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15072> 자유 상황극 스레 4 :: 505

이름 없음

2022-12-31 16:48:08 - 2024-09-05 17:41:22

0 이름 없음 (kJ8MtbJ//I)

2022-12-31 (파란날) 16:48:08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53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12:23

>>52

.
.

어플리케이션이 계속 실행되어 있자, 화면에 P의 메시지가 출력된다.

Q1.당신의 이미지를 색으로 나타낸다면 무슨 색깔입니까?
Q2.당신이 가장 자신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Q3.반대로, 가장 약한 것은 무엇입니까?
Q4.당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아바타명을 입력해주십시오. 이는 추후 수정이 불가하므로 신중히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54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1:19:10

>>53
이 아저씨 자기 할 말만 하네. (상대방의 성별 조차 모르지만, 괜히 무시 당하는 거 같아 입술이 댓발 나왔다. 그러나 이어서 출력된 메세지를 보고는 눈을 깜빡인다. 한참 불평하던 것도, 수상하게 느껴진다는 직감 조차도 호기심은 이기지 못한다. 이내 품에서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고서 메세지를 전송한다.) '오페라핑크. 완전 쨍해염.' '쌈박질 잘해염><' '머리가 나빠염ㅜ' (그리고 손가락이 잠깐 멈칫했다. 원하는 거라. 으음. 곰곰히 생각하며 휴대폰 화면만을 노려보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지폐 모양 성인업소 찌라시를 발견한다. 이거다.) '지폐에 제 얼굴 실리는 거염~~~' (히히 웃고는 아바타명이란 말에 옛날부터 쓰던 닉네임을 보낸다.) '리치는맛있어'

55 이름 없음 (XoEj.FCC42)

2023-01-06 (불탄다..!) 21:28:58

어느 뒷골목, 네온사인이 가득하고 식당 후드로부터 퍼지는 음식 냄새와 화장실의 오물 냄새같은 것들이 섞여있는 골목의 입구.

그곳에서 등을 기댄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광나는 검은 가죽 자켓에 후드점퍼,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어 옆에서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행인들 중 몇몇이 그와 눈을 마주친다. 그들은 그의 얼굴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 일부만이 다리의 툭 튀어나온 기계같은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는 평소라면 이렇게 나와있진 않을 터였다. 원래 그는 뒤에서 암약하는 존재였다. 기실, 이 광대한 네트에서 그가 닿지 못하는 곳은 없었고, 득하지 못하는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동료 (이자 사장)의 부탁으로 여기 오게 되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서.

그가 듣기로는 무슨 물건을 받기로 되어있다고 했다.
'어쩌면 그 녀석의 친구일 지도. 동업자이거나, 고객일 수도 있겠지.'
남자의 동료는 탐정이다. 그 탐정은 유난히 괴팍한 성정 탓에, 그에게 의뢰를 맡기는 고객들은 터무니없거나, 괴상한 것을 요구하는 이들이 잦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도덕적인 일은 그쪽에서 거절하기 일쑤였다. 반면에, 의도가 선하다면 아무리 불법적인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용감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위대하신 양반은 왜 사무실도 변변찮은 곳에 얻어서는.'

여하간, 지금은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후드를 벗었다. 갈색의 살짝 곱슬거리는 산발이 제멋대로 헝클어져있었다. 남자의 푸른 두 눈은 어딘가 반짝이고 있었다.

56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35:43

>>54

Analyzing your personality...
Avatar creation completed.


[리치는맛있어 님, 아바타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상세 커스터마이징은 발할라 내의 인터페이스, 혹은 상점에서 가능합니다.]
[도움말이 필요하면 발할라 인터페이스에서 P를 찾아주십시오. / P 역시 커스터마이징 가능. 초기 P는 입력된 데이터만 출력. ]
[세상이란 전장터에서 싸우고 있는 전사들에게 영광을]

(오페라핑크색 머리와 눈동자를 한 당신의 아바타가 핸드폰 화면에 보인다. Lv1.리치는맛있어/격투타입 이라는 정보도 표시된다. 그리고 주변 세상이 사이버 공간으로 변한다. 패딩도 온데간데 없고, 담배도 사라진다. 주변에 자리하는 것은 끝없는 푸른색의 데이터 회로가 깔린 평원이다.)

57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1:41:20

>>56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담배를 입에 물려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깨닫곤 고개를 든다. 그리곤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마지막으로 제 손을 내려다본다.) 이, 이게 무슨... (데이터의 평원. 그곳에 홀로 서서 제 쨍한 색의 머리카락을 긁적거린다.) 내 담배 어디갔지. (머리는 안좋지만, 잔머리 하나 만큼은 좋다 했었지. 도움말 어쩌고 했던 것이 떠올라 양손으로 확성기 모양을 만들어보인다.) P 씨~ 제 담배 어디 갔나요~ 대답해주세요~

58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49:13

>>57 (당신이 P를 호출하자 P가 당신의 앞에 나타난다.하얀색 외피에, 이목구비만 달려있는 아무런 특징없는 모습. 그것은 흡사 신생아 같기도, 노인같기도 한 모습이다.) 어서오십시오. 리치는맛있어님. 당신은 현재 발할라에 접속해있습니다. 즉, 현실의 아이템은 이곳에서 소지하실 수 없습니다. (P의 손가락이 당신의 빈 입술을 가리킨다.) 현실에서 당신의 신체는 '기절' 혹은 '수면' 상태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발할라 프로파일을 플레이하는 당신의 정신과, 현실에 있는 신체의 링크가 약해져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59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1:54:16

>>58
우와! 못...생겼어. 미안합니다. (당황하면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지라, 일단 질러놓고 제대로 허리 숙여 사과를 한다. 그러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깜빡인다. 그러다 점점 표정이 경악하는 얼굴로 바뀌어간다.) 잠만, 그럼 나 지금 눈 내리고 영하인 바깥에서 쓰러져있는거!? 헐, 나 죽은 거 아냐? (P와 말없이 수 초간 응시한다. 그리고 이내 쭉 기지개를 켠다.) 에이, 뭐 괜찮겠지. 친구집 앞이니까 알아서 챙겨줄걸. 그쳐? (P와 팔짱을 끼려한다.) 근데 여기 어디에여? 뭐하는 곳이구여?

60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59:25

>>59 (P의 얼굴에는 눈썹이 없었다. 그러나 P는 당신의 발언의 눈썹- 이라고 할만한 이마근육을 치켜올렸다 내렸다.) 원하신다면 바라는 외형, 성별,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P는 사과하는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을 이어간다.) 접속경과간이 궁금하시면 언제든지 물어봐 주십시오. (P는 당신이 팔짱을 끼도록 내버려두었다.) 이곳은 조작기능을 익히고, 각종 설정이 가능한 연습장입니다. 선호하시는 배경이나 분위기가 있으십니까? 연습장의 스킨을 바꿔드리겠습니다.

61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09:03

>>60
커스터마이징이여? 흠. 괜찮! 제가 정이 들면 되죠. (빡빡이~. 당신의 맨들한 머리를 슬쩍 문질러본다.) 편한 모습으로 계세여. (자기 머리색은 맘에 드는 지 자기 머리카락을 슬쩍 띄웠다 놓는다.) 근데 뭘 조작하고 뭘 연습하는데여? 죄송...저 머리가 나빠서 이런 거 잘 못하거든요. 근데 P씨는 몇 살이에여? 전 고2에염. 자퇴하긴했는데. (헤헤, 웃고는) 저 근데 왜 여기있는 건데여?

62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17:10

>>61 ... (당신이 빡빡이라고 하자 P의 머리에서 순간 머리카락이 솟아난다. 검은색 장단발에 머리안쪽은 청록색인 투톤 시크릿 헤어다.) 고등학교 2학년, 말입니까? (당신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턱에 수염을 커스터마이징 한다.) 형이라고 불러라. 이 편이 낫겠지? (P는 리치는맛있어,의 연령대와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를 서른 전후의 남성으로 커스터마이징을 세팅한다.) 말투도 이 편이 나을거고. 우선 좀 움직여봐. 운동장에서 국민체조 해본 적 없어?

63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21:33

>>62
어... (당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곤 어색하고 뻣뻣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대체 뭔 상황이에여, 이거. 그보다 커스터마이징에 개인적인 감정이 좀 실리신 거 같은데...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곤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이 웃다가 고갤 갸웃거린다.) P 형, 저 국민체조 삽고수에요! (그래도 금방 적응했는지, 혼자서 쭉쭉 허리를 피고 다리를 피고 한다.) 근데 왜 제 질문에 다 대답 안해주세여? 저 형이랑 싸워야해여?

64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29:02

>>63 좀 더 유저친화적인 외형을 취하는거지. (P의 눈색이 변했다가 당신과 같은 오페라핑크 색으로 고정된다.) 못생긴건,싫다며? (P의 눈이 가늘어지며 입가에 악랄한 미소가 떠오른다. P가 에단 호X, 톰 X루즈 수준의 미형 커스터마이징을 취하면서 리치는맛있어, 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옳지. 잘한다. 잘하긴 하네. (당신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P의 안구에 이진수 숫자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발할라와 동조율이 높군. 너 멘탈 쎄다는 소리 자주 들어? (P는 스스로의 턱을 매만지다가 씩 웃는다.) 원래 기본이동 익히는것만 해도 동조율 약하면 반나절은 걸려. 그렇게 원하면 바로 싸워볼까?

65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36:18

>>64
아니, 형! 그건 반칙이져! 왜 혼자만 잘생겨진담!? (어이 없다는 듯이 헛, 참, 하면서도 킥킥 웃는다.) 제가 형들한테 깍듯히 대해서 다행인줄 아세여. 아, 그렇다고 아저씨 취향인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마시구. 전 여자 좋아해여~. (온 몸을 휘적휘적 돌려보니, 뼈가 내는 소리와 진동마저 진짜 같다.) 랄랄라가 뭔데여? 어, 저 멘탈 약한데? 영화 보면 자주 울어여. (제자리 조깅을 하면서, 거친 행동을 취하기 위해 몸을 살짝 덥힌다. 이 이야기의 흐름에서 본능적으로 캐치했기 때문일까.) 엥? 진짜여? 에이, 제가 형이랑 왜 싸워여~. (서글서글 웃으면서 다가가다가, 대뜸 당신의 손목깃을 붙잡아 당겨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하려한다.)

66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44:45

>>65 아 뭐야, 그럼 말을 하지. 근육미소녀로 커스터마이징 했을텐데. (시시껄렁한 농조로 말하면서도 당신이 몸을 푸는 모습을 초 단위로 분석한다.) 발할라. 북유럽 신화 몰라? (P는 리치는맛있어,에게 설명하는 눈높이를 생각보다 많이... 낮춰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약점이라더니.) 감수성이랑 멘탈강도는 다른 문제고. (느긋하게 말하다가, 손목깃이 붙잡히면 당신의 손을 주먹쥐어 받치고 반대편 손으로 팔을 눌러 밀며 물러난다.) 다시.

67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48:46

>>66
건강미는 저도 좋아하는데, 그런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여? (공격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지만, 반응은 꽤나 심심하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지는 리치는맛있어에게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 것이겠지.) 이거 안당해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좀 치던데. 형도 좀 치시나봐여? (그대로 제자리에서 통통 튀며 다리 근육을 풀더니, 재빨리 달려나가며 마운트를 걸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제가 그거 알면 자퇴 했겠냐구여! (그러나 태클 포지션은 페이크. 자세를 크게 낮춰 태클 변환해 당신의 다리를 걸려한다.)

68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57:00

>>67 날 사람처럼 대해주는건 고마운데 말이야. (P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가 사라진다.) 난 AI라고. (빠르다. 당신이 달려오는 속도를 보면 애라서 몸이 가벼운가, 생각할정도로.) 고2가 자퇴하고 담배나 피고 말이야, 어? 참교육 마렵게 하네. 정말! (마운트라고 생각해서 다리로 받아넘길 준비를 하다가, 당신이 자세를 낮추면 태클에 걸린다.) 윽. (그리곤 태클로 바닥으로 넘어지는듯 하다가, 바닥을 한손으로 짚고 덤블링 해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온다. 곧장 라이트훅을 날리려 시도한다. 오페라핑크의 눈이 희번득하게 빛난다.) 이정도야?

69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3:09:21

>>68
(AI라는 소리를 듣고 침묵한다.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을 것이다. 또 입술이 댓발 나왔다.) 에...에이아이라도 사람이에여! 너무 낙담하지 마세여! (진짜 뭔지 모르는 지, 위로를 한다. 그리고 태클이 걸리자 환희의 미소를 지어보이다, 당신이 순식간에 자세를 다잡자 아까보단 놀란 듯이 보인다. 저런 게 되는 거였어? 하는 표정. 당신이 날린 라이트훅을 코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도 반은 운, 반은 본능이었으리라.) 와, P형 뭐하는 사람이에여? 좀 쫄리는데? 아저씨 나이 먹고 저 같은 학생 상대로 이럼 미성년자 폭력이에여! 글고 제 삶은 제가 살고싶은 대로 살 거에여! (이번엔 격투로 들어선다. 가장 먼저 날리는 것은 방금 전, 당신이 시도한 라이트훅이다.)

70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3:25:35

>>69 (당신의 침묵에는 침묵으로 응한다. P는 그런 존재다. 유저를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P가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모든 P는 동일하지 않다. 최소한 커스터마이징과 자기학습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다른 P들과 구별된다. 그 존재 자체가 유저를 향한 프로파일링이다. 위로가 필요한 건 너잖냐, 리치는맛있어의 P는 생각한다. 자신의 라이트훅이 빗나가자 P는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원석을 발견했을 때의 뿌듯한 표정이다.) 뭐, 대충 야쿠자 였던걸로 칠까? 그게 더 몰입되겠어?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 여기기에 앞엣말은 건성으로 대꾸한다. 제 삶은 제가 살고 잎은대로 살 거에여. 그 말은 심층기억장치에 저장한다. 당신의 라이트훅을 날리자 머리를 숙이고 가드를 올린다. 상체와 하체 역시 머리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고, 물흐르듯 몸을 틀어 피한다.) 이게 위빙이라는거야. 본능도 좋지만 이론도 배워.

71 이름 없음 (j/33.TXVY2)

2023-01-07 (파란날) 01:15:38

>>70
야쿠자라니, ...오겡끼데스까! (당신이 마치 꾸물텅거리는 액체가 된 것 마냥 공격을 피하자, 그 뒤로도 주먹을 몇 번 날린다. 파워는 그렇다쳐도 꽤 날렵한 주먹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끗 차이로 자꾸 빗나가자 점점 열이 받기 시작한다. 계속 여유롭던 얼굴에 하, 하고 청소년기 특유의 잔악한 미소가 비져나온다. 하지만 당신의 말대로 장점은 멘탈이라고 했던가. 다시금 머리를 쓸어넘기고, 차갑게 식힌다.) 아리가또...고자이마스! (당신이 맞받아치지 않고 피하기만 하자, 훅에 이어 피할 수 없는 궤도로 라이트 백블로우를 날린다. 다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동작이 지나치게 크다.) 이론은 졸려서 다메!

72 이름 없음 (d/oBJ368D6)

2023-01-07 (파란날) 07:02:35

>>71 하이, 겡끼데스요. (당신의 주먹이 날아오는 궤도를 분석하며 한 끗차이로 피한다. 처음에는 피하기 빠듯했으나, 당신의 머리에 열이 오를수록 조금씩 주먹이 빗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애는 애구나 싶었다. 당신이 머리를 쓸어넘기자 시선을 마주한다.) こちらこそ。 (순식간에 들어오는 백블로우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자, 팔을 올려 안면을 방어한다. 그리곤 당신이 큰 동작을 수습하려 할 때 당신의 허리를 당겨 안는다.) 괜찮은 시도였어. (당신의 머리를 툭툭 쓸어주고 놓아준다.)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충분히 쌓였다. 이쯤에서 연습은 종료할까.

/레스가 길어져서 이쯤에서 끝내거나 1대1로 옮겨야 할거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73 이름 없음 (j/33.TXVY2)

2023-01-07 (파란날) 09:38:21

>>72
/나야 좋지!!! 이런 주인공은 못될 캐릭터지만 ㅋㅋㅋㅋㅋㅋ 근데 오늘내일 일이 있어서 저녁이 아니면 힘들 거 같아ㅜㅜㅜ 중간중간 짬 날때 올게!

74 이름 없음 (d/oBJ368D6)

2023-01-07 (파란날) 10:16:06

>>73 응응~ 그럼 너참치의 다음 레스를 막레로 하고 1대1 시트스레에서 좀 더 얘기하자!

75 이름 없음 (j/33.TXVY2)

2023-01-07 (파란날) 19:56:14

>>72
...한국말로 하세여! (이정도면 당신의 입에서 나온 연타는 백발적중이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혀가며 날린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가드에 막히자 울분을 담아 짧게 소리를 지른다. 방금 전 연타에서 힘을 뺀 탓에 숨을 몰아쉬며 제 머리카락을 거칠게 헝클어뜨린다. 왠지 마음에 안드는 얼굴이다.) ...왜여? P형, 쫄? 저 아직 안쓰러졌는데여? (히히 웃으며 다시금 자세를 잡는다.) 애초에 뭘 위한 연습인데여? 저, 누구랑 싸워야해여? 왜여?

/막레~~~1:1 스레에 레스 남기면 찾아갈게~~

76 이름 없음 (d/oBJ368D6)

2023-01-07 (파란날) 20:38:49

>>76

/확인했어! 1:1에서도 잘 부탁해!

77 이름 없음 (csBIzfi6mo)

2023-01-07 (파란날) 20:47:56

>>42 이거 쓴 참치 아직 있니? 조금 늦었지만 이어볼까 싶은데.. 괜찮은지 물을게!

78 이름 없음 (TQifK6aPHg)

2023-01-08 (내일 월요일) 10:09:00

갑자기 놀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는 아직 중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은 소년은 이제야 겨우 마음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가고 싶지 않았고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아직 자신은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이며 그래봐야 중학생 정도였다. 그런 자신이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가야만 하는 것이 바뀌거나 할 리가 없었다.

마지막. 정말로 딱 마지막 아이와의 인사를 남겨두고 그 소년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길 위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쪽지를 문틈에 살짝 끼워둔 것은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가 참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살짝 회피성 행동일지도 모르나 그것이 소년의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발소리가 조용히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꽤 친한 사이인 친구를 불렀기에 절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소년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삼 일 뒤에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테니 크게 할 이야기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긴장되는 것은 소년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왔어?"

발소리가 멈출 쯤에 소년은 살며시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며 그 앞에 있을 제 친구를 바라봤다. 애써 미소지으며.

/한국 배경도 좋고 일본 배경도 좋아. 그냥 말 그대로 삼 일 뒤에 이사를 가는 소년이 친구들을 불러서 작별인사를 하고 정리를 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이제 마지막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는 그런 느낌이야.
맥 브레이커는 사절이야.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는 자유롭게 설정해도 좋아. 남성인지 여성인지의 여부는 정말로 자유! 그냥 편하게 이어줘도 좋지만 맥 브레이커나 참교육 서사 같은 것은 진짜 사절이야.

79 이름 없음 (SyCPtkuKcY)

2023-01-10 (FIRE!) 14:08:18

갱신

80 이름 없음 (IXlI1fwXGE)

2023-01-10 (FIRE!) 14:13:07

>>77 헉.. 나 아직 있어! 이어준다면 너무 고마울 따름이지!

81 이름 없음 (8VVYGlCV6s)

2023-01-10 (FIRE!) 19:07:07

(급하게 숨을 들이키며 상체를 일으켰다. 흐릿한 눈을 비비고 보니 주위는 어두웠다. 꿈자리가 사나웠나보다. 호연은 어느새 산발이 된 긴 곱슬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고, 잠옷소매 자락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 어휴... (저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며 진저리를 쳤다. 컨디션을 망칠 정도로 끔찍한 꿈은 아니었다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꿈이었다. 배우자를 만나기 전, 대학시절로 돌아간 걸로 모자라 이상한 존재가 찝적거리는 꿈이라니. 재수 없어라. 애매한 시간대긴 해도 깨서 다행이다. 오늘은 늦잠자도 괜찮은 날이니까. 옆에서 자던 배우자의 품으로 다시 파고들려 눕는데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깼으려나? 호연은 눈을 들어 조심스레 배우자의 얼굴을 살폈다.)

//현대한국 배경이고, 배우자랑 한 침대에서 자다가 악몽을 꿔서 깬 상황이야. 결혼한 사이이고 금슬도 좋지만 스킨십은 최대 포옹까지만 한다는 설정이야.
이어준다면 성별은 상관없고, 조신하고 다정다감한데다 배우자에게 일편단심이고 존댓말 쓰는 순정파 캐릭터였으면 좋겠어.

82 이름 없음 (earepYR0eM)

2023-01-10 (FIRE!) 19:32:55

>>81 (품이 허전한 느낌에 눈이 뜨였다. 아직 깜깜했지만 반려자가 일어나 앉은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비몽사몽하던 정신이 바로 맑아졌다. 설마 여태 잠을 못 이뤘을까? 아니라면 자다 깼을까? 어느 쪽이든 염려스러웠으나 사내는 짐짓 모른 척 눈 감았다. 자기가 깬 걸 들키면 그렇지 않아도 편안한 상태는 아닐 반려자를 신경 쓰이게 할 것 같아서였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품이 반려자가 파고드는 포근하고 따스한 감촉으로 가득 찼다. 가까워진 숨결에 새삼 간질간질하고 들뜨는 것을 숨기고자 숨을 고르는데 얼굴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들켰나? 사내는 아이가 몰래 장난치다 들켰을 때처럼 겸연쩍은 기색으로 눈을 떴다.) 괜찮아요? 못 잔 것 같은데..


/성별을 모르겠어서 반려자라고 했어~ 스루는 안해 줬으면 좋겠다88

83 이름 없음 (BXNoUDzYpY)

2023-01-10 (FIRE!) 20:26:28

우리 여우들은 특별한 여우라서, 열다섯번째 생일이 지나면 재주를 넘어 인간으로 둔갑할 수 있다더라— 모두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가족, 친구, 옆 여우굴 갓난쟁이 아기 여우도 입을 모아서 같은 말을 한다.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 공중에서 세바퀴 휘리릭 돌아내면 된다, 마법처럼 말이다. 그러니 어린 여우가 열이면 열 모두가 열다섯번째 생일만 기다렸다.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자리잡고 숨어사는 여우들이 얼마나 동경스러운지, 이 작은 여우도 그랬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주를 넘어도 매번 넘어지며 실패하기만 한 탓에 마음이 꺽인지는 오래였다. 작은 여우는 오늘로 열여덟번째 생일을 맞았고, 친구들은 전부 산 아래로, 숲을 떠나서 인간 아이들의 학교에 다니는 지라 못 본지도 오래 됐다. 몇 남지도 않은 여우들 중에서 반은 인간 세상으로 떠나고, 반은 여우로 남기를 택하는데 그 중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떠나고 싶지 않아서 떠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남고 싶어서 남은 것이 아니니까 이 작은 여우 느끼기에는 생일날 동터오는 순간이 얄궂기만 했다. 때문에 무작정 마을을 떠나버렸다. 인간들 사는 세상을 멀찍이라서도 구경하고 싶어서였다.

"아우우...."

인간들은 잘 올려다보지도 않을 높다란 담벼락 위에서 유유하고도 조용히 돌아다닐 생각이었던 작은 여우에게 죄가 있다면데 인간들 먹다 남긴 것이나 파먹는다는 길고양이가 그렇게 사나운지를 몰랐고 인간 세상의 탈 것들이 저렇게 요란스럽고 시끄러운지도 몰랐을 뿐이다. 길고양이에게 쫓기다 빠앙—하고 울리는 소리에 놀라서 넘어졌더니 앞발이 아니라 손이 보였을 뿐이다. 담벼락 위가 아니라 그 아래였을 뿐이다. 이렇게 어이없게 인간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겸사, 웬 인간 하나를 깔아뭉개고 있을 줄도.

"ㅁㅜ머뭐야?!"

아마 그 쪽이 하고 싶은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여우도 적잖이 놀라고 당황해서 따질 경황이 없었다.

#이 재주넘는 여우 일족(?)말고는 평범한 현대 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맥커터는 쓰루할게요~

84 이름 없음 (oLHAJdOGnE)

2023-01-10 (FIRE!) 23:18:47

>>45 계신가요!

이어보고 싶은데요!!

85 이름 없음 (HT6bAl/.UQ)

2023-01-10 (FIRE!) 23:36:26

>>84
앗! 묻힌줄 알았는데 이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8ㅁ8 잘부탁드려요~!

86 이름 없음 (M/usaatspc)

2023-01-11 (水) 00:09:42

>>82
(낌세를 눈치챈 건, 도로 누워 남편의 품에 파고들고서부터였다.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숨결도, 가까이 느껴지는 심장박동도, 푹 잠들었을 때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짓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수상해서 빤히 쳐다보니, 얼굴에 겸연쩍은 기색이 번지다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역시 깨어있었구나. 멋쩍어하는 얼굴이 귀여운 것과는 별개로 깨어있던 것이 들키자마자 제 걱정부터 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호연은 한 손으로 제 남편의 볼을 조심스레 감싸고 살살 쓰다듬었다.) 자다가 깬 거예요, 좀 기분 나쁜 꿈을 꿔서요. 갑자기 일어나 있어서 놀랐죠? 깨워서 미안해요. (오밤중에 깨우고 걱정끼친 게 미안한 것은 진심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깨어있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확실히 지금이 현실이구나 싶어서.)

// 달릴 줄도 몰랐던데다가 기대 이상인데 스루할리가! 내가 바랐던 조신다정 순정파 그 자체에다 귀엽기까지 해서 엄청 만족했어. 오히려 이어줘서 고마워! 아참, 호연이는 여캐야! 호칭은 편한대로 해주면 좋을것 같아ㅋㅋ

87 이름 없음 (HUpJhhzf1U)

2023-01-11 (水) 00:24:51

>>45

별종.

동족들이 자신을 일컫는 말이었다. 다른 동족들이 잠이나 유희에 취해 있는동안, 이 별종의 용은 칩거를 한 채 유희도 나가지 아니하고 수많은 것들을 연구했다. 그 범위는 비단 마법이나 검술에 국한되지 아니하였고, 의학, 문학, 군사학 등 모든 곳에 손을 뻗어갔다. 동족들이 보석을 긁어모으는 댜신 그는 수많은 서가들을 꾸며내었고, 이내 이름마저 알기 귀찮은 이 산 전역에 자신이 드나들 입구 하나만을 제외한채 거대한 크레이들-요람-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세상과 격리된 채 지내오던 이 흑색의 거룡은 그저 계속해서 연구와 독서만을 해올 뿐이었다.
그렇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펴들 무렵, 그가 서가의 관리자 겸 이 산의 접근한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풀어둔 바람의 정령들이 그의 귓가로 다가와 속삭여 오기 시작했다.

-저기, 저기 블랑님, 블랑누아르님! 누가 동굴 입구로 왔어!
"..... 지나가는 인간이지 않겠느냐. 놔두려무나."
-하지만, 하지만! 입구에 직접적으로 다가선건 이번이 처음인걸!!

다른 용들이라면 버르장머리 없는 하급정령들에게 화를 낼법도 하건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볍게 손을 튕기자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때 마침 여인이 무언가를 하는 행동을 바라보며 천천히 저번 책 구매때 사왔던 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잠시간 지켜보자 여인은 아주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짐에서 위장 도구를 꺼내 자신에게 덧대기 시작하였다. 보통 저리 행동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러는 행상인이나 사냥감으로부터 경계심을 늦추기 위한 모험가나 사냥꾼, 혹은 도망자의 신분이 아닌 이상은 저리 행동할리가 없었다. 아니면 만에 하나라도,

"나에게 저러면 안들킨다는 보장으로 저러는건 아니겠지?"

갑자기 미친듯이 흥미가 동하였다. 연구자의 시선으로 보았을때, 과연 저런 준비가 용에겐 크게 소용이 없다는것을 알리면 어떤 느낌일까, 그의 입가로 자그마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스쳐지나가고,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킨뒤 천천히 인간의 모습에서 거대한 용의 모습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동족들로 하여금, 별종 이전의 다른 별명이었던, 돌연변이라는 호칭을 듣게 만든 영장류의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팔을 가진 거룡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입구로 향하였다.
시선을 돌리자, 토끼귀의 형상을 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이 바위를 기점으로 경계를 설정했던게 기억이 난다. 그래서 바람의 정령들이 그리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거룡은 천천히 거대한 팔을 뻗으며 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근 1천년간 이곳에 온 인간이 없었거늘, 여인이여. 이 곳에 무슨일로 왔는가? 그대들이 찾는 진귀한 물건 따윈, 존재치 아니하거늘.]

//용의 모습은 이러한 형상을 띄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무기나 그런건 안 들고 있어요!!

88 이름 없음 (VGqSLNllRo)

2023-01-11 (水) 02:49:05

>>87
진흙을 묻히고 바위 뒤에 숨는 것만으로 용의 서식지에 접근해도 안전하리라고 기대할 만큼 여성이 어리석지는 않았다. 여성의 허리춤에는 맞서 싸우기 위한 검도 있었고, 달아나야 할 때 연막이 피어오르도록 해 줄 마법 시약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거대한 용과 마주하자 여성은 꼼짝하지 못했다. 낭패감이나 공포를 채 인지하기도 전에 끝없이 타오르는 홍염 같기도 하고 만물을 집어삼키는 어둠 같기도 한 위용에 압도되고 만 것이다.

혼이 다 빠졌던 여성이 늦게나마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대에 몇 번이고 메아리칠 만큼 쩌렁쩌렁한 용의 목소리, 정확히는 용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인간의 언어 덕분이었다. 종족이 아예 다른데 말이 통한다? 여성은 오른팔은 옆구리에 딱 붙인 채 용에게로 허리를 숙이면서 왼팔을 굽혀 가슴께까지 올렸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인사를 용에게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인간의 언어를 아는 존재라면 인간의 예법도 잘 알 것 같았다.

"실례했습니다. 용족의 생태와 습성을 확인하고 싶어 왔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찰만 하려고 했는데..."

여성은 말을 다 맺지 못하고 인상을 구겼다. 흙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하얀 피부가 붉게 상기된 것이 역력히 드러났을 것이다. 말이 좋아 관찰이지 훔쳐보기 아닌가. 세상에 자기가 모르는 사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당하는 걸 유쾌해할 생명체가 어디 있을까. 들키지 않았다면 전혀 떠올리지 못했을 문제이건만 들키고 나니 실책도 이런 실책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여성은 파란 두 눈을 질끈 감고 무릎 꿇었다.

"불쾌하셨다면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지의 용은 붉은색에 가까운데 답레에는 흑색의 거룡이라고 쓰여 있어서 여성 눈에 보이는 용의 색은 애매하게 서술했습니다

89 이름 없음 (HUpJhhzf1U)

2023-01-11 (水) 06:37:00

>>88

[생태와 습성에 대한 조사라.]

자신에게 예를 차리는 여인의 모습에 천천히 팔을 들어올려 턱을 쓰다듬는 태도는 인간 남성이 고민하는 모습, 그것과도 너무나 유사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특유의 용이 주는 위압감과 더불어 그 거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박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와 별개로 용은 오히려 그 말에 납득을 해버린 면이 적잖았다. 실제로도 인간 연구가들은 자신들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하지 못하였으면서 꽤 놀라울 정도의 분석력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아마 이 눈앞의 여인도 그러지 않을까란 생각에 그는 무언가를 고민하듯 천천히 꼬리를 탁, 탁 움직이며 가벼운 생각에 잠겼으나, 여인의 말에 고민을 끝낸 듯 그가 꼬리의 움직임을 멈추며 상대를 직시한다. 자세히 본다면, 그 입꼬리가 미미하게 올라가 있는것도 눈치 챌수 있겠지.

[납득 했다. 아,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네. 아쉽게도 그런 걸 별로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라 말이야. 오히려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거나, 양손으로 고기를 뜯어먹는, 인간들 말로는 털털한걸 좋아한다고 하는거 같은데, 맞나?]

마치 형벌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태도에 그는 속으로 너털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별종인 자기에 비해, 다른 동족들은 사소한 것에 쉽사리 화를 내었고 이상하게 자존심이 강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격이 온건한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속을 알수 없는건 인간이건 드래곤이건 매 한가지라고 생각하며 그가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 상태면 이야기도 하기 어렵겠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따뜻한 물을 준비해주겠네. 나 또한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생활하니, 부족함은 없을 것이야. 간만에 들른 지적 생명체니 무례는 내 감안하도록 하지.]

전혀 용 답지 않은, 허례허식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넘치는 태도였다.

//앗 헷갈릴 부분이었네요

이미지상은 적룡이지만 색상은 흑색이 맞습니다! 참고용 이미지라고만 보시면 되요!!

90 이름 없음 (zb7GngXaLY)

2023-01-11 (水) 11:46:34

>>86 (잠은 이미 다 깬 줄 알았는데 반려자의 손이 볼에 닿자 새삼 정신이 번쩍 났다.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감상은 싹 가라앉았다. 꿈자리가 사나웠구나. 식은땀을 흘리진 않았을까? 사내는 반려자의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넘겼다. 역시 미미하지만 물기가 느껴졌다. 그런데도 자신이 깬 걸 더 염려하는 반려자가 안쓰러워 사내는 제 볼을 어루만지는 반려자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미안하긴요. 호연 씨가 못 자는 줄도 모르고 쿨쿨 잤으면 그게 더 속상한걸요. 많이 힘든 꿈이었어요?


/맘에 든다니 다행이야 호칭은 무난하게 ~씨로 했어 혹시 사내도 이름이 필요할까?

91 이름 없음 (d6olJkoj8w)

2023-01-11 (水) 11:55:26

ㅤ장래희망이 뭐니.
ㅤ우주비행사요.

ㅤAn astronaut. 케시 라일리는 한결같이 일관된 답을 내놓았다. 프리 스쿨에서 미들 스쿨까지만 해도 '멋진' 꿈이라는 수식어가 붙게끔 한 단어는 이제 곤란한 낯을 띄우게 만드는 지경이 됐다. 구십 퍼센트 다크 카카오 초콜릿이라도 먹은 것처럼 씁쓸함이 혀 위를 맴돌아서 케시 라일리는 마른 입술을 축이고 말았다. 물론 선생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은 아니다. 그야, 명확한 발음으로 우주비행사니 뭐니 했지만 그걸 위해 그 무엇도 일궈낸 것이 없었다. 실상 노력한 것도 그럴 의욕도 없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꿈은 기실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였다. 심지어 클럽은 밴드부였고. 다만 우주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했다. 광활한 하늘을 수놓는 은하수, 지구의 땅에서는 고작 점 하나에 그치지만 저기에 닿는다면 추락하는 별의 꼬리만큼이나 화려하게 소실되어 뭣보다 찬란한 마침표을 찍을 수 있을 테니까. 엘리멘터리 스쿨에 다닐 적만 해도 막연히 우주에 대한 환상과 만화적 몽상들로 펼쳤던 꿈은 이제 상당히 변모하였고 꽤나 구체적이 됐다.

ㅤ탁, 케시 라일리는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와도 같은 분위기의 교무실을 벗어났다. 반기는 것은 적막. 오후 다섯시가 넘은 학교 내부는 교복 한자락도 보이지 않았고 주황색 햇볕이 고요한 걸음으로 침범하기 시작할 뿐이었다. 동시에 목을 덮는 케시 라일리의 검은 곱슬머리에까지 손을 뻗었다.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농구하는 남자애들 소리가 들렸다. 캐비닛이 있는 곳에서는 여자애들이 짐을 가지러 들어왔는지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소리도 들려왔다. 거뭇한 눈가 사이로 탁한 푸른 눈이 무심하게 돌아갔다. 눈꼬리가 내려간 여우 눈매는 무표정하니 그 얼굴이 퍽 나른하고 서느랬다. 퍼런 핏줄이 보일 만치 창백한 피부에 기다랗고 마른 몸, 새카만 머리칼은 어둑한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켰고, 목덜미를 덮은 곱슬한 머리는 메탈 록을 연주하는 음악가처럼 보이게 했다-생김새는 청순한 편에 속한 것과는 별개로-. 정작 그는 재즈나 소프트 록 쪽을 좋아했지만 말이다. 이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지.

ㅤ케시 라일리는 느릿하게 밴드부 부실로 향했다. 크지 않고 아늑한 규모이나 장비들은 꽤 갖추어져 있었다. 이중 가장 아끼는 것이라면 단연코 자신의 베이스 기타. 그것을 들어 올려 어깨에 멘 채 학교 뒤뜰로 갔다. 부원이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연주하기에는 외로웠고, 마침 답답하니 바람 쐬며 기타 줄이나 치고 싶었던 탓이다.

ㅤ서쪽에서 미풍이 불었다. 감싸는 온화한 바람을 느끼며, 기다란 속눈썹을 내리깐 케시 라일리는 뒤뜰의 선객인 당신을 바라봤다. 드문 상황을 마주해서인지 삼초 즈음 그러고 있었을까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고 그 옆에 툭 앉아 가볍게 연주를 시작했다. 두곡 정도를 마치고는 당신을 돌아보지 않은 채 묻는다.

ㅤ"보통 사람들은 잘 안 오는데, 왜 왔어."

ㅤ여긴 외로운 사람들이나 오는 곳인데.


/ 마지막 문장-여긴 외로운 사람들 어쩌구-은 입 밖으로 꺼낸 거 아니에요, 혹시나 해서. 배경은 현대 미국 하이 스쿨, 학년은 시니어. 만 나이 18, 한국 나이로 치면 열아홉. 밴드부 보컬리스트이자 베이스 기타리스트, 썰 스레 기타리스트 참치 맞아요 혹시 파쿠리..? 그런 의심 생길까봐 미리! ;>

92 이름 없음 (lh40IpRG2E)

2023-01-11 (水) 17:24:41

>>91

뒤뜰의 선객은 작은 체구의 사람이었다. 그가 쪼그려 앉아있었기에 더 그리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바닥에 자리한 무언가, 곤충이나 들꽃 따위를 관찰하고 있는 양 웅크리고 있었으니. 그는 들려오는 인기척에 잠시 고개를 들어올려 당신을 마주보았다. 그러나 이내 시선을 끊어내듯 눈을 내리깐다. 구태여 타인과 연결되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원래부터 타인을 대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사람처럼. 어느 쪽이든 간에 그에게 있어 당신의 방문이 영 달갑지 않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러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웃기다면 웃긴 일이다. 떠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먼저 피할 이유가 없어서, 그도 아니면 당신의 연주를 떠나기 싫어서. 분명 무슨 생각이 있어 그랬음은 틀림없다.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의 물음이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다. 두 곡이 끝나자 그제야 자리를 뜨려는 듯 몸을 일으키고 옷가지를 툭툭 털던 그는, 자신을 향한 말에 당신을 돌아보았다. 조금은 당황스런 낯이다. 아마 제게 관심이 향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은 탓이다. 두어번 눈을 깜박일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그렇긴 하죠."

동의의 표시로 작게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확실히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이런 구석자리보다는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할 테다. 멋쩍은 몸짓으로 목가를 매만지다, 툭 내뱉듯 뒤늦은 답을 한다.

"그러면 보통 사람이 아니라서 할게요."

당신의 단어를 그대로 빌린 말이다. 그는 제대로 된 답변이라 하기에 애매한 것을 던져 두고 또 툭, 질문을 내뱉는다.

"그러는 그쪽은요?"

옅은 갈색의 눈동자가 당신을 바라본다. 저무는 햇살이 머물 곳을 찾아 헤매다 그에 찾아들어, 미약한 금빛을 내며 반짝인다.

93 이름 없음 (M/usaatspc)

2023-01-11 (水) 18:02:28

>>90 (수줍어하다가도 꿈자리가 나빴다는 말에 금세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남편을 보며, 호연은 조금 머쓱해졌다. 걱정 끼쳤구나. 가위눌린 것도 아니고 내용이 기분 나빴던 정돈데.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기는 손길에 눈이 살살 감겼다. 걱정 끼쳐서 미안하면서도, 이대로 털어놓고 꿈에서 힘들었다며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진짜 버릇 나빠지겠네. 그래도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으면 해서 남편의 볼을 달래듯 살살 매만지려니, 갑자기 손등이 포근해졌다. 남편의 손이었다. 제 손을 다 덮을 만큼 큼직하면서도 깨지기 쉬운 것이라도 만지듯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이 간지러워서, 얼굴이 화끈해졌다.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는데도, 평소보다 작아진 목소리가 속삭이듯 흘러나왔다. ) 하긴 나라도 그럴 것 같긴 해요. 여보가 나쁜 꿈 꿔서 잘 못 자면요. ...그게, 터무니 없는데 되게 기분 나쁜 꿈이었어요. 대학 신입생 시절로 돌아간 꿈인 거 있죠. 그것도 여보랑 만나기 전이었어요. 그리고 전공도 회화과로 되어있는 거 있죠, 난 피아노 전공인데. (호연은 억울한 일을 일러바치는 아이처럼 투덜거리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거기다가 얼떨결에 강의 들어갔더니, 교수는 이해하기 어렵게 처음부터 못알아먹겠는 전문용어 남발해가면서 가르치면서 잘 못 따라가니까 엄청 뭐라고 하고. 나 신입생 때 제일 골치 아팠던 강의에서도 그런 짓은 안 했는데 말이에요. 그러고 끝날 시간 다 되니까 저는 남으라는 거예요, 할 말이 있다고.

//아, 맞다! 물어보려고 했는데 깜빡했네. 사내 이름 설정한 거 있으면 알려줄 수 있을까?

94 이름 없음 (LOZs9zSSV2)

2023-01-11 (水) 19:14:15

>>92

ㅤ두 곡은 평화롭고 장난스럽게 연주됐다. 가느다란 흰 손가락이 가볍게 줄을 툭툭 튕기며 본격적인 공연 전 애피타이저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낮고 경쾌한 음은 선선한 바람을 타고 흘러나갔고, 처음 만난 두 사람의 사이를 가르고 채워나갔다.

ㅤ점차 저녁노을이 짙어지는 시각, 연주가 끝나자 일어난 당신을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좇았다. 엉덩이는 여전히 바닥에 붙인 상태였다. 따라갈 명분도 없거니와 애초에 늘어트린 장비들을 치우려면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귀찮기도 했고. 아마 이게 가장 큰 이유.

ㅤ이곳은 외로운 사람들이 오는 곳, 자신은 늘 여기에서 음악과 함께 새로운 만남을 갖곤 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당신은 동의했다. 물론 외롭다가 아닌,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하지만 케시 라일리에게 보통 사람이 아니다, 라는 것은 외로운 사람을 의미했다. 통상의 범주를 넘어선 고독, 그리하여 비정상적인 방식으로라도 공백을 채우는 이들.
ㅤ그런 이들.

ㅤ그래서 그 사고방식에 의거해, 케시 라일리는 답했다. 심드렁해 보이나, 어쩌면 초연하고 또 아득한 낯으로.

ㅤ"우주에 가고 싶어서."

ㅤ어떤 우주든 상관없다. 무료한 궤적을 그리며 흐르는 내 인생의 마지막 궤적을 화려하게 장식할, 아주 강렬하고 화려한 그런. 너무 아득한 목적지라 닿기도 전에 폭죽처럼 빛이 되어 사라질. 아무튼 그런, 그런 강렬한 감정. 감정의 폭발과 소실.

ㅤ"내 인생에 빛이 든다면 폭죽이었으면 좋겠어. 가장 크게, 가장 찬란하게, 가장 강렬하나 빠르게. 무료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

ㅤ듣는 입장에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케시 라일리는 그래서 유명했다. 밴드 클럽의 보컬리스트, 뱀파이어 같은 창백한 외형보다, 베이스보다 더 베이스 같은 긁어내는 목소리보다, 조금 이상한 시니어로. 미식축구 클럽 따위보다야 덜했지만 은근히 인기가 있는 밴드 클럽인데. 한편으로는 '그 자식 대화가 안돼, 완전 너드야!' 라는 소문이 거의 사실 취급 받으며 조용히 떠돌았다.

ㅤ햇살이 잉걸불처럼 덮쳐오기 시작했다. 세상이 노을빛으로 물들어갔다. 케시 라일리의 흑발과 올블랙 패션 위로도. 달빛 아래에서 빛나던 그는 도리어 햇살 아래서 빛을 잃고 존재감을 잃었다. 희미하게. 역광에 가려진 케시 라일리는 웃는지 무표정한지 모를 투로 말했다.

ㅤ"가봤니? 우주 말이야. 가보지 않은 자들과 아닌 자들은 비슷한 양상을 띄거든. 터트리기 전의 폭죽과 터지고 재가 된 것들이 보기에는 퍽 비슷하지. 그렇지만 속은 몹시 달라, 몹시 다르단다……."

95 이름 없음 (LOZs9zSSV2)

2023-01-11 (水) 19:15:03

데이터 켜서 아이디가 달라요 같은 참치에요 🥲

96 이름 없음 (60UR3aeg.2)

2023-01-11 (水) 23:45:09

>>89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두 눈을 다 감고 꿇지 않았다면, 여성은 용이 인간이라도 된 것처럼 턱을 쓰는 모습이나 인간이 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린 모습을 목도하고 용족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며 전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기에 여성의 온 신경은 용의 꼬리가 바닥에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에 쏠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되풀이될수록 잡념 역시 늘어났다. 한입에 삼켜지거나 단숨에 짜부라져도 찍소리조차 못낼 무방비 상태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쩌자고 꿇어앉았을까? 연막 시약을 써서 달아나기라도 해 보지. 뒤늦게 후회했지만 한편으로는 희망도 갖고 싶었다. 저 압도적인 존재가 살의를 품었다면 이럴 새도 없이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거라고. 그러지 않고 말을 건 것은 죽일 생각은 없어서일 테니 섣불리 자극하는 것보단 이 편이 낫다고. 무릎을 꿇기 전에 고민했어야 할 것들을 뒤늦게 곱씹자니 속이 새카맣게 타는 듯했다.

그랬기에 납득했다는 답이 돌아왔는데도 여성은 한동안 그 음성이 지닌 의미를 인지하지 못했다. 인간식 표현으로는 털털한 성품이라는 용의 자기 소개(?)도 귓속에 꽂히지 못하고 흘러갔다. 그러다 따뜻한 물을 준비해 주겠다는 말까지 나오고서야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여성은 압도적인 위용을 지닌 흑룡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알아챘다. 꼭 사람이 미소 지을 때 같은데? 용도 사람처럼 웃나? 그런 기록은 본 적이 없다. 용에 관한 기록 중에 용을 직접 보고 남긴 것은 드문 모양이긴 하나, 기록에 전혀 없는 모습을 목격할 줄은 몰랐다.

어리둥절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불가해한 말이 이어졌다.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지낸다? 왜? 용의 입장에서 인간은 먹잇감이거나 아무튼 하찮은 존재 아니었나? 상상도 못 한 정보를 접한 탓일까. 다리가 풀려 일어서지 못하겠는데도 질문부터 튀어나왔다.

"저, 감사합니다만... 인간으로 변신해서 지내신다고요? 그러실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 다른 용족도 그러나요?"

어쩌면 이게 용에 관한 연구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흥이 식지 않으셨길 바랍니다8ㅁ8

97 이름 없음 (0lmATaqaXo)

2023-01-12 (거의 끝나감) 00:27:26

>>93 (반려자의 체온이 미미하게 오르는 듯해 손을 뗄까 주저하던 찰나 수줍은 듯한 속삭임이 새어나왔다. 순간 정효의-사내의 이름이다.-는 반려자의 체온을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화끈 익고 말았다. '여보'라는 호칭에는 이 실감 안 나는 관계로 인한 설렘과 동요를 부추기는 데가 있었다. 그러나 얼빠진 채 있어도 좋을 상황은 아니었다. 반려자가 자다 깬 원인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꿈은 얼토당토 않은 내용이었으나 그의 숙면에 방해가 된 이상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도중에 입을 삐죽거릴 만큼 마음 놓고 털어놔 주는 그가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말이다.) 황당했겠어요, 난데없이 미술 강의에 교수도 별로였다니. 그래서 그 교수가 뭐라던가요?

/늦게나마 이름 붙여 줬어~ 여보 소리 더 듣다간 수줍사하것다ㅎ

98 이름 없음 (xPBtYHCziQ)

2023-01-12 (거의 끝나감) 00:37:39

>>96

[음? 그쪽의 사료는 없던건가.]

여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오히려 그는 여인이 내뱉은 한마디에 바로 답변을 던졌다. 사실 지금의 한마디는, 그에게 있어서 의외의 이야기였다. 실제로도 전설이라고 치부되는 이야기들 속엔 여러가지 용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그것이 구전을 다시 서술한 것이건, 아니면 옛날 기록을 다시 해독하여 그려낸 것이건 용에 관련된 사료나 서적은 여러가지가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인간들 또한 그러한 자료가 남아 있다고 믿고 있었다.

[용들의 기본 수명은 단명종들의 잣대로 두기에는 너무나도 길지, 그렇기에 그들의 성격은 그대들 노인들보다도 괴팍하고 사납기 그지 없어. 솔직히 어찌보면 애늙은이들이나 다름 없는 셈이지.]

같은 용이지만 동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자니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이쯤되면 여인도 알수 있으리라, 그가 묘사되어지는 용, 즉 드래곤들과 전혀 다른 모습임을 말이다. 날개가 크지 않은 대신 몸통이 뱀의 그것과도 비슷하였고, 보통 2족 보행의 짧은 팔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것과 다르게 통나무 하나는 우습게 부숴버릴 듯한, 인간의 것을 닮은 팔..... 마치 다른 드래곤들과는 매우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의문이 채 가라 앉기도 전, 그 우락부락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차분하고 조용한, 지혜가 깃든 음성이 여인의 귀를 기품있게 자극시켜 온다.

[그러면서도 단명종들의 그 치열한 삶을 부러워하는 것인지 몰라도 자신들의 유희로서 인간들 속에 섞여들어가 자기들 만의 즐거움을 누린다네. 물론 나도 그렇게는 가능하지만.... 오히려 내가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유지. 그것은 자네가 씻고, 내 거처 안을 소개 하며 이야기 하겠네.]
- 블랑님, 블랑님! 도마뱀—샐러맨더—이랑 돌고래—운디네—가 물 준비 다 됐대!!
[마침 물 준비가 되었다고 하는군.]

그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와 동시에 언제 나타났을지 모를 갑옷을 입은 여기사 두명이 그녀의 곁에 공손히 시립한다. 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그녀라면 단박에 알수 있으리라, 그것이 다름아닌 마법으로 탄생한 인공 생명체, 리빙 아머(Living Armor)들임을 말이다.

[이 둘을 따라 내 거처 안쪽으로 들어가게, 가장 큰 공동—그가 용일때의 잠자리—를 거쳐 들어가 그들의 인도를 받으면 충분히 씻을수 있는 욕탕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야. 씻고 나오면 그들 중 하나에게 이야기 하게나. 아마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 줄 것일세.]

//괜찮아요!! 저도 자는 시간이 1시 쯤이다보니.... 더 같이 이어주지 못해 미안해요!! 천천히 이으면서 하세요!! 일어나자마자 답변 드릴테니까요!!

참고로 드래곤의 레어는 자신의 몸으로 대서고를 지키기 위해 레어 밑에 한참 깊숙한 곳으로 대서고를 지어놨어요!! 리빙아머를 따라 움직이면 대서고로 올수 있으니까 편한대로 묘사해주세요! 드래곤이 마중하러 가줄수도 있고 직접 올수도 있어요!! 장서량은...... 어떤 도서관보다도 많다고 생각하시면 편할꺼에요!!

99 이름 없음 (xGLWNs.Z5w)

2023-01-12 (거의 끝나감) 03:14:53

>>98
사료가 없냐는, 의외라는 듯한 반문에 여성은 말문이 막혔다. 사료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들을? 여성은 용에 대해 검증된 정보를 얻고자 관련 기록을 교차 검증해 보려던 시절을 떠올렸다. 어떤 기록에는 용이 사슴 같은 뿔을 단 거대한 뱀 같은 형상인데 발도 있대고, 어떤 기록에는 용한테 무슨 거북이 등딱지 같은 게 달렸대고, 어떤 기록에는 용이 박쥐 같은 날개를 단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겼다는 식이라 볼수록 답은 안 나오고 머리만 터질 지경이었다. 용의 생김새든 식성이든 성향이든, 하다 못해 용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야 말겠다고 이 첩첩산중까지 왔던 것도 그 때문 아닌가. 그때만 해도 이렇게 당사자의 생생한 증언을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진짜, 여러모로 초자연적인 체험이다. 꿈은 아닌가 몰라. 그러나 흙냄새와 땀냄새가 뒤섞인 제 체취며, 조곤조곤한 용의 음성이며, 급히 꿇느라 타박상이 생긴 듯한 무릎의 욱신거림은 모조리 생생했다. 혹시나 하고 제 볼을 쳐 봐도 따끔한 데에다 그 충격에 물기 빠진 흙이 바스러지는 감각도 또렷했다. 그러니까 용의 수명에 관한 저 설명도 굳이 확인할 필요 없는 사실이란 의미겠지. 하기야 용은 여성더러 간만에 들른 지적 생명체라고 했고, 그 간만이란 게 천 년이었다. 인간의 천 년을 오랜만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그렇게 오래 살면 어떤 느낌이지?

그 의문에 대한 답처럼 흑룡의 동족 비판이 이어졌다. 마땅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여성은 입을 다물었다. 용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그건 참말이었나 보다. 하기야 용한테 인간처럼 사회를 이루는 습성이 있었다면 인간은 애저녁에 멸종되거나 용에게 가축처럼 사육되는 신세가 되지 않았을까? 개체로는 하찮지만 뭉치면 강한 인간과 신처럼 느껴질 만큼 압도적이지만 뭉치지는 않는 용이라, 세상을 이루는 섭리가 공평하다면 공평한 셈이다.

그렇게 상상에 잠길 여유가 생겨서일까? 그제야 마냥 압도적인 심연처럼만 보이던 흑룡의 외견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백년 묵은 나무보다 더 굵은 몸통은 뱀의 하반신 같고, 산봉우리도 대번에 바스러뜨릴 법한 앞발은 인간의 손과 비슷했다. 심지어 발가락까지도 인간의 손가락처럼 발달한 모양새라 저걸 발이라고 부르는 건 어폐가 있어 보일 지경이었다. 두상이 악어나 도마뱀을 연상시키는 걸 제외하면 용이라기보다는 신화 속 생명체인 메두사와 더 닮았는데, 아무튼 여성의 기억이 맞다면 저런 용을 묘사한 기록은 없었다. 혹시 고서에서 용의 모습을 천차만별로 기록한 게 확실히 보질 못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용이 제각기 다르게 생겨서였을까? 그렇다면 인간이 '용'이라고 통칭하는 존재들이 실상은 전혀 다른 종인 건 아닐까? 아니지. 이 흑룡부터가 그 통칭을 사용하고 있으니 같은 종족이긴 하다는 건데... 그런데도 생김새부터 이렇게 제각각이면 앞으로의 연구가 까마득하겠구나.

막막해할 쯤 용들이 인간처럼 수명이 짧은(아마도 그런 동시에 언어를 구사할 만큼 지성이 있는) 종과 부대끼면서 재미를 추구한다는 흑룡의 설명이 이어졌다. 기왕 재미를 추구하는 김에 자기들에 관한 기록도 좀 남겨 주지. 하다 못해 일기라도 쓰든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투덜거리는데 흑룡이 물이 준비되었다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좀 전까지만 해도 기척조차 없었던 기사가 둘이나 나타났다. 마법적 소양은 부족해서 시약에나 의존하는 여성이었지만 그들에게 깃든 마력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생명체를 손가락만 튕겨서 만들어? 용의 마력에 비하면 인간들 사이에서 내로라 하는 마법사의 마력은 어린아이 수준이라는 기록도 사실이었나 보다. 저런 존재를 두고 연막 시약 따위를 썼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니 새삼 모골이 송연해졌다. 한편으로는 이런 존재에게서 무슨 귀빈 같은 예우를 받는 상황이 얼떨떨하기도 했다. 꿈은 아닌데 너무 비현실적이야... 그러다 보니 용이 격식 차리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잊고 감사하다며 꾸벅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 마법 기사들을 따라 커다란 굴을 지나자 김만 맞고 있어도 훈훈해지는, 왕족 귀족이나 되어야 이용 가능한 온천 같은 욕탕이 나타났다. 이쯤 되니 감탄도 안 나올 지경이었지만 탕에 들어가자니 마법 기사들이 신경 쓰였다. 생명체가 아닐지라도 보는 눈은 보는 눈이라 그 앞에서 벌거벗기는 아무래도 거북했다. 결국 여성은 옷을 입은 채로 탕에 들어가서는 그 안에서 옷을 벗었다. 여벌로 준비한 옷은 없는지라 어차피 입었던 옷을 세탁해야 하니 겸사겸사였다. 그렇게 가죽 표면에 묻은 흙을 씻어내고 탕에 내건 뒤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씻었다. 몇 번을 헹궈도 그대로일 것 같던 흙모래도 어느새 떨어져 나와 탕 바닥에 싹 가라앉았다. 그러고 나니 미리 걸어 두었던 가죽옷은 좀 축축해도 그럭저럭 입을 만은 한 정도로 말라 있었다.

그래도 역시 마법 기사들의 시선은 신경 쓰여서 여성은 수건을 몸에 둘둘 말고 나와서는 탕 뒤에 숨어 옷을 다 입은 뒤에야 마법 기사에게 안내를 청했다. 그러자 마법 기사들은 여성이 눈치를 봤던 게 우스워질 정도로 묵묵히 앞장서 갔다. 마법 기사들에게서 나는 은은한 빛이 아니었다면 코앞도 보기 힘들 만큼 어두웠지만 내리막길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에르네스트 산의 바닥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에르네스트 산의 속이 실은 비어 있었을 줄이야. 혹시 다른 용의 서식지도 이럴까? 흑룡에게 묻고 싶어졌으나, 그 마음은 어둠의 끝에 이르기 무섭게 의식 저 아래에 묻혀 버렸다. 이전까지의 어둠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환한 그곳은 책이 빽빽이 꽂힌 책장이 끝 모르게 이어져 있었다. 이 세계가 생긴 이후 만들어진 책을 모조리 모아 놓은 보고(寶庫) 같았다.


//어쩌다 보니 대사가 1도 없네요 용님이 반응할 여지가 부족하지는 않을지 저어됩니다8ㅁ8...

100 이름 없음 (xPBtYHCziQ)

2023-01-12 (거의 끝나감) 08:35:03

>>99

여인이 씻으러 들어간 그 시각.

대서고에 들어서는 거룡의 몸이 점차적으로 작아져간다. 하얀색 셔츠에 검정색 바지, 변하였음에도 2m에 달하는 장신은 인간의 기준으로도 매우 큰 거체였으나 차분하게 정돈된 단발과 더불어 아까전 거친 인상과는 다른, 부드럽고 인자한 느낌의 미형의 외관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덜어내는데 한몫 하고 있었다. 태산마저 휘어잡을 기세의 근육은 온데간데 없이 하라져 한마리의 표범을 보는 듯한 날카롭고도 날렵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단촐한 복장임에도 하나의 예술 조긱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일단은 손님은 씻고 있고, 아까전에 요리과정을 입력해둔 리빙아머들에게 일단은 요리 준비를 해놨으니 걱정 없겠지."

그가 손짓을 한번 하자 대서고 한가운데 놓여져 있던, 각종 서적과 흩어져 있던 연구자료들이 바람에 흩날려 순식간에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사실 이렇게 하면 종이가 망가질 우려도 있고, 또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 다음번에 머리가 아프다는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꽤 급한 상황이기도 하니 하루 정도는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는 말끔해진 대서고 메인테아블 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댜.

"대화 나눌 공간 문제 없음, 음식 준비는 시간에 맞출 수 있을거 같고, 씻으러 들어갔으니 이제는 큰 문제가...."

그렇게 혼자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빤짝 스치고 지나가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말이 씻으러 가라고 한거였지 복장도 상당히 더러웠던 상황, 아무리 그녀가 말끔히 씻어냈다 하더라도 그 증기 한복판에서 말린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것인 즉, 주인 본인이 객인 여인에게 여벌의 옷을 빌려줘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런 멍청이를 보았나."
- 와~ 블랑님 멍청이야~?
- 블랑님은 멍청이~

그렇게 옆에서 재잘대는 정령들의 머리에 마나 담신 딱밤을 날린채 그는 이미 어쩔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지어보였고, 뒤이어 리빙아머들이 나르는 음식들을 바라보며 메인 테이블에 털썩 주저 앉은뒤 가만히 책 한권을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대략 20장쯤 넘겼을때였을까, 대서고의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고, 문 너머로 들어오는 여인의 모습에 그가 인자하게 웃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가볍게 벌리고는 자부심 반, 자긍심 반이 섞인 목소리로 입들 열었다.

"요람(Cradle)에 어서오게, 어때, 생각보다 굉장하지 않은가?"

그리고 자신이 신경쓰지 못한 부분를 고쳐내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캐스팅을 마친 흑룡은 옷이 마를수 있게 건조(Dry)와 혹시나 모를 이물질을 제거해주기 위한 정화(Purification)을 걸어주고는 테이블에 놓여진 수많은 음식들을 권하며 입을 열었다.

"입에 어느 음식이 맞을지 몰라 아무렇게나 준비했다네. 부디 즐겨줬으면 좋겠네만."

//훌륭한 서술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많은것을 표현해주는 법이랍니다! 저야말로 곧 또 어디 가는지라..... 계속 답변이 질질 끌리는게 ㅠ

101 이름 없음 (e4Lh29PBT.)

2023-01-12 (거의 끝나감) 10:53:10

>>97
(갑작스레 손바닥 안의 온도가 훅 올랐다. 올려다보니 눈에 띄게 발갛게 익은 얼굴이나,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이 어둠속에서도 퍽 선명히 보여 웃음이 났다. 저렇게 제 사소한 행동에도 설레고 동요하는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니, 그가 동요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제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게 동요하면서도 제 투덜거림에 정신을 차리고 경청해주니, 놀리는 건 지금은 자제해 두자. 가까스로 장난기를 누르려니, 남편, 효의가 맞장구를 치며 물어왔다. 그 교수가 뭐라더냐고. 호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러바치는 투로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글쎄, 나보고 20년동안 기다렸다느니, 자기가 언제 찾아오나 시험한 거냐느니 영문모를 소리를 하면서 화를 내는 거예요. 거기다 막 자기가 뱀신이라면서 수천년 동안 멀쩡했던 비늘이 나를 기다리다 다 바스러지는 줄 알았다느니 뭐니 하는데, 헛소리하는 것도 무서웠지만 교수라는 작자가 막 입학한 신입생한테 찝적거리는 거부터가 정상이 아니다 싶어서 도망가려다가 깼어요. ...말하고보니 좀 무섭기도 했네요, 그 꿈. (호연은 남편의 품에 숨어들듯 얼굴을 묻었다가, 이내 꿈 속에서 느낀 두려움을 떨치려는 듯 궁시렁거렸다.) 그래도 깨고 난 직후엔 어이없던 게 좀 더 크긴 했어요. 비늘이 바스라졌으면 지가 관리를 잘 하던가 동물병원에 가지 왜 나한테...

/수줍어하는거 귀엽다 효의ㅋㅋㅋㅋㅋ 수줍사도 시켜보고 싶은걸(?!

102 이름 없음 (yGCvXGI7uc)

2023-01-12 (거의 끝나감) 11:57:55

>>101 (정효의는 속풀이하듯 재잘대는 반려자의 말에 귀 기울였다. 말투나 분위기상 반려자가 많이 힘들지는 않았던 듯해 마음이 놓이는 가운데, 판타지 픽션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얘기가 이어졌다. 전생의 인연이라거나 하는 꿈이었을까? 그런 것치고는 20년이라니 좀 짧은 느낌인데. 모 영화처럼 20년 만에 재회했다는 설정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둘 다 인간이라 그럴 테고, 뱀신이든 뭐든 신이라면 20년을 길게 느낄 것 같지는 않.. 싱거운 상념에 정효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꿈인데 뭐 얼마나 아귀가 맞을까? 그딴 것보다 꿈을 되새기다 질린 듯한 반려자가 걱정이었다. 정효의는 제 품에 파고드는 반려자를 감싸안으며 그 뒷머리를 살살 쓸어내렸다.) 꿈이라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나 봐요. (다독이다 문득 불안해졌다. 혹시 비슷하게 불쾌한 일을 겪은 건 아니겠지?) 혹시 요즘 집적거리는 사람이 있었나요?

/귀엽다고 해 주니 고맙긴 한데 수줍사는 참아 줘ㅎ 그나저나 개꿈일 텐데 묘하게 웃기네 수천 년 살면서도 멀쩡했던 비늘이 20년 사이에 바스라졌다면 노화가 진행된 거일지도..?

103 이름 없음 (VC0zlesUW.)

2023-01-13 (불탄다..!) 01:03:49

>>100
수많은 책에 눈이 돌아갔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귀에 익은, 부드러우면서도 시원시원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는 흑룡이 아니라, 족히 2m는 되겠는데도 오히려 날렵해 보이는 체격과는 대조적으로 인상이 서글서글한 인간이 환영한다는 듯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하마터면 그 괴리에 얼이 나갈 뻔했지만, 흑룡이 평소엔 인간의 모습으로 지낸다고 일러줬던 게 떠올라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끄덕여 이곳에 감탄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고 나니 테이블에 놓인 책이 인간에게 알맞은 크기인 게 눈에 띄었다. 책장에 꽂힌 책들도 인간이 볼 법한 크기이긴 마찬가지였다. 흑룡은 책을 읽기 위해 인간으로 변신해 있는 걸까? 아니, 그보다 요람이라면 지극히 사적인 공간 같은데.

주위를 다시 살피려는 찰나 축축하던 몸과 옷이 보송해졌다. 흑룡이 마법을 걸어 준 모양이었다. 대단하다, 마법. 나도 좀 배워 둘걸. 하나 마나인 후회였다. 용씩이나 되니까 이런 사소한 데에도 마력을 소모하지, 여성은 배웠다 해도 무리였을 테니까. 더구나 마법을 못 익힌 걸 계속 아쉬워하기엔 그가 가리키는 음식이, 거기에서 나는 향이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다.

-꼬륵

낯이 뜨거워졌다. 암벽을 타고 용에게 죽을까 봐 긴장했다고는 하나 배꼽시계가 이토록 요란할 줄이야. 그 와중에도 속이 허하고 입엔 군침이 도니 더 민망했다. 차마 테이블 앞에 앉지 못하고 부질없이 배를 가렸다가 멈칫했다. 흑룡이 영역 침범이며 훔쳐보기 시도를 양해해 주겠다고는 했으나 이런 대접은 아무래도 과분하다. 가장 내밀한 공간까지 안내해 준 것도 모자라 만찬이라니. 나중에 잡아먹으려고 사육하는 거라는 의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물론 흑룡은 언제든 자신을 죽일 수 있고, 자신을 굳이 사육하느니 지금 내놓은 음식을 먹는 게 더 효율적일 테니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제 말을 믿어서라면 그건 그거대로 놀랄 노 자다. 흑룡 입장에선 자신을 신용할 만한 근거가 없을 테니까. 에라, 모르겠다. 여성은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듯 두 손으로 제 볼을 후려쳤다. 그러고 심호흡을 한 뒤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후의를 베풀어 주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저는 용님께 불편을 끼쳤지 보탬이 된 건 없는데요..."


//저도 늦었습니다8ㅁ8 인간 모습일 때 용님의 머리칼색, 눈동자색, 피부색이 궁금하네요 용님이 읽고 있던 책이 어떤 책인지랑 여성이 제목을 알아볼 수 있게 인간의 언어로 쓰였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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