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지. 처음은 가증스러운 사냥감일 뿐이었다. 네가 말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이 나를 비참한 실패로 끌어들여 이 자리에 묶여있게 만들었고. 그러나 나는 태생적으로 실패를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다. 타인이 보기에 그저 자기합리화에 가까울 지 몰라도, 등받이에 몸을 느슨하게 기대며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반쯤 기울인다.) 내겐 뽑아낼 정보도 없을텐데? 너도 알다시피, 난 오로지 네게 몰두하고 있었거든. 마음도, 몸도. 하하…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광인의 조소. 혹은 웃음으로 위장한 흐느낌. 2일 내내 고문을 받은 탓에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지만, 결국에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마치 주변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고요하다. 너의 발걸음 소리가 걸음폭으로 인해 일순 끊어질 때마다 가슴을 졸이고, 그렇게 너가 급하게 뿌린 듯한 향수향이 느껴질 즈음에 고개를 처들어 네 귓가에 들이민다. 조그만 목소리로, 우리가 연인이었을 적처럼 낮게 깔고서 속삭인다.) …눈도, 고개도 움직이지마. 노인네는 처음부터 네가 죽길 바래왔어. 내게 사주할만큼. (부디, 네가 나를 보았을 때처럼 표정연기를 망치지 않기를.) 자, 이제 물잔으로 내 머리를 내려쳐. (슬 떨어지는 척을 하며 네 안색을 살핀다.)
(끝까지 모르고 싶었던. 아니, 이런 식으로 듣고 싶지 않았던 말. 당신이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중에도 이기적인 나는 그 한마디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숨을 참았다. 대체 그날의 무엇이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대답 없는 질문만 마음속을 맴돈다.) ... (당신의 속삭임과 함께 다가온 짙은 혈향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눈을 깊게 감았다가 천천히 뜬다. 나는 버려졌구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사람은 조금이라도 쓸모없는 도구라면 치워버리기 선호했고, 나는 그리 좋은 도구가 아니니까. 슬픔과 분노, 원망과 두려움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대책없이 하는 말은 아닐 거라 믿어. (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이 내게 쥐어준 건 결국 날카로운 칼이구나. 당신도, 그 사람도... 참 잔인하다. 결국 이렇게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하! (그녀는 헛웃음을 지었다. 차라리 내게 줄을 풀어버리라 이야기하지. 그럼 나는 마지못한 척 당신을 도울텐데. 당신이 떨어지자마자 망설임 없이 잔을 높게 들어 올린다. 거친 손길에 흘러넘친 물은 방울이 되어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바닥에 남는 흔적들이 꼭 그녀의 눈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가득이다. 그리고, 그리고...) 나를 용서하지 마.
(너는 날 반절 밖에 모르고 있어. 난 너의 모든 걸 알고 있지. 집착 그 이상의 교만일 지라도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는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야. 그래, 나의 이상. 목적을 잃어버릴 정도의 어지러운 향을 풍겨 내 머릿속을 헤집지. 네가 아는 반절의 나라도, 내가 대책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거야. 떨어지는 물이 발등을 적시는 것을 무시하며, 이죽인다. 봐라, 손에 대지도 않던 날 선 것을 스스로의 의지로 쥐는 모습을. 나를 찌름으로써, 완성되었으면 한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뭐? (용서? 이죽이던 것이 순간 멈추고, 벙찐 얼굴이 된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넌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도 날 탓하지 않고─암전. 쨍그랑, 소리가 귓가에 세게 울린다. 이마를 타고 몇 번이고 흘러내렸던 뜨듯한 액체가 눈알까지 파고들어 흰자를 물들이는데도 정신을 차리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는 표정은 아마 당신을 대하면서 처음으로 지어보였던 표정이 아닐까. 흔들리는 눈동자, 모든 방벽이 허물어진, 모든 것의 답을 구하는 표정.) …… (아주 일순의 표정은, 고개를 숙임으로써 사라졌다. 바깥의 이목이 모두 이쪽에 쏠렸을 때, 컷팅해놓은 로프를 풀고 새끼손가락을 높게 들어올린다. 암구호를 알아들은 심복들은 알아서 노인과 얼마 남지 않은 호위병력을 밖에서 제압해두었겠지. 곧 심문실의 문이 부서지듯이 열리며 부하들이 들이닥친다.) 뭐해. (거만한 미소는 다시금 피로 물든 얼굴을 차지해, 당신의 앞에 우뚝 선다. 그리고─) 떨어져있는 왕관이 눈 앞에 있잖아. (무릎을 꿇고, 네 손을 갈구하며 양손을 내민다.
(아. 이상하게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처음에는 당신의 그 멍청한 표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으로는 상실에서 오는 불쾌한 만족감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끝내 무엇 때문인지 깨달았을 때는 한숨이 나왔다.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어떤 단어로 정의해야 완벽해질까.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형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거지 같은 마음 하나 때문에 나는 당신의 눈길을. 손길을. 마음을. 고통과 슬픔, 당신의 죄마저 전부 끌어안고 싶었다가 때론 모두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두렵다. 당신의 잔인함마저 내 탓이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 ... (거친 소음에 그녀는 뒤를 바라보려다, 당신의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려 제 앞에 선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준비된 연극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끝나는 모습에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릎을 꿇는 당신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글쎄. 왕관이 아니라 목줄이 아닐까. 그녀는 당신이 내민 손을 바라보고도 생각에 빠져 있어 한동안 미동이 없다.) 후회하지 않겠어? (잔이 깨지며 조각에 스쳤는지 손바닥에서 붉은 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온통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다 통증을 느끼고서야 상처를 인지한다. 그러나 오로지 당신만을 주시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는 당신을 놀리듯 태연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나를 그 분께 바치면 용서받을 수 있을 거야. (어리석은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 아직 늦지 않았다며 달콤한 말로 꾀어낸다. 모두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며 당신을 위하듯 속삭인다.) 잘 생각해. 왕관이 올바른 주인을 찾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게 여자는 스스로를 시험한다.)
>>400 (케이크를 먹으며 사장과 가족손님들 쪽을 보니,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가나슈를 묻힌 빨대를 받는 것으로 해결된 모양이었다. 아이가 자기 몫을 순식간에 먹어버리자, 또 먹고 싶다 하려나 싶어 주시하려니, 의외로 "다음에 어린이 케이크 사주세요!" 라고 조르는 걸로 넘어가준다. 어설펐을 지언정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시 포크로 케이크를 자르는데, 사장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는 감사인사를 하자, 남자는 빈 손을 내젓곤 대답했다.) 아, 별말씀을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케이크 무척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시트가 충분히 부드럽고 촉촉한데다, 크림도 딱 기분 좋을 만큼 달달하고 고소해서 쉽게 질리지 않더군요. 앞으로 또 오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표하듯, 접시 안의 케이크는 제법 덩치가 작아져있었다.)
>>408 (케이크가 맛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꼽아주는 손님의 말에 여성은 감격한듯 입이 귀에 걸렸다. 덩치에 비해 자리가 불편할수도 있는데 점잖게 호평해주고 곤란한 상황에 도움도 주고 잘만하면 좋은 손님이 되어줄거 같다.) 감사합니다~ 커피랑 차도 있는데 한번 맛보시겠어요? 시그니처메뉴는 카페모카여도 에스프레소부터 허브차까지 있고 디카페인도 가능해요~ (테이블일체형인 태블릿으로 주문할수 있다고 덧붙이려다 그러면 강매같은 모양새가 되어 실컷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나쁜인상만 남길듯해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손님을 살피자니 분명 초면인데 묘하게 낯익은 느낌이다. 동굴저음이란 말이 어떤의미인지 확 실감나는 목소리도 그렇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인가? 혹시 가수? 호기심이 커졌으나 차마 묻지는 못했다. 영업하는 입장에서 사적인 질문을 했다간 좋은 인상을 줄리가 없으므로. 나중에 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만 어떨지?)
용서? (한음절 한음절 곱씹듯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당신의 제안에 비아냥거리거나 반문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신을 바치는 이유는 물론이거니와, 용서받아야 할 이유, 그 분이 용서의 주체인 이유, 그걸 제안하는 이유를 처음부터 이해하지 못한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짧은 연기가 섞여 녹아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런 얄쌍한 유혹은 통하지 않음을 반월처럼 휘어진 눈웃음으로 대신한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내가 틀리지 않음은, 내 유일한 주인은 오직 너뿐이라는 것이고. (내민 양손은 당신의 잔을 잡고있던 팔 쪽으로 향해, 검과 작위를 하사받는 기사처럼 소중히 감싸안는다. 불충하다고 할만한 점은 욕망으로 점철된 시선이 오로지 당신의 얼굴을 향해있다는 점일까.) ─날 지배해줘. (감싸안은 당신의 팔에 한 번, 두 번 입을 맞추었다가 상처자국이 나있는, 네 피로 물든 손바닥에 입을 길게 맞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시선은 집요하게 당신의 얼굴을 핥고, 당신의 혈액은 마치 립스틱처럼 입술을 붉게 빛나게 만든다. 너에게 지배당하고 싶고, 널 지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린다.) 밖에 있는 늙은이와 강경파들은 내가 죽여줄게. 여태껏 중립을 지키던 녀석들도 네 지시 하나면 전부 치워버릴게. 어떻게 할까?
(당신의 웃음에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한낱 인간이 감히 주인의 선택을 의심하다니. 누군가가 손가락질하며 그리 비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을 곱씹었다. 후회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나를 당신에게 바친다면 용서받을 수 있을까. 올바른 주인을 찾아가려면. 아니, 내 올바른 주인은...) ─! (당신의 손이 팔에 닿자 그녀는 죄지은 사람처럼 긴장한다. 지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에 반응하듯 숨을 들이켠다.) 읏, (억눌린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그녀는 황급히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의 입맞춤에 통증이 선명해지고, 예민해진 감각은 그녀의 생각을 온통 헤집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시야에도, 머릿속에도 온통 당신뿐이다. 당신을 유혹한 대가가 이리도 혹독하다.) ... (집요하게 이어지는 당신의 시선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순간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인 그녀는 도망치듯 눈을 감았다가 뜬다. 잠시 뒤에는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당신과 다시 눈을 맞추려 한다. 당신의 입술처럼,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듯 그녀의 눈가가 붉어진다.) 나는... (꼭 뜨거운 불길 앞에 놓인 것만 같다. 숨이 막히고, 말을 이어갈 수 없다. 그녀는 당신의 얼굴을 감싸기 위해 남아있는 반대쪽 손을 뻗었다.) 그런 걸로는 부족해. (젖어있는 목소리는 대답이 아니라 탄식이었다. 눈앞에 놓인 왕관을 쓰기 위해 몸을 굽혔다. 결국 그녀는 당신으로 인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내게 키스해. (승리의 영광을 가져온 기사는 대우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전리품은 이제 당신의 것이다.)
>>409 (제 칭찬에 기쁜 티를 감추지 못하는 사장의 반응에, 다소 험악한 인상을 풍기던 남성의 표정도 제법 부드러워진다. 음료를 권하는 말에 그가 무어라 대답하려는 찰나, 가게 문이 열리더니 일행인 듯한 두 사람이 들어온다. 그 중 한명이 놀란 얼굴로 성규를 보며 일행에게 속닥거린다. 소리를 죽인다고 죽였지만, 좁은 가게 안이라 들리지 않을 턱이 없다.
헐, 저기 봐! 한성규다! 그 왜 우리가 본 뮤지컬에서 나쁜 숙부 역할 했던 사람! 어, 진짜네? 근데 그 사람... 논란있지 않아? 그 왜, 연애프로 나갔다가 여참가자한테 무안주고 도중하차했다며. 야, 듣겠다. 조용히 해! 나가자, 나가.
남성 - 한성규를 알아본 이가 일행의 등을 떠밀며 가게를 나가버리고, 가게 안은 다시 조용해진다. 성규는 한 입 크기로 작아진 케이크를 포크로 찍어 입에 넣은 뒤, 꿀꺽 삼키고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가능합니까? 그만 일어나봐야 해서요.
/성규도 방송이나 뮤지컬 이야기를 꺼내긴 애매해서 한번 손님들일 뻔한 npc들을 동원해봤어! 반응하기 어려우면 편히 얘기해줘~
('탐욕스럽도다.' 누군가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언제였는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모든걸 탐하는 자와 단 하나만 탐하는 자가 같을 리가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신념이고, 신앙이며, 한 스푼으로 바닥을 보인 내 모든 감정을 털어넣어서 만든 결과가 이곳에 있으니. 당신의 명령을 받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일으킨다. 당신의 팔을 잡고있던 손은 서서히 당신에게로 당겨지듯 움직여 뒷목을 살포시 감싸고, 다른 한 손은 당신의 손을 제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듯, 힘을 주어 봉하고 있었다. 입술이 닿을 자리까지 가까이 다가가, 서로의 숨결이 닿을 무렵, 명령대로 취하는 것은 당신의 입술이 아닌 새하얀 목과 턱의 언저리, 당신의 맥박이 느껴지는 동경맥이었다.) ─두 가지 잘못을 했어. 첫 번째, 상대를 불문하고, 내가 지금 입술을 맞춘 곳을 노려오면 어떻게 하라했지? (내가 당신을 노려, 이곳에 잡혀오게 된 계기. 계획의 일부였지만 너는 피하지 않고, 맞서지 않고 내게 반격을 포기해버렸다. 반려 동물를 다루듯, 단호하면서도 타이르 듯 읆조리다가도 벌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는 지, 흰 과실을 베어물듯, 네 목을 약하게 깨문다. 이빨 자국이 지워지지 않을 흉터처럼 붉은 흔적을 남긴다.) 두 번째. 애초에 이곳에 날 구할 생각으로 왔구나. 왜 무엇보다 네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그런 행동들이면 한 번이면 충분해. ─명심해, 네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건 나 뿐이야. (협박인가? 아니, 당신이라면 알 수 있다. 어린아이의 억지기도 하고, 울분을 토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겠으면 자연스럽게 날 밀어내.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니까. ……고문받느라 씻지도 못했고.
(어두운 방 안. 라디오에서 운석이 지구에 도달할 때까지 24시간 걸릴 예정이라는 인공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말인 즉슨 지구 멸망까지 24시간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듬거리던 손이 라디오의 전원 버튼을 누르른다.)지겨워 죽겠네. 어차피 운석이니 멸망이니 그딴 이야기만 계속 나오는 걸 들어봤자 뭐해. 하여튼 이놈의 세상은 마지막까지 재미가 없어.(혀를 차며 동의를 구하듯 당신을 본다. 정확히는 당신이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곳을. 실내는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 만큼 어둡다. 멸망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활개치고 다니는 무법자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빛을 차단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야. 아직 살아있지? 겨우 하루 남았는데 더 빨리 가면 억울할걸. 지구 멸망하는 꼴은 보고 가야지. 평생 한 번밖에 못 보는 절경일 텐데.(비꼬듯 말하며 당신의 대답을 기다린다.)
(당신의 손길이 뒷목에 닿아와 팔에서 멀어지자, 그녀는 반대로 잡혀있었던 팔을 들어 올려 당신의 어깨 부근의 옷을 움켜쥐려 한다. 당신의 온기를 잃고 싶지 않다는 듯. 숨결이 가까워져도 미동 없이 눈동자만 바라보던 그녀는 입맞춤이 다른 곳에 내려앉았을 때 약점을 노려진 사냥감처럼 반사적으로 몸을 물리려 한다. 그러나 빈틈없이 붙잡힌 그녀는 결국 멀어지지 못하고 눈썹만 찌푸린다. 그녀가 아는 한, 당신은 무언가를 길들이는 일에 딱 알맞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와 실망, 포기와 체념 끝에 달콤한 희망과 행복을 보여주며 매 순간 당신을 갈망하게 한다.) …글쎄, 당신을 기다리라 했던가?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며 심술이라도 부리듯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 (당신의 이름을 부르려던 목소리는 날숨이 되어 소리 없이 흩어진다. 당신에게 길들여진 그녀는 목덜미를 물려도 반항 한 번 하지 못한다. 그저 당신이 새긴 흔적을 통해 벌을 받고 있음을 깨달을 뿐. 붉은 낙인이 당신과 그녀의 관계를 드러내듯 피부를 물들인다.) 그래서야. 당신뿐이니까. (나는 이제 당신이 없으면 안 되니까. 마치 우는 아이를 달래듯 속삭인다.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앞으로도 당신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 당신의 말처럼 내 갈증을 채울 수 있는 건 당신 하나뿐이다. 그러니 당신을 위해 이렇게... 자꾸만 나를 버리게 된다. 그것이 내 목숨이라 해도.) 상처들, 치료부터 받겠다고 약속해. 그럼 놓아줄게.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말에 순간 긴장감이 풀렸는지, 헛웃음을 지은 그녀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조금 진정된 듯하다. 말을 마친 그녀는 당신의 얼굴에 닿아있던 손을 작게 움직여 엄지손가락 끝으로 당신의 볼을 살며시 쓸어보려 한다.)
(당신의 조그만 심술에도 이야기의 주제가 주제인 만큼 쉽사리 넘어가질 못한다. 무언갈 말하려는 것처럼 입술을 옴싹거리다, 결국 새어나가버린 웃음으로 덮혀버린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밀어내기엔, 네 목덜미에서 풍겨오는 향수가 퍽 달큰했기에. ─도무지 사랑만은 고갈되지 않을 것 같구나.) ……너는 정말…… (달래듯 속삭이는 목소리에, 말을 채 이어나가지 못한다. 순식간에 사고가 정지해 바보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럼에도 장소와 타이밍에 의해 간신히 억제되고 있던 끓어오르는 강한 욕구가, 그 입가에 걸린 미소에, 거친 숨에, 눈빛에 섞여녹아 간절함을 더한다. 떨어지라고 했으면서, 키스는 해주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발치에서 떨어지지 않는 손길을 바라는 동물처럼 이미 충분히 가까운 다리를 당신의 다리에 밀착시킨다. 몸도 자연스레 붙게 되었지만, 당신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이런 기분이었나. 계속 같이 있고 싶으니 치료를 거부하겠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그거 알아? 시덥잖은 고문들보다, 네가 휘두른 유리잔이 가장 아팠다는 거.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네가 지어보이는 헛웃음 마저 더 보고싶고, 소유하고 싶어 괜히 그런 농을 친다. 볼이 손가락으로 쓸리자 슬 밀려나는가 싶다니, 고개를 가볍게 비틀어 자연스레 제 입가에 닿게 한다.) 알겠어. 대신, 네 목에 남겨둔 건 오래오래 남겨둬야해. 또 언제 해줄 수 있는 건지 모르니까. (정말 놓아줄거야? 같은, 그 답지 않은 무구한 시선을 연기하는 걸 보면 아마 이 계획은 과정이 아닌 완성에 가까운 것이었으리라. 아무도 방해할 수 없이 견고하며, 고질적인 집착증에 가깝고, 우리들의 쓸리고 닳아버린 애정을 틀어 맞춘, 짜고 친 연극의 피날레가.)
# ??? : 아뇨 안 놓을래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치가 준 레스가 너무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그럼 이렇게 막레로 할까?! 진짜 킹왕짱짱재미있었다!! ㅠㅠ 사실 나 가끔씩 이 아이들의 AU 상상하면서 이럴 때는 어땠으려나? 하고 놀 정도로 짱잼이었어... ㅋㅋㅋㅋㅋㅋ ㅠㅠㅠ
#쭈인님 정말 치명적이야 :p.......개인 사정으로 하루이틀 늦을 때마다 계속...계속 생각했어 이걸 어떻게 잇지!?!? 하고 ㅋㅋㅋ쿠ㅜㅜ AU 들려주세요.....너참치의 뇌속으로 DIVE할래.....근데 정말 새로운 타입의 캐릭터에 새로운 타입의 상대였는데도 불구하고 서로의 아이러니한 감정이 너무너무...너무하고(?) 몰입해서 행복하게 즐겼습니다 우하학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 정말 치명적인 건 당신... ㅠㅠ 이어가느라 참치가 힘들지는 않았을지 걱정이다!! ㅠㅠㅠ 사실 제가 곰손이라 잘 풀어볼 수 있을지 걱정이긴 하지만 부디 같이 이야기... 해주신다면...! 감히 한 AU 올리겠습니다!! 인데 그럼 여기는 어려울테고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1:1 어장이라도 가야하나 (혼돈) 혹시 모셔도 될까요 참치님...?! ;m 나도 이런 타입은 처음이었는데 저도 정말 너무 너무했습니다...(?) 저도 덕분에 너무 즐거웠어요... 행복했어요 진짜 감사합니다... (폴더인사)
# 다행이야!!! ㅠㅠㅠ 저는 제 앞에 금손님이 계신다는 것만 아는데요? 오호홓ㅎ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자세한 거 하나도 생각 안 하고 돌린거라 괜찮아! 정체성 불확실 좋아!! 부담없이 가볍게 이런저런 썰풀고 하면서 편하게 해보자! ㅋㅋㅋㅋㅋㅋ 그런가...? 우리는 무언가를 깨어버린 건가...?! 참치도 앞으로 행복가득 금전가득 건강가득!! ㅠㅠ 그럼 어장은 내가 만들까? 제목은... 뭘로 하면 좋지... Lost the game... 이런 느낌밖에 안 떠올라...! ㅠㅠㅠ
# 어헣 이럴수가 쭈인님보다 더한 콩깍지가 참치한테 씌인 것 같은데 (의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음 어장 제목은 Behind the Finale 어때!? 일단 자유상황극 스레에서 둘의 스토리의 완결 부분을 엿본 느낌이기도 하고, 비하인드썰로 이것저것 풀어볼 예정이니 이중적 의미를 가미해서....ㅋㅋㅋㅋㅋㅋ 앗 그래주면 고맙지~~~ 0레스 내용은 참치에게 맡기겠습니다 우하하 왜냐하면 이제 자러가야하기 때문....흑흑 놀아줘서 고마워 굿나잇 참치 쭈압~
# ㅋㅋㅋㅋㅋㅋㅋ ^____^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 참치 진짜 똑똑한 참치구나??? 어장 제목은 Behind the Finale로 확정! 그럼 내일 점심 전까지 내가 어장 세워둘게! 0레스... 최대한 열심히 찾아서 가져올게...!! ㅋㅋㅋㅋㅋ 잘자 참치야! 나도 놀아줘서 고마워! 쫀밤 참치!!
>>415 (테이블을에 붙은 태블릿을 통해 결제를 완료하고서, 성규는 친절한 사장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안도감과 아이러니를 동시에 느꼈다. 유명해지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 유명세를 좇아 욕먹을 걸 각오하고 연애 프로에도 출연했건만, 누구나 다 알 만큼은 유명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 줄이야. 뭐, 그 때 일은 엎어진 물이고, 괜히 들쑤시기보다는 지금 일에 집중해야지. 무엇보다도 신장개업한 가게에 폐를 끼치지 말고. 그런 상념을 깬 것은,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는 사장의 목소리였다.) 아, 감사합니다. (음료와 쿠폰을 받아드는데, 사장이 시식용으로 내놓으려던 케이크도 먹겠냐고 제안했다. 성규는 놀라 케이크와 사장을 번갈아 봤다가, 열없이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들고 대답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주신 것에 비해 약소하지만 주변에 입소문이라도 많이 내겠습니다. (아예 제작자분들 동료들 스텝분들한테 한 조각씩 돌릴까, 하는 생각을 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인원이 몇인데 조각으로만 돌린대도 혼자서 그걸 다 만드시려면 쓰러지실 거다. 알바생 고용하실 수 있을 정도로 번창하면 좋겠군.)
/ 아이고 싱겁긴! 오히려 최사장님이 손님들한텐 상식적인 대응을, 성규에게는 호의적인 대응을 해줘서 고맙더라:) 아무래도 케이크 받고 나면 막레 각일 것 같은데, 혹시 또 해보고 싶은 상황 있을까?
안녕하…세요. (아, 민망해라. 긴장하고 주눅든 목소리는 고작 다섯자짜리, 모르는 사이에서도 주고 받는 평범하디 평범한 인사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삑사리가 나 순간 높게 튀었던 목소리와 반대로 아이의 눈은 아래로 데구룩 굴러간다. 굴러간다, 그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동그랗고 순한 눈망울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의 원래 겨, 경호 대상… 전 그 분의 대역이에요. 그러니… (목이 메이는 듯 하다.) 제게는 목숨 걸지 마세요. (이 말만큼은 강단있게 소리냈다. 이 때만큼은 당신과 마주하는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428 아이고, 공짜케이크도 잔뜩 주셨는데요. (너무 대출혈서비스 같은데. 괜찮으려나 싶었지만 거절하기도 민망했기에 선선히 쿠폰을 건네며 감사인사와 함께 꾸벅 고개를 숙여보였다. 혼자 다 먹으면 포동포동한 대군이 될 테니 소속사 식구들하고 나눠먹어야겠군. 다 먹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며 포장된 케이크를 집어드는데, 사장이 뮤지컬에 대해 물어왔다. 성규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 아, 혹시 뮤지컬 좋아하십니까? (그는 집어들었던 케이크를 잠시 내려놓고, 전에 없이 적극적인 태도로 말을 꺼냈다. 그의 눈빛은 어쩐지 광기에 찬 것 같으면서도 절박해보이기까지 했다.) 지난주부터 이 근처에 있는 ㅇㅇ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에 출연중인데요, 제목은 [이씨의 난]이고, 혹시 조선 단종 아십니까? 그 왜, 아주 어린 나이에 즉위해서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죽음을 맞이한 비운의 왕요. 당시의 역사를 모티브로 창작된 가상 역사물입니다만, 독특한 부분은 왕위와 벼슬이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가상 배경에, 납작한 악당 없이 모두가 각자의 사정에 의해 타인과 대립하는 피카레스물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왕위를 쟁취하기 위해 어린 조카와 목숨을 걸고 대립하는 주인공의 숙부 창한대군 역을 맡고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한소절만이나마 짧게 보여드릴 수도 있구요. (창한대군이 이런 심정으로 왕위를 뺏고자 한 걸까. 그런 생각에 어느새 무대에서나 보이는 눈빛이 된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성규는 열띤 태도로 영업(?)을 이어갔다.) 전 이번 작품이 데뷔작입니다만 캐스팅이 정말 호화롭습니다. 여기 보시면, 주인공은 제작총괄도 맡고 계신 유이지 선배님이시고요, 서브주인공은 작년에 서바이벌 프로를 통해 베X테X 타이틀 롤로 데뷔하신 A 선배님이시고, 주인공의 고모이자 충신인 은월공주는 무려 작년에 뮤지컬 레X카에서 댄X스 부인 역으로 열연하신 B 선배님께서 연기하십니다. ...아마 짐작하시겠지만, 저희 극이 창작극인데 캐스팅에 돈을 많이 쓰는 바람에... 그렇지만 뮤지컬 좋아하시고 여기 나오시는 배우님 중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시간 나실때 한번 봐주시면 절대 후회 안 하실겁니다. 이번주까지 20퍼센트 할인중인데, 시간 되면 한번 보러와주시겠습니까? 주위에도 알려주시면 제가 이곳 케이크 맛있다고 입소문은 물론이고, 가능하시다면 제가 배우, 스테프, 감독님들께 이 곳 커피나 케이크 하나씩 돌리겠습니다. 어려우시다면 인력을 확보하실 때까지 기다릴 용의도 있습니다.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라고 간청하는 기분으로 말을 쏟아내고서, 성규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사장을 바라보았다.)
/그 부분을 물어보고 싶었구나! 어쩌다보니 성규도 영업광기에 걸려버렸는데, 아마 이번 턴에 한번 보러 오고 입소문 내 주는 대가로 방송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하면 흔쾌히 알려줄거야! 😉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부터 경호를 맡은 라일라라고 합니다. (길고 곱슬거리는 흑발에 짙은 갈색 피부와 진논색 눈동자, 둥글둥글하고 육중해보이는 체형의 여성이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그러다 자신은 경호대상의 대역이라는 말에 라일라는 의아한 표정을 띠었다가 이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첫 출근한 경호원도 곧장 경호대상과 접촉하게 하지 않을 만큼 삼엄한가보군.) 그렇군요. 그럼 그 분께서는 어디에 계시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첫 출근부터 지각은 곤란하다. 착각해서 지체했으니 알려주시거든 서둘러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라일라는 대역의 대답을 기다렸다.)
>>432 (열변을 토해내고 나니, 어쩔 수 없이 사회인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수치심과, 무심코 몸짓을 크게 해서 겁을 주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들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것이 무색하게, 사장은 겁을 내거나 황당해하기는 커녕 환하게 웃었다. 어쩐지 반가움 뒤에 굉장한 야망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미친 놈 취급 받을 줄 알았는데. 상황을 바로 파악하지 못해 눈만 끔벅이는데, 혼자서도 아니고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오고, SNS에도 홍보해주겠단다. 마음이 놓여 안도의 한숨부터 새어나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제안이었을 텐데... (이어 사장이 다음주엔 커피차가 가능하고, 조각케이크는 어렵지머 큐브케이크는 가능하다고 일러주자, 성규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곧장 끄덕였다.) 네,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아, 마침 리허설이 다음주 목요일에 있는데, 그날까지 부탁드려도 될지요? 비용은 계산 후 이 번호로 연락주시면 곧바로 입금드리겠습니다. (성규는 지갑을 꺼내 제 명함을 사장에게 건넸다. 흰 바탕에 성규의 사진과 소속사, 연락처, SNS 계정만이 적혀있는 단순한 구성이었다. ) 제 팬 분들께 돌릴 커피차와 케이크에 대해서는 리허설 이후에 자세한 일정을 논의하고 싶습니다만,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 그 동안에도 약속대로 제 가족, 친구, 동료들, 가급적 연락 닿는 모든 사람들에게 Choi Choco를 알리고 추천하겠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기회도 찾아오는구나. 가까스로 합격했더니 손익분기점을 못 넘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캄캄했던 눈 앞이 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나니, 문득 손을 잡자고 제안해놓고 통성명을 하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아, 그러고보니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한성규라고 합니다. 직업은 아시다시피 뮤지컬 배우고, 나이는 25살입니다.
/뮤지컬 가상캐스팅으로 원하는 배우를 넣어봤더니 캐스팅비로만 파산각이길래(A는 나현우 배우님을 토대로 살을 붙였고, B는 그냥 신영숙 배우님이 모티브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반영해봤어 ㅋㅋㅋ 성규랑 최사장님이 엮이기 위해서 많이 고민해줬구나, 고마워! 아, 전 스레 사정 하니 말인데, 다음 상황에 리허설 커피차 이후 시점으로 다음 커피차 일정 의논하느라고 만나서 술 한잔 하다가, 서로 자기의 과거에 대해서 어쩌다 털어놓게 되면 어떨까? 지금 성규에게 최사장님은 은인이니까 최사장님이 만약에 방송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줄 것 같아서말야ㅋㅋㅋ(어떤 부분은 억울하다고 막 토로할지도?ㅋㅋㅋ)
>>433 (짐짓 큰소리쳤지만 내심 걱정이었다. 친구도 회전문관객까지는 아니라 뮤지컬 흥행에 엄청 보탬이 되지는 않을것이다. SNS 역시 카페계정이나 개인계정이나 팔로워가 대단히 많지도않다. 반면에 커피차는 가게를 하루 비워야한다는 부담이있지만 반대로 일정금액 이상의 매상은 확보된다. 어딜보나 이쪽이 남는장사라 손님의 정중한 감사인사가 민망했다. 그때 나름의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안 그래도 가게의 벽면이 좀 휑한감이 있어서 그림이라도 걸어둘까 했는데 기왕 거는거 저손님의 뮤지컬공연장면을 그려다가 걸어둬볼까? 음악은 뮤지컬넘버로 틀어두고? 이 손님의 뮤지컬공연이 끝나면 다른뮤지컬의 그림이랑 넘버로 바꿔가면서 아예 뮤지컬컨셉의 카페로 꾸미면 힙하겠는데~ 상상만으로도 매상이 오른것만 같아 여성은 싱글벙글 명함을 받았다.) 네네 견적내는대로 이 번호로 연락드릴게요~ 그뒤에 돌리실 커피차도 맡겨주세요! 그리고 저희카페 추천해주신다니 부탁드리고 싶은게요... (여성은 마른침을 넘기고는 아직 휑한 벽면을 가리켰다.) 손님네 리허설에 커피차 제공했을때 현장사진을 좀 촬영해서 여기 전시해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제가 미술을 좀 배웠어서 여기에 그림을 좀 그려둘 생각인데요 기왕 이렇게된거 손님의 뮤지컬을 조금이라도 더 홍보할겸 저희카페의 컨셉도 확실히할겸 손님의 뮤지컬 주요장면을 그려도 괜찮을까요? (뮤지컬넘버를 카페에 틀겠다는 얘기까지는 하지않았다. 그건 음원을 사서 하면 되니까. 나~중에 잘되면 이 손님을 비롯한 배우들에게 실제공연과 다른느낌으로 녹음해달라고 부탁드릴수도 있으려나? 김칫국부터 질펀하게 마시며 여성도 자기소개를 했다.) 한배우님이시군요 저는 최이현이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신장개업한 카페점주고 한배우님과 동갑이에요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별말씀을~ 일댈 해보자고 제안했으면 이정도는 신경쓰는게 당연하지! 오히려 헛다리짚고 전스레에 매달린게 좀 민망한데ㅋㅋ 어쨌든 덕분에 뮤지컬카페라는 컨셉을 잡을수도 있었어서 나야말로 성규주에게 고맙게생각해~ 리허설커피차 잘끝내고 술한잔 하는것도 좋다! 다음상황까지 매끄럽게 진행되겠는데~ 그나저나 한가락씩 하는 배우들이긴하네... 그래도 그 두명으로 파산각이라니 아직은 영세한 제작사인걸까? 그래서 성규가 영업에 The 진심이고? 그러고보니 주인공배우이자 제작총괄이라는 유이지는 모티브가 누구야?
>>434 (사장의 부탁에, 성규는 의외라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내 대답했다.) 아이고, 그래주시면야 저희야 무척 감사합니다만, 그 정도까지 해주시면 카페 홍보나 커피차 정도로는 송구스러울 것 같습니다. 현장사진이야 제작사 측에서도 오케이해주실 것 같고, 그림을 그려주시는 대신, 약소하지만 사장님은 물론이고 친구분의 좌석까지 마련해드리고, 또 원작 단행본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렇게 해도 괜찮을는지요? (마음같아서는 회사와 정식 콜라보레이션을 주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커피차라는 중대한 스케쥴을 만들어놓은 시점에서 서두르다간 사장이나 회사측이나 탈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넣어두었다. 그림이든 현장사진이든 손익분기점 때문에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니, 아마 승낙을 받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그러던 성규는, 카페 점주, 최이현이 자신과 동갑이라고 밝히자 놀람을 금치 못했다.) 20대 중반에 창업하셨다니, 대단하신데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 사장님.
/아이고, 고맙긴 ㅋㅋㅋ 찾아보니까 진짜로 연예기획사에서 운영하는 뮤지컬 카페가 있더라! 물론 Choi Choco는 뮤지컬 제작사나 성규네 소속사 소속이 아니지만 잘 협업하면서 서로 윈윈하면 좋겠는걸 ㅋㅋㅋ 그리고 최사장님이 아이디어 뱅크니까 제법 순조로울 것 같고! 그리고 전 스레에서의 일도 모처럼 아이디어 꺼내준 만큼 다음 상황에서 잘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걸 ㅋㅋㅋ 올려서 히트친 작품이 드문 데다, 이번 이씨의 난이 사극이다보니 의상이나 소품 비용도 비쌌을 거고, 서브주인공이 설정상 후천적 시각장애인인데 액션도 소화해야 해서 그거 무마하는 거랑, 전쟁 연출 씬 때문에 예산이 팍팍 나가는데, 그걸 메우려면 아이돌 티켓파워라도 끌어와야 모면이 될까 말까 하는 상황에, 제작총괄인 유이지가 이 극만큼은 절대로 아이돌 캐스팅 안된다고 우겨서 흥했는데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네 마네 하는 상황ㅋㅋㅋ 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 성규의 경우에는 방송 때 일 때문에 떨어질 뻔하다가 가까스로 붙은 거라서 이거 망하면 나도 망한다 모드라 창한대군 모드가 나온 거구 ㅋㅋㅋ 아, 유이지는 내 자캐야 ㅋㅋㅋ 자캐 주변인물 만들기 귀찮을 때, 딱 맞는 직업이나 조건을 가진 자캐가 있으면 갔다 쓰느 편이거든 ㅋㅋㅋ 실존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부분은.... 자기가 제작한 뮤지컬의 주연을 맡았다는 부분에서 해밀턴의 극본, 작사, 작곡을 맡고 타이틀 롤 초연 배우였던 린 마누엘 미란다를 벤치마킹했어! 아, 참. 이번 장면은 이걸 막레로 마무리하고, 다음장면으로 넘어가면 어떨까?
>>436 이현주도 수고 많았어! 응, 괜찮으면 새 스레 제목이나 0레스 내용 정도만 정해서 스레 파도 좋을 것 같아. 시트는 없어도 잘 맞는 캐하곤 오래 가는 편이라 이현주 편한 대로 해도 좋을 것 같아! 그러게, 아마 뮤지컬 배우들도 종종 오는 곳이고 굿즈도 판다니 아마 뮤덕이면 관심있어할만한 장소일 지도 ㅋㅋㅋ 지금도 영업은 하더라!
오, 캐릭터나 연예인 생일카페같은 느낌이려나? 재밌겠는걸! 난 막 상투튼 머리모양 커피얼음 넣은 역적의 수급 가배차(커피)같은 걸 상상했는데 그건 너무 호러인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메뉴에 뮤지컬 넘버 제목을 붙인다거나 하면 어때? 이 씨의 난에 드물긴 하지만 훈훈하고 다정한 장면이 없지는 않은데, 그런 건 아인슈페너나 콘판나로 하고, 유독 피카레스크적인 장면은 에쏘랑 다크초코로 가는 거지!(물론 뮤지컬 넘버 제목은 내가 지어야겠지만 나올 때 되면 어떻게든 만들지 뭐 ㅋㅋㅋ)
아, 그러고보니 이현이가 뮤지컬을 볼테니 내쪽에서 장면을 어느정도 제시해야겠구나. 오너 대 오너로 말해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일상에서? 무대 장면을 넣는 게 좋을까?
그리고 이지는 이현주 말대로 직장상사 겸 동료배우라고 보면 돼! 성규 입장에서는 은인 중 하나고, 이지도 고민하다 기용했더니 쓸만한 신인이고 합도 나쁘지 않아서 우호적인... 허물이 덜한 직장 상사 정도? 아, 그러고보니... 이지랑 성규가 사는 대한민국은 비이성혼인(구성원들의 젠더에 관계없는 결혼. 동성혼 포함!)도 법제화된 가상의 대한민국이라는 설정인데, 그 부분은 괜찮을까? 이지가 부인이 있어서 성규의 배우적인 부분을 다루면 그 부분이 언급이 안 되진 않을 것 같아서 미리 물어봐.
그리고 아이돌 캐스팅이 없었는데도 왜 간당간당하냐면, 보통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더블, 아니면 트리플 캐스팅이잖아. 그리고 티켓파워가 있는 아이돌들은 이름있는 뮤지컬이 아니고서야 고만고만한 배역보다는 주인공이어야지 계약이 가능할 거라고 봤거든(아닐 수도 있는데 내 궁예로는 그렇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갔어 ㅋㅋㅋ) 그런데 이제 메인 주인공은 기본 기량이 배우급은 되어야 한다는 게 이지 주장이라서, 다른 이사진들이 눈 딱 감고 아이돌 넣자고 하는데도 밀어부쳐서, 출연진 전원 오디션으로 뽑은 신인이랑, 아이돌과 또이또이하거나 비싼 몸값의 중견배우로만 구성해버렸어 ㅋㅋㅋ(좀 황소고집이야 이지가ㅋㅋㅋ) 그래서 비슷한 비용을 들였을 때에 비해서 티켓이 덜 팔린거지! (소재(창작극, 로맨스 없음 등)가 마이너하거나, 캐스팅 외 제작비로 많이 띵까먹었다거나...그런 부차적인 이유도 컸겠지만 ㅋㅋㅋ)
>>437 안녕~ 성규주! 의욕적으로 써준 내용 잘봤어! 뮤지컬카페 알아봐준거며 뮤지컬넘버도 만들어주려고 한거며 고맙고 성규랑 친해지고도 싶었어서 고민했는데 미안... 성규주의 설정을 내가 다 소화하기는 힘들거같아
성규의 직장상사나 동료배우가 NPC로 등장하는건 그럴수있다고 생각해~ 나도 이현이엄마가 언젠가는 등장하리라고 예상했고 그런데 직장상사의 가족까지 나올줄은 몰랐어 법이나 제도까지 설정했을줄도 몰랐고.... 설정을 그만큼이나 정교하게 짠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라면 못그랬을거야! 다만 이미 너무 세세하게 정해져있는게 많아서 이대로면 성규와 이현이의 관계가 중심이 되는게 아니라 성규를 중심으로 짜여진 세계에 이현이가 들러리가 될거같다는 우려가 드는것도 사실이야
성규주가 잘못되었다는건 절대로 아니야 하고싶은건 해야지!! 하지만 성규주가 바라는걸 내가 해낼수는 없을거 같아 정말로 미안 하지만 성규는 체격도 좋고 목소리는 동굴저음이고 아이에게는 서툴지만 다정한 팔색조매력의 친구니까 분명 나보다 훨씬 좋은참치 만날거라 생각해! 그때 야광봉 열심히 흔들게~
>>438 그랬구나, 첫 장면에서도 그랬다시피 엔피씨를 장면설정을 활용하는 게 내 스타일이고, 이름이 있는 엔피씨고, 그개 자캐더라도 이 서사에서 성규나 이현이 외의 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우려가 들었다니 유감이야. 이현주 말대로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맞는 것 같네. 그동안 어울려주고 끝내기 전에 언질해줘서 고마워. 이현주도 즐상판하길 바래:)
>>441 생존자는커녕 자그마한 셸터를 유지할 배터리 하나조차 발견하지 못한 기구한 날이었다. 영 감이 안 좋더라니. 셸터를 나설 때부터 한기가 새 들어오던 허름한 구형 방한복이 결국 말썽이다. 희고 흰 세상에선 유난히 붉은 목도리를 둘러멘 아이가 재깔이는 것처럼, 이질적으로 커 보이는 별과 함께 검고 싸늘한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참 극성이다. 말로만 대장이지, 나는 이 녀석을 보살필 이유도 능력도 없는, 그저 그런 아저씨일 뿐인데.
"그래. 이만 돌아가자."
낮게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대꾸하며,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녀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아무리 어둡대도, 돌아가는 방향은 이 아이가 잘 아니까. 언제나처럼 너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겠구나.
... 태연히 돌아서던 한쪽 다리가 먹먹하다. 감각이 없는 다리를 절뚝이는 것보다, 당장 셸터에 있는 식량과 식수가 모두 부족한 것이 신경 쓰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연결 됐구나! 다행이다. 있잖아. 나 지금부터 너희 집 갈 건데 너도 올래? (목소리에 겹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들어간다.) 참고로 미친 것도 아니고 죽고 싶은 것도 아니야. 그냥 혼자 있는 것도 질리고 너한테 주고 싶은 것도 있고. 도착할 때까지 뭔지 안 알려줄 거니까... 에이씨. 이거 왜 안 돼. (빵빵해진 가방의 지퍼가 반쯤 나아가다 멈춘다. 온 힘을 다해도 미동조차 없다. 하지만 전부 중요한 것들이라 포기할 순 없다. 한참을 낑낑거린 끝에 겨우 지퍼를 잠근다.) 아, 미안. 너한테 그런 거 아니야. 아무튼 궁금하면 무사히 도착하길 빌어봐. 사실 이렇게 되고 나서 나가는 건 나도 처음이긴 한데... (고민을 하는 듯 흐음~ 하는 소리가 몇 초간 이어진다.) 그래봐야 걸어 다니는 시체잖아? 그것도 다 썩어가는. 빨라봐야 얼마나 빠르겠어~
ㅡ
좀비 아포칼립스. 전화를 받은 이가 친구거나 연인이거나 가족이거나. 기다리거나 중간에서 만나거나 심지어 내가 먼저 찾아왔는데? 라는 상황도 상관없다. 편하게 이어줘!
>>445 왔냐? 가방은 뭔데 그렇게 빵빵해. (가방에 던지는 시선은 1초. 상대방 전신에 신경을 기울인다.) 걔네가 그래도 단순히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무시당할 건 아닌데, 어디 물린 건 아니지? (옷에 가려지지 않은 상대방 신체를 구석구석 살폈다. 장난인지 진짜 물어보는 건지 모호한 어조.) 에휴. 뭘 그렇게 전해주고 싶길래. (가방 내려두라는 손짓.)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긴 하다. 영상으로 남겨놓기라도 하지. 나중에 인터넷에 올리면 대박일… (다시 상대방 눈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것 같은데 말이야. 너 맨정신 맞아? 아무리 나한테 줄 게 있어도 그렇지 그 길을 뚫고 온다고? 큰 가방 맨 좀비가 어슬렁거리면 너인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잠기운만 가득하던 까만 눈에서 오랜만에 빛이 났다. 상대방 얼굴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은 죽 미끄러져 손에서 멈췄다. 살가운 사이도 아닌데 대담하게 상대방 손을 잡았다. 망설임이 없었다. 오래 묵혀두었던 호기심을 해치우는 것처럼 잡은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손가락으로 찔러봤다. 콕. 콕콕!
“너 되게 재밌다. 나랑 더 놀자.”
혀가 문드러질 때까지 단것만 먹었다. 시간이 없든 남아나든 재미만 찾아서 긁어모았다. 타인들이 곧잘 경멸하는 쓰레기 같은 성격의 인간. 그런 인간에게는 독서나 명상이나 수업 같은 게 쥐약이었다. 선생의 설교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교무실 나오면서 우연히 발견한 상대방은 그야말로, 크으, 끝내주는 구원!
“바쁜 것도 없잖아. 이대로 얘기나 할래? 이름이 뭐야? 뭐 좋아해? 나 잘생기지 않았어? 요건 농담이야…… 하하. 산책이나 할까? 아. 그냥 학교 나갈래?“
어이, 단장님!(불량한 태도로 삐딱하게 다리를 뻗어 당신이 가는 길목을 막는다.) 기억합니까? 우리 자랑스러운 헌장, 6조. 기억하시겠지, 다른 사람은 모를 수 있어도 단장인 당신이 기억 못할 리가 없잖습니까? (호전적인 미소를 지으며)한 번, 읊어볼까요? (눈을 감고, 시를 암송하듯이 중얼거린다.)제 6조, 코덱스의 검을 받은 자가 검을 쥐고 떠나는 것을 불허한다. 그리고 4조 2항, 코덱스에 있어서 검이란...... (패용한 검을 허리춤에서 뽑으며)모든 가르침, 검을 쥘 수 있는 힘, 그 자체. (당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건방지게 칼끝을 까딱거린다.)떠나시더라도, 팔은 주고 가셔야지요. 단장님.
>>448 (구부러짐 없는 허리,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 흐트러짐 없이 곧은 자세로 앞을 향해 걷다가 당신에 의해 멈춘다. 대꾸 없이 말을 들으며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은 불쾌감 없이 그저 덤덤하다.) 뺀질거리기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군. (감정 없는 얼굴과 달리 목소리는 순수한 감탄과 약간의 칭찬이 묻어있다.) 이젠 정말 의심할 여지없는 훌륭한 기사가 된 것 같아 무척 기쁘네. 그러나 제1조가 무엇인지 잊은 것을 보니, 아직 배움이 부족한 것 같군. (눈동자가 당신의 얼굴과 겨누어진 칼끝을 거쳐 비어있는 자신의 허리춤을 본다. 그리고 뜻 모를 의미로 눈썹을 쓱 올리더니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온다.) 제1조. 무엇이 막아서든 결코 뜻을 꺾지 말라. (맨손으로 상대하려는 듯 가볍게 자세를 잡는다. 먼저 오라는 뜻으로 고개를 한 번 까딱인다.)
>>449 (무기 없이 자세를 취하는 당신을 보자,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 하다.)언제나처럼, 자신감이 넘치는군요. 화가 날 정도로. 단장님께서 가르친 내용 중 비무장한 상대에게 칼을 들이대는 무자비함은 없었지만, 지금의 당신이라면 비무장이라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이런 나라도 헌장의 길을 따르는 기사입니다. (비로소 바른 자세로 서 당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기본적인 경계 자세를 취한다.)맨손으로, 이 나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해서, 검을 쓰지 않고 이긴다면, 그것으로 검을 코덱스에 돌려주었다고 할 셈입니까? (검을 쥔 손이 살짝 떨린다. 동요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름의 전투 태세인지.)돌아가시죠. 나라고 해서, 그 팔을 정말로 거둬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450 (자신감이라는 말을 듣자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그렇게 보였나? 나도 나름 긴장하고 있네. 검을 든 기사를 눈 앞에 두었으니 말이야. (거짓은 아닌지 당신이 경계 자세를 취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함께 자세를 가다듬는다.) 글쎄. 잘 모르겠군. 그저 이긴다면... (당신이 쥔 검과 당신의 손을 가만히 응시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눈동자가 한동안 머물다가 느리게 돌아와 다시 당신의 눈을 향한다.) 뜻이 더 강했다는 것 뿐이겠지. (돌아가라는 말에 진지하던 표정이 조금 풀리더니 귀여운 신입을 비라보는 것 같은 눈빛이 된다. 흥미로운 말을 들은 사람처럼 눈썹을 쓱 올린다.) 내 생각을 해주어 고맙지만... 때로는 원치 않아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네.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건 그대인 것 같군. 내 팔을 거둬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대련 상대에게 가르침을 주듯 말하더니 먼저 공격을 시작하기 위해 움직이려 한다.)
>>451 (움직임에 반응한 것인지, 갑자기 뒤로 크게 물러선다. 검을 들고서 적수공권의 상대에게 하는 태세 치고는 방어적이다.)...그 뜻이 나쁘다는 겁니다. 코덱스를 등지면서, 코덱스를 위한 헌장을 들먹이면 어쩌자는 겁니까. 역시, 역부족입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 상황을 무사히 지나갈 수는 없어. 평생 검의 길을 걸었음은 당신이 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부족하지는 않을 텐데, 정말 검을 버리고 나를 넘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해서 나를 때려눕히면, 검을, 우리를 등지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입니까? (당신과의 거리가 다시 줄어들기 전에, 험악하게 허공에 대고 검을 크게 휘두른다. 살벌한 파공음이 울린다.)뜻을 위해서?
>>452 (당신이 뒤로 물러서자 공격하려 하지 않고 멈춘다.) 누구 덕에 입에 달고 살았더니 버릇이 되어버려서 말이네. 이젠 코덱스의 일원이 아니니 이 버릇도 고쳐야겠군. (미동 없이 당신의 말을 경청한다. 등지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냐는 질문을 듣자 잠시 멈칫하지만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고 당신을 본다.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는 듯 여전히 목소리가 딱딱하다.) 만족하네. 오래 슬퍼하는 것보다 잠시 마음 아파하는 것이 더 나을 테니.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후회도 하지 않네.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도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다시 당신에게 다가가려 한다. 사이에 짧게 이어지는 공격 역시 그저 위협에 가까울 정도로 이전보다 가볍다.) 그러는 그대는 검과 그대들을 등지려 하는 자를 왜 붙잡으려 하는 것이지? 제대로 상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설마 이제와 무기를 들지 않은 이는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닐 거라 믿네.
>>453 ...좋습니다. 다 좋다 이겁니다. 버리고 싶으면 버리고, 그게 우리네 방식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베고 싶으면 베고.(망연히 손 안의 칼을 쳐다본다.) 하려는 건 다 해야지요. 검으로써. (다가오며 보다 약하게 공격해오는 당신을 거칠게 견제한다. 칼날의 옆면으로 팔뚝을 꽤 강하게 후려친다.)그러니까 당신은 자격이 없는 겁니다. 관철하기 위해서는 칼날이 필요하니까요. 부정하려고 해도 당신은 아직, 기사입니다. 코덱스에 있고, 여전히 글러먹은 후배를 대면하고 있단 말입니다. (조용히 당신을 마주하고, 노려본다.)여기를 떠나서 무얼 하려 하든, 결국 검은 당신을 부를 터입니다. 필요에 의해 다시 검을 잡을 수밖에 없겠지. 어떻게 아냐고요? 당신은 나와 다르지 않아, 내가 당신에게 배웠으니까. 베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습니다. 이 상황도, 앞으로의 일들도. 왜 붙잡으려 하냐고?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검을 잡은 이상, 무언가를 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 나는 이제껏 여기 남아 있었던 것이니까요. (순간 검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아주 잠깐이지만, 정말로 팔을 베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살벌한 예기가, 스쳐지난다.)무엇이든 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필요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