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계단을 올라 붉은색 토리를 지나면 이제는 주인이 없는지 낡은 신사가 하나 나왔다. 자신의 산책 루트에 있었기 때문에 소년은 이사 온 이 후, 매일 이 신사에 자연히 발을 들였다. 이 지역에 전학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년은 그 낡은 신사가 무슨 신사인지 알 길이 없었다. 허나 누군지 모르지만 아무튼 신을 모시는 곳이었으니 너무 방치되는 것도 조금 뭐하지 않나 싶어 어차피 이곳을 찍은 후에 다시 내려갔기 때문에 잠깐 시간을 내서 소년은 그 근방의 쓰레기를 청소하거나 자라난 풀을 뽑는 등, 조금씩 조금씩 주변을 정리했다.
처음엔 그저 황폐하고 버려진 곳이었으나 이제는 그래도 길거리가 깨끗해진 것을 확인하며 소년은 괜히 뿌듯함을 느꼈다. 누가 시키거나 한 것은 아니고 그냥 오고가다가 너무 지저분한 것 같아 정리를 한 것 뿐이었기에 특별히 뭔가를 바라거나 하진 않았다. 딱히 세전을 넣거나 하는 일 없이 오늘도 그냥 주변을 둘러보고 지저분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만 하던 소년은 가만히 저 아랫경치를 조용히 구경했다. 마을의 일부가 작게 보일 정도로 높은 지대에 퍼져있는 그 맑은 공기를 가득 들이마시며 소년은 기지개를 쭈욱 켰다.
"그래. 나름 운동도 되고 좋네."
괜히 의미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소년은 가만히 경치 구경에 집중했다. 누군가가 오는 발소리조차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신사에 살고 있는 신이어도 좋고 소년의 친구여도 좋고 그냥 지나가던 이여도 상관없어! 편하게 이어줘! 하지만 난데없이 꼽주거나 참교육 서사는 조금 곤란하니 그렇게 이어지는 경우는 스루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