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머리는 어버버하다가 얼결에 육포를 받습니다. 무언가 중얼거린 듯하지만 아키히요의 뛰어난 청력으로 듣건대, 뭐 별 대단한 소리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기왕이면 술도 있음 좋았겠건만..." 종알거리듯 투정하는 소리에 뭐 대단한 뜻이 담겼겠습니까? 어찌됐건 "감사합니다.." 하며 금빛 머리는 얌전하게 아키히요를 뒤따랐습니다.
꼭꼭 씹어먹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 앞의 사람이 아닌 자신을 향해 말하는 듯 말했습니다. 사람이 도술을 부리지는 않을테고 본인이 요괴가 아니라고 말하니 분명 도인이긴 한 모양이었습니다. 게다가 저 떡에는 독도 없는 모양이었구요.
"무슨 도움을 주겠다는건..데? 여기에는 집(숨겨져있지만)도 있고 음식도 있고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옷가지도 있다고."
말을 한 후에 내밀어진 떡을 받아먹기위해 작게 입을 벌렸습니다. 그가 떡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좀 처럼 없었으니까요. 노동력이 많이드는 떡은 그가 먹기에는 좀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문제도 없고 그걸 그냥 준다는데 마냥 거절하기에는 떡은 맛있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떡을 만들기위해 만들어놓은 음식이 사라졌는걸요!
"집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곳에 있어.. 맞아."
생각해보니 집이 여기 근처에 있다는 말은 안했어야했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말을 정정했습니다.
크리스티아나가 의뭉스럽게 미소를 흘립니다... 아니 뭐 크리스티아나라는 흡혈귀는 언제나 의뭉스러웠지만요. 다만 이번에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는데, 역시 언제나 그랬듯이 산뜻하게 손을 들어 휘장 너머에서 우아하게 손을 까딱였습니다. 나가도 좋다는 표시입니다!
"앞으로의 일을 기대하고 있을게."
앞으로의 '일'이라니... 아리의 우수한 두뇌로 짐작건대 단순히 아리의 강해지기 위한 여정을 두고 말하는 맥락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만... 뭐 어쩝니까, 주인이 이미 축객령을 내렸는데! 아니면 끝까지 버티며 물어보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주인을 상대해온 경력과 아리의 통찰력이 말해주건대 별 대단한 대답은 돌려받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아리스주랑 캡틴도 만나서 반가움! 답변이 느린건 타자가 좀 늦어서 그러니 양해 부탁드림... 캡틴에겐 이런 좋은 스레를 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음 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드디어 개장해서 기쁘고 참여할수있어서 좋기도 함 캡틴의 현생살이가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음... 늘 응원함
귀여운 아리스랑도 이렇게 보게되어 영광쓰 나보다 선배긴 하지만 신입 동기인것같은 느낌이 있어서 벌써 내적친밀도 100%임 (부담스러운 나를 견뎌줘) ai 이미지도 귀엽고 키도 작아서 그리메가 귀여워할것같음 요괴랑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성격이랑 제멋대로인 점도 그리메한텐 플러스 요소라서 같이 재밌는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을듯 앞으로 다시한번 잘부탁!
일상을 돌릴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엄청 기쁘군(기쁨의 탭댄스)(이런 날 견뎌줘) 원하는 상황같은게 있음? 개인적으로는 그리메의 집인 도취의 화림 쪽으로 찾아와주면 고맙겠음 얘가 워낙 히키코모리라 근데 식이도 유말의 강 근처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리메가 나들이 겸 해서 우연히 조우하는 상황도 괜찮음 편하게 말해주면 고맙겠음!
솔직히 인정해야했습니다. 겨울을 이 강가에서 지내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요. 물이 차가운 이 시기에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는것도 쉬운일도 아닐 뿐 더러 강에와서 물을 마시려는 동물도 동면에들거나 다른 따뜻한곳으로 이동을 하기에 사냥감도 없기 때문이었지요. 그렇기에 그는 가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가서 음식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물론 겨울을 날 정도의 음식은 비축해놓았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만약의 만약을 위한 것.
"아무도 없을거라고. 굳이 이런곳에 와 있는 이상한 녀석은 없을거야."
도취의 화림은 사람은 물론 요괴도 그리 많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많은 요괴들이 무서워하는 그 성 때문이라는데 뭐.. 어차피 그 근처에는 가지도 않을테니 그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소문이었습니다.
"이건 뿌리를 먹을 수 있어.."
중얼거리며 음식재료를 확보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식물들은 먹으면 마치 술이라도 먹은 것 처럼 정신이 이상해지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경쟁자 없이 음식재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느덧 추워진 계절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신전의 숲으로부터 북쪽에 있는 화원은 본디 드넓고 아름다웠다. 하늘속을 유유히 헤엄치는듯한 고동색 가지, 해가 지는 일입때에는 은은히 빛나는 꽃잎. 어느 곳에 이런 야경이 있을까. 무릉도원조차 이곳의 풍경에는 비견할 수 없으리라. 자미도와 삼봉도조차 어찌 이곳의 풍경에 비견할수 있으랴,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절품이로다. 허나 그녀 자신은 이곳의 겨울 풍경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실을 맺은 매실이 빛나는 풍경속에서 다연정의 연서방이 만들어낸 양갱에 뜨거운 불처럼 따듯한 불소곡주를 한잔, 달빛과 함께 매혹적으로 빛나는 매실을 벗삼아 한잔 마시는것이 요 근래에 제일 마음에 든 여흥거리였으니, 오호통재라, 이 어찌 비극적이지 않은 일이겠느냐.
그렇기에 그녀가 산보를 나온것 또한 이상하지 않은 일이렸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집 바깥으로 자주 나오지 않는 그녀가 낯선 이와 해후하는것 역시 이상하지 않은 일이렸다.
" 여봐라. "
그녀가 짐짓 가벼운 말투로 눈 앞의 사내를 불렀다.
" 행색으로 보아하니 사냥꾼이나 심마니같은 일을 업으로 삼은 이 같은데, 겨우내 식량이 부족하여 찬거리라도 캐러 온 게냐? 경희가가 이번 겨울에는 곳간을 열지 않았느냐? "
사내의 행색으로 말미암건데, 그녀의 눈에는 사냥꾼이나 심마니, 약초상같은 업을 가진 이로 보였다. 겨울은 무료하고 지금 당장 저 사내를 잡아먹는것도, 악몽을 꾸게 하는것도 결국 다시금 무료한 일상으로 귀결된다는것을 떠올리면 부질없는 일이리라. 하여금 잠시라도 이 무료함을 잊을수 있게끔 하기 위해, 한때의 여흥으로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427 ㅇㅈ 화풍이나 그런것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귀여워서 5번은 읽은듯 사쿠라모찌로 변하는 장면이 제일 귀여웠음... 사실 이 만화때문에 동방 드문드문 만화로 좀 접하게 된듯 아리스주는 어떰?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던가, 동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던지 궁금해졌음 역시 캡틴처럼 게임으로 접한걸까?
사내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모습을 보면 무릇 인간들은 얼빠진 반응을 하기 마련이라, 신선한 반응에 그녀의 무료함도 조금 달아난건지 매화처럼 붉은 그녀의 입술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 허면 그런 소식을 전해줄 이 하나 조차 없었단 말이더냐. 실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
" 허나 걱정하지 마라. 나 역시 마을의 소식에 정통하지는 않은 몸이나, 이 해후에도 분명 뜻이 있을 터. 너와 나는 이렇게 만났고 겨우내 찬거리가 없는 네게 유용할 터인 정보를 내가 귀띔해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벗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인연이겠지. "
그녀는 고혹적으로 미소지었다. 자신의 미소에 무릇 사내라면 연심을 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리고 그녀는 저고리의 품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키와 비슷할 정도로 긴 장죽을 꺼내었다.
" 그렇다면 벗이여, 나를 위해 불 정도는 붙여줄수 있지 않겠는가? 무료함 탓에 산보를 나오기 전, 이 녀석에 불을 붙이는것도 잊어버렸으니 내겐 참으로 애석한 일이라네. 자네도 짐짓 눈치챘겠지만, 내겐 연동도, 곁에 가까이 두는 시종조차 없으니 이런 곳에서 불을 붙이는건 어려운 일이지. "
그녀는 잿빛 눈동자로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늘 사용하는 익숙한 방식이었다. 그녀는 그리메, 악몽을 배회하는 공포. 저명한 요괴. 호의를 베풀고 가벼운 대가를 요구한다. 그것을 몇번 반복하면 상대는 어느샌가 '받는것보다 주는것이 더 많은 이로운 이' 정도로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거기서 점점 더 적은것을 받고 많은것을 주게 되면 상대는 자신의 부름과 부탁에 기꺼이 달려오게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는것이다. 이번에는 반대로 돌이킬수 없는 것을 자신이 요구한다. 방법은 많다. 황연에 빠지며 한 꺼풀씩 여인의 옷을 벗기듯, 교묘하게 속삭이며 자신의 말을 듣게끔 한다. 그렇게 이번엔 자신이 주었던 것 보다 더 많은것을 받는다. 공포도, 육신도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그녀는 오만하게도, 이런 생각으로 사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허나 이전에 떠올렸듯, 지금 눈 앞의 사내를 해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순히 연동 정도로 삼는 것. 자신의 장죽에 불을 붙여주는것. 그녀는 눈 앞의 사내가 당연히 그렇게 움직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며, 그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노라고 쉬이 생각하니. 이 어찌 오만하지 않은 일일쏘냐.
" 보이는게 다 네 것이라. 참으로 욕심 많은 사내로다. 본녀의 입에는, 이곳의 풀과 열매 따위는 잘 맞지 않으나, 네가 그렇게 열심히 캐는것을 보아하니 관심이 생기는구나. 그걸로 무엇을 만들어 먹을 생각이더냐? "
일상 돌리면서 혹시 불편하게 있으면 말해주면 고맙겠음 그리메가 원하는건 식을 담뱃불셔틀 정도로 삼는 아주아주 나쁜 요괴스러운(?) 행동이라 내가봐도 아주 싸가지가 없어보이기는 함... 기분이 나빴으면 미리 사과하겠음 하지만 그리메주가 원하는건 식을 마음대로 다루는게 아니니까 편하게 이어주면 고맙겠음
>>431 그렇군 아리스주의 표현이 상당히 서정적이고 매력적이라서 멋지다고 생각함 나도 정신을 차려보니 빠져있는 것들이 있으니깐 공감이 되는듯 나는 개인적으로 만화를 보는걸 좋아함 장르도 딱히 안가리고 말이지 동방 만화같은것부터 시작하면서 나도 아리스주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좋아하는 동방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기쁘겠음 질문이 많아도 날 견뎌주면 진짜 고맙겠음...
식주 엄청 대단하군 캡틴 반응이나 디아블로3 난이도같은걸로 보면 엄청 어려워보이는데 난 그런걸 잘 못해서 대단해보임 (정말 메데타시 메데타시인게 맞는걸까 싶기도 하지만 깼으면 된것같기도 하고)
어쩌면 은신처가 불타고 저장해둔 음식도 썩거나 다 약탈당했다면 그럴수야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의 자립생활은 나름 괜찮았다. 게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마을을 나간 사람이 와서 음식을 달라고해도 이상하다고 여길테니 곡식은 커녕 소금을 뿌려댈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금은 귀하니 모래를 뿌릴지도 모를 일.
"불을, 붙여달라고?"
불을 붙여달라는 그녀의 말에 얼굴을 찡그린 그는 그 기다란 장죽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 장죽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은지 마치 부러뜨릴 것 같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산보가 끝난 후 즐기도록 해."
킁. 콧소리를 내고는 그는 거절의사를 표현했다. 그에게 그녀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수풀이 많은 장소에서 불을 피우다니 딱 번져나가는 불길에 같이 갇혀 그 매연에 기절하고 구워지기 딱 좋은 행동이라 생각하며 다시 킁, 하는 콧소리를 내었다. 그는 설령 강 근처라고 하더라도 수풀이 근처에있는 장소에는 불을 피우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들기 힘들어보이는곳에 불을?
"절대 안하지. 절대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이어지는 말에는 평범하게 대답해주었다.
"이것들을 잘 갈아서 잘 말려놓으면 적당히 오랜 시간이 되어서 먹을 수 있고 물에 타마시면 적당히 고소하고 꿀같은걸 구해다가 같이 마시면 맛도 그럴듯해져. 게다가 마시면 적당히 정신이 어지러워지는게 술이랑 다를게 없잖아?"