를 응시했다.
"재밌는 일이요? 저도 낄 수 있는 일인가요?"
말하는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유토가 저리 말한다면 평범한 일이 아닐 게 분명했다. 어쩌면 능력을 쓸 수 있는 일일지도! 선물을 뜯기 전 기대하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유토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는 종업원이 멀리 떨어지자마자 사정없는 이야기를 하며 씩 웃었다. 이것이 농담일지 진담일지는 둘째치고. 어차피 샐비아가 조직원을 마음 내키는대로 죽일만큼 압도적인 강자도 아니었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도 진지하지 않은 표정으로 케이크를 먹으며 이어진 말에 답할 뿐이다.
유토의 말이 감명 깊지는 했지만, 싫어하는 사람을 죽이는 건 이미 예전에 했다. 지금은 그렇게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냥 제 마음에 들게 행동해줬으면 하는 건데. 역시 사람은 다루기 어렵다. 모두와 친하고 다정하게 지내고 싶어도 그걸 따라주지 않으니.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편한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불꽃이 튀던 그때를 생각하며 달아진 입을 커피로 가라앉혔다.
"그렇다면 준비를 해둬야겠네요! 화려한 건 자신 있어요. 최선을 다 할게요."
큰 의욕을 보이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축복이다. 게다가 저의 능력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만일 제 능력을 싫어하는 사람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자신에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단검 두 자루, 삼단봉, 핀. 둔기들을 입모양으로 읊으며 세어보곤 그것들을 한 아름 챙겨 품 안에 집어넣고는 한 귀로는 드레이븐의 말을 담았다. 첫 격전이 될지 모르는 전투를 목전에 둔 사람치고는 표정이 퍽 시큰둥했다. 다만 평소보다 말이 현저히 적어졌음은 긴장했다는 방증. 그것을 티내고 싶지 않은 살로메는 눈꺼풀만 느리게 깜빡이며 시선을 벽과 바닥 언저리로 보내었다.
케이크를 먹으며 예고 받았던 대로 임무가 내려오자 신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유토의 설명을 들었다. 아발란치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임무를 받아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다 생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굴 산채로 데려오기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임무는 임무니까. 생포라면 동료가 될 사람일까? 여성의 사진을 빤히 보다가 생글 웃었다.
뒷짐 지며 화면만 꼿꼿히 응시하던 모습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가만 듣다가도 좌표가 공유 되면 어딘가의 하늘을 비행하는 까마귀는 곧 그 부근을 둘러보러 날개짓을 궤도를 꺽는다. 까마귀의 시선으로 경로를 따르는 듯 하다가도 근처의 엑스트라가 그녀의 지시에 질문을 하려 하면 다시 자신의 시야로 돌아온다. 그는 그 불쌍한 인물이 단어의 반도 채 못 뱉었을 때, 그 소매를 잡아 자신 쪽을 보라는 듯 당기고선 둘에게만 들릴 음량으로 무어라 소곤거렸을 것이다.
"'왜?' 같은 건 묻지 마시죠, 미친 사람이 무서운건 종잡을수 없어서라잖아요."
지 사망 플래그를 직접 꽂아버리며 엑스트라의 등을 툭툭 쳐주곤 등을 돌려 자신도 주소를 향해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정규적으로 까마귀에게 풍경을 공유 받는다. 공유 받은 시야 중에 수상쩍은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정대로 주소에 도착했다면 꽤나 신기한 형태의 집을 볼 수 있을것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주택의 모습이 아닌 반구형태의 돔이보인것이다. 경기장이나 그런것처럼 커다란 형태도 아니고 그냥 사람 4명정도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의 매우 작은 돔이다. 저런곳에서 사람이 살 수는 있는건가, 애초에 이게 집이 맞나? 싶은 매우 기이한 형태이다.
그러나 그런 기이한 형태에 대해 의논할 시간은 없어보였다. 벙커와 아발란치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아는 얼굴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런것과 상관없이 딱봐도 저 놈들이 적이구나. 싶게 맞닥드렸기 때문에 햇갈릴 일은 없어보인다.
한편 돔 형태의 집은 초인종이 달려있긴 했으니 거기가 입구일거라 생각되지만. 그 외에는 깔끔한 반구형태라 어디가 열리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창문같은것도 없고. 일단 들어가려면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걸까? 의문이 쌓일 뿐이다.
일단 벙커로서는 늦게 움직인것에 비해 거의 비슷하게 현장에 도착한것은 굉장히 다행인 일이었다. 이제 양조직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운에 맡겨야할지도 모른다. -
..........?
까마귀와 풍경을 공유받던 세이메이만이. 뭔가 이상한것을 볼 수 있다. 근처의, 고층 빌딩 벽에 매달려있는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더 다가가지 않으면 정확히 어떤 생김새인지는 알 수 없을거 같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어찌 보면 치사하게) 후방에 떡하니 자리잡아 남들의 뒤에서 까마귀의 시선에 집중하고 있다. 근처의 고층 빌딩에 매달린 사람을 포착했던 까마귀는 시야를 그 쪽에서 떼지 않고 있다. 거리감 때문에 신원 파악도 애매한 상태, 까마귀가 그 미지의 인물 쪽으로 날개짓 하면, 그는 바로 근처에 자리한 벙커를 염두에 둔 체 조곤히 무전기에 무어라 속삭였을 것이다.
"고층 빌딩에 매달린 사람 한 명. 목표인지 신원은 불분명합니다만, 저는 그 쪽으로 가보고 돌아올게요."
"기왕이면 저 지켜줄 분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벼운 어조로 말꼬리를 늘리는 것을 끝으로 무전은 끊긴다. 눈에 띄지 않으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빌딩 쪽으로 향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시구레는 맞은편에서 인기척을 감지했다 벙커인 것이다. 과연 이쪽이 늦었던걸까 저쪽이 빨랐던걸까 하지만 이건 놀랄 일도 아닌, 당연한 일이다. 벙커의 방해 없이 일이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기회를 봐서 전부 죽여놓는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만사가 그렇게 형편좋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저쪽도 전력이라면 상당하게 갖추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목적은 목표의 생포야. 굳이 먼저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겠지.'
교전을 한다면 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탐색 단계다 시구레는 돔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찾아보기로 했다
유토가 말한 건물에 도착하자 생김새를 보고 어머, 하며 입을 가렸다. 저렇게 작은 집이라니, 게다가 이상하게 생겼다. 사람마다 미적감각은 다르지만 샐비아가 생각하기에 마음에 드는 외관은 아니었다. 터트려도 괜찮을까? 그 여성만 죽이지 말라고 했지 다른 부분은 주의가 없었다. 손에서 가지고 온 구슬을 굴리며 고민하다 아발란치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언제나처럼 수줍게 웃어보였다.
"아, 벙커 분들...."
중얼거리며 벙커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흝었다. 이내 세이메이가 전해준 정보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맞이가 서투른 집이네요."
입구가 없는 집을 보며 뚫린 곳은 없는지 빙 둘러본다. 정 없으면 터트려서 들어갈 예정이다.
그 아발란치가 움직이고 있다. 정보는 극히 적었으나 위에서 내려진 임무를 소흘리 할리가. 나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임무용 수트를 꺼내 입었다. 검은 목폴라에 검은 바지. 검은 가죽 장갑에, 방독면까지 쓰니 평소의 그라고 생각할수 없는 음침함이 물씬 풍겼다.
그리고 현장. 그는 타깃의 위치로 파학되는 집 뒤쪽에 서 있었다. 설마 정면 돌파를 강행하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리더는 죽이거나 생포하거나 알아서 할것을 명했다. 고로 안전한 루트를 선택했다. 정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의 목숨을 앛아가고 싶지 않은 그로선 이게 차선책이었다.
뒤쪽을 살펴봐도 돔 형태의 집에 빈틈이나 들어갈만한 구석이 보이지는 않았다. 애초에 설계를 잘못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 시구레나 나인의 행동도 마찬가지로, 입구를 찾아보려 했으나 마땅한것이 없다. 정확히는 그냥 반질반질한 반구형태로 이뤄져 있어서 초인종말곤 진짜 아무것도 없다. 그 사이 휴스턴은 주변을 살폈으나 주변에 빛을 내는 물건이 너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여긴 밤에도 밝은걸로 유명하니까 말이다. 전부 깨부수고 어둡게 만드는건 무리라고 봐도 좋을거 같다.
이츠와와 머스티어는 뜻밖에도 마음이라도 맞았는지 노크를 해보았으나.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 무반응이 문제였던건지. 그냥 원래 그런 성격인건지 몰라도. 샐비아는 입구가 보이지 않자 냅다 돔을 터트리려 했다. 그러나 돔은 매우 단단한건지 샐비아의 폭발에도 멀쩡한가 싶더니, 공격받은 직후 스파크가 살짝 튀더니 샐비아를 어딘가로 순간이동 시켜버렸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영락없이 샐비아가 공격하더니 순식간에 사라진것으로 보였을것이다.
- 아발란치는 기본적으로 팀업이 이뤄지지 않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따로 노는 조직이냐고 하면 그 정도는 당연히 아니다. 나름 전통(?)있는 조직이고, 세이메이가 이처럼 움직일때 아무도 따라오지 않을 정도는 아니란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어째서일까? 다른 조직원들이 따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빌딩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 엄청난 오한이 든다. 마치 더 이상 다가가지 말라는 본능적인 경고처럼. - 순간이동 당한 샐비아는 정신이 이상해질거 같은 흰색의 방에서 눈을 뜬다. 넓이는 운동장 정도일까? 새하얗지만, 그 뿐. 아무런 특색도 없는 방에 샐비아와 뭔가 거대한? 로봇청소기가 있었다. 크기는 코끼리 한 마리 정도일까?
샐비아의 성격에 문제가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문이 없다고 터트리려고 하겠나. 멀쩡한 벽에 당황도 잠시 눈을 깜빡하니 온통 하얀 방에 있었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로봇청소기까지. 보통 사람이라면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자각할텐데 안타깝게도 샐비아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제거 되었기에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이 곳에 사시는 분이 기계를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로봇청소기를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무전이 통하는지 확인한다. 아마 큰 조직이니 위치추적기가 붙어있지 않을까 하여.
뭔가 변수가 생겼다. 폭발음이 들려온 것이다. 하지만 폭발음을 확인하고 돔 방향을 확인했을땐 누군가 폭발을 일으킨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였지만. 그는 그게 벙커 일원이 아니기를 빌면서 돔에서 가장 가까운 엄폐물로 몸을 숨기고 즉각 엄호하려 했으나 돔 근처 벙커 일원은 공격 당하지 않은 상황인듯 하여 정찰을 지속한다.
같은 조직원(샐비아)이 능력을 발동하더니, 폭발과 함께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다른게 아니라 폭연이 걷어진 곳,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몸을 움츠리고 있던 시구레는 그걸 확인하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죽었구나.'
달리 생각할 방도가 없었다 평소에도 원채 부주의해보이는 사람이었으니 폭발에 자신도 휘말리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 돔에 자가방어 장치라도 되어있든지 그렇게 시구레 안에서 샐비아는 죽은 사람이 되었고, 시구레는 발걸음을 돌려서 세이메이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뭐 좀 있어요?"
먼저 앞서갔던 그에게 묻는다 눈이 많은 능력인 그였으니, 자신이 보지 못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면, 시구레는 자신이 본 정보를 나누어주었다
발을 내딛자니 전류가 척추를 타고 오르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본능적으로 그 빌딩에 위험을 느낀 것일까, 그는 마지못해 내딛은 발을 다시 뒤로 딛고 그 빌딩 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 인물 가까이로 날으려던 까마귀와의 시야를 공유받으려 하며, 탁한 연기와 함께 고양이도 소환한다. 고양이는 곧장 그림자 속으로 달려들어가 돔 근처의 상황을 살피려 했을 것이다. 이상한 장치는 없는지, 수상한 인물은 더 없는지, 그런 것을 수색하려는 고양이는 발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저는 안 가는 걸로 하지요."
능력자는 많을 텐데 공포심 삭제된 인물도 하나 정돈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그는 샐비아의 무전이 들렸더라면 그녀 주변의 풍경을 읉어달라고 했을 것이다.
나인은 동료들과 합류하고, 휴스턴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로메는 일단 장소를 이동하려 하고 있었고. 이츠와만이 돔에 공격을 시도했고, 샐비아와 마찬가지로 순간이동 해버린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터라 대치는 하고 있지만 전투가 일어나고 있진 않았고, 이대로면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갈지도 모를 상황인데..
"어라? 이상하다, 우리 조직원들이 언제부터 남 눈치나 보고있는 애들이었을까~?"
그것은 원초적으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목소리였다. 언제 현장에 도착한걸까? 그것은 당당하게 벙커와 아발란치 사이로 걸어왔다.
유토.
그녀는 '하지만 생포도 해야하고..' 라고 변명하는 아군의 머리를 한손으로 잡아 뜯어 버리며 밝게 웃었다.
"방해되는 놈들 쳐죽여버리고 잡아오면 되잖아? 내 말이 틀렸어?"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적보다 아군을 공포에 물들이는 일이었지만. 방아쇠로서 매우 적절했다. 곧바로 아발란치의 조직원들은 살기위해 ㅡ 유토에게 죽기 싫어서 ㅡ 벙커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살로메는 움직이기 어려워졌다.
"너희는 뭐해?"
"뭐라도 해야지?"
유토는 빌딩을 가려다가 만 세이메이와, 근처의 시구레, 그리고 상황을 보는 머스티어를 보며 눈을 번뜩였다. - 특이한 전파라도 흐르는걸까, 샐비아의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로봇청소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걸까.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전원이 켜진 그 거대한 로봇청소기는 곧바로 센서를 샐비아를 향해 돌렸다. 아마 누구라도 뭔가 이상한 상황이라고 생각할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로봇 청소기는 앞부분이 열리더니 샐비아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기관총 수준까지야 아니지만 문제는 여기에 엄폐할게 없다는것이다.
그리고 그 난장판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 이츠와도 순간이동으로 이 장소에 나타나고 만다. - 세이메이의 새가 보고있던 인물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환상이라도 본걸까? 그리고 고양이는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특이한것은 보이지 않는다.
// 전투 간단설명.
시트나 위키에 써있듯이 대상이 플레이어간의 전투일 경우, 전투는 다이스로 처리 됩니다. 그러나 이벤트 상황의 난전이 될 경우 반드시 대상을 지정해서 한턴에 한 사람에게만 공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한 사람을 집중 공격하는건 가능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아닌 엑스트라, NPC와 같이 이벤트적 요소와 전투할때는 다이스가 필요하지 않으니 평범히 묘사전투 해주시면 됩니다.
밖에서 죽은 사람이 된건지 모르고 계속 무전에 말을 걸었다. 그러다 아무런 답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외로워졌다. 방금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 여기는 온통 희기만 해서 재미도 없고. 시무룩한 얼굴로 무전기를 톡톡 건들다가 띠링, 하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서 로봇 청소기를 바라보았다.
슉.
스쳐가는 총알에 상황 파악을 하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이런 게 나았다. 가지고 있던 구슬을 힘껏 던져서 로봇 청소기 쪽으로 굴러가게 한 뒤 로봇 청소기에 닿을 때 폭탄을 터트렸다.
"네? 이런, 제가 아가씨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네요."
이 말은 갑자기 나타난 이츠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소리다. 하긴 남의 말을 들을 성격이었다면 여기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교란을 시도한들 얻는 것보다 작전에 혼선이 생길 위험이 더 커보였다 아발란치는, 자랑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단합이 되지 않는 조직이었으니 각자 알아서 살뿐으로, 그런 녀석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말하자면 유토의 인형들이다 물론 시구레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리더도 온 것 같으니까."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는 걸까 다가오는 리더를, 시구레는 바라보며 그에게 중얼거렸다 물론 반박의 여지라면 있었다 이 돔은 입구라면 전혀 보이지 않고, 방금의 사망자로 보아서는 무언가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섵불리 움직이는 것은 누가봐도 위험한 짓이지만, 유토에게 이런 논리정연한 반박이 들어먹힐리가 없다
"시구레, 교전 개시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총이라도 드는 거다 다행히도, 사람을 상대하는 건 몇 안 되는 특기였다 시구레는 허벅지의 홀스터에 권총을 뽑아올려 미리 점찍어두었던 상대에게 즉시 겨누고,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맹렬한 총성이 일대에 울렸다 익숙한듯 그런 굉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아발란치의 팀에게 무전을 올린다
"손이 남는 사람은 제가 쏘는 걸 집중해서 공격해주세요. 우선 약해보이는 상대부터 하나씩 제거해가죠."
적을 겨누는 총구는 하나보다 둘 이상이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시구레의 총구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어느 여성의 인영에게 겨누어져 있었다
낯선 목소리가 적막을 뚫고 파고들었다. 머리칼을 삐쭉 서게 만드는 살벌한 음성, 사람의 목이 간단히 찢어뜯기는 광경. 식은땀이 허리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아발란치의 조직원. 슬그머니 목표물을 빼오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살로메는 쯧, 하고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곤 구조물 사이로 숨더니 다가오는 아발란치의 조직원들을 기습하기 시작했다. 뻑, 뻐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발란치 조직원들이 삼단봉에 기절하기 시작했다. 조직원 두 명과 대치했을 때엔 초라하게 맞으면서도 단검을 꺼내들어 복부를 찔렀다. 푸욱, 첫 살인의 감각이 끔찍해 손이 떨렸지만 이곳에 발 들인 이상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다짐했었다. 팔은 후들거리면서 낯짝은 무표정한 우스꽝스러운 꼴이다.
"그 여자는 어딨는 거야……."
그러다 익숙한 고깔모자를 발견하고는 고인 피를 퉤 뱉으며 다가가 단검을 등허리에 찔러넣으려했다. 고운 얼굴이 사납게 웃었다.
시구레와 대화하던 가벼운 톤은 금방 내리앉았다. 이유는 유토의 출현 아니었을까. 탐색은 일 아닙니까, 난쟁아? 라는 말이 뇌리에 스쳤지만 지 목숨 소중한 줄 아는 그였다. "죄송합니다," 짧게 조곤거리더니 곧바로 저 멀리 있던 고양이는 궤도를 바꿔 벙커측 인물들의 사이로 달려들어 발에 채여가며, 나인의 발목의 건 부근을 세게 물었다.
@나인 .dice 1 2. = 2 1 명중, 2 빗나감 세이메이 HP : 7
까마귀가 그에게 깜박거리며 시야를 보내 집중을 끄니, 빌딩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 분명 누가 있었는데? 그는 그가 본 게 환각이였다고는 절대 인정 못 한다, 한 사람도 아니고 한 조류의 시야도 합쳐서 본 것인데? 그는 이것을 곱씹으며 까마귀를 도로 불러, 교전하는 곳 위 상공을 날게 했다. 순간 까마귀는 그에게 시선을 공유하더니 그의 뒤에 익숙한 여성이 보인다. 금발에 주홍 눈, 그는 곧바로 몸을 팩 돌려 공격을 피하더니, 시구레에게 말을 걸어온다.
아발란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유토는 그것을 뿌듯하게 바라보다간 자신도 움직이려 했으나. 그것은 총성과 함께 저지되었다. 유토가 피한 총알이 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것은 언제나 그랬듯 아말이었고.
"또 왔네, 재미없는거." "쯧."
일단 저 둘의 사이에 끼어들 생각을 하는 이들도 없어보였고, 다른 이들로서는 자기들끼리 놀아준다면야 다행이었다. 어차피 이쪽은 이쪽대로 난전의 발발. 총알이 튀고, 피가 튄다. 이것이 양지에서 일어나고 있는것이 아이러니했다. 처음에는 영화 촬영이라도 하나? 하고 관심 가지던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 로봇 청소기의 총은 아주 간신히 간신히, 피할수는 있는 정도였고. 샐비아의 폭탄이 굴러가 터지자 어느정도의 효과는 있는듯 했다. 앞부분의 총알이 나오던 부분이 부숴진건지 로봇 청소기는 이번에는 거대한 톱니날을 꺼내서는 샐비아와 이츠와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 속도는 결코 빠르진 않았지만. 그 크기가 크기다보니 금새 다가올것이다. 다만 청소기가 움직이기 시작한걸로 청소기 뒤에 가려져 있던 문이 보인다. 크기는 사람 한명이 지나갈 정도. 당연히 저 로봇 청소기가 쫓아올 수 없다. 문제는 이 청소기를 한번은 따돌리고 나서야 길이 날거란걸까.
세이메이의 뒤를 잡아 칼로 찔러 넣으려 하다 운 좋게 날아오는 두 공격을 피했다. 등불을 반사하는 금발 사이로 뚫고 나간 총알, 숙인 머리 위로 사납게 휘둘러진 주먹. 살로메는 즉시 뒤로 물러서려하며 공격한 자들을 훑었다. 저 소녀는…. 짧게 지나가는 주마등, 짧고 묵직하게 따끔거리는 가슴께.
상대방이 듣지 못했다는 것을 총소리 때문에 듣지 못했다는 것으로 오해한 그녀는 최대한 목소리를 높혀 말해보았다.
그와중에 폭탄이 어느정도 효과를 본건지 더이상 총을 쏘지 않고 톱니를 꺼내서 이쪽으로 달려오자 그녀 역시 왼손을 뻗고서 전개했던 총구를 들이밀어 청소기를 향해 쏘았다. 맞건 안맞건, 폭탄에도 너끈한 녀석이 고작 납탄 가지고 뻗을 리 만무하니... 청소기가 움직인 덕분에 보인 문을 가리키며 어떻게 해서든 따돌려볼 궁리를 했다. 그래봤자 숨을 곳도 없어보였지만 빙 돌아쳐서 도망치면 될 거라고 생각이라도 한걸까?
"저기, 저 문!"
그런데 저게 곧이 곧대로 열려줄지도 의문이었다. 보통 게임에선 잘 안열리는게 국룰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